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적이 '알바'? 재벌 갑질이 주적이다
자영업자의 적이 '알바'? 재벌 갑질이 주적이다
일상적이고 구조화된 갑질 행태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그룹 회장은 동생이 설립한 자회사에서 치즈를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하도록 해 통행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수백 만 원이면 교체할 수 있는 간판을 사촌이 설립한 회사를 통해 3000만 원이나 부풀려 구매하도록 강제했다고 한다. 또, 멀쩡한 인테리어를 3년마다 바꾸도록 하는 등 온갖 종류의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의 광고비 떠넘기기, 회장 자서전 구매 강요를 넘어 본사의 방침에 반발해 탈퇴한 업주에게 보복하기 위해 인근에 본사 직영의 피자 가게를 내고 망할 때까지 덤핑 판매를 하도록 했다. 결국 가맹점주가 자살에까지 이르도록 한 정황을 살펴보면, 이건 회사가 아니라 마치 조직폭력배 집단 같이 생각될 정도다.
문제는 이런 갑질이 특정 업체나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일반적인 행태로 인식될 정도로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심지어 회장 개인의 폭행 사건이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국민이 불매 운동을 해도, 그 피해 또한 가맹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악조건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니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앞으로 시행될 정부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장차 예정된 변화들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이 그동안 당 차원에서 운영해오던 '을지로위원회'를 범정부 차원의 기구로 격상시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의석수가 적은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을지로위원회가 지금까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왔기에 기존의 '을지로위원회'를 국회의원들의 연구모임이나 정당 차원의 기구가 아니라 집행 능력을 갖춘 국가의 상설위원회로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니 일단 믿음이 간다.
새로 도입하는 각종 복지수당이나 공무원 복지 포인트의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발행해 재래시장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골목시장 전용 화폐인 고향사랑 상품권으로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장차 그 규모가 얼마가 될지에 따라 이 정책의 실효성이 달라지겠지만, 우선은 마치 현금 지급을 보장받은 것처럼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영세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기준을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낮추거나 매출액 5억 원 이하의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1.3%에서 1%로 낮추고, 매출 3억 원 이하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도 인하하는 정책은 이들 정책들이 시행되는 그 시점부터 당장 자영업자들에게는 매달 몇 십만 원의 실질적인 수익 증대로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는 전통시장의 주차장 설치 지원이나 화재 방지 시설 지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협업화 사업 지원과 금융 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소규모 점포의 조직화와 협업화 지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해오던 정부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라서 새 정부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행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리고 소상공인 시장진흥기금 확충 공약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큰 기대를 모으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공약도 중요하다. 과도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지역 상권 내몰림 방지의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복합쇼핑몰 등도 대규모 점포에 포함시켜 규제를 시작하고, 도시 계획 단계부터 대규모 유통센터의 입지를 제한해 진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이전 정부들과 달리 상당히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미 들어와 있는 대형 할인마트에 대한 언급이 없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또 새 정부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시행령이나 규칙이 아니라 법률로 명기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고, 퇴거 보상 제도를 도입하며, 기존에 상가를 임대하고 있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계약 갱신 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정책, 재건축 시 기존의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임차권을 보장하거나 환산보증금액을 대폭 증액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공제인 '노란 우산 공제'의 누적 가입자를 확대하는 등 자영업자 대상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도 제대로만 진행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되기만 하면 정말 좋겠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게 분명한데, 건물주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려는 정치 세력들로 인해 이런 혁명적 법안이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과잉은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
문제는 이 정도의 정책으로는 300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들이나 600만 명 자영업자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 150만 명의 총 부채가 1년 전보다 60조 원 늘어난 520조 원에 이르렀다는 금융감독원의 분석이 최근에 발표되었다. 1인당 3억5000만 원꼴로 빚을 진 자영업자들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1.9%로 일반 상용근로자(30.5%)보다 크게 높았다. 심지어 자영업자 대출 중 160조 원(30.8%)은 은행이 아니라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이어서 올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시 연쇄적으로 부실화할 우려가 매우 높다.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이렇게 급증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정년퇴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한 사람들이 잇달아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킨 집과 커피 전문점 등이 포함된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2년 이후 3년 동안 3만3000개(22.9%)가 늘었고, 편의점 사업자는 최근 1년 동안에만 4000명 이상 증가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자영업자 종사자가 전체 고용의 10~15%에 그치지만, 우리나라는 30% 수준으로 2~3배나 된다. 결국, 시장의 규모에 비해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자영업 종사자가 너무 많아 동일 업종들 간의 경쟁이 격화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정책도 실질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
참여 정부의 이정우 전 정책실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역대 정부들이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자영업에 "퇴적되었다"고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공공 부문 고용 비율 수준이 OECD 평균의 30%에 불과하다. 다행히 새 정부의 공약에 자영업자의 임금 근로자로의 전환 및 재취업 지원과 특화형 및 비생계형 업종으로의 재창업 지원이 들어 있다. 일단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이 된 것 같다.

▲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복지국가만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근본적 해법
미스터피자 사태에서 다시 한 번 밝혀진 대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힘든 것은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이 높아서도 아니고, 가맹점주가 성실하지 않거나 마케팅 전략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시장보다 킬로그램당 몇 십만 원이나 비싸게 치즈를 사야 하고, 돈이 모이기도 전에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간판을 바꾸어야 하는 잘못된 구조가 더 중요한 원인이다. 가맹점주는 경영난으로 힘들어도 본사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도록 되어 있는 부당한 약관과 불공정한 관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와 함께 원청 대기업들의 하청 단가 후려치기 방지, 중소기업 납품 단가에 근로자 적정 임금 보장 등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시행된다면, 중소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개선되고, 근로자의 절대 다수인 중소기업 종사자에 대한 소득분배가 개선되어 내수가 활성화된다. 이렇게 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확실한 지원 정책이 될 것이다.
직접적인 자영업 지원 정책은 아니지만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도 효과적인 자영업 지원 정책이 될 수 있다. 좋은 일자리들이 많아진다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퇴적'되는 기존의 산업구조에 변화가 온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이 완화되는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경영이 나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안정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일정 수준의 임금만 보장된다면, 최저생계비도 나오지 않는 영세한 자영업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같은 골목에서 경쟁하던 가게들이 서너 곳에서 두 곳으로만 줄어들어도 그만큼 장사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정책도 자영업자들에게는 근본적인 지원 정책이 될 수 있다.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이나 비정규직의 축소, 최저임금 인상 정책들로 당장은 자영업을 하는 가게에서 고용인이나 알바 학생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매달 나가는 직원 임금과 4대 사회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전반적인 소비가 활성화되고 내수가 살아나면서 정차 자영업자들의 수입도 개선된다.
기초연금 인상이나 아동 수당 도입, 누리과정에 대한 중앙 정부의 책임 강화,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정책, 각종 통신비 인하 정책들, 심지어는 병사들의 급여를 현실화하는 정책들까지 모두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복지국가 정책들이 단기적으로, 또 중장기적으로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그동안 재벌과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성장 정책은 지난 60년간 지속되어온 낙수효과를 중심으로 하던 경제를 국민들의 소득 증가를 중심으로 하는 분수경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니 이제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근본적 대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벌던 기존의 구조를 뺏기는 것이기에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이미 보수 언론을 통한 조직적인 반발과 대응이 시작되었다. 참여 정부 시기 종합부동산세의 혜택을 보는 대다수 국민을 오도해 '세금 폭탄'으로 반대하게 했듯이, 이번에는 자영업자들을 내세워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축소에 대한 조직적인 반발을 유도하고 있다. 지금도 종편에서는 연일 최저임금 인상이 되면 자영업자들이 다 죽는다는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전에 이야기했던 화려한 공약들, 대선 후보들 간에 토론하던 장밋빛 정책들이 가능성을 넘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 정책들이 모두 이해 당사자가 있고, 기득권 세력들의 힘이 여전히 강고한 상태라서 대통령이 혼자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종편의 패널로 나와 감언이설로 재벌 대기업을 옹호하는 전문가들의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어야 자영업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감나무 아래에서 기다린다고 내 입속으로 저절로 홍시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적극적으로 조직화하고, 복지국가의 깃발 아래 연대해서 소중한 대선 공약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발간하는 <Success> 2017년 여름 호에 기고한 글을 기초로 작성한 것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왜 교육다양성 실현일까?)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는 국민라디오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함께 만드는 정통 정책 시사 방송입니다.)
최저임금, 왜 '을들의 전쟁'이 되나
높아진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과 최저임금 논의의 무게와 별개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상공인을 대표하여 회의장에 들어온 사용자 위원들의 가시 돋친 말을 듣다보면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언제까지 대립하는 방식으로 논의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그들의 절실한 상황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논의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이 과도하여 영세 사업주를 범법자로 내몬다고 하소연하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대다수는 중산층 가구에 속한다며 "저소득층 행세를 한다"거나 노동자 위원이 인용한 조사를 "조작된 데이터"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특히 사용자 측에서는 매년 주장해오던 업종별로 차등을 두고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올해 주장은 8개 세세분류 업종에 대해서 지불 능력이 떨어지므로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범법자'가 양산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해당 업종이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을 깎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 과잉 경쟁이나 임대료 및 본사 수수료 등 경영 상태를 악화시키는 다른 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보니 유일하게 논의에 참여 가능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 누가 더 열악하고, 누가 더 불행한가를 두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논의한다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더 불행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서로 싸워야만 한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는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공동의 피해자이다. 청년들이 워킹푸어를 모면하고자 니트(NEET: 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상태가 되고,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더라도 워킹푸어가 되기 쉬운 것과 같이, 대체로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는 한국 사회의 근로빈곤층의 두 가지 존재 방식일 뿐이다. 지금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겪고 있는 문제의 양상과 본질은 다르지 않다. 해고나 실직 상황 등의 상황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노동시장에 어떻게든 남아있고자 할 때는 저임금 노동자가 된다. 만일 생계형 창업을 선택하면 영세 자영업자가 되는 것이다. 저임금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는 한국의 저소득과 장시간 노동 체제를 유지시키는 두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해보면, 자영업자 30%가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는다.
기업이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고 구조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인력을 방출하면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이어져서 과잉 경쟁을 유발한다.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 수보다도 많은 상태나 한국 학생들의 진로는 치킨집으로 귀결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은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상권으로 '진출'한다. 이렇듯 기업은 책임을 방기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모두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논의가 이들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더욱 서글픈 이유이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기준선을 정하는 문제이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노동이 평가받는 기준이자 대다수의 일터에 노동조합이 없는 현실에서 유일한 임금교섭 수단이다. 노동시장의 변화 속에서 미래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서 영세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는 업종, 지역, 규모에 따라 다양하다. 자영업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최저임금 문제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가 다수 분포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400만 명에게는 의미가 없다. 가맹점주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배 구조 문제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상가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의 관계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손님들의 지갑 두께를 두껍게 하는, 구매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저임금은 그런 방향으로 가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이 갖는 최소한의 기준 값이다. 건물 값보다 사람 값이 싼 나라, 기술 값보다 사람 값이 싼 나라에서, '일자리 절벽'의 공포가 이야기되는 시점에서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노동에도 밀착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사용자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된 소상공인 지원 대책 건의안에서 그런 단초를 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이 노동조합 밖에 있고, 심지어는 노동으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일상적이고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갑론을박의 토론이 있는 것은 미래로 향해 나가는 한국사회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