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생각보다 아시아에서 힘을 못 쓴다
미국은 생각보다 아시아에서 힘을 못 쓴다
다음은 지난 29일 미국의 외교안보 진보성향 싱크탱크 포린폴리시인포커스(FPIF)에 게재된 칼럼니스트 콘 핼리넌의 '오락가락 미국, 아시아 동맹은 변신중(As Washington Vacillates, Asia’s Alliances Are Shifting)'의 전문 번역(☞원문보기)이다.
핼리넌은 이 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호전적이면서 변덕스러운 외교정책으로 아시아 동맹국들조차 독자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필자는 이 글에서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미국의 이익만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에 반발해,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독자적인 외교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자는 최근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화해협력을 도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분쟁을 겪어온 동남아시아들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여러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필자는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쟁과 무역에 대해 다른 나라들의 결정권을 좌지우지할 능력은 더 이상 없다"고 경고했다.편집자

▲ 트럼프 미국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으로 동맹국들과 관계가 흔들리자, 중국과 러시아가 이 틈을 노리고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
항해를 할 때 상황이 바뀌면 항로를 정하기 위해 나침반을 재설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변덕스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은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대해 재설정 작업을 하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 반세기 동안 3번의 전쟁을 치렀고, 핵전쟁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이제 두 나라는 상하이협력기구(SCO)라는 안보무역기구 회원이다. SCO에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중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이 회원국들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파키스탄 총선 이후 샤마드 쿠레시 외교장관은 인도에게 갈등을 해소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독자적이고 지속적인 대화'를 제의했다.
파키스탄의 임란 칸 신임총리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특히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반군을 제거하기 위해 무인기를 동원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탈레반과 접촉해 오는 9월4일 모스크바에서 평화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30년전 탈레반은 러시아의 헬기를 미제 스팅어 미사일로 격추하던 시절이 있었다.
터키와 러시아는 교역 확대와 시리아 전쟁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터키는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3년전만 해도 터키 전투기가 러시아 폭격기를 격추하고, 이란을 비난하고, 시리아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지원했다.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여러 동남아시아국가들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지난 몇 년간 긴장관계였지만, 지난 8월 2일 중국과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 회원국간의 협상에 돌파구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군함끼리 선상 대치를 포함한 몇 년간의 힘겨루기 끝에 중국과 SEATO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중국은 SEATO 회원국들과 석유와 가스 개발 사업도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기묘한 관계와 화해 도모
조지 W. 부시 정부 때부터 미국은 남중국해와 인도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4자안보대화(QSD)에 일본과 호주에 이어 인도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은 인도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을 눈감아주고 인도에 무기판매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는 인도양에 대한 인도의 우려를 고려해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명해주기까지 했다.
미국은 지금도 인도 전투기 조종사 훈련지원을 하고 있으며, 지난 여름 전략적 요충지 말라카해협에서 일본까지 끌어들여 인도와 '말라바르 18' 합동해상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국 우한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인도는 4자안보대화에 대한 관심이 식은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말라바르 합동군사훈련에 호주가 참가하는 것을 거부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전략이나 특정 국가들의 모임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동에 대한 비난을 삼갔다.
인도와 중국 군대가 도클람(부탄명 Doklam, 인도명 도카라, 중국명 둥랑. 히말라야 산맥 접경지역. 편집자)에서 군사적 대치를 지속하고 있는데도, 모디 총리가 중국 군대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중국과 인도는 최근 군사 핫라인을 설치하고, 중국은 인도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인하했다.
SCO회담에서 모디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극단주의 세력이 국경을 넘어올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3개국은 이슬람국가(IS)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방어벽으로 탈레반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왔다.
나아가 이란과 파키스탄은 인도의 에너지 부족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계획이 지연되어온,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트럼프 정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경제적 세계화가 일방적인 보호주의 정책에 직면했다"고 경고한 SCO의 '칭다오 선언'에 서명했다.
모디 정부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이란으로부터 가스와 원유를 계속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국방부 장관은 러시아 군수산업과 거래하는 나라에 제재를 가한다는 미국의 위협에 개의치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굳건한 동맹 호주조차 서태평양에서 누구와 협력할 것인지 재고하고 있다. 호주는 현재 미 해군과 파인갭(미국과 호주 정부가 공동 운영하는 비밀군사기지.편집자)의 미 정보기관에 기지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호주의 최대 교역국이며, 중국의 유학생과 관광객은 호주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호주의 정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변덕스러운 정책을 겪으면서 호주와 미국의 관계를 어느 정도 긴밀하게 가져가야할지 외교정책에 대해 여론이 갈리고 있다.
휴 화이트 같은 안보전략가들은 "미국은 지배적인 패권을 유지하는 데 실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전략적 역할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화이트의 분석은 지나치다. 미국은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태평양 국가들은 여전히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힘의 균형에서 호주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며, 중국을 미국의 동맹국들로 에워싼다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중심정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자 노선
물론 최근의 변화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일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과 인도양을 둘러싼 분쟁은 여전하다. 많은 인도인들은 로마인들이 지중해를 그렇게 불렀듯, 인도양을 '우리의 바다'로 여긴다. 인도는 인도양을 통제하기 위해 잠수함 등 군함들을 증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에너지 공급 약 80%가 인도양을 거쳐가기 때문에, 중국은 파키스탄, 스리랑카, 지부티에 항로 방어를 위한 군항을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인도는 중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아그니-5'를 최근 시험발사했다. 인도 당국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3000 마일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5000마일로 중국 인구 밀집 지역들 대부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파키스탄은 이미 인도의 중거리 미사일 사거리에 들어있기 때문에, 아그니-5 미사일이 개발된 이유는 중국을 겨냥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인도는 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을 거대한 교역망으로 연결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다양한 외교협력과 관계재정립 시도가 쉽게 좌절될 수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카슈미르 문제로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결은 '고르디아스의 매듭'에 비유할 정도로 외교적으로 풀기 어렵다. 탈레반은 러시아의 평화회담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미국은 일축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도 거부했지만, 바뀔 수는 있다. 특히 인도가 아프간 정부에게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경우 그렇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협상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지역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이 끔찍하고 오래된 전쟁을 종식시키길 원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적 해법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여기에는 다른 위험요소들이 있다.
터키와 러시아는 여전히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와 터키와 함께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갈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제재를 극복할 길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터키와 러시아에 대한 역사적인 불신을 일단 접어둬야 할 상황이다.
터키와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방안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는 금융거래에서 달러를 쓰지 않는 신용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제재 방안에 이미 동참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SCO, SEATO,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의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는 독립적인 세력과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쟁과 무역에 대해 다른 나라들의 결정권을 좌지우지할 능력은 더 이상 없다.
미국에서 부는 바람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점점 많은 나라들이 독자 노선을 모색하고 있다.
“文, 함부로 나서지 마” 경고 나선 트럼프
폼페이오 방북 취소로 한·미 관계 삐걱…“운전대가 흔들린다”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8.31(금) 11:00:00 | 1507호
화해 무드로 가던 한반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발단은 8월2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였다. 이날 트럼프는 사흘 뒤로 예정돼 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해결되고 난 뒤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철회 이유를 중국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리가 알던 미국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보호주의, 경제우선주의와 함께 트럼프식(式) 정치를 나타내는 단어는 ‘성과 독식주의’. 오늘날 미국 경제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것도 자신 때문이며 이 모든 성과는 트럼프 자신만이 누려야 한다는 논리다.
외교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미국 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을 때도 트럼프 본인은 낯 뜨거울 정도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최근까지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그랬던 그가 폼페이오 방북을 막은 것은 왜일까.

© 청와대 제공
트럼프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은 오로지 나”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견해차가 상당히 컸다는 점이다. 6월 싱가포르 회담 전까지만 해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CVID’를 공공연하게 사용하던 미 정부 인사들은 7월 폼페이오의 3차 방북 전부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뜻의 ‘FFVD’라는 용어를 썼다. 여기서 미국과 북한의 가장 큰 견해차는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단어다.
8월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란을 방문해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핵 지식(과학)은 보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은 ‘불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때부터 미국 국제문제 싱크탱크 회의에서 자주 인용된 말이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말이다.
이 문구는 원래 러시아 속담이지만, 1987년 INF(중거리핵무기감축) 조인식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쓰면서 유명해졌다. 정리하면 미국은 ‘불가역적’은 아니더라도 검증만이라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핵화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는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북 취소라는 벼랑끝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 이유는 이후 미국 언론을 통해 자세하게 보도되고 있다. CNN은 8월28일 미국 정부 내 3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협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가 무너질 수 있고,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폼페이오 앞으로 보냈으며, 그 직후 트럼프가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주요 언론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8월초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북한 쪽에 친서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는 핵 목록 제출과 함께 핵탄두 상당수에 대한 조기 폐기 등이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에 대해 북한은 “종전선언 등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적인 핵 폐기는 힘들다”는 답변을 미국 쪽에 전달했으며, 4차마저 빈손으로 돌아올 것을 걱정한 트럼프가 폼페이오의 방북을 말렸다고 봐야 한다. 미 국무부 역시 8월2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이 취소된 것은 북한 비핵화에 있어 충분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잰걸음을 이어가던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의 냉각기도 불가피하다. 9월 중 예정됐던 남북 정상회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반도 갈등 해결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문재인 정부가 미·북 양쪽으로부터 모두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WP의 외교·안보 담당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8월27일자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굳은 의지를 보이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함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수주 내 승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시 로긴은 “북·미 회담에 관여하는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최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대니얼 스나이더에게 ‘우리는 한국과 관련해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이 더는 우리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앞으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내 일각에서 개성에 설치하려던 남북연락사무소가 유엔 결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미국 내 시각과 맥이 닿아 있다.
성대하게 9·9절 치르려던 北 계획 차질
우리 정부에만 그런 게 아니다. WP는 8월28일자 기사에서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내각정보관이 7월 베트남에서 북한의 김성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한 것에 대해 미국 고위관리들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에 정통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는 미국 주도의 대북 협상에 있어 한국과 일본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면서 “우리 주도의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과 성과 독식을 원하는 미국 쪽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과거 ‘노벨평화상 수상을 바란다’는 식으로 트럼프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화제를 돌려 폼페이오 방북을 취소하는 자리에서 트럼프는 왜 중국을 거론했을까. 이는 혈맹 수준으로 가까워진 북·중 관계를 다분히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경제각료들을 대거 대동하고 3차 방중에 나선 것이 미국 정부로선 불쾌했을 수 있다. 김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 직후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즉각 “(북·중)회담 내용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이러한 속내를 잘 말해 준다.
오로지 미국을 통해서만 경제적 번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트럼프에게 시진핑과 중국 경제는 불편한 상대다. 결국 이번 트위터 발언은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쪽에 어설프게 대북 지원에 나서지 말 것을 경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당장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9·9절이 시험대다. 김 위원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9·9절 정권수립일을 민족적 경사로 지목하고 이를 성대히 치러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내심 북한은 9·9절 이전에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려는 심산이었다. 시진핑 등 거물급 인사를 평양으로 불러 9·9절을 성대하게 치르려는 북한의 계획은 현재로선 벽에 부닥친 상태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9·9절 참석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그렇다고 판이 깨졌다고 보긴 힘들다. 양측 모두 확전은 삼가고 있는 모양새다. 8월28일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대신 읽은 성명에서 폼페이오는 “나의 방문이 연기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된 것이 확실해지면 미국도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