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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유혹’ 가출 소녀 노리는 채팅앱 성매매 - 연애할 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것

일취월장7 2019. 2. 16. 10:21


‘위험한 유혹’ 가출 소녀 노리는 채팅앱 성매매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2 14:00
원조교제 알선하고 돈 챙겨…범죄의 표적 되기 쉬워
대다수 채팅앱, 실명·성인 인증 절차 거치지 않고 있어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각종 메신저가 활성화되고 있다. 타인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도 우후죽순 개발됐다. 문자대화뿐 아니라 음성채팅, 화상채팅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채팅앱이 출시된 것만 수백 개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음성적인 성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청소년 성매매를 암시하거나 부추기는 내용도 적지 않다. 

실제 채팅앱은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온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성매매에 이용된 경로 중 1위는 ‘채팅앱’(67%)이 차지했고, 2위는 ‘인터넷 카페·채팅’(27.2%)이었다. 온라인 채팅을 통한 성매매가 전체의 94.2%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성매매에 나서는 청소년 10명 중 9명은 온라인에서 상대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7명 정도가 채팅앱을 이용하는 셈이다. 

ⓒ 일러스트 정재환
ⓒ 일러스트 정재환

채팅앱 성매매 사냥꾼도 등장

가출 청소년들의 경우 성매매 유혹에 빠지기 쉽고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충북 증평이 고향인 한아무개양(15)은 중학교 2학년 재학 시절이던 2014년 11월 가출했다. 어머니에게 “며칠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왔다. 한양은 서울로 상경했다. 

가출 소녀가 돈벌이로 할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성매매를 알선하던 박아무개씨(28) 등을 만나면서 ‘조건만남’ 유혹에 빠지고 말았다. 박씨 등은 모바일 채팅앱을 통해 한양과 성인 남성의 조건만남을 알선하고 돈을 챙겼다. 

2015년 3월26일 박씨 등은 랜덤채팅에 ‘빠르게 뵐 분’이라는 제목의 채팅방을 만들어 올렸다. 이를 본 김아무개씨(38)가 응답해 왔다. 조건만남이 성사된 김씨와 한양은 이날 오후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한 모텔 앞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객실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모텔 측은 미성년자인 한양의 신분이나 나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김씨는 성매매 조건으로 한양에게 13만원을 줬다. 성관계 후에는 미리 준비한 마취제를 묻힌 헝겊으로 한양의 입을 막아 잠들게 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김씨는 한양에게 줬던 현금 13만원을 도로 가져가고 스마트폰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에 체포된 후에야 김씨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는 채팅앱을 통해 만나는 여성들을 노린 일명 ‘채팅앱 성매매 사냥꾼’이었다. 성매수 대가로 일정 금액의 현금을 지불하고 성관계를 가진 후에는 흉기 등으로 위협해 도로 빼앗았다. 여죄도 추가로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을 위해 마취제와 밧줄, 헝겊 등을 준비했다. 피해 여성들은 성매매에 나선 사실 때문에 제대로 신고하지 못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가출 소녀인 한양도 김씨의 계획된 범행에 타지에서 비참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SNS와 채팅앱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채팅 대화창에 성매매를 암시하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채팅앱에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범죄의 덫’을 놓는 성인 남성들도 상당하다. 가출 청소년들이 주 대상이다. 이들은 주거가 불안정한 가출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무료 숙식 제공’을 미끼로 유인해 성매매 등을 강요했다. 

지난해 10월 A씨(22) 등은 인터넷 채팅방을 개설해 놓고 가출 청소년들을 유인했다. B양(17)과 연결되자 “숙식을 제공해 주겠다”고 속여 부산의 한 원룸으로 유인했다. A씨 등은 B양을 원룸에 감금한 후 휴대전화를 빼앗고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에 나서도록 강요했다. 

B양은 감금된 지 3일 만에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B양 부모의 신고로 A씨 등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성매매에 나서는 상당수 가출 청소년들이 이런 식으로 범죄의 덫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음성적인 범죄는 진화하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채팅앱을 역이용해 성인을 대상으로 범죄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1월 광주광역시에서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수를 한 남성 C씨(28)가 10대 7명에게 이틀 동안 감금당한 채 금품을 갈취당하다 풀려났다. C씨는 채팅앱을 통해 D양(14)을 만나 성매수를 했다. 

이후 C씨는 D양과 재차 성매수를 하려고 모텔방에 갔고 샤워하는 사이 D양의 친구들이 들이닥쳐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으니 신고하겠다”고 폭행·협박하며 현금 258만원 등 금품을 빼앗았다. C씨는 감금에서 풀려나자 경찰에 신고했다. 다수의 전과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있던 이들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서로 짜고 C씨를 유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채팅앱의 폐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채팅앱이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온상이 되고, 심지어 원조교제에 나섰던 가출 청소년이 살해되기도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물론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는 단속이나 적발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재 대다수 채팅앱은 실명이나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채팅앱 317개 중 87.7%(278개)가 나이 등 본인 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아동·청소년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채팅앱에 접속이 가능한 것이다. 미성년자도 채팅앱에서 20살 이상을 선택하면 가입과 채팅이 자유롭다. 닉네임과 나이, 성별을 스스로 설정하면 청소년이 성인인 것처럼 속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화 저장과 화면 캡처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화 상대를 특정하기도 어렵고 증거 확보도 쉽지 않다. 또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접촉한 후 오피스텔이나 모텔에서 만나기 때문에 제보가 없다면 단속이나 수사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특정 채팅앱을 단속하면 이용자들이 다른 채팅앱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이용 해지·정지도 효력이 없는 실정이다. 

원조교제를 하려는 청소년과 성인 남성의 채팅창 대화 ⓒ 온라인 커뮤니티
원조교제를 하려는 청소년과 성인 남성의 채팅창 대화 ⓒ 온라인 커뮤니티

단속 사각지대, 정부는 ‘뒷짐’ 

여성단체들은 채팅앱에 최소한의 자정작용이 가능하도록 ‘성인 인증’이나 ‘본인 인증’을 의무화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각 부처의 입장은 다르다. 채팅앱의 문제는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규제에 있어서는 다른 부처에 떠밀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본인 인증’ 등을 위해서는 과기부의 기술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기부는 성매매 등 내용적 규제는 여가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관이라며 한발 물러서고 있다. 

방심위는 통신비밀보호법 등 현행법으로는 사적 대화 내용을 확인하거나 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처럼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채팅앱에서 청소년 성매매는 물론이고 각종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여가부는 차선책으로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매매 범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고보상금제’는 2012년 3월 처음 도입됐다. 아동·청소년 성매수나 성매매 유인·권유·알선, 장애아동·청소년 간음 등 범죄를 저질러 신고된 자가 기소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우, 신고자는 70만원 또는 1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받도록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국민 누구나 사건 신고 후 신고포상금을 신청할 수 있다. 미성년자도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여가부는 “청소년 대상 성매매를 유인·조장하는 채팅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경찰청과 협업해 단속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관기사

‘가출팸’ 청소년들, 성매매 ‘또래 포주’로 나서기도 



[르포] ‘몰카와의 전쟁’ 200일, 현실은 여전히 ‘몰카 공화국’

        박성의 기자·김민주 인턴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2.14 08:00
용산·종각 등 전자상가 몰카 판매 기승…업자 “정부 대책 무섭지 않아”

“25만원. 국산이라서 비싸요. 화질도 HD고.”

서울 용산역 인근에 있는 한 카메라 판매 업체. 쓸 만한 ‘몰카’(몰래카메라)를 찾는다는 말에 이 업체 사장이 한 카드지갑을 들이밀며 말했다. 자세히 보니 지갑 옆면에 손톱보다 작은 렌즈가 달려 있다. 사장은 “모션 감지가 돼서 움직임이 없을 땐 촬영이 안 되고 움직임이 있으면 촬영된다”며 카메라 성능을 자랑했다. 어떻게 숨겨 찍으면 되냐는 질문에 그는 “핸드폰 밑에다가 놓고 찍으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기자가 구매를 망설이자 사장은 답답하다는 듯 흥정을 이어갔다. “어디 이름도 없는 것 사서 찍다가 걸리지 말고, 무조건 가볍고 잘 팔리는 것을 사는 게 최고야. 현금이면 3만원 DC(할인). 콜?”

“뉴스 나온 ‘그 몰카’ 팝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불법 촬영을 중대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약 7개월. ‘몰카 안전지대’를 약속했던 정부의 공언과 달리, 시사저널 취재 결과 대한민국은 여전히 ‘몰카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주요 전자상가 진열대 위에서 몰카는 가장 뜨거운 ‘인기 상품’으로 분류돼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단속과 처벌 강화를 외치는 경찰과 정부의 엄포에도 판매업자들은 ‘무섭지 않은 협박’이라며, 구매자들에게 몰카 구매를 부추기고 있었다.

시사저널은 지난 1월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서울 용산 및 종로, 경기 부천 등 주요 전자상가 밀집 지역에 위치한 50여 개 카메라 매장을 돌며 몰카 판매 실태를 확인했다. 매장마다 상품 구색의 차이는 있었지만, 몰카를 판매하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가게들은 ‘초소형카메라’ ‘위장카메라’ 등의 문구를 붙인 채, 몰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1월21일 방문한 용산역 3번 출구 인근 전자상가. 각종 유명 전자 브랜드 로고를 붙인 판매점에서는 볼펜, USB, 라이터, 차키 등 각양각색의 몰카를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대도 다양했다. 음성이 안 들어가고 화질이 SD급(약 35만 화소)으로 좋지 않은 중국산 USB형 몰카는 4만원을 불렀다. 반면 국내 중소기업에서 만들었다는 100만원대 HD급(약 100만 화소) 설치형 몰카도 있었다. 한 업자는 이 같은 고성능 몰카가 최근 범죄에 악용됐던 ‘그 제품’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월23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의 한 몰래카메라 판매점 ⓒ 시사저널 최준필
1월23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의 한 몰래카메라 판매점 ⓒ 시사저널 최준필

몰카 잡겠다는 정부…유야무야 없어진 대책들

카메라 판매업주 A씨는 한 초소형 카메라를 보여주며 “연속 녹화가 10시간인데 이건 장식용인 줄 알고 카메라인지 모른다. 야간에도 촬영이 되고 음성도 들어간다”며 ‘예술’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어 “여관 같은 데서 몰카 찍지 않나. 손님들이 낮에 2~3시간 오면 거기에 많이 찍힌다. 설치해 놓고 하루 정도 놔두면 그대로 선명하고 깨끗하게 찍히니까 그걸 사이트에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자들이 모르고 당한다. 요즘 계속 뉴스에 나오던데”라며 직접 설치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같은 날 찾은 종로 인근 전자상가의 한 카메라 판매 업체 직원은 “무엇 때문에 카메라를 사는지 궁금하지는 않은데, 기왕 찍는 거 선명해야 좋지 않겠나. 막말로 도둑놈 잡으려고 이거(몰카) 사는 건 아닐 테고”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기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작고 선명하면 비싸긴 한데, 그 돈 아끼다가 인생 망할 수 있다. 가게 손님이 다 단골이고 A/S(사후관리)도 확실하게 해 줄 테니 믿고 사라”고 했다. 이같이 몰카를 판매하며 은연중 ‘불법  촬영’을 부추기거나 암시하는 업주가 적지 않았다.

몰카를 사고파는 일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성능 좋은 몰카가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몰카 크기는 작아지고 성능은 고도화되다 보니, 화장실과 탈의실 같은 밀폐된 공간뿐 아니라 대중교통과 길거리에서의 몰카 촬영도 매우 쉬워졌다. 몰카 범죄는 2013년 4823건에서 2017년 646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몰카 판매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정부 당국이 관련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몰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 마련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논의만 진행하다 유야무야 없어진 대책들이 대부분이다. 앞서 지난 2014년 한 20대 여성이 야외수영장 등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카메라의 모습을 띠지 않은 카메라와 변형된 카메라의 생산과 소지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후속 조처는 없었다. 2015년 10월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소형 카메라 판매자와 소지자 모두 관할 지방경찰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마땅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최근에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촉발되면서 몰카 문제가 다시금 부상하자, 지난해 6월15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몰카에 대한) 여성의 공포와 분노를 정부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 여성이 길을 갈 때, 화장실에 갈 때, 생활할 때 불안과 두려움이 없도록 해 달라는 외침을 더 이상 무심히 듣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약 50억원을 투입해 공중화장실 5만 곳에서 몰카 상시 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경찰청도 경찰관 534명과 의경 436명 등 970명을 투입해 전국 피서지 78곳에 있는 탈의실과 화장실 등 다중이용시설의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이 과정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성범죄 등에 사용되는 몰카, 즉 변형카메라 유통을 제한하기 위해 등록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판매 이력 관리를 위한 이력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해 8월31일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변형카메라를 개인이 소지했을 때 신상정보 등을 등록해 무분별하게 구매할 수 없도록 사전규제를 하자는 내용이다.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이 법안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입법 공청회를 기다리고 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2018년 6월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장실 불법 촬영 범죄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2018년 6월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장실 불법 촬영 범죄 근절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법안 통과 미지수…업자 “보여주기식 쇼” 

과거의 몰카 대책이 줄줄이 실패를 거듭한 가운데, 과연 이번 정부가 내놓은 몰카 대책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우선 관련 법안의 통과 여부부터 미지수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관련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몰카 제조 시장을 갑자기 옥죄면 국내 중소 정보통신(IT) 업체의 줄도산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실제 지난해 11월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회의록에 따르면, 과방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몰카 대책이) 여러 가지 기술 개발과 진화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것을 틀어막는 이런 형태로 가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많다”는 의견을 밝혔다. 

몰카를 판매하는 업자들 역시 입을 모아 정부 대책에 의문을 표했다. 카메라 구매자를 등록하게 한다면, 이를 피해 갈 편법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만난 한 업자는 “인터넷에서는 벌써 몰카 제작법이 활개치고 있다. 아마 등록제가 생긴다고 하면 부품만 사서 개인이 직접 몰카를 제작하는 일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소형카메라를 팔지 않고 빌려만 주는 업자들이 많다.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알면서 등록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애꿎은 상인들만 죽이고 보여주기식 쇼(show)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몰카 등록제 실효성 논란…“스마트폰 이용한 불법 촬영은?”
정부 대책에 전문가들 쓴소리 “동영상 거래 차단·인식 개선이 우선”

정부가 내놓은 ‘몰카 대응책’에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몰카 수요가 일정한 상황에서, 양지의 시장을 옥죌 경우 음지 시장만 키우는 풍선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카메라만 사라지면 몰카가 완전히 사라질 건가의 문제다. 핸드폰을 살 때도 개인정보가 입력되지만 핸드폰으로도 몰카를 찍는다.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장이 살아 있는 동안은 얼마든지 소형 카메라를 대체할 물품이 나올 것이다. 불법 동영상 거래를 차단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남용될 수 있는 소지가 크니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있다”면서도 “기술 발전을 제도가 쫓아갈 수 없어 디지털 성범죄 대응책으로는 유효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는 주로 아는 사람에 의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발생한다. 모든 스마트폰을 규제할 수 없기에 사생활 침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애할 때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것

김민아 (페미당당 활동가)

김민아 (페미당당 활동가) webmaster@sisain.co.kr 2019년 02월 15일 금요일 제596호



연애할 때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뭘까? 때에 따라 내가 더 돈을 많이 낼 수도 있고, 자주 만날 수 없는 애인을 오래 기다릴 수도 있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며 생기는 기나긴 싸움을 견딜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것을 다 포기한다 하더라도, 내가 나 자신이기를 포기하며 살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타인을 포함해 나에게 고통을 준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진실하지 않은 삶은 아무리 잘 살아도 가짜일 테니까.

언제나 예의 바르고 정중한 태도로 주변 사람들의 신뢰를 받던 A 선배를 기억한다. 사람들은 그가 선비 같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다정했고,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다. 근처에 살던 우리는 종종 밤 산책을 했는데, 그는 자신에 비해 내가 자유분방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그래선지 질문이 많았다.

“그 사람이랑은 어떻게 만났어? 어떤 대화를 했어? 잤어? 좋았어?” “나는 여자친구를 처음 사귀는데 여자친구는 그렇지 않나 봐. 이게 자꾸 생각나고 서운하다”라고도 했다. 이런 얘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모텔에 가잖아. 그러면 벽 뒤에서 다른 여자 신음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 그 소리를 들으면 되게 흥분돼. 그런데 여자친구가 신음소리를 크게 내면 좀 꺼려져.”
ⓒ정켈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아, 나는 그에게 ‘벽 뒤의 신음소리’구나. 그는 여전히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다. 그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마다 집에 가겠다는 내 손목을 붙잡고 가로막으며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나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다.

때로는 나도 신음소리를 크게 내 애인을 불편하게 하는 벽 안쪽 여자친구였다. B는 언제 어디서나 내 곁에 있고 싶어 했던 충성스러운 애인이었는데, 그가 생각하기에 나와 본질적으로 다른 부류의 여자들의 생김새와 행동, 꾸밈새에 대해 자주 인상을 쓰며 불평했다. 그래서 그는 내가 남자들의 눈요깃거리, 몰카와 강간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알아서 몸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고, 야한 화장을 하지 말고, 은밀한 단둘만의 공간이 아니라면 섹스 얘기를 꺼내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다.

명시적으로 돈이 오가지 않았을 뿐이지 외로움과 보살핌, 관계 유지를 위해 섹스를 하는 게 성매매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내 말에 그는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그들과 너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인데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다그쳤다. 나는 그가 나를 익명의 타인과 철저히 구분하고 특별하게 바라본다는 점, 나를 강하게 열망한다는 점이 썩 만족스러웠지만 동시에 난감했다. 그가 내게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나는 사람들마다 각각 살아가는 방식과 성격이 다른 정도로 다를 뿐이었다. 그와 내가 다른 꼭 그만큼만 달랐다.

‘그가 원하는 존재’로 사는 게 사랑일까

구애를 받는 여성은 정말 권력을 가진 존재일까. 그들에게는 사랑이 받아들여지느냐, 아니냐의 문제지만 여자에게는 자주 나로 살 것이냐, 아니면 그가 원하는 존재로 살 것이냐의 문제가 된다. 둘에게 주어진 선택지의 무게가 이만큼이나 다르다면 그건 과연 평등한 관계일까. 나는 자신이 구축해놓은 세계의 범위를 넓히고자 모험을 감행하는 남자가 택하는 일탈의 대상도 아니었지만, 순수하고 지켜줘야 할 유리 덮개 속 장미꽃도 아니었다. 구태여 그런 역할에 나를 맞추며 살 필요는 없었다. 그러느니 차라리 오랜 시간 외로움을 견디는 게 나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얘기한다. 또 수많은 폭력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행해진다. 그러나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결국 눈치를 보다 지쳐 침묵하게 된다면, 그래야만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여전히, 감히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