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이제 촛불 민심은 어디로?
박근혜 촛불 집회 vs. 광우병 촛불 집회, 차이는?…"혁명적 상황 대선까지 간다"
김윤나영 기자
이제 촛불 민심은 어디로 갈까? 국회가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면서, 앞으로 촛불 민심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촛불 민심이 '소강 상태'에 접어드리라는 전망과 "혁명적 상황이 대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렸다. 어느 쪽이든 정치권에는 '박근혜 게이트 그 이후'의 민심을 받아안는 숙제가 남는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번에 나타난 촛불 민심은 단지 대통령 탄핵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6차 집회를 통해 시민의 정치적 각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새누리당 해체', '검찰 개혁', '재벌도 공범'이라는 슬로건에서 나타나듯이, 시민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이 박힌 정경유착과 부패, 기득권 세력에 대한 강도 높은 해결을 요구할 것이다. 그것이 내년 대선에 핵심 아젠다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혁명적 상황, 대선 때까지 갈 것" vs. "촛불 동력, 소강 상태로 갈 것"
촛불 민심의 일차적인 요구인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과 '탄핵'이 해결됐다면, 촛불 동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닐까? 유승찬 대표는 "촛불은 당분간 소강 상태에 접어들 수도 있지만, 다른 계기로 얼마든지 다시 폭발할 수 있다"며 "시민 혁명 정신이 쉽게 사그라들 것이라고 보는 것은 굉장한 오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특히 이번 촛불 집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와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앞의 두 집회가 '진보'의 의제였고 단일한 사안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 집회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공감대가 있고,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개혁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 1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는 청년층과 장년층, 노년층 등 모든 세대가 분노했다. 청년층은 '정유라 씨 이화여대 특혜 사태'에 특히 분노했다. '열심히 노력해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절망은 '헬조선'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노년층에게 '비선 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믿음을 배신당한 충격을 줬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삼성 그룹의 세습을 위해 사금고처럼 이용됐다는 의혹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만으로도 전 세대에 걸친 분노를 촉발했다.
이를 근거로 유승찬 대표는 "재벌이나 검찰, 새누리당을 포함한 정당들이 모두 혁명적인 수준의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민심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며 "혁명적 상황이 대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혁의 의제로는 정치 개혁, 경제 구조 개혁, 사법 정의에 대한 개혁(검찰 개혁) 등을 꼽았다.
촛불 집회가 한국 사회의 이념 지형을 '왼쪽'으로 옮겨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승찬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트럼프 현상'으로 대변되는 보수 포퓰리즘이 강세를 보이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는 그에 대한 역진적 현상이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촛불 집회에서 드러난 시민의 공론화 과정, 정치적 각성 과정이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이번 촛불 집회가 보수와 진보의 지지를 모두 받았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촛불 동력은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봤다. 박상훈 대표는 "입법부에서 탄핵안을 가결하면 촛불 집회의 일차적 목표가 이뤄진 것"이라며 "다만, 정당들이 사태를 마무리할 능력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대규모는 어렵겠지만, 여전히 정당들을 압박하는 촛불의 역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이후의 광장이 제기하는 개혁 과제'에 대해서도 박상훈 대표는 "전 국민적인 합의로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참여는 탄핵 가결을 계기로 줄어들 것이고, 보수 진영도 다른 길을 모색할 것이다. 광장에 남아서 뭔가를 해보자는 사람들은 노동 문제, 신자유주의 비판 등의 개혁 의제를 들고 나오겠지만, 그러한 방향에 동의하지 못하는 시민이 빠져서 동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 민심, 새로운 정치 모형 실험할 수도"
김윤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광장 민심'을 정치적 의사 결정에 반영하려는 "새로운 정치 모형에 대한 실험"이 나올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벌써 이미 여러 군데에서 탄핵이나 퇴진 이후를 준비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광장 민심이 대한민국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8일에는 '촛불 민심'을 대변할 시민 대표단을 선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시민 1141명이 '온라인 시민의회'를 만들어 국가적 의사 결정 과정에 국민의 뜻을 직접 전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동 제안자에는 소설가 김훈 씨, 방송인 김제동 씨, 소설가 황석영 씨,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교수,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 등을 비롯해 목수, 바리스타와 같은 각계각층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박근혜 게이트 관련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 국민의 생명과 주권이 존중받는 포괄적 국가 개혁 방안을 토론하고 수렴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플랫폼'
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바로 가기 : 온라인 시민의회)
"대선 경쟁 과열되면 민심 분노" vs. "갈등 두려워 말고 정책 경쟁해야"
김윤철 교수는 "시민 단위가 대선 주자나 정치권과 협력적인 관계를 가지고, 전반적힌 한국 사회를 재설계하는 것이 촛불 민심 이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이 재설계 관련 의제에 대한 답을 내놓으면서 대선 경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게 대선 주자 간 경쟁 과열이나 야권 분열로 나가면 민심이 분노하고, 야권이 힘을 합치면 민심에 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박상훈 대표는 '촛불 민심'의 기저에 있는 사회 전반적인 의제들을 정치권이 받아안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야, 진보와 보수, 각 정당이 갈등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정책 갈등이야말로 긍정적인 것이다. 여야가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개혁 의제들을 다뤄야지, 오히려 '반(反)박근혜 연대의 연장으로 선거를 치러서는 국민에게 실망만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개헌' 논의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는 전문가들 모두 부정적이었다. 김윤철 교수는 "정치권 일부의 '권력 구조 중심의 개헌 논의'는 촛불이 응하지도 않을 것이고, 동력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개헌을 논의하면 전체적으로 '국가 시스템 재설계'를 위한 여러 의제들이 진입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시간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상훈 대표는 "지금도 개헌에 대한 당론이 있는 정당이 없다"며 "민주적인 개헌 논의를 하려면 각 당이 당론을 정하고, 그에 맞게 선거 공약을 제시하고, 그 다음 국회나 다음 정부에서 서서히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아웃! 이제 대선후보만 쳐다볼 텐가?
[다른백년 칼럼] 촛불 민의를 '시민의회'로…시민이 나라 세워야
김상준 경희대학교 교수 1987년 6월 28일 밤. 난 몇 지인들과 새벽까지 갑론을박하였다. 당시 우린 공단지역의 젊은 노동운동가들이었다.
"직선제 받을 것 같은데?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
"아냐 절대 못 받아. 받을 수가 없어. 이렇게 끝까지 가는 거야. 이 체제가 다 허물어질 때까지."
늦게 눈을 붙이고 일어나 보니 이미 6·29 선언이 발표된 후였다.
"야 직선제 받았잖아. 거 봐 내 말이 맞았잖아!"
"야 뭘 그래. 이제 된 거야. 우리가 이긴 거야."
우리는 그해 12월의 대선 결과를 알고 있다. 야권은 분열했고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다. 돌아보면 28일 밤 갑론을박했던 양쪽 모두 직선제 수락 이후의 상황에 대한 준비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6월 항쟁을 이끌었던 국민운동본부도 야권의 양 후보 지지를 놓고 분열했다. 그리고 대선에서 야당의 패배와 함께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후 30년, 한 세대의 쳇바퀴를 돌아 다시 제 자리, 원점에 섰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직선제가 그랬던 것처럼, 탄핵 역시 압도적인 국민적 요구의 결과였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30년 전처럼 각자 알아서 자신이 선호하는 대선후보 뒤에 줄을 설 것인가?
과연 상황은 그때보다 유리한가? 당겨질 대선 구도는 87년과 유사한 3자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그 3자구도가 굳이 야권에 유리할 이유도 없다.
황교안 대행 체제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내심 새누리당 쪽에 유리하게 판을 깔아주고 싶겠지만 조금이라도 무리수가 나오면 야권은 당장 총리를 탄핵할 것이다. 그때 탄핵은 길게 끌 이유가 없다. 총리의 탄핵 요건은 단순 과반수다. 황교안 씨 역시, 자기가 박근혜도 아닌데, 굳이 탄핵 당하는 불명예를 뒤집어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는 박근혜와 달리 미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니까.
문제는 탄핵으로 모아진 동력을 여야 각 정당들이 얼마나 잘 이어나갈 수 있겠느냐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헐뜯기 싸움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13 총선에서 각 정당들이 보여주었던 그 모습, 그 수준, 그 실력을 돌이켜 볼 일이다. 탄핵 찬성 234명을 만들어낸 그토록 크고 높았던 국민적 에너지가 보자고 했던 것이 그런 식의 난장이 진흙탕 싸움은 아닐 것이다.
그토록 거대하면서도 평화로웠던 국민적 주권의지가 모아져 차분하게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한 안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대선 정국에 국민의 뜻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아니, 주입, 강요해야 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국민의 뜻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하고 승복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과정을 통한 것이라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할 것이다. 그럴 때라야 대선 경쟁의 수준과 질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안정된 제도적 장치가 있다. 국회가 소집하는 시민의회다. 현재 아일랜드에서 개회 중인 '개헌을 위한 시민의회'가 그러하다. 이 순간 이 나라에도 그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나는 2005년 시민의회가 소집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 바 있다.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 룸에서 열린 '헌법 다시보기' 연속 심포지엄에서였다. 한 가지 방법은 10만 명의 시민발의고 또 하나는 국회를 통한 발의·소집이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 두 방법이 바로 이 순간 대한민국에서도 동시에 진행 중임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밑으로부터 다양하고 광범한 시민의회, 시민평의회, 민회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 거대하고 평화로웠던 촛불 민의, 국민적 주권의지는 대통령 탄핵으로 끝내자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부터다. 어떤 나라, 어떤 대통령, 어떤 국회, 어떤 사법부, 어떤 검찰, 어떤 경제여야 하는지 본격적인 토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뜻을 시민사회, 지역사회 밑으로부터 모아가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국회 안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원장이 "촛불정신을 받아 '시민의회법' 등 시민3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말로서만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대권후보들부터 먼저 시민의회 소집에 앞장서야 한다. 국민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가 진정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려는 사람인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국민이 대선후보만 멍하게 쳐다보고 따라가는 대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는 87년 대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국민이 요구하는 나라의 모습을 시민운동과 시민의회가 앞서 제시하고, 대선 후보들이 여기에 따라오는 대선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어느 후보가 모아진 국민의 뜻을 가장 높고 충실하게 받들 수 있을지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
아직 시민의회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널리 알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시민의회의 입법취지, 구성방법, 운영방법, 국회 및 시민사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연구되어 있다. 국내외 연구서가 이미 많다.
또 언론과 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 탄핵에 이르기까지 언론·방송이 상당한 기여를 한 점을 평가한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우는 길에 끝까지 같이 가주기 바란다.
우선 언론·방송은 지금 개회되어 진행 중인 아일랜드 시민의회를 심층 취재하여 널리 보도해주기 바란다. 이 보도와 방송을 통해 많은 국민들이 시민의회를 단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그 동안 언론 방송이 박근혜 대통령의 왕조적 통치와 국정농단에 묵인·동조했던 심각한 죄과를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민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언론·방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운동은 링 밖의 시민의회만이 아닌, 링 안의, 제도 안의, 법 안의 시민의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링 밖의 시민의회만이 순수한 것은 아니다. 이런 생각은 짧다. 좋은 제도가 좋은 시민을 만든다. 바르게 제도화된 법적 시민의회 역시 얼마든지 순수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더 나아가 법적으로 제도화된 시민의회는 제도 밖의 시민의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과 영향력을 갖게 된다. 시민의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것은 당연히 국가가 제공해야 할 몫이다. 국회에서 조속히 시민의회법을 가결하여 시행해야 할 이유다.
“‘박근혜 버티기’ 민심을 이길 수 없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합리적 보수를 지향한다. 박근혜 게이트를 보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지만 새누리당 탈당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론’을 내세웠다. 당내 개혁을 먼저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11월22일 <시사IN> 인터뷰 쇼의 다섯 번째 인터뷰이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였다. 독자들의 질문을 주진우·차형석 기자가 대신 전하는 자리다. 이날 새누리당 주변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했다. 원 도지사는 남 도지사, 정병국 의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리며 보수 정당의 개혁파로 활동해왔다. 서울 상수역 근처 베짱이홀에서 열린 인터뷰 쇼를 재구성했다.
‘내 인생의 사진’을 소개해달라.첫 번째 사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취방이다. 지금 중문관광단지가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태어났다. 거기에서 중학교 때까지 살다가 제주제일고로 진학해 자취를 하기 시작했다. 중문에서는 전기가 안 들어오는 산속 과수원에서 생활했다. 중문이 제주에서도 시골이었다. 제가 1982년에 대학에 들어갔다. 그때가 전두환 정권 직후인데 과외·본고사를 없앴다. 학력고사를 실시했는데 전국 수석을 해 주목을 받았다. 전깃불도 없이 공부를 했다는 것 때문에 유명해졌다. 두 번째는 2004 ~2005년쯤에 강화도에서 마라톤할 때 사진이다. 마라톤 동호회를 6년가량 했다. 선배 권유로 억지로 시작했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풀코스를 여덟 번 정도 뛰었다. 국회의원 할 때 힘든 구석이 많았는데 마라톤은 자신을 다잡기 위한 자기 학대였다(웃음). 세 번째는 올해 7월에 싱가포르에서 찍은 사진이다. 싱가포르에서 제주에 복합리조트 투자를 한다. 매년 제주 대학생 70명을 취업 겸 어학연수 코스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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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 제공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취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맨 왼쪽). 강화도 마라톤 대회에서 뛰고 있는 모습(왼쪽). |
박근혜 게이트를 어떻게 보는지?온갖 군데에서 ‘수탈’하고 국정에 대해서는 인사 관여를 한 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주범인 사건을 우리가 눈앞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책임을 피하려고 거짓말하는 것도 일반 범인들하고 똑같은 것 같다.
‘대통령 하야’ 주장에 대해서는?집에 저와 아내, 딸 둘이 있는데, 얼마 전에 우리끼리 ‘국민투표’ 했더니 100% 하야다. 저도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 새누리당 지도부는 스크럼 짜고 버티기에 나섰다. 대통령은 부끄러운 정도가 아니다. 그분 말을 되돌려주면 모두가 ‘(대통령에게) 속았다’. 저도 대통령 당선될 때 선거운동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 잘못했고, 기회가 될 때마다 사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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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 제공 제주 대학생들의 싱가포르 연수 현장을 찾아 함께 기념 촬영. |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방청객 질문)지금 탄핵을 하게 되면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갖게 된다. 야당으로서도 난감할 것이다. 그래도 민심을 어길 수는 없다. 청와대가 말을 바꾸는 조짐이 있지만 야당이 총리에 합의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정리되지 않을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지금 헌재 재판관 중에 한 명이 아프다고 사퇴해버리면 헌재에서 탄핵 심판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임기 끝까지 황교안 총리가 1년 넘게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금은 모든 게 유동적이다. 하지만 또한 정치는 모든 게 협상이 가능한 것이다. 저는 이 국면이 오래갈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 계산만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버틸 것이다. 또 이런 국면이 장기화할 때 야당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 탄핵이 부결되거나 헌재에서 무산되면 민심이 폭발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여당 입장에서는) 치르나 마나다. 정치적 이득만 따진다면 장기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변수가 특검 수사다. 지금 최고의 불확실성이 대통령인데, 대통령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 오고 모든 걸 내려놓으면 단시간 내에 질서가 잡힐 것이다. 민심을 이길 권력은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했는데. 새누리당을 탈당할 생각은 없나?2주일 전에 남경필 도지사와 정병국 의원이 제주에 왔다. 결론은 탈당밖에 없다는 게 남 도지사의 의견이었다. 정병국 의원은 중립이었다. 저는 ‘탈당을 하려면 50명 정도는 해서 지각변동을 일으켜야지, 지금 개별 행동을 먼저 하지 말자’고 의견을 냈다.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서로 평행선이었다. 저는 책임 있는 사람 쫓아내고 ‘순실표 공천’이 있었는지 밝혀내고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하다 하다 안 되면 그때 가서 고민하자는 생각이었다. 새누리당에는 부패·권위주의·탐욕 같은 게 드리워져 있다. 이걸 걷어내는 과정은 충격적 고통을 거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청산하려면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렸을 텐데, 박근혜 대통령의 자폭에 의해서 앞당겨진 게 아닌가 싶다. 어렵긴 하다. 의원 구성을 보면 친박이 80명, 비박이 40명이다. 당내에서 합법적인 표결로는 관철할 방법이 없다.
최순실씨 등이 중문단지에 관심이 많았다는데. 중문골프장이 한국관광공사 소유다. 적자가 심해서 기획재정부가 공사 측에 ‘이 골프장을 팔아라’ 했고 ‘그럼 좋다, 제주도가 사겠다’고 했다. 그런데 관광공사에서 거기에 1500석짜리 한류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하더라. 그걸 부탁하려고 김종덕 문체부 장관을 만났는데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더라. 그래서 ‘제주가 한류의 센터로 날개를 펴는구나’ 싶었는데, 공연장 규모를 점점 줄이자고 하더니 나중에는 거기에 콘도를 지어서 상가로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자본이 땅 장사, 분양하는 것을 못하게 하고 있는데 한국관광공사까지 땅 장사를 하느냐 싶어서 거절했다. 그러면서 무산되었다. 마지못해 그때 도장 찍었으면 요즘 텔레비전에 다른 모습으로 나왔을 것 같다(관객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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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운데)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으로 올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
2014년 제주에서 전국체전이 열렸는데, 정유라씨가 출전한 승마 경기는 인천에서 열렸다.제주가 피해자다. 70억원 들여서 승마경기장을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전국체전 한 달 전에 승마협회에서 승마는 인천에서 하겠다고 했다. 온갖 핑계를 대더니 나중에는 ‘말을 배에 싣고 오면 말들이 놀란다’는 선수들의 민원이 있다고 했다. 그럼 아테네 올림픽 때 전 세계의 말은 어떻게 이동했느냐고 했더니 말을 못하더라. 책상 치며 싸웠지만 결국 인천에서 승마 경기가 열렸다. 전국체전 끝나고 바로 소송했다. 제주도가 승소했다. 그런데 그때 민원을 낸 이가 알고 봤더니 최순실, 정유라 선수였다. 이래서 그랬구나 싶다. 지금 그 건과 관련해 최순실 등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대학 때 학생운동으로 투옥되기도 했는데, 왜 보수 정당을 선택했나?구속되고 구로공단에서 야학도 하고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뒤늦게 대학을 졸업했다. 20대 때는 군부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30대 지나면서는 이념적으로 방황을 많이 했다. 동구권 사회주의가 무너지면서 운동권 시절에 ‘이것만이 옳다’고 하던 게 무너져 내렸다. 또 당시 보수 정당에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던 김부겸·김영춘·손학규 같은 정치인이 있었다. 한국이 바뀌려면 좀 더 합리적이고 대화가 되는 건강한 보수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 안에 있는 기존 기득권만으로는 변화가 힘드니까 운동권 출신이 들어가서 개혁의 축을 담당하자고 선언하고 들어갔다.
최근 박근혜 게이트를 보면 결국 실패 아닌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희룡이 꿈꾸는 대한민국은?저는 민주화 세대이고 경제성장 세대다. 성취를 이어가면서 격차를 줄여야 한다. 서로가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도록 정치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 발전을 이어가면서 격차를 해소하고 협상·타협이 가능한 정치를 만드는 것, 두 가지 목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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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운데)는 제주도의 난개발과 중국인의 무분별한 투자 개발을 막겠다고 했다. |
존경하는 인물은?싱가포르의 리콴유, 미국의 링컨이 대단하다고 본다. 수많은 적들과 함께하며 통합을 해냈다. 리콴유는 독재 쪽에 가까운데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해 많은 반대자가 있었지만 나라를 국제적인 독립국가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했다.
대통령 선거 경선에 뛰어드나?이번에 할지 다음에 할지 고민이다. 도지사 임기가 절반 막 지났다. 내년 대선을 전제로 준비하지 않았다. 아직 결론 내지 않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반기문 총장이 외교부 장관을 할 때 국회 외통위 활동을 해서 잘 안다. 새누리당에 안 올 것 같다. 반 총장이 정치 경험이 없다. 정치권이 온갖 갈등이 모이고 권모술수도 집중되는 곳이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삭제하고 싶어 하는 상황인데 반 총장이 그 전면에 서려고 할까.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가장 어려운 상대와 쉬운 상대를 꼽는다면?(방청객 질문)안희정 도지사와는 자주 만나 대화한다. 둘이 딱 맞는 게 있다. 진보 쪽에서는 6·25 전쟁이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극단을, 보수에서는 전두환 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극단을 떼어내자. 공통분모는 합리성이다. 그렇게 되면 진보를 선택하든 보수를 선택하든 어느 정도 안정적이고, 그런 체제로 가야 한다는 데 둘이 동의한다. 야권 대선 주자 중에서는 안 도지사에 대한 감정이 특별하다. 요즘은 이재명 성남시장을 주목한다. 거침없이 진보적인 주장을 하고 행동한다. 나는 그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 상승을 눈여겨보고 있다.
제주도의 중국화를 우려한다.(방청객 질문)
제주도가 이러다 중국 땅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 잘 알고 있다. 중국인이 땅 사서 개발하는 방식에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된 게 있어서 그 설거지를 하고 있다. 난개발, 무분별한 투자를 막아서 질서를 잡아갈 거다. 2년간 도정을 하면서 난개발에 제동을 건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주 도심지에 청년과 서민을 위한 좋은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다. 주택·교육이 큰 문제다. 국가·사회가 어느 정도 부담을 안아줘야 미래 세대가 희망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임기 동안 제주에서 시범적 사업을 꼭 해보고 싶다(인터뷰 쇼 동영상은 <시사IN> 페이스북(facebook.com/sisain)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론] 올 것 같지 않은 미래는 온다
남인숙 작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0(토) 11:00:26 | 1416호
강의와 집필 자료 수집을 위해 여러 책을 읽다가, 최근 대체에너지 기술이 상상 이상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예측이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어렸던 시절에는 공상과학 만화에나 등장하는 소재였고, 십여 년 전까지도 산간벽지에서 물이나 좀 데워 쓸 수 있는 비싸고 신기한 시설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태양광에너지 기술이 불과 20~30년 후에는 화석에너지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효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환경오염도, 전기요금 걱정도 없는 꿈의 에너지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대체에너지와 그 파급력에 관한 소설까지 쓴 적이 있는 필자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순간 엉뚱하게도 요 근래 쭉 느껴왔던 사회적 피로가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나라 모양새를 보며 도무지 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미래에 대해 기대를 품게 된 것이다.
필자가 본 요즘 정치 상황은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은 퇴보한 느낌이었다. 기득권 세력이 앉혀놓은 무능한 왕, 왕의 주지육림, 신관(神官)을 곁에 두고 정사를 맡긴 왕, 암암리에 권력을 이양받은 신관의 전횡, 온 백성이 들고일어나는데도 꿈쩍도 않는 왕과 민심을 이용해 보려는 책사들의 합종연횡 등 역사책에서 혀를 끌끌 차며 보았던 장면들이 뉴스에서 재연되는 걸 지켜보아야 했다. 과연 문명이 진보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글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다시 ‘인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비인간화의 삭막한 세상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건전한 공동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은 사회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욕망은 변함이 없기 때문인데, 이제 그 욕망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선구자들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과 인간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 안에 이제 우리도 들어와 있다.
필자가 기술이 정치마저 구원할 거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다만, 30년 전 공상과학에 불과했던 기술을 현실의 영역에 들여온 인류의 저력에 기대를 가져보고 싶은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20만 년 인류의 역사에서 처음 생겨난 것들이다. 조상들이 100년에 걸쳐 겪은 변화를 1년 만에 만들어내고 있는 우리는 상상만 하면 이루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지도자, 좋은 정치인에 대한 상상도 이루어지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어려운 시대를 지나오며 겨우 나아졌다고 생각한 것들이 알고 보니 저만치 물러나 있는 것이었다는 무력감. 거기서 주저앉지 않고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 다가올 것 같지 않았던 미래가 어느 날 눈을 뜨면 훅 다가와 있는 현대 기술의 지수 증가를 삶의 영역에서도 체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가 최초로 언제 어디서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소통하고 있고, 최초로 전 구성원이 투표해서 지도자를 뽑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최초로 2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였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