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예술

‘오피셜’입니다 기사가 잘못됐어요

일취월장7 2015. 7. 3. 11:37

 

‘오피셜’입니다 기사가 잘못됐어요

이제 포털 기사 댓글 최상단은 정부나 기업의 공식 입장이 차지하게 되었다. 포털은 이해 당사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당장 정부나 기업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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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호] 승인 2015.07.03  09:02:11

 

다음카카오가 ‘오피셜 댓글’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포털사이트에 전송된 기사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반론을 일반 댓글과 달리 기사에 바로 달아서 도드라지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도 이와 유사한 ‘공식 의견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6월1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주관한 ‘온라인 대변인 정례회의’에서 양 포털 회사가 발표한 내용이다.

포털사는 온라인 미디어가 난립하고 인터넷을 통해 오보가 빨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의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는 다음카카오 측은 웹툰 서비스에 작가들이 직접 댓글을 달아 최상단에 노출했을 때 반응이 뜨거웠던 것에서 착안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기업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반론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할까? 정부나 기업이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정부나 기업은 해당 기사에 댓글로 반박할 수 있고,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잘못된 내용을 알릴 수 있으며,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할 수도 있다. 해당 언론사에 정정을 요구할 수도 있고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거나 명예훼손 소송을 걸 수도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  
ⓒ시사IN 신선영

 
반면 ‘오피셜 댓글’이 도입될 경우 당장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나 기업이 기사를 반박하는 글을 기사 상단에 걸어두면 누리꾼들이 이를 보고 입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뉴스 유통업자인 포털사가 뉴스 생산자가 판단해야 할 대목까지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는 견해도 있다.

당연히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런 논쟁적인 서비스를 포털 회사가 자발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특히 다음카카오의 경우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카카오에 합병된 이후 지속적으로 기존 서비스를 없애오다가 오랜만에 발표한 신규 서비스가 ‘오피셜 댓글’이었기 때문에 의구심은 더 커졌다.

얼마 전 포털사들이 뉴스 서비스에서 제외할 언론사를 심사할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을 때도 청와대 압력설이 나왔다. 포털사들이 평가위원회를 12월까지 꾸리기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평가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처럼 또 하나의 검열기구가 되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포털에서 제외해 영향력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이재웅씨가 트위터에 남긴 글도 논란을 부채질했다. 6월16일 이씨는 “뭔가 잘못한 게 있으면 당연히 조사받고 세금을 내야겠지만 왜 다음, 다음카카오 세무조사는 광우병 첫 보도 25일 후, 세월호 참사 10일 후 그리고 그게 마무리된 지 1년도 안 되어서 메르스 발병 26일 후에 실시할까”라는 글을 남겼다. 이를 본 누리꾼 사이에서 다음카카오에 압력이 세게 가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과연 정부의 압력은 있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미디어본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한 인사는 “이번 개편만 보지 말고 전체적인 맥락을 보아야 한다. 다음 아고라나 다음 뷰(메타블로그 서비스) 등이 주목받을 때 갑작스러운 서비스 개편이 있었고 서비스를 개편할 때마다 누리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줄어들면서 공론장 기능을 잃곤 했다.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당시 다음 아고라는 대표적인 공론장이었다. 누리꾼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글이 노출이 잘 되는 상단에 배치되는 방식이었다. 누리꾼들은 자신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 부각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두각을 드러낸 사람이 바로 ‘미네르바’였다. 그런데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편집 정책을 바꾸어 누리꾼들이 추천하는 글과 반대 견해의 글을 대립 구도로 편집하면서 누리꾼들의 참여가 줄었다.

포털의 인위적 개입이 왜곡시키는 여론 시장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는 메타블로그 서비스인 다음 뷰를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처음에는 블로거의 글도 일반 뉴스처럼 메인 화면의 중심에 놓일 수 있었지만 페이지 하단으로 따로 분리했다. 그 뒤에는 자동 노출되는 글 중에서 ‘시사’ 관련 글을 제외해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한때 ‘1인 미디어 시대’의 주역으로 불리던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다음 아고라와 다음 뷰의 사례는 포털사의 인위적 개입이 여론 시장을 얼마나 왜곡시킬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털사이트에 전송된 뉴스의 경우 누리꾼들로부터 추천을 많이 받은 ‘베스트 댓글’이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스트 댓글이 기사에 우호적이면 누리꾼들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반대로 적대적이면 누리꾼들의 태도도 적대적인 양상을 보이곤 한다. 정부와 기업의 반박 글이 베스트 댓글처럼 편집된다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정부나 기업의 섣부른 반박이 누리꾼들의 전투 의지를 더 부채질할 수도 있다. 실제 다음 아고라에서 정부의 엉성한 반론을 상단에 편집해주었을 때 반대 의견을 내는 누리꾼들이 더 결집되기도 했다.

‘오피셜 댓글’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그게 무엇이든 인위적으로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제3기구’가 언론사를 심사한다?

5월28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개최한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설명회’는 성토의 자리였다. 이날 참석한 임선영 다음카카오 이사와 유봉석 네이버 이사는 뉴스 제휴 언론사 선정을 언론 유관단체로 이루어진 제3기구에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은 각 사의 기준에 따라 판단했지만, 공동의 평가위원회에 선정 권한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자구책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간행물로 등록된 매체는 1만8000여 개. 이 가운데 1000여 업체가 두 포털사이트와 제휴를 맺었다. 제휴 심사에서 떨어진 언론사는 기준에 불만이 많다. 기사를 빌미로 광고비를 요구하는 협박성 매체에 대한 기업체의 항의 역시 만만치 않다.

‘뜨거운 감자’는 어뷰징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같은 기사를 반복해서 전송하거나 동일 키워드를 게재해 검색에 자주 노출되도록 하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에 대한 매체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일부 언론사는 어뷰징을 유도하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자체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서비스를 개선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반대로 그 제도를 통해 덩치를 키워온 매체도 있어서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포털 측은 공간이 주는 효용과 가치를 언급하며 부정적 이슈를 줄여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임선영 다음카카오 이사(왼쪽)와 유봉석 네이버 이사가 뉴스 제휴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임선영 다음카카오 이사(왼쪽)와 유봉석 네이버 이사가 뉴스 제휴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한 미디어 전문지 기자는 “실시간 검색 서비스가 나온 지 10년째다. 여론 지형을 보여줄 수 있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 공급자만의 문제인지, 사용자들도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인지 같이 봐야 한다. 단지 언론사가 싫다고 해서 한 서비스가 사라지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어뷰징하는 언론사를 검색 결과에서 안 보이도록 설정하는 등 기술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 온라인 매체 기자는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다 달라 한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많은 언론사가 포털사이트를 통해 유입되는 페이지뷰에 수익을 기대는 형편이라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2013년 네이버가 뉴스 스탠드 서비스를 도입한 후 일부 매체의 수익이 반 토막 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의 미디어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국내 언론의 현실을 보여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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