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지대'를 제안한다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지대'를 제안한다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과 평화네트워크가 각각 창간 18주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동행' 토론회를 엽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부침을 거듭해온 북핵 협상을 복기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합니다.
토론회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발제, 그리고 발제자들을 포함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종대 정의당 의원,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종합토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정욱식 대표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방편으로서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 및 한반도 평화협정의 조건들을 제안합니다. 김동엽 교수는 지난해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올 2월 하노이 북미 담판의 결렬,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7월 이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대남 막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추적하면서 올해 안 북핵 협상의 진전 가능성을 전망합니다.
아직, 한반도 평화 동력이 불안함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체제의 핵심을 확고하게 붙잡고 남과 북이 주동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남과 북의 화해와 공존입니다.
다음은 정욱식 대표의 발제문 전문입니다.
1. 능라도의 다짐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김정은 위원장과 확약했습니다."
2018년 9월 19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 마련된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이 경기장에는 약 15만 명의 평양시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문 대통령의 연설대 옆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부도 앉아 있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위와 같이 역설했다. 그의 연설에 15만명의 평양 시민들은 모두 일어나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이해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2018년 남북관계 최고의 명장면으로 이것을 뽑은 까닭이기도 했다. 그리고 상기한 내용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게 실화냐’는 감동어린 탄식이 나온 지 1년이 넘게 지났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확약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북한이 15만명의 주민들을 집결시켜 문 대통령에게 역사적인 연설 기회를 제공하고 평양 주민들이 열렬히 환호한 이유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탓이 컸다.
문 대통령은 아마도 능라도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평양시민의 눈에 비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자 '원자탄 피난민 2세'였다. 1950년 12월 흥남부두 철수 작전의 이면에는 미국의 공개적인 핵전쟁 위협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필사의 탈출을 위해 흥남부두를 향해 몰려든 약 30만명과 탈출에 성공한 약 9만3천명의 북한 주민들 속에는 훗날 문 대통령의 부모도 있었다. 이러한 역사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 문재인 대통령은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 마지막 날,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을 가득 메운 15만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리는 핵을 가진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두고 10여년 정도 고민해왔다. 그런데 북한은 핵위협을 가해온 미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두고 70년 가까이 골몰해왔다. 전세계에서 가장 깊이 지하철도 파고 전국토도 요새화했다. 그만큼 미국에 대한 두려움이 길고도 깊었다. 이를 외면하고 무시해온 사이에 북한은 결국 '신의 불'을 달구고 보습을 쳐서 칼을 만들어 미국에 두려움을 돌려주기로 결심했다. 북한은 또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자고 때로는 읍소를, 때로는 협박도 했지만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적어도 2017년까지는 이랬다.
친북적인 주장이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혐의(?)를 씻고자 미국 언론의 보도 두 가지만 소개한다.
그렇다. 우리가 북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고 싶지 않다면, 70년 가까이 북한의 머리 위에 있어왔던 미국의 핵위협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정전 상태를 어떻게 평화체제로 전환할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북핵의 뿌리를 캐낼 수 있다. 능라도의 다짐과 감동을 실화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어떻게 하면 또다시 한반도 평화를 '희망고문'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가능한 평화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두 가지 경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최종 상태(end state)'를 '이미 존재하는' 비핵지대로 실현해보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올해 내에 평화협정 협상을 개시하고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내년에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다. 이들 두 가지를 포함한 여러 가지 현안과 쟁점의 해결 방안은 '가상의 합의문'에 담아봤다.
때마침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하노이 노딜의 충격을 딛고 북미 회담에 임하려고 한다. 트럼프는 노딜의 주역인 존 볼턴을 경질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 한다. 문재인 정부도 심기일전하여 모종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아래에 소개할 대안이 작은 도움이나마 되길 바란다.
2.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을 주창하는 이유
(1) 비핵화 VS 비핵지대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비핵화'는 한반도에만 적용되어온 표현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어온 용어는 '비핵화'가 아니라 '비핵무기지대(nuclear weapons free zone, 이하 비핵지대)'이다. 1970년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뿐만 아니라 각종 유엔 문서에서도 비핵지대가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중남미,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지역'뿐만 아니라 개별국가인 몽골도 비핵지대이다. 그런데 왜 한반도에서는 비핵지대가 아니라 '비핵화(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이 사용되어온 것일까?
이른바 '북핵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1991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북핵 대처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자 한미 양국은 협의에 들어갔다. 노태우 정부에선 김종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선 폴 월포위츠 국방부 차관이 수석 대표로 나서 8월 6-7일 하와이에서 협의를 가졌다. 해제된 미국의 비밀문서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월포위츠는 "북한이 제안해온 비핵지대는 북핵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고 김종휘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월포위츠는 "비핵화"를 제시했다.
미국은 왜 그랬을까? 이는 당시 비핵국가이자 NPT 회원국이었던 남북한의 권리, 즉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는 금지하고 핵보유국인 미국의 의무는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992년 남북한이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는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의 의무 사항은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한반도 핵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이 빠진 비핵화 선언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면 비핵지대 조약에선 핵보유국에게 비핵국가에 대한 핵 불사용 약속과 지대 내 핵무기 배치 금지 등을 포괄한다. 이에 따라 미국이 "조선반도 비핵지대"에 동의하게 되면 한반도와 그 인근에서 누려왔던 특권적 권리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질 터였다. 여기서 특권적 권리란 미국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핵 선제공격 옵션을 유지하고, 핵무기와 그 투발수단을 한국에 재배치하거나 일시적으로 전개·경유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비핵화의 정의와 최종 상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북미간의 공방에 핵심적인 사안에 해당된다.
(2) 비핵지대를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이자 최종 상태로
그렇다면 비핵지대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이자 최종 상태로 삼으면 70년을 훌쩍 넘긴 한반도 핵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나는 이게 '가능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비핵지대는 남북한이 "비핵지대 내" 당사자들로 조약을 체결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공식적인 핵보유국들이 "비핵지대 외" 당사자들로 이 조약에 참여하는 구도를 일컫는다. 이러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와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 비핵지대가 비핵화의 정의 및 최종 상태를 둘러싼 북미간의 동상이몽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북미간에는 비핵화의 최종 상태는 물론이고 정의 자체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도 인정하는 바이다. 가령 비건은 "우리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합의된 정의를 갖고 있지 않으며 비핵화 정의 합의를 매우 중요한 출발점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우리가 비핵화의 정의에 먼저 합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정의 합의를 다른 사안들에 대한 합의 및 이행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정의한 비핵화는 통상적인 의미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북한에게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 그리고 이중용도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두고 "무장해제 요구"라고 반발해왔다. 더구나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에 미국의 대북 핵위협 해소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을 줄곧 요구해왔다. 이는 곧 비핵화의 정의 및 최종 상태에 대한 합의가 시급한 반면에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반도 비핵지대를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이자 최종 상태로 삼으면 이러한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한반도에 국한되어 특수하게 사용되어온 비핵화와 달리 앞서 소개한 비핵지대에는 국제법적으로 통용되어온 정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북한이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국제적으로 통용되어온 비핵지대를 조합해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북미간에 비핵화 합의에 도달한다면 그 내용은 비핵지대와 상당히 유사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비핵화의 정의와 최종 상태를 두고 헤맬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비핵지대를 비핵화의 정의와 최종 상태로 삼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더구나 비핵지대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확보할 수 있어 '지속가능한 비핵화'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이다.
둘째,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이 가장 완벽에 가까운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과거와 현재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더라도 미래의 핵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에는 미래에도 기술, 자원, 인력이 남아있게 될 것이 때문이다. 비핵지대는 북한의 이러한 잠재력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것을 봉쇄하는 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조약이 체결되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뿐만 아니라 남북한 핵검증 체제 구성에 따라 한국의 검증도 받아야 한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국제법적 구속력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북한의 조약 위반시 더욱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핵 합의 역사상 국제법적 구속력을 확보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전임 정부 때보다 강력한 합의를 원하는 트럼프에게도 매력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비핵지대 조약 체결이 미국의 대북 핵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점이다. 약 7천개에 달하는 미국이 핵무기와 그 투발수단을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북한이 요구해온 "미국 핵위협의 근원적인 해소"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의 완전한 핵폐기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핵지대 조약이 필요하다. 이 조약을 체결하면 미국의 대북 핵 불사용 및 불위협 약속에는 국제법적 구속력이 부여되고,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 및 그 투발수단을 배치할 수도 없게 된다. 지금까지 미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에 소극적 안전보장을 약속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지대 조약 체결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기실 비핵지대는 북한이 주장해온 "조선반도 비핵화"와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비핵지대를 주창하면 보수 진영의 색깔론 공세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비핵지대는 친북적인 주장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이들, 특히 보수 진영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북한의 핵포기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내용적으로 북한이 주장해온 비핵지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최대의 압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을 실현하는 것이기에 김정은에게 '명예로운 선택'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넷째, 한반도 비핵지대는 평화협정 협상시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미동맹은 평화협정 체결시 주한미군의 지위가 불안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북한과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은 남북미중이 '전략 자산 없는 주한미군'이라는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국은 '전략 자산이 없는'에 중국은 '주한미군'에 불만을 품을 수 있지만, 이는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평화협정의 최대 걸림돌로 간주되어온 미중 패권경쟁에서 한반도 문제를 분리시키거나 패권경쟁을 완화하는 방법도 이러한 방식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다섯째, 한국의 안전보장 측면에서도 큰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 이후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핵위협에 대비해 미국의 핵우산을 비롯한 강력한 한미동맹은 계속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이후에도 핵우산이 명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비핵화 달성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 뿐만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을 상대로 핵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과도한 위협 인식이다. 한반도 비핵지대는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일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비핵지대 창설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핵보유국들의 남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이야말로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식이다. 4.27 판문점 선언에서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유엔은 비핵지대와 관련해 "지대 내 국가들의 자유로운 협상 결과에 기초"하고 "핵보유국을 비롯한 지대 밖의 국가들도 지지·협력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한반도 비핵지대의 지내 내 국가들은 바로 남북한이다. 이에 따라 북미간의 합의를 전제로 남북한이 비핵지대 협상에 착수하고 핵보유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비핵지대 조약이 체결되면 유일한 피폭국가이자 비핵 3원칙을 내세워온 일본 역시 비핵지대 조약 참여에 강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3+3', 즉 남북한과 일본이 '지대 내' 국가로, 미국, 중국, 러시아가 '지대 밖' 국가로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폐기(INF) 조약을 파기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대단히 중요하다. 미국이 중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만들면 한국과 일본은 유력한 배치 후보지가 될 수밖에 없는데, 한반도, 더 나아가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은 이러한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아이디어는 좋지만 현실성이 없다?
이처럼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은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은 떨어지는 제안일 수 있다. 미국이 동의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핵지대가 '미션 임파서블'로 불려온 북핵 문제 해결 방식이 될 수 있다면, 미국의 계산법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여러 가지 조건을 달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비핵지대 조약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한반도 비핵지대를 공론화하면서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핵지대가 공론화될 경우 미국이 제시할 조건은 우선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한반도 비핵지대 조약 체결시 "남과 북은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비핵지대에는 없는 조항이지만, 미국은 이를 요구할 것이 확실하고 남북한도 여기에는 동의할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은 핵무기를 탑재했거나 할 수 있는 선박과 항공기의 한국 영토·영공·영해 통과나 기항 및 기착 문제를 한국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비핵지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비핵지대에 대한 입장에서 잠재적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존 볼턴의 경질이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에 미국 전략 자산의 한반도 배치와 전개 문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러한 입장의 배경에는 동맹이든, 조약이든, 국제기구든 미국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해선 안 된다는 '미국 우선주의'가 깔려 있다. 이랬던 볼턴의 퇴장은 한반도 비핵지대가 공론화될 경우, 이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가장 큰 반대자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면, 이를 현실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생소한 비핵지대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면서 당사국들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기구를 상대로 설득과 압력을 높여나가야 한다. 나는 특히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을 추진해주길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능라도의 다짐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길이기 때문이다.
3. 한반도 평화협정: 언제 시작해서 언제 체결해야 하나?
(1)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 개시의 시점과 조건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이 지금까지 거의 거론되지 않은 새로운 제안이라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오랫동안 많은 논의와 여러 가지 합의가 있어온 사안이다. 그러나 이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제4조 60항에서는 "3개월 내에" 평화협정을 협의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 한 차례도 실질적으로 협상을 개시한 사례는 없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 시점에 관한 주장과 논의는 있지만, 정작 협상 개시의 시점과 그 조건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중요한 문제이다. 협상 개시부터 체결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평화협정 협상 개시의 적절한 시점은 언제일까? 다른 변수들도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합의와 이행 수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이다. 한미동맹과 미중관계와 같은 변수들까지 평화협정 협상 개시의 조건에 포함시키면 평화협정은 도저히 풀 수 없는 고차방정식이 되고 만다. 반면 남북한과 북미간에는 이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바 있고,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비핵화와 "동시적·병행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평화협정 협상 개시를 비핵화의 수준과 맞추는 것은 현실적이고 타당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당면 과제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의 재구성에 있다. 포괄적 합의의 재구성은 미국의 선택과 집중, 북한의 손에 잡히는 핵폐기 약속, 그리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로 구성해야 한다. '미국의 선택과 집중'은 비핵화에 이것저것 섞어서 비핵화 자체를 어렵게 할 것이 아니라 북핵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손에 잡히는 핵폐기 약속'은 북핵 폐기의 핵심인 핵물질과 핵무기 폐기를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합의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대북 제재 해제 및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근본적인 상응조치도 이와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단계적 이행의 재구성도 필요하다. 북핵 폐기 프로세스를 영변과 같은 '장소'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제안은 장소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영변 이외의 핵 시설, 특히 우라늄 농축 시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방식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의 로드맵을 짜는 데에 훨씬 유용하다.
통상 핵무기 완성에는 5가지의 시설이 필요하다. 핵물질 생산 및 보관 시설, 핵무기 연구·개발 시설, 핵탄두 생산 및 핵미사일 조립 시설, 핵실험장, 핵탄두 배비 시설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북한이 핵실험장은 이미 폐쇄한 만큼, 향후 프로세스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핵물질 생산의 영구적인 중단을 위한 관련 시설의 폐기이고, 2단계는 핵무기 생산의 영구적인 중단을 위한 관련 시설의 폐기 및 핵물질 처리이며, 3단계는 핵무기 및 핵탄두장착 미사일의 폐기이다. 이들 세 가지 조치는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일부 조치는 동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염과 정화를 포함한 핵시설 폐기를 완료하는 데에는 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도 증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협정 협상 시작은 포괄적인 합의와 더불어 1단계 북핵 폐기가 개시될 때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원고 말미 '가상의 합의문'에 담았다. 그 대략적인 내용은 비핵지대에 준거한 한반도 비핵화의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고 북한이 핵물질 생산 시설 폐기를 골자로 하는 1단계 핵폐기 단계에 돌입할 때 평화협정 협상도 개시하자는 것이다.
(2)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시점과 조건
평화협정 체결의 시점과 조건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은 "북한의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 땅을 떠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북한은 전통적으로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평화협정 체결 시기와 관련해 필자는 가상의 합의문에서 한국과 중국의 동의를 전제로 "북한과 미국은 2020년 이내에 남북미중 4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하였다"고 기술하였다. 이에 대해 2020년을 목표 시한으로 제시한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반론이 많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미중 패권경쟁과 한반도 평화협정과의 관계이다. 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 이내"에 평화협정 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중대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미중의 전략적 이해관계 및 경쟁과 연계시키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과 구조'의 문제가 되고 만다. 즉 평화협정 체결은 미중간의 패권 경쟁이 크게 완화되거나 적어도 한반도 문제와 분리될 때 가능해진다는 것인데, 이는 결코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양국 사이의 패권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협정은 비핵화의 수준에 따라 로드맵을 짜는 게 타당하고 또한 현실적이다.
"가능성의 예술"로 불리는 정치외교에서 시간의 중요성은 물리적인 길이가 아니라 화학작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화학작용이 일어나면 1년 내에도 가능하고 그렇지 못하면 5년, 10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말이다. 이에 따라 2019년 이내에 평화협정 협상이 시작되면 1년 안팎의 협상을 거쳐 2020년에 체결한다는 로드맵은 결코 비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평화협정은 평화체제의 일부이지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 사이의 관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입구론'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해 평화체제를 구축해가는 방식이다. 둘째는 '출구론'으로 평화체제를 거의 완성하고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중간 단계론'으로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평화체제의 일부 내용을 합의·이행하고 남은 과제를 담는 방식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8년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체제의 일부 요소는 이미 합의되었고 남북 군사 분야 합의는 상당 부분 이행된 상태이다. 또한 1년 안팎의 협상 과정에서 협정 체결 이전에라도 평화체제의 일부 내용은 합의·이행할 수 있다. 가령 북핵 폐기 수준에 따라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핵무기 및 그 투발수단의 한반도 배치·전개를 금지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평화협정 체결을 평화체제의 '중간 단계'로 상정하면 2020년은 결코 과도한 목표라고 볼 수 없다.
둘째, 평화협정 체결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북핵 폐기가 상당 부분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상의 합의문'에선 비핵화의 북한 측 이행 수준과 관련해 △핵물질과 핵무기 생산의 영구적인 중단을 위한 관련 시설의 실질적인 폐기 △30일 이내에 모든 핵시설의 구체적인 내역과 핵무기 및 핵물질 총량 신고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신고한 핵물질 전부와 핵무기 50%의 처리 △평화협정 체결 이후 6개월 이내에 잔여 핵무기 폐기 완료 등을 제시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핵 폐기는 거의 완전한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북핵 능력의 40-60%를 제거하는 것으로 평가한 미국 국무부 입장에 따르면, 상기한 내용은 북핵 폐기의 진행 수준이 80-90% 수준에 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변 핵시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과 용도의 핵시설도 실질적으로 폐기되고 핵물질의 전체 및 핵무기의 50%를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머지 핵무기도 6개월 이내에 폐기를 완료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정도면 평화협정 체결의 조건은 충족된 것으로 봐야 한다.
물리적으로 볼 때,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 폐기를 이렇게 신속하게 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북한 내에서 폐기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는 대안은 러시아로의 반출이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핵폐기 경험이 가장 많은 나라로서, 관련 노하우와 장비 및 시설, 그리고 운송 수단을 갖고 있다. 또한 북한과 우호협력 관계를 맺고 있고 양국 사이는 철도와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아울러 핵무기 해체 및 폐기는 그걸 만든 사람이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식인데, 북한의 과학자와 기술자가 러시아로 가서 이 작업에 참여하면 된다. 이러한 방식은 비핵화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불가역적인 것이 라고 수 있다.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가 러시아로의 반출이 완료되는 것과 동시에 북핵 폐기가 사실상 완료되는 것이기에 이보다 더 신속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울러 북핵을 인도받은 러시아가 북한에 다시 돌려줄 가능성도 없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한 불가역적 방식이기도 하다. 북핵이 반출되었으나 폐기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는 미국의 약속 이행을 유도할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셋째, 당사자들이 선호하는 입장과 유사한 시간표라는 점이다. 남북미 3자는 트럼프 행정부 임기 1기 만료 이전, 즉 2021년 1월까지 상당한 수준의 문제 해결을 선호한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김정은은 "올해 안", 즉 2019년 이내에 타협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2020년 11월 대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트럼프로서도 재선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확보하려면 조속한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스티븐 비건은 2019년 9월 6일 미시건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1년 내에 중대한 진전을 만들어내는 데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0년은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해이다. 평화협정 체결이 너무 늦어지고 있지만 이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은 해인 것이다.
이러한 해법과 관련해 북한은 이와 같은 수준과 방식의 핵폐기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고, 미국은 2020년에 평화협정 체결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환영하는 방안은 다른 쪽의 반발을 야기하기 십상이다. 반면 내가 취할 조치에 불만은 있지만 상대방이 취할 조치에 만족할 수 있다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 북미 협상에서 한국의 중재자나 촉진자, 더 나아가 주도자 역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 가상의 합의문
아래의 가상 합의문은 상기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 합의문 형식을 빌렸고,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이고 신속하며 동시적인 이행의 조합을 구체화하고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이하 미국) 대통령 사이의 3차 정상회담 공동성명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0월 0일 00에서 3차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두 정상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완전하고 신속하며 동시적으로 이행을 위해 포괄적이고 생산적인 의견교환을 진행하였다. 양 정상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구축된 신뢰가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수립,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북한과 미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공약한 북미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조치에 착수하기로 하였다.
-미국은 30일 이내에 북한 여행 금지조치를 해제하고 북미 양국은 90일 내에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소하기로 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북한의 핵물질과 핵무기 반출이 완료되는 시점에 양국 관계를 대사급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양국 간의 경제와 문화 등 다방면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발굴 확인된 미군 유해의 송환에 사의를 표했으며, 양국은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골 발굴 및 송환을 계속 진행하기로 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대북 여행 금지 조치가 해제되는 즉시, 미국 거주 이산가족의 상봉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기한 합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30일 이내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하였고, 이와 동시에 2011년 3월 이후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적용한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불허 조치도 철회하기로 하였다.
2.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하고 정전상태를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담보를 제공할 것을 확언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면서 어떠한 무력으로도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한국과 사전 협의를 거친 미국은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다자간 협상을 30일 내에 개시하기로 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평화협정의 여타 당사자들인 한국과 중국이 이미 이에 동의를 표한 것에 사의를 표했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 및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2020년 이내에 남북미중 4자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하였다.
3.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조속히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하면서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확언하였다.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와 투발수단을 배치 또는 전개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였다.
-북한은 2020년까지 핵물질과 핵무기의 영구적인 생산 중단을 위해 관련 시설을 실질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
-북한은 30일 이내에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의 폐기를 확인하기 위해 유관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하기로 하였다.
-북한은 1단계 조치로 핵물질 생산의 영구적인 중단을 위한 관련 시설의 폐기에 돌입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30일 내에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인 폐기에 착수하기로 하였다. 또한 북한은 30일 내에 미국의 지목한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의혹 시설에 대한 유관국 전문가들의 현장 방문을 수락하기로 하였다.
-북한은 60일 내에 모든 핵시설의 상세한 내역과 핵무기 및 핵물질의 총량을 신고하기로 하였다. 또한 북한과 미국은 북한의 핵신고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유관국들과 함께 북한의 핵신고 이후 60일 이내에 검증의정서를 채택하기로 하였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신고한 핵물질 전부와 핵무기 50%를 처리하기로 하였고, 평화협정 체결 이후 6개월 이내에 잔여 핵무기 폐기를 완료하기로 하였다. 핵물질과 핵무기는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북한은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유엔 안보리의 제재 해제 결의 채택과 동시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협정에 복귀하고, 그 이후 60일 이내에 IAEA의 추가의정서에도 가입하기로 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하고도 공정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지대 조약 체결을 유관국들과 협의하기로 하였다.
4. 미국은 북한의 경제발전의 필요성과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북한의 발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미국은 3조의 합의 사항의 이행 정도에 따라 북한에 대한 독자적 제재 해결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 문제 해결에 노력하기로 하였다.
-1단계 조치로 미국은 30일 내에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 대북 제재 가운데 북한 주민의 민생과 관련된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로 하였다. 또한 미국의 독자적 제재 조치가 이러한 조치를 이행하는 데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완화하기로 하였다.
-북한과 미국은 북한의 약속 위반시 유엔 안보리가 제재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스냅백'에 합의하였다.
* 위 글은 프레시안 창간 18주년·평화네트워크 창립 20주년 기념 토론회 '한반도 평화를 향한 동행' 발제문입니다.
3차 북미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평화의 입구가 되려면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과 평화네트워크가 각각 창간 18주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동행' 토론회를 엽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부침을 거듭해온 북핵 협상을 복기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합니다.
토론회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발제, 그리고 발제자들을 포함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종대 정의당 의원,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종합토론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정욱식 대표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방편으로서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 및 한반도 평화협정의 조건들을 제안합니다. 김동엽 교수는 지난해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올 2월 하노이 북미 담판의 결렬,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7월 이후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대남 막말에 이르는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추적하면서 올해 안 북핵 협상의 진전 가능성을 전망합니다.
아직, 한반도 평화 동력이 불안함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체제의 핵심을 확고하게 붙잡고 남과 북이 주동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남과 북의 화해와 공존입니다.
다음은 김동엽 교수의 발제문 전문입니다.
2019년에도 한반도엔 수확의 계절 가을이 왔지만 아직은 2018년 맞이했던 가을마냥 풍요로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되어 역사적인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9월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까지만 하더라도 한반도엔 당장이라도 비핵평화가 찾아올 것만 같았다. 올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좌절과 실망 속에서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으로 북미 실무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대남 비난과 '韓 소외론' 보도가 지속되면서 여전히 한반도 비핵평화와 남북관계에 대해선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그래도 연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소식이 끊이지 않았던 2017년 이전을 떠올리면 지금의 비관론은 언감생심이자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정말 힘들었던 시절 생각 못하고 근거 없이 욕심만 내세운 낙관론 탓에 한반도 비핵평화는 희망고문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한반도 비핵평화에 대한 낙관도 비관도 시기상조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과정을 되돌아보며 드러난 남북과 미국의 입장을 면밀히 추적해보면서 어느 시점에 무엇이 잘못되는지와 향후 한반도 비핵평화의 진전 가능성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한반도 비핵평화를 향한 위대한 첫걸음
2018년으로 되돌아가 보자. 11년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을 위해서 북한 최고지도자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우리 측 지역으로 왔다.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남북을 오가는 모습과 도보다리 환담 장면이 전한 전율과 감동은 아직까지도 생생히 남아있다. 양 정상은 판문점에서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천명하고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험 해소,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갈 것에 대해 합의했다. 그 날의 합의를 이행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이 가속화 되고 한반도에 실질적인 평화가 정착되었다.
'판문점 선언' 이후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분단 이래 단 두 번 밖에 열리지 않았던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선언' 이후 두 차례나 더 열렸다. 2018년에만 정상 간의 만남이 세 차례나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남북 정상간 소통이 한 차원 도약하고 신뢰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정상간 합의사항 이행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분야별 남북회담이 진행되었고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해 상시협의체계를 마련해 남북관계 제도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사회‧문화‧체육‧역사‧보건의료‧종교‧언론 등 다양한 문야의 교류협력과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통해 남북화해와 동질성 회복을 위한 토대를 다지고 철도‧도로 연결, 한강하구 공동 이용 추진으로 한반도 공동번영의 기틀도 마련할 수 있었다.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남북관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 이행방안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선언문 5조에 담았다. 남북관계로,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핵화에 대한 남북간 합의라기보다는 남북관계가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의 촉진제이자 남측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평양 공동선언 서명 직후 별도로 두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하고 9월 평양공동선언의 1조이자 별도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했다. 남북관계는 군사문제 합의를 통해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시대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그렸다. 항상 뒷전으로 밀려 있던 남북 군사문제를 앞세워 군사적 위협과 전쟁의 위험을 종식시키고 남북한 주민의 삶에 평화를 일상화하였다. 이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평화에 있어 군사문제를 앞세우는 선군(先軍)적 발상의 전환(paradigm shift)이기도 하다. 평양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의 중심이 5조의 비핵화가 아닌 1조의 남북 군사문제임이 분명하고 지난 한해 남북이 맺은 선언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아야함이 마탕하다.
남북 간 군사적 문제 해결 노력은 남북관계를 단단히 떠받치고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여는 열쇠이자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체제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이다. 경제문제도 중요하지만 군사문제는 분단된 정전협정체제 하에서 남북관계와 비핵화, 북미관계가 상호 동행하고 긍정적으로 병행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도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 데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제시 할 수 있다. 선제적인 군사적 충돌방지 및 군사적 긴장완화 실현 등 적극적인 초기 군비통제정책 시행을 통한 정전협정의 준수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건임에 틀림없다.
1년 사이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싱가포르/하노이)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 역시 놀라운 일이다. 남북 정상의 만남이 남북관계 복원과 정상화를 넘어 비핵화 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을 추동하는 촉진제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판문점 선언' 3조에 명시된 것처럼 남북관계는 이제 더 이상 북핵문제와 북미관계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인도하는 길라잡이다.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를 뒷받침하면서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를 추동하는 촉진제와도 같다.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은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졌지만 위기에 놓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개최할 수 있게끔 했다. 싱가포르 이후 좀처럼 나가지 못하고 있었던 북미대화을 가능하게 했던 것도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힘이다. 비록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간 협상 동력을 유지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입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버팀목임엔 틀림없다.
무엇보다 지난 판문점 선언 이후 1년 반 동안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엔 북한이 있다.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형 발사 이후 북한은 더 이상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고 있다. '판문점 선언' 직전인 지난해 4월 20일, 북한은 병진 노선을 내려놓고 경제건설에 매진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선택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했다. 5월 24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비핵화 방침을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평양 공동선언에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담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최초로 북한의 5.1 경기장에서 평양시민들에게 직접 한반도를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고 연설한 것 역시 북한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와 하노이로 두 번이나 간 것만으로도 북한이 변화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판문점 선언'은 북한이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북한을 품에 끌어안았다.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로동신문
한반도 비핵평화의 험난한 여정
사상 첫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있은 지도 석 달이 훌쩍 지났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성사가 얼마나 계획된 일이었고 우리의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우리 정부의 집요함과 순발력으로 자유의 집에서 53분의 북미대화가 성사되었다고 하더라도 철저히 계획되어 성사된 것으로 자화자찬하기는 어렵다. 북한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에도 굴하지 않은 한반도 비핵평화 설계의 집요함이 한 몫을 했을 것임엔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의도와 북핵 문제의 현상유지를 위한 상황 관리 차원에서 만남을 제안했고 북한이 판문점 회동 전날 밤 협상에서 북미 정상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 정부가 신속하게 자유의 집에 대화 장소를 마련하지 못했을 경우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다.
판문점 상봉을 통해 북미는 실무회담 재개를 약속했다. 북미 모두 내부 정치적 목적이나 상호 대화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서 대화를 통해 하노이 이후 깨진 북미 실무회담을 복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2~3주내 있을 것이라던 북미 실무회담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외형적으로 미국이 실무회담 개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단순히 북한의 시간끌기 협상전술이라기보다 미국이 상응조치가 준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회담에 나와서 협의하자고 여전히 강자의 굴복의 유혹 하에 강요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받은 타격을 교훈삼아 어느 정도의 협상 결과와 성과가 명확하게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협상테이블에 나가지 않으려는 신중함을 보이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마음으로 확인 재확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오히려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계획대로 실시되었고 이를 핑계로 판문점 회동 이후에만 북한이 8차례나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 올렸다.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고 남북관계가 속도를 낼 것 같았던 기대감이 피로감으로 바뀌면서 또 한 번 희망고문이 되어가고 있다. 북미 실무회담이 언제 열리고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언젠가는 열리겠지만 열린다고 좋은 결과를 기대를 단정하기엔 너무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판문점 회동으로부터 멀어질수록 한반도 비핵평화 여정의 험난함을 느낀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금의 상황은 남북관계마저 정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판문점 회동(6.30) 이후 북한의 '韓 소외론' 막말 발언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하노이 노딜을 단순히 북미간 협상 결렬만으로 보지 않고 남측이 9.19 남북 정상간 합의(5조 2항 영변폐기)하고도 사전에 미국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보고 섭섭함과 실망감, 불만을 표출하며 남북간 합의사항 이행을 전체적으로 중단한 것이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하노이 이후 전체적으로 상황을 복기하면서 현 문재인 정부가 나름대로 미국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오판이었음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미국의 의도대로 따라가며 미국의 메시지만 전달하고 있다고 재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게 미국을 설득하는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기란 비현실적이고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것이다.
북한의 '韓 소외론' 막말 발언은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중재 역할을 기대한다거나 더 이상 남한과 관계하지 않겠다는 통미봉남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오히려 남북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한이 북미 사이에서 무언가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오히려 남북관계에 집중해 줄 것을 바라는 간절함일 수 있다. 북한도 2019년 하반기까지 북미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플랜A)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12일 연내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내년에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중국, 러시아,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나가는 새로운 길(플랜B)로 전환을 모색한다고 해도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또 북한의 지난 7월 25일 이후 연일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신형무기 개발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중요하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단순히 미국과 협상국면을 압두고 압박이나 기싸움으로 보기 어렵고 남한에 대해서도 군비증강이나 연합훈련 중단 요구만으로 해석하기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오히려 하노이 이후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정상 통치행위이자 대내적인 의도와 목적이 우선으로 보인다. 비핵화 의도의 공개와 병진노선을 결속한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안보우려 해소와 군 사기 측면에서 최고지도자의 정상적인 대내 통치행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최근 공개 신형무기 4종 세트가 가진 응징보복 능력 확보로 일정 부분 자위력과 억제력을 가졌다고 보고 더 이상 재래식 군비 투여를 제한하면서 오히려 우리측에 접경지역 포병전력 이동 등 군비감축을 선제적으로 제기해 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의 총참모장이 포명국장 출신인 박정천이 기용되고 작전총국 성원의 상당수가 교체된 것 북한의 군사전략전술의 변화뿐만 아니라 향후 대남군사협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는 군사적으로도 우리의 군사력 증강과 연합훈련에 맞대응하면서 작지만 확실한 재래식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북한판 국방개혁이자 군사혁신이다.
한반도 비핵평화의 입구와 오르막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29일 화성 15형을 발사한 이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실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핵무기 생산과 관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사일에 실어 충분한 거리를 날릴 수 있는 보다 더 작고 가볍고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핵탄두를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핵실험도 필요하다. 특히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에 대해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핵무력의 기술적 향상이 '미래핵'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그리고 이와 관련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관련 시설을 폐기하는 것이 바로 '미래핵'의 제거이고 핵무력의 질적 향상을 차단하는 것이다. 북한의 미래핵은 이미 상당부분 제거되고 차단되었다. 9월 평양선언을 통해 동창리 시설 폐기도 합의했다.
반면 동결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는 유예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래핵'이 아닌 '현재핵' 제거의 시작점이자 실질적 비핵화 행동의 입구이다. '현재핵'은 현재 작동 중인 모든 핵 프로그램 관련 시설로 핵무력의 양적인 증가를 의미한다. '현재핵'의 활동을 중단시키지 않는 한 '과거핵'은 지금 이 시간에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핵'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과 핵탄두, 그리고 탄도미사일이과 같은 완성된 핵무력이다. '현재핵'은 '과거핵'의 역사책이자 지문과도 같다. '현재핵'의 사찰과 검증을 통해 얼마나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영변에 있는 5MWe 원자로의 경우 연료봉 8000개를 3~4년 가동 후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약 20~25kg까지 추출할 수 있다. 연간 1개 이상의 핵탄두가 늘어나는 셈이다. 아직 소재 및 규모는 불분명하지만 우라늄 농축시설인 원심분리기도 2000대를 운영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핵탄두 2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30~40kg의 고농축우라늄 생산이 가능하다. '과거핵'의 증가는 북한이 상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보복을 할 수 있는 '2격 능력'(the second strike capability)으로 충분한 핵무기의 수를 가지게 된다. 핵무기를 얼마나 가지고 있어야 실질적인 억지력이 있는 2격 능력을 가진다고 정확하기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 6월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세계 9개 핵보유 국가들의 전체 핵탄두 보유수가 1만3865기로 추정하면서 북한은 20~30개로 예상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북한 핵문제 전문 분석 웹사이트인 '38노스'(38 North)는 “2020년까지 최대 100개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다.
북한이 인도, 파키스탄과 같이 100기 이상의 핵탄두를 가지거나 이를 넘어 영국, 프랑스, 중국처럼 2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게임의 양상은 지금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단 더 이상 핵탄두 수가 증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동결은 중요하다. 동결조차 합의하지 않고 북한이 핵시설을 가동하고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동결이 입구이자 시작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판문점 회동 직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을 원한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 역시 동결이 입구라고 밝혔다. 미국이 동결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유연해진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셈법이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비건 대표가 북한이 비핵화 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대신 인도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언급했지만 동결에 따른 상응조치인지 불명확하고 오히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북미 간 실무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장밋빛만은 아니다. 미국이 이야기한 동결이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일 수도 있다. 동결이 조건이 아닌 협상의제라고 하더라도 미국은 단순히 영변 핵시설의 동결이나 모든 핵 프로그램의 동결이 아니라 WMD의 동결을 이야기하고 있다. 협상 중에 플루토늄 재처리, 우라늄 고농축 등 핵물질 생산뿐 아니라 미사일과 화생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관련 시설을 폐쇄 봉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조건이다. 더욱이 동결을 확인하고 감시하기 위한 사찰단이 상주하는 문제와 동결 시설 목록을 신고하는 문제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셈법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협상 시작 전부터 또 다시 허들을 만들고 골대를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싱가포르 이후 종전선언과 신고라는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이 길을 막았다. 동결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미국이 말하는 '일괄타결 후 동시병행'이든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동시행동'이든 범위를 결정하고 순서를 정하기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이번에는 동결이 입구가 아니라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볼턴이 떠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더 이상 리비아식 선 비핵화 후 보상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체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성 있는 개념화와 일괄타결은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최종상태에 폐기 및 반출해야 할 '과거핵'의 일괄타결 범위도 핵물질과 핵탄두, ICBM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전체와 화생무기, 그리고 관련 기술인력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해야 할 상응조치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일괄타결이나 빅딜(Big Deal)이 아니라 일괄 압박, 빅 프레셔(Big pressure)이다. 미국은 강자가 가지는 굴복의 유혹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은 비핵화의 최종단계를 보다 구체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핵 프로그램 동결을 약속하고 우선적으로 확인된 영변 핵시설 폐기가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일괄타결과 북한의 단계적 이행을 절충한 포괄적 합의 방식의 적용이 요구된다.
미국의 '동시적, 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vs. 북한의 '동보적, 계단적'(simultaneously and phased)의 접점을 통한 김정은과 트럼프 모두에게 올 11월까지 되돌릴 수 없는 북미관계의 필요와 중요성이 존재한다. 트럼프는 내년 1년 대선 기간 중 북한문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상유지가 필요한 반면 과도한 진전은 미이행시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 연말까지 미국과 협상에 시한을 제시해 놓은 상태이고 내년이 경제개발 5개년전략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그 이전 제재 해제가 아니더라도 경제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안보환경 제공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양측 모두 과거와 같이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는 북미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연락사무소 개설(싱가포르 1조), 평화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 개시(싱가포르 2조), 모든 핵프로그램 동결과 영변폐기(싱가포르 3조, 9월 남북 공동성명 5조2항) 그리고 추가로 비핵화 진행상황에 따라 제재 유예/예외 조치 진행이라는 구체적 이행의 시작점(입구)를 담은 포괄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까지도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다시 강조 언급하며 북한과 미국 모두 반걸음씩 양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α'는 없지만 검증을 포함하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보다 구체화하고 영변 폐기와 모든 핵프로그램의 동결 시작과 동시에 미국의 상응조치로 싱가포르 정신에 따라 연락사무소 개설 문제나 평화체제 문제와 연결시켜 나가는 방식이다. 연락사무소는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북미 상호간 보다 원활한 비핵화와 상응조치 이행 차원에서 설치하는 것이다.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시작점은 평화선언 또는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시작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방북 기간 중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한 이상 상당히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하노이에서 발목을 잡은 제재는 입구단계에서 동결과 영변 폐기 시작과 동시가 아니라 어느 정도 진전된 중간 불능화 지점에 우리의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을 우선 예외적으로 적용 실시하고, 추후 국제사회도 유엔 안보리 제재의 부분적 또는 단계적 완화를 모색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지속적으로 한미연합훈련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일회성 중단이 아닌 지속성 있는 조건부 중단도 우선적으로 제기해야 할 상응조치이다.
이러한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2021년 북한의 제8차 당대회와 대선 이후 미국의 새로운 정부 진용이 꾸려지는 5,6월까지 1년 6개월여간의 차분한 이행과 최소한의 현상유지로 되돌릴 수 없는 북미관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역진불가능하고 서서히 합의 사항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북미합의가 올해 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반도 비핵평화는 진정한 입구를 통과해 오르막을 오를 수 있고 2021년 후반기 시작과 함께 북미협상의 2라운드 시작과 함께 한반도 비핵평화의 한 단계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Trilemma(삼중딜레마)의 극복과 Triangrowth(삼각성장)
미 대선을 1년 앞둔 11월까지 역진불가능한 북미관계(비핵화)와 함께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의 결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미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에 대한 미련과 집요함보다 냉정하고 신중하게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를 만들 담대함이 필요하다. 우선 남북관계가 북핵문제와 미중관계에 종속되지 않고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의 책임 있는 당사자 입장을 통해서 촉진자이자 중재자 역할로 확대를 모색해 나가야 한다. 과도한 자기충족적 예언은 실현 가능한 정책과 전략수립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상상력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간극을 최소할 할 수 있는 냉정한 상황인식과 솔직한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남북한 군사문제의 해결이 어려웠던 것은 "방안의 빈곤" 때문이 아니라 상호불신에 따라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의 빈곤과 여건의 문제"라는 점에서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흥미를 가질 수 있고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여건과 의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선전형 제의보다는 상대방의 수용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의 개발과 정교화가 요구된다.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북미관계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경제보다 군사문제를 통해 역진불가능한 남북관계를 만드는 남북관계와 안보이슈의 선도성을 최대한 활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자칫 경제적인 접근은 우리의 역할을 더 축소하고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선제적인 군사적 충돌방지 및 군사적 긴장완화 실현 등 적극적인 군비통제정책 시행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 가속화가 가능할 것이다. 군사문제는, 특히 군비통제는 '평화의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 of peace)라는 관점에서 해석․접근하여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 및 추진해야 한다. 남북 군사문제는 국방정책 및 국가전략과 연계해 대북/대외전략으로 나타날 수 있는 포괄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우리의 한미연합훈련, F-35도입에 대해 서로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군사훈련과 우리의 국방비 증액, 국방중기계획에 따른 우리군의 전력증강 문제에 대해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할지 북한의 예상 태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비핵평화의 여정에 남북 합의의 안정적인 이행을 위한 한미동맹의 안정적 관리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그리고 한미동맹간 삼중딜레마(trilemma)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정교한 논리와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군사분야 합의 및 이행에 대해 일부에서 합리적 안보 우려라는 기우를 넘어 우리 군의 무장해제이니 안포포기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남갈등이라는 내부정치적 딜레마까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미 합의된 사항 중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면밀한 재검토를 통해 설득 논리 개발 및 홍보를 강화하고 남북 합의 이행과 진전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이는 최근 지소미아 종료와도 연결되어 미국의 안보문제 영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해야함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남북관계(합의 이행)과 한미동맹, 국내 안정이 결코 삼중딜레마(trilemma)의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삼각성장(triangrowth)의 기회로 만드는 혜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