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예술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노무현입니다’ - 사춘기라 휙휙 바뀌는 내 마음 이해해 주는 건 누구

일취월장7 2017. 7. 18. 10:06

[약간 늦은 리뷰]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노무현입니다’


너무 바쁜 나머지 영화 한편 보는 것도 쉽지 않다. 블록버스터나 대작 영화가 아니면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영관에서 막을 내리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놓칠 순 없는 법. 장기상영관을 찾아보거나 VOD 서비스를 이용해서라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지나간 영화도 다시 보자! TONG청소년기자들이 이제 더 이상 스포일러가 될 수도 없는, 약간은 늦은 리뷰를 해봤다.

by 배석준·황인서·최광빈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끝난 지 이틀 후,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개봉했다. 현재 누적 관객 수 180만을 넘기고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장기 흥행중이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왜 이 영화에 열광하는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를 맞이한 지금, 이제는 영화로 다가오는 ‘노풍’을 분석해보자.

주요 포인트

[사진=CGV]
[사진=CGV]
[사진=CGV]
[사진=CGV]

이 영화의 첫 번째 감상 포인트는 독특한 연출이다. 뉴스의 단편을 쭉 훑으며 영화를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실제 경선 과정을 촬영한 영상과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의 인터뷰가 연결되어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준다. 옛날 카메라로 찍은 듯한 영상은 뉴스 같은 앵글임에도 당시의 열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반대로 노무현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잔잔하다. 두 종류의 영상이 섞이고 교차되며 만드는 긴장감이 관객을 자극한다. 특별한 내레이션 없이 인터뷰, 당시 뉴스 앵커의 멘트, 노무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의 연설로만 귀를 자극해 다큐를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때의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보는 느낌을 준다.

두 번째 감상 포인트는 지루하지 않은 내용이다. 보통 다큐멘터리라 하면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적절한 내용 배치로 관객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꾼다. 마치 소설처럼 전반적인 흐름의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실화를 바탕으로 드라마 같은 서사가 이어진다. 또한 인물의 인터뷰 장면 자체가 관객을 잡아끄는 요소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노무현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인터뷰한 인물들의 말과 표정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들이 중간 중간 드러내는 눈물과 감정을 자제하는 표정들을 보며 그들에게 노무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우리가 노무현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관객들이 결정하게 한다.

영화의 메시지

영화관에서 이 영화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며 나가는 관객도 많았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메시지를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이 훌륭한 분임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찬양이나 향수가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구는 영화 포스터 뒤에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몰랐던 사람 노무현 이야기!’ 영화를 내용적인 면에서 구분하자면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그가 경선을 진행하는 과정이고 하나는 그의 서거 이후의 모습이다. 즉, 중간에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의 정치적인 행보는 빠져있다. 다시 말하자면 감독은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감독이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사람 노무현’이다.

[사진=CGV]
[사진=CGV]

영화에서 생전 그와 가깝게 지내던 인물들이 노무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보면 그들은 단순히 노무현을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유시민 작가는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존경스러운 사람보다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뭔가를 해주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그의 콤플렉스, 성격, 그와 함께 일하면서 혼난 기억들, 그의 고집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들은 단지 그들 개개인이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을 되짚고 있었다. 그리고 엔딩이 다가올수록 그들의 감정도 격해진다.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억지미소를 짓는 이도 있었다.

그를 보내는 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시민들이 직접 만든 영정과 만장을 들고 나와 광화문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시민들이 직접 만든 영정과 만장을 들고 나와 광화문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중앙포토]

영화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2009년 5월 23일, 그의 장례식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가 와서 기다란 천을 다함께 들고 한 발짝씩 걸어간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지난 2017년 5월 23일, 그의 추도식이 있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추도식을 찾아 그를 애도했다. 그곳에서 추도식에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봅시다.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문재인이 아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유서를 낭독하기도 했다.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활동한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도를 영화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떠나보내려 한다고 해서 떠나보내지는 게 아니에요. 떠나보낼 때가 되면 저절로 떠나가는 거예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도가 어느 정도 마감되는 건 사회가 바로 잡혀질 때, 그 애도의 기간이 종료되리라고 봐요.”

친구로, 동료로, 국민으로 그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글=배석준·황인서·최광빈(포항제철고 2) TONG청소년기자



[커버스토리] 사춘기라 휙휙 바뀌는 내 마음 이해해 주는 건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