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새 시대의 첫차’가 출발했다 - 명진스님 “불교계 적폐 하나씩 밝히겠다”

일취월장7 2017. 5. 20. 10:11

‘새 시대의 첫차’가 출발했다

진보·호남당과 보수·영남당의 대립이라는 기본 구도가 흔들린다. 수도권 중산층, PK 유권자, 50대가 보수에서 이탈하고 있다. 보수는 기존 양강 구도로의 회귀를 원한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7년 05월 18일 목요일 제505호

정권교체 그 이상의 거대한 변화가 반쯤 시작됐다. 한 세대 후의 연구자들은 2017년 대통령 선거를 1987년 대선 이후 가장 중요한 대선으로 기록할지 모른다. 30년 묵은 한국 정치의 문법이 근본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유권자의 투표 행태는 늘 요동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지속성과 복원력이 강하다. 한번 정착한 기본 구도는 여간해선 바뀌지 않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첫 대선과 1990년 3당 합당을 거치면서, 한국 정치는 지역 구도를 바탕에 깐 진보·호남당과 보수·영남당의 경쟁으로 고착됐다. 이처럼 기본 구도를 짜는 선거를 정치학자들은 ‘정초선거(founding election)’라고 부른다.

2017년 대선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정치의 기본 구도를 다시 재편하는 정초선거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보수 블록이 구조적으로 쪼개지고, 쪼그라들었다. 보수를 대표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득표율 24%를 기록했다. 막판 그의 상승세 탓에 ‘선전했다’는 착시가 일어났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보수 정당 역사에 유례가 없는 참패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6.8%)의 득표율을 합해도 보수 후보가 얻은 표는 30.8%다. 여전히 민주화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사진공동취재단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의 충격파는 중요했다. 하지만 박근혜 게이트 이전인 2016년 4월 총선부터 이어지는 구조적인 유권자 지형 변동이 참패의 바탕에 깔려 있다. 수도권의 자산 소유 보수표, 영남 보수 연합의 한 축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장·노년 보수 동맹의 한 축인 50대, 이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린다(<시사IN> 제504호 ‘3년만 참으면 보수가 살아난다?’ 기사 참조).

이번 대선에서도 자산 소유 보수표와 부울경과 50대의 이탈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왼쪽 <표> 참조). 자산 소유 보수표의 아성인 서울 강남구에서 보수의 득표율은 2012년 대선 60.1%에서 2017년 대선 26.8%로 빠졌다. 부산은 59.8%에서 32%로 주저앉았다. 세대별 득표율은 개표 결과만으로는 알 수 없으므로, 50대 지지 성향은 출구조사 결과를 사용했다. 62.5%가 26.8%로 추락했다. 자유한국당은 60대 이상 노인과 대구·경북의 정당으로 고립되고 있다.

이것은 분명 심대한 지형 변화다. 그렇다면 2017년 선거는 정초선거인가? 일단 자격은 갖췄다. 하지만 당장은 확정할 수 없다. 미국 선거 연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정초선거는 1932년 대선이다.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오랜 공화당 시대를 끝내고 민주당 시대를 열어젖힌 첫 선거다. 1932년 대선 이후 민주당은 1964년 대선까지 아홉 번 중 일곱 번을 이겨 백악관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유권자 지형이 일시적으로 흔들렸는지 구조적으로 재편성되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1932년 선거의 구조 변동이 ‘뉴딜 체제’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한참 후다.

2007년 한국 대선은 중요한 반례다. 이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당시 대통합민주신당)는 26.1%를 얻어, 48.8%를 얻은 이명박 후보(당시 한나라당)에게 참패했다. 2017년 대선과 좌우만 뒤바뀐 판박이다. 2007년 대선은 한국 정치의 기본 구조가 압도적 보수 우위로 재편되는 입구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실정과 무리한 강경 드라이브로 개혁·진보 유권자 블록을 되살려주었다. 불과 2년6개월 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며 기존 구도가 고스란히 복원된다.

그러므로 한국 정치의 미래에 결정적 질문은 이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루스벨트의 길과 이명박의 길 중 어느 곳을 향하게 될까? 유권자 지형의 구조 변동을 안착시켜 ‘뉴딜 체제’를 완성해낸 루스벨트의 길을 간다면, 훗날 2017년 대선은 정초선거로 평가받게 된다. 무너진 상대 진영을 재건시켜주는 이명박의 길을 간다면, 2017년 대선은 마치 2007년 대선이 그랬듯 단순한 막간극이 된다. 구조 변동의 징후는 분명하다. 이를 포착해 키워내느냐 혹은 과거 지형으로 복원시키느냐는 정치 지도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자유한국당은 ‘복원’을 노린다. 어떻게든 기존 구도로 돌아가야만 자유한국당에 미래가 있다. 포석은 벌써 시작됐다. 첫째, 기존 양당 구도를 복원하려 한다. 둘째, “적폐 청산이냐 협치냐”라는 양자택일의 질문으로 집요하게 새 정부를 가두려 한다.

첫째 포석부터 보자. 홍준표 후보는 대선 이틀 후인 5월11일 선거대책위원회 만찬에서 이렇게 말했다. “호남 1·2중대(민주당과 국민의당)는 통합될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은 대립이 더 극심해질 거다. 자기들 마음대로 하도록 절대 안 놔둔다.” 거대 여당의 등장을 경계하는 듯한 말이다. 하지만 맥락은 오히려 둘의 통합을 기대하는 의미에 가깝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면, 바른정당은 독자 생존도 어렵고 연대·연합정치의 공간도 좁아진다.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따라서 높아진다. 기존 양당 구도로의 복원력이 작동한다. 그래서 홍 후보의 본심을 더 잘 보여주는 말은 만찬 이후 기자들에게 한 이 발언이다. “바른정당은 없어진 것과 같고, 국민의당도 (곧) 없어진다. 정의당은 기생 정당이다. 어차피 양강 구도다.” 양강 구도가 복원되면 보수 정당은 지금 빠져 있는 함정인 ‘극단화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지지 기반이 좁아질수록 극단파가 득세하고, 극단파가 득세할수록 지지 기반은 더 좁아진다. 이 악순환이 탄핵 이후의 자유한국당을 끊임없이 옥죄고 있다. 양당 구도의 복원 및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당의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옮겨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편’을 노린다. 기존 양당 구도의 복원은 재편의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민주당·국민의당 통합은 쉽게 상상하고 시도해볼 만한 선택지다. 입법부 의석 부족에 시달릴 새 정부에게는 특히 매력 있다. 하지만 이 경로는 집권당과 보수 야당을 동시에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재편’보다는 ‘복원’에 더 기울 수 있다.

정당정치 이론가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을 정초선거로 만들 중요한 기회를 잡았다. 인위적인 정계 개편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여당 몸집 불리기의 유혹을 견뎌낸다면, 협력과 압박을 교차하며 5당 구도를 잘 다뤄낸다면, 한국 정치의 기본 구도를 재설정할 기회가 온다. 자유한국당을 대구·경북에 고립시켜 ‘극우 자민련’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다.” 교착상태로 빠지기 쉬운 양당 구도보다, 야당끼리의 일치단결도 쉽지 않은 5당 구도가,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하기도 더 낫고 유권자 지형 재편을 가속화하기에도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 5당 구도가 2018년 지방선거까지 무너지지 않는다면, 그때부터는 다당제에 걸맞은 선거제도로 바꾸자는 요구가 분출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왼쪽 두 번째부터).

보수가 놓은 두 번째 포석은 더 미묘하고 까다롭다.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보수 블록은 “적폐 청산이냐 통합이냐”라는 양자택일의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 다음 날인 5월10일자 <조선일보>가 전형을 보여준다. ‘적폐 청산 매달리면 협치는 물거품’이라는 제목의 논설고문 칼럼에서 <조선일보>는, 새 정부가 적폐 청산을 내려놓고 협치 노선을 골라야 한다고 썼다. 5월12일에는 자유한국당 논평이 이 양자택일 질문을 이어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고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결정하자, 자유한국당은 “통합과 협치의 시대정신에 반한다”라고 논평했다.

보수의 가짜 질문, “적폐 청산이냐 통합이냐”


양자택일형 질문은 보수의 꽃놀이패다. 문 대통령이 ‘협치’를 택하면서 개혁 의지를 꺾는다면, 보수는 개혁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은 이반한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을 택한다면, 그때는 “통합과 협치의 시대정신에 반한다. 대통령이 결국 지지자들만의 대장으로 돌아갔다”라며 반대파를 결집한다. 선명한 단일 전선이 복원된다. 양자택일형 질문을 받았을 때 “적폐 청산이 우선이다”라고 정면으로 받아치는 것이 핵심 지지층의 입맛에는 맞다. 하지만 이 경로가 문재인 대통령 처지에서 그럴듯하지 않은 것은, 단호한 태도와 달리 보수에게 그리 나쁜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수의 이 양자택일형 질문은 일종의 ‘가짜 질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30~33쪽 기사 참조). “적폐 청산이냐 통합이냐”라는 양자택일 자체가 허구라는 의미다. 왜 그럴까?

정치세력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쟁점에도 두 종류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는 일부 보수 블록이 강하게 저항하지만,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는 철회 찬성으로 사실상 합의가 끝난 이슈다. 2016년 12월 1주차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교과서 국정화 찬성 여론은 17%, 반대 여론은 67%였다. 검찰·국정원 개혁, 박근혜 게이트 진상 규명, 세월호 의혹 해소 등도 비슷하게 합의가 끝난 이슈다. 대선 과정에서도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들 사이에 사실상 이견이 없었다.

그러므로 이런 이슈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격적 통합’이라는 제3의 선택지를 손에 쥘 수 있다. 합의 기반이 넓은 이슈를 다루는 전장에서는, 과감한 공세가 통합을 오히려 촉진한다. 거기에 동의하는 유권자 기반이 탄탄해서다. 그래서 양자택일의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선례를 가장 잘 보여준 전임자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군대 내 사조직 청산과 금융실명제 등 지지 기반이 아주 넓은 초대형 개혁 의제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저항은 시끌시끌했지만 통합은 붕괴되지 않았다. 취임 1년차 지지율은 80%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시사IN 조남진
3월1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의 집회에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반대로 사회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이슈도 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저임금·취약층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충돌한다. 조세 개혁, 복지 자원 배분, 연금 개혁 등도 속성이 비슷하다.

진짜 갈등 이슈에서도 “청산이냐 통합이냐”라는 양자택일은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진짜 갈등 이슈를 적폐 청산하듯 밀어붙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조차도 공무원 연금 개혁과 같은 진짜 갈등 이슈에서는 입법부와 이해당사자 등과의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갈등 이슈야말로 통합 외에는 해결할 길이 없다. 보수가 취약할 대로 취약해진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진짜 갈등 이슈를 힘으로 돌파하려는 순간, 보수가 간절히 원하는 ‘선명한 전선’이 복원된다.

이렇게 해서 그야말로 정치가 힘을 발휘할 공간이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옛 전선을 복원하지 않고 다당제를 다루는 정치력과, “청산이냐 통합이냐”라는 ‘가짜 질문’을 뛰어넘는 정치력을 요구받고 있다. 두 전선에서 문 대통령의 과제는 자유한국당이 노리는 ‘복원’을 저지하고, 개혁·진보 우위로 ‘재편’되어가는 새로운 정치 지형을 굳히는 것이다. ‘루스벨트의 길’이다.

이 도전에 성공을 거둔다면 2017년 대선의 의미는 정권교체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2017년 대선은 새로운 정치 지형이 탄생하는 첫 선거, 후대의 논평자들이 ‘2017년 체제의 탄생’이라고 부르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물론 반대로 정치체제 특유의 강고한 복원력이 작동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보수 정치권의 사정에 밝은 한 전직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은 문재인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기존 양당 구도를 복원해주는 ‘이명박의 길’을 가리라 기대하고, 그리 되도록 유인한다는 의미다.  

이런 특별한 시기에 지도자가 되는 행운은 대통령이라고 해도 누구나 누릴 수는 없다. 대통령 문재인은 ‘새 시대의 첫차’가 될 수 있는, 진정으로 드물고 중대한 기회에 그 자리에 올랐다.


‘J노믹스’가 문재인 정부의 동력 좌우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경제지표 위한 핵심 키워드 네 가지

박준용 기자 ㅣ juney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19(금) 10:54:28 | 1439호


‘준비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 되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한 분야별 당면 과제 

 

1945년 일제강점기가 끝난 이후의 대한민국 현대사는 반목과 분열로 얼룩져왔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대립하게 된 한반도의 이념·지리적 상황은 이념과 지역, 세대 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 이런 갈등을 숙주 삼아 기생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났다. 한국 사회는 둘로 셋으로 쪼개졌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한 이후에는 빈부 격차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늘어만 갔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70년 동안 11명이 대통령직에 올랐다. 모두 “국민통합”을 외쳤다. 그럼에도 누구도 실패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대통령 개인의 역량 탓도 있을 수 있지만, 분열된 사회 속에서 대통령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성공적으로 ‘직(職)’을 수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급기야는 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혹자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두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봤고, 혹자는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힘을 봤다고 말한다. 이런 갈림길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인 차이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그가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준비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유권자들의 기대가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닐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를 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했다. 이를 통해 서민들의 애환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는 ‘공’만큼 ‘과’도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남겨놓은 부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참여정부의 ‘과’를 반면교사 삼는 그는 어느 후보보다 준비되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이는 유권자들이 상상하는 가장 좋은 그림일 뿐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당장 그의 앞에 놓인 과제들이 적지 않다.

 

일단 청년실업·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민생고 해결이 시급하다. 여기에 정치·사법·경제 각 분야의 적폐를 이번에도 척결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지난 과거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기에 핵과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경직돼 있는 남북문제도 풀어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도 재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모든 사안의 해법을 놓고 갈라져 있는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지는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제다. 과연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과는 달리 성공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기로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첫발을 내디딘 문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취임 직후다. 그가 과연 어떤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어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많은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도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시사저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치길 바라며,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야별로 짚어봤다.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5월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시작과 동시에 한 가지 기록을 남겼다. 바로 역대 정권 중 코스피(KOSPI)지수가 가장 높은 상황에서 시작하는 정부라는 점이다. 5월10일 코스피는 한때 2323.22까지 올랐다. 코스피가 2300을 넘은 것은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새 정부 초기 한국은 매력적 투자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선 종료가 투자자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이어진 ‘허니문 랠리’도 이런 기대를 키운다. ‘허니문 랠리’란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줄어 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13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 때까지, 정권 초기 코스피는 오름세를 보였다. 대통령 임기 1년 차에 코스피지수는 평균 23.18%, 임기 2년 차에는 평균 26.18% 증가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역대 대통령 취임 후 평균 1~2년 차 코스피 수익률이 좋은데, 이는 새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과 글로벌 경기가 때마침 확장국면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코스피는 기업실적 개선과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재개 등의 이유로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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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뿐 아니라 대다수 국내 경제지표도 개선 조짐을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4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8%로 높였다. 같은 달 한국은행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6%로 올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마찬가지다. KDI는 2.4%의 전망치를 2.6%로 수정했다. IMF는 2.6%의 전망치를 2.7%로 올렸다. 소비심리 회복도 눈에 띈다. 올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2다. 3개월 전인 올해 1월 소비자 심리지수가 93.3이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이에 대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어느 정권이든 출범 초기에는 추진력 있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폈다. 실제로도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되면서 집권 2년 차 때부터 실질 GDP 증가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이번 정부의 경우는 빨라진 대선으로 인해 그 효과가 앞당겨져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여러 경제지표는 정권 초기 ‘허니문’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분야의 ‘허니문’은 새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경기 회복기에 집권한 만큼 ‘회복의 불씨’를 꺼뜨릴 경우 즉각 비판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탓이다. 문 대통령이 경기회복을 잘 이끌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무엇부터 해야 할까. 경제 전문가들은 네 가지 선결과제를 꼽았다.

 

■첫째, 서민 실질소득 증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증대는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소비심리 개선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질소득 증대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제시한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근 13년간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KDI가 4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실질소득은 2003년 123만원에서 2016년 143만원으로 20만원만 늘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계층이  646만원에서 825만원으로 179만원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장 정부가 저소득층 실질소득 확대와 관련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내년인 2018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다. 이듬해 최저임금은 일반적으로 전년 6월말까지 결정된다. 문 대통령은 매년 최저임금을 10% 이상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회복을 위해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 바로 내년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다. 최저임금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인상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그 이후 공공 일자리 81만 개 확충을 통해 저소득층 소득을 끌어올리면 긍정적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자리창출’ ‘소득기반성장’ 등 가계의 소비 여력 확충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된다면, 소비를 비롯한 내수 부문의 회복 기반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둘째, 가계 빚 부담 해소

 

서민 소득이 늘어도 과제는 남는다. ‘빚 부담’이다. 가계부채가 과중하면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2년 말 133.1%에서 2016년 9월말 151.1%까지 올랐다. 2016년 말 기준 가계대출은 총 1344조3000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다. 특히 대출금리 부담이 높은 제2금융권 빚이 가계를 빠르게 조여오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2016년 1년 사이 9.5% 늘었는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17.1%나 증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부채를 직접 챙길 것이라 공약했다. 대부업 등의 최고이자율(27.9%)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25%)로 내리기로 했다. 또 정부는 △취약계층에게 채무탕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 가계부채 총량 관리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인 팀장은 “가계부채 중 제2금융권 비중이 상당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인상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영향을 미치면 가계 이자부담이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정부는 제2금융권 가계대출을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중점을 두고 먼저 정책을 선별해야 한다. 이자제한법 등이 대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재벌 독식 경제구조 개혁

 

재벌 독식의 경제구조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한국에서 10대 그룹 편중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0대 그룹(금융 제외)의 보유자산은 1144조4000억원이었다. 이는 한국 전체 기업 자산(4204조4000억원)의 27.22%에 달한다. 재벌 총수 일가는 압도적 경제력을 활용해 편법적 자산 증식·상속에도 열을 올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감 몰아주기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6년 집계한 보고서를 보면, 10대 재벌 중 민간기업(포스코·현대중공업)을 뺀 8개 기업 총수 일가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26조2128억원을 얻었다.

 

문 대통령은 ‘4대 재벌(삼성·현대차·SK·LG)’ 위주 개혁을 공약한 바 있다. 공약 실현을 위해 문 대통령이 법 개정 없이도 실현할 수 있는 재벌개혁 조치를 우선 단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즉시 할 수 있는 게 두 가지다. 이를 통해 재벌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첫째는 공정거래법상 시행령을 손보는 일이다. 공정거래법 23조의2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실효성이 없게끔 시행령이 만들어졌다. 이를 바꿔서 일감 몰아주기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로 보험업법의 맹점을 우선 해결할 수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채권 중 총자산의 3%까지만 가질 수 있게 규제한다.

 

하지만 현재 금융 당국이 이를 감독할 때 분모인 총자산은 시가가 반영된 금액, 분자인 주식 소유금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가 편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 기준을 즉시 바꿔 규제에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째,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 천국을 만들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4월 중소기업 정책 강연회에 참석해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하지만 ‘중소기업 천국’의 길은 멀다. 한국 창업 환경은 열악하다. 우선 성공률부터 저조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13년 창업한 기업 중 2년 이상 생존한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7.5%였다.

 

창업 실패 후 재기도 어렵다. 창업에 실패한 뒤 재도전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실패한 창업자가 회사 빚을 모두 짊어지는 ‘연대보증’ 제도가 사실상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런 환경에서 중소·벤처 기업 주도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다.

 

정부는 △중소기업 특별대출지원 △연대보증제도 폐기 △중소기업 고용 지원을 통해 중소·벤처 기업 ‘패자부활’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또 문 대통령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규제 개선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문겸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법인 연대보증 제도 등 창업자의 ‘패자부활’을 막는 요소들은 정부가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얘기가 나왔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이를 걱정해 ‘창업자 패자부활’을 막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면서 “중소·벤처 기업 주도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가 플랫폼 역할을 하며 규제를 네거티브(명확한 금지사항 밖의 행위는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안) 방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불교계 적폐 하나씩 밝히겠다”

명진 스님(사진)이 승적을 박탈당했다. 뒷말이 무성하다. 불교계 내 카르텔, 언론 탄압, 각종 비리와 스캔들이 난마처럼 얽혀 있다. 명진 스님은 재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광야에서’ 싸우기를 택했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2017년 05월 18일 목요일 제504호

불교계 진보 인사로 꼽히는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지난 4월5일 조계종에서 제적(승적 박탈)당했다. 제적은 복귀가 불가능하도록 승적을 말소하는 멸빈 다음가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조계종 법원에 해당하는 호계원은 명진 스님이 ‘종정 위의(威儀) 손상’ 혐의가 짙다며 이 같은 징계를 내렸다.

명진 스님은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각종 비위에 죽비를 내리쳤다. 곧잘 그의 죽비는 자승 총무원장 등 종단 내부로도 향했다. 호계원은 구체적으로 지난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를 비판하고 방송과 각종 팟캐스트에 출연해 조계종 종정을 비판한 것도 제적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번 중징계는 명진 스님이 오는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뒤 내려져 뒷말도 무성하다. 명진 스님을 만나 불교의 현주소를 들어보았다.



ⓒ시사IN 이명익
‘승적 박탈’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2014년 조계종 최고의 수행승 송담 스님이 탈종(스스로 종단을 떠나는 것)했을 때 나도 탈종을 고민한 적이 있다. 송담 스님의 탈종은 욕망에 눈이 먼 조계종을 파면하신 것이다. 하지만 내가 탈종하면 좋아할 이가 자승 총무원장일 것이 뻔해 탈종을 미루다가 이번에 승적이 박탈되었다.

조계종이 제적한 사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와 올해 초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내가 종단을 비판한 것을 그 사유로 들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서 일어난 문제점과 각종 부패상을 폭로하고 개혁을 촉구해왔다. 또 자승 총무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해오다가 최근 정권이 바뀔 것 같으니 ‘신분세탁’을 하려고 대선 후보들에게 줄을 댄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자승 총무원장으로서는 내 비판이 뼈아팠을 것이고,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나.

조계종 내부의 고질적인 부패상은 무엇인가?

청정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불교에서 총무원장 선거뿐 아니라 본사 주지, 또 유수한 사찰 주지들이나 종회의원 선거까지 돈을 쓴다. 조계종 안에서 괜찮은 자리는 돈하고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부패가 심각하다. 심지어 교계 정신적 지도자인 종정 자리를 놓고도 돈 거래가 있었다는 말이 파다했다.

자승 총무원장과 불가 인연이 깊은 사이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자승 총무원장이 어려울 때 내가 도와줬고, 또 내가 불편하거나 힘들 때 자승 총무원장의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2007년 대선 때 결정적으로 사이가 나빠졌다. 그때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 자승이 이상득 의원을 데리고 봉은사 주지로 있던 나를 찾아왔다. 이명박 후보가 봉은사 법회에 와서 신도들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소망교회 예배 시간에 불교 신자가 기독교 신자들 앞에 가서 선거운동할 수 있도록 시간 내달라고 하면 내주겠느냐. 이거 이치에 안 맞아 도와줄 수 없다”라고 거절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가 큰 사찰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했는데 봉은사에만 못 왔다. 2009년 총무원장 선거 때도 자승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얘기를 안 했다.

2014년부터 1년여 동안 중앙종회 의원으로 자승 총무원장 체제에 참여하지 않았나?


종회는 총무원을 견제하고 예산 심의를 하고 감사를 하는 ‘국회’ 구실을 한다. 그런데 자승 총무원장이 정치적으로 고수여서 철저하게 중앙종회를 장악했다. 비위나 비리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야당’은 한둘밖에 없었다. 종회에서 내가 얘기를 꺼내면 무조건 비공개로 하자며 기자들을 내보냈다. 자승 총무원장을 비판하는 질의를 하면 자승 ‘친위부대’가 웅성거리고 소리 지르며 훼방을 놓았다. 도저히 종회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사표를 냈다.

ⓒ연합뉴스
자승 총무원장과 가까운 승려의 비위는 가벼운 징계를 한다는 지적이 있던데?


조계종 승려는 다른 건 다 제쳐놓더라도 반드시 독신 비구여야 한다. 결혼하면 무조건 승려 취급을 못 받는다. 자승 측근 중에는 몰래 미국에 가서 결혼한 사실이 있는데도 그걸 감추고 다시 들어온 경우가 있다. 결혼증명서가 드러났는데도 형식적인 솜방망이식 ‘문서 견책’으로 덮어줬다. 또 경기도 용주사 주지인 성월 스님은 쌍둥이까지 낳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사는커녕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아 신도들이 ‘용주사 비대위’를 꾸려 싸우고 있다(비대위는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과 자승 총무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전 동국대 이사였던 삼보 스님은 성매매가 가능한 모텔을 운영했는데 조사도 징계도 하지 않았다(2015년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삼보 스님은 “돌아가신 어머니한테 상속받았고 상속받을 때부터 여관 건물이었다. 출가해 땅 한 평 산 적이 없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왜 제대로 된 징계를 하지 못한다고 보는가?  

세간의 온갖 손가락질을 받는데도 징계를 못하는 이유는 징계할 사람이나 징계받을 사람이나 ‘카르텔’로 엮여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징계를 받은 스님은 어떤 경우인가?

적광 스님, 영담 스님, 도정 스님 등이 종단 비리 척결을 주장했다가 탄압받았다. 적광은 2013년 8월 자승 총무원장의 도박 등 여러 비위 사실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다 호법부 승려와 직원들에게 총무원 청사 지하로 끌려가 집단 폭행을 당했다. 적광이 고소 고발해 가해 스님들이 벌금형을 받았다. 종로경찰서 정보과에서 불교를 담당하는 형사들이 다 보고 있었지만, 경찰은 사법처리를 제대로 안 했다. 전 종회 의원이던 도정 스님은 팟캐스트에 나가 종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공권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았다. 종회 의원인 영담 스님 역시 종단을 비판했다가 공권 정지 10년을 받아 재판 중이다.

불교계 언론들은 감시자 구실을 하지 않나?

자승 총무원장이 비판적인 기사를 쓴 불교계 언론은 물론 비판 언론을 상대로 다섯 가지를 금지시켰다. 취재 금지, 접촉 금지, 접속 금지, 광고 금지, 출입 금지다. 철저하게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

조계종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돈에 대한 욕망이다. 조계종의 가장 큰 문제가 국립공원 사찰 입장료라든가 절에 들어온 수입이다. 주지가 혼자서 모든 걸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내가 있었던 봉은사에서는 신도들이 동참해서 관리할 수 있도록 바꿔놓았다. 그래서 내가 올해 초 총무원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두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모든 사찰의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종단 방침을 정하겠다. 둘째, 모든 승려들 그러니까 종무직에 종사하는 승려들의 재산을 전부 다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산 공개를 어떻게 하나?

어렵지 않다. 건강보험료 내는 금액만 밝혀도 된다. 물론 그것을 밝힐 스님이 몇이나 될까 싶기는 하다. 사실 이런 공약 자체가 종단 전체 스님들이 볼 때는 부담이다. 건강보험료 공개하자고 하면 아마 총무원장부터 못할 거다. 부처님은 일의일발(一衣一鉢), 그러니까 옷 한 벌과 밥그릇 하나로 살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소문에는 몇십억원씩 소유하는 스님도 있다고 한다. 그런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재산을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

자승 총무원장이 박근혜 정권과도 깊은 관계가 있었나?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자승의 측근을 파견해 지원한 것으로 안다.

이명박 시절 자승 총무원장과의 관계는?


2007년 당시 중앙종회 의장이었던 자승 스님이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747불교지원단에서 상임고문 등으로 활동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4대강 사업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이 누락되자 불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자승 총무원장은 처음에는 산문을 닫고 정부·여당과 접촉을 금지했다. “100년이 걸리더라도 우리 손으로 템플스테이를 해나가자” 하더니 슬그머니 이명박 정부와 타협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자기 비서 한 명을 청와대 행정관으로 집어넣었다. 자승의 측근 행정관은 지금도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다. 그 뒤 청와대 인사들을 초청해 친정부 행동에 앞장섰다.

봉은사 주지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찾아오기도 했다는데?


두 번 찾아왔다. 아는 분이 “스님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분이 올 텐데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어서 “절에는 도둑놈도 오고 강도도 오고 거지도 재벌도 올 수 있다. 신분 귀천에 상관없이 다 부처님 앞에 오는데 누군들 무슨 상관인가”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까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2008년 제 방에 와서 차도 한잔 마시고 갔다.

이재용 부회장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돈도 벌 만큼 벌었으니까 존경받는 기업가가 되라고 충고했다. 삼성 백혈병 등으로 비난받는 기업이 되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보다 어떻게 보면 더 영향력 있는 게 삼성이니, 국민의 기업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많이 베풀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라는 덕담을 한 적이 있다.

호계원의 제적 조처는 1심인데, 불복해 재심을 청구할 것인가?


재심 신청을 안 하기로 했다. 일제강점기에 항일 독립투사 중 “제국주의 침략 원흉에게 내 운명을 맡기지 않겠다”라면서 사형을 받은 분들이 있다.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재심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내 자존심에 어긋난다.

제적 뒤에 어떤 식으로 불교 개혁 운동을 펼 것인가?


기독교에서는 1907년 평양 부흥대성회가 있었다. 3·1운동 때 33인 중 한 분인 길선주 목사가 자기 고백을 했다. 그날 밤에 신도들도 전부 통곡하고 울면서 자기 고백을 했다. 그 평양 대부흥성회가 이뤄지면서 한국 기독교가 이만큼 자리 잡게 되었다. 불교도 자기 잘못을 고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사여구를 쓰기 전에 스님들이 저지른 모든 비위를 스스로 고백해야 한다. 물론 나를 포함해 자승 총무원장 등 모든 승려가 진솔하게 자기 허물을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신도들이 새로운 불교를 위해 애를 쓴다고 느낀다. 제적까지 당했으니 이번 기회에 불교계에 남아 있는 모든 적폐를 하나씩 밝혀내면서 불교 개혁에 일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