보수 세력은 문재인·조국을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보수 세력은 문재인·조국을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위민(爲民)은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세종대왕의 위민정치에서 유래했다. 여민(與民)은 국민과 더불어 즐거움을 같이한다는 뜻이다. 맹자에 나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유래했다.
문재인 정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비서동 명칭에 대해 설명하면서 "위민은 국민이 객체가 되는 개념이고 여민은 국민과 함께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민은 국민을 주체로 바라보는데, 위민은 국민을 대상으로 본다는 취지다. 위민과 여민은 단지 비서실 건물의 이름을 바꾸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새 정부의 국정운영 원칙과 철학이 되어야 하고, 특히 청산과 개혁을 위해서 더욱 견지해야 한다.
위민하면 실패하고 여민해야 성공할 수 있다. '개혁과 청산'이라는 정치전의 성공은 새 정부 국정과제 추진의 동력으로 환원될 것이다. 개혁과 국정과제는 이렇게 긴밀히 상호 연결되어 있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래서 더욱 청산과 개혁이 성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2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간의 득표차는 557만 표로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후 최대다. 이것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권럭과 재벌의 특권과 반칙을 철저히 청산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다. 대선 직후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로 적폐청산이 1위를 차지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문 대통령은 보수야당이 대선패배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당을 새롭게 정비하기도 전에 허를 찌르듯 기습적으로 청산 작업에 전격 돌입했다. 국정교과서 폐기,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식 제창곡 지정, 정윤회 문건 재조사가 그것이다. 놀란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이 이념과 진영 대결로 몰아가며 박근혜 정권 지우기와 참여정부 회귀의 신호탄이라면서 친노·친문이라는 좁은 프레임에 새 정부를 가두려 하고 있다. 정치적 공방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새 정부와 국민은 어떻게 하면 검찰개혁과 정경유착 근절 등 앞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청산과 개혁과제를 보수야당과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뚫고 성공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당선 이후 차례로 새 정부의 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의 총리, 비서실장, 총무비서관, 인사수석, 대변인 등 잇단 인사에서 통합과 탕평은 더욱 명분을 얻고 국민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시민과 셀카 찍고, 청와대 직원들, 기자들과 같이 식판 들고 줄서고, 비서진들과 함께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든 탈 권위 소통행보 또한 관저에 갇혀 지내던 전임 대통령과 비교되면서 연일 국민들로부터 호평이다.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뉘는 진영 아젠더가 아닌 그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로 박수를 받고 있다. 시작이 좋다. 이제부터다. 통상 역대정권의 사례를 볼 때 취임 직후 100일의 성적이 향후 5년의 국정운영의 동력이 되어왔다. 인사, 소통, 탈권위 등 비정치적 행보로 형성된 좋은 이미지를 종합적인 국정과제 추진을 통해 구조적이고 안정적인 지지 기반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선거운동 당시 1호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취임 후 첫 현장방문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선택한 것은 상당히 인상 깊다. 인천공항은 2005년부터 12년 동안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서비스 부문의 고용 상징성이 높은 곳이다. 대통령이 찾아가 "재임기간 중 정부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약속했고, 공항공사 사장은 "1만 명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참석한 비정규직 직원들은 눈물을 흘렸다. 준비된 기획이었고, 타이밍도 좋았다. 이제 곧 출범하는 내용적으로는 인수위원회 성격을 가진 국정기획 자문위원회는 향후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부처별로, 또는 아젠다별로 제시할 계획이다. 이때 인천공항공사의 일자리 만들기 사례처럼 경제와 민생, 사회와 복지, 외교와 안보 등 잘 준비된 공약과 국정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정책을 하나씩 꺼내들면서 청와대가 100일 간의 국정드라이브를 걸고 주도해야 한다. 이런 안정적 국정과제 추진을 통해서 형성된 우호적 여론은 청산과 개혁의 추진 동력이 될 것이다.
인사, 소통과 탈귄위 행보나 일자리 만들기 같은 정책 과제 추진은 진영논리가 서지 않거나 있더라도 간접적이다. 이에 반해 개혁과 청산은 반대하는 진영이 분명하기 때문에 영리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청산과 개혁의 추진은 내용보다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져 정치쟁점화 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야당의 정치공세는 새 정부를 이념세력으로 가두어 개혁과 청산을 국민과 떼어 놓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앞세운 청와대 만의 외로운 싸움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개혁에 대한 저항은 더 강도 높은 개혁 추진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개혁을 더욱 요구하도록 만들어야 꺾을 수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성급한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국민과 함께하는 민정수석의 한 걸음이 성공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보의 청산 vs 보수의 안정' 진영 프레임이 아닌 '상식 vs 비상식', '정상 vs 비정상'의 국민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추진 중인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과 국정교과서 지정 폐지는 '불안한 청와대 vs 국정 염려 비판 세력'이라는 허위의 프레임을 깨야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진보정부 복원의 개선가가 아닌 광주시의회가 결의한 광주시민의 요구다. 국정교과서 폐지는 국정교과서는 보수이고 검인정은 진보라서가 아니라, 사관과 가치관을 국가가 정해주겠다는 권위주의적인 발상인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추진하는 민정수석실의 정윤회 문건 재수사에 대해 민정수석이 검찰수사를 지휘하는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예 예전 민정수석처럼 검찰 수사에 개입하되 정권을 위한 칼이 아닌 국민을 위한 칼이 되겠다고 정면승부를 하거나, 아니면 민정수석실, 법무부, 검찰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 확립과 측근 친인척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히고 정윤회 문건 재수사,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세월호 진상규명 재조사, 검찰개혁 등은 민정수석실의 업무가 아님을 선언하고 공개적 석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민정수석실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된 재수사는 검찰의 역할임을 분명히 하고 신임 검찰총장의 숙제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국민적 여론은 검찰 스스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철저한 재수사 등 자구적 노력을 강제할 것이다. 검찰이 과거와 다른 모습을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국민 여론이 검찰 프렌들리로 바뀔지 아니면, 검찰이 더욱 가혹한 개혁의 대상으로 비치게 될지 결정된다. 그것을 검찰 스스로의 몫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검찰개혁은 검찰의 권력분산과 견제감시 장치의 마련이라는 제도 정비로 마무리 될 것이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와 '검찰의 수사권 분리'가 그것이다. 따라서 법무부 장관과 국회가 국민 여론을 기반으로 입법을 통해 검찰개혁의 주체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진보적 이념의 조국 민정수석 vs 보수적 기득권의 보루 검찰'이라는 위민의 구도가 아닌 '우병우·최순실 검찰 vs 분노한 다수 국민'이라는 여민의 구도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검찰개혁을 비롯한 개혁과 청산은 '진보 vs 보수', '외롭고 의로운 청와대 vs 검찰 등 기득권 세력'의 구도가 되는 순간 진영간의 대결이 되고 국민들은 구경꾼이란 제3자의 위치로 전락시키게 된다. 나를 따르라며 국민을 대상화 시키는 위민의 싸움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와 싸워 이긴 상식적인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나서는 여민의 싸움판을 만들어야 한다.
조 민정수석과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국민과 국회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개혁과 청산이라는 전투에서 이길 수 있고 설사 부분적으로 지더라도 국정운영이라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업무 시작 3일만에 '국정교과서 폐기'를 시발로 삼아 온 국민이 간절히 바라마지 않던 적폐 청산에 시동을 걸었다. 개혁은 저항 세력에게 시간과 빌미를 주지 말고 전광석화같이 해치워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이 빈 말이 아니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미국‧중국‧일본‧러시아 4개국 정상들과의 축하 전화 대화를 통해 난마처럼 얽힌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관계를 타개할 토대를 마련했다. 이런 산뜻한 출발을 발판으로 삼아 안보 위기를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를 구축해나가는 데 일말의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외교안보 분야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중국의 경제 보복, 위안부 합의에 따른 한일관계 악화, 북핵과 미사일 문제 등 태산같은 현안들을 안고 있다. 이들이 집합적으로 작용하여 온 국민이 염려하는 한반도 안보 위기가 발발했던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북한과 관계를 잘못 설정하고, 전략적 사고 없이 미국과 중국, 일본과의 관계를 다루어온 데서 비롯된 측면이 다분하다. 두 정부의 외교적 실책이 한둘이 아니지만 결정적 패착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시키고 재연기시킨 일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한국외교안보 분야의 적폐가운데 핵심에 속한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안에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연기와 재연기 결정에 있어 절차적 비민주성도 규명되는 편이 옳다.
10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간 매우 긴밀한 협의를 통해 2012년 4월 17일로 전작권을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그 합의에 따라 2008년부터 매년 한미 군사 당국은 연합 훈련을 통해 전환을 위한 준비에 열중했고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이 한미 두 합동참모본부의 평가였다.
그러나 군사 당국의 객관적 평가는 '동맹 절대시' 라는 이념적‧정치적 이유로 무시됐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봄부터 "안보상황 변화"와 "준비 부족"을 구실로 전작권 전환 연기를 추진했다. 어쩌면 출범 초부터 노무현 정부의 모든 정책과 성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작권 전환 합의를 원위치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든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이렇다 할 공론을 거치지 않은 채 6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전작권 전환을 2015년 12월로 연기하는 데 전격 합의했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예정대로 전작권을 전환해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면서 전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후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전략적 인내' 정책이 공식화됐고, 우리 군의 개혁도 지지부진해졌으며, 당연히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는 한층 높아졌다. 그런 귀결로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고 한중 간의 전략적 협력관계 역시 크게 후퇴하였다. 그리고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바했을 때, 우리 군은 강력한 독자적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
이런 흐름에서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출범하자마자 이미 연기한 전작권 전환을 재연기했다. 이번에는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는 내용을 담아 사실상 무기 연기 합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안보환경 변화"와 우리 군의 "준비 부족"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재연기의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당시 이 결정은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사드 배치와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한미간 교환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런 의심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 결정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에서 진위를 가릴 필요가 있다. 기존 합의를 변경할 때 최소한의 공론화를 생략한 채 절차적 비민주성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전형적인 정책 집행 방식이자 폐단이 전작권 전환에도 투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자주 국방력을 조기에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자주 국방력의 확충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전작권이 미군 주도로 행사하는 한, 우리 군의 자주적인 전작권 행사 준비는 그만큼 절실함을 가지기 어렵다. 절박한 준비태세가 미흡하면 만성적인 준비 부족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전작권은 더더욱 가져오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돌입하게 된다.
일차적으로 우리 군의 자주 국방력 신장과 건강한 한미동맹 발전을 위해 전작권 전환은 필수 요건이다. 또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당당히 맞서고 미래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제반 준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전작권이 우리 합참에 환수되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은 우리 외교안보의 적폐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필수적 과제다. 여기에 대통령이 온전한 군사주권을 행사하면서 북한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고 주변국들에도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외교자산을 갖게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공교롭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1일 임명장을 받은 후 12일에 2014년 말에 있었던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한 사표가 전격 수리됐다. 이후 14일 <한겨레>가 검찰 빅2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술판 사건'을 보도했다.
이들을 묶는 키워드는 우병우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 당시 우 전 수석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문고리 3인방' 등과 함께 최순실 씨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 조사를 묵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민정수석실이 당시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 검찰 수사를 조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고, 안 국장은 우 전 수석과 지난해부터 1000여 차례 통화를 한 기록이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던 인물이다.
조 수석의 '정윤회 문건 사건 재수사' 발언에는 여러 함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은, 개혁 대상이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는 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이고 강력하다. 그러나 조 수석은 이같은 방식을 택하지 않고 '재조사'를 공언했다. 기습 작전을 포기하고 공포탄 먼저 쏜 격인데,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교로운 사실 하나 더, 경찰이 재빠르게 '정윤회 문건 사건'과 관련이 깊은 최경락 경위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검찰과 수사권 조정을 두고 사실상 '경쟁 관계'에 있는 조직이다.
'노무현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다?
최근 밝혀진 이영렬 지검장과 안태근 국장의 술자리는 부적절 그 자체다. 심지어 불법 가능성까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국정 농단 수사를 지휘한 이 지검장은 지난 4월 21일 국정 농단 사건을 담당했던 노승권 1차장을 비롯한 간부들, 안 국장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안 국장과 이 지검장은 각각 서로의 '부하직원'들에게 두툼한 금일봉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서울중앙지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각각 구속, 불구속 기소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문제는, 이 지검장을 비롯한 수사팀이 만난 안 국장은 법무부 내 대표적인 '우병우 라인' 인사로, 지난해부터 우 전 수석과 1000여 차례 통화를 한 기록이 드러나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안 국장이 수사 대상이 아니며, 후배 격려 차원에서 가진 만남이니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날 술자리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하고 안 국장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킨 데 대한 보은성 자리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한 돈봉투를 주고받은 것과 관련해,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인사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에도 당연직으로 들어간다. 이영렬 지검장은 '파워'만 놓고 보면 검찰총장 다음으로 막강한 자리다. 정권 교체 후의 '검찰 인사' 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은 자연스럽게 뒤따라 온다. 검찰 조직 수뇌부들의 부적절한 회동 자체가 그간 검찰 내부의 '뒷거래', '제식구 챙기기'의 상징적 악습처럼 보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검찰을 개혁 대상 1호로 지목하며 칼을 빼들었다.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천명하는가 하면, 비검찰 출신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을 주장해왔던 조국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는 등 강한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등 검찰 개혁 과제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검찰 개혁에 사활을 걸었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정공법'을 택했고, 평검사와의 대화 등을 주도하며 검찰 조직과 '토론'을 시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이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전략이 가동될지 주목된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여론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정윤회 문건 재조사'를 통해 실제 검찰의 비위 사실을 적발해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검찰 조직 특유의 '봐주기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전'이라면 승산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우병우 라인'을 적폐로 설정하고, 이들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상기시키는 효과도 있다.
당장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의정부지검 소속 임은정 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사 게시판이 활발하던 그 때가 그립다"면서 "이제는 게시판에 올린 글로 불려 다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애정이 없다면 고민도 없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검찰을 어떻게 바로세울 것인지 지혜를 모으자"고 했다.
이어 부산고검 소속 박철완 검사도 게시글을 통해 검찰 개혁을 '6년 단위로 검찰이라는 행성을 찾아오는 혜성'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논의는 2005년, 2011년에도 활발하게 있었다"며 "이 혜성을 대하는 검찰 구성원들의 마음과 자세는 올해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듯하다. 다양한 논의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제 '적폐' 검사들의 '언론 플레이'를 용인해줄 여론은 없다. 검찰 개혁은 시작됐다. 개혁은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 검찰 개혁은 빛을 보게 될 것이다.
미셸 박 스틸 “트럼프는 비즈니스맨, 비즈니스하듯 외교하라”
[인터뷰] 한국계 최초 美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부위원장 역임한 미셸 박 스틸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7(수) 12:45:00 | 1439호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이다. ‘이익 추구’가 최우선인 사람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인 미국을 대할 때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셸 박 스틸(Michelle Park Steel)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가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남편 숀 스틸(Shawn Steel)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공화당원인 그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가진 생각은 명쾌했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대하라’는 것. 그는 “기성 정치인들은 말 속에 의도를 숨기고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는 오히려 읽기 쉽다”며 “다만 기존의 정치·외교 패러다임으로 그를 상대하려 들면 결코 이해할 수도, 성공적으로 상대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존 방식으로 트럼프 상대하면 백전백패”
그의 정계 이력은 올해로 12년이다. 그는 2006년 선출직인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에 당선되면서 본격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활동을 해 온 열혈 공화당원인 남편 덕분에 결혼한 이후에도 20여 년간 정치권에 머물러왔다. 남편 스틸 변호사는 현재 전국 공화당 캘리포니아주 대표로 활동 중이다.
미셸 박 스틸은 미국 내 한인으로서는 최고위 선출직에 오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부터 8년간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다. 총 5명으로 구성된 슈퍼바이저는 한국으로 치면 도지사와 비슷한 개념이다. 오렌지카운티 내 34개 시를 통괄하고 각 시나 연방정부 간의 행정을 조율하는 자리다. 캘리포니아주는 인구 3700만 명으로, 경제 규모가 웬만한 국가보다 큰 수준이다. 2년6개월 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그를 5월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미셸 박 스틸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 © 시사저널 이종현
조세형평국 위원과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 두 자리 모두 선출직으로 치열한 선거를 통해 오를 수 있는 자리로 알고 있다.
처음 선거를 치른 것이 조세형평국 위원 당선을 위해 뛸 때였다. 선거는 2006년에 있었는데, 당시 제 상대는 연방 상·하원직을 모두 거친 ‘정치 고수’였다. 저는 정치 신인이었다. 1993년 LA 소방국을 시작으로 LA 공항국, 아동가족위원회 등에서 커미셔너(위원)로 활동하긴 했지만 조세에 대해선 전문성이 아무래도 부족했다.
‘성실함’과 한국인 특유의 ‘깡’으로 승부를 걸었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유세 활동을 했다. 선거 3년 전부터 발로 뛰며 투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자를 모조리 만났다. 하루에 3시간씩만 잤다. 제가 원래 뭐 하나에 꽂히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결국 선거에서 이겨 담당 카운티 내 850만 납세자들을 대변하고 1년 조세가 54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행정을 총괄했다.
슈퍼바이저 역시 900만 명을 대표해 활동하는 자리다. 2014년 처음 당선됐다. 올해 1월부터는 슈퍼바이저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제가 제 카운티 안에선 되게 막강하다. 밖으로 나와선 아무것도 아니지만(웃음).
원래 정계 입문할 생각은 없었다고 알고 있다.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일본여자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제 꿈은 ‘현모양처’였다.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도 여전히 평범한 가정주부로 사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 1992년 LA폭동이 일어났다. 그 당시 한인 1세들이 꼼짝없이 언론에서 매도되는 것을 보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다. 그들은 삶의 터전에서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나선 것일 뿐인데, 마치 그게 무슨 폭도라도 되는 듯 비치는 게 안타까웠다. 그때 한인사회의 취약한 고리를 본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저희 어머니가 ‘세금폭탄’을 맞았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딸을 위해 옷 가게, 샌드위치 가게를 내며 성실하게 일해 온 당신이었다. 세금 한 푼 속이지 않고 냈는데, 이중과세가 되고 거기에 이자까지 물어야 했다. 미국 사정에 어둡고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내라는 대로 낼 수밖에 없었다. 그때 ‘국세청은 미국에서도 이렇게 막강한 곳이구나’ ‘그런데 왜 성실한 납세자까지 못 살게 구나’ ‘이렇게 억울한 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5월10일 밤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했다. ⓒ 사진=연합뉴스
LA폭동 때 한인사회 취약점 보고 정치 결심
처음 조세형평국 위원 선거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정치를 한다는 건 발가벗고 길가에 서 있는 거야.” 모든 것이 까발려지고 나의 허물을 찾기 위해 사방에서 달려든다는 것이다. 막상 정치활동을 시작하자 그는 가장 큰 지지자이자 응원군이 돼 줬다.
조세형평국 선거운동 당시 계속되는 강행군에 제가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린 적이 한 번 있었다. 조세 전문가들과 대담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다. 엘리베이터에는 저와 보좌진 두 명뿐이었다. 순간 ‘내가 왜 이러고 있지’란 생각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당황한 보좌진들이 제 남편에게 전화를 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었다. 그때 남편 대답이 이랬다. “그냥 혼자 있게 놔두세요.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미셸은 스스로 회복할 것이고 더욱 강해질 거니까.”
잠깐잠깐 나오는 말에서 남편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느껴진다. 어떻게 만났나?
남편과는 테니스를 치다가 만났다. 당시 남편은 막 변호사가 된 직후였다. 남편 말로는 제 다리에 반했다고 하더라(웃음). 아무튼 그렇게 만나 3년 정도 연애를 했다. 결혼을 하기까진 어려움이 좀 있었다. 무엇보다 저희 어머니 반대가 심했다. 제가 세 딸 중 장녀다 보니 장녀는 한국인이랑 결혼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으셨던 듯하다. 결국 저희 외할머니, 당신의 어머니가 지금의 남편 편을 들어줘서 결혼할 수 있었다.

미셸 박 스틸은 미국 내 한인으로서는 최고위 선출직에 오른 이력의 소유자다. © 시사저널 이종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는 12년 지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들었다. 어떤 인연인가.
마이크 펜스와는 2005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펜스는 제가 조세형평국 위원 선거를 치를 당시 첫 정치자금 펀드레이징(fundraising)을 해 줬다. 그때 저희 집에서 홈파티를 했었다. 미국 가정에선 대부분 집 안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나. 우리 집에선 한국식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오게 했었다. 그런데 마이크 펜스가 당시 정장 아래에 흰 발목양말을 신고 온 거다. 그게 본인은 되게 부끄러웠나보다. 신발을 벗게 될 줄 몰랐다며 어쩔 줄 몰라 하더라. 그리고 최근 만난 자리에서 그가 여전히 “그때 내 흰 양말 기억하냐”며 웃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국의 공화당 소속 정치인으로서 가치관의 충돌로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을 것 같다.
늘 부딪힌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이런 문제일수록 솔직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선거운동을 할 때도, 의정활동을 할 때도 내가 한국계 미국인임을 먼저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저는 미국 공화당 소속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또한 한국인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는다.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입장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하는 게 내 역할이다.
한반도 평화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최근까지도 북한의 도발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미국에서는 이번에 제가 한국 간다고 하니까 다들 가지 말라고 했다. 전쟁이 날 수 있으니 위험하다는 거였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은 전쟁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인들이 무감각한 것 같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미국 대통령도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긴 마찬가지지만.
새로운 한국 대통령이 선출됐다. 앞으로 한·미 양국은 어떻게 숙제를 풀어가야 할까(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인 5월11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추가로 진행했다).
지난번 한국 방문 때 사람들이 ‘극’에 달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적으로뿐만 아니라 생활환경 자체도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산더미 같은 숙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매우 어려운 일을 해 나가야 하는 입장인 건 분명하다.
사실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당시 후보의 안보관에 대해 조금 걱정을 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마음이 놓였다. 진보 정권 또한 한·미 동맹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심이 됐다. 양국 정상이 약 30분간 통화를 했다고 들었는데, 꽉 막혔던 한·미 관계에도 물꼬가 트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맨이다. 그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비해 태도가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스킨십을 극도로 꺼려 해 사람들과 악수조차 안 하던 사람이었다. 이젠 포옹도 서슴없이 한다. 하지만 그가 선거운동에서 말했던 내용과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가 후보 시절 내세웠던 약속들을 하나씩 이행해 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새로 취임한 문 대통령께서 외교문제에 있어 국익을 최우선으로 놓고 잘 해결해 나가리라 본다.
문 대통령 역시 비즈니스 마인드로 그를 대해야 한다. 한·미 양국에 걸린 모든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식 정치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에게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비즈니스엔 언제나 ‘윈윈’하는 법이 있다고. 한·미 관계도 그 연장선상에서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