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나 떨고 있니?” 檢 이어 軍 대규모 인적 청산 - 이름값 해야 할 위치에 선 ‘조국’

일취월장7 2017. 6. 14. 15:47

“나 떨고 있니?” 檢 이어 軍 대규모 인적 청산

文 대통령 인사권 통한 ‘외과수술식’ 인적 쇄신으로 대대적인 개혁 예고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4(수) 14:30:00 | 1443호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작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검찰과 군이 적폐 청산의 첫 번째 타깃이 됐다. 검찰은 ‘돈봉투 만찬 사건’, 군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개혁 대상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됐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칼날은 여느 때보다 매섭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 등을 통해 자체 개혁의 기회를 주고자 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권을 활용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방법을 선택했다. 제도적 정비에 앞서 대대적인 인적 청산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작업은 이제 막 칼을 빼들었을 뿐이다. 돈봉투 만찬 사건이나 사드 보고 누락 사건을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공론화하고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통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대대적인 개혁을 위한 사전 포석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월17일 국방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을 수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왼쪽)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 사진=연합뉴스

5월17일 국방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을 수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왼쪽)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 사진=연합뉴스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절 처리 검사 OUT”

 

“문재인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검찰 수뇌부를 차지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와는 같이 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물갈이로 혼란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적폐’를 껴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의 이 말은 검찰을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시각을 분명히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통해 검찰 수뇌부의 인적 쇄신을 예고했고, 정윤회 문건 파동 재수사로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압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재인 정부는 다시 한 번 인사권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6월8일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됐던 검찰 고위간부의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가 문책성 인사임을 명확히 밝히기까지 했다. 법무부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절 처리 등 문제가 됐던 검사들을 일선 검사장과 대검 부서장 등 수사지휘 보직에서 연구보직 또는 비지휘 보직으로 전보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인사 이유로 ‘부적절한 처리’를 직접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핵심 요직을 맡았던 고검장·검사장급 인사 4명이 사실상 무보직 상태와 다름없는 연구 보직으로 밀려났다. ‘황제 소환’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우 전 수석 개인비리 수사의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가는 자리로, 윤 고검장에게는 좌천성 인사나 다름없다.

 

윤 고검장은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반부패부장으로 수사 보고를 받기도 했다. 정윤회 문건 수사에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실무를 맡았던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은 서울고검 검사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수사를 지휘했던 유상범 창원지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났다.

 

세월호 수사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었던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역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김 지검장은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광주지검 수사팀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은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한 법무부 위헌정당대책 TF팀장을 맡았고, 전현준 대구지검장은 이른바 ‘미국산 소 광우병 PD수첩’ 사건을 담당한 바 있다. 윤갑근 고검장과 정점식 공안부장, 김진모 지검장, 전현준 지검장이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은 후 사직서를 제출한 윤갑근 대구고검장, 정점식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 연합뉴스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은 후 사직서를 제출한 윤갑근 대구고검장, 정점식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 연합뉴스


 

軍 ‘독사회’ ‘알자회’ 등 사조직 도마 위

 

문재인 정부가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절 처리’를 문제 삼았기 때문에 향후에도 좌천성 인사와 이에 따른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윤회 문건 수사의 경우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내며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한 수사를 맡았고,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은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으로서 수사 보고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뀐 듯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좋은 시절은 다 갔다”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문제가 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처럼 징계를 받고 옷을 벗으면 변호사 개업에도 지장이 있으니 차라리 먼저 사표를 쓰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군의 분위기 역시 검찰과 다르지 않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보고 누락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여성 국방장관이 내정된다고 하더라도 군이 할 말이 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드 보고 누락 책임자로 지목된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은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 조치됐는데, 정책연구관은 통상 전역을 앞둔 장성이 가는 자리다. 위 실장 전에 사드 업무를 총괄했던 류제승 전 실장은 청와대가 환경영향평가 회피 정황으로 제시한 지난해 11월25일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류 전 실장은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의 ‘독일 육사 유학파(독사파)’ 인맥 중 한 명이다. 독사파 외에 ‘알자회’도 회자되고 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기수별로 10여 명이 가입한 군 내 사조직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당에서는 참여정부 말기 합참의장을 시작으로 9년간 군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한 김 전 실장이 사조직을 통해 군 내 여러 사안들을 좌지우지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사드 추가 반입을 고의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고의적 누락이 가능한 구조는 서로 간에 짬짬이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인맥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김관진 전 안보실장은 10년 이상 군 내 모든 인사나 정책을 좌지우지한 실세다. 김 전 실장을 중심으로 한 군 내 사조직이 인사에 개입했거나 특정한 군 내 사업에 인맥을 활용했다면 군형법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름값 해야 할 위치에 선 ‘조국’

검찰 개혁 칼 빼든 ‘소장파 진보법학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4(수) 13:00:00 | 1443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5년 동안 ‘조 교수’로 불렸다. 울산대 법학과 교수로 첫 부임한 게 1992년 3월, 그의 나이 26살 때다. 2000년 동국대로 잠시 자리를 옮긴 그는 2001년 말부터 모교인 서울대에서 법학 교수로 활동해 왔다.

 

1965년 4월 부산에서 태어난 조 교수는 16살의 나이로 서울대 법대에 최연소 합격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 중에는 유명인들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조해진 바른정당 선대위 전략기획팀장 등이 있다. 학계에서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을 지낸 이원우 서울대 교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 TV토론 진행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왕상한 서강대 교수 등이 법대 82학번 동기들이다. 재계에서는 김상헌 네이버 경영고문,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 등이 있다. 서울대 82학번은 졸업 정원의 130%를 뽑았기 때문에 타 학번보다 인원수가 많아 ‘똥파리’ 학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와 남산 둘레길을 걷고 있는 조국 현 민정수석 ⓒ 사진=연합뉴스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와 남산 둘레길을 걷고 있는 조국 현 민정수석 ⓒ 사진=연합뉴스


 

대표적 진보법학자, ‘강남좌파’ 비판도

 

조 수석은 사법시험에 한 번도 응시한 적이 없다.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 그는 “대학생 때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사법시험을 보지 않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조 수석은 사법시험 대신 교단을 택했다. 대학원 졸업 후 1992년 만 26세 최연소 나이로 울산대 교수로 임용됐다.

 

조 수석은 학계 내에서 대표적인 진보법학자로 통한다. 조 수석은 1993년 울산대 교수 재직시절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과원) 사건에 연루돼 국보법 위반 혐의로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제앰네스티에서 정하는 양심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 수석이 인권과 자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부산 혜광고와 서울대 후배인 고 박종철씨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군부독재를 끝낸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조 수석은 박종철 열사 추도식에 참석해 “나에게 박종철의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라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각종 자유와 권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

 

2012년 12월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서울시민과 광화문 콘서트 ‘춥다! 문열어!’에서 조국 교수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글을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2012년 12월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서울시민과 광화문 콘서트 ‘춥다! 문열어!’에서 조국 교수가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글을 보이고 있다. ⓒ 사진=뉴스1


조 수석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법원 양형제도 연구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법무부 검찰인권평가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시민단체와 인권 관련 조직에 폭넓게 참여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2012년 18대 대선으로 인연을 맺은 후,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 김상곤 혁신위원회에 혁신위원으로 참여했다.

 

반면 ‘강남좌파’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진보와 개혁을 외치지만 기득권에 속한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 수석의 딸이 외국어고를 거쳐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것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이와 관련해 조 수석은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수석을 놓고 “연구나 강의를 하지 않고 밖으로 돌아다니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 수석은 “사실 서울대에서 폴리페서를 규제하는 안을 만드는 서명 운동을 주도한 게 바로 나”라면서 “(그러나) 지식인의 정치 참여, 사회 참여는 도덕적 의무다. 법과 제도를 연구하는 학자가 사회 현실과 무관한 연구를 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2012년 11월5일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린 ‘정치개혁과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교수선언’ 기자회견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2년 11월5일 서울 중구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린 ‘정치개혁과 후보단일화를 촉구하는 교수선언’ 기자회견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능력 부족이지만 최대한 해 보겠다”

 

학교법인 웅동학원의 박정숙 이사장이 조 수석의 어머니다. 박 이사장은 53세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 현재 화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팔순 기념 작품전을 열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53세에 큰아들을 장가보내고,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면서 “마음이 공허해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글쓰기도 좋아했지만, 자연을 그리면 글보다 더 많이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웅동학원은 1908년 설립한 ‘계광학교’가 전신으로, 일제치하에서 진해 웅천 지역 일대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계광학교 교사들 속에는 조국 수석의 작은할아버지와 일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 이사장은 조 수석의 아버지인 고(故) 조변현 전 이사장이 1985년 5월에 취임했고, 2010년 3월부터는 어머니가 맡고 있다. 조 수석은 2007~12년 이사를 역임했다.

 

조국 민정수석의 혜광고 졸업사진

조국 민정수석의 혜광고 졸업사진


조 수석의 부인 정경심씨는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조 수석은 2003년 5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결혼과 관련해 “대학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첫사랑과 운 좋게 결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정 교수가 조 수석에게 먼저 데이트를 제안해 결혼에 이르렀다고 한다. 정 교수는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1997년 요크대를 거쳐 2007년 애버딘대에서 박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결혼 후 1남1녀를 뒀다.

 

조 수석의 이름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조 수석은 “할아버지께서 늘 ‘이름값 하라’고 하셨다”면서 “내 그릇에 비해 너무 크고 무거워 늘 눌려 지내는 느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수석은 검찰 개혁을 이끌어가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에 임명된 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고심 끝에 민정수석직을 수락했다. 능력 부족이지만 최대한 해 보겠다.” 지금 조 수석은 말 그대로 이름값을 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