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文대통령, 트럼프의 '말 폭탄'이 만든 기회 살려라 - ‘ 미·일 동맹’에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일취월장7 2017. 11. 3. 10:07

文대통령, 트럼프의 '말 폭탄'이 만든 기회 살려라

[정욱식 칼럼] 두 얼굴의 트럼프, 문재인 정부의 세 가지 과제
2017.11.02 15:53: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그의 순방 결과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한반도 위기에 가속 페달을 밟는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반전(反轉)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끝으로 답답한 교착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마지막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인다. 외교를 돈 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트럼프는 한반도의 안정적인 현상 유지와 불안한 현상 유지 사이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는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미국 주류와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근 트럼프는 '말 폭탄'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는 8월 초에 미국 국방정보국(DIA)으로부터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에 실을 수 있는 소형 핵탄두 개발을 마쳤다"는 보고를 받고는 "미국을 계속 위협하면 북한은 이제껏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지난 9월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또한 김정은을 "로켓 맨"으로 지칭하면서 "그가 자신은 물론이고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어느덧 잊고 있는 것이 있다. 트럼프는 말 폭탄만 쏟아낸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김정은과 만나는 건 문제 없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러자 클린턴 캠프는 트럼프를 겨냥해 "가장 가까운 동맹국 지도자를 모욕하고 김정은과는 대화하고 싶다는 것이냐"며, "트럼프가 김정은에 기이하게 매료돼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클린턴의 발언을 두고 "그들은 북한과 협상하는 것이 꺼려지지 않느냐고 말한다.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화 용의를 거듭 확인했다.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으로 오면 "국빈 만찬이 아니라 햄버거를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대통령 취임 3개월여 후인 5월 초에는 "김정은과 만나는 것이 적절한 일이라면 단연코 그를 만날 의향이 있으며 이를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든 미국 대통령이든 트럼프처럼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이처럼 적극적인 발언을 내놓은 사람은 없었다. 거꾸로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 파괴"와 같이 전면적인 핵 공격을 암시하는 공개적인 발언을 한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 말고는 없었다. 기이하게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발언을 한 사람도, 북한에 극단적인 말 폭탄을 쏟아낸 사람도 동일 인물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북한이 핵탄두 장착 ICBM 보유에 빠르게 접근하자 초강경 노선으로 확연히 기울고 말았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현지 시각)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트럼프의 극단적인 널뛰기가 함의하는 바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양극단을 오가는 그의 발언이 고도의 전략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그는 불확실성을 극대화함으로써 특유의 '헤드 게임'을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 상대가 미국인들이든, 북한과 같은 주적이든,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든,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전략적 경쟁자이든, '도대체 저 사람이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이냐'는 혼란스러움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의구심은 미국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조차 팽배하다. 가히 '미친 자의 이론(madman theory)'의 '끝판왕'이라고 할 법하다.

또 하나는 트럼프의 널뛰기에 대한 미국 주류의 반응이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겠다"는 식으로 말했을 때에도, "화염과 분노"나 "북한 완전 파괴"와 같은 극단적인 전쟁불사론을 말했을 때에도 미국 주류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한마디로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반도 현상유지에 대한 미국 주류의 관성적인 집착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북미 간의 전쟁은 물론이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대타협도 한반도 현상 변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바심이 트럼프에 대한 맹비난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 트럼프의 순방이 가져올 결과 가운데 '불안한 교착 상태의 지속'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의 '공포 외교'는 한국에 대한 무기 판매 증대 및 한미 FTA 개정 협상, 미중 간의 무역 불균형 완화에서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상업주의와 부합한다. 한국과 중국으로 하여금 자신의 "최대의 압박"에 동참토록 하는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의 '공포 외교'는 미국 내 자정기능을 야기해 그의 극단적인 선택을 견제하는 결과도 낳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 유지와 교착 상태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북한은 어떻게 해서든 현상 타파를 시도할 것이고, 현상 변경이 평화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북미 간의 대결은 더욱 고도화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주민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도 우리로서는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에게 크게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먼저 트럼프의 잠재된 북미정상회담 의지를 일깨워야 한다. 그가 대선 후보 시절에 미국인들의 반북 정서와 주류의 조소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잇달아 피력한 것은 그만큼 잠재된 욕구가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때마침 북한은 9월 15일 중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를 자제해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를 평가하면서 '이제 최대의 압박에서 최대의 관여로 이행하자'고 설득해야 한다. 트럼프의 리더십을 칭찬하면서도 이제 그 리더십을 미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즉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대타협으로 발휘할 때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말폭탄'은 그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가져온 효과가 있다. 그건 바로 미국 주류 내에서도 북미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북미 직접 대화, 특히 정상회담에 대한 의사를 피력하면 이에 대한 비판과 반대는 과거보다는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또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 한국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 및 유라시아의 지경학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고 이것이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으면 한다. 

둘째, 평창 행사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시기적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2월 9일~25일) 및 패럴림픽(3월 9일~18일)은 한미군사훈련인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계획과 조우하게 된다. 자칫 한반도 긴장 상태가 한미군사훈련과 맞물리면서 평창 대회가 '폭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이는 우리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게 평창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 한미군사훈련의 일시 중단을 제안할 수 있는 유력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1월 7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 사유로 굳이 공개적으로 북한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올림픽 정신에 따라 평창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조치라고 발표하면 그만이다. 이렇게만 해도 '나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 지난 7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G-200, 2018, 평창을 준비하는 사람들'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다짐대회에 참석해 홍보대사 명함을 받고 있다. ⓒ청와대


우선 군사 훈련 중단 발표는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다. 북한의 자제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한미 양국은 명분을 세우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 거꾸로 한미 양국이 평창 대회를 위해 군사 훈련을 중단키로 하면, 북한 역시 도발을 자제하면서 대화에 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군사 훈련 중단 발표가 북한의 평창 대회 참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초대장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접근은 중국과 러시아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해온 '쌍중단'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로운 입구를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쌍개시'를 제안하고자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개시'를 출발점으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한미일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철회"를 비핵화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삼으면서 평화협정 논의 시작이 그 유력한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쌍개시' 제안은 이러한 양측의 입장을 두루 고려한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 북미 양측이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북미 관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이러한 제안을 공론화하면서 관련국들을 설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한반도 운명의 주인으로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흔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본 원칙은 네 가지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4No'로 일컬어진다. 북한의 정권 교체도, 북한 정권의 붕괴도, 한반도 통일의 가속화도, 38선 이북으로의 미군 이동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고위 관료도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적인 아직 없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도 여러 차례 피력했고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확인한 바 있는 '4No'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라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한반도가 64년째 정전 상태에 있고 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때 비핵화에도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이를 위한 좋은 기회임은 물론이다. 


북한의 ‘화성 14호 발사’를 둘러싼 물음표

지난 7월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의 고각 발사 이후 북·미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의 한계가 밝혀지면서 긴장이 낮아졌다.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2017년 11월 01일 수요일 제528호

사력을 다한 ‘진검 승부’의 결말치고는 허무하다. 7월28일 북한이 화성 14호 미사일을 고각 발사했을 때만 해도 미국 본토 전체가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놓인 것 같았다. 정점고도 3700㎞에 직선거리 1000㎞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만1000㎞는 충분해 보였다. 미국 전문가 중에는 화성 14호의 사거리를 1만4000㎞로 보는 이도 있었다. 미국 서부는 물론이고 동부의 뉴욕·워싱턴까지도 도달하고 남을 거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미국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었다”라며 기뻐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7월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맨 오른쪽)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 시험발사 모습을 보고 활짝 웃고 있다.

그런데 미국 본토는 고사하고 알래스카조차 타격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뒤집어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북한이 화성 14호의 사거리와 재진입 기술과 관련해 일련의 눈속임까지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대등한 협상을 위해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추구해온 북한으로서는 신뢰 위기 상황이다.

지난 5월14일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 12호 발사 성공부터 달아오른 북한과 미국의 진검 승부는 지난해 9차례에 걸친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 실패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1월6일 4차 핵실험과 2월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무수단 발사 시험은 결과적으로 북한을 대미 결전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옛 소련에서 높은 신뢰성이 입증되어 시험발사조차 생략한 채 2007년 실전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시험이 지난해부터 연거푸 실패를 거듭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게 바로 위성발사체용으로 준비하고 있었던 80t 추력의 옛 소련제 RD-250 엔진이었다. 북한은 올해 3월18일 이 엔진에 4개의 보조엔진(버니어 엔진)을 결합시킨 개량 실험까지 성공해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 12호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 시대에 껑충 다가선 것처럼 보였다.

무수단 미사일 실패 만회하려 무리수?


“아주 짧은 기간에 무수단의 실패를 만회했다는 점에서 실력뿐 아니라 운도 좋았다.” 미사일 전문가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의 평가처럼 괌을 겨냥한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인 화성 12호의 등장은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안 된 7월4일에는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가 고각 발사됐고, 20여 일 후인 7월28일 두 번째 화성 14호가 첫 번째 발사 때보다 훨씬 높은 정점고도와 긴 사거리를 자랑하며 고각으로 발사됐다. 특히 두 번째 발사된 화성 14호부터 미국의 대응 태세는 그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신미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북한의 화성 14호 2차 발사로 미국은 김정은으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으로서도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명분과 조건을 축적하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 간 진검 승부의 시작이었다. ‘미국 본토를 불시에 타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여겨진’ 북한 화성 14호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선제타격과 예방전쟁의 준비였다. 8월5일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제거를 위해서는 예방전쟁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준비하겠다”라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8월8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AP PHOTO
9월1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선택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예방전쟁에 대해 ‘정의의 전쟁’으로 맞서겠다던 북한은, 한·미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직후인 9월3일 예고한 괌 포위사격 대신 6차 핵실험으로 맞섰다. 지난해 9월9일 5차 핵실험(10kt)에 비해 25배가량 위력이 증가(250kt)했다. 화성 14호에 수소폭탄이 장착된다는 상상만으로도 미국 사회가 패닉에 빠질 만했다. 9월3일 당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북한이라는 한 나라의 완전한 전멸을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많은 군사적 옵션을 갖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9월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우리나 우리 동맹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totally destroy)하는 선택밖에 남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9월23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전체 작전을 지휘·통제한 가운데 미국 전략 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6대, 공중급유기, 수송기, 헬기까지 포함한 30여 대의 전략 폭격 편대가 야밤에 북한 신포 앞바다 공해상에서 ‘참수작전’의 예행연습을 거행했다.


ⓒU.S. Air Force
6월20일 출격한 미 공군 B-1B 폭격기 2대(위)를 우리 공군 F-15K가 엄호 비행하는 모습.

7월28일부터 9월 말까지 북·미 간에 진행된 일련의 움직임은 ‘말의 전쟁’ 수준을 넘어섰다. 한국전쟁 이래 최악의 긴장 상황이었다. 이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긴장의 강도는 현격히 떨어졌다. 어떻게 된 것일까? 미국과 북한에서 거의 동시에 나온 발언에 그 해답이 있다. 10월12일 백악관 기자실을 찾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현 행정부를 대변한 발언”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능력이 못 된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때 선제타격 내지 예방전쟁까지 언급하던 긴박감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나흘 후 이번에는 북쪽에서 비슷한 맥락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10월16일자 미국 CNN 방송은 평양 현지에서 “북한은 미국 본토 동해안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전념’할 것이며 이 목표가 달성되기 전에는 미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다”라는 북한 관리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겉으로 보면 호전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북한 관리가 미국 언론과 공식 인터뷰에서 “ICBM 개발에 전념”이라는 말을 하며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셈이다.


그렇다면 사거리가 1만1000㎞에 이른다던 화성 14호 미사일의 실체는 뭘까? 미국 전역이 북한 미사일 사정거리에 들어왔다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호언장담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 의문의 해답은 한국과 미국 미사일 전문가들이 내놓았다. “미국 본토에 핵 위협을 가하는 ‘유사 ICBM (near-ICBM)’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주기 위해 면밀하게 짠 북한의 기만극”이라는 것이다. 바로 미사일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통하는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의 진단이다. 포스톨 교수 등은 지난 8월11일 미국 원자력과학자회보(BAS)에서 “7월4일과 7월28일 두 차례 고각 발사된 화성 14호로는 핵무기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조차 떨어뜨리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전문가들은 고도 2720㎞까지 올라간 1차 발사에 대해 “서방 언론들은 북한이 모의 탄두 중량을 줄임으로써 그런 고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핵심적인 사실을 간과한 채 보도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1세대 핵탄두(500~600㎏)와 같은 중량을 실었다면 그렇게 올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높은 3725㎞까지 올라간 2차 발사도 “우리의 계산에 의하면, 1차 때보다 더 가벼운 모의 탄두를 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평가했다. 포스톨 교수가 분석한 상단 로켓의 연소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탄두부 무게가 500~550㎏이면 최대 앵커리지까지만 닿을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서부 워싱턴 주 시애틀까지 도달하려면 300㎏ 이하여야 하는데 현재 북한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미사일 전문가 존 실링 박사 역시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 기고문에서 “7월4일 1차 발사 때 500㎏의 핵탄두를 사용했다면 7월28일 2차에는 300~350㎏으로 감량한 탄두를 쓴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그보다 훨씬 작은 모의 탄두를 장착했을 것으로 보았다. “미사일의 사거리는 추력과 구조 중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탄두 중량을 줄일수록 사거리는 대폭 늘어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탄두 중량 줄여서 사거리 늘리고 눈속임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런 눈속임을 했을까? 미사일 전문가 장영근 교수는 그 이유를 RD-250 엔진에서 찾는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RD-250 엔진은 추력이 80~90t 가까이 나오는 대신 직경이 3m에 이른다. 대포동 미사일처럼 사일로에 숨겨놓고 발사하는 것으로 북한이 추구해온 이동식 미사일에는 맞지 않는다. 그래서 RD-250의 연소기 두 개 중 하나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부피가 줄어든 대신 추력도 40~45t으로 절반이 된 셈이다. 이런 경우 최대 사거리는 5500~ 6000㎞로 괌까지는 충분하지만 미국 본토 타격은 불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고체연료 기반 화성 13호로 ICBM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하지만 북한의 기술력으로는 대용량 고체연료 추진체를 개발하는 게 불가능하다. 북한 ICBM 개발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상민 국방연구원 박사는 <주간 국방논단>에서 화성 14호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체와 관련해 북측이 사용한 속임수를 밝혔다. 5월14일 발사한 화성 12호의 탄두는 끝이 뭉툭하고 가운데가 볼록한 ‘젖병 형’이었다. 고속 대기권 재진입이 불가능한 형태다. 그런데 7월4일 발사한 화성 14호는 끝이 뾰족한 원추형으로 바뀌었다. 북측은 대기권 재진입을 위해 탄소복합체 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 텔레비전이 실수로 보도한 탄두부 촬영 영상에서 원추형 껍데기가 벗겨져 날아가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방영됐다. 즉 화성 14호 역시 화성 12호나 마찬가지로 젖병 모양의 탄두에 원추형의 위장막을 씌운 꼴이었다고 이 박사는 지적했다. 이 박사는 “고속 재진입 기술을 발전시키기에는 시간과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을 북한의 미사일 개발자들이 어차피 실거리 시험발사를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렵게 만들어봐야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것도 아니므로 이번 한 번만 제대로 속이고 실전 배치해버리면 끝난다고 생각해 이런 희대의 사기극을 준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7월28일 고각으로 발사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4호의 모습.

그렇다면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CNN과 인터뷰한 평양의 관리 얘기에서 추론해볼 수 있다. 미국의 동부 해안을 타격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핵미사일 개발에 진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수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그 기간을 감내할 수 있을까? 주목할 것은 미국 역시 총력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8월15일 베이징에서 팡펑후이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만나 ‘양국 연합참모부 대화체계 문건’에 공동 서명하는 등 한반도 유사시 미·중 간 군사협조 체계를 구축한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9월26일 미국 상원 재인준 청문회 때  “북한은 시급성 측면에서 오늘날 가장 큰 위협을 제기한다”라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그는 “중국은 2025년까지 우리나라에 최대 위협이 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북한이라는 것이다. 대중국 봉쇄 정책과 대북 제재 정책의 혼란을 교통 정리하는 발언이다. 

그의 발언 이틀 후인 9월28일 중국 상무부는 중국 경내에 북한이 설립한 기업을 포함해 북한 관련 기업들에게 120일(4개월 후인 내년 1월 말) 내에 폐쇄할 것을 통보했다. 북한 식당들이 전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8월5일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71호와 9월11일의 제2375호를 합치면 연 30억 달러에 불과한 북한의 대외 수출액 중 연 18억2000억 달러가 사라지게 된다. 1991년부터 2016년까지 25년간 북한이 확보한 외화수지 흑자를 전부 합쳐봐야 126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제재가 지속되면 단순 계산해도 7년이면 소진된다. 이미 북한 내 석유 가격이 3배 가까이 올랐고 주민들이 주식으로 사용하는 옥수수 가격 역시 2배가량 뛰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에서 30여 년간 일하다가 2014년 탈북해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리정호씨는 지난 7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노력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비관론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백악관이 북한에 부과한 제재는 역사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북한은 이번처럼 강력한 제재를 경험한 적이 없다. 북한이 미국의 제재를 1년이라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내다봤다.

결국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조기에 담판을 짓겠다는 북한의 어설픈 정면 승부가 역으로 북한을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한 셈이다. 아무 대책 없이 미국이라는 잠자는 사자의 콧잔등만 세게 후려친 꼴이다.



‘미·일 동맹’에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총선 압승’ 날개 단 아베에 ‘중국 견제’ 손 내민 트럼프…‘장기 집권’ 시진핑 세계 최강국 노리며 ‘強 대 強’ 대결 구도

안성모 기자·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3(금) 09:16:42 | 1463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총선 압승’으로 날개를 단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과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른바 ‘新 미·일 동맹’ 기조가 힘을 얻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시진핑 주석의 중국이 ‘굴기(崛起) 전략’을 앞세워 세계 최강국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면서 ‘강 대 강’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월10일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UPI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월10일 백악관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UPI 연합

 

핵무장을 강행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이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新 미·일 동맹’이 북한의 위협을 매개로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 강경 발언에 아베 총리가 적극적으로 맞장구치면서 미·일 양국의 결속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책임론’을 내세워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과 ‘북풍몰이’를 통해 군사 재무장을 노리는 일본의 속내가 담겨 있다. ‘쓴 열매를 삼키지 않겠다’며 군사·외교에 있어 사실상 패권의 길로 들어선 중국 역시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어 한반도 정세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가겠다는 아베

“일본을 다시 위대하게(Make Japan Great Again)”. 지난 10월2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다시 강력한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자 해외언론의 정치평론가들이 내놓은 말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기간 내세웠던 슬로건을 그대로 베낀 표현이다. 그만큼 이번 아베 총리의 압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뉘앙스다.

 

하지만 워싱턴의 한 정치분석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란을 일으키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2017년 국제정치 무대에서 실질적인 승리자는 아베 일본 총리”라고 평가했다. 아베는 대선후보 시절 ‘미국중심주의’를 표방하며 일종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피력했던 트럼프를 설득해 ‘新 미·일 동맹’ 시대를 열었고, 이제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가장 불안에 떨었던 사람이 바로 아베 일본 총리였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인 2016년 뉴욕타임스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 용인론까지 거론하면서 미국이 막대한 군비를 써가며 다 방어해줄 수 없다는 말까지 던졌다. 당시 등장한주한미군 철수론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

 

이에 놀란 아베 총리는 미국에 거액을 투자하겠다며 ‘돈 보따리’를 싸들고 백악관을 향해 날아갔고,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춧돌(cornerstone)’”이라는 말을 받아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서는 중국과 영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 대해서도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는 말을 받아내 일본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져 보면 이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일본을 내세우겠다는 미국의 기존 동아시아 외교전략의 부활일 뿐이다. 이미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이른바 ‘아시아 중시 전략(Pivot to Asia)’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미국은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역할이 필요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서 이를 다시 재확인해 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2월 미·일 정상 만찬을 개최하고 있던 시간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를 내세우며 “미국은 100% 일본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전략의 핵심은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여기에 한국을 포함해 한·미·일 ‘삼각 동맹’을 완성해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역할 표명으로 ‘新 미·일 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흐름이 일본의 재무장을 원하는 아베 총리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여러 차례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 아래 더 큰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안보관련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며 자위대가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아베 총리는 이제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본격적으로 자위대의 보폭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8월30일 보도했다. 중앙통신 홈페이지는 발사현장을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의 모습을 게재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8월30일 보도했다. 중앙통신 홈페이지는 발사현장을 참관하고 있는 김정은의 모습을 게재했다. © 연합뉴스


울고 싶은 일본에 뺨 때려주는 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는 ‘新 미·일 동맹’의 기조에 보조를 맞추면서 중·장기적으로 개헌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차지해 헌법을 바꿀 수 있는 개헌 발의 정족수를 확보함에 따라 어깨에 단 날개에 순풍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新 미·일 동맹’의 핵심은 부상하는 중국 견제지만, 현실적인 토대는 북한이 만들어주고 있다. 쉽게 말해 재무장화로 나가고자 울고 싶을 정도인데 북한이 알아서 뺨을 때려주듯 아베 총리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이번 총선 압승이 ‘북풍몰이’ 전략의 성공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때 이른바 ‘사학 비리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아베 총리가 북한의 위협을 계기로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강행 때 곧바로 관저로 나와 단호한 표정으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북한을 규탄하면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당사국인 한국보다도 더 발 빠르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위기 대응 관리를 지시하는 등 북핵과 미사일 위기 정국을 국내 정치에 한껏 이용했다. 결과는 이번 총선의 압승이 보여주듯 대성공으로 끝났다. 일본 야당이 한반도 위기를 지나치게 부추기면서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고 비판했지만, 일본 유권자들은 아베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아베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노련함도 보여줬다. 명분은 “북한에 대한 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데 동의했다”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자신들이 수행할 것이니, 나를 더 믿어 달라”는 것이었다. 중국 견제를 위한 ‘新 미·일 동맹’을 추구하는 미국의 전략에 자신이 실크로드를 깔아놓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이러한 ‘新 미·일 동맹’은 ‘군사적 동맹’으로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올해 5월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미국 보급함을 경호하는 임무에 나섰고, 해상자위대 보급함은 미국 이지스함에 해상급유를 하는 등 미·일 공동 군사작전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국령 괌 주변에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공격당하는 것으로 간주해 일본 주변 바다에 배치된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이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본토 공격을 위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북한의 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취지다. 아베 총리를 주전선수로 내세운 ‘新 미·일 동맹’이 북한의 위협을 매개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지난 10월24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권력을 더욱 강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러한 ‘新 미·일 동맹’ 체제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시 주석은 당 업무보고에서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집권 2기 최고지도부를 구성할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공개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 AP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집권 2기 최고지도부를 구성할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공개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 AP 연합

 

그는 “중국은 타국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자국의 발전을 도모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정당한 권익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현재 갈등과 분쟁을 초래하고 있는 각종 외교와 안보 분쟁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남중국해 열도 분쟁 문제가 다시 첨예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5년간의 권력체제를 마무리한 시 주석이 본격적으로 자국 영토권을 주장하며 군사적 행동 등 강경 기조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쓴 열매 안 삼킬 것”

시 주석이 당대회에서 “중국이 어떻게 발전하든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확장의 길도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 5년간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분명히 표방하며 대만 독립을 절대 불용하고 있으며, 자국 영토권을 주장하는 지역에서는 굴기하는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분쟁도 불사하는 외교·안보 전략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평화적 외교’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시 주석은 중국이 2050년까지 국제영향력에서 세계를 이끄는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新 미·일 동맹’으로 합의점을 찾은 미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전략이 결국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나아가려는 굴기 전략과 부딪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으려는, 핵보유국을 지향하고 있는 북한의 위협과 도발이 갈등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때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언급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다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11월5~7일 일본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최대 함정인 이즈모 호위함에 승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新 미·일 동맹’의 결속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이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관해서도 ‘중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의 대국 굴기 전략에 관해서도 일본과 손을 맞잡으며 중국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북한 문제의 해결 방향이, 이러한 복잡한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지를 보여주는 단초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북·미 간에 예상치 못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여기에 중국과 일본까지 가세하면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팽팽한 세력 균형 속에서 남북한을 포함한 이해 당사국들이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본의 재무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新 미·일 동맹’ 기조가 한반도 정세에 어떠한 결과를 드리울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요동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플리바겐- 북한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_좋은 책 추천 & 서평

노장자 | 조회 614 |추천 3 |2017.07.16. 01:32


북한문제는 우리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 벌어지는 수많은 이념 대립과 갈등이 북한 때문에 비롯된 것들이 많습니다. 다른 부분에서는 진보좌파여도 대북정책에서만은 보수적인 사람들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정권을 상식적으로 좋아할래야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 김씨 정권은 그동안 6.25 전쟁을 비롯해 얼마나 수많은 군사도발로 우리를 공포에 빠트렸고 자국민을 굶어죽이고 세뇌시키고 억압하였나요? 당연히 치를 떨 수 밖에 없고 경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북한과 타협하고 지원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짓이며 북한을 압박하고 괴롭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 플리바겐은 북한을 좀더 새롭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해줍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회원이시면 이 책이 이념에 휩쓸리지 않고 최대한 실리적인 시선에서 북한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플리바겐(plea bargain)은 유죄협상제라고도 합니다. 만약 당신이 경찰 혹은 검사인데 흉악범죄자를 검거했다. 하지만 이 범죄자는 위기에 처한 피해자를 구할 방법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당신은 이 범죄자가 좋든 싫든 범죄자와 타협할 수 밖에 없으며 범죄자 또한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협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 지금 대북정책을 파악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한 비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두가지 모습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1. 북한을 압박해서 항복 또는 붕괴시키는 것, 2. 북한과 타협,교류를 통해 화해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김대중노무현 정권때의 햇볕정책을 북한에 퍼줬기에 북한이 다시 살아나고 무기를 만들어 우리를 위협하게 했다고 비난합니다. 그렇다면 북한과 대립해서 북한을 붕괴시키면 문제는 해결될까요??


이 책은 먼저 북한이 항복하거나 붕괴하지 않는 이유가 나옵니다. 북한은 재스민혁명이 발발한 중동 독재국가들보다도 훨씬 폐쇄적이고 통제적인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북한이 붕괴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 중국이 북한을 몰래 지원해주기 때문에 북한은 자발적 혁명이 일어나거나 스스로 붕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북한정권은 아무리 어려워도 핵을 포기하고 항복하진 않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자신의 체제 존재 이유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점점 북한에 경제적 침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얼마나 여기저기 북한과의 경협을 하고 지하자원을 착취하는지에 대해서도 나옵니다. 북한은 점점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동안 북한과 대립하는 남한은 사실상 손빨며 지켜보기 밖에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면 남한에게도 엄청난 재앙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가 유출될 수도 있으며 수많은 난민이 몰려들 것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한은 갑자기 붕괴한 북한을 떠안을 수 있는 능력이 되지 못합니다. 갑작스런 북한의 붕괴는 어마어마한 통일비용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통일방법은 단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경제적협력과 교류를 강화하여 북한에서 자본주의와 시장경제가 자립할 수 있게 하는것.. 그렇게 북한을 자생시키는 것만이 아무런 부담없이 통일을 이룩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 됩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경제협력을 해도 북한은 변화하지 않는다. 북한은 여전히 핵무기를 개발하고 군사도발을 강행한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 책에서는 북한의 경제체제, 그동안의 역사와 변화과정을 설명합니다. 북한은 변화하지 않은듯하지만 엄청나게 변화해왔습니다. 북한에서 진행된 7.1 경제조치개혁, 그리고 화폐개혁을 통해 얼마나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자세히 나옵니다.


북한정권은 체제를 지키고 싶지만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북한은 체제를 지키고 싶으면서도 무능력한 계획경제, 북한 주민들 사이에 퍼질때로 퍼진 암시장,지하경제 때문에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일부나마 도입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그렇기에 남한 입장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달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무리 북한정권이 밉다할지라도 북한정권에게 체제유지를 보장할 것이라는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최대한 많은 경제협력과 교류를 얻어내야 합니다. 또한 북한 역시 체제를 위해 온갖 도발과 핵개발을 시도했지만 결국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동안 햇볕정책은 북한에게 너무나 저자세로 나왔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만하지만 결국은 대화와 협력만이 최선인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몰랐던 북한의 모습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으며 올바른 대북정책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을 민간연구소가 이렇게 자세히 분석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