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대한민국의 민낯, 세월호'를 만나다
"그날을 외면하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평범한 관객인 내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공공의 장에서 펼쳐놓으려니 낯이 뜨겁다. 그러나 어떤 영화는 보통 사람의 눈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담을 수 있고 보통 사람의 말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가닿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좀더 많은 눈에 담겨 좀더 많은 입에서 귀로 흐를 때 더욱 또렷하게 다가오는 기억에 대한 두편의 영화다. 모두 4월에 본 것들이다.
영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의 지시로 값나가는 물건을 빼돌리기 위해 경찰 압수창고를 털던 기철(정가람)은 회사의 비리가 담긴 장부를 없애기 위해 그곳에 온 대기업 '태성'의 일당과 맞닥뜨린다. 갑작스러운 폭발사고로 기철은 목숨을 잃지만, 죽기 전에 찍은 영상을 그와 사귀던 미나(전소니)에게 전송한다. 조필호에게는 창고 폭발과 기철의 사망사건으로부터 본인의 무고함을 증명해줄 증인이, 태성그룹에는 제거 대상이 된 미나는 나쁜 어른과 더 나쁜 어른들이 만든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정범 감독의 전작인 <아저씨>에 아저씨(원빈)를 향해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았던 소미(김새론)가 있었다면, <악질경찰>에는 어른을 불신하고 어른들이 구축한 세계를 향해 끝없이 날을 세우는 미나가 있다. 극중에서 덜 나쁜 어른이자 파트너라 할 수 있는 조필호마저도 미나에게는 진심을 나누거나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아닌, 친구의 임신중절수술동의서에 보호자 싸인을 할 수 있는 법적 성인으로 기능할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미나의 마음 깊은 곳에는 극중 조필호의 대사인 "누구나 겪어본 사춘기 때 질풍노도, 그런 거"로 간단히 정리될 수 없는 무거운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다. 2010년의 <아저씨>와 2019년의 <악질경찰> 사이에 있는 것, 바로 세월호 참사다.
미나는 남의 돈을 훔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친구의 시신을 수습해준 민간 잠수사의 치료를 돕기 위해서였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방황하지만 아무도 없는 학교를 남몰래 찾아 몇개의 빈 교실이 보이는 복도를 걸으며 마음속으로 수많은 친구들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그리고 어른들의 잘못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미나는 새롭게 휘말린 사건 속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 어른들의 태도를 다시 목격하게 된다. 함께 사건에 휘말린 후배 소희가 쓰러졌을 때 또다시 친구를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여전히 그에게 세상은 발 딛는 곳마다 사각지대다.
이정범 감독은 그날을 외면하고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악질경찰>의 상업적 성패는 자명해 보이지만 상업영화로서 처음 세월호 참사를 성찰했다는 의의가 결코 적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 이종범 감독의 <악질경찰>(왼쪽)과 이종언 감독의<생일> 포스터. ⓒ프레시안
세월호 참사를 조금 더 영화의 중심으로 가져와 다루는 <생일>(이종언 감독)은 특별한 서사 없이 유가족이 살아가는 '그날 이후'를 보여준다. 어쩌면 아직 벗어나지 못한 그날을 계속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참사로 아들 수호를 잃은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이 애써 버텨내고 있는 일상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인다. 결혼생활은 파탄 위기에 몰려 있고 경제적 위협도 그들을 점차 압박해온다. 마치 슬픔에만 작동하는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처럼,1) 직장에서 일을 하고 모여 앉아 밥을 먹는 일상 어디에도 온기나 생명력이 없다.
정일과 순남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사라진 아이들을 보러 간 납골당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소풍 온 듯 즐겁게 웃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침울해지는 다른 유가족들, 그들 역시 정일과 순남처럼 평온한 일상과 끝 모를 절망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순남의 옆집에 사는 우찬엄마는 순남이 정신을 놓을 정도로 울 때마다 이제는 놀라지 않고 익숙하게 약을 챙겨주고 순남의 어린 딸 예솔을 자기 집으로 데려가 밥을 먹인다. 동네 곳곳에 살고 있는 수호의 친구들은 서로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서로를 피해 다닌다.
이런 사람들이 한데 모여 수호의 생일을 기념한다. 저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수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슬프지만 때로는 반갑다. 기억 저편에 있던 수호가 여러 사람의 육성을 통해 다시 우리에게 다가온다. 수호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수호가 완성된다.2) 영화를 보는 나 역시 어느 한 자리에 초대받아 앉아 있는 것 같고 남아 있는 작은 기억이라도 꺼내어 보태고만 싶다. 다시 올 이런 순간을 위해 더 오래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자못 왁자지껄한 생일파티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세월을 견디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두가지 도구는 결국 웃음과 울음뿐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해외 공장에서 근무하던 정일이 아들 수호를 앗아간 세월호참사를 겪은 것은 사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의 책임을 지고 수감돼 있던 도중이었다. 참사 당시 수호와 가족 곁에 있지 못했던 정일이 집으로 돌아와 아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하나하나 더듬을 때, 관객들도 벌써 5년이라는 물리적 간격이 생겨버린 그날로 다시 조금씩 다가가는 듯한 경험을 할 것이다. 매우 조심스럽게, 그러나 동시에 확실하게 우리를 그날로 끌고 가는 이 영화의 진중한 힘은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몸을 맡길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주
1) 안미옥 시 '질의응답' 중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2) 최지은 시 '가정' 중 "죽은 이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한 사람이 완성된다"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6 08:00
“‘문책’과 ‘대책’ 모두 중요” 강조
“세월호 다 끝난 일 아닌가.” “이젠 지겹다.”
참사 후 5년, 적잖은 사람들에게 세월호는 이미 ‘과거형’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 참사의 ‘왜’를 밝히는 일이 시작도 안 됐다는 외침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외침에 대한 답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선체 CCTV 조작 의혹 등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내며 아직 세월호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다. 특조위 세월호진상규명소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문호승 위원장은 “참사의 본질을 제대로 알면, 이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가 갈릴 수 없으며, 지겹다고 공격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4월8일 서울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만난 문 위원장은 자신의 업무를 “과거의 기록과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의 교훈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참사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지만, 미래를 잊어버린 진상규명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며 ‘문책’과 ‘대책’ 두 역할 모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어떤 의미인가.
“앞으로 5년 뒤 10주기 때는 어떤 모습의 추도 행사가 열릴까 상상하며 늘 일을 한다. 안산 생명안전공원에서 가족들과 세월호 참사를 위해 일했던 여러분들이 다 같이 웃으며 추모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런 날을 만들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마음으로 5주기를 맞고 있다.”
세월호는 늘 반대와 공격에 부딪혀 쟁점화돼 왔던 것 같다. 특조위 출범 때도 여러 비판에 부딪히지 않았나.
“참사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그런 것 같다. 과거에 일어난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무관심하고 공격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면한 안전 문제이자 아이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는 생각을 하면 그리 엉뚱한 방법으로 반대하진 않을 거다. 나도 지인들에게 세월호특조위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아직도냐’ ‘지겹다’라는 말 많이 듣는다. 그런데 20분 정도 설명을 하고 나면 그들도 ‘아직 할 게 많구나’ 말하곤 한다.”
‘세월호 다 끝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어떻게 설득하나.
“끝이냐 시작이냐는 어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가족들이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하는 건,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세월호를 다 끝난 일이라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면 난 딱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자녀가 인천에서 제주로 배 타고 수학여행을 간다고 하면 바로 허락하겠는지, 만약 지인이 배를 타고 가다가 배가 기울었는데 선원들이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면 그 안내에 따르라고 말하겠는지, 그리고 ‘제 가장 큰 소원이 유가족이 되는 겁니다’라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호소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한 번 더 생각에 빠지곤 한다.”
3월28일 특조위 중간발표 당시 세월호 선체 내 CCTV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의 조작 의혹을 발표했고, 이후 추가 제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제보는 많이 들어왔나.
“많이 들어오고 있다. 아주 결정적 제보는 없지만 이들 간의 관련성을 연결해 보면 더 새롭고 확실한 사실이 밝혀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해군과 해경 내부자의 제보보다는 외부인들의 제보가 주로 들어오고 있다.”
중간발표를 봤을 때, 특조위에선 DVR이 조작됐다는 데 확신을 갖고 있는 듯했다.
“DVR은 선체 침몰의 원인, 구조 실패 이유, 이후 조사 방해 이유 모두를 도미노처럼 밝힐 수 있는 아주 핵심적인 장치다. 이게 복원되면 왜 배가 급하게 기울어졌으며 그때 선원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껏 DVR에 초점을 두고 조사해 왔다.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이나 지나 DVR을 건지러 바다에 들어갈 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점, 물에서 꺼낸 DVR이 지나치게 깨끗했다는 점, 게다가 배가 기울기 직전 3분간의 영상이 하필 저장돼 있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계속 의심받아 왔다. 이런 의심을 바탕으로 DVR을 꺼낼 당시 상황을 다시 면밀히 들여다봤고, 물에서 꺼낸 DVR과 해군이 검찰에 제출한 DVR이 전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의혹을 정리해 곧 수사요청을 할 예정이다.”
참사 후 지난 5년간의 책임자 처벌 어떻게 봤나.
“진상규명이 추구하는 건 두 가지다. ‘문책’과 ‘대책’. 특조위는 문책에 더 초점을 두고 일하는 곳이다. 그동안 선원들은 그래도 처벌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해경들의 책임을 묻는 건 미흡했기 때문에 지금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엔 왜 정부가 사후 ‘소극적으로 대처했느냐’에 집중했다. 그런데 왜 ‘적극적으로 방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를 밝히는 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수사단 설치를 강하게 요구한다. 같은 생각인가.
“참사 책임자 중엔 민간인도 있고 군인도 있다. 이들을 각각 조사할 검찰과 군검찰 간에 원활하게 협조가 이뤄질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 때문에 하나의 전담팀이 수사를 도맡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그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거다.”
특조위가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것에 한계를 느끼나.
“자료 제출과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수사권인데 그게 없으니 늘 협조를 구하고 기다려야 한다. 자료가 없다, 줄 수 없다, 이미 제대한 민간인이라 출석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나오면 바로 한계에 부딪힌다. 또 하나 큰 한계가 있다면, 우리가 ‘한시 조직’이라는 거다. 피조사자들이 ‘1년만 잘 버티면 특조위 조사도 끝난다’고 생각해 더욱 협조하지 않는다.”
참사를 겪은 후 우리 사회의 안전인식이 좀 달라졌다고 보는가.
“변하지 않은 부분이 아주 많지만, 그간 개선된 모습도 적잖이 나타났다고 본다. 2017년 수능시험 전날 포항에서 지진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강행했을 텐데 정부는 수능 일주일 연기를 결정했다. 지난 8월 태풍 ‘솔릭’이 강타했을 땐 신속하게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생존수영’도 배우고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아, 달라지긴 했구나’ 싶다. 안전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나마 꿈틀대고 있다.”
세월호를 "징하다" 하는 자, 누구인가
다시 4월이다. 그리고 16일이다. 세월호 참사의 날이다. 아픈 기억이 5년이란, 길다고 보면 긴 세월 앞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얼마 전 용산역 인근 한 영화관에 앉아 있었다. 세월호 상업영화 <생일> 시사회가 열린 그 영화관에서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전도연의 연기도 물론 한몫했다.
그날 세월호 참사 유족,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희생된 비정규직 김용균의 어머니, 제주 실습생 이민호 군의 아버지, 삼성 백혈병의 상징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 씨,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유족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이 영화를 관람했기 때문에 더욱 아려왔던 마음이 눈물을 더 자아내게 했을 수도 있다.
다시 세월호 참사의 날을 다섯 번째 맞았다. 그리고 영화와 연극, 다양한 문화행사, 추모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추모의 공간은 기억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내가 사는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 거리 곳곳에 세월호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그들의 이름을 새긴 깃발을 천개의 바람이 되어 찾아온 세월호 아이들이 펄럭이는 것 같았다. 국가 행사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시민들이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보이고 있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에서 더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다. 인명 피해가 많았던 안전사고 내지는 재난 참사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그렇게 기억되어서도 안 된다. 세월호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당당히 살아 있다. 잠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감히 외쳐본다.
세월호가 침몰한 날은 이제 추모의 날을 넘어 이 땅에 생명과 안전을 약속하는 날이다.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는 기업과 정치인을 징치하는 날이다. 인권을 부활하는 날이다.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부활하는 날이다.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제도와 관습, 사고를 땅 속 깊이 파묻는 날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서로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영화 <생일>에서처럼 다시 꿋꿋하게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다짐하는 날이다.
지난 5년간 과연 부끄럼 없는 안전사회 만들었는가?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그들의 희생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사회를 만들어왔다고 자부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할 이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족들은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분노한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세월호 특조위와 선체조사위원회가 나름의 활동을 했지만 침몰 원인과 관련해 풀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많다. 갑자기 배가 급회전을 해 급격히 기울어 침몰한 원인을 만인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속 시원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이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몫이 됐다.
필자도 사참위 위원 가운데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참사의 근본 원인을 파헤칠 수 있을지 자신감보다 걱정이 앞선다. 세월호가 급변침해 순식간에 기울기 시작한 시각인 아침 8시 49분을 전후한 2~3분이 침몰 원인을 밝혀내는데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순간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시각 3분 전까지만 배의 디지털영상녹화저장장치(DVR)에 영상이 담겨 있다. 너무나 이상한 일이다.
세월호 진실은 결코 침몰 할 수 없어 : 기적 같은 양심선언 기대
그 원인을 5년이 지나도록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숨기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고 그것에 매달렸던 박근혜 정부에서 이상한 짓을 했을 것이란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한 짓이란 이 DVR에 손을 댔을 것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이 의문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합리적 의심을 실체적 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결정적 물증을 찾아내야 한다. 만약 DVR에 손을 댔거나 실체적 진실을 숨기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면 여기에는 분명 한두 명이 아니라 그 이상의 사람이 관여했을 것이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양심선언을 하면 모든 것이 풀릴 터인데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4·16연대에 관여하는 한 간부는 최근 이런 말을 내게 했다. "얼마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도 수십 구의 광주 시민 시신을 군수송기로 김해 등으로 옮겼다는 사실이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뒤 드러났죠. 은폐에 가담한 사람들이 양심선언을 하는 것은 지난하다"라는 것이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기적 같은 양심선언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성찰한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제도 개선과 함께 참사에 책임이 큰 사람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진 우리 사회의 재난 사례들을 살펴보면 아직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수북이 쌓여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메르스 창궐, 낚싯배 전복, 포항 지열발전소 개발에 따른 대규모 지진 피해, 위험 외주화에 따른 잇단 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 제천·밀양 대형 화재 참사, 고양 온수관 파열 피해, 서울 아현 kt 통신공동구 화재, 강릉 KTX 탈선 사고, 살충제 계란 파동, 라돈 침대 파문 등 너무나 많은 재난 내지 준재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이 가운데 예방이 가능했거나 재난 수준까지 가지 않았을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정치권 일부의 강원 산불 일탈 언행, 안전사회 걸림돌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매우 높아졌지만 기업과 정부 관료, 그리고 정치인들의 의식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재난 사태에 대해 정부는 신속한 원인 조사와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라돈침대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조직의 고위층이 외려 수장으로 승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정치권의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국민 안전보다는 눈앞의 정쟁을 우선시하고 있다. 강원도 산불과 관련해 야당 일부 인사가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을 가지고 대통령을 공격하거나 야당 원내 대표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국회 상임위에서 계속 붙들어둔 일 등이 대표적이다. 국민보다 한참 뒤처지는 안전 의식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한 결과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세월호 마이 했다 아이가. 이제 고만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부류들이 소수지만 제법 있다. 이런 사람들과 같은 땅 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에 아파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들에게 무료 영화권을 주어 <생일>을 한번만이라도 보도록 만들고 싶다.
세월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망각이다. 그 망각이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아니 발휘해서는 안 되는 일대 사건, 역사적 사건이 바로 세월호 참사다. 봄의 푸른 새싹이 가지마다 돋고 온갖 꽃들이 만발하는 4월, 세월호 영령들이 대한민국 5000만의 가슴에 살포시 들어와 명령한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라고 말이다.
노회찬,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민낯, 세월호'를 만나다
노회찬은 항상 '영감'을 주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세상을 등졌지만, 세상은 그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은 노회찬재단과 함께 노회찬이 만난 사람, 노회찬의 생각, 노회찬의 꿈에 대해 되짚어보는 '노회찬 OOO를 만나다' 연재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의 마지막 무기는 기억'이라는 말이 있다. 기억이 무기로 벼려진다면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것"이다. 2019년 4월 16일 오늘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주기가 되는 날이다.
5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 대한민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476명이 탑승한 여객선 세월호가 전복되어 침몰한다. 주요 탑승자는 경기도 안산시의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었다. 이틀 뒤인 4월 18일 세월호는 완전히 침몰하였으며 시신 미수습자 5명을 포함한 304명이 사망한다. 침몰 사고 생존자는 승무원 23명, 단원고생 75명, 교사 3명, 일반인 71명으로 모두 172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해양경찰보다 40여분 늦게 도착한 어선 등 민간 선박에 의해 구조된다. 수색 작업은 수색 작업 종료를 발표한 2014년 11월 11일까지 총 209일간 계속된다. 선체 인양 작업은 3년 동안 미뤄오다가 2017년 3월 10일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고 12일 후인 3월 22일부터 시작, 83시간 만인 3월 25일 선체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으며, 4월 11일 육상 거치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참사 발생 1091일 만에 완료된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며 피해자 지원대책을 점검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2015년 설치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석태)는 정부여당의 방해공작 속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문을 닫는다. 2017년 3월 국회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출범하고, 2018년 8월 6일 1년 4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분석한 종합보고서를 발표한다.
2기 특조위 출범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의 출범 속에서 2017년 11월 27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되어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 활동을 시작한다.
참사 5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유가족과 배의 침몰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국민들은 여전히 묻고 있다. 그리고 5년째 답을 기다리고 있다. "왜 침몰했는가?", "왜 구조하지 못했는가?"

▲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 포스터
2019년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은 참사 5주기를 맞아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 초청한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5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어느 덧 세월호 참사 5주기입니다.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입니다.
하지만 진실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304명 희생자를 기억하며 진상규명의 길을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다짐을 하는 '세월호참사 5주기 기억식'에 초청합니다."
세월호 참사,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묻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명제다. 국민들은 안전하게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는 외부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역할은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이유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한마디로 이런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보수언론의 간판격인 조선일보조차도 「침몰하는 대한민국에는 선장이 없다」는 기사에서 '침몰하는 세월호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며, "세월호의 핵심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남겨두고 먼저 탈출하는 모습을 위기에 처하면 몰래 빠져나가는 재벌 회장, 국회의원 같은 한국 사회지도층의 모습과 닮은꼴"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1950년 한국전쟁 때 서울을 사수하겠다는 대통령의 라디오 방송을 믿고 서울에 남아 있던 국민들이 떠오른다. 64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는 변한 것이 없다."고 꼬집는다(이종현 기자, <조선비즈>, 2014년 4월 19일).
구도희는 「대한민국의 침몰,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기관의 무책임 및 정부의 관련 책임자의 직무유기에 더하여, 기업과 관료들 간의 유착과 부패, 언론의 거짓보도, 신자유주의 정책과 민영화, 순응주의를 강요하는 학교 교육, 빈부격차와 재난피해의 계층화 등 우리 사회에서 거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대한민국 어두운 현실의 축소판이다. 아이들을 둔 학부모나, 국가를 믿고 현대의 고도 위험사회의 온갖 시설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들은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극도의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그런데 지금 온 국민을 정말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이렇게 300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한 명도 제대로 구출하지 못하고 전원 수장시키고 말았는데도 아무도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앞으로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아무런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과 사회>, 통권 제177호, 2014).
노회찬, '세월호'와 만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노회찬은 삼성X파일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확정. 2013년 2월 14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리고 진보정의당 당대표직에서도 물러난 그는 SNS와 방송언론 등을 통해 최우선의 과제로서 인명 구조 독려,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 비판, 참사 수습과 재발방지 방안 등에 집중한다.
4월 16일 노회찬은 휴대폰으로 뉴스 속보를 세월호 침몰을 처음 접하고 오후에 비극적인 상황 전개를 확인한다. 참사 당일 인명구조 과정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노회찬은 다음날인 4월 17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침몰 현장을 방문하는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산소통 메고 구조 활동 할 계획이 아니라면 정치인, 후보들의 현장방문, 경비함 승선은 자제해야 합니다. 위기상황엔 중요한 분들일수록 정위치에서 현업을 지켜야지요. 중앙재난본부 방문으로 또 하나의 재난을 안기지 맙시다.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부터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정몽준,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등 여당 측 인사를 비롯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도 침몰 현장을 방문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안산 단원고 학생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유족을 자극했다가 격한 항의를 받는다.
"서민을 위한 정치인들이건 아니건 간에 정치인들은 현장에 방문하는 걸 좋아하고, 그것이 언론에 사진으로 실리기를 바란다. 정치인 입장에선 부고 기사 아니면 긍정적인 기사든 부정적인 기사든 모든 기사가 좋은 기사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오마이뉴스>, 2014년 4월 18일).
2014년 4월 24일 트위터에서 노회찬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홍원 국무총리 경질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총리가 무능력한 것이 아니라 무능력한 사람을 총리로 세웠다"라고 주장한다. 이어 그는 "무책임한 장관들을 임명한 사람은 또 누구입니까"라며 관련 부처 장관들의 잇따른 망언과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에서 세월호 선장과 대한민국호 선장은 똑같은 상태"라고 박근혜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린다.
참사 발생 후 13일이 지난 4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를 처음으로 한다. 그러나 국민이 아닌 국무위원들 앞에서 한 '간접 사과'라는 점,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책임을 과거 정부에 떠넘기려 했다는 점, 그리고 정부합동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 한 할머니를 위로하는 장면의 연출 논란 등에 대해 비판이 쏟아진다. 실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41만 건을 넘어서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킨다.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비판하는 글이 계속 올라온다.
청와대 컨트롤 타워 논란에 대해 노회찬은 같은 날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가 아니면 그러면 재난 구경 타워입니까, 관망 타워입니까"라고 질타하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람,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이 사태를 수습해야 될 최종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어 "대통령이 사고 다음 날 현장에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이는 대통령이 관계자들에게 할 말이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는 이야기다. 대통령도 지위 고하에 포함되는 지위"라며 "그런 점에서 사과하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지금 국민 앞에 대통령이 안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다음날인 4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노회찬은 "대통령은 선장이지 선주가 아니다. 선주는 국민이다."라고 하면서 마치 감독관처럼 행세를 하고 있는 대통령의 처신을 질타한다.
2014년 4월 30일 노회찬은 '노회찬의 난중일기' 형식으로 「백성을 버린 선조와 배신당한 백성들의 분노」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다.
1592년 4월 30일 새벽 선조는 서울을 버리고 임진강으로 향했다. 그러나 서울의 사대문은 굳게 닫혔으며 백성들이 피난가는 것은 금지되었다. 약탈과 방화가 잇따랐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불태운 것으로 알려진 경복궁은 사실 배신당한 조선 백성들이 불태운 것이었다.....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세 궁궐이 일시에 모두 타버렸다. (<노회찬과 함께 읽는 조선왕조실록> p.167)
422년 전 오늘의 일이다. 지금의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세금으로 권력을 행사해 온 모든 사람들이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대통령이 몇 번 더 사과하고 총리 자르고 장관 몇 교체하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타격받는 등 정치적 응징으로 끝나고 그리고 몇 달 후 모든 것은 잊혀지고 다시 4월16일 전과 같은 일상으로 이 사회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제까지 늘 그래왔다. 소 잃고 외양간 안고치고 다시 소잃고 그래도 외양간 제대로 안고치고. 그래서 이번 사고도 발생한 것 아닌가. 그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수백명의 죽음을 값진 희생으로 승화시키는 유일한 길은 다시는 이런 참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는 일 뿐이다.
이 일을 정부에만 맡길 수 없다. 공허한 다짐과 즉흥적인 개선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민,관,여,야를 넘어서는 범국민대책기구를 구성하여 일년이 걸리든 이년이 걸리든 원인을 규명하고 모든 시스템을 점검하고 대책까지 수립해야 한다. 이를 국회에 제안하고 국회가 검토, 채택하면서 예산배정과 법률적 뒷받침을 완성해야 한다. 이 비극이 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때 영령들도 비로소 눈을 감을 것이다.
2014년 5월 27일 팟캐스트 <진중권 노회찬 유시민 정치다방> 1회가 처음 방송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책임론을 강력하게 제기하는 「세월호와 다섯 개의 치즈 구멍」이 1부에 편성된다. (바로 가기)

▲ 노유진의 '정치다방' 1회 방송
이 자리에서 노회찬은 세월호 참사는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면서 "사실 우리 국민이 6월 4일 하고 싶은 건 지방선거보다는 대통령선거로. 6월 4일 대선을 치루면 그날로 정권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노회찬은 "세월호 참사의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는 현 정권의 책임이 100%", "유족과 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외면한 대통령의 처신, 현 정권의 리더십 부재,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대응 과정이 이 사건을 키운 것"이라고 하면서.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지만 국민들은 대한민국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은 바로 국가이며, 국가의 안전관리 기능이 완전 무력화된 상황에서 국무총리를 교체하고 개각을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국민적 절망감에 대해 세 사람 모두 공감하는 가운데, 유시민은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는 탐욕의 바다이며, 탐욕의 탁류에 세월호가 침몰한 것"이자 "물질에 대한 욕망이 우리의 삶을 압도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에 덧붙여 노회찬은 "'나 홀로 산다'가 아니라 '함께 살자'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그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으로 말을 맺는다.
※ 정의당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2016년 4월 18일 100회 방송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노유진'은 노회찬(60) 전 정의당 대표와 유시민(57) 작가, 진중권(53) 동양대 교수의 성을 따 만든 이름으로,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매주 다양한 정치 현안을 분석하는 방송으로 청취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2년여 동안 내려받기 횟수만 1억2000만 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노회찬은 "2014년 5월27일 첫 방송을 할 때만 해도 이 팟캐스트가 2년씩 갈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페이스북에 장문의 소회를 남겼다. 그는 "올드 미디어에 지친 사람들에게 뉴미디어가 새로운 방식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도 새롭게 발전할 계기를 갖게 된다"며 "뉴미디어가 이미 뉴데모크라시(새로운 민주주의)를 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노유진>이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는가!"라고 자평했다.
< 정치카페>를 연출한 진짜 '배후세력' 백정현 피디(정의당 뉴미디어 실장)는 <정치카페>가 한국 정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정치가 대중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느냐'라는 물음에 답했다는 것이다. 정치라고 하면, 보통 다 외면하고 혐오하기까지 하지 않나. 사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을 거둬내고, 시민들 스스로가 정치의 주인임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정치와 정당이 국민에게 말 거는 방법은 늘 언론이라는 매개를 통해서였다. 신문과 방송이라는 미디어를 통해서 말을 걸어야 했고, 그 사이에 어쩔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다. 왜곡이나 편향, 의도적인 조작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정치카페>는 '수다'를 통해서 우리 정치가 갖고 있는 함의를 정확하게 대중에게 전달했다." (「유시민 돗자리 깔고, 노회찬 촌철살인…'노유진' 물러갑니다」, 한겨레, 2016년 4월 20일)
2014년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일 후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당직자 및 의원들은 '도와주세요 1인 피켓 유세'를 시작한다. '반성과 혁신'을 주제로 한 1인 피켓 유세와 관련해, 새누리당 대변인 박대출은 "1인 피켓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모든 잘못을 참회하고 반성하는 의미"라며 "반성과 참회를 딛고 일어서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새로 건설하고, 국가 대개조를 하기 위해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다.
그러나 '반성과 참회와 혁신의 다짐'과는 달리,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박근혜를 앞세워 승리했던 새누리당은 6.4지방선거에서도 결국 '박근혜 마켓팅'으로 승부를 건다.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서청원은 "한 번만 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좀 도와달라"고 말한다. 사무총장 윤상현도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가 개조를 할 수 있도록, 또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또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힘과 기회를 한 번 주시기를 거듭 호소드린다"고 말한다. 새누리당 광역단체장 후보 결의대회에서 새누리당 충남도지사 후보 정진석은 "이번 선거는 '박근혜 구하기' 대 '박근혜 버리기'의 싸움"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런 새누리당 지도부의 '박근혜 대통령을 돕자'는 1인 선거운동에 대해 정의당은 맞불을 지핀다. 6월 2일 광화문광장에서는 노회찬(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부산 개금골목시장에서 천호선(정의당 대표)이 "지금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입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도와야지요. 표를 구걸하는 집권당 처음 봅니다"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한다. 같은 날 김종민(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 대놓고 눈물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서 "당장 읍소 쇼를 걷어치우길 바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는 혁신 코스프레 그만두고, 새누리당의 원래 모습 그대로 살기를 바란다"고 비판한다.

▲ 정의당 노회찬(왼쪽), 천호선 공동선대위원장의 1인 시위 모습. ⓒ정의당 보도자료
6.4 지방선거가 끝난 한달 여 뒤인 7월 8일 노회찬은 "다시, 불판을 갈겠습니다"는 제목으로 '7.30 동작을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 기자회견을 통해 노회찬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위기상황입니다. 세월호 참사라는 크나큰 국가적 슬픔을 겪고도 정치세력들이 국민 여러분들께서 바라는 정치를 하지 못한 채 국민들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바라는 것은, 국민의 생명조차도 이윤추구와 자기 기득권을 지키는 일 앞에서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는 현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 그 속에 자리 잡은 관피아 등 부정부패의 사슬들을 정치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속 시원하게 뜯어고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 모습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통령의 인사는 국민의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진 참사였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관피아 척결의 사명을 떠안은 집권여당과 제1야당은 국민의 바람과 무관한 정쟁으로 여러분들의 한숨만 자아내고 있습니다. (…)
대한민국 정치의 혁신을 위해 '노회찬이 있는 국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 저는 2005년 8월 이른바 '삼성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검사'명단을 공개했고, 그 댓가로 지난 2013년 2월 14일 국회의원직을 잃었습니다. "도둑이야"라고 소리쳤는데 도둑은 안 잡고 소리친 사람에게만 죄를 물은 '사법살인' 이었습니다. (…) 어떠한 희생이 따르더라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재벌, 언론, 검찰이라는 거대 권력의 검은 결탁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제 책무를 피하지 않았습니다. (…) 실로 이 나라는 이름 없는 수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지켜져 왔고 그들의 땀방울로 성장해왔습니다. 이름 있는 사람 앞에 줄서는 정치가 아니라 이름 없는 사람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를 펼쳐 나가겠습니다.

▲ 7월 보궐선거에 출마한 노회찬 의원. (왼쪽 사진은 ⓒ 이상엽, 오른쪽 사진은 ⓒ 노회찬재단)
"재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동작을 만들겠다"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선거운동 기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을 방해하고 서명인단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 세월호 서명 홍보 차량에 앉아 쉬는 척하며 서명운동을 방해하고 있는 나경원 후보 선거운동원들(사진=김성진님 페이스북)
한편 나경원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7월 27일 노회찬 선거대책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와 검찰에 고발한다. 세월호 특별법 촉구 서명운동에 나선 시민들이 사용하는 노란색 차량과 피켓이 정의당 색깔과 똑같으므로 이는 불법 선거운동이라며 고발한 것이다. 단지 색깔이 똑같다는 이유만으로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는 나경원의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다. 정의당의 노란색은 2014년 1월부터 사용된 것으로 세월호 참사의 노란색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고발뉴스닷컴>, 2014년 7월 28일).

▲ 나경원 후보 캠프가 제공한 사진으로,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회찬 후보 측 선거운동원과 세월호 시위에 나선 좌파 인사가 함께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회찬 후보 선대위는 "어처구니없는 네거티브"이자 "상대에게 죄가 없음을 알면서도 허위 사실을 고발하는 행위는 형법상 무고죄"라면서 "나경원 후보는 이번 마타도어 고발행위로 인해 세월호 특별법을 염원하는 국민과 유족들을 우롱한 도덕적 책임은 물론, 형사상의 책임까지 져야 한다"고 질책한다.
7월 30일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3만8311표 49.9%)가 정의당 노회찬 후보(3만7382표, 48.7%)를 929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무효표 수는 1403표로 두 후보의 당락 표차보다 많았다.
※ (이후 2018년 12월 나경원은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로 당선된다.) 2019년 1월 14일 자유한국당은 5·18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권태오 전 육군 중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차기환 변호사 등 3인을 추천한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은 "진상규명과 국민통합에 적절한 인사를 이번에 선정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적절한 인사"라는 나경원의 말과는 달리 차기환의 경우 세월호 참사 당시 새누리당의 추천을 받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데,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해 유족들로부터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까지 당한 바 있는 '부적절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5.18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차기환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차기환 씨 역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하신 분으로 알려져 있고요. 세월호 특조위 내에서 내내 세월호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데 앞장선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차기환 씨 역시 보면 5.18 관련해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하는 이 노래 자체가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고 국가를 전복하기 위한 그런 노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5.18 당시에 평화롭게 시위하던 시민에게 발포한 적이 없다, 이런 주장까지 한 바가 있어요. 그것은 다시 말하자면 21일 집단 발포 자체를 부정하는 이야기고요. 그런 사람인데 어떻게 5.18 진상 규명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나경원의 '5.18 진상규명에 적절한 인사'란」, <미디어오늘>, 2019년 1월 15일)
세월호 참사와 정의당: 당 지도부 단식농성, 1인 시위, 릴레이 토론회
비록 의석 5석의 소수 정당이지만 정의당은 당 지도부 단식농성, 1인 시위, 릴레이 토론회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의 확산과 정치적 이슈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당 차원에서 힘을 쏟는다.
2014년 8월 20일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당 소속 의원 5명 전원은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39일째 단식을 이어가며 사선에 놓인 유민아빠 김영오 님의 단식 중단을 간곡히 호소하는 차원에서 저희도 단식을 이어가고자 한다"면서 "유족들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수용하라"고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다. 8월 26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천호선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당직자들이 '세월호 특별법, 응답하라 대통령!' 인간띠잇기 1인 시위를 진행한다. 8월 29일에는 10일 동안 이어오던 단식을 중단한다.

▲광화문에서 세월호 관련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정의당. ⓒ정의당
정의당은 당 부설 진보정의연구소와 '세월호 침몰사고대책위원회'(위원장 정진후 의원)를 중심으로 총 4회에 걸쳐 '세월호 참사' 관련 연속 토론회를 개최해, 원인 규명과 문제점 진단 및 재발방지와 대책 마련 등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공론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 정의당이 주최한 토론회
2016년 6월 9일 '부산 출신의 수도권 정치인'인 노회찬은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과 <부산 참여자치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한 <시사토크 정희준의 어퍼컷, '노회찬이 답한다'>에서 '부산 진보판의 아이콘'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당선자,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 동아대 정희준 교수와 함께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정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노회찬·김석준·박인규·정희준의 '쿼바디스 한국정치'」, <프레시안>, 2014년 6월 12일)
이 자리에서 박인규는 "프레시안에 안산 단원고 졸업생 최승원 씨가 쓴 글이 실렸다. 세월호 사건은 '정치적 참사'라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할지는 명확해졌다"고 말한다. 노회찬은 역사 속의 사례를 들며 우리 사회 시스템의 근본을 뜯어고치는 정치적 해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차분히 1~2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미국의 경우 2001년 9.11 사태 진상규명하는 기구 만드는 데 1년 걸렸다. 1960년대, 미국이 소련에 인공위성 경쟁에서 졌을 때였다. 유인 우주선을 소련이 먼저 띄우자 충격을 받은 미국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는 의문을 품고 조사를 벌이는 데 1년 걸렸다. 그러고 나서 미국의 수학 교과서, 물리학 교과서가 다 바뀌었다. 장관 하나 바꾸고, 기구 하나 설치하는 문제가 아니다.
2014년 9월 17일부터 9월 24일까지 재영교민회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한 노회찬은 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대, 런던대, 한인교민회 등 네 차례에 걸쳐 '한국 민주주의 위기와 진보 정치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한다. 노회찬은 이번 방문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대해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는 교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위로를 드릴 수 있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세월호 특별법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한국정치 현실에 대한 쓴 소리와 충고도 경청하겠다"고 밝힌다.
영화 <달밤체조 2015>와 노회찬
영화 <달밤체조 2015>(감독 신봉철)의 배경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논란이 커지던 2015년으로, 당시 정치권의 세월호 참사 폄하 등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심야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다. 외압으로 피디가 교체당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피디와 작가가 함께 노력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 영화에는 노회찬 외에 정청래(부장검사 역할), 김용민(손님), 주진우(기자)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극 중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국밥집 노 사장 역으로 나오는 노회찬은 "삼성을 건드린 노회찬이는 빨갱이 아니냐"라는 뼈 있는 대사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2018년 3월 초 온라인에서 소규모로 개봉한 저예산 영화 <달밤체조 2015>. 2018년 9월 12일 건국대 내에 있는 KU시네마테크에서 오프라인으로 개봉된다. 영화를 사랑한 노회찬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는 까다로운 장면도 능숙하게 소화한 노회찬 의원의 연기에 스태프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생전에 노회찬은 <달밤체조 2015> 시사회에 참석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영화다"라고 말하며, 작품에 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성하운, <오마이뉴스>, 2018년 9월 15일)

▲ <달밤체조 2015>에 카메오로 출연한 노회찬 ⓒ 달밤체조 2015
20대 국회와 노회찬: "세월호 진상조사에 여와 야는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년이 되는 2016년 4월 10일 20대 총선 창원성산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세월호와 관련해 지역 유권자들과 국민 앞에 약속한다. 이어 다음날인 4월 11일 저녁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창원 사파공동성당에서 연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에 참석해 다짐한다. "잊지 않겠습니다."
20대 총선 후보자 정의당 창원성산구 기호 4번 노회찬은 세월호의 온전한 이양과 성역 없는 진상규명, 안전사회 만들기에 함께 할 것을 약속합니다.

ⓒ노회찬재단
노회찬의 약속과 다짐은 3선 의원으로 20대 국회에 들어간 뒤 바로 나타난다. 2016년 6월 28일 오전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은 국회 본청에서 세월호 특조위 이석태 위원장과 면담을 한 뒤, 오후에는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정의당

ⓒ노회찬재단
4.16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는 6월 28일 오후 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었다. '불법시위용품'인 피켓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경찰과의 실랑이 속에서 일부 유가족 등은 밀리고 쓰러져 다치기도 했다. 몇몇 야당 의원들이 도착하고 난 뒤 상황은 이 가라앉았고 노회찬은 이렇게 말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우리 국민들의 바람은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 그 원인을, 그 진실을 정확히 규명하자는 것과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여·야, 보수·진보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들의 요구였습니다. 당연한 요청입니다. 그래서 세월호 특조위가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특조위가 이제 활동을 막 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게을러서 활동을 못한 것이 아니라 세월호 특조위가 출범한 2015년 1월 1일부터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정부의 간교한 술책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부의 방해가 없었다면은 지금쯤 세월호 특조위도 그 활동을 정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세월호가 인양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물 속에 처박아두고 무슨 조사를 끝내겠다는 것입니까.
정의당은 정부여당에게 강력히 촉구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대통령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온 국민들의 요청을 짓밟고 상식 밖의 처사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4..13총선으로 확인된 민심을 받아안아서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야3당 원내에서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반드시 세월호 특조위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조사를 완전히 마칠 때까지 활동시한을 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발표된대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 세월호 특검 반드시 관철시켜 내겠습니다.
2016년 7월 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어떤 대표도 언급하지 않았던 세월호 특조위 문제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언급한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 1분 26초 동안 그의 생생한 육성으로 듣기를 권한다. (바로 듣기)
우리는 비록 서로 다른 정책과 비전을 갖고 있지만 (…) 그 중에서도 모든 당이 마음으로 함께 통과시켜주셨으면 하는 법안을 마지막으로 말씀드립니다. 바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보장 법안입니다. 지금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지난 달 말로 강제종료시켜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국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료 의원 여러분 세월호 진상조사는 누군가의 이해득실로 따질 쟁점이 아니지 않습니까? (…) 이 문제에 여와 야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마음을 달래며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상처를 어루만져주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여야 모두가 나서주기를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위기 대응의 두 가지 방식: '타이타닉호 방식'과 '세월호 방식'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기 25일 전인 6월 9일 <야3당 원내대표 공동주최 조선업 구조조정 대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노회찬은 '타이타닉호 방식'과 '세월호 방식'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한다.
배가 침몰하는 위기에 봉착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타이타닉호 방식이고, 하나는 세월호 방식입니다. 타이타닉호 방식은 위기에 처한 배에서 어린이, 여성, 노약자,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구출하는 방식입니다. 잘 알고 있다시피 세월호에서는 거꾸로가 됐습니다. 선장부터 먼저 탈출했습니다. 무고한 어린 학생들은 구조되지도 못한 채 희생됐습니다. (…) 저는 구조조정할 때는 인력감축 위주로 가고, 또 인력감축에 있어서도 가장 대접을 못받아왔던, 차별을 받아왔던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당하는 그런 세월호 방식, 이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그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약자부터 희생하는 이른바 강자를 살려서 강자가 나중에 손해 보는 약자까지 다 구한다는 그 낙수효과 이론은 세계적으로 이제 폐기처분되어가고 있는데, 유일하게 이 대한민국 땅에서는 그 낙수효과 이론에 근거해서 여전히 정부의 시책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토론회가 IMF대응에 대한 반성으로써, 지난 20년간 한국사회에서 그 결과로 이뤄진 사회양극화와 자영업자의 대폭증가 등 여러 사회적 병리현상을 이제 극복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전환점의 시책이 모색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6년 7월 30일 낮 노회찬은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특조위 단식 농성장을 격려 방문한다. 노회찬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조문한 뒤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노회찬은 국민들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 주었지만 세월호 앞에서 20대 국회는 '여소야소' 국회라 하였고, 정의당이 '세월호 관련 원포인트 국회'를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과 특별법 개정을 위해 정의당이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이석태 위원장에게 약속하였다. 이석태 위원장은 감사의 뜻을 밝히고, 정의당이 국회에서 다른 당, 특히 야당들을 잘 설득해달라고 하였다. 노회찬은 농성장을 떠나면서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이 보장돼 이석태 위원장을 비롯한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의 단식 농성이 하루 빨리 끝나기를 희망하며, 정의당이 세월호 특조위, 피해자 가족들과 마지막까지 함께 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노회찬재단
2017년 1월 5일 노회찬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시기와 관련해 '작년인가요, 재작년인가요' 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일침을 가한다. 노회찬은 "애초에 세월호 참사 사건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안타까움과 절절한 마음이 있었는지가 저로서는 의문"이라고 하면서 "그 후에 보면 최순실 등이 세월호 참사 무사 귀환을 상징하는 색깔로 노란색이 쓰인 것에 대해서도 극도로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마치 반체제 인사 취급하도록 하는 등,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인식 자체가 일반 국민들의 심정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1000일째를 맞은 1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 참석한 노회찬은 "이제 1000일을 맞은 지금 희생자와 유가족을 다시 보듬고, 아직도 풀지 못한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하루빨리 세월호를 인양하고, 유가족이 그 진위를 묻고 있는 대통령의 7시간이 제대로 공개돼야 한다"고 발언한다. 노회찬은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라며 "그 과정에서 보상금을 노린다는 둥, 불순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둥 수많은 모멸을 감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국민안전을 사전에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고, 참사 당시에도 올바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사후에도 진실규명을 방기하거나 방해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모와 비난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쏟아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사회를 만들 의지를 모두가 다져야 할 때"라며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1월 12일 저녁 7시 부산의 부산일보 강당에서 정의당 부산시당과 부산 공공노조협의회가 공동 주최하여 <그대는 왜 촛불을 켜셨나요?>라는 주제로 노회찬의 특강이 진행된다. 노회찬은 최근의 '촛불정국'을 "최근 변화는 최악의 대통령과 최고의 국민이 만든 상황이다. 나는 이것을 시민혁명이라고 부른다. 지난 30년간 쌓여온 문제의식이 거대한 변화의 열망으로 분출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런데 박근혜만 탄핵하면 되는가? 촛불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손팻말은 '박근혜 퇴진'과 '이게 나라냐?'였다. 박근혜를 넘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위기를 벗어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세월호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타이타닉 방식이다. 타이타닉 방식은 여성과 노약자 우선 구제다. 세월호는 선장, 항해사 등 강자 우선이다. IMF 방식은 세월호 방식이었다. 세월호 방식은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모두 다 폐기한 방식이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세월호 방식으로는 결코 '이게 나라다'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노회찬은 유족들의 치유할 수 없는 아픔과 상처받은 분들의 외상후 스트레스(PTSD)에 마음을 쏟는다. 그 하나로 2017년 2월 4일 노회찬은 페이스북을 통해 "강추합니다!"라고 하면서 <(스토리펀딩)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2435)에 함께 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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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낭독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그러나 탄핵소추 사유였던 세월호 참사 당시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탄핵 절차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탄핵 심판 결정문을 읽으면서 "세월호 침몰은 모든 국민들에게 큰 충격과과 고통을 안긴 참사라는 점에서 어떤 말로도 희생자를 위로하기 부족하다"고 하면서, 그러나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보호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 행사하고 직책 수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동안 피청구인의 중요한 탄핵 사유로 거론된 '세월호 7시간' 의혹이 파면 사유에 해당될 정도의 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이 모인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약칭 4.16연대)는 논평을 내고 "헌재가 박근혜의 세월호 참사 당일의 직무유기를 탄핵사유로 인용하지 않은 것은 상식 밖의 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며 "헌재의 판단이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와 수사를 회피하거나 위축시키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세월호 참사 3주기. 노회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일명 '한국판 기업살인법')을 발의하다
2017년 4월 12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노회찬은 4.16연대·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민주노총·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제2의 세월호 참사'와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등을 막기 위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일명 '한국판 기업살인법')을 발의한다.
노회찬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위험방지 의무를 게을리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인·허가 공무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회찬은 "현행법은 재해가 일어나도 경영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처벌하기 어렵고, 기업의 조직구조 때문에 경영자의 과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대규모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한다. 같은 날 오전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금속노조·민주일반연맹·건설산업연맹 등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면서, 대선후보들에게 모든 노동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도록 약속하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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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재사망률 23년간 1위, 노회찬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년간 국회 계류 중
2018년 12월 27일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이 법안은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지는 비극 이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면서 '김용균법'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2019년 2월 2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유가족과 함께 하는 기업처벌법 이야기마당'이 개최된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23세), 제주 생수 공장에 현장실습 나갔다 숨진 이민호(17세),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비정규직 김용균(24세)등 젊은 나이에 산업재해로 숨진 청년노동자 유가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힘을 모은다. 빈발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 노동자 3만800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매년 평균 2376명이 목숨을 잃었고, 2016년에도 2040명이 산재로 숨졌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006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 23년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히 독보적인 1위라고 할 수 있다. 이상윤(노동건강연대 대표)은 "연구에 따르면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산재예방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법을 어긴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말한다(경향신문, 2019년 2월 20일).
2017년 4월 노회찬과 민주노총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회 계류 상태다.
2019년 2월 23일 MBC뉴스는 이렇게 보도한다.
"한 해에 산재로 숨지는 사람은 2천 명에 달합니다. 사고가 줄지 않는 건 기업은 벌금 수백만 원만 내면 되는 가벼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건수는 4만여건. 이 가운데 구속기소된 경우는 단 9건입니다. 95%는 벌금형이었는데, 벌금은 평균 432만 원이었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처벌 하한선이 없어 노동자의 목숨 값을 사실상 수백만 원으로 치르고 있는 겁니다.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선 기업 총수를 산재사고의 최종 책임자로 규정해 처벌 하한선도 정하고, 매출액에 따라 벌금도 차등화하는, 이른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실제로 비슷한 법을 갖고 있는 영국은 법 시행 이후 산재 사망률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국회에는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지만, 2년 가까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27일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국회 통과
2017년 10월 13일 오전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노회찬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세월호 2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각 정당에 제안한 것에 대해 "동의하고 적극 환영하며 정의당은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밝힌다. 같은 날 오후 노회찬의 트위터는 이렇게 적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이 연장되었습니다. 10월 17일부터 내년 4월 16일까지 최장 6개월. 10월 17일은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시작된 날이고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일입니다. 자업자득(自業自得) 결국 뿌린대로 거두는 법입니다.
2017년 10월 31일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노회찬은 세월호에 대한 신속한 구호조치가 없었던 것에 대해 "유가족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이 지났다. 특별히 늦어지는 이유가 있는가, 더 늦어지게 되는가"라고 묻고, "최근에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세월호 관련문서를 조작까지 하면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 흔적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신속한 구호조치 의무가 불이행되었다는 건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더 늦추지 말고 신속하게 결정내리길 바란다"며 관련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빠른 결정을 촉구한다. 이에 대해 김용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대통령 탄핵 심판,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의 어려움 때문에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머지않아 나올 것"이라며 신속하게 처리할 것임을 밝힌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73명이 세월호 구조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구호조치 부작위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2015년 1월 5일로, 유가족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심판청구서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신속·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희생자의 인간존엄권과 생명권, 기본권 보호의무와 보호청구권을 침해했으며 유가족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7년 11월 24일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약칭: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국회 재적인원 299명 가운데, 216명이 참여해 찬성 163명, 반대 46명, 기권 7명으로 통과된 과정을 보면, 반대 46명 중 바른미래당 1명을 제외하면 45명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며, 기권 7명 또한 자유한국당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날 밤 늦게까지 여야가 협상을 벌인 끝에 수정안에 공동발의하기로 한 자유한국당은 24일 오전 의원총회 결과 공동발의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자유한국당은 공동 발의 포기는 물론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처리 과정에서도 소속 의원 상당수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을 신청하거나 본회의장에서 퇴장한 한국당에 대해 "앞으로도 한국당이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방해 세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회의 다른 정당들이 피해자와 국민만 보고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규명하는 데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미디어오늘>, 2017년 11월 24일)
※ 반대 의원 명단(46명)
강길부·강석진·강석호·권성동·김도읍·김무성·김성찬·김성태(비례대표)·김순례·김진태·김태흠·민경욱·박대출·박맹우·박명재·박성중·박완수·박인숙(바른정당)·박찬우·성일종·송석준·송희경·신보라·안상수·여상규·유재중·윤상직·윤상현·윤재옥·윤한홍·이군현·이만희·이양수·이은재·이종구·이종명·이채익·장석춘·정갑윤·정양석·정용기·정우택·정유섭·정태옥·최연혜·추경호
이 법은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의 발생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하여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가 출범한다.
참사 발생 1462일 만인 2018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행정안전부, 교육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가 주관하는 희생자 영결 및 추도식이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엄수됐다. 희생자 304명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행사는 세월호 참사 경위 보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이낙연 총리 조사 낭독,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추도사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제 '기억식'에 참석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참석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당대표 홍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전원 불참했다.

▲ 세월호 참사 4주기 영결.추도식에 참석한 노회찬과 우원식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국군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 철저한 단죄 촉구"
2018년 7월 2일 '국방부 사이버댓글 사건 태스크포스(TF')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국군기무사가 60명 규모의 TF를 6개월간 운영하면서 조직적으로 유족 등을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한다. 조사발표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 '세월호 관련 TF'를 구성해 실종자 가족 및 가족대책위 동향, 세월호 실종자 가족 대상 탐색구조 종결 설득 방안, 유가족 요구사항 무분별 수용 분위기 근절, 국회 동정 등 국방 업무와 관련이 없는 문건을 만들어 활동을 해왔다. 아울러 기무사 TF 부대원들은 팽목항 뿐 아니라 안산 단원고에도 배치돼 일일 보고한 정황도 드러났다(연합뉴스, 2018년 7월 2일). 기무사령관 회의록에 따르면 국군 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들을 사찰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기무사령관이 사찰을 직접 지시하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신문, 2018년 7월 4일).
이에 대해 다음날인 7월 3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노회찬은 "기무사 문건은 충격과 분노 그 자체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기무사는 군 기밀 보안업무를 수행하는 국방부 직할 정보기관인데, 도대체 이런 행태가 국방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며 "한마디로 기무사가 자기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국민들을 상대로 감시, 사찰, 나아가 공작을 해온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어 "국방부는 향후 이 문건이 어디까지 보고되고, 어떻게 활용됐는지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방부가 국민을 사찰하고 감시하며 공작을 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로 철저한 단죄를 촉구한다"고 말한다.
7월 12일 방송된 JTBC <썰전>에는 기무사 문건 논란을 주제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박형준 교수가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노회찬은 "본연의 업무를 일탈해 국정을 흔드는 부작용이 컸다. 해체에 준하는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면서 "기무사의 과거 악습이나 잘못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처벌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7월 12일 JTBC <썰전> 방송 화면 캡처 ⓒjtbc
세월호 유가족, 고(故) 노회찬 의원을 찾아가다
2018년 7월 25일 오후 4.16 가족협의회 소속 세월호 유가족 40여 명이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개인적으로 빈소를 찾은 적은 있지만, 협의회 소속 가족들이 공식적으로 단체 조문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가족들은 말없이 눈물을 닦았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아쉽고 놀랍고 안타깝다. 이렇게 가시면 안 되는데"라고 애도를 표했다. 유 위원장은 "노회찬 의원은 우리 가족들 이야기를 참 잘 들어줬다. 그래서 저희들이 의지하는 분 중 하나였다"라고 생전 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신 분인데 먼저 가신 게 야속하기도 하다"라면서도 "그렇지만 또 얼마나 고뇌를 많이 하셨을까 생각하면 힘을 못 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하다"라고 했다.
'예은아빠 유경근'은 "노회찬 의원님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세월호 엄마아빠들과 늘 공감하시던 분이시기에 더 아프고 더 아쉽습니다. 그곳에서 우리 이이들의 멋진 할아버지로 함께 해주시기를..."이라는 글과 함께, 의원회관 510호 의원실 입구에 <잊지 않겠습니다>를 노회찬과 함께 붙이는 사진을 올린다.

ⓒ유경근 씨 페이스북
49재를 이틀 앞둔 9월 7일 저녁 7시 국회 본관 앞 잔디광장에서 '고 노회찬 국회의원 추모문화제' 「그대가 바라보던 곳을 향해, 우리는 걸어갑니다」가 열린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았고 전인권 밴드, 세월호 유가족들의 416합창단, 엠앤피(M&P) 체임버 오케스트라 현악사중주단 등이 참여했다. 인디밴드 노랑도 노 전 의원의 자작곡 '소연가'를 록 버전으로 편곡해 불렀으며, 정의당 합창단도 무대로 올랐다.

▲ 2018년 9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추모공연을 하는 416합창단. 무대에서 합창단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또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잊지 않을게.” ⓒ 노회찬재단
합창을 시작하기에 앞서 416합창단 '창현 엄마' 최순화 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노 의원님이 첼로 연주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날을 기대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가질 수 없는 시대의 약자들에게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그들이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분이란 걸 알고 있었고, 그 분이 꿈꾸는 세상 속에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도 포함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노회찬 의원님이 절실히 필요한데, 말 한 마디 건네 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게 많이 서럽습니다. 가진 게 너무 많아서 도저히 고개가 숙여지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롯한 갑들의 기름진 목소리들이 너무도 많아 메스껍기까지 한 이 때, 이 느끼함을 날려줄 노 의원님의 위트 넘치는 한 방이 너무 그립습니다."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전면재수사 촉구 청와대 청원
2019년 3월 18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014년 7월 14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설치했던 광화문 광장의 천막 14동이 유가족들이 자진철거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설치된 지 4년 8개월(1708일)만에 해체된다. 천막이 있던 자리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으로 조성되어 2019년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2019년 3월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부에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특조위와 공조할 것을 요구하는 대국민 서명과 청와대 청원을 진행하고 있다. 1기 특조위와 선체조사위원회의 경험을 통해 수사권 없는 기구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이다.
2019년 4월 4일 노회찬재단은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 청원요청 소식을 알리며 동참을 호소한다. 길동무가 되어 '함께 꿈꾸는 세상'을 향한 길을 함께 걸어가기 위해.

ⓒ노회찬재단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생존자가족으로 구성된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그리고 참사와 이후 조사 전 과정을 가슴 아프게 지켜본 국민들은 전면재수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3대 과제'를 풀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1. 해경은 왜 선원들만 표적구조하고 승객들에게는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가?
2. 과적․조타미숙․기관고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월호 급변침과 침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3. 박근혜정부‧황교안은 왜 박근혜 7시간 기록을 봉인하고 그토록 집요하게 증거를 조작‧은폐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했는가?
링크(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77697)를 클릭하면 아래 문구가 뜨면서 청원 동의를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청원시작일은 2019년 3월 29일이고 청원마감일은 2019년 4월 28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