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브렉시트의 진실, 더 불평등한 영국으로! - 영국 국민은 왜 '브렉시트'를 택했나?

일취월장7 2016. 6. 28. 11:04

브렉시트의 진실, 더 불평등한 영국으로!

2016.06.27 09:23:39


[서리풀 논평] 브렉시트, 더 불평등한 국민 국가로의 회귀?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기로 하면서, '브렉시트'라는 낯선 말이 모든 뉴스의 중심이 되었다. 주가가 폭락하고 여러 군데서 온갖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방송사는 긴급 좌담에, 인터넷과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도 난리가 났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지는 해라고는 하지만 영국은 명목 국내 총생산 기준 세계 5~6위를 차지하는 경제 대국이다. 유럽 국가 대부분을 묶은 EU가 차지하는 국제 정치, 경제의 비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꼭 지구화, 세계화를 들먹이지 않고도 '극동'의 작은 나라까지 큰 영향을 받는 형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 나머지 대부분은 혼란스럽다. 온갖 해석과 전망이 난무하지만, 명료한 것은 많지 않다. 브렉시트로 결론이 난 이유에는 이런저런 모든 이유가 다 들어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도 '점'을 치는 수준을 넘지 못한다.

불확실성의 한복판에서도 관심은 한쪽으로 크게 쏠려 있으니, 그것은 경제다. 브렉시트에 이르게 된 경과는 물론이고, 앞으로 벌어질 사태도 대부분이 경제, 금융, 수출 이야기다. 그래 봐야 결론은 영국과 다른 나라, 그리고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이 전부지만, '경제주의적' 해석은 그만큼 힘이 세다. 

경제에 추가되는 것이 약간의 국제 정치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이 국제 정치판의 '동반자'였으니 이도 당연한 일. 미국은 영국이 빠진 EU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 정치적 위상은 어떻게 변할까,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이나 러시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핫이슈'는 EU 자체의 존립이다. 탈퇴 도미노 현상과 EU의 붕괴(또는 무력화)가 현실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이 바로 등장했다. 이 또한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프랑스, 체코, 스웨덴 같은 나라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경제와 정치 그리고 약간의 부록 같은 이야기들. 언뜻 듣기에는 그럴싸한 가능성과 시나리오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지만, 그 누가 알겠는가. 브렉시트 이후는 여러 주체(국가와 EU)가 서로 맞물리고 작용하면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니, 개방 시스템의 미래는 크게 열려 있다. 

우리는 EU, 나아가 이를 비롯한 초-국민 국가 연합의 세계사적 의미가 단기적 정치, 경제변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의회, 사법재판소, 중앙은행이 있는 EU는 단순 국가 연합과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자. 핵심은 EU가 국민 국가의 평면적 연합을 넘어, 초-국민 국가적이라는 점, 그리고 그 유명한(또는 악명 높은) '세계 정부'의 싹일 수 있다는 점.

들여다보면 브렉시트에 이르게 된 사정안에 이미 국민 국가를 넘는 초국가적 연합의 형성과 해체를 둘러싼 의미 투쟁이 내장되어 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한 가지 핵심 쟁점, 이민 문제가 그것이다. 

너무 많은 이민자 때문에 일자리와 임금, 학교, 국가보건서비스(NHS), 주거가 위협받는다는 주장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다. EU가 내세우는 이동의 자유 때문에 영국이 이민을 통제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막상 국민 국가의 구성원 전체나 그중 일부가 손해를 본다는 주장이다. 한참 논란이 된 난민 문제는 평상시 이민보다 더 난감하다.

여기가 최전선이다. 국민 국가가 어쩔 수 없이 가장 강력한 삶의 단위이자 경계라면, 초국가적 연합이 지향하는 (따라서 초-국민 국가적인) 가치 지향은 현실에서 힘을 갖기 어렵다. 더구나 모순과 충돌의 결과가 국민 국가 내에서 일부 계층(예를 들어 빈곤층과 저학력자)의 희생을 강요할 때, 초국가적 연합의 토대는 허약할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의 한 가지 이유는 이 모순이 폭발한 것이다. 

브렉시트는 초국가적 연합으로부터 국민 국가로 되돌아가는(탈출하는) 힘을 드러내 보였다. 이민과 국민의 일자리, 기여금과 보조금, 국제 불평등과 국내 불평등의 모순을 넘어서는 방법 중 국민 국가 강화를 택한 것이다. 

문제는 국민 국가의 정체성과 그것의 자기 결정권이 모든 사회 모든 사람, 심지어는 국민 국가의 내부조차 모든 구성원이 고루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틀인가 하는 점이다. 경험적으로 또 규범적으로, 국민 국가로 탈주하는 것이 답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 국가가 그 자체로 어떤 보장이 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초국가 기구가 가질 수 있는 '상대적 진보성'에 주목하고 싶다. 물론, 초국가 기구도 새로운 이익 추구의 거점이 되기 쉽고 내부 권력관계도 또 다른 문제지만, 진보의 잠재력조차 부인하기는 어렵다. 

첫 번째 예는 인권으로, EU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유엔이 인권을 주류화하고 새로운 국제 규범을 제시한 사례는 초국가적 연합이 진보의 '상방(上方)' 압력을 받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유엔이 추구하는 인권이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 수 있는 데 비해, EU가 추구하는 인권은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다. 

"인권은 EU 법질서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과거 유럽 정치 공동체에 관한 조약이 구현하고자 했던 모습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인권 보호는 조약 규정과 함께 EU법상 일차적 연원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관련 자료 : EU법상 인권 보호 체계의 연원과 발전)

"유럽 연합의 핵심 가치는 인권, 민주주의, 법치주의이다. (…) EU의 법적, 제도적 근간이 되는 리스본 협약에는 민주주의, 법치주의, 인권과 근본적 자유의 불가분 원칙 및 보편성, 인간 존엄성의 존중, 평등과 연대의 원칙, UN 헌장과 국제법 원칙의 존중과 같은 원칙을 EU가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앞서 거론된 모든 권리를 하나의 문서로 통합하는 EU의 '기본 권리 헌장'을 통하여 강화되었다." (☞관련 자료 : 주한 EU 대표부 홈페이지)

또 다른 영역이 공중보건으로, 감염병이나 환경 보건을 생각하면 쉽다. 보건에는 과학과 가치의 역할이 크고, 따라서 초국적 기구의 역할은 흔히 협력과 지원의 모양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개입하고 때로 강제할 수 있다. 여러 국민 국가의 평균이나 국내 사정, 이해관계보다는 국제 표준과 규범이 더 자주 동원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U와 영국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 런던보건대학원의 마틴 맥키와 마이클 골스워시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의 공중보건은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 자료 : Brexit : a confused concept that threatens public health) 영국이 따로 시행할 보건 정책이 EU가 환경을 규제하고 흡연 정책을 추진하며 공공보건 정책을 지원하는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이유다. 

대표적 예가 공기의 질 문제다. EU는 영국 정부에 공기의 질에 대한 법을 만들 것을 요구해 왔다. 2015년 현재 런던의 모든 자치구 가운데에 EU가 정한 이산화질소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 2개뿐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EU의 역할은 사라지고, 영국은 '주권'을 회복했다. 공중보건이 후퇴하는 쪽을 택할 것인가? 

인권과 공중보건을 말했지만, 초점은 여전히 국민 국가인지도 모른다. 하나의 국민 국가가 구성원의 좋은 삶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초국가 연합이 국민 국가를 압박하거나 규율하는 것. EU에 속한 각 나라의 인권과 공중보건이 더 나아지는 것이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인권과 공중보건의 영역에서 브렉시트는 국민 국가 영국의 후퇴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궁극적 관심은 EU와 영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분위기와 추세, 계기가 문제라면, 영국과 EU의 후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 국가를 넘어서 모든 이에 해당하는 공통과 보편의 가치가 어떻게 될 것인가? 브렉시트 또는 이것이 촉발할 EU의 후퇴는 초국가 연합이 지향할 수밖에 없는 가치의 후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 후퇴가 자기중심적이지만 경쟁적이고, 고립주의적이지만 동시에 제국주의적이라면? 

우리는 특히 불평등에 주목한다. 이번에도 보았듯이 국내 불평등은 국민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동시에 초국가 연합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중적 방해물로 작동한다. 국가 사이의 불평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극심한 불평등을 그냥 둔 채로 국민 국가는 생존할 수 없으며, 이런 국민 국가들의 연합도 실현될 수 없다. 

영국에서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일부 집단은 분열과 증오와 싸우자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저 한 국민 국가 내에서 분열과 증오를 극복하자는 뜻이라면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로서는 국민 국가를 넘는, 때로 세계 정부에 이르는 협력과 연대,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국제적이면서 동시에 국내적인. 

저 먼 곳에서 일어난 브렉시트의 역할. 비현실적이지만, 새로운 질서에 대한 꿈을 일깨우는 가치가 있다. 어떤 국가 어떤 사회보다 '국민 국가'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브렉시트는 역사적, 그리고 반면의 교훈이다.       


[현지 기고] 영국 국민은 왜 '브렉시트'를 택했나?
2016.06.25 05:22:37

브렉시트, 정치에서 버림 받은 대중의 반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 투표 결정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져 있다. 43년 만의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한 영국 국민 '정치적 결정'이 함의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들은 왜 예상되는 정치적, 경제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선택'을 했을까? 영국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 김보영 영남대학교 교수가 현지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단초를 담은 글을 보내왔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 투표가 종료된 23일 오후 10시, 유럽연합 잔류가 우세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듣고 잠든 영국은 다음 날 아침에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 들었다. 투표자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어제 조사에서 잔류가 52%, 탈퇴가 48%로 나왔지만 오늘 아침 공식 결과는 오히려 탈퇴 52%, 잔류 48%. 정반대로 뒤집어진 것이다.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날 여론 조사 발표 후부터 치솟기 시작한 파운드화는 투표함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폭락을 시작했다. 잔류가 상당히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한 뉴캐슬(Newcastle)에서는 잔류가 겨우 앞섰고, 탈퇴가 다소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된 선더랜드(Sunderland)에서는 탈퇴가 크게 앞섰다. 분위기는 급반전 됐고, 설마는 현실이 되었다.

사실 탈퇴와 잔류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여론 조사를 보면서도 탈퇴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았다. 잔류 진영이나 탈퇴 진영이나 이것이 영국의 미래를 보장하는 방향이라고 주장했지만 탈퇴의 경우 적어도 일시적인 경제적 타격은 피하기 어려운 사실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경제와 안보 불안 경고에도 브렉시트 결정한 영국 국민 

영국 정부는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주요 동맹국 지도자들, 국제통화기금(IMF)부터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 등 주요 경제 기구와 기관들 모두 그렇게 진단했고, 심지어 마지막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장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안보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이번 국민 투표는 '감성적으로는 탈퇴', '이성적으로는 잔류'라는 분위기가 많았다. 반이민 정서가 높다고 하더라도 보다 분명해 보이는 경제적 위험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도 영국 국민은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했다. 그것도 최근 여느 선거보다도 높은 투표율을 보이면서 말이다. 사실 투표 당일 보여지는 높은 투표 열기는 잔류 쪽에 유리한 듯 보였었다. 탈퇴일수록 고령이고 적극적 투표 의사층이었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수록 잔류 쪽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던 것이다.

왜 영국 국민은 경제적 불안, 안보 불안을 감내하면서도 탈퇴를 선택했을까. 그 답은 이 결과에 최대 수혜자로 부상한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 나이젤 패라지(Nigel Farage) 대표의 발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는 유럽연합 탈퇴가 공식 발표된 직후 의회 앞에서 "영국의 주류 정당은 그동안 이민자들로 인해 병원 약속이 밀리고, 학교에 자리가 없고, 소득이 떨어지는 대중들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일갈했다.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물론 그 발언에서 결정적으로 틀린 한가지가 있다. 대중들의 고통의 원인은 이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가 무상으로 운영하는 영국 병원이, 지방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가 어려워지는 것은 현 정부의 극심한 긴축 재정에 원인이 크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이민자는 그렇게 세금 혜택을 받는 것보다 그들이 내는 세금이 더 많다는 것이 여러 통계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또 이민자가 임금에 주는 영향도 최저 임금 수준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여러 연구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현 집권 보수당은 바로 그 긴축 재정을 하고 있고, 현 야당인 노동당은 이전 집권 끝에 긴축 재정으로 이어진 경제 위기를 촉발하였을 뿐 아니라 어떻게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 투표 캠페인 중에 양 진영이 모두 공통되게 듣는 말 중 하나는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 주류 정당들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 영국 국민들은 터져 나오는 경제적 위험에 대한 주류의 경고보다 차라리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이전 총선들보다도 높은 투표율은 주류 정당 중 선택을 하게 되는 기존 선거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민심까지 드러낸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주류 정치가 수용 못한 불만이 반이민 정서로 표출 

하지만 기존 정치가 이들을 외면하는 동안 그 분노는 이민자와 같은 엉뚱한 희생양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결과가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최근 미국의 트럼프를 비롯하여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극우 정치와 맞닿아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와 동시에 어떻게 이를 풀어가야하는지에 대한 함의도 없지는 않다. 사실 탈퇴 진영이 이번 선거 운동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내세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신들의 국가 무상 의료인 NHS를 살리자는 것이었다. 매년 납부하는 엄청난 유럽연합 분담금을 NHS에 사용해서 더 나은 복지를 만들자는 것이 TV 광고에도 쏟아지고 선거 운동 버스 전면에 인쇄된 메시지였다.

물론 분담금 절반 이상은 돌려받거나 어차피 국내에 지원되는 돈이고, 탈퇴를 해도 단일 유럽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분담금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국 말이 안되는 것이었지만 탈퇴 진영의 공통된 주장은 세계화로 인해 악화된 일자리와 복지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서구 복지 국가의 애초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대공황과 세계 대전을 경험한 서구는 무너진 경제와 불안정한 삶을 모두 되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복지 국가를 건설하였고, 황금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세계화된 경제에서 지속성에 위협을 받았던 것이다.

서구 복지 국가가 또다시 직면한 애초의 질문 

하지만 이제 다시 서구 사회는 세계화된 경제 아래 불안정한 경제와 무너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대안을 요구 받고 있다. 새로운 복지 국가와 같은 대안을 찾지 못하는 한 지금과 같은 극우의 부상으로 더 불안해진 세계는 그 대가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고속 성장으로 사회를 유지해왔지만 저성장 아래 각종 극단화되어가는 사회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질문과도 근본적으로 다르지는 않은 것이다.



브렉시트, 진짜 패배자는 '유럽 좌파'

2016.06.28 06:50:03


[기고] 브렉시트(Brexit)가 남긴 교훈 : 금융 권력의 독재

             
영국인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 며칠째 전 지구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즉물적 반응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 국가 프로젝트를 넘어선 범유럽 차원의 '사회적 유럽' 프로젝트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이다. 브렉시트(Brexit)가 역사적으로 중차대한 정치적 사건인 한 이러한 정치적 사건의 배경과 교훈을 살펴보는 것이 우리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영국인의 브렉시트 찬성의 직접적이고 피상적인 이유는 불평등 심화와 증가하는 난민 문제다. 요즘은 낡은 유물처럼 취급하곤 하지만 이러한 사회 문제는 지극히 계급적인 문제이고, 그러한 점에서 사회적 문제이자 정치적 문제이다. 세대 간 투표의 차이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다소 로맨틱한 역사적 해석을 넘어 중산층 이하의 다수 노동자가 브렉시트에 찬성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소 우회해서 그 지점에 다가가 보자.

유럽 통합은 제1차, 2차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소련을 포함한) 유럽과 북미 양쪽의 평화 정착을 위해 카를 도이치, 데이비드 미트라니, 에른스트 하스 등과 같이 유럽에서 영미로 망명한 일군의 학자들, 이들을 후원한 미국 대학의 국제 관계 연구소와 싱크 탱크, 미국 국무부, 윈스턴 처칠과 쿠덴호프-칼레르기 백작 등 유럽 내부의 정치가에 의해 백가쟁명으로 추동된 정치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유럽 연방 국가 프로젝트는 전후의 냉전 질서와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전후 '자본주의 황금시대'의 번영 속에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치적 유럽 통합 프로젝트는 1970년대 세계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단일 시장 통합' 프로젝트로 둔갑되었고,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으로 화려하게 재등장하였다. 이러한 시장 통합의 주역은 금융 자본이었다. 이미 1980년대 영미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시대가 만개하면서 그 유명한 '체키니 보고서'가 강조하였듯 유럽의 금융 자본은 유럽 단일 시장이라는 보고(寶庫)를 놓칠 수가 없었다. 

사법 및 경찰 공동 협력, 내부 시장, 공동의 외교 안보 정책이라는 소위 EU를 지탱하는 세 개의 층은 결국 시장의 기능을 최적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총성 없는 시장 전쟁을 이끌어가는 주력 부대는 유럽중앙은행과 각국의 중앙은행이었다. 시장의 행위자들이 흔히 그러하듯 이들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내세워 탈정치성을 강조하면서 개별 국가의 재정 자율성을 현저하게 제약하였다. 

재정 적자를 GDP 3% 이하로 유지해야만 하는 유로존 국가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사례에서 보듯 경제 주권을 침탈당하기에 이르렀다. 피에르 부르디외와 같은 진보적 지식인이 유럽중앙은행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한스 티트마이어 전 독일중앙은행 총재를 신자유주의의 주범으로 지목했던 것은 이러한 배경에 근거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부분적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폈음에도 기본적으로 유럽중앙은행의 시장 독재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과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면서 철저하게 금융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였다.

이러한 국면 전환의 이면에는 유럽의 시장화 모델이 역설적으로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 정당을 비롯한 진보 정당과 거대 노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었다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1970년대에 보수주의자로부터 '노조 국가'라는 푸념을 들을 만큼 유럽의 전후 자본주의 질서는 강력하게 조직화한 노조의 힘에 기대어 국가별로 독특한 복지 국가를 구축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유럽의 개별 국가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정쟁에서 패배하고 세계화라는 자본의 전략에 맞서기 위해 사민당, 녹색당 그리고 유럽의 거대 노조는 더 적극적으로 유럽이라는 사회적 공간으로 뛰쳐나가 '사회적 유럽'을 건설하려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반면, 역사적 경험에 근거해 유럽 보수 세력의 단일화에 대한 회의적 전망을 견지한 사민당 왼편에 있던 좌파 정당은 오랫동안 유럽 통합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사민당과 거대 노조의 선택은 시장의 유럽화에 대항하여 '민주적' 유럽을 지켜내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였으며, 그러한 점에서 위르겐 하버마스, 에티엔 발리바르와 같은 유럽의 지식인은 이러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도 하였다. '사회적 유럽' 프로젝트는 1997년 조인된 암스테르담 조약에 '사회 헌장'을 추가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하였으나 더 이상의 커다란 진전은 없었다. 

대부분의 시민 사회는 유럽 시장 통합의 위력을 조기에 인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20세기 중반 조직화한 노동자(노조)를 기반으로 자본주의 위기관리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복지 국가의 구축에 기여했던 유럽의 사민주의자는 어느덧 가에타노 모스카가 지적했던 엘리트 '정치 계급'으로 전락하였으며, 소위 '제3의 길'을 주창하였던 신사민주의자는 2007년에 공식 합의된 리스본 조약을 통해 유럽 시장의 현대화라는 미명 아래 금융 시장화를 전면화하는데 일조하기도 하였다. 

이번 영국의 국민 투표에서도 확인되었듯 가장 큰 변화의 조짐은 오늘날의 자본주의 아래서 급격히 진행되는 계급 구성의 변화이다. 유럽 전반에 걸쳐 반이민 전선에 앞장선 사람은 대부분 산업 사회의 시민적 규범에서 배제된 채 살아가는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자)'이다. 이들은 단기적 이윤을 추구하는 금융 시장화의 희생자로서 거대 노조의 통제(혹은 관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다. 

비정규 일자리에 내몰리고, 사회적 안전망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지만, 정작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은 난민을 볼모로 잡아 무책임한 정치 공세를 펴는 포퓰리즘 극우 정당이나 그리스의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처럼 매우 급진적인, 그러나 조직화된 노조의 기반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정당이다. 

문제는 전면적 산업 구조 조정이 심화할수록, 금융 자본의 규율이 심화할수록 이러한 노동자 계층은 양적으로 점점 더 증가하지만, 사회적 갈등의 해법은 더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들은 노동의 헤게모니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브렉시트 이후 프렉시트(Frexit), 넥시트(Nexit)라는 말이 뒤이어 유행할 만큼 서구 사민당과 유럽의 거대 노조는 그동안 사회적 유럽의 전망을 유럽의 노동자에게 설득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였고, 성공하지도 못했다. 

유럽 사민당과 노조가 오랫동안 (사회적) 유럽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였기에 이번 브렉시트 찬성의 결과는 단지 영국 노동당만의 책임이라고 보는 건 유럽 정세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 브렉시트는 그러한 점에서 자본주의 위기관리에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자본주의가 민주적 얼굴을 지니게 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였던 (넓은 의미에서) 서유럽 사민주의와 조직화한 노동 운동의 잠정적 패배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노동자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상실한 유럽 사민당과 거대 노조의 문제는 이미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각종 선거에서 서유럽 사민주의 정당의 지속적인 정치적 패배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당장 국민 투표의 결과로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한 영국 노동당 당수인 제러미 코빈도 이러한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 문제는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해서 발생하지만 역사적 해법은 동일할 수 없다. 정치적 주체가 역사적 시기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서유럽 복지 국가의 번영이 '갈등의 제도화'뿐만 아니라 정치적 주체로서 사민당과 거대 산업별(산별) 노조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화된 자본주의'에 기반을 두었다면 오늘날 '정상 자본주의(ordinary capitalism)'로 회귀하는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 문제의 해결은 과거보다 훨씬 이질적인 노동자 계층으로 구성된 프레카리아트를 정치적으로 조직해야 하는 난제와 마주하고 있다.

현존하는 자본주의는 생산 구조와 노동 시장의 다변화를 통해 사회 문화적으로, 심지어는 정치적으로 매우 이질적인 노동자를 만들어내고 이들의 연대를 방해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조직화된 노동의 정치적 동력을 현저하게 제한하였다는 점에서 노동의 프레카리아트화는 자본의 세계화 전략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유럽 경제 질서의 붕괴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자본은 언제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오는 데 일정한 학습 능력을 획득하였기 때문이다(물론 항상 성공적이진 않다!). 브렉시트의 진정한 위험은 사민당, 녹색당 등의 중도 좌파가 주도한 국제 연대의 실험으로서 사회적 유럽 프로젝트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더 급진적인 좌파의 브렉시트 찬성 의견도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자본은 이미 유럽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민주적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2016년 6월 4일자 <가디언>에 기고한 그리스 전 재무부 장관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영국의 EU탈퇴 반대 의견은 바로 그러한 딜레마를 반영하고 있다.



영국은 왜 유럽에 'NO'라고 말했나?

2016.06.28 11:39:51


[해외시각] 유럽의 진정한 평화와 민주주의

             

다음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이 난 이후인 지난 6월 25일(현지 시각)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호주의 존 필저가 본인의 웹사이트에 게시한 "왜 영국은 유럽에 'no'라고 말했나"라는 제목의 칼럼에 실린 주요 내용이다.

필저는 이 글에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19세기 식민지 시대 때의 제국 논리가 "세계화"된 오늘날의 시기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유럽연합도 이러한 논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영국 내에서는 중산층과 그렇지 않은 서민층의 격차가 커지고 있고, 이것이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나타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보통 사람들이 기성정당들과 기업, 금융, 언론을 지배하는 소수 독재자들에 의해 멸시당하는 것을 거부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유럽연합 잔류 운동을 이끌었던 정치인들의 이율배반을 꼬집기도 했다. 조지 오스번 재무장관이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공공서비스 투입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협박한 일이 대표적이다. 필저에 따르면 '유럽의 이상'을 떠벌리며 잔류를 주장한 그들의 진짜 모습은 귀족계층이며 시대정신을 이끌어간다는 오만에 가득차 있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당수 역시 이번 국민투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옹호하기에 급급했다고 필저는 비판한다. 잔혹한 긴축정책, 국민의료제도의 피폐화, 결과적으로 난민 문제를 야기한 전쟁에 미국과 함께 참여한 영국 정부의 정책에 좌파의 지도자 코빈이 입을 다물었다는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든 어리석은 선택이든 브렉시트는 이제 현실이다. 필저의 칼럼은 유럽인들의 민생과 안보를 위협하는 진짜 적이 누구인지를 분별하는데 도움을 얻을만하다. (☞원문보기)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지지자들이 지난 24일(현지 시각)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영국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인들의 다수가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겠다고 결정한 이번 브렉시트 선거는 민주주의의 원형을 보여주는 행위였다. 수백만의 보통 사람들이 주요 정치 정당들과 기업, 금융, 언론 등을 지배하는 소수 독재자들에 의해 멸시당하는 것을 거부한 결정이었다.

이는 큰 의미에서 보자면 유럽연합 잔류 운동을 벌였던 옹호자들의 거만함에 당혹스럽고 화가 난 사람들의 투표였다. 그리고 이는 사회 전반적으로 영국 시민들을 분할시켰다. 1945년 NHS(National Health Service, 영국 국영 의료제도)라는 역사적인 개혁의 마지막 요새가 보수당과 자신들의 삶을 위해 싸웠던 노동당 지지자들에 의해 전복당했다.

영국의 구체제와 유럽 은행 마피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지 오스번 재무장관은 사람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투표한다면 공공 서비스에 투입될 예산 3000만 달러가 삭감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충격적인 규모였다.  

이민자(문제)는 인기에 영합한 정치인뿐만 아니라, 커져가는 인종주의와 관련해 존경받을 만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노동당 정치인들에게도 이용당했다.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중동에서 도망치는 이유는 영국, 미국, 프랑스, 유럽연합, 나토의 제국주의적인 침공 때문이다. 이들은 예전에 유고슬라비아를 의도적으로 파괴했고, 팔레스타인이 살던 지역을 강탈했으며 이스라엘을 만들었다. 피스 헬멧(Pith helmets, 더운 국가에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쓰는 흰색 모자)은 사라졌지만, 피는 결코 마르지 않고 있다. 

19세기, 식민지의 유용한 정도에 따라 달라졌던 국가와 사람들에 대한 경멸은 오늘날 "세계화"의 핵심으로 남아있다. 부자를 위한 뒤틀린 사회주의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본주의가 나왔고 자본을 위한 자유는 있지만 노동을 위한 자유는 없었으며,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과 정치화된 관료 등이 나타났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자업자득이 되어 유럽으로 돌아왔는데, 토니 블레어(전 영국 총리, 노동당)와 같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권력을 빼앗았으며 이들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6월 23일 영국인들은 더 이상 말로 하지 않았다.

"유럽의 이상"(European ideal)을 선전하는 주요 인사들은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라 런던이 곧 영국이라고 인식하는 귀족적인 계층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리버럴(liberal)하고 현명하며 21세기 시대정신을 일구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의 진짜 모습은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를 우월하게 생각하는 중산층이다. 그들은 유럽연합이 비민주적이며, 사회적 부정의와 신자유주의로 알려진 유해한 극단주의의 원천으로 유럽연합을 바라보는 이들을 비웃었다. 

이 극단주의의 목표는 영원한 자본주의자의 '신정(神政)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이 국가에서는 사회의 3분의 2인 다수가 각자 분리되고 빚을 지게 될 것이며, 기업에 의해 관리를 받는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해도 가난한, 영원한 '워킹 푸어'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오늘날 영국에서는 가난한 아이들의 63%가 가족 중 1명만 일을 하는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영국 제2의 도시인 맨체스터에는 6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극단적인 가난을 경험했다. 그리고 160만 명의 사람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미디어, 특히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 등 엘리트층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BBC와 같은 매체에 의해 통제된 중산층에게는 이러한 사회적인 재앙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운동 기간 중 통찰력이라고는 거의 없는 분석들이 "유럽을 떠나는 것"에 대한 상투적인 집단적 흥분 또는 공포 상태에 침투하도록 허락받았다.

투표가 끝난 후 BBC의 한 라디오 리포터는 그의 오래된 친구인 피터 만델슨에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쁜 선택을 한 것일까?"라고 물었다. 여기서 그가 말한 "이 사람들"은 영국인의 다수다.  

피터 만델슨은 전쟁 범죄자인 토니 블레어가 남긴 "유럽연합"의 영웅 중 한 명이다. <가디언>은 한 때 블레어를 "불가사의" 하다면서 탐욕스러운 그의 전쟁 "계획"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투표 다음날 칼럼니스트 마틴 케틀은 대중에 의한 민주주의 오용에 대해 브레히트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국민투표가 영국에 나쁘다는 데 확실히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불명확하지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BBC의 한 리포터가 언급한) "이 사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는 것처럼 말이다. 케틀은 "국민투표는 정치 영역에 낮은 적합성을 부여했다"면서 "국민투표의 결정은 무자비한, 냉혹한 것이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케틀이 말하는 종류의 냉혹함은 그리스에서 발견된다. 그리스는 국민투표를 했고 그 결과는 무시됐다. 영국의 노동당처럼, 시리자 정부의 지도자는 부유하고 높은 특권을 가진, 교육받은 중산층이자 속임수를 잘 손질하며, 포스트 모더니즘을 정치적으로 배반한 결과물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부패한 유럽연합과 협상에서 "더 나은 조건"을 찾으라고 그들의 정부에게 요구하기 위해 대담하게 국민투표를 사용했다. 유럽연합은 그들의 나라 밖에서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들은 배신당했고 영국인들도 배신 당할 것이다.

지난 금요일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빈은 BBC에서 유럽연합 잔류 운동의 동지인 데이비드 캐머런 현 총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코빈 당수는 역겨울 정도로 지나치게 캐머런 총리의 "존엄"을 칭찬했고, 캐머런 총리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 점, 그리고 '피의 일요일' (Bloody Sunday,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런던데리 시에서 영국군이 시민권을 주장하는 시위대에게 발포, 14명이 사망한 사건) 때 사망한 희생자들의 가족들에게 사과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코빈은 캐머런이 (영국 내) 불화를 일으킨 점, 잔혹한 긴축 정책, NHS를 보호한다는 거짓말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캐머런 정부가 전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상기시키지 않았다 : 영국의 특수 부대가 리비아에 파견됐고 폭탄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했고 결국 이것이 세계 3차 대전을 불러올 수 있는데 말이다.

국민투표가 있던 주에 영국 정치인과 언론,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을 인지하지 못했고 언급하지도 못했다. 푸틴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의 옛 소련 침공 개시 75주년인 지난 22일 소련 승리는 세계 2차대전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소련의 승리는 27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른 결과였다.

푸틴은 현재 러시아의 서쪽 국경선에 나토의 군대와 전쟁 물자가 광적으로 강화되는 것이 세 번째 바르바로사 작전과 같다고 비유했다. (바르바로사 작전은 지난 1941년 6월 22일 독일 나치군이 소련과 맺은 불가침 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한 사건이다.) 특히 폴란드에서의 나토 훈련은 나치의 소련 침공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군사 행동이었다. 이번 훈련 이름은 '아나콘다' 작전인데,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을 가정하고 훈련을 했으며, 아마 핵 무기도 있을 것이다.  

국민투표 전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이 유럽연합을 나가면 "평화와 안전"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와 캐머런, 오스본, 코빈, 오바마와 영국 은행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무시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아마도 유럽에서 진짜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타격을 줄 것이다. 



(번역=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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