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촛불 시민을 치어리더로 만드는가?
누가 촛불 시민을 치어리더로 만드는가?
지난 겨울,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광장에 작은 촛불이 모여서 만든 희망은 뜨거웠다. 겨울이 가면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자연의 봄은 매번 아름다워서 '새봄'이라고 찬사를 듣는다. 촛불이 달군 한국 사회의 겨울도 새봄으로 금방 변모할 것만 같았다.
과연 무엇이 변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고, 최순실과 이재용을 비롯한 공범들은 구속이 됐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고, 최순실과 공범자들이 처벌받고, 그리고 정권교체까지 이루어지면, 우리 사회는 새봄을 맞이할까?
야당은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특권 사회를 극우정권 9년 동안 견제하지 못했다. 집권 세력은 사회 전반에 걸쳐서 불공정과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욕망의 금도가 없는 괴물 같은 사람들이 행한 거침없는 일탈들은 우연히 드러났고, 그런 일이 가능했던 대한민국의 속살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 분노 중에도 '국가 권력을 민간인 최순실에게 위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탈 행위'가 국민적 공분의 핵심이었다. 주권자의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비선들과 함께 국가 권력을 사적 이익에 사용했다는 사실에 "이게 나라냐?"라고 참담하게 절규했다.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국민을 대표한다고 자임해 온 여의도 국회와 정당들이 '국민 주권'을 농락한 정권의 독주를 왜 견제하지 못했을까? 단지, 여의도 국회와 정당들이 무능했기 때문일까? 만약, 정당 정치의 오퍼레이팅 시스템(OS·운영체제) 자체가 문제가 있다면 앞으로도 여의도 국회와 정당은 제 기능을 하기 힘들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더라도, 12월 대통령 선거로 교체될 박근혜 정권을 5월 대통령 선거를 통하여 몇 달 앞당겨서 교체되도록 만들 뿐이다. 어차피 탄핵 사태 이전에도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었던 대통령 선거였다. 최순실과 공범자들이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특권과 반칙을 제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 자체가 바뀌는 것은 없다. 이전에도 이권을 위해서 특권과 반칙을 사용한 사람들의 극소수는 작은 처벌을 받아왔다.
확인하자. 탄핵 가결 이후 수개월 동안 이어진 촛불 집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국회는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는 어떤 유의미한 개혁 입법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화된 것 외에 여의도 정당 정치는 변한 것은 없다.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이 바뀐 것을 변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우리 촛불 시민들은 새 대통령이 잘 해주기만을 기다리면 되는가? 또는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는 촛불을 더 들어 주세요!'라고 요구했던 야당을 믿고 기다리면 되는가?
여의도 정당 정치가 촛불 시민을 선수로 뛰는 자신들의 치어리더로 여긴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박근혜 대통령만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보지 않는다. 야당을 포함한 여의도 정당 정치가 헌법 정신에서 한참을 벗어난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1987년 체제 이후로 관습과 관행의 포장지 속에서 특권·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다. 그 여의도 정당 정치에 '국민 주권'이 앉을 좌석은 없다.
여의도 정당들을 정상적인 민주 정당이라 볼 수 있을까? 헌법 8조 2항,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를 일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의도 정당의 비정상적인 문제점 중에서도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 국회의원 공천 제도의 모순을 살펴보자.
총선이 다가오면 주요 정당의 당 대표와 공천심사(관리)위원들은 대부분의 후보를 밀실에서 낙점하여 하향식 공천을 해왔다. 당 대표는 당원도 아닌 명망가와 금수저 엘리트를 총선 직전에 '인재 영입'이라는 명분으로 영입해서 황제공천을 주기도 한다.
지역주의와 소선거구제에 의한 양당 구조 아래에서 정당 대표와 실세들이 낙점한 거대 양당의 후보 중에서 국민들은 선택을 강요받아 왔다. 실질적으로는 '주권'과 '권력'이 국민에게 있지 않고 정당을 장악한 대통령이나 당 대표에게 있다는 의미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국민 주권'을 확인하는 것은 몇 년에 한 번꼴로 있는 선거를 통해서 겨우 가능하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의도 정당들은 비민주적이고 봉건적인 '공천제도'를 통해서 '국민 주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거 때마다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공천 파동'이 뉴스를 도배하는 후진국 선거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공천을 받아서 국회의원이 된 정치인은 누구를 위해서 정치를 할까? 공천을 준 대통령과 당 대표를 비롯한 실력자를 위해서 정치를 할까? 국민과 당원을 위해서 정치를 할까? 이런 기득권을 얻기 위해서 당권을 둘러싸고 계파 패거리의 쟁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당 정치 구조인 것이다. 그것이 친박 비박, 친문 비문 등의 몰가치적이고 전근대적인 표현을 만든 것이다.
지난 2016년 4.13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의 경우, 253개 지역구 중에 불과 56개 정도에서 후보 선출 경선을 실시했다. 경선을 시행한 지역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후보를 대개 2배수로 압축하여 본 선거일을 겨우 한 달 남겨두고 경선지역으로 발표했다. 확정된 룰에 따른 공정한 경선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전무하다시피 한, 형식적 경선에 불과했다.
비례대표 공천은 당 대표와 공천심사위원들이 밀실에서 후보 명단을 압축하여 중앙위원회에서 순번만을 정했다. 아울러 '당 대표 추천 몫'이라는 비민주적이고 제왕적인 관행을 인정하여, 당선 안정권 비례 후보 몇 석을 김종인 대표가 공개적으로 낙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셀프 비례 2번 공천'과 '정무적 전략 공천' 등으로 민주적 상향식 공천이 발붙일 여지가 없었다.
새누리당도 대동소이했지만, 행태와 파장은 민주당보다도 더 심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던 새누리당은 '진박'공천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였다. 2016년 4.13 총선도 공천을 둘러싼 비민주적 행태와 이전투구를 보도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치러졌다.
우리는 이렇게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으로 국회의원을 재생산하는 여의도 정당 정치가 국민을 대신하여 사회적 불공정과 불평등을 해소해주기를 기다린 셈이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은 격이다.
정당론의 태두인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그의 저서 '정당 정부(Party Government)'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천 절차의 본질이 정당의 본질을 결정한다. 공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정당의 주인이다."
여의도 정당의 주인은 당을 장악한 대통령이나 당 대표를 비롯한 극소수 실세들이었다. 그들이 낙점한 두세 사람 안에서 국민들은 선택했을 뿐이다. 더구나 소속 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 낙점된 공천자와 비례대표 상위순번 공천자는 선출직 국회의원이라 보기 어렵다. 내용적으로 임명직 국회의원이었던 셈이다. 당원과 국민에 의한 상향식 민주주의와 무관한 공천으로 헌법 제8조 2항이 명령한 당내 민주주의를 노골적으로 외면한 것이다.
그리하여 헌법의 최고 가치인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까지도 여의도 정당 정치는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켜왔던 것이다.
촛불 시민들에게 여의도 정당들이 외치고 있는 '적폐 청산'을 이룰 의지가 있다면, 자신들의 집 안에 있는 적폐부터 청산하고 민주적 정당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른 수순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해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OECD 국가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상식적인 민주주의 룰을 지키는 것이다. 헌법은 기본원리인 제1장 총강의 제8조 2항에 당내 민주주의를 규정했다. 그러나 법률은 헌법 제8조 2항의 당내 민주주의를 구체화하지 않고 정당의 당헌당규에 위임한 셈이지만, 여의도 정당의 당헌당규는 당내 민주주의와 이에 입각한 상향식 민주적 공천을 수십 년 동안 외면했다.
이제 헌법 제8조 2항이 천명한 당내 민주주의를 선거법과 정당법에 구체화하는 입법을 해야 한다. 헌법을 법률로 구체화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들의 비민주적 특권과 기득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반납해야 한다. 자신들의 반(反)헌법적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외치는 '국가 대개조'와 '적폐 청산'은 공허하고 모순된 주장일 뿐이다.
현 시스템 아래에서 여의도 정당의 공천을 받은 국회의원들이 대변해야 될 대상은 국민이나 당원이 아니었다. 실제로 자신이 공천되는 과정과 무관했던 국민과 당원에게 충성하는 것은 어렵다. 다음 공천을 위해서 노력할 국회의원들의 공천권자가 당원과 국민일 때,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패거리 정치가 아니라 가치와 노선으로 국민에게 어필하는 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비민주적 계파 패거리의 정치는 의회민주주의를 왜곡할 뿐만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제 그들만의 리그를 끝내고 정당 정치를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다가올 경제 위기를 대비할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다.
최순실 사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도 정당의 문제나 다름없다. 입법부인 국회의 협조 없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입법부는 현행 헌법 하에서도 충분히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국회를 구성하는 주요 정당의 내부가 민주적 상향식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하여 시녀화했던 것이다. 국가 권력기관과 여당을 장악한 대통령은 국회와 야당을 협치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야당의 실권자들도 대통령에 맞서는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당내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당을 장악하려 했다. 그 결과로 국회는 '정쟁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한국 정당 정치의 현주소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판결을 앞두고 정당의 공천 문제와 정당민주주의를 살펴 본 이유는, 최순실 사태를 겪은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는 공적 영역 전반에서 민주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공적 영역에서 민주적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제어하고 감시하는 것은 정치 본연의 몫이다. 정당 정치 자체가 민주적 시스템을 일탈한 상태라면 그 몫을 해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정치의 정상화를 생략한 사회의 정상화는 이룰 수 없는 환상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 비례의원 숫자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박주민 의원이 발의했다. 현 상태에서 시행한다면 당 대표와 당주류 실세들이 임명할 수 있는 국회의원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다. 독일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준용하자는 의견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독일은 정당법과 선거법에 당내 민주주의와 상향식 공천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순이 잘못되면 선한 의도가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본질적 모순을 외면하고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합리적 제도는 있다. 합리성을 망각한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야 4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200석에 육박한다. 국민의 사회개혁 열망도 뜨겁다. 그러나 선거법과 주요 개혁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골든타임에 놀고 있는 여의도 정치 선수들이다. 촛불 시민은 집권을 위한 치어리더가 아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그 결정이 대한민국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 이후는 또다시 정치의 몫이다. 전근대적 '여의도 정치'가 현대적 '시민 정치'로 거듭날 때만이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 시작될 것이다.
'시대 교체'를 이룰 제19대 대통령 후보들의 동참을 호소한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헌법재판소를 흔드는 조직된 힘의 실체

▲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강해 보이지만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진다”
‘親文 패권’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非文계 수장 이종걸 의원
유지만 기자 정리=김은샘 인턴기자 ㅣ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7.03.08(수) 13:13:33 | 1429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선 주자를 배출했다. 바로 문재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지지율 면에서 독주하며 후발주자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2위와의 격차도 여유 있게 벌어져 있다. “정권교체는 기정사실”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바로 ‘친문(親문재인)세력’ 혹은 ‘패권주의’로 규정된 친문계와 비문계 간 갈등이다. 당내 패권 문제로 2015년 12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을 국민의당에 넘겨주고 말았다.
대선 정국에서도 이 갈등은 어느 정도 유효한 듯하다. 시사저널은 2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종걸 의원을 만났다. 민주당 내 비문계 수장인 이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본선에 올라갈 경우, 결집한 보수 세력 때문에 고전할 것”이라며 “‘대세론’이란 것은 본선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에게서 당내 비문계의 움직임과 대선 전망, 개헌 등에 대한 속내를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2월24일 개헌 성명을 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 측과 갈등이 있었는데.
서로 오해가 있었고,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야당이 주도해서 개헌할 수 있는 유일한 때다. 앞으로 다시는 없을 때이기도 하다. 개헌은 최순실-박근혜로 이어져 있는 국정 문란 사태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개혁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것이 돼야만 개헌도 시작할 수 있고 마무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국회는 국민의 질타를 많이 받는다. ‘국회에 와서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만 듣는다. 그 이유는 양당으로 구성돼 있어서 국회의원들끼리 싸우느라 시간 다 보내고, 목표가 생겨도 다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일하는 곳이 아니었던 셈이다.
개헌의 청사진은 ‘국회의 기능 정상화’인가.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가 잘못됐다. 우선 국회의원을 국민의 입맛대로 뽑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전체 국민 중 약 2000만 명이 투표를 하는데 이 중에서 유효한 표보다 사표(死票)가 더 많다. 일부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국회에 오는 셈이다. 정치개혁은 죽은 표를 없애 국민의 뜻대로 국회를 구성하자는 게 전제다. 이렇게 구성되면, 국정 문란을 일으킨 대통령 집중제의 상당한 권한을 국회로 가져오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난 지난해 원내대표를 할 때부터 죽은 표를 없애기 위해 정치를 개혁하자고 말해 왔다. 당시 문재인 대표도 함께 이 논의를 지켜봤다. 하지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한사코 반대해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에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제도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선관위에서 가져온 독일식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우선 100석에라도 적용하자고 했다.
그래서 성명을 발표할 때 문 전 대표의 입장을 요구한 것인가.
문 전 대표가 이런 종합적인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이 선거법 논의를 함께했다.
문 전 대표 혹은 친문계에 거부감이 상당한 것 같다.
민주당원으로서 민주주의 형태를 통해서 뽑힌 대통령 후보를 부인하고, 무시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우선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있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절차와 실체에 회의가 있다. 형평에 어긋난 측면이 있다.
여전히 당내 문재인계의 패권이 견고하다는 입장인가.
‘세력’은 있지만 대세론은 없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결코 후보가 되기 어려운 사람이 거의 당선된 것처럼 움직이는 사태에 대해서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후보 측은 지난 총선 당시 당을 분당(分黨)시킨 당사자다. 국민들은 분당의 당사자들로 이뤄진 국민의당에 큰 힘을 줬다. 지난번 총선 때 있었던 국민적 의식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당시 나는 원내대표로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헤어지는 상황을 막으려고 며칠 밤을 애썼다. 분당의 당사자인 안철수와 문재인을 놓고 본다면 문 전 대표에게 70% 이상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본다.
보통 진보와 보수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한다. 국기문란 사태로 잠시 ‘샤이 보수’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하지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쪼개진 야권의 힘으로 강고한 보수를 100% 이길 수 있을까. 설혹 이기더라도 분열의 책임자가 아닌 분열로부터 자유롭고 야권을 통합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그 사람이 적임자 아닌가.
안희정 충남지사를 염두에 둔 말인가.
상대적으로 안 후보는 분당에 책임이 없다. 지난 총선 당시 분당을 걱정했던 사람이다. 심지어는 지금 국민의당과 같은 야권에서는 문재인이라면 따로 나가겠다고 한다. 3자, 4자 구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면 통합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문 전 대표를 구원하러 들어와 당 대표 역할을 했다. 난 당시 원내대표였다. 문 전 대표 때는 솔직히 일이 잘 안 됐다. 김 전 위원장 때는 잘해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런 성공을 공유해서 김 전 위원장과는 대화가 잘되는 편이다. 문 전 대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김 전 위원장과 틀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 역시 지금 이 상태에서 문재인 후보로는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교체가 힘들다고 본다. 김 전 위원장과 생각이 같다.
하지만 여전히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당내 의원이 많지 않나.
다른 의원 중에서도 일부는 안 지사, 일부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약세로 보이는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당내 통합의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강해 보이지만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문 전 대표를 이기고 시대교체나 세대교체를 위해 힘을 합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