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아직 ‘민주화의 개발도상국’" 촛불 비하하는 日 대표 저널리스트
"한국은 아직 ‘민주화의 개발도상국’" 촛불 비하하는 日 대표 저널리스트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6.12.07(수) 18:12:30
이케가미 아키라. 1973년 NHK에 들어가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5년 3월 퇴사를 한 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 일본에서 정말 유명합니다. 최근 일본 방송에서 손석희 JTBC 사장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당시 손 사장을 두고 '사회정의가 강한 저널리스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선 덧붙입니다. "손석희 사장은 한국의 이케가미 아키라다." 한국 언론인들 중 영향력에서 가장 꼭대기에 자리한 손 사장을 빗댈 정도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케가미는 지상파 TV프로그램에 등장해 국내외 뉴스를 주로 설명합니다. 그는 뉴스를 쉽게 풀어주는 저널리스트로 유명합니다. 비전문가들에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설명하는 프로그램 유형에 능숙하죠. 정치적 무관심이 큰 일본에서는 소프트한 와이드쇼 형태의 뉴스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케가미에 대한 수요도 많습니다. 일본에서 큰 이슈가 터졌을 때 마련되는 특집 방송일 경우 방송국에서는 대부분 진행자로 맨 처음 그를 생각합니다.

ⓒ asahi TV
이케가미 아키라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뉴스프로그램 중에 아사히TV의 '이케가미 아키라 뉴스-그런 것이었구나'가 있습니다. 토요일에 방송하는데요, 바로 지난 토요일인 12월3일 방송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다뤘습니다. 요즘 일본에서도 연일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하고 있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심지어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청문회에 등장하는 모습도 생중계로 보여줄 정도니까요. 그 정도로 관심이 많습니다.
기사 맨 하단에 유튜브 영상을 첨부했습니다. 이케가미 아키라 뉴스쇼입니다. 일본어를 몰라도 분위기를 보면 보통의 뉴스 보도처럼 딱딱하지 않습니다. 스튜디오 분위기도 매우 밝습니다. 일본인들이 이슈에 대해 알기 쉽게 진행합니다. "우리 이것만은 알고 갑시다"라는 분위기입니다. 유명한 저널리스트가 진행하는 쇼다 보니, 적지 않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의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케가미 아키라의 독자적인 관점으로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라는 나레이션으로 뉴스쇼는 시작합니다. 편성은 총 50분입니다. 이중 전반 25분을 박 대통령에게 할애했습니다.
이날 이케가미 아키라가 제시한 관점은 네 가지입니다.
1. 한국의 대통령은 스캔들 투성이?
2. 한국은 성공사례가 있어서 데모가 많다?
3. 한국은 학력으로 차별당한다?
4. 한국경제가 사실은 위험하다?
따지고 보면 3번은 우리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사실이고 4번은 전망이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1번과 2번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일단 이번 사태를 두고 설명하는 걸 봅시다. 실제 방송에서 사용한 문장을 그대로 따왔습니다.
일단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최순실과 박대통령의 관계, 태블릿 입수를 통해 밝혀진 연설문 첨삭, 미르재단과 기업자금, 정유라의 부정입학 등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전국에서 190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문 영상을 보여주며 "박대통령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국민들은 수주에 걸쳐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정도는 사실에 근거한 설명입니다.
이제부터 이케가미의 분석이 들어갑니다. 첫 번째로 제시한 분석은 '한국의 대통령은 스캔들 투성이?'였습니다.
이번 게이트를 보고 이케카미는 "한국의 대통령에 대한 스캔들이 또 나왔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서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 중 최규하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모두 스캔들이 있었으며. 이 스캔들은 대통령 본인 뿐만 아니라 측근과 관련된 것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고 분석했습니다.

ⓒ asahi TV
이케가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사건 역시 ‘스캔들’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스캔들이 많은 이유로 "일본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시스템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대통령의 강력한 권력입니다. 5년 임기지만 재임이 안 되기 때문에 임기 기간 내에 (대통령 본인이 죄가 없더라도) 측근과 친족들이 ‘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이유로 몰려든다는 게 이케가미의 분석입니다.
기분은 상하지만 이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내각제 국가인 일본이 대통령제를 이해 못하는 것도 감안해줘야죠. 문제는 그 뒤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를 하는 것이다"고 설명한 이케가미는 이번 정국에 ‘국민정서법’에 의한 ‘괘씸죄'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론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 검찰이 움직이고, 이로 인해 판결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든 게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즉 '친일파 재산몰수법’입니다.
광장에 모인 민심과 그 분노, 그리고 정권의 위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정부는 국민의 준엄한 여론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진리를 보여준 게 우리네 광장입니다. 그런데 이걸 단순히 ‘국민정서법’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 분석일까요.
게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설명하면서 이번 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친일파 재산몰수법을 가지고 오는 것, 그리고 이걸 한국인들이 여론몰이를 해 만든 것으로 폄하하는 게 옳은 말일까요. 이케가미가 "이미 합의를 본 건에 대해 법을 나중에 만들고, 그 전에 있었던 일까지 규제를 한다"고 말하자 프로그램에 나온 게스트들이 "이런 것을 보면 한국은 뒤떨어졌다"고 말합니다. 이게 그대로 방송을 탔습니다.
두 번째로 제시한 분석은 '성공 사례가 많아서 데모가 많다?'입니다. 여기에는 집회에 참석한 우리 국민들의 인터뷰가 등장합니다. 한 여학생은 "‘학교에서 집회가 있다고 해서 친구랑 나왔다"고 말하는데 여기에 일본어 더빙이 붙습니다. 그런데 뉘앙스가 좀 묘합니다.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집회에 참석한 게 아니라 "그냥 집회가 있다기에 나와 봤다"는 느낌입니다.
"한 번도 한국인으로서 창피한 적이 없었는데, 참 창피합니다"라는 남성의 인터뷰에도 일본어 더빙이 붙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뉘앙스가 요상합니다. 국민으로서 이번 사태가 부끄럽다는 얘기인데 마치 "한국인인 게 창피하다"는 느낌입니다. 이럴 때마다 게스트들은 "에~" "아~"하며 공감하는 사운드를 냅니다.
이케가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국은 불과 30년 전 민주적인 선거와 언론의 자유가 없는 군사정권이었으며 당시에도 시위가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얻은 민주정부로의 이행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국 민주화의 이유로 "당시 1988년 서울올림픽이 있었고, 이 때문에 해외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가 군대를 동원한 진압이 더 이상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흘러나옵니다.
"이런 시위를 기점으로 한국은 민주화를 향해 걷기 시작했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아직 ‘민주화의 개발도상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이케가미는 설명합니다. 그리고 나레이션이 덧붙입니다. "이런 일들이 불과 30년 전에 벌어졌기 때문에, 정부에 불만이 있으면 아직도 시위를 통해 주장할 때가 많다."
이런 시위들은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이고 국민들은 시위의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민주공화국을 쟁취해 갑니다. 하지만 이케가미의 설명만 듣는다면 우리 국민은 마치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여겨집니다. 일본 유명 저널리스트의 잘못된 한국 보도와 편견의 확산. 이걸 보고 일본인들이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이나믹한 상황을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쯤 되면 이케가미를 손석희 사장과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입니다.
이케가미는 과거 한국을 소재로 한 방송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2015년 6월 후지TV가 방영한 ‘이케가미 아키라 긴급 스페셜,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모르는 한국의 수수께끼’라는 프로그램에서 한국 여고생의 발언이 조작된 채 나가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길거리 인터뷰에 응한 여고생은 “(일본의) 문화가 매우 많다. 그리고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일본어 자막으로는 “(일본이) 싫어요. 한국을 괴롭히지 않았나요”라고 설명돼 전혀 다르게 말한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후지TV가 사과하면서 일단락 됐습니다.
(도움 : 이애림 전 시사저널 일본통신원)
‘아버지의 위기’, 조선의 아버지에서 그 답을 찾다
이황·정약용·박세당 등 자상하고 따뜻했던 《조선의 아버지들》, 그 훈육법 전하는 백승종 교수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7(수) 14:30:27 | 1416호
“조선의 아버지들에게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의 가치가 존재한다. 그들이 애써 추구한 인생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상당 부분 유효하다. 그들은 힘써 현실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려고 했고, 매사에 성실한 태도를 견지했다. 성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을 존중했으며, 비상한 인내심과 자상함으로 끝까지 가족을 보살피고 사랑했다.”
아버지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을 위해 역사학자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가 조선시대 아버지 12명의 삶에서 해답을 찾아냈다. 김숙자·유계린·이황·김인후·이순신·이항복·김장생·박세당·이익·정약용·김정희, 그리고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까지. 오랫동안 미시사(微視史) 연구에 몰두해 온 백 교수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해 면면이 독특한 선조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 사우출판사 제공
“엄격하거나 일방적인 권위 없어 ”
500년 전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 아버지들의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백승종 교수가 조선의 아버지들에게 자문(諮問)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 변동이 심해지면 아버지와 아들은 운명적으로 대립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시간이 흐르면 한때의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그 역시 자신을 거부하는 아들과 부딪힌다. 무겁고 두려운 비극의 대물림이 아닌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땅의 극심한 사회 변동 속에서 많은 시민들은 세대 간의 마찰과 갈등을 잇달아 겪는다. 사회문제가 가정의 위기로 비화되면서 가정 안에서 정서적 연결고리가 가장 취약한 ‘아버지의 위기’가 발생한다.”
아버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조선시대의 가부장적 사고’를 끌어오는 건 아닐까? 백 교수는 조선시대의 사회를 움직인 아버지들의 내면으로 ‘한발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그들에게서는 21세기를 사는 지금의 우리들도 공감할 수 있는 점들이 많았다. 이 시대 아버지들은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내가 만난 12명의 조선시대 아버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매력적이라고 본다.”
백 교수가 조선의 아버지들에게서 찾아낸 특징들은 이 시대 아버지들이 본받고 실천해야 할 덕목들이다. 우선 조선의 아버지들은 자상하고 따뜻했다. “아버지 이황은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다.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도 마구 야단치지 않았다. 거듭해서 조용히 타이르고 훈계했다. 본인이 잘못을 깨닫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하여 집안에서는 큰소리 나는 법이 없었고, 화목했다. 영웅 이순신도 자식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하루라도 자식을 곁에 두지 못하면 몹시 힘들어했다. 박세당은 어머니의 묘소를 지키는 아들들에게 예법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며 ‘예법을 무시하라’고 말했다.”
특히 대학자 박세당은 세상에 둘도 없는 따뜻한 아버지였다. 17세기 후반 성리학의 시대에 양반이 그렇게 생각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조선의 아버지들은 말로만 훈계하지 않고 몸소 모범을 보였다. 아버지 자신이 자식에게 가르친 내용을 몸소 보여주는 삶을 살았다. “천주교 탄압이 거세지면서 정약용 일가는 쑥대밭이 되었다. 가문이 해체될 지경인 데다 유배가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으니 아버지 정약용의 시름이 깊어만 갔다. 앞길이 막혀 어깨가 축 처진 아들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당부했다. ‘지금 너희들은 스스로를 천시하고 비루하게 여기지만, 그런 태도야말로 너희 스스로를 비통하게 만드는 꼴이다.’ ‘늘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라. 벼슬길에 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당당하라.’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뜻하지 않은 불운에 대처하라는 가르침이다. 이런 훈계가 말에 그칠 뿐이라면 소용없는 일. 아버지 정약용은 18년간의 유배기간 동안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해 500권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폐족의 위기를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백승종 지음
사우 펴냄
244쪽
1만4000원
“왕조보다 백성이 더 소중하다고 가르쳐”
백승종 교수가 내세운, 진정한 아버지다운 조선의 아버지들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삶을 살았다. 밖에서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아내와 자식에게 권위를 부리거나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
조선의 아버지들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벼슬자리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심지어 목숨을 내놓는 일도 망설이지 않았다. 백 교수는 그런 조선의 아버지들이 구하려고 했던 ‘충(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충은 자신을 포함한 일체의 사물에 진심을 다하는 것이다. 충성을 바친다는 것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충성을 바칠 최고의 대상은 백성이다. 다음은 나라이다. 임금은 그다음일 뿐이다.’ 기록에는 없는 대사다. 사실은 《맹자》에 바로 그런 말이 나온다. 이른바 ‘사서삼경’, 곧 유교 경전을 관통하는 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임금보다는 왕조가, 왕조보다는 백성이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한발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유교적 교양을 추구하는 선비들에게는 ‘나(我)’가 제일 중요한 충성의 대상이었다. 군자가 되려면 결코 자신을 속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진심을 다해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했다. 자신에게 정직하고자 하는 사람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소신을 접거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