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북한 미사일 발사로 드러난 '불편한 진실' - 정세현 "北, 몸값 높여 미국과 담판짓겠다는 의도"

일취월장7 2017. 11. 30. 14:11

북한 미사일 발사로 드러난 '불편한 진실'

[정욱식 칼럼] 반전의 기회는 아직 남았다
2017.11.29 14:19:50

북한이 29일 새벽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후 이날 12시 30분에 이어진 '중대보도'에서 북한은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에 대해 "최대 고각 발사 체제로 진행"됐다며 "정점고도 4475km까지 상승하여 950km의 거리를 비행하였다"고 밝혔다. 보통 탄도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최고 고도의 3배 정도에 달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5형을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는 1만 3000km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금까지 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걸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북한이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탄두 중량을 크게 낮췄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핵탄두를 장착하려면 1톤 정도의 탑재물(payload)을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이런 능력을 갖췄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이고 외부에서 이를 탐지하는 것도 대단히 어렵다.

주목할 점은 지금까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세세한 제원을 자랑하듯 늘여놓곤 했지만, 유독 탄두나 탑재물 중량은 밝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오후 12시 30분(평양시간 오후 12시) 정부성명을 통해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인 화성-15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분명해진 것은 북한 김정은이 직접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물론 "핵무력 건설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들인 미국과 러시아가 끊임없이 현대화에 나서고 있는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다만 북한이 공언해 온 '완성'은 있다. 바로 핵탄두 장착 ICBM의 보유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ICBM 개발이 "마감 단계"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핵무력 건설 완성" 선언을 통해 몇 가지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첫째는 핵무력 건설이 완성된 만큼 병진노선의 또 다른 축인 "경제건설"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다. 둘째는 평창 올림픽 참가 선언 등 남북관계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셋째는 내년이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미국에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협상을 제안하는 것이다. 

북한의 거침없는 질주가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도 있다. 강력한 경제 재재와 외교적 고립화, 그리고 최첨단 무기를 총동원한 무력시위 등으로 구성된 "최대의 압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또다시 실패했다는 점이다.  

국내외 일각에선 북한이 9월 15일 이후 "도발"을 자제한 데에는 강력한 대북 압박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사이에 엔진 연소 시험과 같은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결과 화성-15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한미일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긴 어렵겠지만, 뭔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점도 거듭 확인시켜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당 대회 및 미중 정상회담 직후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대북 특사로 파견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를 만나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다녀간 지 2주 만에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를 예견한 탓인지, 중국은 쑹타오가 귀국하자마자 자국의 평양행 항공노선을 폐쇄하는 등 추가적인 대북 제재조치를 취했다. 결국 한미일이 중국에 강력히 요구했던 '대북 제제 강화를 통한 대북 영향력 행사'가 이렇다 할 실효가 없다는 점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기실 이러한 악순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이 '쌍중단'을 협상 의제로 삼아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에 진즉에 나섰어야 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쌍중단'을 일축했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강의 군사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북한이 당장 수용할 수 없는 조건도 계속 내걸었다. 이를 목도한 러시아는 이제 한미 양국과 북한을 싸잡아 비판하는 '쌍비난'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전(反轉)의 기회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평창 대회 기간 한미군사훈련 일시 중단 방침을 보다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또한 비핵화 대화 이후에 평화체제 논의가 가능하다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두 가지 의제를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쌍개시'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최대의 압박"에 동참하면서 "국면 전환"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적으로 국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것이 보다 분명해지고 있지 않은가?   


정세현 "北, 몸값 높여 미국과 담판짓겠다는 의도"

[정세현의 정세토크] 75일 만에 미사일 발사 버튼 누른 까닭은
2017.11.29 10:13:11 
   
29일, 북한이 75일 만에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했다. 이번에는 지난 9월 15일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아닌,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급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지난 17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시 주석의 특사를 홀대한 것은 올해 내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며 "핵이나 미사일의 기술적 측면에서 진전이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지금 대화 테이블에 나가는 것보다는 일을 저질러 놓고, 즉 '몸값'을 높여 놓고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실제로 태평양을 향해 발사하면 당장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겠지만, '너희들이 굴복해야만 협상할 수 있다'는 미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자기들의 군사력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저렇게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미국이 일본과 호주, 인도 등을 끌어들이면서 압박해 들어오지만 이번과 같이 ICBM 미사일을 발사하면, 즉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무력시위를 벌이면 미국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지금 대화 테이블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굽히고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막판 힘겨루기에서 마저 일을 저질러 놓고 내년 초에 협상을 위한 대화에 나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와 압박을 통해 소위 '막판 목조르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 미국에 대해 막판 목조기를 하며 '이래도 협상에 안 나올 거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강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 전 장관은 "이미 사드는 MD와 어느 정도 연결돼있는 상태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매년 갱신하는 것으로 체결했는데, 북한이 저렇게 미사일을 쏘면 협정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고 한미일 3국은 3각 군사동맹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대화의 입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내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자고 이야기해야 한다. 훈련 축소 이야기를 하는데, 이 축소에 대응할만한 북한의 행동을 찾기가 어렵다"며 "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는 것을 맞바꾼다고 하면, 이건 '행동 대 말'의 구도가 돼버린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훈련 중단을 교환하면서 대화의 입구로 들어가려면 우리가 훈련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북한도 남한 정부가 뭘 좀 해보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평창 올림픽도 참가하고 남한과 대화의 물꼬도 틀 수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는 28~29일에 걸쳐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결국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9월 15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이후 75일 만인데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고, 직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에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서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려는 구상은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정세현 : 김정은이 쑹타오 특사를 만나지 않은 것부터 이미 예견됐던 상황 같습니다. 쑹타오 특사가 시 주석의 친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친서의 내용에는 아마도 북한이 이렇게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되고, 자신들이 제안한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여기에 조금만 호응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중국이 미국을 설득해서 내년 군사훈련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해보려고 한다는 내용도 있었을 겁니다.

특히 내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예년처럼 열린다면 평창 동계 올림픽과 그 시기가 겹치고 유엔에서 평창올림픽과 관련한 이른바 '휴전 결의안'도 낸 상황이라 북한이 조금만 태도를 누그러뜨리면 쌍중단으로 시작해볼 수 있으니 협조하겠냐는 내용이 있었을 겁니다.

아마 이 친서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먼저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이 쑹타오를 만나서 'NO'라고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만나지 않는 것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국에 더 강한 메시지가 될 거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북한이 이렇게 시 주석의 특사를 홀대한 것은 중국의 제안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자체 판단도 있었겠지만, 올해 내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핵이나 미사일의 기술적 측면에서 진전이 있기 때문에 어설프게 지금 대화 테이블에 나가는 것보다는 일을 저질러 놓고, 즉 '몸값'을 높여 놓고 나가겠다는 겁니다.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실제로 태평양을 향해 발사하면 당장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겠지만 '너희들이 굴복해야만 협상할 수 있다'는 미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자기들의 군사력이 미국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저렇게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일본과 호주, 인도 등을 끌어들이면서 압박해 들어오지만 이번과 같이 ICBM 미사일을 발사하면, 즉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무력시위를 벌이면 미국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지금 대화 테이블에 들어가면 자신들이 굽히고 들어가게 되는 거니까, 막판 힘겨루기에서 마저 일을 저질러 놓고 내년 초에 협상을 위한 대화에 나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대화 테이블에 나가는 것보다 나중에 나가는 것이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고 봅니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도 내년 초에 얼마든지 중국과 잘 이야기해서 중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도 고려했을 겁니다. 국제적 여론을 보더라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올림픽 때문에 중단 내지 연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올해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이야기한 대로 태평양에서 폭파시험하고 그런 계획을 원래 일정대로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소용없다, 협상으로 문제 풀어야 한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협상부터 시작하자고 해서 끌려들어 갔다가 미국에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쪽에서 "협상하자. 너희들이 원하는 것 들어줄게"라는 사인이 나오지 않으면 나가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 지난 17일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오른쪽)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중국이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도 북한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19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창당 100년인 2021년까지 국민 1인당 소득 1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100년인 2049년까지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에 오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중국이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과 무역을 지금처럼 흑자로 끌고 가려면, 미국의 대북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줘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부분에서 중국에 실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이 '미국과 힘겨루기 하지 말고 협상에 나가라'라는 말을 자신들에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북한은 중국도 이제는 자기들 편이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국 말 들을 필요 없지 않냐, 그럴거면 핵 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한 북미 수교, 평화협정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일대일로 붙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계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북한 입장에서 평화협정으로 바로 가려면 6자회담은 필요 없습니다. 북한과 미국으로 시작해서 기껏해야 한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협상 정도면 됩니다. 물론 실제 협정 체결의 과정으로 들어가면 경제적 보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일본을 끌어들이려고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평화협정 문제는 북미 양국의 사안이라는 것이 북한의 인식입니다.

프레시안 : 결국 북한은 이날 미사일 시험 발사로 ICBM을 완성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이후에 미국이 아쉬워서 자기들이랑 협상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 걸로 봐야겠네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이번 시험 발사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북한의 메시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제재와 압박을 통해 소위 '막판 목조르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 미국에 대해 막판 목조기를 하며 '이래도 협상에 안 나올거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미국은 인도까지 포섭해서 북한과 거래도 끊게 하고 여기에 한국은 남방외교를 하면서 동남아까지 외교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 없는 살림에 선물도 주면서 열심히 관리했던 곳이 이 지역인데 미국이나 남한의 행태가 자기들의 고유 영역을 밀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점점 자국을 조여온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은 미국이 경제적‧외교적 압력으로 자신들을 굴복시키려 한다면, 오히려 핵과 미사일을 통해 미국에 군사적 압력을 넣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이 아니라 미국이 굽히고 협상에 나오게 하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죠.

올해 7월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이 독일에 와서 남측 개신교 목사들을 만났을 때 올해 안에 남한과 만나 대화할 생각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올해 말까지 자신들이 미국과 결판을 내겠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이죠. 이런 이야기가 헛말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이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경제적 압박이나 외교적 단교 사태는 더 심해지고 군사적 긴장이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지지 않을까요? 당장 다음달 초에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 훈련도 있는데 이게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정세현 : 단둥에 있는 기업체들까지 문을 닫게 만들고,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압록강의 중조우의교 통행을 단절하고 그러면 북한은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중조우의교를 통해 북한에 계속 물건이 들어간다는 것은 바로바로 공급해서 수요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건데요. 이런 것이 단절되면 북한이 아무리 1950년대 중반부터 자급자족의 경제체제를 유지해서 웬만한 제재에도 내부적으로 견딜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웠다고는 하지만 밖에서 뭐가 들어와야 그 경제도 돌아가는 겁니다. 하다못해 장마당에서 물자가 유통되려면 중국에서 뭐라도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9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풀뿌리를 캐 먹으면서 버티더라는 겁니다. 이건 압박과 제재 효과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을 두려워해서라도 압박과 제재를 자초하는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고, 웬만큼 압박하면 굽히고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을 견딘 사람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밖에서 제재와 압박을 해도 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경제적으로 어렵게 해서 정책을 바꾸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발상입니다. 또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라면 봉쇄와 고립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 및 외교 제재가 통할 수도 있지만, 북한은 대외의존도가 낮아서 버틸 수 있습니다.

당시 고난의 행군은 대외적인 요인도 없이 3년 동안 재해가 발생했고 여기에 김일성 사망이라는 정신적 공황까지 겹쳤습니다. 외부의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제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하면 김정은 체제는 어떻게 될까요? 고난의 행군 때보다도 더 똘똘 뭉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 때 북한은 정작 조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게 훈련이 대대적으로 열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력 시위를 벌이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진짜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기 때문에 일단은 납작 엎드려 있을 겁니다. 그래놓고 끝나고 나면 고함도 지르고 성질도 내고 하겠죠.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우리가 중단 요구해야


프레시안 : 북한의 ICBM이 이번 시험 발사로 실전 단계에 들어갔다면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요?  

정세현 : 50 대 50이라고 봐야 하지만 51 대 49 정도로 북한과 물밑대화를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 이전보다 대화에 진지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북한에 속내를 털어 보라고 유도하면서 접촉을 할 수 있죠.  

그런데 북한의 이런 셈법, 즉 자신들이 더 강하게 도발하면 미국이 결국은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6년 9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이 벌어지니까 미국은 그해 11월부터 비밀접촉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위 '겁'을 주면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확신하고 있을 겁니다.  

프레시안 : 내년 2월에 열릴 평창 동계 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12월에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이 2월에 평창에 답방을 오는 그림을 만들어서 북핵 문제의 대화적 해결을 추동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구상 같은데요.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는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정세현 : 사실 북한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과 딱히 달라질 상황은 없습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를 계기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움직이게 만들어서 대화의 판을 짜보자는 구상까지는 좋은데 북한이 거기에 호응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봅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 확실하면 몰라도, 대화를 시작하는 정도에서 그친다고 하면 북한이 굳이 평창 올림픽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쑹타오 특사 면담을 거절하고 미사일 시험까지 하면서 북핵이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인 겁니다. 이런 마당에 시진핑 주석을 평창으로 데리고 온다고 해서 대단한 효과가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월 국회에서 밝힌 이른바 '3NO' 입장과 관련해 다른 말이 나오면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내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자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연합 훈련 축소 이야기를 하는데, 이 축소에 대응할만한 북한의 행동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만약에 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유예하는 것을 맞바꾼다고 하면, 이건 '행동 대 말'의 구도가 돼버립니다. 이런걸 미국이 받아줄까요? 오히려 행동 대 행동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 중단과 훈련 중단을 교환하면서 대화의 입구로 들어가려면 우리가 훈련 중단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도 남한 정부가 뭘 좀 해보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평창 올림픽도 참가하고 남한과 대화의 물꼬도 틀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프레시안 : 북핵 외교적 해결이 어려워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대로 있다가는 남한이 한미일 군사 동맹으로 더 깊숙이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이미 사드는 MD와 어느 정도 연결돼있는 상태고,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은 매년 갱신하는 것으로 체결했는데, 북한이 저렇게 미사일을 쏘면 협정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고 한미일 3국은 3각 군사동맹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가하면 최근에 북한군 1명이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귀순하면서 화제가 됐는데요. 이 귀순 병사가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정세현 :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겁니다. 병사 1명이 내려왔다고 좋아질 것도, 나빠질 것도 없는 정세입니다. 북핵 문제와 관련된 큰 틀의 변화가 있기 전에는 이런 문제는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합니다.  

다만 우리 측이 왜 북측에 제대로 항의 안하느냐고 따지는 분들이 많던데, 우리가 이걸 따질 수 있는 통로가 없습니다.  

남북 양측에는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있습니다. 남측은 유엔사령부가 정전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군사정전위원회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항의를 하든 대화를 하든 이 채널을 통해 북측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요. 문제는 북한이 1994년 5월 24일부로 공산측 군사정전위원회를 폐지했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은 1993년 4월 중감위 체코 대표단을 내보냈고 94년에는 함께 군정위를 구성하고 있던 중국도 내보냈습니다. 그 대신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했죠. 이러다보니 유엔사 군정위가 항의를 하려도 해도 할 대상이 없는 겁니다.  

그럼 북한은 그 당시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요? 1992년 1월 22일 뉴욕에서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개최됩니다.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김용순은 아놀드 캔터 미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을 만나 북미 수교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에 수교를 거절당했죠.

이후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합니다. 중감위와 군정위를 해체하는 것이 바로 이 시기인데요. 북한은 정전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평화보장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정전협정을 없애고 평화협정으로 가야 한다는 게 북한의 생각이었고, 이의 일환으로 위해 정전협정을 근거로 하고 있는 중감위와 군정위를 해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엔사 군정위와 이야기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없어지다 보니 이후 판문점에서의 북한과 대화는 변칙적으로 이뤄집니다. 유엔사 측의 미국 장성과 북한의 조선인민군 장성이 만나는 장성급 대화를 몇 번 하게 됩니다. 이 회담이 사실상 군정위와 판문점 대표부 사이의 공식 회의체가 된 셈이죠.  

이렇게 대화 채널이 비상시적인 상황에서 북한도 자기들이 비난 받을 것이 뻔한데 대화에 응할까요? 그런거 항의도 못하고 뭐하냐고 우리가 아무리 공분해봐야 1994년 4월 북한은 이미 유엔사 군정위를 상대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판문점에서 마이크나 확성기를 통해 이야기해봐야 저쪽에서 안 들으면 그만인 상황입니다. 이런 사실은 확실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든 재발 방지를 요구하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의 잔치’에 재 뿌리기 부담스러웠던 김정은

中 시진핑 정부 2기 출범 전후해 도발 자제하다 29일 기습 미사일 발사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11.29(수) 16:00:01 | 1467호

북한은 9월3일 수소폭탄급 핵실험을 감행하자 불과 9일 만에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은 3일 뒤 사거리 3700km의 중거리미사일을 또다시 일본 너머 태평양으로 발사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제재에 굴하지 않음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하자, 다음날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국무위원장 성명을 내고 “모든 것을 걸고 공화국 절멸을 외친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9월23일 B-1B 전폭기가 NLL(북방한계선) 이북 공해상에서 북한을 위협 비행하자, 9월25일 리용호 외무상은 요격을 경고했다.

 

이후 미국 측에선 대화와 압박의 신호를 섞어 내보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9월30일 베이징에서 “북한과 2〜3개 직접 대화채널을 열어 대화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틸러슨에게 “‘꼬마 로켓맨’(김정은)과의 협상은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고 일축했다. 북한도 미국의 정책 일관성을 신뢰할 수 있다면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10월19일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참석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조셉 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협상을 개시할 수도 있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화성-1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 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화성-1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 추가 도발 감행 가능성 그 동안 꾸준히 제기

 

트럼프 대통령도 11월8일 한·미 정상회담과 9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자기는 김정은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김정은을 ‘작은 뚱보’라고 놀리지 않는데 북한은 왜 자기를 ‘늙다리’라고 야유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17일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북했다. 트럼프는 큰 기대를 표명했다. 하지만 쑹타오가 빈손으로 귀국하자 트럼프는 11월2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고 이어서 미 재무부는 대북 추가 독자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북한은 11월 29일 새벽 3시17분쯤 기습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 지 8일, 문재인 정부 들어 11번째였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세부 제원에 대해선 현재 군당국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사일의 고도가 약 4500km, 비행거리가 960km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이 고도 4000km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이 기간 북한은 미국과 기싸움은 하면서도 왜 무력도발은 하지 않았던 것일까. 먼저 북한에 반드시 필요한 석유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최고지도부 재출범 행사를 망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동북아 방북, 특히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원유 공급 중단 같은 극단 조치가 합의될 수도 있으므로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0월 중순부터 미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이 한반도 인근에서 한국 및 일본과 각각 해상훈련을 시행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항모전단에는 이지스 구축함과 핵잠수함이 동행하는데 이들은 각각 북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더구나 11월10일부터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니미츠 항모전단이 가세해 3개 항모 전단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북한을 압박했다. 따라서 도발에 따른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미사일 실험을 위한 기술적 진보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기술적 진보나 실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엄청난 응징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향후에도 계속 도발을 자제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먼저 북한은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주한미군과 한국, 일본을 미국의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안보 인질로 간주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계속 강화되는 대북제재가 괴롭기는 하다. 하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이 재정이 어려워져 포기해야 할 정도로 고비용이 드는 것이 아닌 데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안보 억지력과 정권의 권위 및 안정성 강화는 조금 괴롭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핵과 미사일은 이미 권력 유지 그 자체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작년에 북한 경제가 3% 이상 성장했다는 통계가 나오듯이 올해 3% 하락하더라도 그 때문에 핵을 포기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이제 1~2년만 버티면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완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임기는 3년밖에 안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도 지도력이 흔들리고 있으며,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한다면 레임덕 상황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불인정하고 가볍게 말 뒤집기를 반복한 전례를 보면, 김정은은 미국과 협상을 타결해도 트럼프의 변덕으로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은 지속하면서 속도만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두 달여 동안 도발을 자제한 것이 재진입기술 등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고 이제 그 한계를 돌파했다면 2012년 12월처럼 올해도 김정일 6주기를 앞두고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 또한 이번에 성공할 경우 김정은은 내년 신년사를 통해 핵미사일 배치를 지시하고 핵 억지력을 확보했다고 선언하면서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를 동시에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또다시 강경책 구사할 듯

 

북한 핵미사일 완성이 임박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우리에게 확실한 핵 억지력은 제공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이득은 취해 갔다. 트럼프는 또 한 차례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면서 경제·전략적 이익 취득 2라운드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확실한 핵 억지력을 구비해야 하는 과제를 남긴 채,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속히 한반도 평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기회나 정책 수단은 문 대통령의 국빈 중국 방문과 대북 특사 파견, 개성공단 재개, 남·북·러 경협 등이다. 우리 정부가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느냐는 대부분 외교적 설득력과 대미 자율성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 정부는 우선 문 대통령 방중을 통해 한·중 협력 기조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북한의 도발 자제와 올림픽 참가를 유도하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설득해 대북 특사를 파견하고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동시에 북핵 협상도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