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기운 뒤 3층 안내데스크가 있는 곳으로 나왔고, 장인어른을 찾기 위해 CCTV를 확인했다. 헬기가 도착한 소리가 들릴 때까지 CCTV 화면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CCTV 영상 편집·삭제 가능성 제기
해경과 해군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두 달 후인 2014년 6월 세월호 선내에서 CCTV 저장장치(DVR)를 찾았다. 여기에 담긴 영상은 오전 8시48분까지였다. 그런데 세월호 생존 탑승자인 강병기씨는 정부가 복원한 영상보다 더 오랫동안 CCTV가 작동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헬기 도착 시간이 오전 9시27분이었기 때문에 40분가량의 추가 영상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생존 탑승객도 “CCTV가 9시48분 이후에도 작동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9월1~2일 양일간 진행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제3차 청문회에서는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들이 쏟아져 나왔다. 침몰 원인 규명, 참사 당시 및 이후 정부 대응의 적정성, 참사 당시 및 이후 언론 보도의 공정·적정성, 선체 인양 과정의 문제점 및 선체 인양 후 보존 등의 주제로 진행된 이번 청문회에서는 가장 먼저 정부의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생존 탑승객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영상 일부가 편집돼 삭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류희인 세월호 특조 위원은 “정부가 참사 두 달이 지나서야 DVR을 확보했다. 그 중요성에 비해 수거 과정과 수거 이후 해군의 조치 기록이 각종 문서에 나타나지 않는 의혹사항이 있다”면서 CCTV 존재 자체를 정부가 감추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조 초기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에어포켓 확보 노력이 실효가 없는 ‘시간낭비’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상갑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청문회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공기 주입을 할 당시 세월호에는 희생자들과 관계 있는 에어포켓이 없었다”며 “공기를 넣어봐야 천장에 조금 들어가는 정도”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에어포켓 공기 주입에 사용한 기구가 구조에 쓰이는 것이 아닌 공업용 소형 공기압축기였다는 데 있다.
박종운 안전사회 소위원회 위원장은 “구조구난의 골든타임에 정부가 시행한 에어포켓 공기 주입은 소형 컴프레서 등을 사용했다”며 “수색 실패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사기행각”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을 했던 언딘의 협력사인 금호수중개발 대표 박승도씨 역시 “당시 공기 주입을 위해 준비한 장치는 ‘DENYO-180’으로 이는 암석 등을 들어올리는 공업용 장치”라고 증언했다. 정부가 실제 생존자를 살리기 위한 방법보다 보여주기식 구조에 매달려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前 KBS 국장 “홍보수석 전화, 명백한 압력”
구조작업에 동원된 민간 잠수부들에게는 세월호 선체 도면조차 제공되지 않았다. 언딘의 김윤상 대표는 “해경은 해경대로 해군은 해군대로 하라고 하고, 어떤 곳에서는 구조하라 하고, 다른 파트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라면서 “컨트롤타워가 없어 중구난방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구조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역시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증언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해경이 구조상황을 브리핑했지만 신뢰도는 이미 떨어진 상태였다. 실제 참사 당일 브리핑에는 구조작업에 160여 명이 투입됐다고 나오지만, 지금까지도 이를 믿는 유가족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정부가 유가족들의 동향 파악에 주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문회에서 공개된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중앙구조본부 정보반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가족대표 13명이 구성됐고, 이 중 밀양송전탑 강성 시위전담자도 있는 것으로 추정돼 향후 보상 등 협상에서 주도적 발언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나와 있다.
청문회에서는 보도통제에 대한 자세한 정황도 공개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를 책임졌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길환영 전 KBS 사장은 러닝타임 20분 이내에 대통령 보도를 다루게 하는 원칙이 있었다”면서 “길 전 사장이 세월호 참사 다음 날인 4월17일 KBS 9시뉴스에 13번째로 배치돼 있던 박근혜 대통령의 참사 현장 방문 기사를 더 앞쪽에 배치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길 전 사장은 참사 일주일 뒤인 4월23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기사가 31번째 뉴스로 배치돼 있었는데 이 뉴스도 앞으로 올려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부터 보도와 관련해 전화를 4차례 받았다”면서 “보도국장에게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화해서 아이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명백한 압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청문회가 한창일 당시에도 광화문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이 진행되고 있었다. 막바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17일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 특검 의결! 세월호 선체조사 보장!”이라는 함성이 또다시 울려 퍼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 규명을 위해 특조위의 활동을 보장하라”고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단식농성 중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해수부는 “특조위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조사활동 기간이 종료됐기 때문에 청문회의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청문회 자체를 부정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특조위 기간을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활동 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은 2015년 1월1일 시행됐는데, 이석태 위원장 등 특조위원들이 임명되며 특조위가 모습을 갖춘 것은 3월5일이다. 시행령이 제정되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 것은 5월11일이고, 지난해 말 조사 활동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다.
정부와 여당은 세월호 특별법이 시행된 2015년 1월1일을 시작으로 보고 특조위 기한이 지난 6월30일 끝났다고 보고 있다. 반면 야당과 유가족들은 특조위가 실질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시점을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점을 놓고 봤을 때 내년 2월까지가 존속 기한이며, 시행령이 제정된 시점이 지난해 5월11일이기 때문에 최소한 올해 11월까지가 활동 기한이라는 것이다.
야당과 유족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정부의 대처는 단호했다. 특조위에 파견됐던 공무원들은 원대 복귀했고, 예산 역시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가 제대로 준비될 리 없었다.
개최 장소부터 문제였다. 청문회는 대체로 국회 제3회의장에서 개최된다. 특조위는 지난 1차 청문회 때부터 제3회의장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다. “국회 내 회의장은 국회가 주관하는 인사청문회 및 공청회, 원내 교섭단체가 국회의 운영을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만 쓸 수 있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다. 이와 관련해 특조위 관계자는 “특조위 청문회는 국회가 만든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 청문회와 특조위 청문회의 주최자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청문회를 방해하기 위해 정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특조위는 “지난 8월5일 청문회 개최 장소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으로 정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청도 하고 사용승인도 받았으며, 10일에는 사용료도 완납하는 등 대관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바로 그다음 날인 11일 사학연금공단 측은 취소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특조위가 공단 담당자와 통화하는 가운데 교육부에서 공단으로, 공단에서 공단 서울회관으로 압력이 행사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어렵게 열린 청문회지만 증인과 참고인이 무더기 불참하면서 ‘반쪽 청문회’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강신명 전 경찰청장, 길환영 전 KBS 대표이사 등 증인 39명과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주언 KBS 이사, 장병수 언딘 이사 등 참고인 29명이 채택됐지만 그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정부가 청문회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굳이 청문회에 참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유가족들의 단식은 지금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①]특조위 소기 성과 속 한계..향후 과제는?
예산·인력 어려움 딛고 원인규명 노력 특별법 명시 업무 다 못해..법적 한계 드러내뉴스1|윤수희 기자|입력2016.09.05. 08:09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3차 청문회가 지난 2일 끝났다. 백서 작성도 이달 말까지가 기한이다. 정부는 이미 특조위 종료를 선언했고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달 해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특조위의 노력에도 세월호 참사의 실체는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2년 5개월을 정리한다.
정부가 통보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한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2015년 1월1일을 특조위의 활동 시작일로 해석한 정부는 6월30일을 조사활동 기간 종료기한으로 통보하고 9월30일까지 종합보고서 및 백서를 작성할 것을 요청했다. 특조위는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정부가 지정한 종합보고서·백서 발간 기간인 9월에도 조사활동을 계속 진행해왔다. 10월1일에도 출근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9월 안에 세월호특별법이 개정돼 특조위의 활동기한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10월1일 정부가 특조위 폐쇄 등의 조치를 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많은 한계 속에 특조위가 남긴 성과 특조위에 1년여동안 접수된 238건 중 조사 개시 사항은 211건이다. 현재 조사보고서가 완료된 사안은 1건이며, 4건이 전원위원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특조위는 전원위에서 의결된 후 해당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권영빈 진상조사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6월22일 특조위의 조사활동이 약 30%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특조위 출범 당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었고 진상규명국장이 공석이었으며 여당 측 추천위원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성과다. 특조위에서 다루는 모든 조사안건은 개별적이지 않고 서로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증인이 대거 불출석하는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 열린 3차 청문회에서도 특조위는 해수부의 선체 인양 지연 문제, 세월호 선체 내 폐쇄회로(CC)TV 영상 삭제 의혹, 보여주기식 에어포켓 공기주입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의 KBS 보도 개입의 구체적인 과정을 공개하고, 제주항 CCTV 분석 등을 통해 세월호 선체 내 철근 과적 문제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해경을 상대로 받아낸 주파수공용통신(TRS) 기록을 분석함으로써 해경이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에어포켓 공기주입을 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잠수기록과 TRS 기록을 대조 비교해 잠수부들의 활동이 없다고 유선보고한 시간에 '잠수활동을 벌였다'는 잠수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정황도 밝혀냈다. 앞선 두 차례의 청문회에서는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과 진도·제주VTS 간 교신 음성의 편집·조작 문제 등을 제기하고 이준석 선장이 당초 알려진 바와 달리 퇴선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청문회 개최 외에도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어 피해자 지원대책을 점검하거나 SNS를 통한 보수단체의 여론 조작 등을 규명하기도 했다.
◇아쉬움과 향후 과제 특조위는 많은 성과를 냈지만 대부분 끝을 맺진 못했다. 세월호특별법에 근거해 출범한 정부기관임에도 특별법에서 명시한 업무를 다 수행하지 못했다. 짧은 기간과 예산·인력 부족 탓이다. 세월호특별법의 정식명칭은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진상규명법)'으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며 피해자 지원대책을 점검하는 것이 특조위의 역할이다. 그러나 특별법이 규정한 특조위의 업무 중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은 이행할 수 없었다. 특조위가 해경 지휘부를 수사하기 위해 지난 2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국회에 제출한 특별검사 요구안은 여당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조위 활동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조사 권한이 국회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특조위는 지속적으로 국회에 특검요구안을 본회의에 바로 상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선체조사도 특조위가 주도하기 어려워졌다. 해수부는 세월호 선체를 7월에 인양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인양은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계속 지연됐다. 이로써 정부가 통보한 특조위의 활동기한인 9월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상가상 참사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가장 큰 증거인 세월호의 선체마저 훼손됐다. 해수부는 객실 구역만 분리해 바로 세운 뒤 작업하는 방식인 '객실직립방식'을 선택하며 온전한 선체 인양을 사실상 포기했다. 앞서 해수부는 특조위가 해체되더라도 선체 인양 후 3개월간 선체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도 인력도 없는 특조위가 실제로 조사를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조위 관계자는 "법적 권한에 대한 부분도 명확하지 않고 선체조사를 하기 위한 인원과 예산이 필요한데 3개월 활동을 보장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국회도 힘이 돼지 못했다. 지난 12일 국회의장과 여야3당 원내대표는 선체조사를 계속하기로 했으나 조사기간과 주체를 향후 논의하기로 했다. 여당이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해 선체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특조위의 활동이 10월 끝나게 되면 특조위가 주도하는 선체조사는 사실상 힘들다. 특조위의 활동 기한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조위가 수행하지 못한 제대로 된 선체조사와 진상규명, 조사 중이던 200여건의 사안을 밝혀내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중차대한 임무는 결국 시민사회의 몫으로 남게 된다. 특조위 관계자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당연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라며 "참사가 벌어졌을 때 국가가 그 책임을 묻고 제도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문회를 통해 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가 계속돼야 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며 "계속 조사를 진행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국민들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②]의미있는 퍼즐조각 확인했지만 전모는..
핵심적인 진실 규명은 우리사회가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뉴스1|박동해 기자|입력2016.09.06. 08:14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3차 청문회가 지난 2일 끝났다. 백서 작성도 이달 말까지가 기한이다. 정부는 이미 특조위 종료를 선언했고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달 해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특조위의 노력에도 세월호 참사의 실체는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2년 5개월을 정리한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세월호 사태 이후 2년5개월에 걸쳐 검찰 수사와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이뤄졌지만 세월호 침몰과 구조 지연의 근본적인 진상규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검찰은 이해 7월 21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크게 5가지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침몰원인은 ▲2012년 일본에서 수입된 후 수리·증축으로 인해 무게가 총 239톤 늘어나 좌우 균형이 틀어짐 ▲사고 당일 최대화물적재량(1077톤)의 2배에 달하는 과적(2142톤) ▲선체 복원에 필요한 평형수 등을 1437톤 감축 적재 ▲컨테이너 부실 고박으로 인한 복원성 저하 ▲선원들의 중대과실 등이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선박관리를 소홀히 한 공무원들을 적발하기도 했으며 진도 해상관제센터(VTS)에서 야간시간대 관제를 부실하게 하고 교신일지를 조작한 사실도 밝혀냈다. 또한 선박 수입·선박 검사·안전점검·운항 면허 취득 등에서 드러난 해운업계에 대대적인 비리 또한 적발했다.
특히 검찰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 계열사들의 경영 비리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수사력을 총동원해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회장 검거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이 같은해 10월 6일 발표한 최종 수사 결과도 중간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추가적으로 검찰은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123정이 제대로 된 구조활동을 하지 않은 것을 발견해 관련자를 기소했다.
◇1년여 동안의 특조위 활동을 통해 밝혀진 의혹들
검찰이 6개월여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유가족들은 검찰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 원인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검찰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선사 측의 무리한 증선과 과적' '조타수의 조타 미숙'으로 결론짓고 구조의 책임도 현장에 출동해 있던 123정 함장에게만 지웠다며 수사결과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검찰 조사에 대한 불만은 가족들의 진상규명에 대한 기대를 특별법 제정으로 옮겨가게 만들었다. 결국 그 과정에서 논쟁이 있었지만 2014년 11월 19일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됐고 이듬해 1월 1일을 기점으로 시행됐다.
특별법에 기반해 설치된 세월호 특조위는 1년6개월의 활동 기간과 3번의 청문회를 통해 검·경합수부와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접근하지 못한 진실들을 밝혀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먼저 세월호 특조위는 조사를 통해 세월호의 항적을 기록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의 일부가 누락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의 세월호의 속도도 잘못 기록됐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어 특조위는 진도와 제주 VTS 간 교신 음성의 길이가 다른 점을 포착하고 이 내용이 편집·조작된 정황을 찾아냈다.
또한 특조위는 참사 당시 세월호에 화물을 실었던 업자들의 화물 배상 신청 내용을 전수조사하고 세월호 선내·외부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세월호에 얼마나 많은 화물이 어느 위치에 실려 있었는지 파악했다.
특조위는 이 과정에서 세월호 내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현장으로 가는 철근이 실려있었고 이로 인해 과적이 발생했다는 점 또한 규명했다.
참사 당시 구조활동의 허술함도 특조위 조사결과 여실히 드러났다. 특조위는 해경의 주파수공용통신(TRS) 기록을 분석해 참사 당시 에어포켓 공기주입과 수중무인탐사기(ROV)의 운영 등의 활동들이 보여주기식이었고 그 효과가 과대 포장됐던 점을 밝혀냈다.
또 잠수기록과 TRS기록을 비교해 잠수기록이 허위로 작성된 정황을 포착해내기도 했다.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서 언론을 통제하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특조위의 활동으로 드러났다. 특조위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진술과 녹취록을 바탕으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보도에 개입했다는 점 등이 드러났다.
또한 세월호 특조위는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참사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보수단체 관계자가 유가족을 폄훼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계속해 재생산하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려 시도했다는 것도 규명해냈다.
하지만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에도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앞으로 밝혀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뿐"이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방해 속에 근본적인 침몰원인을 전혀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 앞으로 규명돼야 할 진실들
많은 의혹이 밝혀졌지만 결국 세월호가 왜 급선회해 침몰하게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화물이 과적되고 평형수가 기준량보다 적게 적재되어 세월호가 복원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중심을 잃고 기울어 침몰했다는 사실을 앞선 진상규명 결과를 통해 밝혀졌지만 왜 급선회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또한 이준석 선장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하면서 최종적으로 검찰이 급변침으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목한 3등 항해사와 조타수의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고 조타수가 큰 각도로 변침한 것이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이라고 볼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세월호 특조위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선체를 인양한 뒤 선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해양수산부가 특조위의 활동종료 기한을 9월 말로 두고 있어 세월호 특조위가 앞으로 선체조사 과정에 참여해 진상조사를 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특조위는 해수부가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세월호를 인양 후 객실을 절단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 세월호 선체조사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체 절단이 이뤄진다면 조타실에서 기관실, 프로펠러에 이르는 선박의 전체적인 운영체계가 잘려나가 진상조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까지 밝혀지고 있지 않은 또 하나의 의혹은 참사 당시 구조를 지휘했어야 했던 지휘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참사를 인지하고 어떤 내용의 의사 결정을 했는가'이다.
현재 구조와 초기 대응 미비로 인해 법적 처벌을 받은 사람은 123정의 정장이 유일하다. 당시 해당 정장은 상부에 지시를 받아 위해 구조 활동을 진행한 만큼 그에게 이런 지시를 한 대상을 밝히는 것이 구조실패의 원인을 밝히는 핵심적인 근거가 될 것이다.
특히 지휘체계의 최상부인 청와대는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비롯해 청와대가 어떻게 보고를 받고 지휘체계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녹생당과 한겨레신문이 청와대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과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 등에 관한 사항',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정보가 있는 경우' 비공개할 수 있다는 정보공개법 제9조 1항을 근거로 참사 당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한 자료를 비공개 대상이라고 결정했다.
지난 1일 세월호 특조위 3차 청문회에 참석한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은 "청와대가 의사결정과정이라고 비공개 답변서를 보내 왔는데 세월호 참사 2년 지났고, 의사 결정 과정 끝난 것이므로 그 이후 비공개할 수 없다"며 "공공기관들은 자신들의 기록이 부족할 때 의사결정 과정이라며 비공개한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③]특조위만 고군분투한 진상규명
정부 협조 형식적·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방해 정황도 검찰 수사 축소 의혹·경찰 유가족 사찰 문제도 불거져뉴스1|정재민 기자|입력2016.09.06. 08:15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3차 청문회가 지난 2일 끝났다. 백서 작성도 이달 말까지가 기한이다. 정부는 이미 특조위 종료를 선언했고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달 해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특조위의 노력에도 세월호 참사의 실체는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2년 5개월을 정리한다.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1일과 2일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위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3번째 청문회가 열렸다.
정부 일정대로라면 30일 활동을 종료하는 특조위는 그동안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홀로 분투해 왔다. 특조위가 지금까지 내놓은 결과물 상당 부분이 특조위 자체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특조위의 고군분투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특조위에 따르면 지난 1년여 동안 접수된 238건 중 조사 개시 사항은 211건이며 그중 현재 조사보고서가 완료된 사안은 1건, 4건이 전원위원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못한 사항이 대부분이라는 뜻으로 특조위 활동연장을 바라는 것이 특조위와 유가족 측의 입장이다.
이번 청문회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애초 해양수산부는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특조위는 조사 활동 기간이 6월30일 종료돼 청문회를 개최할 수 없다"며 청문회 증인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실제 청문회가 진행된 이틀간 대부분 증인은 출석하지 않았고 이에 특조위원들과 참고인들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계속됐다.
이번 청문회에서 특조위는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의 KBS 보도 개입의 구체적인 과정을 공개하고 독자적으로 주파수공용통신(TRS) 기록을 분석해 당시 에어포켓 공기주입이 청와대 보고용이라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특조위 활동 기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결과물'에 불과하다.
청문회 둘째 날 권영빈 진상조사소위원회 위원장은 "해수부가 인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하루빨리 약속한 일정대로 인양하기를 여러 번 촉구했지만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이게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능력이 안 되는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청문회의 성과로 꼽히는 TRS 분석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 권 소위원장은 "이번 TRS 교신 기록은 특조위에 의해 처음 드러난 것"이라면서 "사고 당시 검찰 수사의 허점이 여러가지 드러났고 녹취 파일과 관련해 조작했다는 증거 또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특조위의 한 조사관은 청문회에서 "당시 검찰 수사보고서를 발견해 검토해보니 해경 고위 관계자가 검찰에 TRS 제보를 했다고 해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같은 날짜에 검찰이 입수한 녹취록마저 서로 다르다거나 누락돼 있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종운 특조위원은 "검찰도 TRS 조작 의심을 가졌다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일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녹취록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도 확인했어야 했다"며 "일방적인 자료를 보고 내사 종결한 것은 부실한 수사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증거"라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권 소위원장은 "검찰 조사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못해 특조위에 사건이 접수됐고 이번에 확보한 TRS 음성 기록 일부만으로도 진실에 한 발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특조위 출범 당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었고 진상규명국장이 공석이었다는 점, 여당 측 추천위원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성과다. 하지만 특별법이 규정한 특조위의 업무 중 Δ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은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특조위 활동에는 아직 법적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시간과 인력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사를 법적 강제성이 없는 특조위 측에서만 단독으로 할 경우 참사의 진상 규명은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다.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특조위가 실제 선체조사 등에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언론 은폐 정황, 검찰의 수사 부실과 더불어 이번 청문회에서는 경찰의 유가족들 '사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최근까지도 미행과 사찰이 이뤄지고 있다"며 "경찰이 세월호 사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차량 조회를 하거나 개인 신상 정보를 파악하고 추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현호 특조위원은 "최근까지 경찰이 유족들 통화기록 등을 조회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권 소위원장은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경찰의 과도한 폭력진압 역시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드러난 진실은 극히 일부인 상태에서 정부의 대응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유가족들은 특조위의 활동 기간 보장만을 소망하고 있다.
가족들은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세월호 특조위의 할동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는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가 추미애 신임 대표와의 면담 이후 "더민주가 면담을 통해 세월호 특벼럽 개정과 특검 의결의 의지를 밝혔다"면서 농성을 해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단식 농성에 대해서는 "특별법 개정과 특검 의결이 빠른 시일 내에 진전을 이룰 수 있기 바라며 국회 움직임을 촉구하기 위해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은 5일 세월호 특조위 기한 연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세월호 특조위 활동 보장 및 진실 규명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국회는 아직도 가만히 있다"면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의결을 촉구하고 있다.
특조위의 활동 종료을 눈 앞에 두고 유가족과 특조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외치고 있다. "진상 규명은 아직 멀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