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
[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① 인공지능·로봇의 결합은 '4차 산업혁명'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연구그룹, 소셜로봇 상용화 눈앞.. 박해원 등 한국 교포 3인 참여시사저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시사저널e 기자 기자 입력 2016.08.16. 16:41 수정 2016.08.16. 16:46
세계 인공지능 연구를 이끄는 곳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다. MIT 산하 컴퓨터공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와 미디어연구소(Media Lab)는 각각 학문적 연구와 산업적 응용 측면에서 세계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시사저널e는 8월 14~17일 MIT 컴퓨터공학·인공지능연구소와 미디어연구소를 찾았다.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연구실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고 교수와 연구원 등 5명을 인터뷰했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세계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정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시사저널e 기자

15일 오후 3시10분. 약속 시간보다 5분 일찍 MIT E15 연구동 4층에 자리한 미디어연구소 산하 개인로봇연구그룹 연구실에 도착했다. 출입구 앞에서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는 동양인 여성을 지나쳤다. 연구실치곤 상당히 넓었다. 4층 한쪽 벽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국내 대학 강의실 7~8곳을 합쳐 놓은 널찍한 공간이었으나 연구원, 로봇, 전자장치, 작업대, 화이트보드 등이 자리를 차지해 비좁아 보였다. 창가 쪽으로 개인 연구실들이 자리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자료에서만 봤던 소셜로봇(Social Robot)들이 눈앞에서 한국에서 온 이방인을 반겼다. 체중감량을 돕는 아톰부터 미국 해군이 연구 지원한 위험물 제거용 렉시까지 미완성 로봇들이 가득했다. 어린이 언어학습과 사회성 습득을 돕는 소셜로봇 태거도 몸을 연신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관심을 보였다. 시선 처리나 동작이 살아있는 동물과 아주 비슷하게 구현한 레오나드로도 큰 눈을 뜬 채 기자를 응시했다. 어린이 치료에 쓰이는 허거블은 수리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옮겨서 볼 수 없었다.
5분가량 로봇에 정신 팔려있다보니 개인로봇연구그룹 내 유일한 박사후 과정 연구원 박해원 박사가 들어왔다. 출입구 앞에서 마주친 그 여성이었다. 박해원 박사는 세련된 정장 차림이었다. 연구원이라기보다 준수한 용모의 대기업 직장인 같았다. 박해원 박사는 신시아 브리질 MIT 개인로봇연구그룹 총괄 교수와 함께 소셜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서 석·박사를 취득한 뒤 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다.
박해원 박사는 평소엔 다른 연구원처럼 편하게 입고 다닌다. 당일 중국 전자업체 연구개발(R&D) 총괄 사장과 연구비 지원 관련 회의를 갖다보니 정장을 입었다고 한다. 업체 이름과 지원 금액을 집요하게 물었다. 박해원 박사는 “방금 전 하웨이 최고경영자를 만났어요”며 “지원 금액이요? 100억원도 안돼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하웨이는 박해원 박사가 주도하는 미취학 아동 교육용 소셜로봇에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 기업이 연구개발 분야에 기울이는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해당 연구 성과물에 대해 소유권 내지 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다. 해당 기술을 상업화하려면 별도로 기술사용료를 내야 한다. 지원금은 미디어연구소 연구 프로젝트 현황과 성과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열람료에 불과한 셈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유력 기업이 앞 다투어 지원금을 낸다. 이에 따라 미디어연구소는 해마다 예산 6000만 달러 이상을 책정한다.
개인로봇연구그룹을 이끄는 이는 신시아 브리질 MIT 미디어연구소 교수다. 그는 소셜로봇 연구 분야에선 ‘살아있는 전설’이다. 소셜로봇 연구하려면 브리질 교수 저서부터 훑어야 한다. 그는 소셜로봇 상업화에 관심이 많아 소셜로봇 지보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타트업까지 창업했다. 방문 당일에도 지보 사업차 출장 중이었다. 브리질 교수는 개인로봇연구그룹이 수행한 17개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일부는 매조지 했지만 상당수는 진행 중이다.
개인로봇연구그룹에는 14명이 연구하고 있다. 브리질 교수가 좌장이고 박사후 과정 1명(박해원 박사), 박사과정 7명, 석사과정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해원 박사는 어린이 교육용 로봇, 로봇 사고방식과 호기심 등 2개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박해원 박사는 보스턴 미취학 아동을 상대로 소셜로봇 태가를 활용해 언어학습과 사회성 교육을 수행하는 현장 실험을 앞두고 있다.
박사과정 연구원 중엔 정수연과 이진주이란 이름이 눈에 띄었다. 모두 미국 국적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터라 미국인이라고 봐야 한다. 정수연 연구원은 미국에서 태어나 MIT에서 학부를 나왔다. 부모는 한국에서 산다. 그는 지금 방학을 맞아 한국에 머물고 있다. MIT로 복귀한 다음날인 17일 오전 10시 MIT 연구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정수연 연구원은 로봇 언어학습 등 2개 이상 프로젝트에 공동 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LG전자가 지원한 스마트폰용 상호작용 프로그램 프로젝트도 장수연 연구원이 참여했다. 이진주 연구원은 소셜지원 로봇, 장기간 상호작용 로봇 등 2개 이상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박사 논문 막바지라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결합해 새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래학자나 컴퓨터공학자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접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 물꼬를 트는 분야가 소셜로봇이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술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일상의 삶 속에 들어와 인간과 상호소통하며 사회성 교육, 언어학습 등 갖가지 역할을 수행한다고 상상해보자. 그 산업적 파급효과는 자동차 산업보다 클 것으로 점쳐진다. 새 성장동력을 찾는 한국 산업이 눈여겨 볼 분야다.
그럼 1인 1로봇 시대는 언제 가능할까? 박해원 박사는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로봇연구그룹은 미디어연구소 소속답게 가까운 미래를 만들고 있었다. 기자는 운좋게도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합해 만드는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② 미래를 꿈꾸고 실현하다
세계 최고 기술연구소..30개 그룹 350개 프로젝트 수행시사저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입력 2016.08.16. 17:47 수정 2016.08.17. 11:03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미래를 살짝 엿보고 왔다.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일갈한 바있다. 이제 고인이 된 이 전설적인 미래학자의 말이 맞다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미래연구소가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할 듯하다. 미디어연구소가 미래를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 최고의 연구소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찰스강 서쪽 강변에 연해 있다. 행정구역상 이곳은 보스턴과 구분해 캠브리지라 일컬어진다. 이곳에서 도보로 한 시간가량 캠브리지 북쪽으로 올라가면 명문 하버드대학교가 자리한다.
15일 캠브리지 캔달 광장에서 찰스강 강변 방향으로 5분가량 걷자 유리벽을 금속 파이프로 두른 E14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벽돌 건물이나 시멘트 건축물 투성인 캠퍼스 내에서 이 건물은 독특한 외양 덕에 돋보였다. 건물 옆에는 미디어연구소를 만든 제롬 와이즈너 전 MIT 총장 이름을 딴 와이즈너 빌딩(E15)이 붙어있다. E15은 하얀 외벽으로 둘러싸인 4층 건물이다. 이 두 건물이 미디어연구소의 보금자리다.
E14은 유리로 내외벽을 둘러 건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를 공개해 연구자들이 협업하고 공동 연구하는 것을 장려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정문 역시 유리문이었다. 알루미늄 문고리를 당겨 들어서면 하얀색 대리색 바닥이 빛을 한가득 반사하고 있었다.


로비 한 복판은 30이란 숫자가 차지했다. 미디어연구소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세운 설치물이었다. 그 옆에는 설립자 제롬 와이즈너 전 MIT 총장이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와이즈너 총장은 극초단파 연구로 통신 과학과 공학 발전을 기여한 석학이다.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과학 자문관으로 일하면서 핵실험 금지조약 체결과 비준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로비에서 고개를 들면 6층 천정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하얀 대리석이 층간을 구분했다. 연구실 역시 유리벽으로 둘러싸였다. 연구실마다 연한 나무색 책상들이 규칙성 없이 흩어져 있고 책상마다 검은색 MSi 노트북과 아이패드가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로 연결돼 있었다.
작업대 위에는 개발 중인 기계 장치나 부품들이 한가득했다. 그 옆에는 스탠드형 컴퓨터들이 역시 일정 규칙성이 없이 배치돼 있었다. 비닐로 공간을 구분해 다소 지저분해 보이면서 공간 활용의 자유분방함도 느껴졌다.
미디어연구소는 MIT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연구소다. 학과 간 경계를 허물고 공동 연구를 권장하는가 하면 개별 연구를 합치는 등 개방적인 연구 분위기 속에서 미래 혁신 기술을 쏟아낸다. 웨어러블 컴퓨팅, 체감형 인터페이스, 감성 컴퓨팅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미디어연구소는 1985년 문을 열었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전 MIT 교수와 와이즈너 전 총장이 세웠다. 비전은 ‘미래 창조(Inventing the future)’다. 당장 시장이 원하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고 20~30년 뒤 결실을 볼 아이디어와 기술에 연구 초점을 맞춘다.
설립 초기 ‘괴짜들 집합소’로 여겨졌다. 모토는 “시연 아니면 죽음(demo or die)”이다. 미래연구소는 1985년 집에서 영화를 받아볼 수 있는 데이터 압축 기술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소트프웨어 합성 시스템인 씨사운드(Csound)을 개발했다.
이 뿐만 아니다. 미디어연구소 설립자들은 텍스트를 동영상·음성 파일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 콜로라도주 로키산맥에 위치한 도시 아스펜을 가상 투어하는 아스펜무비맵을 시연하기도 했다. 이 맵은 구글어스보다 25년 앞선다. 연구소는 1990년대 중반 전자우편을 선보였고 웨어러블 컴퓨터 연구를 선도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나오기 훨씬 전에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실험하기도 했다.

미디어연구소는 1985년엔 세계 최초로 컬러판 컴퓨터 그래픽 홀로그램을 개발했다. 1990년 세계 최초로 실시간 동영상 합성 홀로그램을 시연하기도 했다. 또 무선네트워크, 웹브라우저,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들어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탐지하는 센서, 3차원 가상현실,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10초 안에 내려 받을 수 있는 넷사운드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또 감성적 자극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컴퓨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21세기 들어서는 인간 경험을 개선하는 연구에 몰두하며 인간의 신체능력을 강화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다리가 없는 장애자에게 인간 다리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로봇 의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했다. 신경망을 분석·통제하는 기술의 연구는 파킨슨병 같은 두뇌 질환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의료 기술을 아우른다.
지금 미디어연구소에선 30개 연구그룹이 350개 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접근 방식의 신경 질환 치료부터 첨단 이미지 기술까지 구현이 눈앞에 다가온 프로젝트가 다수다. 연구소는 인간이 살고 배우고 표현하고 일하고 노는 방식을 급진적으로 바꿀만한 과제들을 연구하고 있다.
미디어연구소는 한해 예산 6000만 달러로 운영된다. 기업, 개인 등 회원 80명 이상이 해마다 내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기업 회원은 전자, 엔터테인먼트, 패션, 의료, 장난감, 통신 등 다양하다. 후원 기업과 협업 내지 공동 연구를 장려한다. 미디어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기술과 연구 성과물을 기업 회원들과 협력해 MIT 내에서 실험하고 개선한다. 이와 별도로 미디어연구소는 지금까지 수십개 신제품과 150개 이상 스타트업을 만들어냈다.
이곳에선 교수, 수석 연구원, 객원연구원 60명 이상이 연구 보조 인력, 객원 과학자 등 150명 이상과 함께 일한다. 이와 별개로 지원 인력 100여명이 시설 관리, 경영 등 연구소 살림을 꾸려나간다. 석사 89명, 박사 75명 총 164명이 다니고 있다. 또 다른 대학 출신 대학원생 30명 이상이 연구하고 있다. 학부생 200명 이상이 해마다 미디어연구소에서 일하다 간다.
30년 역사 내내 이 연구소는 학제 간 경계를 허물고 공동·협업 연구를 통해 가장 창의적인 연구에 몰두해 왔다. 지금도 첨단기술 연구 분야에서 이단아로 남아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찾고 있다.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lee@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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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③ 소셜로봇 테가, 어린이 친구이자 교사
언어 학습, 정서 발달 등 기여…보스턴 공립학교서 외국어 교육에 활용
승인 2016.08.22 16:28:41(월) | 매사추세츠 캠브리지=이철현 기자 lee@sisajournal-e.com
MIT 미디어연구소가 개발한 소셜로봇 플랫폼 '테가'. 박혜원 연구원은 10월 이 로봇을 활용해 어린이 언어학습 실험에 나선다. / 사진=이철현 기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가 자리한 E15 건물 4층 개인로봇연구그룹 연구실에선 빨간색 털복숭이 로봇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연신 위 아래로 흔들고 허리는 앞뒤 좌우로 움직이며 눈에는 함박웃음을 담고 있었다. 박혜원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이 로봇을 ‘테가’라고 소개했다.
테가는 첨단 소셜로봇 플랫폼이다. 소트프웨어 개발자, 엔지니어 등 MIT 미디어연구소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 개발했다. 이 요란한 색깔의 털복숭이 로봇은 어린이와 6시간 동안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로봇은 집 안에 비치해 어린이 초기 언어 교육이나 이야기하기 학습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움직이며 눈 부문이 스마트폰으로 만들어졌다. 이 로봇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된 눈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스마트폰은 동작 통제, 센서 처리 등 소프트웨어를 운영한다. 로봇 이마에는 고화질 외장 카메라가 달려있고 스피커가 내장 돼 있다.

MIT 미디어연구소가 개발한 소셜로봇 플랫폼 '테가'. 박혜원 연구원은 10월 이 로봇을 활용해 어린이 언어학습 실험에 나선다. / 사진=이철현 기자
테가의 움직임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에서 따와 자연스러우면서도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 로봇은 5가지 움직임을 갖고 있다. 고개를 위 아래로 움직이고 허리는 좌우로 기울이거나 앞뒤로 움직인다. 몸 전체를 위아래 내지 좌우로 흔들기도 한다.
이 움직임들 조합으로 로봇은 끊임없이 빠르게 행동을 표현한다. 로봇은 자동적으로 작동하거나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리모트 콘트롤할 수 있다. 한번 충전으로 6시간 작동한다. 테가는 지금 보스턴 내 3개 공립학교에서 외국어 교육에 시험 활용하고 있다.
이 로봇은 여러가지 얼굴 표정을 연출할 수 있다. 웃거나 흥분하고 때론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추가적인 표정을 개발 중이다. 미래 녹음한 오디오로 음성을 지원한다. 또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시스템이나 실시간 음성 스트리밍과 음 높이 변조를 통한 스트리밍 기술도 지원한다.
테가 개발에 참여한 박혜원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테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특성을 최대한 차용, 다양한 정서적 표현이 가능해 어린이와 오랜 시간 어울리며 놀고 학습하는 소셜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④ 박혜원 연구원 “개인 맞춤형 로봇 개발 꿈꾼다”
딥퍼스널라이제이션 추구… 어린이 언어 학습·사회성 교육 용 소셜로봇 개발 중
승인 2016.08.22 16:24:41(월) |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lee@sisajournal-e.com

박혜원 연구원이 15일 연구실에서 개발중인 로봇들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박혜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앳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구실을 찾은 기자를 맞이했다. 큰 눈에 환한 미소 때문인지 그는 미디어연구소가 개발한 소셜 로봇 태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연구그룹 소속이다. 세계 최고 연구 기관에서 최첨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보다 겸손함이 그의 말과 태도에 배어 있었다.
박혜원 연구원은 어린이와 소통하면서 학습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어린이가 로봇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로봇은 아이로부터 사회적 상호작용을, 아이는 로봇으로부터 언어와 호기심, 사고방식 등을 배우게 하는 것이 연구 목표다. 특히 자폐증처럼 정서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로봇과 소통하면서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것을 돕는 소셜로봇을 만들고자 한다. 박 연구원은 어린이가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를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를 보면서 게임하는 법을 배우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2006년 포스텍 전기전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조지아텍에서 전기전자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IT 미디어연구소에 합류한 것은 2015년이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소셜로봇의 상호작용 연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셜로봇 연구 최고를 자랑하는 MiT 미디어연구소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신시아 브리질 MIT 교수 지도 아래 인간과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감성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또 인지 장애가있는 아이들도 접근 가능한 교육 컨텐츠와 로봇 도우미를 개발하는 자이로보틱스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박혜원 연구원은 2004년과 2005년 삼성전자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무선전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인간과 로봇간 상호작용를 활성화하는 방법과 시스템 등 미국 특허권 3건을 갖고 있다.
15일 MIT 미디어연구소 4층 개인로봇연구그룹 내 연구실에서 박혜원 연구원을 만났다.
국내외 명문 공대는 모두 졸업했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박사후 과정을 밟는 다른 연구원처럼 연구실적을 쌓아서 미국에서 대학교수직을 얻고자 한다. 당분간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지 않는다. 남편이 미국에서 일하고 있어 이곳에서 직장을 구하고 싶다.
한국 대기업들이 얼마전 미국 동부를 돌며 명문대 재학생이나 대학원생을 스카우트하려 했으나 대다수가 거절했다고 하던데.
한국에 들어가고 싶은 연구원이 제법 있다. 연구원들이 이곳에 남고자 한다면 주로 가족과 연구 펀딩 때문일 거다. 한국 기업의 연구비 지원이나 프로젝트 성공 검토조건이 까다롭다고 알고 있다. 연구 특성이나 분야와 상관없이 정량화된 기준을 일률적으로 갖다 대는 경향이 있어 꺼려진다.
소셜로봇 연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로봇을 만들고 싶어 공대에 진학했다. 처음엔 골격 만들고 모터와 센서 등 전자 장치를 탑재하면서 로봇에 입문했다. 포항공대 졸업 과제로 두발로 걷는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공상과학(SF) 만화에 나오는 로봇은 인간이 조종한다. 이른바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로봇이다. 이와 달리 나는 철완 아톰이나 스타워스 캐릭터 R2D2와 C3PO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에 관심을 가졌다. 사람의 공간에 들어와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가정부든 비서든 기능과 상관없이 사회적 기준에 맞춰 인지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개발하고자 한다.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와 협업은 없나?
인공지능 연구 분야는 아주 넓고 다양하다. 소셜 인공지능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소셜로봇에 인공지능을 얻는 특화된 분야다보니 인공지능연구소와 교류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한테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인 심리학, 인지과학, 교육학 등 전문가들과 활발히 협업하고 있다.
마음이나 감정도 추론이나 논리적 사고처럼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건가? 크리스토퍼 코흐 앨런뇌과학연구소장은 로봇은 마음이나 감정이 없는 냉혹한 이성체라고 하던데 박혜원 연구원이 개발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마음이나 가정을 갖는 건가?
로봇이 인간 감정을 인식할 수는 있으나 아직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박혜원 연구원이 개발중인 위험물 제거용 로봇 매덕스 사양과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인간 논리나 합리적 사고가 두뇌의 물리적 화학적 반응이라고 한다면 인간 감정도 마찬가 아닌가. 따라서 이성적 사고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면 감정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동의한다. 그리스 철학자 스토익은 ‘감정은 이성의 방해물’이라고 주장했다. 아직도 일부 인공지능 연구원도 그렇게 생각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미 18세부터 감정의 존재 이유가 이성적 사고를 도와 결정을 내리고 나아가 생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평가이론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그 생각에 기초해 로봇의 이성적 사고와 감성 지능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실에 권총 강도가 들어왔다고 가정하자. 감정은 우리 몸의 신경세포를 총동원해 그 사건에 집중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렇게 수집한 정보들에 기초해 행동을 취한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빈 민스키는 인공지능이 진정한 지능이 되려면 감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봇이 감정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듯하다. 지금은 로봇은 자기 행동이 인간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인간으로 하여금 특정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학습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소셜로봇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랑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인간 삶 속에 들어와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자극에 반응하는 로봇은 언제가 나타난다. 이 로봇은 사회적 요구나 양식에 맞는 행위 양식을 학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물건을 집는 단순한 행동을 하더라도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건을 집겠다는 신호를 자연스럽게 보내 사람이 놀라거나 불쾌하게 생각하게 하지 않는 행동 양식 등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
아이의 초기 언어 학습과 사회성 습득에 로봇이 인간 교사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가?
피어 모델링(peer modeling)을 연구하고 있다. 아이가 로봇을 친구로 여기며 상호작용하는 모델을 통해 언어능력을 학습하고 호기심·마인드셋(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다. 로봇이 인간 교사를 대체할 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아이와 로봇 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이 학습용 로봇을 개발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듯한데?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문장 구조가 정확하지 않고 스토리텔링이 떨어지다 보니 로봇이 어린이 말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에 더 자연어에 가까운 대화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클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로봇을 훈련시키고 있다. 로봇 언어인식 행위를 클라우드에 올려 일반인들이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로봇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에 기초해 학습 모델을 정교하게 만든다. 4~6살 어린이와 함께 하는 작업이다 보니 아동심리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상업화 생각은 없나?
항상 있다. 대학원생 시절 시작한 스타트업도 있다. 창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브리질 교수와 상의할 것이다. 브리질 교수도 지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 창업을 제안하면 받아들이겠나?
투자 조건이 문제다. 해당 기업이 연구개발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좋다. 소셜로봇 분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직 초창기다.
미취학 아동에 대한 언어학습과 태도 교육에 쓰이는 로봇을 상업화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연구에만 최소 3년 걸린다. 지금 당장 플랫품은 개발할 수 있다. 플랫폼에 인공지능을 심는 일이 관건이다. 또 고객 요구나 특성에 맞게 집어 넣어야할 사양을 선택하고 연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기업 투자나 지원 현황은 어떠한가?
최근 중국 기업들이 미디어연구소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화웨이는 교육용 로봇에 관심을 갖고 우리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 그룹도 얼마전 계약서를 작성했다. 액수를 밝히긴 어렵다. 100억원 미만이다. 방금 하웨이 연구개발 담당 최고경영자를 만나고 오는 길이다. 학교는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연구하는 곳이지 제품 개발을 돕는 곳이라는 아니라는 점을 기업이 이해하고 지원했으면 한다. 화웨이와는 그런 점이 잘 통한 듯하다. 시장에 맞는 제품을 연구하는 것은 회사 몫이다.
미디어연구소는 산학협력의 좋은 사례다. 후원 기업들은 미디어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열람하고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상업화하려면 라이센스 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삼성전자도 오래전부터 미디어연구소를 후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회원이라 자사 연구원을 파견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연구원은 개인로봇연구그룹에서 연구하고 있다.
개인로봇연구그룹을 이끄는 브리질 교수와 관계는 어떤가?
브리질 교수는 소셜로봇 선구자다. 그는 내 모델이기도 하다. 소셜로봇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브리질 교수 논문부터 읽으면서 시작한다. 브리질 교수는 소셜로봇의 여러 분야를 섭렵했다. 에너지 넘치는 분이다.
지금까지 소셜로봇 연구에서 박혜원 박사가 거둔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이라 보는가?
로봇의 신체가 인간에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근거를 모았다. 지금까지 로봇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쳤다. 난 아이가 로봇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로봇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시범을 보이면 로봇이 그것을 보고 배운다. 시범이 실패해도 상관없다. 이 과정에서 로봇의 신체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는 것을 파악했다.
로봇의 개인화가 중요하다. 인간에게 맞게 상호작용하는 맞춤형 로봇이 나와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약한(weak) 인공지능이다. 난 딥퍼스널라이제션(deep personalization)을 추구한다. 딥러닝은 수많은 사람들 데이터를 모아서 만든 것이라면 딥퍼스널라이제이션은 한 사람과 오랫동안 상호작용하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많이 모아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난 딥퍼스널라이제이션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고 싶다.
토마스 포지어 MIT 컴퓨터공학·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연산처리 속도나 용량 면에서 컴퓨터는 인간 두뇌를 능가했다. 다만 우리에겐 그 연산능력을 지능으로 전환할 알고리즘이 없다”고 말했다. 언제 그 알고리즘이 나오겠나? 무슨 과제를 해결해야 한나?
인간 두뇌는 용량도 작고 느리지만 효율적이고 창의적이다. 인류는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딥러닝이 신경망 구조를 본뜨지만 인간 신경망 구조의 극히 일부부만 흉내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석만 잘한다. 이에 좁은 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 인간지능이 의사결정과 추론 능력까지 갖추면 범용 인공지능(AGI)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 간 협업은 어떤가?
활발하게 교류한다. 우리 연구그룹도 옆 건물에 있는 어펙티브컴퓨팅그룹과 협업한다. 이 그룹은 사람 감정을 연구한다. 또 심리학자와도 협업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대량실업을 일으키고 인류를 멸종시키겠는가?
대량실업을 일으킬 소지는 충분한다. 국가가 복지와 교육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로봇의 노동력을 얻는 수익을 사회에 어떻게 재분배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사라지는 직업 만큼 새로운 직업도 많이 생길 것이다. 이에 대비한 인재를 키우는 교육의 변화가 시급하다.
인공지능은 다른 기술과 달리 인류가 앞당겨서 걱정한다. 인간이 인공지능 시스템을 윤리성 등을 감안해 잘 디자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두려움이 가득한 기사들을 보며 허구적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우스갯 소리를 한다. 하지만 인류가 로봇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충분히 똘똘해지기 전에 인류가 준비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⑤ "소득은 늘지만 할 일 없는 시대 대비해야 "
'살아있는 전설' 토마스 포지오 CSAIL 교수 인터뷰시사저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입력 2016.08.22. 16:15
토마소 포지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 분야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MIT 산하 ‘두뇌·마음·기계 연구센터(CBMM)’의 센터장이자 전산·통계학습 연구소(IIT-MIT)와 두뇌과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생물학과 사이버네틱스를 전공한 뒤 1981년 MIT에 합류했다.
그는 인간행위를 흉내 내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인간 지능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지능을 학습능력이라고 정의한다. 학습의 본질은 개별 사례들을 보고 일반화하는 능력이라고 판단한다. 신생아는 태어나 별로 본 것도 없어도 자기가 본 것을 동물, 차, 말 등 특정 범주로 구분하는 능력을 재빨리 습득한다. 포지오 교수는 이런 신경망 기제를 연구해 인구지능을 설계한다.

17일 MIT CBMM 연구실에서 포지오 교수를 만났다. 그는 매사추세츠 우즈홀에서 열린 CMBB 하계 세미나를 마치고 MIT로 돌아오자마자 기자와 인터뷰했다.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
인간 지능에 대해 이해다. 어렸을 때 앨버트 아인슈타인에 매혹됐다. 시간과 공간, 물리학, 상대성이론 등이 흥미로웠다. 인간 정신과 지능도 이에 못지않게 흥미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는 어떻게 더 많은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인간 지능의 신비를 풀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더 잘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 목표를 이루면 세상은 어떻게 변하겠나?
우주나 생명의 기원, 시간의 구조 같은 주제 못지않게 지능은 중요한 문제다. 지능의 신비를 빨리 풀 수는 없다. 앞으로 수년은 지나야 눈에 띄는 진보가 보일 듯하다. 일각에선 인간 지능을 뛰어 넘은 ‘초지능 기계’를 무서워한다. 초지능 기계가 금방 나타날 가능성은 없다. 해결할 과제가 많다. 생물학 영역에서 우선 돌파구가 나와야 한다. 인간 지능을 컴퓨터에 복사하기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기기관과 기계화가 그랬듯 많은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 택시 운전사 등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의사나 투자 자문역도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듯하다. 반면 과학자, 엔지니어, 컴퓨터 설계자는 여전히 살아남는다. 배관공, 정원사처럼 작업 현장에서 온갖 변수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하는 직업군은 줄지 않을 듯하다. 그 중간에 있는 직종은 상당수 없어질 듯하다.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가 조만간 대두된다. 10년 안에 기계가 많은 일자리를 앗아간다. 그럼에도 사회는 더 부유해진다. 사람은 일할 필요가 없어진다. 소득은 늘지만 할 일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게 문제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기본 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새 직업도 생긴다. 사람들이 로봇 축구보다 사람이 뛰는 축구를 더 좋아할 듯하다. 그럼 축구는 여전히 번창하고 투자액도 늘어난다.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1997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컴퓨터가 게임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긴 첫 사례였다. IBM 왓슨 2011년 TV 퀴즈쇼 저파디에서 인간 우승자를 제압했다. 지난 3월 딥마인드가 바둑 게임에서 이세돌 9단을 물리쳤다. 당시 그 현장에 있었다.
이슬라엘 스타트업 한 곳은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시각정보 처리시스템을 칩에 담아서 테슬라, 제너럴모터스 등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일정 지역에서 구글 자율주행차만 도로에 다닌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자율주행차를 도입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 사이에 섞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차 도입은 10년 이상 걸릴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발전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로봇 외과의사의 도입도 대표 사례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20년 뒤 기계가 인간만큼 똑똑해진다고 확신하더라. 글쎄다. 기계가 의식까지 가지려면 좀 더 걸릴 듯하다.
연산능력이나 처리용량 면에서는 기계가 인간 두뇌보다 낫다. 다만 우리는 기계의 연산능력을 지능으로 바꿀 알고리즘을 개발하지 못했다. 이 알고리즘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모르겠다. 지난 5년간 머신러닝, 딥러닝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는 아이에게 세상 물건의 이미지를 일일이 보여주면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이미지를 보고 학습하지만 금방 구분하고 분류할 수 있다. 이 신비를 풀어야 한다. 신경과학이 지금까지 성과를 냈다. 다음 단계 발전도 신경과학 연구에서 나올 거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이 긴밀히 협력해야 하지 않나?
인간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연산이라면 컴퓨터가 더 잘하지 않나. 인간 지능은 정의하기엔 애매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에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협업이 필수다. 인간 지능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 발전도 가능하다. 기계는 결국 인간 사고를 본떠야 똑똑해질 수 있다.
인공지능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인 듯하다. 기업은 어디서부터 해야 하나?
기초 분야 투자는 아니다. 미국 정부는 국가 펀드 운영해 신경과학, 인지과학, 머신러닝 등 기초 과학에 투자한다. 기업이 그것을 따라할 수 없다. 딥마인드가 가장 좋은 벤치마킹 사례일 듯하다. 가상현실 게임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리적 실체가 없어 제약이 없다.
자율주행차는 99.99% 정확해선 안 된다. 99.9999% 정확해야 한다. 자율주행시스템이 아니고 주행통제시스템이었다고 하더라도 테슬라 운전자가 사망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는 영역은 인공지능을 도입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내심이 부족한 기업이 섣불리 투자할 분야가 아니다.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투자는 어떤가?
로봇은 인공지능의 응용 분야 중 하나다. 로봇은 물리적 실체가 있어 단순하지 않다. 머신러닝 뿐만 아니라 기계공학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손, 팔, 다리, 피부 등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상당하다. 좀 더 지켜봐야할 영역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초음파 진단장치는 어떤가. 얼마전 스타트업 하나를 만들었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MRI 촬영이 어렵지 않다. 아프리카는 다르다. 보급형 초음파 진단기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 초음파 진단기로 촬영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시스템은 딥러닝 기술의 좋은 사례다.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lee@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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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⑥ 물정 모르는 천재들, 인공지능 연구 주도
CMBB·CSAIL·미디어랩 삼각편대 '협력과 경쟁'시사저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입력 2016.08.22.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는 너드(Nerd·세상 물정 모르는 천재) 소굴이죠.”
정수연 MIT 미디어랩 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편 개봉에 맞춰 일어난 소동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스타워즈 신작 개봉을 앞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대학본부 격인 매크로닌 빌딩(10번 건물) 지붕 돔 위에 스타워즈 로봇이 올라와 앉아 있었다.
MIT 학생들은 부지불식간에 비밀 회합을 갖고 이런 엉뚱한 소란을 자주 꾸민다.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은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유분방한 학생들이 눈에 띈다. 정수연 연구원은 “이런 자유분방함이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고 그게 MIT 학풍을 만드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천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 넘치는 자금 지원, 학과 간 공동 연구 풍토와 결합하면서 MIT를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센터로 만들고 있다.

시사저널e는 8월 14~19일 MIT 산하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두뇌·마음·기계 연구센터(CBMM), 미디어연구소(Media Lab)를 찾았다.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연구실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고 교수와 연구원 등 5명을 인터뷰했다.
MIT는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를 중심으로 두뇌·마음·기계 연구센터와 미디어연구소이 삼각편대를 이뤄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 세 곳이 자리한 건물도 도보로 2~3분 거리 안에 몰려 있다. CSIAL이 자리한 레이 마리아 스타터 건물은 교내 도로를 사이에 두고 CBMM이 들어 있는 건물과 마주 보고 있다. 스타터 건물에서 코흐 생물학 건물 너머 미디어연구소가 들어있는 와이즈너 건물이 자리한다.
세 연구소는 협력·경쟁하면서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물을 창출하고 있다. MIT 미디어연구소 출신인 스탠 스클라로프 보스턴대 컴퓨터과학 교수는 “MIT는 특히 인공지능 연구 부문에서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학풍을 갖고 있다”며 “이 분위기가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기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마다 전문 영역과 특성이 뚜렷하다. CBMM은 신경망 등 인간 지능의 신비를 연구해 기계에 탑재할 방법을 찾는다. 인지과학, 생물학까지 아우르며 인공지능 연구에 필요한 기본적 연구 성과물을 축적한다. 이 연구센터는 교수, 연구원 등 126명을 아우른다. 교수나 연구원들이 MIT 소속만 있는 건 아니다. 하버드, 스탠포드, 캘리포니아 대학교 등 미국 내 여러 대학 교수와 연구원이 인간 지능의 신비를 풀기 위해 협업한다.
MIT는 이 기초 연구의 성과물을 CSAIL로 넘긴다. 여기서 MIT 연구 체제의 강점이 드러난다. CMBB 교수가 CSAIL 교수를 겸하게 한다. 기초 연구 성과물을 바로 컴퓨터과학 영역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토마소 포지오 CBMM 교수가 대표 사례다. 포지오 교수는 CSAIL 교수를 겸하고 있다.
포지오 교수는 신경망 연구와 인공지능 응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꼽힌다. CSAIL은 이 기초 연구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시각, 언어, 상식 등 인간 지능의 다양한 영역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 미디어연구소는 기업 후원을 받고 상업화할 수 있는 응용 기술을 개발한다.
삼각편대의 중심은 CSAIL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연구 인원, 자원 등이 다른 연구소를 압도한다. 1000명 넘는 교수, 연구원, 학생이 50개 이상 연구그룹으로 나뉘어 인공지능, 시스템, 이론 등 3개 영역에서 100 건이 넘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다. 인공지능 연구그룹은 생물체의 지능을 연구해 그 결과를 토대로 인공지능을 개발한다. 추론, 지각, 행동 등 인공지능 모델과 기제를 개발해 실생활 문제들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CSAIL 교수진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문 연구회 회원 90명, 맥아더재단 연구원 7명, 튜링상 수상자 7명 등 컴퓨터과학 연구원에게 수여하는 갖가지 지위와 상을 받았다. 인공지능 50명, 시스템 38명, 이론 24명 총 교수 115명이 연구를 총괄한다. 그 밑에서 온갖 학위 과정을 밟는 연구원과 학생 1102명이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인재들이다. 안드레이 바부 CSAIL 연구원은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캐나다인 유학생은 이제 갓 서른이지만 인공지능 분야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바부 연구원은 CMBB에서도 연구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보리스 카츠 MIT 인포랩그룹 교수 지도를 받고 있다. 카츠 교수는 IBM 왓슨과 애플 시리 개발에 기여한 연구자다. 바부 연구원은 특히 머신러닝과 머신비전, 언어 습득을 연구한다. 바부 연구원은 “인공지능 연구에 필요한 신경망 연구와 컴퓨터공학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브리질 교수는 개인로봇연구그룹이 수행한 17개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일부는 매조지 했지만 상당수는 진행 중이다. 개인로봇연구그룹에는 14명이 연구하고 있다. 브리질 교수가 좌장이고 박사후 과정 1명(박혜원 박사), 박사과정 7명, 석사과정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혜원 박사는 어린이 교육용 로봇, 로봇 사고방식과 호기심 등 2개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박혜원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MIT는 학제간 협업을 중시한다. 개인로봇그룹도 심리학, 교육학 등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소셜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MIT는 인공지능 영역에서 학제 간 경계를 허물고 공동·협업 연구를 통해 가장 창의적인 연구에 몰두해 왔다. 지금도 첨단기술 연구 분야에서 이단아로 남아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찾고 있다. 이단아가 주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포지오 교수는 “인간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연산이라면 컴퓨터가 더 잘하지 않나. 인간 지능은 정의하기엔 애매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에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협업이 필수다. 인간 지능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 발전도 가능하다. 기계는 결국 인간 사고를 본떠야 똑똑해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MIT는 인공지능 연구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⑧ 미디어연구소 개발 소셜로봇 열전
넥시부터 테가까지 교육·건강관리 용 로봇 다수 개발시사저널 정한결 기자 입력 2016.08.26. 15:12 수정 2016.08.26. 15:43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서울 = 정한결 기자
인텔리전트 로봇은 이상적인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일상의 업무나 과제를 능숙하게 처리하려면 물리적 실체를 가진 로봇과 결합해야 한다. 일본과 미국에선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Media Lab)는 소셜로봇 연구의 메카다.
미디어연구소 내 개인로봇그룹은 인간, 특히 어린이와 상호작용하며 언어 학습, 사회성 습득, 건강 관리 등 기능을 수행하는 소셜로봇을 다수 개발하고 있다. 이 그룹에는 박혜원, 정수연, 이진주 연구원 등 한국 교포 3인방이 소셜로봇 프로젝트들을 이끌고 있다.
지난 13~20일 MIT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을 찾아 개발 중인 소셜로봇 상다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연구원들로 부터 자기가 맡고 있는 소셜로봇 프로젝트의 기술 현황과 성과를 들을 수 있었다. 일부는 보스턴 아동병원 등 실험 장소가 나가 있었다.


허거블은 건강관리, 교육, 사회적 소통 목적으로 개발된 캠패니언(친구) 로봇이다.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이 개발했다. 이 로봇은 곰 인형 모습을 하고 있어 어린이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허거블은 어린이의 언어와 비언어 표현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반응한다.
허거블은 사회 관계에서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사이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특히 소아 병동에 입원한 어린이 환우가 겪는 스트레스, 불안, 고통을 덜해주는 용도로 도입되고 있다.
연구자들은 보스턴 아동병원·노스이스턴대학교와 손 잡고 보스턴 아동병원 중환자실과 암 병동에 입원한 3~10세 어린이에게 허거블을 주고 48시간 이상 반응을 살폈다. 실험 기간 참가자는 감정 Q센서를 쓰고 피부의 전기 저항과 전위 변화 등 피부 전기활동(EDA)을 측정해 유효성 여부를 판별했다.
허거블 프로젝트는 개인로봇그룹 내 정수연 연구원이 주로 맡고 있다. 정 연구원은 MIT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디어연구소에서 석사 과정 1년 차다. 그는 “어린이 환자가 허거블과 소통하고 노는 모습을 통해 의료진은 해당 환자가 고통, 스트레스, 불안 등을 얼마나 느끼는 지를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환자와 허거블 간 상호작용이 환자 가족에 미치는 영향도 살피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연구소가 자리한 E15 건물 4층 개인로봇연구그룹 연구실에선 빨간색 털복숭이 로봇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연신 위 아래로 흔들고 허리는 앞뒤 좌우로 움직이며 눈에는 함박웃음을 담고 있었다. 박혜원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이 로봇을 ‘테가’라고 소개했다.
테가는 첨단 소셜로봇 플랫폼이다. 소트프웨어 개발자, 엔지니어 등 MIT 미디어연구소 소속 연구자들이 공동 개발했다. 이 요란한 색깔의 털복숭이 로봇은 어린이와 6시간 동안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 로봇은 집 안에 비치해 어린이 초기 언어 교육이나 이야기하기 학습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테가 눈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에 웃거나 찡그리는 등 얼굴 표정을 표시해 비언어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는 로봇의 행동과 동작 모터를 통제하고 갖가지 센서를 운영한다. 이마에 붙은 고화질 카메라와 스피커가 표현력을 배가시킨다.
테가는 애니메이션 동작 원칙 ‘찌그러뜨리기와 늘리기(squash & stretch)’에 기초해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동작을 만들어낸다. 이 원칙은 사물 특유의 재질이나 성질에 의해 찌그러지거나 튀어 오르는 모양을 표현하는 원리를 일컫는다.
테가는 5가지 방식으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허리는 전후좌우로 기울일 수 있다. 전체 몸체를 좌우 움직이거나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이 5가지 동작을 섞어서 끊김 없이 빠르고 안정되게 행동을 표현한다.
이 움직임들 조합으로 로봇은 끊임없이 빠르게 행동을 표현한다. 로봇은 자동적으로 작동하거나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다. 한번 충전으로 6시간 작동한다. 테가는 2개월간 보스턴 내 3개 공립학교에서 외국어 교육에 시험 활용한 바있다.
이 로봇은 여러가지 얼굴 표정을 연출할 수 있다. 웃거나 흥분하고 때론 낙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추가적인 표정을 개발 중이다. 미래 녹음한 오디오로 음성을 지원한다. 또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꾸는 시스템이나 실시간 음성 스트리밍과 음 높이 변조를 통한 스트리밍 기술도 지원한다.
테가 응용 프로그램 개발을 맡고 있는 박혜원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테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특성을 최대한 차용, 다양한 정서적 표현이 가능해 어린이와 오랜 시간 어울리며 놀고 학습하는 소셜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넥시는 위험물 제거용으로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미국 해군이 개발 지원하고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그룹이 개발했다. 매덕스는 넥시를 개량한 모델로 학습이나 인지 능력 면에서 안정적이다.
매덕스는 심리학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 심리학과 연구진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얼굴 만지기, 팔짱 끼기, 뒤로 기대기, 손 만지작 거리기 등 행동들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들이 이 가설을 입증하려면 전문 배우를 고용해야 하고, 배우들은 실험대상인 다른 사람 앞에서 말없이 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 전문 배우라도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무언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한마디로 인과관계가 뚜렷이 드러나는 정확한 실험을 수행할 수 없다.
미디어 연구소 덕분에 심리학과 연구진들은 전문 사람 배우가 아닌 로봇을 통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매덕스는 사람 못지 않게 풍부한 감정을 때에 맞게 표현한다. 로봇공학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화면을 통해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고, 버튼을 누르기만해도 로봇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매덕스는 연구진이 머리를 움직일 때와 말을 할 때 그 움직임을 관측하고 실시간으로 따라한다.
노스이스턴 사회 감정 연구소, 존슨 경영대학원, 코넬대, 그리고 미디어 연구소는 매덕스를 이용해 앞서 말한 심리학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몸짓들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주장을 입증했다.

MIT 미디어연구소는 할리우드 특수 효과로 유명한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와 레오나르도를 공동 제작했다. 미디어연구소가 가진 최첨단 사회지능 로봇 기술과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가 가진 예술성과 애니매트로닉스(몸체에 기계장치를 넣고 캐릭터 모형을 덧씌운 후 전기로 움직이게 하는 특수효과 기법) 전문성이 결합되었다. 아방가르드 예술과 최첨단 기술이 같이 창조했기에 이에 견줄만한 이름이 필요했다. 미디어연구소는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이자 과학자,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빗대 레오나르도라 이름 지었다.
레오나르도는 기존 로봇과는 다르게 진짜 생물처럼 생겼다.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는 “우리는 로봇이 사람이나 개, 고양이를 닮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로봇은 로봇 그 자체 생김새로 존중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보기에는 외계종 개처럼 생겼지만, 레오나르도는 복잡한 기계들로 구성되어있다. 보통 공장에서 쓰이는 로봇 팔은 6개의 자유도를 가진다. 레오나르도는 69개의 자유도를 가지고 있고 그 중 32개가 얼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조품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인간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다. 복잡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걷지는 못한다. 그래도 다양한 제스쳐를 취할 수 있고, 간단하게 사물을 조작할 수도 있다. 레오나르도는 77cm로 키가 작은 편이지만 그 어느 로봇보다 다양하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공장에서 쓰이는 모터랑 레오나르도에 쓰이는 모터는 다르다. 공장에서는 크고 강력한 모터를 사용하지만 레오나르도 같이 다양한 기능을 가진 로봇에서는 작고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모터들이 필요하다. 미디어연구소는 이 점을 고려해 크고 작은 모터들을 제어할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레오나르도는 자기가 처한 위치와 고도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기계가 움직이는 기준점이 되는 많은 축들을 제어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에게 자기를 소개한다면 다음에 레오나르도는 나를 알아볼 수 있다. 예를들어 “안녕, 내 이름은 마크야”라고 말할 때, 레오나르도는 눈 왼쪽에 있는 카메라로 내 얼굴을 촬영한다. 촬영해서 나온 이미지에서 배경과 내 얼굴을 분리해 내 얼굴 패턴을 분석한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들었던 “마크”라는 이름과 얼굴을 연관지어 구분한다. 이 모든 과정이 15초동안 이루어진다. 얼굴인식은 별도의 모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그동안 다른 사람이 자기소개를 해도 레오나르도가 추후에 다른 사람을 못알아보는 일은 없다. 내가 방을 비운 사이 레오나르도에게 “마크 어디갔어?”라고 묻는다면 레오나르도는 방을 둘러보고 보이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어깨를 으쓱거린다.
미디어 연구소는 레오나르도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기초적인 틀은 갖춰졌지만 로봇 시야와 감각 분야에서는 좀 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간단하지만, 로봇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 많다.
미디어 연구소는 로봇 시야에 대한 목표를 여럿 세웠다. 로봇이 한 장면에서 주목할만한 물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움직이는 물체를 매끄럽게 쫓아가면서 관측할 수 있어야 하며, 사람과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칠 수 있고, 카메라로 촬영하는 영상에서도 물체 간 거리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레오나르도는 현재 한 물체에 집중하고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지만, 완전한 시야 기능을 갖추지는 못했다.
기계 감각 부문에서도 연구가 진행중이다. 미디어 연구소는 온도, 압력, 거리감 등을 레오나르도가 ‘느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단순히 센서를 외부에 돌출되게 장착하는게 아니라 털과 피부 뒤에 장착해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이게 할 계획이다. 현재는 사람들이 많이 접촉하는 귀와 손에 센서가 장착되어 있지만, 점차 전신에 장착할 예정이다. 미디어 연구소는 감각 정보를 레오나르도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로봇이 사람과 직접 관계 맺을 수 있을까? 로봇 솔레로는 사람 이목을 끌고 관심을 유지하는 법을 스스로 학습한다. 솔레로는 강화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짓고 사람이 각 표정에 대해 어떤 반응을 하는지 살펴본다. 솔레로는 사람들이 더 가까이 접근할 때 더 깊은 관계를 맺는다고 해석한다. 내부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가깝게 접근했는지 판단한다.
솔레로는 “사람들은 슬픈 표정을 짓는 로봇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어린아이처럼 우는 얼굴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로봇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드래곤봇(Dragonbot)
드래곤봇은 아이들 교육을 보조하는 저비용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 핸드폰에서만 구동이 가능하다. 드래곤봇이 설치된 태블릿이나 핸드폰에서 모은 정보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공유해서 많은 정보를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다. 폰에서 구동하기 때문에 비용도 싼 편이다. 각 플랫폼 설치 비용에 천 달러(한화 백만원)정도 소요된다. 개인이 직접 구매해 사용하기보다는 학교 같은 교육단체에서 많이 쓰일 예정이다.
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도 드래곤봇을 이용한 콤버스토 로봇을 만들었다. 콤버스토는 IBM에서 개발한 왓슨과는 다르다. 왓슨은 지식을 제공하는 교과서 같은 인공지능이다.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아이들 교육에 참가하지 않는다.
콤버스토는 이야기를 말해주면서 아이들이 배우는 과정에 개입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과 같은 입장에 선다. 선생님들이 비교적 딱딱한 말투를 사용하는 반면에 드래곤 봇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투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연구에서는 아이들이 딱딱한 말투를 사용한 드래곤 봇보다 아이들의 말투를 사용한 드래곤 봇에게서 더 많은 점을 배웠다고 밝혔다.
인간 지능에 끝없이 질문 던지는 MIT
[현지 르포] 인공지능 연구의 메카 美 MIT..CBMM·CSAIL·미디어랩 삼각편대, 인간 지능 신비 푼다시사저널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 이철현 시사저널e 기자 입력 2016.08.25. 12:53 수정 2016.08.25. 23:16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는 너드(Nerd·세상 물정 모르는 천재) 소굴이죠.” 장수연 MIT 미디어랩 연구원이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편이 개봉되던 지난해 12월에 일어난 소동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스타워즈 신작 개봉을 앞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대학본부 격인 맥크로닌 빌딩 지붕 돔 위에 스타워즈 로봇이 올라와 앉아 있었다. MIT 학생들은 부지불식간에 비밀 회합을 갖고 이런 엉뚱한 소란을 자주 꾸민다.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을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자유분방한 학생들이 눈에 띈다. 장 연구원은 “이런 자유분방함이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고 그게 MIT 학풍을 만드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천재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 넘치는 자금 지원, 학과 간 공동연구 풍토와 결합하면서 MIT를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센터로 만들고 있다.
“신경과학·인지과학·컴퓨터공학 협력·경쟁”
기자는 8월14일부터 19일까지 MIT 산하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 두뇌·마음·기계 연구센터(CBMM), 미디어연구소(Media Lab)를 찾았다. 인공지능과 로봇 분야 연구실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고, 교수와 연구원 등 5명을 인터뷰했다. MIT는 CSAIL을 중심으로 CBMM과 미디어연구소가 삼각편대를 이뤄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이 세 곳이 자리한 건물도 도보로 2~3분 거리 안에 몰려 있다. CSAIL이 자리한 레이 마리아 스타터 건물은 교내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CBMM이 들어 있는 건물과 마주 보고 있다. 스타터 건물에서 코흐 생물학 건물 너머 미디어연구소가 들어 있는 와이즈너 건물이 자리한다.
세 연구소는 협력·경쟁하면서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물을 창출하고 있다. MIT 미디어연구소 출신인 스탠 스클라로프 보스턴대 컴퓨터과학 교수는 “MIT는 특히 인공지능 연구 부문에서 신경과학·인지과학·컴퓨터공학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경쟁하는 학풍을 갖고 있다”며 “이 분위기가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기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마다 전문 영역과 특성이 뚜렷하다. CBMM은 신경망 등 인간 지능의 신비를 연구해 기계에 탑재할 방법을 찾는다. 인지과학·생물학까지 아우르며 인공지능 연구에 필요한 기본적 연구 성과물을 축적한다. 이 연구센터는 교수·연구원 등 126명을 아우른다. 교수나 연구원들이 MIT 소속만 있는 건 아니다. 하버드·스탠퍼드·캘리포니아 대학교 등 미국 내 여러 대학 교수와 연구원이 인간 지능의 신비를 풀기 위해 협업한다.

창문 너머로 드러난 MIT 미디어연구소 내부
MIT는 이 기초연구의 성과물을 CSAIL로 넘긴다. 여기서 MIT 연구 체제의 강점이 드러난다. CBMM 교수가 CSAIL 교수를 겸하게 한다. 기초연구 성과물을 바로 컴퓨터과학 영역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토마소 포지오 CBMM 교수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75면 상자기사 참조). 포지오 교수는 CSAIL 교수를 겸하고 있다. 포지오 교수는 신경망 연구와 인공지능 응용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석학으로 꼽힌다. CSAIL은 이 기초연구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만들어낸다. 시각·언어·상식 등 인간 지능의 다양한 영역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 미디어연구소는 기업 후원을 받고 상업화할 수 있는 응용기술을 개발한다.
삼각편대의 중심은 CSAIL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구 인원·자원 등이 다른 연구소를 압도한다. 1000명이 넘는 교수와 연구원·학생이 50개 이상의 연구그룹으로 나뉘어 인공지능·시스템·이론 등 3개 영역에서 100건이 넘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인공지능 연구그룹은 생물체의 지능을 연구해 그 결과를 토대로 인공지능을 개발한다. 추론·지각·행동 등 인공지능 모델과 기제를 개발해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CSAIL 교수진은 단연 최고다. 전문 연구회 회원 90명, 맥아더재단 연구원 7명, 튜링상 수상자 7명 등 컴퓨터과학 연구원에게 수여하는 갖가지 지위와 상을 받았다. 인공지능 50명, 시스템 38명, 이론 24명 등 총 교수 115명이 연구를 총괄한다. 그 밑에서 온갖 학위 과정을 밟는 연구원과 학생 1102명이 인공지능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인재들이다. 안드레이 바부 CSAIL 연구원은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캐나다인 유학생은 이제 갓 서른이지만 인공지능 분야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바부 연구원은 CBMM에서도 연구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보리스 카츠 MIT 인포랩그룹 교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카츠 교수는 IBM의 왓슨과 애플의 시리 개발에 기여한 연구자다. 바부 연구원은 특히 머신러닝과 머신비전, 언어 습득을 연구한다. 바부 연구원은 “인공지능 연구에 필요한 신경망 연구와 컴퓨터공학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업에 가상현실 게임 투자를 권하고 싶다”
[인터뷰] 인공지능 연구의 ‘살아 있는 전설’ 토마소 포지오 MIT 교수

그는 지능을 학습능력이라고 정의한다. 학습의 본질은 개별 사례들을 보고 일반화하는 능력이라고 판단한다. 신생아는 태어나 별로 본 것이 없어도 자기가 본 것을 차·말 등 특정 범주로 구분하는 능력을 재빨리 습득한다. 포지오 교수는 이런 신경망 기제를 연구해 인공지능을 설계한다. 기자는 8월17일 MIT CBMM 연구실에서 포지오 교수를 만났다.
인공지능 연구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인간 지능에 대한 이해다. 어렸을 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에 매혹됐다. 시간과 공간, 물리학, 상대성이론 등이 흥미로웠다. 인간 정신과 지능도 이에 못지않게 흥미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는 어떻게 더 많은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인간 지능의 신비를 풀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더 잘 설계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 목표가 이뤄지면 세상은 어떻게 변하겠는가.
인공지능이 (이미)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증기기관과 기계화가 그랬듯이 (인공지능이) 많은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다. 비행기 조종사, 택시 운전사 등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의사나 투자 자문역도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듯하다. 반면 과학자, 엔지니어, 컴퓨터 설계자는 여전히 살아남는다. 배관공, 정원사처럼 작업 현장에서 온갖 변수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직업군은 줄지 않을 듯하다. 그 중간에 있는 직종은 상당수 없어질 듯하다. 이 탓에 정치·사회·경제적 문제가 조만간 대두된다. 10년 안에 기계가 많은 일자리를 앗아간다. 그럼에도 사회는 더 부유해진다. 사람은 일할 필요가 없어진다. 소득은 늘지만 할 일은 사라지는 것이다. 이게 문제다. 이에 정부가 일률적으로 기본 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산능력이나 처리용량 면에서는 기계가 인간 두뇌보다 낫다. 다만 우리는 기계의 연산능력을 지능으로 바꿀 알고리즘을 개발하지 못했다. 이 알고리즘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모르겠다. 지난 5년간 머신러닝, 딥러닝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는 아이에게 세상 물건의 이미지를 일일이 보여주면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이미지를 보고 학습하지만 금방 구분하고 분류할 수 있다. 이 신비를 풀어야 한다. 신경과학이 지금까지 성과를 냈다. 다음 단계 발전도 신경과학 연구에서 나올 거다.
인공지능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인 듯하다. 기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기초 투자는 아니다. 미국 정부는 국가 펀드를 운영해 신경과학·인지과학·머신러닝 등 기초과학에 투자한다. 기업이 그것을 따라 할 순 없다. 딥마인드가 가장 좋은 벤치마킹 사례일 듯하다. 가상현실 게임에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리적 실체가 없어 제약이 없다. 자율주행차는 99.99% 정확해선 안 된다. 99.9999% 정확해야 한다. 자율주행시스템도 주행통제시스템에서 이번에 테슬라 운전자가 사망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는 영역은 인공지능을 도입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내심이 부족한 기업이 섣불리 투자할 분야가 아니다.

첨단기술 분야의 이단아가 주류 자리 차지
미디어연구소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팀은 개인로봇연구그룹이다. 이 그룹을 이끄는 이는 신시아 브리질 MIT 미디어연구소 교수다. 그는 소셜로봇 연구 분야에선 ‘살아 있는 전설’이다. 소셜로봇을 연구하려면 브리질 교수의 저서부터 훑어야 할 정도다. 그는 소셜로봇 상업화에 관심이 많아 소셜로봇 지보를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타트업까지 창업했다. 기자의 방문 당일에도 그는 지보 사업차 출장 중이었다. 브리질 교수는 개인로봇연구그룹이 수행하는 17개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일부는 매조지했지만 상당수는 진행 중이다.
개인로봇연구그룹에는 14명이 연구하고 있다. 브리질 교수가 좌장이고, 박사 후 과정 1명(박혜원 박사), 박사 과정 7명, 석사 과정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혜원 연구원은 어린이 교육용 로봇, 로봇 사고방식과 호기심 등 2개 이상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77면 상자기사 참조). 박 연구원은 “MIT는 학제 간 협업을 중시한다. 개인로봇그룹도 심리학·교육학 등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소셜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MIT는 인공지능 영역에서 학제 간 경계를 허물고 공동·협업 연구를 통해 가장 창의적인 연구에 몰두해 왔다. 지금도 첨단기술 연구 분야에서 이단아로 남아 아직 아무도 묻지 않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고 그 답을 찾고 있다. 이단아가 주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토마소 포지오 교수는 이에 대해 “인간 지능을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연산이라면 컴퓨터가 더 잘하지 않나. 인간 지능은 정의하기엔 애매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에 신경과학·인지과학·컴퓨터공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협업이 필수다. 인간 지능을 이해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 발전도 가능하다. 기계는 결국 인간 사고를 본떠야 똑똑해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MIT는 인공지능 연구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 맞는다면 한국 기업과 협업 가능”
[인터뷰] 감성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박혜원 MIT 미디어연구소 연구원
박혜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앳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구실을 찾은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연구그룹 소속으로 어린이와 소통하면서 학습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어린이가 로봇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로봇은 아이로부터 사회적 상호작용을, 아이는 로봇으로부터 언어와 호기심, 그리고 사고방식 등을 배우게 하는 것이 연구 목표다. 박 연구원은 어린이가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를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를 보면서, 게임하는 법을 배우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2006년 포스텍 전기전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조지아텍에서 전기전자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IT 미디어연구소에 합류한 것은 2015년이다. 박사 학위 논문 주제가 ‘소셜로봇의 상호작용 연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셜로봇 연구 분야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MIT 미디어연구소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신시아 브리질 MIT 교수 지도 아래 인간과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감성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8월15일 MIT 미디어연구소 4층 개인로봇연구그룹 내 연구실에서 박 연구원을 만났다.

소셜로봇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인간 삶 속에 들어와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자극에 반응하는 로봇은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다. 이 로봇은 사회적 요구나 양식에 맞는 행위 양식을 학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물건을 집는 단순한 행동을 하더라도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건을 집겠다는 신호를 자연스럽게 보내, 사람이 놀라거나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는 행동 양식 등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
아이의 초기 언어 학습과 사회성 습득에 로봇이 인간 교사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가.
피어 모델링(peer modeling)을 연구하고 있는데, 아이가 로봇을 친구로 여기며 상호작용하는 모델을 통해 언어능력을 학습하고 호기심·마인드셋(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다. 로봇이 인간 교사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아이와 로봇 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문장 구조가 정확하지 않고 스토리텔링이 떨어지다 보니 로봇이 어린이 말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에 더 자연어에 가까운 대화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클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로봇을 훈련시키고 있다. 로봇 언어인식 행위를 클라우드에 올려 일반인들이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로봇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에 기초해 학습 모델을 정교하게 만든다. 4~6살 어린이와 함께 하는 작업이다 보니 아동심리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만약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 창업을 제안하면 받아들이겠나.
투자 조건이 문제다. 해당 기업이 연구·개발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좋다. 소셜로봇 분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직 초창기다. 기초 연구에만 최소 3년이 걸린다. 지금 당장 플랫폼은 개발할 수 있다. 그 플랫폼에 인공지능을 심는 일이 관건이다. 또 고객 요구나 특성에 맞게 집어 넣어야 할 사양을 선택하고 연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 = 이철현 시사저널e 기자 sisa@sisa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