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자영업자의 적이 '알바'? 재벌 갑질이 주적이다

일취월장7 2017. 7. 7. 12:00

자영업자의 적이 '알바'? 재벌 갑질이 주적이다

[복지국가SOCIETY] 복지 정책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정책인 이유
2017.07.04 08:16:41

최근 미스터피자 회장의 갑질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얼마 전 경비원을 폭행해 구설수에 오르고, 시민들의 불매 운동까지 불러온 설립자를 조사하면서 갑질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밝혀지고 있다.

일상적이고 구조화된 갑질 행태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그룹 회장은 동생이 설립한 자회사에서 치즈를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하도록 해 통행세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수백 만 원이면 교체할 수 있는 간판을 사촌이 설립한 회사를 통해 3000만 원이나 부풀려 구매하도록 강제했다고 한다. 또, 멀쩡한 인테리어를 3년마다 바꾸도록 하는 등 온갖 종류의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본사의 광고비 떠넘기기, 회장 자서전 구매 강요를 넘어 본사의 방침에 반발해 탈퇴한 업주에게 보복하기 위해 인근에 본사 직영의 피자 가게를 내고 망할 때까지 덤핑 판매를 하도록 했다. 결국 가맹점주가 자살에까지 이르도록 한 정황을 살펴보면, 이건 회사가 아니라 마치 조직폭력배 집단 같이 생각될 정도다. 

문제는 이런 갑질이 특정 업체나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일반적인 행태로 인식될 정도로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심지어 회장 개인의 폭행 사건이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국민이 불매 운동을 해도, 그 피해 또한 가맹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런 구조적 악조건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니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앞으로 시행될 정부 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장차 예정된 변화들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이 그동안 당 차원에서 운영해오던 '을지로위원회'를 범정부 차원의 기구로 격상시켜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의석수가 적은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을지로위원회가 지금까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왔기에 기존의 '을지로위원회'를 국회의원들의 연구모임이나 정당 차원의 기구가 아니라 집행 능력을 갖춘 국가의 상설위원회로 만들어 운영한다고 하니 일단 믿음이 간다.

새로 도입하는 각종 복지수당이나 공무원 복지 포인트의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발행해 재래시장에서 사용하도록 하고, 골목시장 전용 화폐인 고향사랑 상품권으로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장차 그 규모가 얼마가 될지에 따라 이 정책의 실효성이 달라지겠지만, 우선은 마치 현금 지급을 보장받은 것처럼 큰 기대를 하게 된다.

영세 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기준을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낮추거나 매출액 5억 원 이하의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1.3%에서 1%로 낮추고, 매출 3억 원 이하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도 인하하는 정책은 이들 정책들이 시행되는 그 시점부터 당장 자영업자들에게는 매달 몇 십만 원의 실질적인 수익 증대로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는 전통시장의 주차장 설치 지원이나 화재 방지 시설 지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협업화 사업 지원과 금융 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소규모 점포의 조직화와 협업화 지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공약은 이미 해오던 정부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라서 새 정부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행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리고 소상공인 시장진흥기금 확충 공약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큰 기대를 모으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공약도 중요하다. 과도한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지역 상권 내몰림 방지의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복합쇼핑몰 등도 대규모 점포에 포함시켜 규제를 시작하고, 도시 계획 단계부터 대규모 유통센터의 입지를 제한해 진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은 이전 정부들과 달리 상당히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된다. 물론 이미 들어와 있는 대형 할인마트에 대한 언급이 없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또 새 정부에서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시행령이나 규칙이 아니라 법률로 명기하겠다고 했으니 앞으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의 권리금을 보호하고, 퇴거 보상 제도를 도입하며, 기존에 상가를 임대하고 있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계약 갱신 청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정책, 재건축 시 기존의 임차인에게 우선적으로 임차권을 보장하거나 환산보증금액을 대폭 증액하겠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공제인 '노란 우산 공제'의 누적 가입자를 확대하는 등 자영업자 대상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도 제대로만 진행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되기만 하면 정말 좋겠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게 분명한데, 건물주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려는 정치 세력들로 인해 이런 혁명적 법안이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과잉은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 

문제는 이 정도의 정책으로는 300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들이나 600만 명 자영업자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 150만 명의 총 부채가 1년 전보다 60조 원 늘어난 520조 원에 이르렀다는 금융감독원의 분석이 최근에 발표되었다. 1인당 3억5000만 원꼴로 빚을 진 자영업자들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1.9%로 일반 상용근로자(30.5%)보다 크게 높았다. 심지어 자영업자 대출 중 160조 원(30.8%)은 은행이 아니라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이어서 올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 시 연쇄적으로 부실화할 우려가 매우 높다.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이렇게 급증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정년퇴직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직한 사람들이 잇달아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킨 집과 커피 전문점 등이 포함된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2년 이후 3년 동안 3만3000개(22.9%)가 늘었고, 편의점 사업자는 최근 1년 동안에만 4000명 이상 증가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자영업자 종사자가 전체 고용의 10~15%에 그치지만, 우리나라는 30% 수준으로 2~3배나 된다. 결국, 시장의 규모에 비해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자영업 종사자가 너무 많아 동일 업종들 간의 경쟁이 격화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정책도 실질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

참여 정부의 이정우 전 정책실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역대 정부들이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자영업에 "퇴적되었다"고 표현했다. 우리나라는 공공 부문 고용 비율 수준이 OECD 평균의 30%에 불과하다. 다행히 새 정부의 공약에 자영업자의 임금 근로자로의 전환 및 재취업 지원과 특화형 및 비생계형 업종으로의 재창업 지원이 들어 있다. 일단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이 된 것 같다.

▲ 문재인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복지국가만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근본적 해법 

미스터피자 사태에서 다시 한 번 밝혀진 대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힘든 것은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이 높아서도 아니고, 가맹점주가 성실하지 않거나 마케팅 전략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시장보다 킬로그램당 몇 십만 원이나 비싸게 치즈를 사야 하고, 돈이 모이기도 전에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간판을 바꾸어야 하는 잘못된 구조가 더 중요한 원인이다. 가맹점주는 경영난으로 힘들어도 본사는 절대 손해를 보지 않도록 되어 있는 부당한 약관과 불공정한 관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와 함께 원청 대기업들의 하청 단가 후려치기 방지, 중소기업 납품 단가에 근로자 적정 임금 보장 등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시행된다면, 중소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개선되고, 근로자의 절대 다수인 중소기업 종사자에 대한 소득분배가 개선되어 내수가 활성화된다. 이렇게 되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확실한 지원 정책이 될 것이다. 

직접적인 자영업 지원 정책은 아니지만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도 효과적인 자영업 지원 정책이 될 수 있다. 좋은 일자리들이 많아진다면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퇴적'되는 기존의 산업구조에 변화가 온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영업자들 간의 경쟁이 완화되는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경영이 나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안정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면서 일정 수준의 임금만 보장된다면, 최저생계비도 나오지 않는 영세한 자영업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같은 골목에서 경쟁하던 가게들이 서너 곳에서 두 곳으로만 줄어들어도 그만큼 장사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축소 정책도 자영업자들에게는 근본적인 지원 정책이 될 수 있다.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이나 비정규직의 축소, 최저임금 인상 정책들로 당장은 자영업을 하는 가게에서 고용인이나 알바 학생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매달 나가는 직원 임금과 4대 사회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전반적인 소비가 활성화되고 내수가 살아나면서 정차 자영업자들의 수입도 개선된다.

기초연금 인상이나 아동 수당 도입, 누리과정에 대한 중앙 정부의 책임 강화,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정책, 각종 통신비 인하 정책들, 심지어는 병사들의 급여를 현실화하는 정책들까지 모두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의 경영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복지국가 정책들이 단기적으로, 또 중장기적으로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그동안 재벌과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던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성장 정책은 지난 60년간 지속되어온 낙수효과를 중심으로 하던 경제를 국민들의 소득 증가를 중심으로 하는 분수경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니 이제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근본적 대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로 돈을 벌던 기존의 구조를 뺏기는 것이기에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이미 보수 언론을 통한 조직적인 반발과 대응이 시작되었다. 참여 정부 시기 종합부동산세의 혜택을 보는 대다수 국민을 오도해 '세금 폭탄'으로 반대하게 했듯이, 이번에는 자영업자들을 내세워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축소에 대한 조직적인 반발을 유도하고 있다. 지금도 종편에서는 연일 최저임금 인상이 되면 자영업자들이 다 죽는다는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전에 이야기했던 화려한 공약들, 대선 후보들 간에 토론하던 장밋빛 정책들이 가능성을 넘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이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들 정책들이 모두 이해 당사자가 있고, 기득권 세력들의 힘이 여전히 강고한 상태라서 대통령이 혼자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종편의 패널로 나와 감언이설로 재벌 대기업을 옹호하는 전문가들의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어야 자영업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감나무 아래에서 기다린다고 내 입속으로 저절로 홍시가 들어오지는 않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적극적으로 조직화하고, 복지국가의 깃발 아래 연대해서 소중한 대선 공약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발간하는 <Success> 2017년 여름 호에 기고한 글을 기초로 작성한 것입니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왜 교육다양성 실현일까?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는 국민라디오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함께 만드는 정통 정책 시사 방송입니다.)
     



최저임금, 왜 '을들의 전쟁'이 되나

[시민정치시평]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의 연대를 모색해야
2017.07.07 06:44:47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빈곤 문제 해결과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청년 등 주변부 노동의 문제가 부각되었고, 이들을 비롯하여 노동조합에 속하지 못한 많은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위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경기 침체가 구조적으로 지속되면서도 체감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함에도, 실질임금은 제자리에 머무르는 문제도 있다. 새 정부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은 정부의 의지에 기대기에는 단순하지 않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고 갈등은 첨예하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청년이 서로의 노동의 가치를 두고 어느 쪽이 양보하는 문제인 것처럼 말하고는 한다. 

높아진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과 최저임금 논의의 무게와 별개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어려운 경제적 여건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상공인을 대표하여 회의장에 들어온 사용자 위원들의 가시 돋친 말을 듣다보면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언제까지 대립하는 방식으로 논의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그들의 절실한 상황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논의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이 과도하여 영세 사업주를 범법자로 내몬다고 하소연하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대다수는 중산층 가구에 속한다며 "저소득층 행세를 한다"거나 노동자 위원이 인용한 조사를 "조작된 데이터"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특히 사용자 측에서는 매년 주장해오던 업종별로 차등을 두고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또다시 들고 나왔다. 올해 주장은 8개 세세분류 업종에 대해서 지불 능력이 떨어지므로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범법자'가 양산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해당 업종이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의 최저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을 깎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 과잉 경쟁이나 임대료 및 본사 수수료 등 경영 상태를 악화시키는 다른 요인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자영업자들이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보니 유일하게 논의에 참여 가능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중에서 누가 더 열악하고, 누가 더 불행한가를 두고 경쟁하는 방식으로 논의한다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더 불행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서로 싸워야만 한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는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공동의 피해자이다. 청년들이 워킹푸어를 모면하고자 니트(NEET: 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상태가 되고,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더라도 워킹푸어가 되기 쉬운 것과 같이, 대체로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는 한국 사회의 근로빈곤층의 두 가지 존재 방식일 뿐이다. 지금 서 있는 위치가 다를 뿐, 겪고 있는 문제의 양상과 본질은 다르지 않다. 해고나 실직 상황 등의 상황에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 노동시장에 어떻게든 남아있고자 할 때는 저임금 노동자가 된다. 만일 생계형 창업을 선택하면 영세 자영업자가 되는 것이다. 저임금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는 한국의 저소득과 장시간 노동 체제를 유지시키는 두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해보면, 자영업자 30%가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는다. 

기업이 고용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외면하고 구조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인력을 방출하면 생계형 자영업 창업으로 이어져서 과잉 경쟁을 유발한다.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날드 지점 수보다도 많은 상태나 한국 학생들의 진로는 치킨집으로 귀결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대기업은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상권으로 '진출'한다. 이렇듯 기업은 책임을 방기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 모두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논의가 이들의 갈등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더욱 서글픈 이유이다.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의 삶에 대한 기준선을 정하는 문제이다. 특히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노동이 평가받는 기준이자 대다수의 일터에 노동조합이 없는 현실에서 유일한 임금교섭 수단이다. 노동시장의 변화 속에서 미래 세대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점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서 영세 자영업자가 겪는 문제는 업종, 지역, 규모에 따라 다양하다. 자영업자가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최저임금 문제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가 다수 분포하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400만 명에게는 의미가 없다. 가맹점주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배 구조 문제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상가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의 관계를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손님들의 지갑 두께를 두껍게 하는, 구매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최저임금은 그런 방향으로 가는 시작이 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동이 갖는 최소한의 기준 값이다. 건물 값보다 사람 값이 싼 나라, 기술 값보다 사람 값이 싼 나라에서, '일자리 절벽'의 공포가 이야기되는 시점에서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노동에도 밀착되고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사용자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된 소상공인 지원 대책 건의안에서 그런 단초를 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노동이 노동조합 밖에 있고, 심지어는 노동으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가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일상적이고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홍장표 경제수석에 기대를 건다!
[다른백년 칼럼] '최저임금 1만원'은 촛불 인권 선언문이다
2017.07.07 06:43:51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갑론을박의 토론이 있는 것은 미래로 향해 나가는 한국사회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마침, 필자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하면서 구성된 비전위원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새정치의 사회경제운영의 원칙'이라는 문건을 통하여 필자는 박근혜 정권이 마감되는 2018년 기준하여 1만원을 원칙으로 적용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같이 참여한 비전위원 여러분들과 비전 내용을 당과 연계하는 의원들의 대부분 의견이 너무 과격하다 조언하면서 이를 공식적으로 만원에서 8000원으로 조정한 경험이 있다.

최근 소개된 국민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은 매우 공을 들여 준비한 것으로 현실에 대한 통계를 중심으로 조밀하게 분석한 전문성은 인정할만하나, 변혁기에 놓인 한국사회의 과제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변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행여 전문성을 가장해서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 정책에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상기 보고서는 급격한 임금 인상이라는 개혁에 반대하면서 현재적 상황을 통계라는 단순한 프리즘을 통하여 접근하는 기능적 한계를 지니는 반면에, 다만 최저임금이라는 매우 중요한 주제를 준비없이 성급하게 시행하려는 것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어 후자의 부분은 충분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정말 가관인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위원장이라는 사람의 발언이다. 평소부터 그를 국세청의 사무관급 인물이라고 낮게 평가한 필자이지만, 오래 전부터 합의하고 준비해온 종교기관과 종교직업인들에 대한 과세 계획을 연기하려는 그의 의도적 발언에서 교회장로라는 사적인 신앙의 영역과 국가운영의 공적인 중심주제를 혼동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던 차에, 역시나 대선의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만원으로 인상'을 시기상조라고 우기는 편협한 그의 모습에서 민주당 정권의 성격과 문재인 대통령의 앞날에 심각한 불안을 느낀다. 그의 발언은 철밥통 공직사회의 반(反)개혁적 모습을 무의식 중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논쟁은 선거법과 헌법개정, 검찰과 국정원 개혁과 더불어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매우 중차대한 기제이며,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규정짓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하게 저수준 노동의 임금인상이라는 단순한 영역을 넘어서 한국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사회철학적 실천적 중심과제이며,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산업 전반에 대한 변혁적 계기 또는 촉매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 투기 등 지대추구활동이 여전히 왕성하고 기득권의 위세로 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전 인구의 17%가 천형적 빈민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원을 참여적 조건에서 개별적으로 제공하려는, 그리고 1997년이후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시장기제라는 미명하에 기업의 이익 실현이 단세포적으로 작동하는 경제의 현실에서 시민적 삶의 영역을 온전하게 보호하려는, 이러한 최저임금 논쟁은 현재의 한국사회와 문재인 새 정부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위에 언급한 국민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서 볼수 있듯이, 단순하게 최저임금이라는 분야만을 분리시켜 다른 OECD 국가들과 통계적인 수치만을 나열하여 비교하는 것은 예의 통계학적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질적인 평가는 정치경제학적 거시 관점에서 출발점을 잡아야 하며, 해방 이후 70년간 누적된 사회경제적 적폐와 결함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지를 담아내야 한다. 국제간의 비교는 총체적 내용을 담보해 낼 때만이 비로소 유의미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통계상 제대로 잡히지 않는 토지 소유 등 부동산 소유 현황과 금융 자산의 편재로 인해 연간 발생하는 400~500조 원의 불로성 자산소득의 80~90%를 불과 1.0%의 소수가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산업운용 체계 내에서 생산되는 주요한 부가가치의 70%를 30대 재벌이 빨대처럼 독식하는 경제구조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은, OECD 최고수준의 과다한 주거와 교육 비용, 그리고 역으로 OECD 최저수준의 사회이전소득효과와 사회안전망의 절대적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하루가 생존 경쟁의 전장 터이며, 불안과 위기라는 단어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신속한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적 요소는 내수시장 규모의 심각한 위축이다. 미국의 경우, 내수시장의 규모는 국민순소득의 70% 수준이며 유럽국가들의 평균 역시 65% 수준을 상회하는 반면에, 한국은 50% 수준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2016년 기준 국민순소득이 1400조 원이라고 추정할 때 내수시장규모는 800조 원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 언급한 극심한 불평등과 부의 편재, 그리고 복지안전망 이라는 국가기능의 결핍마비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우려하는 주요한 입장은 한국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는 걱정과 자영업과 중소기업에게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적 선의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규모의 실업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이 보태진다. 

상기 입장에 대한 답변에 앞서 여러분의 일반적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국사회경제의 운용에 대한 두 가지의 변혁적 시각을 제공하는 문건 내용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것은 2014년 상반기 두 달간 한시적으로 활동했던 새정치 비전위원회에서 필자가 피력하고 서면으로 제출한 내용이다.  

"현시점에서 한국 정치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성장의 결과가 가져온 부정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긍정적 요소들을 키워나가는 일종의 강제적 순환이며 핵심은 경제운용의 성과를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달려있다. 배분의 가장 주요한 기능은 국민경제 내부에 생산과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그 성과를 국민모두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분의 영역은 이미 언급하였듯이 1차적으로 산업의 경제적 활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총괄적인 지수는 노동배분율로서 국민경제의 총 부가가치분에서 피고용임금노동자들이 받는 보수의 비중이다. 노동배분율을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려야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노동배분율(자영업분야를 제외한)은 1997년 IMF 직전 1400만 명의 피고용임노동자를 대상으로 63%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2013년 현재 1700만명의 피고용임금노동자 대상으로 58% 수준까지 후퇴하였다. 즉 지난 15년간 피고용 임금노동자가 300만 명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배분율은 오히려 5.0% 이상 격감한 것이며, 이는 내수경기가 어려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동시에 노동시장구조의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산업경제 활동의 영역에서 최저임금의 수준을 그저 시간당 1만원이라고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평균임금의 70% 수준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규범적이며 정책적으로도 효과적이다. 산업별 직종별 사업장별 이라는 삼동(三同)의 조건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관철시켜야 하며, 저임구조를 혁파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임금이 반드시 정규직 임금보다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복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조세체계의 전반적 개혁을 필요로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불로소득인 자산소득에 대해서 포괄적이고 강력한 누진세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이러한 1차적 영역에서의 배분이 선순환을 이루면, 내수시장이 확장되고 560만 명의 영세 자영자들의 수입이 증대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놀랄 만큼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문건은 최근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홍장표 전 부경대 교수의 글로 홍 교수는 놀랍게도 필자의 견해를 거의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그는 최저임금인상의 이론적 배경이 된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2015년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의 연구총서에 발표한 '소득주도 성장과 중소기업의 역할'이라는 연구논문의 결론부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발췌하여 옮겨 적는다. 

"소득주도 성장은 실질임금과 가계소득증대를 통하여 내수를 증진하고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한국경제의 수요체제나 생산성 체제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소득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실질임금의 증가, 가계소득의 증진은 총 수요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실질임금 상승이나 복지의 증대는 단지 비용 상승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유효수효의 중가는 노동 절약적 기술진보를 촉진시켜 노동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실질임금상승은 (내수기반을 확대하여) 고용을 증가시킨다. (중략) 이는 지나치게 높은 한국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중략.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저소득가구에 대한 생활임금보장, 생산성 증가율과 실질임금 증가율의 연계를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한다, 그리고 영세소상인과 저임금노동자 가구의 생계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제도의 강화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시간당 만원으로 인상을 거부하는 이유로 한국산업계 특히 중소기업에 급격한 부담과 타격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이 증대할 것이라는 판단은 개혁의지를 거부하고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으로 명백한 잘못이다. 잘못이라는 근거로 두 가지의 역사적 경험을 들어본다.  

첫 째는 북유럽에서 1960년대에 도입했던 랜-마이드너 정책 이야기이다. 당시에 불어 닥친 불황과 수출경쟁력의 저하의 원인을 임금 불평등과 산업경쟁력의 부족으로 보고, 사회연대임금정책을 실시하고 일정수준의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면서 동시에 부가가치증대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혁신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저부가가치 분야에서 일하던 산업인력이 대거 고부가가치 산업 분야로 이동하게 되면서 현재 북유럽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물론 사민당 중심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치환경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다.

두 번째는 질풍노도의 6월 민주화운동 이후 1987년 에서 1990년대 중반의 한국에서의 경험이다.  

이 기간 동안 인금인상율은 두 자리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가파른 임금인상이라는 걱정에 비춘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은 도산했어야 맞다. 그러나 오히려 이 기간 중에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며 우뚝 서는 거인들로 성장하였다. 실제적인 한강의 기적은 이때 이루어진다. 긴 설명을 대신하여 짧게 이야기하자면 임금 인상이 엄청난 생산성 향상과 혁신기제로 작동하였던 까닭이다. 이전까지 기업들이 성장에 의존해왔던 특혜와 투기 그리고 저임금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조건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다양한 혁신의 노력을 통하여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IMF 과정에서 부도로 사라진 기업들 대부분은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혜와 비리, 부정 그리고 투기에 의존해 왔던 기업들이다. 선진국가 기업들의 역사를 보아도 임금이 높아서 부도가 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며 대부분 경영과 전략의 실패가 주류를 이룬다.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경제의 약점인 중소기업의 혁신전략과 직접 연계되는 매우 중요한 주제인 만큼,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의 구조혁신을 제약하는 온갖 산업생태계를 개선하는데 모든 정책을 선제적으로 강구하여야 한다. 대기업들의 갑질 불공정거래의 차단과 공정한 시장질서의 구축도 긴급하지만, 기존의 관행이었던 중소기업의 과잉 보호 역시 매우 위험하다.  

단기적으로 중소기업의 임금부담은 당연히 상품가격과 납품단가로 반영이 되어 시장에서 판매되거나 수요처인 대기업이 지불하여야 마땅하다. 장기적으로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인상 요인을 흡수하면서, 메기 이론에 따라 경쟁력을 키우되 시장기제에 의거해서 최저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을 만큼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 고통의 대가를 치러야만 미래의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최저임금의 인상이 내수시장 수요의 확대라는 선순환적 효과로 돌아오는 약 3년간을 유예의 기간으로 설정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의 지원적 보상책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에 관해서는 홍장표 수석과 김상조 위원장이 누구보다도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영역은 560만 명이 종사하는 자영업 분야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영역 못지 않은 냉정함으로 단기적 정책과 장기적인 관점이 동시에 필요하다. 
  
경제적 성과가 선순환이 이루어지던 IMF 이전 시기에는 자영업의 평균소득이 봉급생활자 수준을 넘어서서 대부분의 임노동자들이 자영업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017년 현재의 상황은 전문직종과 일정규모 이상의 소수 자영업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월 평균 수입은 임노동자들의 평균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200만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가계부채가 몇 년 사이에 급속히 늘어 부동산 대출과 함께 한국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자영업에 관한 접근은 단순히 현재 논쟁대상인 최저임금 인상만의 주제로 좁혀 보아서는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자영업을 일자리 창출과 복지기능을 상실한 국가부재에서 오는 방편적 잠재적 반(半)실업군으로 인식하면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필자는 전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자영업 분야는 위에 언급한 심각한 현재적 문제를 노출함과 동시에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선형적 직업선택(jobs on demands, GIG)의 형태로 진화하면서 자유롭고 전문적인 그리고 자기실현과 만족이라는 미래지향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하며, 일인소유 형태의 자영업에서 지역내의 공동 협업과 공유적 네트워크를 통하여 사회적 경제로 편입되고 재구성되면 질적인 부가가치와 내용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한국적 현실의 반(半)실업군인 자영업 분야는 최저임금인상 문제와는 별개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드시 재편되고 재구성이 불가피한 영역으로 새로운 시각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경제의 운용성과와 연동되어 접근하고 파악되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충격은 일반시민으로서 소비자들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흡수하여야 한다. 우선 임금인상 부분만큼 다양한 서비스 비용의 인상을 인정하여야 하며, 편의성을 떠나서 총 사회적 소비량은 영업시간과 대충 무관하므로 장시간 노동의 관행을 탈피하여 영업시간의 단축을 도입하여야 한다. 필자가 80년 초 처음 유럽을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상점들이 근무시간에 맞추어 문을 닫는 바람에 치약 하나 구매하는데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에는 화가 났으나, 이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음식점들도 개폐점 시간을 정확히 명시하여 노동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야 한다.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도 이제 이러한 유럽의 경험과 관행을 필요에 따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임금인상 부분만큼을 사회 전체가 긍정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효율성이 제고되고 노동의 소중함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의 시간당 만 원대 인상이 내수시장 규모를 확대하면서 자영업 분야에도 시차를 두고 선순환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며, 다양한 형태의 혁신기제로 작동하면서 거대한 변화를 불러 올 것이나, 문제의 핵심은 과연 소규모의 자영업자들이 내수시장의 확대라는 효과가 나타나는 2-3년의 단기적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분야의 전문적인 경험과 소견이 없는 관계로 필자로서는 책임있는 정책을 제시할 수 없으나, 다만 아이디어 수준에서 제안해보고자 한다.    

우선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문제는 사회에서 일찍 퇴출된 중년들과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일하는 청년세대가 주요 구성원이라 판단하면서 실업문제와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항상 실업의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이 현실적으로 실업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적인 지원체계와 환경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와 국가재정에도 도움이다.  

그간 별로 실효적이지는 못했지만 저소득근로에 대하여 EITC(Earning Income Tax Compensation)라는 보충적 세제지원의 방식을 과감하게 확대하여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도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여, 일정소득을 올리지 못한 부족부분과 결손부분을 역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을 연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난제는 투명한 회계기장을 의무화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도덕적 해이와 부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손쉽게는 임금인상의 일정 분을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는 유예기간 동안 직접 보상해 주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재정적 부담이 클 수 있는 반면에 감추어진 고용 (shadow employment)의 신고가 의무화되어 투명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보다 많은 제안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일 만원 인상'은 문재인 새정부의 성격과 의지에 달려 있다. 유럽대학의 명예교수인 필립 슈미터가 지적했듯이, 문재인 정부가 광장의 시민적 요구분출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기존 정치적 세력의 타협의 과정으로 출범한 것이라면, 기존 최저임금 위원회의 절차적 타협과 조정을 통하여 해당 기간의 매년 인상률을 결정하는 일상적 과정으로 진행할 일이다 (normal progressive). 

만약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혁명이 요구하는 것처럼 과거의 적폐청산을 넘어 새로운 역사의 시대를 열고자 출범한 개혁 정권이라면, 최저임금인상은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일상적 절차가 아닌 정권적 과제로 수행되어야 한다(reformative transformation). 최저 임금을 2020년 까지 시간당 만원으로 급격하게 인상하는 것은 비교하자면 호족세력의 기반을 배척한 조선초기의 토지수세논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필요하다면 절차와 과정도 정치적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 결정이 이루어지면 일체의 예외를 인정해서는 아니 된다. 단 한 건도 예외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 

최저임금인상 요구는 촛불시민혁명의 인권선언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