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트럼프 정책 이해하기

일취월장7 2017. 12. 22. 11:46

트럼프 정책 이해하기 : 예능정치, 충격 정치, 기반 정치

[기고] "핵전략 시대"의 동아시아와 트럼프 외교정책의 이해 <1>
2017.12.21 16:34:28

많은 사람들이 북한 핵과 김정은을 걱정하지만 (편의상 호칭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에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트럼프를 걱정한다. 그 이유는 그의 발언과 행태가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 너무 다르게 파격적이어서 언제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모를 것 같아서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갑작스럽게 동맹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쟁을 감행하거나, 심지어는 핵 단추까지도 눌러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엄청난 인명과 산업시설의 피해, 국제 금융시장의 붕괴,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 중국 정치경제 및 일본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핵이 미국으로까지 날아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쉽사리 접할 수 없는 형태의 미국 지도자이기 때문에 트럼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지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과연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고, 또 과거에서부터 일정한 패턴이 있었는지를 파악하여 미래에 대해 일정 정도의 예측이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사를 앞에 둔 한국에서 사회과학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미국 대통령의 정책 결정이 대통령 일인의 즉흥적 결정에 의해서 내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독특한 대통령이고, 삼권분립에 대한 신념이 그리 강하지 않은 면모를 보이고 있어 그의 개인적 성향과 전략을 파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브랜드 비즈니스와 트위터 전략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업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상 그의 주 사업은 브랜드 비즈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TRUMP라는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들어 그 브랜드를 팔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이름이 붙어 있는 주상복합건물이 있듯이 대형 아파트나 건물에 그의 이름을 붙여서 그 사용료를 받는다. 그가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화한 아이템은 건물 이외에도 보드카, 비행사, 보드 게임, 골프장, 리조트, 모델 회사 등으로 자신의 이름이 유명세를 타면 타는 만큼 더 장사가 잘 되게 되어 있는 그런 사업이다.

사실 이 브랜드 비즈니스나 트럼프의 향후 예능 프로그램 전략은 모두 자본주의의 대량생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물건이나 정보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대량으로 소비되는 길이 열리면 상품의 생산가격이 떨어지고, 상품의 질이 비교적 균등하게 향상되어 그 상품에 대한 구매 수요가 상품의 본질적인 효용성보다는 그 외적인, 특히 감성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생긴다.  

예를 들어 손목시계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제품의 질이 웬만한 가격대에서는 웬만한 성능을 갖게 되면 (즉 시간이 정확하게 맞으면) 소비자들은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보고 시계를 사게 되고 브랜드로 인하여 고가의 가격이 책정되게 된다. 제품 그 자체의 효용성보다는 브랜드라는 요인에 끌리게 되는데, 너무 흔한 것 중에서 차별화를 꾀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거기에 담겨 있다.  

정보 상품의 경우에도 옛날에는 귀한 정보를 얻어내는 비용이 너무 컸지만 지금은 정보의 생산과 소비가 역시 대량으로 이루어져 인간들은 정보의 본래적 가치보다는 흥미를 유발하는 자극적 정보나 프로그램에 끌리게 된다. 정보의 제목도 자극적으로 달아야 다른 정보와의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대량생산의 자본주의 시대에 발맞추어 대중을 향한 대량판매 전략을 가장 동물적으로 개발 선택해온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트럼프다. 즉 그가 하는 행동이나 발언이 아무렇게나 막 하는 예측불허의 망나니 같은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전략적이고, 그의 상품 시장의 수요층에 매우 잘 맞추어져 있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가 심도 있게 공부하고 연구해서 이 전략을 개발했는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아마도 미국의 정글과 같은 시장 자본주의의 본질을 몸소 체험해서 얻은 동물적 본능에서 발견한 전략이 아닐까 싶다. 

트럼프의 브랜드 전략은 쉽게 말해서 자신의 이름을 "대량으로" 알리는 것이고,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수단 중에 예능 프로그램만한 수단이 없다고 파악하였다. 그리고 "대중에 대한 보스 (Boss)"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파격적으로 선전하는 전략으로 자신을 브랜드화한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능프로그램이 이른바 리얼리티 쇼, 'Apprentice' (견습생)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2004년에서 2015년까지 직접 출연한 트럼프는 자신이 고용하게 될 최종 선발자를 뽑을 때까지 자격이 안 되는 출연자를 무자비하게 해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때 유명해진 말이 "너는 해고다"라는 의미의 "You are fired!"라는 말이다.

▲ 미국 방송 NBC에서 방영한 리얼리티 쇼 'Apprentice' (견습생)에 출연한 트럼프 ⓒNBC 방송 갈무리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굉장히 대중적인 보스의 이미지를 획득해 나갔고 (당시 이미 계산된 것은 아니겠지만 대중적인 보스는 결국 대통령에 유사하다), 후일 미국의 타락한 기득권 (Establishment)을 해고 (Fire)할 수 있는 보스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얻게 된다. 또한 미국 대중들에게 남의 피를 빨아 고소득을 올리는 이미지를 가진 변호사, 금융인, 의사 등과 같은 전문직 기득권과는 달리 고용을 창출하는 보스라는 이미지도 얻게 된다.

이러한 그의 대중적 보스의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는 것이 WWE (World Wrestling Entertainment)라는 프로레슬링 프로그램과의 관련이다. 그가 이 프로레슬링 프로그램과 처음 인연을 갖게 된 것은 1988년과 89년 레슬매니아를 후원하면서 자신의 트럼프 플라자에서 시합을 개최하게 되면서부터인데, 이후 이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하면서 인터뷰도 하고, WWE의 회장과 대결도 벌이고, WWE를 사들이기도 하였다. 2013년에는 WWE의 명예의 전당에 그가 헌액된다.  

관련 동영상이 '유튜브'에 돌아다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트럼프는 그야말로 기득권 상류층과는 구별되는 "이웃할 수 있을 것 같은" 대중적인 보스의 이미지이며, 레슬링 선수들이 흥미를 돋우기 위하여 사용하는 막말이나 공격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구사한다. (후일 김정일을 Little Rocket Man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의 연장선 상에서 자신의 대중 지지층을 향한 예능적인 표현에 다름이 없다).  

앞의 Apprentice라는 쇼에서 유명해진 You’re Fired라는 표현도 사실은 WWE의 회장인 맥마흔이 여기서 먼저 쓰던 표현인데, 트럼프는 그 표현을 자신의 Apprentice라는 쇼로 가져가 사용한 것이다.  

위의 두 예능 프로그램의 브랜드 전략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는 철저하게 예능을 즐겨보는 "대중을 향한" 브랜드 전략을 추구했고, 그들에게 먹히는 언어와 상징들을 사용해 왔다. 지식인이나 교양인, 전문직들로 구성된 상류 기득권층이나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인권을 강조하면서 의식있게 사는 것)을 주장하는 진보적인 "위선자"들은 그의 대중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상품이 어필하지 않는다는 것을 트럼프는 잘 안다. 그리고 트럼프의 또 하나의 놀라운 전략적 발견은 트위터의 사용이다. 

트럼프는 이미 오래전부터 트위터를 집중적으로 사용해 왔는데, 트위터는 역시 자신의 대중에게는 너무나도 유효한 매체이다. 분석적이거나 고급스러울 필요가 없고, 간결하고, 예능적인 표현을 써야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매체이다. 대중에게 "대량으로" 쉽게 전파하는 수단이며 매우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WWE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자신의 팔로워 (즉 잠재적 소비자)를 관리하는 수단이다.  

이 트위터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전과 다름없이 계속 사용된다는 것은 그의 정치적 메시지는 오직 자신의 대중만을 향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의 정치적 행위와 브랜드 비즈니스 전략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철저하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의미한다. (최근 그가 추진한 감세 정책도 자신에게 유리한 감세 정책이지만, 공개적으로 자신은 오히려 이 정책으로 손해를 더 많이 보았다고 발언한다. 참고로 그는 자신의 납세 기록을 공개한 적이 없다.) 

충격 정치와 충격 외교 (Shock Politics and Shock Diplomacy)

미국의 최근 경제와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 유용한 저술 중 캐나다 출신의 저술가이며 사회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의 저작, <쇼크 독트린>(Shock Doctrine)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기본 주장은 자본주의가 이제는 수익을 내기 위해 재난과 위기와 같은 "충격"마저도 이용하여 소수의 상위 경제 엘리트에게 돈을 몰아준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충격장사"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그녀는 '충격 자본주의'(Shock Capitalism) 라고 개념화 하였다. 대량생산의 생산과잉 자본주의와 극심한 양극화에서 자본주의가 이제 극단에 이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를 들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와 연이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 그리고 2004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등은 모두 막대한 이익을 소수의 부유층에게 몰아주는 경제 정책을 통과시키는 계기로 이용되었다.

공통점은 모두 Shock(충격)이라는 점인데 충격의 특징은 예상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과 점진적이지 않고 갑자기 온다는 것과, 사람들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한다는 점과, 전문가의 의견과 비상의 조치를 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갑자기 닥친 충격 속에서 공황상태에 빠져 있을 때 전문가의 의견을 빌려 국가는 비상의 조치를 추구하고, 그 국가의 뒤에서 소수 경제 엘리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제개혁을 한다는 것이 클라인의 주장이다.

그런데 그 저작 이후 한동안 브랜드 비즈니스에 대해서 연구하다가 (자본주의의 현 단계에서는 당연한 연구주제이다), 금년에 다시 책을 내놓았는데, 그 책의 제목은 "No is not Enough"이고 여기서 충격 자본주의에 이어 Shock Politics (충격 정치)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이 충격 정치의 내용은 이전 저작의 연장에서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이번에는 경제보다는 정치에 초점을 맞추어 정치가 어떻게 충격을 만들어 내고, 그 충격을 이용해 충격 자본주의를 실현시키는가를 보여준다.  

여기서 충격 정치의 대표적인 마스터가 트럼프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기간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통령이 된 이후 충격의 연속을 보여주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운다던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무효화 한다던가, 인종주의적인 발언을 한다던가, 가짜 뉴스 (Fake News)를 퍼뜨린다거나, 장애인이나 여성을 비하한다거나, 갑자기 시리아에 폭격을 가한다거나, 북한을 완전히 궤멸시키겠다고 유엔에서 발언한다던가, 임명한지 얼마 안 된 보좌진을 자른다거나,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거나, 그의 행위는 이전 정치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파격의 연속이었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사람들은 연속되는 충격 속에 정신을 못차리고 공황상태에 빠지거나, 충격을 충격으로 막는 전략에 속수무책일 때 트럼프 행정부는 정책적으로 부유층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감세 정책을 통과시키고, 이민정책을 강화하고, 개발제한이 걸린 곳 (National Monument)의 제한을 풀고, 화석연료 산업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고, 이른바 '쇼크 독트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충격 정치의 대외적인 연장은 아마도 충격 외교 (Shock Diplomacy)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협정파기, 급작스런 폭격, 공격적인 언사, 의전의 무시 등은 외교적으로 모두 충격적인 것이다. 트럼프의 전쟁 암시 발언이나 쿠바, 이란과의 기존 협정파기나, 시리아에 대한 급작스런 폭격이나 김정은에 대한 조롱 섞인 언사, 그리고 해외 무대에서의 무례한 행동 등은 모두 충격이고 당연히 상대국은 불편해 하거나 겁을 먹게 된다.

그리고 그 충격의 뒷면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챙기는 거래를 하게 되는데, 대대적인 무기판매 약속이나, 무역적자 해소, 대미투자 등이 그것이다. 결과는 국가 간에서 발생하는 충격 자본주의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은 이러한 충격외교와 충격자본주의의 재미를 톡톡히 본 순방이었고, 이미 뿌린 충격으로 수확을 거두는 순방이었으니 굳이 아시아에서 충격적인 행보를 보일 필요까지 없었던 순방이었다.  

우리는 그의 비위를 맞추었고, 트럼프는 점잖았고, 그 덕에 트럼프에 대한 인기가 한국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서까지 올라가는 기현상이 발생하였다. 대중은 이렇게 트럼프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트럼프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하여 활용한 예능적인 방법과 트위터 정치가 충격정치 및 충격외교에 기가 막히게 잘 접목된다는 점이다. 그는 예전에 했던 방식대로 그대로 하면 되고 (충격이 생겨나고), 예전에 하던 방식을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역시 예전대로 수익을 올리는 결과를 만들어 내면 된다.

그렇다면 이런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게 또한 참으로 묘한 조합이다.

모순적인 조합으로 구성된 트럼프의 지지층 

트럼프의 예능 정치와 충격 정치, 충격 외교는 워싱턴의 정치 기득권층이나 지식인, 진보적인 대중에게는 절대로 먹히기 어려운 정치와 외교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공화당 주류에서도 외면을 받았고, 민주당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런 자신만의 전략을 고집하는 이유는 국익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대중"을 향한 지지층 정치를 하기 때문이고, 그걸 이용하여 자신과, 자신과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배를 불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럼 그의 지지층은 누구이고, 그와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1. 4C로 대변되는 대중 지지층 

영어로 Base라고 하는 트럼프의 지지층은 이른바 4C의 교집합에 위치하고 있다. 첫 번째 C는 Capitalism의 C로서 미국 자본주의의 1%대 99%의 양극화의 99%에 속해있는 사람들이다. (4C의 교집합이므로 99%가 다 지지층이라는 의미가 아님을 다시 밝힌다).

두 번째 C는 Culture의 C로서 미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지지하는 문화적 보수층이다. 이들은 국수적이고 종교적이며 인종주의적인 경향도 보이는데, 주로 미국의 내륙에 위치해 있는 주들에 거주하고 있으며 해안가 대도시의 자유주의적인 성향과 이민자들이 미국의 전통적인 문화를 침식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공화당 성향이며 '티파티' 운동, 복음주의 기독교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의 C는 Class의 C이다. 즉 계급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제조업 노동자들이 해당되며 중국과 같은 외국이나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자동차 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미시간 주가 90년대부터 민주당을 찍어 오다가 이번에 트럼프로 넘어간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의 C는 Communication의 C인데, 여기서 의미하는 것은 기존의 전통 매체가 아닌 트럼프가 자주 쓰는 트위터같은 SNS, 그리고 가짜 뉴스나 자극적인 뉴스를 실어 나르는 <브레이브바트>나 폭스 뉴스를 즐겨보는 사람들이 해당된다.

이 네 개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중적인 지지층을 형성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트럼프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사용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자들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전문적이고 자세하고 격조있는 메시지가 어필하기보다는 감성적인 대중문화, 자극적인 표현들, 즉 예능적인 메시지가 먹힌다.  

이 지지층은 자신들의 영웅에 열광하며 응원하며, 그 영웅인 미국의 보스가 자신들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와 예능 정치는 이 지지층을 향한 전략이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2. 최상류 경제 엘리트 

트럼프의 뒤에 있는 이익집단은 이른바 최상류 경제 엘리트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의 면면은 트럼프 초기 내각 지명자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당시 초기 내각 지명자들의 총재산은 $14.5 billion (약 15조 원)에 해당하며 이와 별도로 특별 자문역인 칼 아이칸의 재산만 15조 원을 상회한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익집단은 미국의 최상류 경제 엘리트 계층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장관인 스티븐 므누신은 2008년 금융위기 시 주택압류와 정크 본드로 유명한 원웨스트의 의장을 역임한 금융인 출신이고, 최근 경질설이 돌았던 국무장관인 렉스 틸러슨은 기후변화협약에 반대하고 화석 연료 에너지 이권을 대변하는 엑손 모빌의 CEO 출신이다.  

그는 엑손 모빌에서만 41년을 재직하였고, 퇴직금만 2000억 원 정도를 받은 인물이며, 에너지 사업과 관련하여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을 해 왔던 친러 인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 틸러슨을 대신하여 CIA 국장인 마이크 폼페오의 국무장관 기용설이 돌았는데, 마이크 폼페오 역시 티파티 운동 회원으로, 우파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이며 군수산업과 에너지 기업 경영인 출신으로 코크 형제와도 비즈니스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국방성과 국토안보부 (Homeland Security)에는 군수산업을 대변하는 인물로 포진되어 있고, 그 나머지 자리는 월가의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골드만 삭스 출신들로 점령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 출신이 대거 입각하고 행정부로 진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이며 재력가인 코크 형제들은 매우 국수적인 극우 사상을 가지고 있고 화석연료 에너지 산업의 이해관계가 있다.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과 로저 스톤 등은 이단아적인 미국 국수주의자들이다. 트럼프의 충격 정치와 충격 외교는 이 이익집단을 향한 전략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출신 배경과 관련된 산업의 로비대상이기도 하고 또 스스로 그 이익을 실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공직에 뚜렷한 철학과 소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이들의 이력으로 보았을 때 이들이 저 산업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공공성을 위해 선공후사하는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행정부가 다른 행정부도 아닌 트럼프 행정부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미국은 로비 정치의 나라이고, 로비는 자기 산업의 이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대개 군수산업의 로비와 군수산업의 이해를 반영하는 미국의 정책을 얘기하면 "음모론"을 꺼내서 반박하고 반미주의자로 몰아가는 사회적, 학문적 풍토가 있는데, 농수산 로비나 금융 로비나, 하이테크 로비나, 화석연료산업 로비나, 자동차 산업 로비 등과 마찬가지로 군수산업도 로비를 하고, 그 산업을 대변하는 행정부는 당연히 군수산업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게 되어 있다. 다른 산업 로비는 정상적이고 군수산업 로비는 음모론이라고 하면 일관된 논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 얘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이 행정부는 화석연료 에너지 산업과 군수산업의 이해를 반영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고, 이러한 정책은 뒤에서 분석하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트럼프는 대중 지지층을 향한 예능적 파격적 메시지를 사용하면서 그 와중에 최상류 경제 엘리트의 이익을 반영하는 경제 정책을 추구하는 충격 정치, 충격 외교를 하는 매우 교묘하고 잘 계산된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런 그의 전략은 앞으로도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선 기간 중 러시아와의 유착관계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고, 그의 공정한 수사에 대한 방해 문제가 계속 부각되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의 대구에 비견되는 미국의 앨라바마 주의 상원의원 보궐 선거에서 트럼프가 밀었던 후보인 로이 무어가 낙선하고, 앞으로 그의 정치 운명을 좌우할 내년 11월 중간 선거 승리에 올인할 것이라는 배경에서 볼 때 트럼프의 지지층을 향한 예능적 발언과 충격 정치는 전혀 완화될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반대로 대통령 당선 이후 매일 평균 5.5개의 거짓말 혹은 가짜 뉴스를 말해왔던 트럼프의 발언 하나 하나에 우리가 충격을 먹고 일희일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北을 테러국가로 지정한 이유, 무기 팔아야 하니까?

[기고] "핵전략 시대"의 동아시아와 트럼프 외교정책의 이해 <2>

이제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 1편 보기 : 트럼프 정책 이해하기 : 예능정치, 충격 정치, 기반 정치) 향후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날 쟁점들에 대해서 진단과 예측을 해 보도록 한다. 여기서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할 부분은, 이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트럼프의 불확실성이 아니라 "핵전략"이다.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하여 작금의 동아시아는 냉전 시대와 유사한 본격적인 핵 전략의 시대로 복귀하였고, 따라서 동아시아 국제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핵전략의 논리"를 모르고서는 계속 헛발질만 하게 될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을 둘러싼 핵 전략의 머리싸움을 읽지 못하면 우리는 무엇이 어느 국가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외교적 왕따가 되는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우리의 안보만이 중요하고, 북한이 나쁜 의도를 가진 나라고, 중국이 우리의 안보 주권에 제국주의적으로 간섭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북압박만이 북핵을 제거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분석을 출발하면 핵을 가진 국가들 사이에서 운전자가 아니라 뒤에 탄 불안한 승객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이미 그길로 들어서고 있는 조짐도 보인다.

1. 한반도 전쟁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완전히 궤멸시키겠다는 발언도 하였고, 트위터를 통하여 자극적인 표현을 하곤 하여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의한 대북 전쟁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을 제거하기 위하여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에 대한 전쟁이나 타격은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북한이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 할 때 그걸 감지한 미국이 먼저 북한을 타격하는 선제타격 (Preemptive Strike)이 있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핵 능력을 완비하기 전에 그 능력을 제거하는 예방타격 (Preventive Strike)이다.  

▲ 지난 11월 29일 새벽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노동신문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선제공격으로 알고 있는 것인데, 이라크 침공은 선제공격이 아니라 예방 공격이고, 예방 공격은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대상이다. 더군다나 당시 부시 행정부는 예방 공격의 근거인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했다.  

우리가 우려하는, 트럼프에 의해서 발발할지도 모르는 전쟁은 선제공격이 아니라 계산된 예방전쟁이고, 그 예방전쟁의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이 미국을 예방전쟁으로부터 억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예방전쟁을 통하여 북한의 모든 핵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가 최소한 몇 개만 살아남아도 북한의 핵이 한국, 일본, 미국의 어디에 어느 수준에서 보복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2차보복능력 (second strike capability)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전쟁을 감행할 지도자는 없을뿐더러 그런 사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미국은 핵을 보유한 국가에 예방전쟁을 한 사례가 없고, 오히려 핵이 없거나 핵을 포기한 국가에 대하여 전쟁을 감행하였다. 현재 수준의 북한 핵 능력은 미국의 예방전쟁을 억지하고 있으며, 그 억지력은 지난 수년 동안 증명되어 왔다.  

반면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여기서의 변수는 트럼프가 아니라 북한의 전쟁의도인데, 여태까지 북한의 핵 개발 패턴을 보았을 때 북한이 억지력을 넘어 전쟁 승리를 위해, 즉 핵을 선제사용하기 위해 개발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 개발 패턴은 기왕의 핵 보유국과 정확하게 그대로 일치하고 있으며, 아마도 중국 수준의 최소억지력(Minimum Deterrence)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합리성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인데, 자살행위를 의미하는 미국이나 동맹에 대한 핵공격을 선제적으로 할 확률은 매우 낮다.  

예상컨대 아마도 내년쯤에는 중국의 핵전략과 유사하게, 핵 선제 사용을 안 한다는 선언 (no first use), 핵 확산을 안 한다는 선언 (no proliferation)을 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경제개발에 주력한다는 병진 2.0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을 할 근거와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12월 18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 (NSS) 에서도 북한에 대한 예방 공격 언급은 빠져있는데, 이는 미국에 대하여 북한 핵의 억지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2. 북한 테러지원국 명단 재지정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 (National Security Strategy)의 의미 

11월 20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였는데, 우리는 단순히 이 사건을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핵전략의 시대"에서는 그 의미가 단순한 제재의 강화에만 있지 않다.  

당시 재지정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이 조치가 "상징적인 조치"라고 언급하였듯이 사실 제재의 효과나 압박의 효과는 크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 개발의 완성에 다가가는 상황에서, 그리고 테러 지원국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빈약한 상황에서 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었을까?  

물론 김정남 암살과 미국 시민인 웜비어의 죽음이 테러 국가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그보다는 미국이 북한을 "불량국가"로 확실하게 규정하는 수순이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20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장에서 북한이 불량국가 (rogue state)라는 불량성을 몇 번이고 강조하였다. 즉 테러지원국가 재지정은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하기 위한 작업이고, 핵을 가진 불량국가는 핵 전략 상 독특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건 합리적인 핵 국가가 아니라는 의미이고, 그 경우 다른 핵보유국과 다르게 합리적인 핵전략으로 북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이런 핵 국가에 대해서는 "억지력"뿐만 아니라 "방어"를 동시에 주장한다. 원래 핵전략에서는 핵보유국 간 안정적인 상호억지를 보증하는 상호확증파괴 (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를 위해서 서로 방어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존재한다. 만약 여기에 방어 무기가 들어오면 상호확증파괴라는 전략균형을 무너뜨리게 되어, 즉 상대국의 2차보복능력을 방어무기가 상쇄하게 되어 매우 위협적인 요인이 된다.

핵무기만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 미국 군수산업 입장에서는 (핵이 가장 값싸게 최상의 안보를 확보하는 수단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고가의 방어무기 도입을 계속 기도해 왔는데, 바로 이 방어무기 도입을 정당화 시키는 것이 불량국가의 핵 보유와 핵 개발이다.  

그래서 북한이 불량국가로 규정되면 동아시아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무기를 배치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이번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NSS)에서 북한이 17번이나 언급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량국가로서 언급된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서 이란과의 핵 협상을 파기하고 이란을 다시 국가안보보고서에서 불량국가로 규정한 것도 유럽에 이란의 위협에 대비한 미사일 방어무기 배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군수산업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대한 이러한 독해는 충분히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있는 독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한국 외교의 미래와 국익을 위해서는 나의 독해가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틀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핵 전략 시대의 한중관계가 너무나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제 그 문제를 보기로 한다.  

3. 중국의 고민과 한국의 고민 

중국의 핵전력 수준은 평가기관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핵탄두의 숫자는 대략 수백 개 수준이고, 미국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숫자는 수십 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중국은 미국에 대하여 최소억지력 (Minimum Deterrence) 이라는 독트린을 갖고 있다.

중국은 숫자보다는 날렵하고 효과적인 (Lean and Effective) 핵 전력에 치중하고 있는데, 미국, 소련과 핵 경쟁을 하지 않고자 하는 의도와 핵선제 사용을 불허한다는 방어 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사실 핵이라는 것은 몇 개의 핵무기만 살아남아서 2차보복 능력을 갖게 되면 상대국에 가공할 보복을 할 수 있으므로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자국 핵무기를 보호하는 능력,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보복하는 능력인데 중국은 그 방면에 치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핵전략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무기체계가 바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 무기(MD)인데, 그 이유는 미사일 방어무기가 도입되면 최소억지 전략에 변화요인이 되며, 이를 중국이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전력을 증강시켜야 하고, 그렇게 되면 미국의 군수산업이나 매파의 주장대로 중국은 부상하는 군사 강국, 공격적인 군사 대국의 모습을 띠게 된다.

미국의 매파들은 "그것 봐라, 중국은 군사적 야욕을 가진 국가다!"라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가 더욱 힘을 받게 된다. 이는 평화 발전과 지속적 경제성장, 그리고 윈-윈의 국제질서를 원하는 시진핑의 중국 입장에서 볼 때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것이고, 중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중 하나다. 즉 미국의 미사일 방어무기는 중국의 매우 긴요한 "핵심 이익"을 건드리게 된다. 

여기서 중국의 고민은 북한이 불량국가로 지정되고, 북한의 핵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 무기가 동아시아에 들어오는 상황이다. 특히 그 성능이나 목적이 한반도 전역을 넘어서는 미사일 방어무기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의 최소억지전략을 건드리게 되어 중국이 추구하는 핵전략균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현재 그러한 미사일 방어무기가 사드이다. 이 무기는 한반도 전역을 넘어서는 기능과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미사일 및 핵전력을 탐지하는 레이더 기능도 가지고 있고, 중국의 주한미군에 대한 보복능력도 이론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사드가 중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해도 안보의 세계는 신뢰라는 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는 사드 배치 자체가 자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 미국 미사일방어국(MDA)이 지난 2010년 텍사스 주 포트블리스(Fort Bliss) 기지에서 사드 시험 발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MDA


더군다나 그들의 눈에는 사드가 북한의 대남 통상무기 위협과 핵 위협에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아 보이는데 이를 한국이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결정을 내렸으니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자고로 안보의 세계에서는 나의 방어조치가 상대방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안보 딜레마 (Security Dilemma)가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가 상호 간에 우호적인 관계를 원한다면 완전히 주권적인 안보조치나 방어조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서로 배려하면서 안보조치를 취해야 하고 그걸 전문용어로 신뢰구축조치 (Confidence Building Measure: CBM)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객관적으로, 사회과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의 전격적 사드 배치는 한중 우호관계를 해치는 조치라고 보아야 한다. 사드 배치 이전까지 한국에 대하여 의전상으로도 예우를 갖추어 왔고, 경제적으로도 시장을 열어 주었고, 한류도 대대적으로 소비하고, 수많은 관광객을 보내면서 한국을 배려해 온 중국의 입장에서는 수차례의 최상위층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한국의 싸드배치에 대해서 강력한 항의를 한 것 때문에 이렇게 한국에서 반중감정이 높아진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고, 억울할 것이다.

물론 중국이 우리의 70년대 80년대 수준의 시민의식을 갖고 있고, 세련되지 못한 면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이 정도의 반중감정이 생긴다면 매우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주는 함의를 생각하면서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불량국가로 지정된 북한의 핵 능력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무기 배치에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미국의 안보전략 보고서에는 그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을 군사적 경쟁국으로 규정하여 중국의 반대가 있어도 밀어붙일 심산이다.  

군수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이해를 주로 반영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데 쉽사리 그 이해를 중국이나 한국과 타협할 것 같지도 않다. 미국의 군은 군수산업과 에너지 산업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무기를 구매하고 사용하며, 막대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중동지역에 분쟁이 일어나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기도 한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에서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지만 군수산업과 에너지 산업의 이해를 계속 견지해 나갈 것이고, 그러한 의미에서 미사일 방어 무기 배치 압력과 대규모 군사훈련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경제보복 가능성은 한중관계를 다시 한번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또한 북한 핵의 비핵화는 점점 그 시간의 지평선이 길어만 진다.  

우리의 고민은 미국의 압력과 중국의 반발 및 잠재적 보복, 그리고 북한의 핵이라는 세 개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에 있다. 하나씩 대응하고, 수습하고, 성의를 보이는 외교만으로는 다음의 과제에서 벽에 부딪히고, 그 다음 과제에서 또 수습하고, 성의를 보이면, 또 다시 다음 과제에 막힌다.  

즉 개별 사안의 외교를 건별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큰 그림 속에서 큰 전략을, 그리고 그 전략 속에서 개별 사안을 연결하면서 대응하는 예술적 외교가 필요하다. 개별 사안의 디테일을 넘어서서 연결의 논리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외교가 그런 외교인지는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는 안보 상황에 대한 심도있고 다각적인 분석과, 창조적인 해법과 어쩌면 대담한 승부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가장 보수적인 접근은 그때 그때 상황에 반응하면서 위기를 겨우 겨우 수습하고 다음 정권으로 숙제를 넘기는 것이지만 그건 촛불 정신은 아닌 것 같다.

지지율은 쓰라고 있는 것이지 저축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저축이 되지도 않는다. 대미외교와 대중외교는 지금은 수습한 것 같지만 곧 다시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구조를 타파하는 열쇠는 "핵 전략 시대"라는 화두를 꼭 붙들고 있는 데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과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라도 내가 틀리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