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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18세는 '교복 입은 유권자'다" - 18세, 결혼은 할 수 있는데 투표는 못하는 나이?

일취월장7 2017. 2. 24. 10:57


조희연 "18세는 '교복 입은 유권자'다"

[기고] '정치와 선거'는 고교 교육 과정...그런데 투표는 하지마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2017.02.10 07:56:55


"민주 사회에서 정치 과정을 통해 다원적 가치와 이익이 조정되고 있음을 이해하고,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정치 주체의 역할을 파악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의 의미를 이해하고, 선거의 기본 원칙과 공정한 선거를 위한 제도 및 기관을 탐색하며, 지방자치 제도를 이해하고,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이 수행하는 정치 활동을 파악한다."


교육부가 고시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 나오는 교육과제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고등학교 때 이미 정치와 선거, 민주주의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들에게 직접 선거권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하다.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검토해볼 때가 되었다. 

머나먼 18세 참정권 보장의 길 

지난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일부 정당의 반대로 '만 18세 선거권 부여 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무산되었고, 18세 선거권 문제가 현재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다행히 최근 바른정당에서 18세 선거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서, 선거권 제한 연령의 인하가 성사될 가능성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적 추세이고, 가까운 일본도 만 18세부터 선거권이 주어지고 있으며, OECD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 모두 만 18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이 18세를 기준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유엔 아동 헌장'이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8세부터는 아동이 아니라 성인이므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 교육과 삶의 통합 

나는 18세 선거권 문제를 정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교육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교육부 고시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할 때, 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교육과 삶을 통합하는 교육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교육부에서 고시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에도 '정치 과정과 시민 참여'를 주요한 교육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국가 교육과정에서 고시한 내용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라도 만 18세 선거권 부여는 교육적으로도 정당하며 학교 교육 과정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18세 선거권 부여에 반대하는 것은, 이러한 것들을 책에서만 배우고 실제는 대학에 가서 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대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은 현장성 강화다. 고3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실제 참여를 통해 삶과 지식을 일체화시키는 것은 권장해야 할 일이지 우려해야 할 일이 아니다. 

'2016세대'의 높은 정치 의식 

다음으로 반대론자들은 18세 고3 학생들을 피교육자이기 때문에, 선거권을 부여받기에는 너무 어리므로, 선거권 부여에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광화문 촛불 집회와 탄핵 과정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보여준 높은 민주 시민 의식과 올바른 정치적 판단력, 성숙한 질서 의식은 이미 시민의 자격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 청소년들의 민주 시민 의식과 높아진 정치적 판단력으로 볼 때,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선거권을 부여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학생들이 자기결정력과 책임 의식을 지닌 시민으로서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교복 입은 시민' 정책을 통해 서울 학생의 시민 의식 고양에 노력해 왔다. '교복 입은 시민'은 학생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며, 나아가 시민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니고 '실천하는 주체'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참여하고 주체로서 판단할 때에라야 진정한 교육이 성립하다. 초중등 교육에서 요즘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이다. 기존에는 학생을 많은 지식을 가진 교사가 지식을 전수하고 가능한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어주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상정하고 접근해왔다. 그러나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것은 학생 스스로를 배움의 주체로 상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배움, 학습, 교육의 과정이 학생 스스로가 앎을 주도적으로 추구할 때에라야 학습 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은 교육학의 상식이다. 


이런 점에서도 학생을 '교복 입은 시민'(교복을 입었지만 일반인과 동일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나아가 '교복 입은 유권자'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은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주역 

더 나아가 우리 역사는 이미 학생들이 단순히 기성세대의 피교육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학생들, 특히 고교생들은 식민지 시대 독립운동 과정과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등의 정치적 격변기에 당당한 역사적 주체로서 참여하여 왔다. 또한, 2016년 11월 이후 민주주의 광장의 일원으로도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은 이미 만 18세 선거권이 가능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의 수준이 향상되었으며, 우리 고교생이 민주시민으로서 충분하게 성숙하였음을 증명한다.


사실 이번 촛불 시민 혁명의 과정에서 이들은 주체로서 참여하였다. 많은 중고생들이 주체로서 이에 참여하였다. 이들은 이미 '촛불 시민 혁명 세대' 혹은 '2016년 세대'로 살아갈 것이다. 4.19세대가 평생 4.19세대의 자부심을 갖고 살고, 87년 세대가 평생 87세대로서의 역사를 만든 자부심으로 살아가듯이, 이들도 평생 2016년 새로운 역사를 만든 '2016년 세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이들은 이미 선거권이 아니라 더 큰 시민권을 부여받아야 할 존재로 성장해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교 사회교육의 현장화 촉진 계기 

마지막으로, 일각에서는 만 18세 선거권 부여가 고등학교 학생을 '정치화'시킨다고 하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하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고등학생 수준에서 투표권이 부여되더라도 그것을 계기로 학생들의 주체적인 사회 참여에 대한 교육 기회를 삼아야 하는 것이지, 투표 연령 인하 자체가 특정한 정치적 편향을 발생시킨다고 섣불리 판단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교과서에서 배우는 선거, 민주주의, 정치, 정치 교육, 민주 시민 교육 등을 편향되지 않고 현장성 있게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반대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고등학교에 정치적 바람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고교 민주주의 교육, 사회 교육의 현장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정치권은 18세 선거권 부여의 정치적 유․불리를 생각해서 이를 반대하기도 한다. 물론 정치적 제도 개혁에서, 결과적으로 일방적으로 하나의 집단에 유리하면 반대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대선에서 유, 불리가 명확치 않다면, 다음 지자체 선거나 총선에서부터 도입하는 것을 합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마침 국민적 쟁점이 되었기 때문에 정치권이 이에 대해 부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은 정치적 유, 불리에 대한 눈앞의 계산을 떠나 세계적인 흐름에서 이미 거부할 수 없게 된 만 18세 투표권 부여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조희연 “18세 선거권? 16세는 어떤가?”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교육개혁에 향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 학생 정치 참여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8세 선거권 도입을 지지한다. 교육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교육 기본소득’도 제안했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7년 02월 23일 목요일 제492호


저물어가는 정권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는 게 바로 ‘교육’이다. 2월1일 교육부는 끝내 국정 역사 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다. 교육부는 국민과 학계의 지지를 얻지 못해 생명력을 잃은 이 출판물을 ‘폐기’하지 않고 ‘국·검정 혼용 체제’를 통해 어떻게든 교육 현장에 적용할 방안을 찾았다. 전국 일선 학교들로부터 ‘연구학교’ 신청을 받아 국정 역사 교과서를 기어코 학교 현장에 내려보낼 계획이다.

새 정권을 창출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 역시 교육이다. 본격적인 대선 운동 기간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후보들은 교육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국공립 대학 공동학위제, 5-5-2 학제 개편, 교육부 폐지, 사교육 폐지 등 후보들이 내건 교육 공약들을 두고 토론을 벌이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청사진을 그린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사회 여러 분야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정권의 끝과 시작을 장식할 만큼, 교육 문제는 다른 모든 사회 의제들을 제치고 아우른다. 그 뜨거운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에 선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다. 사회학자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다가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출마해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 재임 기간 교육 불평등 해소와 학생인권 증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주로 펼쳐온 조 교육감은 자사고, 전교조 교사 징계, 누리과정 예산 등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시사IN 조남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미래 교육 시스템을 고민하기보다는 정권의 이해관계에만 부응하는 정책으로 교육을 퇴행시켰다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운영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28일 일찍이 협력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월6일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한국 교육의 9가지 과제를 선정하고 대선 주자들에게 그 해결을 제안했다(28쪽 사진). 낡은 교육을 청산하고 새로운 교육을 시작할 수 있을지 대한민국 교육이 중대한 기로에 선 시기, 교육개혁의 최전선에 선 조 교육감을 지난 2월8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만났다.



연구학교 지정으로 결국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전선이 각 교육청과 일선 학교들로 내려왔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주말 보수 단체가 교육청 앞에 와서 ‘서울시교육감이 국정교과서 반대 투쟁을 선동한다’며 시위를 벌이고 점거 농성까지 시도했다. 교육부가 연구학교 지정을 강행하면 이런 갈등이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숱하게 불거질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는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역사교과서 국정화금지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혼란을 가장 빨리 끝내는 방법이다.

교육부는 정부의 연구학교 지정 방침을 따르지 않는 교육감들을 비판하고 있다.

연구학교 업무는 교육부가 2008년에 그 권한을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한 지방자치 사무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월12일 ‘연구학교 심의회’를 열었다. 심의위원회에서는 국·검정 이중학습 부담, 논란의 교과서 현장 적용의 문제, 현 시국 상황 등의 사유로 연구학교 운영을 부결한 바 있다.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도 연구학교 신청 공문 자체를 안내하지 않았으며 이런 결정을 교육부에도 회신했다.(교육부가 애초 내건 접수 기한인 2월10일까지, 전국 단 한 곳의 중·고교도 연구학교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자 교육부는 접수 기한을 2월15일까지 연장했다. 또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2월10일 대국민 담화 기자회견을 열어 “연구학교 지정을 방해하는 시·도 교육청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에 끝까지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두 지점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40억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투입한 정책이 철회된 데 따르는 책임 문제이다. 기존 교과서 개발 비용의 7배 정도 되는 국가 예산을 쓰고, 지난 1년간 사회적·교육적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면서까지 이끌고 왔는데, 지금 철회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지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연구학교 몇 개라도 성사시키는 게 그들에게 중요한 일이 아닐까. 또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수 있는 작은 확률 혹은 대선 이후 혹시라도 보수 정부가 들어설 경우의 대비책이다. 국정교과서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2월6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차기 대통령이 완수해야 할 교육 과제 9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를 평가하면?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와 많은 부분에서 부딪쳤지만 모든 교육 방향이 달랐던 건 아니다. 교육부의 자유학기제, 초등 돌봄교실 확대, 학교스포츠클럽처럼 학생들의 소질과 특기를 계발하기 위한 정책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확대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개혁 방안에 대해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니 우리가 고민한 내용과 일치하는 것도 많았다.

그러나 몇 가지 핵심 정책에서 교육부는 미래 교육보다는 정권의 이해관계에만 부응했다. 국정교과서를 비롯해 누리과정 예산, 자사고 문제 등에서 시·도 교육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정권 입맛대로만 밀고 나가는 중앙집권적 통제기구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교육의 퇴행을 초래했다.

지난해 말 광장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정유라 입시 비리로 상징되는 ‘교육 농단’에 분노를 표출했다.

교육 영역에서의 특권과 반칙에 대한 분노를 학생들도 강하게 느낀 것 같다. 나는 학생들이 지난 촛불 시민혁명에서 단순 참여자나 관객이 아닌 주인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에 가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여러분은 ‘2016년 세대’다. ‘4·19 세대’는 4·19 혁명을 경험했던 자부심으로 평생 살아갔다. 1987년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세대 역시 ‘87년 세대’라는 경험과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당신들도 이제 그럴 것이다.” 평소 ‘교복 입은 시민’을 강조하며 학교에서의 민주 시민교육을 펼쳐왔는데, 광장에 나온 학생들을 보며 ‘이미 아이들은 굉장히 주체적인 존재로 성장해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복 입은 시민’을 강조하는 이유는?


올바른 민주주의 교육을 위해서는 실제 현실 정치에서의 참여 교육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민주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재작년부터 서울시 200개 학교 학생회에 예산을 주고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학생참여예산제’를 시도해봤는데 결과가 아주 좋았다. 예를 들어 어느 중학교 학생회는 공유 우산 사업을 벌였다. 학생회 예산으로 우산을 사서 비치했다가 갑자기 비가 올 때 학생들이 빌려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사업이라 반납률도 굉장히 높았다고 한다. 학생 의견을 반영해 예산을 편성하고 대의원회에서 승인하고 사후에 결산보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훈련할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접한 텍스트를 실제 컨텍스트에 적용해봐야 살아 있는 지식이 되는 거다. 최근 논의 중인 18세 선거권 도입에 서울시교육청이 적극 나서서 지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학생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사실 ‘교복 입은 시민’이라는 말도 그런 현실을 반영한다. 민주 시민으로 성장해나가야 할 학생들을 교복의 이미지로 가두려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미 어른을 능가할 정도의 사고를 하며 주체적 존재로 커가고 있다. 그걸 교복 이미지와 교복이 갖는 사회적 제한 속에 가두려 하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나라는 정치화에 대한 불안이 크다. 정치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만 하는데, 좋은 정치 교육이 없으면 나쁜 정치에 휩쓸리게 된다. 포퓰리즘 정치에 휘둘리고 트럼프식 정치에 환호하게 된다. 아직 훈련이 되지 않아서 18세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훈련을 위해서라도 18세 선거권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나는 사실 대선·총선·지방선거에는 18세 선거권을 도입하되 교육감 선거에 한해서는 16세로 낮추는 한국적 모형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는데 정작 뽑는 건 학생들의 부모이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가정에서 부모와 학생이 교육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교육적이지 않을까.

대선을 앞두고 많은 후보가 여러 교육 공약들을 내고 있다.


개별 공약에 대해 하나하나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섣부른 것 같다. 국공립 대학 공동학위제, 서울대 폐지론과 같은 대학 체제 개혁이나 5-5-2 학제 개편과 같은 공약에 관해서는 심층적으로 고민하며 추후에 관련된 입장을 별도로 낼 계획이다.

교육부 폐지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최적 개혁 방안을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가교육위원회 신설과 같은 교육부 권한과 조직의 과감한 개혁은 바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으로야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가 선거관리위원회나 감사원처럼 헌법적 위상을 갖고 독립 권한을 행사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교육과정과 중장기 교육개혁 방안을 설계하고, 그 실행기구 역할을 지금의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나눠 맡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교육감의 자리에서 바라본 차기 대통령의 조건은?


국민들 사이에 기존 입시 중심과 대학 서열 구조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대단히 큰 것 같다. 그 열망이 서울대 폐지, 사교육 폐지 국민투표 같은 어찌 보면 좀 과격하다고 할 수 있는 공약으로 나타난 것 아니겠나. 서울 교육을 책임지면서 우리 아이들이 학벌 체제 속에서 신음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출신 학교 졸업장에 따라 삶의 질이 현격히 차이 나는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교육 불평등의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는 걸 느꼈다. 현재의 수직 서열화된 교육 체제를 끝내기 위해 근원적 대책을 마련하는 대통령 후보가 아마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대선 공약이 있나?


적어도 이번 대통령은 학력과 학벌에 의한 차별을 끝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기에, 결국 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학력·학벌 차별금지법’ 제정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 서열화의 폐해, 말하자면 대학 졸업장이 직업 세계와 소득 격차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시키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서열화와 사교육비 과다 등의 문제를 몸소 겪고 또 바라보며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 어린아이를 키우거나 혹은 자녀가 없는 사람까지 교육에 대해 공통적으로 가진 정서는 ‘불안’이다.

교육 불안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둘째 아이부터는 대학 등록금을 국가에서 완전히 책임지는 방식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교육 기본소득’이라는 것도 상상해봤다. 지금도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교육 복지정책이 다수 있지만 모두 파편적이고 자투리성이다. 방과 후 프로그램에 얼마, 수학여행 지원에 얼마, 이렇게 개별 프로그램 안에서 지원하니 학교에서 감당하는 복지 전달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지 말고 아예 교육 기본소득을 통으로 주고, 그걸 개별 가정에서 아이 교육에만 쓸 수 있게 보완 장치만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 개인적 상상이지만 사회에서 한번 논의해보면 좋겠다.



18세, 결혼은 할 수 있는데 투표는 못하는 나이?


[기고] '누더기' 된 18세 선거 연령 인하...대선도, 지방선거도 투표 못한다니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          
2017.02.21 15:56:59



지난13일 야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대표들은 선거권 연령 18세 인하를 2020년 총선부터 3년 늦춰 실시하는 데 합의했다. 자유한국당은 이 타협 안에 대해서도 고교생에게 선거권을 주자는 말이냐며 펄펄 뛴다. 설령 자유한국당의 집요한 반대를 이겨내고 그대로 입법이 돼도 올해 5월 초 대선은 말할 것도 없고 내년 6월 초 지방선거에서도 만18세 이상 19세 미만 60만 청소년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안 된다. 이건 우리나라 18세 청소년에 대한 모독이자 촛불 민심의 배반이며 의회정치의 역행이다.  


자유한국당의 원천 봉쇄와 바른정당의 꼼수 당론으로 18세 선거권을 2020년으로 미루는 게 어쩔 수 없다고 발뺌하는 걸 보면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싶은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너무나 성의 없고 무원칙한 타협 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은 18살 고등학생한테 투표권을 주는 건 교육적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으며 먼저 17살에 고교를 졸업하도록 학제를 개편한 후 18살부터 선거권을 주자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이 고교생을 이유로 18세 선거권에 반대할 때 도대체 고교생이 얼마나 포함되는지 한번이라도 제대로 따져봤는지 의문이다. 2020년까지 18세 선거권 유예를 합의한 야3당 또한 투표권 확대에 얼마나 큰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조금만 따져보아도 자유한국당의 반대 논거가 얼마나 실증적 근거가 취약한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추면 막연하게 고3 학생들이 대거 선거권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구체적 현실에서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신규 유권자 중 고3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선거 일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정기 선거에서 최소 2%에서 최대 25%를 넘지 않는다.  

조금 따져봐야 이 사실이 명확해진다. 우리나라 학제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누구나 고3으로 진학한 해의 3월1일부터 다음해 2월28일 사이에 맞이하는 생일에 만18세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만18세로 선거권을 낮출 경우 투표권을 획득하는 고3 학생들의 비율은 선거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선거일이 3월 초라면 거의 모든 고3 학생이 그때까지 18세 생일이 지나지 않기 때문에 투표권을 갖지 못한다. 선거일이 12월이나 1월이라면 거의 모든 고3 학생의 18세 생일이 지났기 때문에 대부분이 투표권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각종 선거의 선거일은 임기 종료일을 기준으로 법에 정해져있다. 현행법상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 선거는 각각 12월 중하순, 4월 초중순, 6월 초순에 치러야한다. 보궐 선거는 일 년에 두 차례 법에 정해진 봄과 가을의 특정 시점에 치러야하지만 총선이나 대선, 지선이 잡혀있으면 그때 함께 치르게 돼있다.  


그런데 금년 대선일은 탄핵 덕에 기존의 12월 중하순에서 4월 말 5월 초로 당겨질 게 틀림없다. 3월 초로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시점부터 60일 내에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차기 대선부터 대선일은 이번 대선으로 개시되는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보다 두 달 앞당긴 3월 초가 될 것이다. 만약 대선과 총선을 같은 날 치르자는 개헌파들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4월 초가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은 5월 초, 향후 대선은 3월 초(혹은 4월 초), 총선은 4월 초, 지선은 6월 초에 치르게 돼 있다.  

만약 만19세에서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이 낮춰질 경우 고3학생의 선거 참여 비율이 어떻게 될지를 위의 법정 선거일에 맞춰 따져보자. 이번의 5월 초 대선에는 3월과 4월에 생일을 맞이한 고3들만 참여하게 된다. 나머지 전체 고3 학생의 12분의10 혹은 83%는 투표권이 없다. 이후부터 3월 초 대선에 참여 가능한 고3 학생은 생일이 3월 초인 극소수의 학생들, 기껏해야 2%를 넘지 않을 전망이다. 나머지 98%이상의 고3 학생은 18세 선거권시대에도 대통령 투표권이 없을 게 분명하다.  

4월 초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의 경우에도 생일이 3월에 있거나 4월 총선거일 이전에 있는 고3 학생들만 투표권을 갖게 된다. 나머지 12분의11 혹은 고3 학생의 91%이상은 투표권이 없다.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 광역과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뽑는 지방선거의 경우에도 3월생, 4월생, 5월생까지만 투표권을 갖게 된다. 고3 학생 중 12분의 9, 75%는 여전히 투표권에서 배제된다.  

결론적으로 만 18세로 선거 연령을 낮출 경우에도 선거권을 획득하는 고등학생의 비중은 아주 낮다. 투표권의 혜택은 압도적으로 대학교 1학년 학생이나 고졸 1년차 사회인(취업생과 재수생)들에게 돌아간다. 자유당의 18세 인하 반대 논리, 즉, 고교생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는 그래서 군색하고 비현실적이며 돌파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대학생이면 몰라도 고등학생에게는 절대로 투표권을 못 주겠다는 자유한국당의 억지논리를 수수방관했다. 18세 선거권에 찬성하지만 이번 대선은 안 된다는 바른정당의 얌체 같은 입장을 수용했다. 그 결과로 2020년까지 18세 선거권을 유예해놓고 마치 진보적인 결단이라도 내린 것처럼 '자유한국당을 설득하겠다'고 나온다. 향후 개혁 입법 처리 과정의 판박이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기 그지없다.

주지하다시피 전 세계 235개 국 중 선거권 19금 법제를 채택한 나라는 열 두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223개 국은 선거 연령을 18세나 그 이하로 정하고 있다. OECD 국가는 우리나라 빼고 모두 여기에 속한다. 17세나 16세로 선거 연령을 낮춘 나라들도 적지 않고 지방선거의 투표 연령은 국회의원 선거 연령과 분리해서 한 살이라도 더 낮추는 추세다. 정치 선진국에서는 특히 정당 가입 연령을 지방선거 투표 연령보다도 더 낮추고 있다. 또한 법정 투표 연령 이하의 청소년이라도 결혼을 하거나 취업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투표권을 인정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나라 18세 청소년에게 우리 성인들, 특히 정치권은 한없이 미안해해야 정상이다. 전세계의 18세가 다 누리는 투표권을 유독 우리나라 18살들한테는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18세 청소년들의 판단력이 다른 나라 청소년에 비해 성숙도가 떨어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만15세에 이미 전세계 최고의 학업 역량과 판단력을 자랑한다. OECD 34개 국 모두와 다른 나라들까지 70여 국가가 참여해서 매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 학력 비교 평가에서 우리나라 15세 청소년들은 시종 여일 핀란드와 함께 최고 성적을 내왔다. 이번 촛불 집회에서도 마이크를 잡은 중고생들은 시민 자유 발언 시간의 최고 스타들이었다. 판단력만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15세부터 선거권을 줘도 얼마든지 책임 있게 소화해 낼 최우수 능력자들이다.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쪽은 정치권이지 18세 청소년들이 아니다. 전세계가 다 해낸 일을 촛불 혁명의 와중에서도 우리 정치권만 못해내는 걸 보면 분명하지 않은가. 18세 청소년들한테 마냥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다.

우리나라 법 체계도 100% 18세 선거권을 지지한다. 현행법상 18세가 되면 결혼을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결혼 문제를 독자적으로 판단할 능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18세가 되면 공무원이 될 수 있다. 중대한 공무 수행을 할 수 있는 판단력도 인정받는 셈이다. 18세가 되면 군대에 가서 군사 작전에도 참여할 수 있다. 목숨을 거는 일을 결정할 판단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18세가 되면 위험 유해 업종에 취업도 할 수 있다. 위험 유해 환경에서도 생명과 안전을 챙기며 작업할 수 있는 판단력을 인정받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 법제는 18세 시민을 모든 면에서 책임 있는 성인으로 대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우리나라 18세들이 공직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고를 판단력만큼은 부족하다고 강짜를 부린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선진화법의 품에서 19세 선거연령법이라는 시대착오적 '떼법'을 고수하고 있다.

무조건 고등학생 신분이라 선거권 줄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학생은 선거에 얼씬거리지 말고 대입 공부와 취업 준비에만 열중하라고 가르치지 말라. 대선과 총선, 지선은 만 18세 이상 19세 미만의 고3 학생이나 대학 1학년학생, 혹은 사회 생활인의 향후 4~5년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대학 입시 제도와 대학 교육의 질, 대학 등록금액과 아르바이트 최저 시급이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회인으로 감당해야 할 노동 조건과 기업 행태, 시장 질서와 경제 정책이 선거에 달려있다. 아니, 의식주와 의료, 교육, 복지 등 모든 민생 문제의 관건이 선거에서 어떤 정당을 지지하고 누구를 뽑느냐에 달려있다. 지금은 고3 학생이더라도 향후 4~5년 간의 삶을 결정짓는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선거권을 갖게 되면 공적 세계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다. 민주 시민 교육의 관점에서도 선거권 부여만큼 교육 효과가 큰 것이 없다.  

만부득이 타협 안을 만들 때에도 이런저런 점들을 잘 살펴 어떻게든 이번 대선부터 투표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 대선 주자들도 18세 투표권 등 선거법 개정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을 일으켜서 자유한국당이 반대 입장을 바꾸도록 한 목소리로 압박해야 한다. 18세 선거권만큼 여론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개혁 입법도 정치력을 발휘해서 해내지 못하면서 무슨 수로 더 고강도, 고난도 적폐 청산 개혁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중앙선관위도 손들어 준 19금 선거연령법 개정 작업은 정치권 개혁 의지의 리트머스 테스트라고 할 수 있다.  

선거법 개정만큼은 여야 합의로 해온 오랜 국회 전통이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이상 선거 연령 인하의 신규 입법이 몹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니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궤변이라도 좋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100% 인정해서 이번 대선부터 선거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되 대학생과 사회인에게만 투표권을 주자.  

물론 똑같은 18세 시민인데도 유독 고교 재학생만은 투표권을 주지 말자는 내 제안은 궁여지책이지 최선책이 아니다. 그리고 올해 4월이나 5월에 18세가 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말할 수 없이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 구도 하에서라도 18세 선거권을 이번 대선에 적용하여 시작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일단 올해 대선은 이렇게 치르고 선거 제도 전반을 개혁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둬서 본격적으로 선거 연령 문제 기타 선거법 개정 안을 만들어내게 하면 된다.  

사실 지금의 만 19세 선거법아래서는 멀쩡히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고졸 1년차 사회인이나 대학교 1학년생들도 생일이 빠른 일부(이번의 5월 초 대선의 경우 만19세 유권자의 15% 미만)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4월 초 총선에서도 대학교 1학년생이나 고졸 사회 초년생의 90% 이상은 투표권이 없고 6월 초 지선에서도 무려 75%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보궐 선거를 제외한 모든 선거일이 2/4분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의 19금 선거권의 최대 피해자는 고등학생이 아니라 새내기 대학생들이다. 대학 학생회들에게 지금이라도 강도 높은 투쟁을 조직해줄 것을 요청한다.  

오는 25일 토요 촛불 집회에서는 당연히 조기 탄핵과 특검 연장 촉구가 핵심이다. 그러나 18세 선거 연령 인하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2월 임시 국회의 본회의가 3월 2일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때 19세 선거법을 고치려면 전국의 촛불 집회에서 18세 선거권 관철을 세 번째 중요한 요구로 집약해낼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야3당의 대선 주자들에게도 한목소리로 18세 선거권을 요구해서 자유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것을 촉구한다. 자유한국당이 걱정하는 것이 고교생의 투표권 행사라면 고교생을 배제하고 18세에게 투표권을 주자고 압박함으로써 자유한국당의 입을 다물게 하자. 최소한 고교생이 아닌 대한민국의 18세 시민들에게라도 이번 대선부터 투표권을 허하라. 더 이상의 양보와 타협은 안 된다. 18세 선거권을 2020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야3당의 합의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그리고 18세 선거권을 이번 대선부터 즉각 관철시켜야 한다. 



교사는 왜 '국민 경선'에 참여할 수 없나?

 

[기고] 교사의 정치기본권, '민주시민 교육'의 필수 조건
강민정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2017.02.23 08:53:02


대통령 탄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지라 벌써부터 각 당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출사표를 내고 있다. 연일 대권 주자들에 대한 지지도가 발표되고 사람들은 매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면서도 다가올 대선에 관심이 높다. 사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온 국민이 주말을 잃은 지 오래고 국격이 땅에 떨어진 마당인지라 차기 대통령을 누굴 뽑을 것인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 경선'을 실시한다고 한다. 당원만이 아니라 국민이 뽑는 후보를 민주당 후보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제1야당이자 언론 발표에 의하면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대선 후보들이 있는 당이다. 어느 당의 누가 당선될지 선거의 최종 결과야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지도 조사에 따른 구도로 볼 때 민주당 경선은 어쩌면 실제 대통령 선거의 리허설적 성격을 갖는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즉 보기에 따라서는 본선 같은 예선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민주당 후보 결정 '국민 경선'에 교사는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중앙선관위의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교사가 그 후보를 뽑는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중앙선관위의 해석에 의하면 교사는 정당 가입 자격이 없기 때문에 정당 후보 경선에도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교사는 '국민'이 아닌 것이다. 교사인 나는 갑자기 정체성의 대 혼란에 직면했다. 교사인 나는 교사일 뿐 국민은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때만 나는 국민일 뿐이다? 그 외 일체의 정치적인 일에서 교사는 국민이 아니다? 

이런 웃지 못 할 일의 근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31조로부터 기인한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교사는 정당 가입, 정당 후원, 선거 출마, 선거운동 등 일체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당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교사는 퇴근 후에도, 휴일에도, 방학 중에도 정치에 관여할 수 없으며, 국민 경선에도 참여할 수 없다. 심지어 교사들의 전문 분야인 교육정책 책임자를 뽑는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교육감 후보에게 후원금을 내거나, 공개적인 지지 표명을 하거나, 교사 자신이 교육감 후보로 출마할 수 없다. 이런 일을 하게 되면 해고와 구속을 각오해야 한다. 실제로 몇 년 전 교육감 후보에게 후원금을 준 교사들이 해고, 구속되었다. 정당에 월 1만 원 후원금을 냈던 1500여 명의 교사들이 재판을 받았고, 작년 총선 때 SNS에 짧은 의견을 냈던 이들이 지금 선거법 위반 소송으로 시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일의 근거가 되는 헌법31조는 실은 막걸리, 고무신 선거가 횡행했던 시절 교사들이 집권당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하게 된 현실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래서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런데 박정희 군사 정권 시절 이 법 조항은 그 취지와 완전히 반대로 교사들을 일체의 정치 활동과 정치 행위로부터 배제하는 근거로 변질되어 악용되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수업이나 학교 교육 활동에 국한되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교사가 특정 종교를 갖거나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수업시간에, 아이들 교육활동에서 교사가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지 않으면 된다. 퇴근 후 교사가 저녁 예배를 보거나 절에 가서예불을 드리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아무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교사의 정치 활동 역시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교사로서의 직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요구하는 것으로 족하다. 퇴근 후에, 휴일에, 방학 중에 교사의 정치기본권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 이것이 합리적이다. 

선진국에서는 교사의 정치 기본권에 대한 일체의 제한이 없다. 심지어 독일의 경우에는 정치와 직접 관련된 교과 교사의 경우에는 정치 활동을 권장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교사가 정치에 깨어 있어야 하며, 아이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는 교육의 목적이 민주시민 양성에 있다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의 교사들은 일체의 정치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정치적 무능력자로 살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과연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교사가 민주시민 교육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이는 교사들에게 나무에 올라가 고기를 잡아오라 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본래 세상 모든 일은 정치와 무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정치야말로 가장 높은 수준에서 삶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수단이자, 삶의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지도 않는 정치적 진공 상태를 강요당하는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삶과 세상을 이해하고 준비시켜야 하는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또한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내면화하고 정치적으로 위축되는 삶을 강요당함으로써 한 인간이자 주권자인 교사의 삶조차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교사도 국민이다. 교사는 교사이기 이전에 먼저 국민이다. 교사에게서 빼앗았던 정치기본권을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교육 목적도 제대로 달성될 수 있다. 교사도 정당 가입과 정당 활동, 선거 출마가 가능해야 한다. 국민 경선 참여에서 교사를 배제하는 전근대적인 족쇄는 풀어야 한다. 당선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사표를 내야만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제대로 된 교육 공약이 나올 수 있도록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는 있게 해 줘야 한다. 이게 최소한이다.  

당장 중앙선관위는 교사의 국민 경선 참여에 대해 전향적인 해석을 다시 내려줘야 한다. 그리고 촛불 혁명으로 인해 조성된 개 혁국면에서 교사의 시민적 권리를 회복시키기 위한 법 개정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각제냐 이원집정부제냐 하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보다 더 중요하고 더 시급한 것이 국민기본권, 특히 참정권을 확대하는 개혁 입법임을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이 직시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촛불의 명령이다.



“20대가 투표 안 해서 나라가 이 모양이라고요?”

19대 조기 대선 정국 바라보는 20대 유권자 6인의 ‘수다’

조문희 인턴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2(수) 11:56:27



여기 여섯 명의 20대 청년이 있다. 각자 뚜렷한 정치적 주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주위에서 “말 빨 좀 세다”는 소리를 듣는 나름 ‘청년 논객’들이다. 2월14일 저녁, 시사저널 회의실에 모인 이들은 2017년 대한민국 현실과 다가오는 대선에서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문모은씨(여․24)는 신학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대학생이다. 집안 대대로 운동권 경력이 있는 이른바 ‘모태 운동권’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병호씨(남․23)는 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출신으로 국제고를 졸업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이며, 통역 장교 입대를 앞두고 있다. 서대웅씨(남․29)는 입사원서만 150번을 냈다. 지난해 가까스로 한 공공기관 전산직으로 입사했다. 

구단비(여․25)・이성진(남․26)・정현우씨(남․26)는 모두 언론사 입사를 준비 중이다.구씨는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으며, 이씨는 언론고시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 정씨는 스스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말했다. 이들의 입을 빌려 20대 유권자 ‘표심’을 들여다봤다. 생생한 ‘수다’를 지상중계한다.​

 

2월14일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20대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2월14일 시사저널 회의실에서 20대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투표 안 하면 친구 안 해”

 

가장 먼저 화두가 된 것은 ‘헬조선’이란 단어였다. ‘헬조선’은 2030세대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는 한국 사회를 강타한 신조어다. 한국이 ‘지옥(hell)’과 같다는 의미다. 보수 정치인들은 ‘헬조선’이란 신조어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단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취업이 안 되는 탓에 연애․결혼․출산까지 포기하는 그들에게는 지나온 대한민국 역사가 어찌됐든 ‘헬조선’이 엄연한 현실이다. 

 

 

서대웅: 평범하게 노력해서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죽어라 노력해야 평범하게 살 수 있다. 취업 관문에서 150번씩 떨어져도 연봉 3000만원 이하인 곳은 도저히 (이력서를) 못 쓰겠더라. 이 나라에서는 그 연봉으로는 살 수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받는 연봉도 결혼하고 서울에 집 사려면 많이 부족하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죽어라 노력해야 그렇게 살 수 있다. 근데 ‘돈도 실력’이라던 정유라는 몇 백 억을 모았다, 그것도 부정한 방법으로. 이게 ‘헬조선’이 아니면 무엇인가.

정현우: 어른들의 ‘꼰대’같은 시선이 청년들을 더 분노하게 만든다. 취업이 안 돼 힘들어하는 청년에게 ‘고생하는 게 당연하지’ ‘아프니까 청춘이지’라고 말한다. 이런 말에 대한 분노가 쌓여서 ‘헬조선’이란 단어로 표출된 것 같다.

구단비: 기본적으로 의식주 해결이 너무 어려운 나라다. 미국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거기 시급은 아무리 기본적인 일이어도 1만원을 줬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1시간 일해서 6470원 받고 뭘 먹을 수 있나. 밥 한 끼 먹기 힘든 나라인데 ‘헬조선’이 아니겠는가. 

(왼쪽부터) 서대웅, 정현우, 구단비 ⓒ 시사저널 박정훈

(왼쪽부터) 서대웅, 정현우, 구단비 ⓒ 시사저널 박정훈


이들의 분노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곧 표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투표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 “당연히 투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투표하지 않는 또래에게 “도대체 왜 투표를 안 하냐”며 언성을 높이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들은 그동안 20대 투표율이 낮았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 정도로 꼽았다. 하나는 다소 현실과는 동떨어진 청년공약, 다른 하나는 선거를 하기 어려운 주변의 상황이 그것이다. 전국 단위 선거는 엄연한 법정공휴일임에도 아르바이트나 수업을 빼주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만큼은 20대 투표율이 높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 너무나 막장을 봤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안 하면,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공감대가 생겼을 거다.

이성진: 이번에는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20대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많이 올랐을 거다. 이제 ‘20대가 투표를 안 해서 이 나라가 이 모양’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지 않을까. 주변에 투표 안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친구 안 할 거다. 

 

지지하는 대선주자 모두 달라

 

6명 모두의 지지를 받은 대선 주자는 없었다.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각자 달랐다. 공통점이 있다면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정권교체를 원한다하더라도 지지하는 후보가 달랐을 경우 목소리가 높아졌다.

 

 

: 무조건 정권교체다. 부정부패를 완전히 깨부술 수 있는 전투력을 가진 사람을 뽑고 싶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한다. ‘대깨문(대가리 깨져도 문재인)’이라고는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도 기득권 세력과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젊은 주자가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나가면 좋겠다.

: 이럴 때일수록 국정 능력을 갖춘 후보가 필요하다. 정직하고 안정감 있는 대통령이 적폐를 청산하면서 동시에 국가적 혼란도 수습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적합하다고 본다. 다른 후보들은 그런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병호: 안희정 충남지사가 좋다. 포용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나. 아무리 나빠도 국민 한 쪽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무조건 타협하지 않고 내몰겠다는 건 세련된 방식의 정치가 아니라고 본다.

 

대선 주자 중 가장 이야기가 많았던 인물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희정 지사는 대연정론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들의 대화에서도 안 지사에 대한 얘기가 예상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병호: 헌법재판소에서 최근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 안 지사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삼권분립의 나라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게 봤다.

: 안 지사는 ‘타이타닉’ 발언 때문에 비호감이 됐다. 타이타닉에서 어린이, 여성, 노인 순서대로 사람들을 구조한 것처럼 복지를 그 순서대로 가겠다는 건데, 대놓고 청년들을 등한시하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 오랜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안 지사는 되게 영리하다. 저 사람의 과거 발언들을 보면 저런 정치적 입장을 취할 사람이 아니다. 보수까지 안고 가겠다는 것은 표를 얻으려는 ‘수작’으로 보인다.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100프로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왼쪽부터) 이성진, 문모은, 이병호 ⓒ 시사저널 박정훈

(왼쪽부터) 이성진, 문모은, 이병호 ⓒ 시사저널 박정훈


 

공약이 가장 중요한 투표 기준

 

참석자들이 후보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공약’이었다. 평소 지지하는 후보라 할지라도 공약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공약 중 ‘청년공약’에 대해 물었다. 각 주자들이 제시한 청년 공약에 6인 모두의 호응을 얻은 정책은 없었다. 먼저 문 전 대표가 제시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문 전 대표의 공약에는 소방, 경찰,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눈길을 끌만한 공약이지만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병호: 이게 국가 재정상으로 가능할 지가 의문이다. 단순히 숫자만 늘리겠다는 건 재정만 낭비하는 일 같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려는 것이다.

문모은: 늘리겠다는 공공일자리에 돌봄 서비스도 포함돼 있어서 좋게 본다. 여성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 같다. 처우가 안 좋은 소방관 같은 일자리는 충분히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81만개란) 숫자를 못 박은 것은 뻔한 정치적 의도가 엿보였다.

: 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은 ‘걷기도 전에 뛰려는 격’이다. 컴퓨터 쪽에 일해서 알지만 우리나라를 IT(정보기술) 강국이라고 하는데 사실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하나 없다. 직업훈련소에서 요즘 교육하는 것도 코딩 교육뿐이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나갈 수준이 아닌데 이걸 강조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

이병호: 투자만 잘하면 괜찮은 비전인 것 같다. 워낙 세계적 흐름이니까. 우리나라에도 소수지만 능력 있는 사람 충분히 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이건 너무 배팅하는 것 같다. 실컷 투자했다 안 되면 어떡하나.

이성진: 이재명 시장이 내놓은 기본소득제는 전형적 포퓰리즘 같다. 매년 보육대란이 일어나고 공적 연금도 바닥나고 있는데 기본소득을 도입할 필요가 있나 의문이 든다. 지금 당장 필요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 난 좋다고 본다. 고려대에서도 이번에 하위소득 20% 이하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지원금을 줬더니 학점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기본소득도 장기적으로 보면 희망이 있을 것 같다.

이병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내놓은 청년창업 대책도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청년 창업은 해봤자 푸드 트럭 아닌가. 성공한 창업을 하는 것도 소수의 몇 명뿐이다. 이런 식으로 ‘돌려막기’ 하는 것은 경제정책을 신경 안 쓴다는 소리다.

: 우리나라는 너무 고시 준비생이 많고 안정적인 것만 추구한다. 청년들이 취업에 목숨 거는 게 아니라 창업도 해야 경제가 젊어질 것 같다. 중국만 가도 대학가 앞에는 다 창업센터라는데, 우리나라 대학가는 술집에 고시텔 천국이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건 좋은 시각인 것 같다. 

 

공약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청년들의 주된 관심사인 군대 문제로 주제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남경필 경기지사가 내놓은 ‘모병제’ 공약이었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남자에게는 솔깃한 공약이지만, 참석자 사이에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 찬성한다. 솔직히 군대는 청년에게 경력 단절의 의미가 크다. 가고 싶은 사람은 가서 돈 많이 벌고, 안 가고 싶은 사람은 그 시간에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군대 가보면 알겠지만, 주말만 되면 ‘걸그룹’에 목숨 거는 일반 병사들이 실제 전쟁에서 싸울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모병제로 전문 병사를 교육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이성진: 군인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모병제로 바꾼다 한들 군대에 가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군대 문화나 군 전반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한 모병제 공약은 진지한 고민 없이 청년의 ‘표’만을 노리고 내세운 공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발성 아닌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청년공약이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대선과 총선 때마다 허울 좋은 청년공약이 남발되지만 청년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공약이 실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다양한 청년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2014년 5월 내놓은 보도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청년 공약 평가 점수는 4.3 만점에 2.8점에 불과했다. 6인의 유권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 청년 정책이 흐지부지되고 청년 공약이 재탕되는 것은 우리를 ‘디테일’하게 이해하지 못해서다. 청년 공약만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거나 대통령비서실 안에 청년자문위를 만드는 식으로 청년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면 좋겠다.

이병호: 공약이 좀 더 미래지향적이고 근본적이면 좋겠다. 예산 몇 십 조 때려 부어서 단발성으로 효과를 보는 사업은 제일 내선 안 되는 공약이다. 우리 청년층이 살 미래를 ‘지속 가능한’ 사회로 만들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 ‘일단 내놓고 보자’는 식의 태도가 문제다. 정책을 이행하지 못하면 혼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인기만 얻으려고 두루뭉술한 공약을 남발하는데, 한 번 본보기로 따끔하게 혼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