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한반도평화와 화해·대단결을 위한 모색

일취월장7 2019. 2. 21. 10:18

한반도평화와 화해·대단결을 위한 모색  

[기고] 3.1혁명 100주년을 앞두고


1. 머리말 


3.1혁명 100주년을 맞아 지난 한 세기를 돌아보는 마음은 너나 할 것 없이 처연하기 이를 데 없다. 그 난리 통을 살아낸 우리 민족이 대견하기도 하다. 어쩌면 험난한 세월을 견디어온 우리 민족은 지금쯤엔 인내와 지혜도 얻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남북 간에도 그만큼 싸우고 미워했으면 서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생겨났을 것이니 새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반도 남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가 새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남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비폭력평화혁명인 촛불시민혁명에 성공했고 북에서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장 완성에 성공, 미국을 핵 담판으로 이끌어냈다.

또한 2019년 2월에는 2032년 올림픽을 서울-평양 공동개최로 유치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남북의 화해-대단결을 위한 모색이 짧지 않은 세월에 걸쳐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사례일 것이다.  

2. 지난 한 세기 이상 우리 민족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1,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반도 주민이 일제의 패망으로 광복 해방을 맞으려던 간절한 희망은 다시 절망에 부닥쳤다.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분단하고 2개의 정부를 수립했다. 3.1독립운동을 벌였던 선열들, 일제 식민지 해방 전선에 목숨을 바쳤던 수많은 독립운동 지사들이 조국의 분단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었겠는가. 자본주의의 주인 미국과 공산주의의 본부 소련은 남북 한반도에 자신들의 이념을 대변하는 정부를 세워 세계적 냉전대결의 전초기지로 만들어 이 민족의 희생을 강요했다. 이념의 지옥과 독재가 강요됐다. "우리는 독립국이고 자주민이며 자유인임"을 선언했던 3.1독립운동의 목표가 해방이 되었어도 미완의 미래로 남아 있었다.  

미국과 소련은 세계를 양분해서 핵무기를 동원한 대결을 벌였고 한반도 그리스 베트남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에서 처참한 미소 대리전이 일어났으며 지난날의 식민지 약소국들은 국지전의 참화를 겪어야 했다. 미소 양국은 냉전의 전초기지들을 신무기 시험장으로 전락시켰다.

처참한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을 겪은 한반도 남쪽에서는 미국의 대공전선 전초기지에 충실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민간 및 군사 독재자들이 주민들의 한반도 평화통일과 민주주의·복지후생 욕구를 폭력으로 억누르면서 개발독재 체제를 발전시켰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북쪽으로는 군사분계선의 철조망에 가로막힌 조건 속에서도 한국 국민은 지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몇 차례에 걸쳐 국민의 힘으로 독재자들을 끌어내리는 민주주의 혁명을 성취했다. 수많은 인사들이 희생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고문당하고 감옥에 갇혔다. 그들이 박해받은 주요 이유는 북한 공산정권에 동조했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이념의 지옥과 독재'에 저항하는 투쟁을 쉬지 않았다.

3.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공산주의 체제모순과 핵무기-우주경쟁의 재정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소련방이 해체됐고 동유럽 공산권이 무너졌으며 중국이 개혁개방(자본주의)을 받아들이자 미국은 제일 초강대국으로서 세계를 제패한 것처럼 보였다. 

공산주의라는 대항이념이 사라지자 미국은 '문명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워 이슬람 문명권에 대해 또 다른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다. 초강대국 미국의 의지를 거역하는 국가는 존립이 불가능했다. 이락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나라들이 미 군사력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슬람권은 '지하드'(성전)를 내세워 9.11테러를 감행했다. 체제위기에 직면하고 있던 북한도 미국으로부터 군사적 침공위협을 받아왔다. 이 같은 일상적인 전쟁과 군사작전 그리고 빈곤화 때문에 이재민과 피난민들이 삶의 거처를 버리고 국제난민들로 떠돌면서 세계적 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의 무력을 합한 것보다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군사력을 배경으로 미국의 거대기업들은 전 세계를 자신들의 이윤을 추구하는 사냥터로 만들었다.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유엔 등 국제기구와 금융기구도 미국 기업의 도구 노릇을 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무질서한 이윤추구 때문에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벌어지면서 미국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세계적 약육강식, 불평등, 빈곤화를 급속하게 조장하고 있다. 무제한적인 자연파괴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면서 자연재난과 질병만연을 초래하고 있다. 물 흙과 대기의 오염은 인류 뿐 아니라 전 지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의 권력자들과 거부들이 매년 모이는 2019 다보스 포럼에 앞서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세계 최상위 억만장자 26명이 세계인구 하위층 50% 38억 명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과 동일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부의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가 억만장자는 2008년 1125명에서 2018년 2208명으로 10년 사이 두 배 증가했다. 반면에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극빈층 38억 명의 재산은 오히려 11% 감소했다. 세계 주요국가들의 부유세는 내리고 있다.(2019년 1월 21일 옥스팜 보고서) 미국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운동,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 등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도 불평등 빈곤화 때문에 중산층이 붕괴한다는 항의가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들에서 이 같은 항의가 제기될 지경이면 나머지 가난한 나라들의 상황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앞으로 대기업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자동화 시설을 확충하고 서비스 산업과 보건의료산업 등에서도 대폭 인력감축을 하려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선진국 등에서 먼저 시작되고 점차 중하위권 국가로도 번져나갈 것이다. 2030년에는 전체 일자리 60% 가운데 30%에 자동화가 도입되어 선진국에서 8억 명 정도가 직장을 잃을 것으로 추계되었다.(2019년 1월 27일자 맥켄지 보고서)

ⓒ이부영


4. 3.1독립선언 10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국민이 이웃 나라들에게 말한다 

우리 한국 국민은 우리 운명에 깊고 큰 영향을 미친 이웃 나라들에게 아래와 같이 전하고 싶다. 

가. 일본의 극우세력은 그들의 한반도 침략을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동학농민 의병 독립군들이 처절하게 저항했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그들을 수없이 살육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인이 스스로 일제의 식민지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병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갖가지 군사적 협박과 위계가 동원되어 체결된 한일의정서(1904년), 을사늑약(1905년), 한일병합조약(1910년)을 모두 강제가 아닌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연장선에서 군사통치자의 강압으로 체결된 1965년 한일협정도 정상적인 절차로 맺어진 조약으로 본다.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용도 한일협정으로 모두 끝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일본군 성노예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의 자손들에게도 날조된 역사를 가르친다. 나치 범죄를 낱낱이 기록하고 참회하며 자손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도 수록하고 있는 독일을 보라. 이처럼 국가의 역사를 날조하는 선진국이 일본 말고 현대 세계에 어디 있는가. 일본은 회개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의 후손들에 의해 부정당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우리는 3.1 독립선언에서도 밝혔듯이 일본이 우리 한국에게 적대하지 않고 선린으로 다가오면 중국 등과 함께 동아시아평화를 만들어가겠노라고 선언한 바 있다. 우리는 2010년 강제합병 100년에 나온 한일지식인 1000여명이 발표한 성명이 일본의 한국합병 과정에 맺어진 각종 조약이 '불법'이었다고 합의한 사실에 주목하며 또한 2019년 2월 3.1운동 100주년에 나온 일본시민 지식인 성명 '식민지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야말로 한일, 북일 관계를 지속, 발전시키는 열쇠이다'라는 성명에서 "일본에 병합되어 10년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조선 민족은 일본인들에게 일본을 위해서라도 조선은 독립해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했다. 이제 우리들은 조선 민족의 이 위대한 설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동양 평화를 위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한일, 북일 간의 상호 이해, 상호 부조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라고 끝맺은 사실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나. 한반도를 분단하여 동족상잔 전쟁을 겪게 만든 미국과 러시아에게도 역사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 그들은 아무리 전승국이라고 해도 패전국도 아닌 한반도를 분단시켰고 분단정부를 세웠으며 동족상잔 전쟁까지 조장했다.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에게 정중히 요구한다. 한반도 남북의 정부가 화해하고 협력하여 평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돕는 것으로 그들의 역사적 죄과를 씻기 바란다. 

미국은 지난 70여 년 동안 전쟁을 겪고 전쟁 위협에 시달려온 한반도 남북 주민들에게 평화의 선물을 주기 바란다. 북측이 비핵화를 국제적으로 약속한 이상 되돌아가기는 이미 늦었다고 보인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그의 임기 안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 미국과 자신에게도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제재와 봉쇄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는 북한에게 상응하는 조처를 신속히 취하는 적극적 행보를 보이기 바란다.

미국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일본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체결하면서 일본의 전쟁범죄에 관대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일제 식민지배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한국의 배상에 불리하도록 조건을 만들었다. 조약문에 독도가 한국령이라는 것을 분명히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한일 간의 독도 분쟁의 불씨를 만들어놨다. 미국은 일본을 대공산권 방어기지로 만드는 데만 열중하여 한반도를 곤경에 빠뜨린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미국은 20세기 초에도 태프트-가츠라 밀약으로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화를 적극 지지했다.  

다. 현대사에서 한반도와 고난의 역경을 함께 겪어온 중국에게 연대감을 보낸다. 오랜 질곡을 이겨내고 괄목할 발전과 성장을 이뤄낸 중국 인민들의 노고에 경의를 보낸다. 한편으로 우리는 최근 중국 당국이 주변국들에게 보이는 신흥 강대국의 모습에서 과거에 겪은 불행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우리의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우리는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남북한 당국과 주민의 노력에 중국 정부의 관심과 협력이 있을 것을 기대한다.  

라. 우리는 한반도의 운명공동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게 절실한 마음을 담아 호소한다. 지난해와 올해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해 애쓰는 북쪽 당국과 인민들에게 따듯한 새해 인사를 보낸다.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선열들에게 기쁜 소식을 올리게 되어 정말 기쁘다. 해방된 뒤 2017년까지 지난 72년 동안 남북이 만들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제 서로 좋은 말, 좋은 얼굴로만 대하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양쪽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자 함께 노력하고 평창겨울올림픽을 성공시키고자 노력해서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켰을 때 얼마나 보람이 있었는가. 남북과 해외 동포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가. 우리가 서로 믿으면 주변 나라들도 우리 얘기에 귀를 기우리지 않던가. 남북 사이에 신뢰감이 생겨나면서 한반도 둘레에는 서서히 <자율공간>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4.27 남북정상선언에서 밝혔듯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하겠다. 아베 일본에게 핵무장의 빌미를 제공해서는 천추의 한이 될 것이다.  

우리가 남북 간에 평화공존 해가면서 교류협력하고 공동번영을 만들어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에 북측도 동의하리라고 본다. 우리가 전쟁을 막고 평화를 만들어가는 데 성공한다면 안중근 의사께서 꿈꾸셨던 동아시아평화공동체를 우리 남북이 주도하여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 세기가 넘도록 지속되어온 우리의 고난과 아픔을 서로에 대한 우리의 믿음으로 끊어내자. 분열되어 전쟁까지 했던 한 민족 두 나라가 화해와 공존을 통해 평화통일을 만들어내는 신화를 현실로 만들어 보자. 

우리 운명에 깊고 큰 영향을 미친 이웃나라들과 심지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게 까지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바를 얘기하고 나니 우리의 지난 한 세기 이상에 걸친 고난과 불행을 남의 탓으로만 돌린 것처럼 들린다. 외세의 침략과 간섭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는 했지만 우리 자신의 분열과 아집에 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지금 여기에서도 우리는 옳고 당신들은 틀렸다는 이분법적이고 비타협적인 자세가 우리 공동체 안의 분열과 대립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깊이 성찰해야겠다.

5.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큰 몫을 감당했다

한반도 대중은 20세기 초 가혹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3.1 자주독립선언을 통해 민주공화정을 선택했고 전국적 비폭력 평화운동을 전개했다. 3.1 반제국주의·반식민지 투쟁은 중국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의 피압박 대중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평화적으로 그 뜻을 펼치도록 큰길을 보여주었다.  

3.1항쟁은 왕정(王政)이 아닌 국민(民國)을 선택함으로써 '3.1혁명'으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탄생시켰고 그 이후 독립운동 에너지의 저수지가 되었다.


3.1항쟁은 분단 이후에도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향한 모든 운동의 원천이 돼주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한국전쟁이 정전으로 마무리된 뒤 분단대결과 부정부패의 독재를 강요하던 이승만정권에 대항하여 4월 민주혁명을 일으켜 민주주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 이후 계속된 군사통치의 억압에 무릎 꿇지 않고 부마 민주항쟁, 광주 민주항쟁을 벌였으며 1987년 민주항쟁을 통해 군사독재를 극복했다.  

한국 국민의 민주화 투쟁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북쪽으로는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자루 속에 갇힌 처지에서 전개되었다. 무수한 희생과 고통이 따랐다. 그러나 우리는 지치지 않고 민주주의와 평화의 길을 걸어왔다.  

우리의 발걸음은 2017년 촛불시민혁명으로 대단원에 이르렀다. 100년 전 선열들이 그랬듯이 종교 지역 계층 이념을 초월하여 남녀노소가 함께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 민주주의와 평화의 대의를 세웠다. 어린이 젊은이 노인들이 함께 나서서 민주주의와 평화의 축제를 만들었다. 촛불시민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 한 명의 희생자도, 구속자도, 부모를 잃은 어린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세계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국제적 협상도 촛불시민혁명을 이룩해낸 시민들이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촛불시민들의 의지는 어떤 퇴행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6. 한반도 제재와 구속의 실체 

20세기 초 대한제국의 망국과 식민지화가 우리의 주권상실이었고 한반도 주민 전체의 삶의 조건 상실이었다. 그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독립운동 임시정부수립 무장항쟁이었다. 한반도 현대사에서 이 노력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삶은 긍정이었고 그 노력에 등지는 삶은 부정이었다. 친일은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아 우리 역사에서 부정될 수밖에 없다. 

20세기 중반 한반도의 분단과 동족상잔 전쟁은 다시 한번 우리의 주권상실을 강요했다. 한반도 주민의 삶의 조건은 식민지 시대 이상으로 파괴당했다. 분단과 전쟁은 우리 민족 내부를 갈가리 찢어놓았다. 이민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 의해 살육과 파괴가 자행되었다. 민초들에게는 잘 알 수 없는 미국과 소련을 대변하는 '이념'의 이름으로 참극이 자행되었다. 무기도 그들이 제공한 것이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냉전시기 동안 미국과 대결하려다 보니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탈냉전시대가 왔어도 특히 지난 30년 가까이 핵개발과 관련, 미국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제재와 봉쇄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조선은 비핵화를 통해 북미협상이 타결되면, 다시 말해서 조미 수교가 이뤄지고 제재와 봉쇄가 풀리면 대한민국이 당면할 제약의 강도보다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 *조선은 바로 일본과 조일수교협상에 마주할 것이다. 일본은 외자와 기술이 몹시 필요한 조선에게도 한국에게 적용했던 방식을 적용하고자 할 것이다. 조선은 한국이 겪어야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한국의 한일협정 협상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의 국교협상에 충분한 준비 없이 나섰다가 지난 50년 이상 해마다 2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지불해야하는 대일종속경제 구조를 떠안아야했다. 그것은 정치적 약자 지위까지 강요했다.  

*일본은 태평양에서 서서히 퇴조하는 미국의 공백을 경제 부분에서부터 채우고 있다. 미국이 떠나버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캐나다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중남미국가들 동남아국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새로 국제사회에 참여하는 조선을 끌어들이고 일본과 갈등을 빚고 무역경쟁국으로 등장한 한국을 소외시키려 할 것이다. 경제 무역 부분에서 남북을 분할관리(Divide and Rule)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남북의 긴밀한 정책협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오랜 세월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왔다. 특히 안보에서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했다. 한미동맹이 그 실체다. 한국은 무기체계 군교육 군사정보를 전적으로 미국에게 의존했다. 한국전쟁 도중에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군사령관에게 이양하면서 한국군은 전쟁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군대로 길들여져 왔다. 군지휘관 교육도 미국내 기지들에서 미군과 함께 받으며 미군과 의사소통이 되는 지휘관이 고급지휘관으로 진급하는 군구조로 정착했다.  

*이제 작전지휘권은 될수록 빨리 회수 해야 한다. 

*조미비핵화협상의 진전에 따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종전선언이 남북미중에 의해 합의 선언되고 이어서 남북미 평화협정이 합의 공표될 때까지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 문제에는 논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들이 불거지면 다른 많은 문제들의 진전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지난 2004년 국가보안법 개폐 사례에서 보듯이 선명노선을 선취하려는 여권 내의 급진세력이 다시 민주평화진영 전체를 곤경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권고로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체결한 이후 경제 분야에서는 일본자본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일본 자본과 기술이 한국재계의 판도를 좌우했다. 일본의 미쓰비시 등 대표적 대기업 10곳이 1961년부터 65년까지 한일협정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동안에 박정희 정권에게 집권 공화당의 창당 및 선거자금으로 6,600만 달러를 헌금했다는 사실을 미국의 CIA가 1966년도에 특별보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밝혀졌다. 1965년의 이른바 한일협정은 친일군사정권을 뇌물과 부정한 정치자금으로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매수하여 얻어낸 부도덕한 외교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한국전쟁의 특수로 축적한 일본의 자본을 한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서 다시 베트남 전쟁의 특수를 일본기업에게 분배하고 있었다.

한국 경제의 규모와 기술수준이 비약적으로 성장해서 50여 년 전 한일협정 체결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일의존도가 낮아졌다고 해도 구조적 불균형은 시정되지 않고 있다. 한일협정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일본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그대로 두고서는 정상적인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 그리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과 일본의 조일수교 협상에 당면하게 될 때를 기다려 한일협정 재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7. 우리는 어떤 내일을 모색하는가 

우리는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가 점점 뚜렷이 지평선 너머로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우리의 내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논의하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2000년 6.15선언이나 2007년 10.4선언 때와는 달리,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예상하게 되었다.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체제까지, 주한미군의 성격과 지위 변경과 한미동맹의 질적 변화까지 전망하게 되었다.

요컨대, 지난 74년 동안의 분단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구성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제기된다. 그렇다고 지난 70여 년 동안에 전혀 다른 사회로 진화해온 남북 사회가 하루아침에 '하나'가 되리라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는 어렵다. 북쪽과 전쟁을 해서라도 무너뜨리고 흡수통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집단을 제외한다면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 신속한 국가연합 형성론=남북정상회담이 1년에 세 차례 이상 개최되고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다양한 부분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은 국가연합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일단 북미 핵 담판이 진전되고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평화협정과 북미수교의 단계에 들어서면 국가연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나. 남북 평화공존과 교류협력론=남북 사회는 지난 70여 년 동안 전혀 다른 사회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법률제도 교육 경제 등 이질화된 부분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양쪽 정부당국의 조심스런 정책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양쪽의 평화공존을 위한 일정한 화해조정기가 필요하리라는 것이다. 남북 사회에는 상대방을 악마화하여 부정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너무 급히 하나로 만들려는 시도는 모처럼 힘들게 찾아온 화해교류 평화공존의 분위기를 깨뜨리고 상대방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양쪽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배려하면서 정책이나 조처를 제시하면 상대편이 받아들이는 것만 함께 실시하는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도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가침조약을 맺고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가 일정한 화해조정기를 거쳐 국가연합을 형성하면서 외교와 군사도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다. 한 민족-두 국가론=남북이 평화공존하고 화해교류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지난 70여 년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이상 굳이 다시 통일을 지향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같은 독일민족이지만 오스트리아와 독일처럼 한 민족 두 국가로 살아가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평화공존하면서 남북수교를 하여 완전히 독립국으로 살아가는 것이 전쟁과 갈등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는 한반도의 두 개 독립국가가 함께 중립국가를 선언하고 한반도를 중립지대로 선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 쌍방이 각각 강대국들과 체결한 군사조약이나 상호방위조약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위 글은 우석대 동아시아평화연구소,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연구회(강창일, 인재근의원), 김근태재단 공동주최로 2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 '제재와 주권: 한반도평화와 남북의 민족화해-대달결을 위한 이니시어티브' 기조 강연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