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가짜뉴스 처벌, MB정부와 뭐가 다른가"
"文정부 가짜뉴스 처벌, MB정부와 뭐가 다른가"
박정연 기자 입력 2018.10.25.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 조항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으로 위헌이 결정되어 폐기된 일명 '허위사실유포죄'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과 닮은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 발의를 예고했다. 처벌 대상을 개인에서 SNS사업자로 확대했는데, 가짜뉴스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허위사실유포죄'를 빼다박은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은 누가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할 것이냐는 문제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프레시안>은 2009년 당시 '미네르바 사건'의 증인으로 공판에 출석했던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어떤 표현이 '허위'라고 해서 '불법'으로 규정한 법은 없다. 정부여당이 통계가 잘못됐다고 해서 혹은 허위인 사실을 유포했다고 해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위헌으로 판결 난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금융당국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의 환율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블로거 '미네르바'를 처벌하려고 했다. 그때, 소위 '허위사실유포죄'라고 명명한 법 조항을 쓰려고 했다가 그 법도 위헌 판정이 났고, 미네르바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규제자 입장에서 완패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지난 23일 민주당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특별위원회 박광온 위원장은 유튜브 측에 콘텐츠 삭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사실을 밝히며 "전기통신기본법 47조에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과) 비슷한 규정이 있는데 작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실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공적 규제의 보완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가짜뉴스는) 허위조작 범죄로 표현의 자유로 논란이 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미 위헌으로 폐기된 '허위사실유포죄'가 포함됐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를 근거로 공적규제의 보완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주당이 위헌이 확인된 법을 근거로 '가짜뉴스 대책'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전기통신기본법 2항은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입법취지와 내용은 비슷하다. 박경신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넓게 해석하면 2항도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며 "47조 1항만이 위헌으로 결정 났지만 그 이유는 검찰이 '미네르바' 사건에서 그 조항만을 이용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경신 교수는 민주당 '가짜뉴스 대책'의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사례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이미 헌법적으로 이미 불법이라고 규정된 정보들에 대해 정보 매개자들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불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정보들을 새롭게 '불법'으로 규정해서 단속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서 적절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 박 교수는 "가짜뉴스가 있다면, 가짜뉴스는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뉴스가 허위라는 게 쉽게 판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허위사실유포죄와 닮은 정부의 대책은 가짜뉴스를 지적하는 행위와 사실을 밝히는 행위도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에 가짜뉴스로 처벌할 부작용이 있다"며 오히려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대책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가르는 시민들의 자정작용을 막을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25일 박경신 교수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말 자체를 막는 게 공권력의 작용이어서는 안 돼"
프레시안 : 지난 2일에는 국무총리가, 지난 16일에는 법무부 장관이 그리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같이 가짜뉴스 잡기에 나섰다. 이유를 뭐라고 분석하나.
박경신 :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평판을 저하시키는 허위정보들이 많이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려는 것 같다. 최근 경제가 악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 계속해서 '자영업자들이 힘들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고 정부·여당에서는 '자영업자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유통되고, 잘못된 통계가 더해져 확대되는 과정을 특별히 잡을 방법이 없으니까 정부·여당이 나서서 단속하려고 하는 것이다. 통계가 잘못됐다고 해서 혹은 허위인 사실을 유포했다고 해서 형사처벌 하는 것은 위헌 결정난 '허위사실유포죄'를 적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프레시안 : 정부·여당은 명예훼손 등 현행법에 금지된 피해를 막기 위해 가짜뉴스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신 : 지난주 법무부 보도자료를 보면 명예훼손 등의 범죄에서 허위로 판단된 것은 고소·고발 없이도 직권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런 의지의 천명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검찰이 인터넷 웹서핑을 하다가 허위정보를 발견했을 때, 고소·고발 없이 수사를 진행하면 그 수사의 수혜자는 유명한 사람이나 권력자가 된다. 검찰은 일반인이 허위사실로 명예훼손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어릴 때 커닝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런 정보를 꿰고 있지는 않지 않나. 사회 지도층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고소·고발 없는 수사가 남용될 뿐이다.
프레시안 : 민주당은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가 명백하고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범죄 수준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논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박경신 : 그 피해가 어떤 것인지 정부와 여당에 반문해야 한다. 그런 피해와 범죄 수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표현은 머릿속에 있건, 내뱉어져 있건 직접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그 표현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피해를 주는 경우가 한정 돼 있다. 그렇다면 그 피해를 단속하는 것이 공권력의 작용이어야 하지, 그 말 자체를 막는 게 공권력의 작용이어서는 안 된다. 법학계에서는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의 원리'라고 표현되는 물리적인 위험이 구현될 때만 공권력의 작용이 가능한 것이다.
"표현이 '허위'라고 해서 '불법'으로 규정한 법은 없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가짜뉴스 대책을 설명하며 독일의 '소셜네트워크 법'을 예로 들었다. 독일은 형법에서 이미 금지하고 있는 내용의 SNS 유통을 막자는 것인데, 민주당은 이를 한국에 적용해 이미 법원, 언론 중재위 등 에서 '허위사실'로 판단된 것이 포털에 유통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내건 가짜뉴스 대책의 모델로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이 적절한가.
박경신 : 어떤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한 법은 없다.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은 가짜뉴스를 불법 정보로 새로 규정한 법이 아니고, 기존의 형법에서 이미 금지된 정보들의 표현을 매개하는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들에 책임을 지우는 법이다. '허위'라는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한 사례던 사례가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금융당국의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의 환율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블로거 '미네르바'를 처벌하려고 했다. 그때, 소위 허위사실유포죄라고 명명한 법 조항을 쓰려고 했다가 그 법도 위헌 판정이 났고, 미네르바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규제자 입장에서 완패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독일은 이미 헌법적으로 이미 불법이라고 규정된 정보들에 대해 정보 매개자들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미 불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정보들을 새롭게 '불법'으로 규정해서 단속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서 적절한 예시는 아니다.
프레시안 : 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위 위원장인 박광온 의원은 '전기통신기본법 47조'를 언급하며 이 법이 거의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전기통신법 47조의 1항은 '미네르바 사건'에 적용된 '허위사실유포죄'다.
박경신 : 아마 민주당은 47조의 2항을 근거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위헌결정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 47조 1항이 위헌으로 결정 났지만 그 이유는 검찰이 '미네르바'사건에서 그 조항만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헌재의 판결을 넓게 해석하면 2항도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폭동'과 같이 이미 법원에서 허위정보라고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서는 가짜뉴스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가.
박경신 : 허위라고 판명이 난 것과 불법은 다르다. 허위정보라고 할지라도 표현은 타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주지 않는 한 섣불리 규제되어서는 안 된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지구평평론자들이 국제대회를 서울에서 했다. 내용으로만 따지고 보면 사회 신뢰를 더 떨어뜨릴 수 있는 정보다. 하지만 문명사회는 그런 루머에 대해 단속을 하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이를 형사처벌하게 되면 칼자루를 쥔 검찰이 자신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쥔 행정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칼날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규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표현은 그 자체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효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발화자에게 물을 수 없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북한군의 폭동'이라는 예시도 이 사실이 유통됐을 때 그게 어떤 피해를 줄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명제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가짜뉴스가 왜 심각한 문제가 되나"
프레시안 : 그렇다면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여당의 지적처럼 SNS에서 가짜뉴스의 유통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팽배한 건 사실 아닌가.
박경신 : 가짜뉴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가짜뉴스가 뭔지 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가짜뉴스가 왜 심각한 문제가 되나. 어떤 뉴스가 허위라는 게 쉽게 판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평평론의 국제 학회 숫자가 수십만 명이라고 해서 특별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짜뉴스 문제의 발단은 노인들이 유튜브와 카카오톡을 뒤늦게 사용하면서 그들끼리 믿고 싶은 정보만을 주고받으면서 증폭시키는 필터버블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보수언론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 허위 통계로 경제를 왜곡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을 때인데, 개인적으로 후자는 공권력이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전자는 큰 해악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가짜뉴스를 규제하고 단속할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를 밝혀내고, 어떠한 사실이 가짜뉴스라고 홍보를 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허위사실유포죄와 닮은 정부의 대책은 가짜뉴스를 지적하는 행위, 사실을 밝히는 행위도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에 가짜뉴스로 처벌할 부작용이 있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제정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허위정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보다 독일처럼 혐오 발언 등의 혐오표현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등의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경신 : 우리나라는 차별금지법 자체가 없는 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차별할 자유는 사실 인간의 중요한 자유 중에 하나다. 짜장면을 선호할지, 짬뽕을 선호할지. 연애를 할 때도 여성을 좋아할지, 남성을 좋아할지 선택해서 차별하게 된다.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내버려 두면 매우 비인간적인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문명국가의 마지노선으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것이다. 개인이 연애할 때는 어떤 성별을 좋아할지 남녀차별을 해도 되지만, 고용을 하거나, 주거를 하거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는 남녀를 차별하지 말라는 것과 같이 최소한의 공적인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 특별법 정도가 있는데 실제로 그보다 더 넓은 분야에서 사람들이 차별당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경기도 산업단지에서 '호남사람 사절'이라는 채용공고가 있어 사회적 공분을 샀지만, 제재를 가할 근거가 없었다. 입법불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차별이 불법행위로 정해지면 이를 선동하고 조장하는 표현은 규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 영원한 승리를 위한 전투가 될 때
오세훈 “文정부, 국민에게 북한 믿으라 강요하고 있다”
[인터뷰] 자유한국당 대표 출마 고려 중인 오세훈 前 서울시장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10.26(금) 08:00:00
복귀설·출마설 등 지난 몇 년 설(說)만 가득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행보가 점점 윤곽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복수의 언론을 통해 그는 자유한국당 입당과 향후 당권 도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약체화된 야당 현실을 지적하며, 그 어느 때보다 보수대통합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한다. 보수 단일대오를 위해선 바른미래당은 물론, 그 어떤 세력도 무조건적으로 배제해선 안 된다고도 주장한다.
10월24일 오후, 고려대학교 미래융합기술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2015년부터 강단에 서고 있는 오 전 시장은 정계에서 한발 떨어져 지내는 기간 동안 느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답답함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인터뷰 당일,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대상에, 전임인 오 전 시장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 및 문재인 정부 정책, 후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에 대한 그의 생각을 두루 들었다.
오늘(10월23일) 정의당이 시장 재직 시절 SH공사 직원 친인척 채용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공사 내 일체의 친인척이 취업을 하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노조에서 조직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국면을 이용해 바람직하지 않은 취업 행태를 보인 데 경종을 울리자는 거다. 내 임기 5년간 7건 정도 직원 친인척 채용이 있었다고도 주장하는데, 노조의 도덕적 해이에 초점을 두고 노조 기득권의 대물림이 보편적으로 이뤄졌는지 따져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게 지금 여론의 향방이다. 이런 식으로 물타기를 하면 국민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 시사저널 이종현
“‘태극기 부대’ 무조건 배제해선 안 돼”
자유한국당 입당을 고려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정식으로 영입 제안한 게 계기였다고 보도되는데, 그분과는 그간 계속 대화를 해 왔던 사이다. 그보다도, 지금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독주하고 있다. 세력 균형이 완전히 깨져 있다. 통계로 분명히 나타나는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행태를 보며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 원인을 사분오열된 야당 진영의 약체화로 봤다. 어떻게 하면 야당이 단합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
보수대통합이 실제로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바른미래당은 현재 반대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데.
“총선이 아직 1년 반 남았다. 지금 당 대 당 통합이 현실화될 동력은 크지 않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가 출범한지 얼마 안 돼 더욱 그렇다. 그러나 보수가 단일대오로 가야 한다는 정치적 당위성에 대해 지금부터 꾸준히 언급함으로써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비대위 체제에서의 한국당 혁신 작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탄핵 이후 보수정당은 완전히 힘을 잃었다.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끊임없는 몸부림을 보여줘야 할 처지가 됐다. 지금도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 중에 있다. 지금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비로소 제대로 된 1차 수술을 시작한 것이라고 본다. 향후 전당대회를 치르고 새로운 대표체제가 들어서게 되면 정말 시험대에 올라 본격적인 2차 수술을 하게 될 것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당에 매우 중요한 시기를 책임질 차기 당 대표 자리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나.
“고민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지금 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해 전반적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면, 과연 내가 그다음에 들어가 보수 재건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당내 비대위 체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당 밖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함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황 전 총리는 관료로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면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홍 전 대표의 경우, 물론 당에서 ‘다음 전당대회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홍 전 대표는 직전 대표였고 지방선거 대패 후 책임지고 물러난 분인데, 바로 그 다음 전당대회에 다시 나오는 게 국민적 눈높이에서 조금 어색하게 보일 순 있을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엄중한 민심 반영된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탄핵 자체에 대해선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탄핵은 헌법기관인 국회의 의결과 헌법재판소의 법리적 판단을 거쳤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건 간단히 말해 공과 사의 구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게 주원인이 돼 정치인 박근혜가 현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박근혜의 공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현재든 후대든 정치적으로 해석될 일이다. 다만 사적인 관리를 못한 부분에 대해선 법논리를 떠나 비판을 받을 일이다. 모든 정권은 공과 과가 다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난 보수 정권 9년의 단점만 극도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다시 제대로 공과 과를 따져봐야 하고, 그 공과는 사적인 책임에 대한 엄중함과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많다.”
최근 소위 ‘태극기 부대’를 당에서 포용해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바른미래당에서 당장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는데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해 달라.
“태극기 부대라고 통칭되는, 문재인 정부 비판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로 출발한 건 분명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의 여러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이 가세했다.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분들을 계속 단일화된 개념으로 정의해 버리고 무조건 배제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존립 근거에도 어긋난다. 향후 이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뜻을 모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함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었다. 보수 단일대오라는 화두를 던짐으로써 생겨난 파생적인 이슈들이라 생각한다. 건전한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 바른미래당과도 절충점을 찾았으면 한다.”
전임으로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7년 시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박 시장은 다소 도를 넘었다고 본다. 처음 시장이 됐을 때부터 시정을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전임자의 정책들을 줄줄이 취소하고 백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혹 자신의 철학이 너무 달라 도저히 이어갈 수 없는 정책들이었다면 그리 취소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이, 2~3년 지나 취소했던 걸 하나씩 다시 시작하지 않았나. 백지화했던 게 오로지 전임자 부인하고 무시하기 위한 것이었구나 싶어 매우 실망스러웠다. 예를 들어 서울 시내 전역에 경전철 노선 7개 만들려고 추진하던 걸 박 시장은 취임 후 고민도 없이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다. 그런데 2~3년 뒤 재선 앞두고 박 시장은 오히려 노선을 한두 개 추가해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 동대문 DDP 사업도 내가 공사를 반 정도 진행하다 나왔는데, 박 시장이 처음에 또 재검토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내부적으로 반대가 많아 다시 진행했는데 결국 완공은 2년 늦어졌다. 지금 그 근처 의류상권 전부 살아나고 관광, 패션 업계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서울 시민 입장에선 몇 년을 손해 본 거다. 적어도 왜 늦어진 건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지난 무더위에 옥탑방 가서 고생한 후 나와 ‘강북을 살려야 하는 걸 깨달았다’며 여러 사업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나. 시장 재임 7년 만에 그걸 깨달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오 전 시장이 가장 크게 반대하는 박 시장의 정책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이 아닌가 싶다.
“서울시 주택정책은 방향부터 잘못잡고 있다. 지금 강남 집값이 치솟는 게 큰 문제인데, 그 대안으로 경기도 의왕·과천 등 주변도시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내놓고 있다. 그곳에 집 짓는다고 서울의 집값이 떨어진다는 건 전혀 맥이 안 맞는 해법인데다, 향후 아파트 가격을 더 왜곡시킬 우려도 있다. 그럼 해법은 뭘까. 서울 시내 아파트를 공급해야만 한다. 그런데 서울엔 이제 개발할 수 있는 빈 땅이 없다. 유일한 방법은 재개발, 재건축뿐이다. 이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주택 지역을 허물고 재개발을 하는 것, 특히 뉴타운 식의 광역재개발을 통해 학교나 병원·공원 등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고 주거환경을 개선시키는 것. 이게 빈 땅 없는 서울시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인데 이를 무조건 반대하고 있는 거다.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다는 것만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 오래 전 지은 불량주택에 계속 살도록 하는 건 옳은 일인가. 유일한 해법을 배제하고 방법을 찾으려니 엉뚱한 대안만 내놓고 있는 거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집이 계속 부족하니까 집값 멈추지 않고 오르는 것 아닌가. 자꾸 재개발 재건축 투기세력 때문이라며 잘못된 원인 진단을 하니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있겠나.”
시장 시절부터 ‘반(反)포퓰리즘’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2011년 무상급식 반대가 대표적으로 기억되는데, 그때 결정에 후회 없나.
“그때 난 무상급식 한 가지로 투쟁한 건 아니었다. 당시 무상의료, 무상등록금 등 ‘무상 시리즈’를 민주당이 쏟아내던 때였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된다, 뭔가 기준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소득 하위 70%까지 양보했다. 뭘 해도 좋으니 상위 30%까지 주면 감당이 안 된다고 주장했던 거다. 그때 주민투표가 제대로 이뤄지고 기준선이 정해졌다면 지금처럼 함부로 무상 정책 못 했을 거다. 기준선을 설정할 절호의 찬스를 그들이 나쁜 투표라고 하며 걷어찬 것이다.”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거리 홍보를 하고 있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 연합뉴스
“통계청장 교체 경악스러워”
이러한 시각으로 현 정부의 정책을 본다면.
“지난 1, 2분기 통계를 보면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유해졌다. 두 분기 연속 이렇게 나오니 통계청장을 바꾸지 않았나. 그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정부가 반성이 없구나 생각했다. 1년 반 동안 사정이 악화됐으면 경제정책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데, 경제사령탑은 그대로 두고 통계청장을 바꾼 그 결정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마디로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신뢰를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국민들은 각기 다른 통일관, 북한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보인 모든 역사를 잊고, 북한이 착해진다고 하니 그저 믿자고 강요하는 모양새다. 북한에 대해 의심하고 견제하면 ‘반통일’ ‘반평화’ 세력이라고 치부한다. 최소한 정부가 ‘북한이 개과천선하겠다고 하니 우리 정부는 한번 믿고 북한을 정상국가로 견인해 보려 합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만큼은 경계를 풀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스탠스였다면 야당이 지금처럼 불안해하거나 비판하진 않았을 거다.”
국회 국정감사 기간이다. 이 같은 정부의 여러 정책들에 대한 야당의 날카로운 지적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각 상임위에서 정부가 기존의 공약대로 양극화 해소를 제대로 실현시키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게 필요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기득권 척결하겠다는 게 이 정부의 존재 이유 아니었나. 그러나 지난 1년6개월은 단연 노조의 기득권만 강화된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밝혀진 친인척 고용 비리뿐만이 아니라 오로지 노조, 특히 대기업, 공공기업, 정규직 노조를 위한 정권이었다. 어려운 사람을 위한다 했던 이 정부가 정말 그 방향대로 잘 가고 있는지, 아니면 역주행하고 있는지 전 상임위에서 전체적으로 짚어보는 국감이 돼야 했는데 그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