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미·중·러·북의 치열한 ‘사드 셈법’

일취월장7 2016. 7. 27. 15:15

미·중·러·북의 치열한 ‘사드 셈법’

7월8일 한국은 ‘사드 배치’를 발표했고, 나토는 폴란드와 발트 3국에 나토군 파병을 결정했다. 신냉전의 징후는 뚜렷하고 한국이 그 한복판으로 뛰어든 형국이다. 사드를 둘러싼 미국·중국·러시아·북한의 의도를 짚었다.

남문희 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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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호] 승인 2016.07.25  19:55:40


한·미 양국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한 7월8일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렸다. 7월9일까지 이틀간 열린 이 회의에서 나토 정상들은 발트 3국과 폴란드에 각각 1개 대대씩 4개 대대, 모두 4000명의 나토군을 파병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한 데 이어 발트 3국과 폴란드를 압박해온 러시아에 맞선 파병 결정이다. 이로써 1997년 러시아 국경 주변에 나토군을 상주시키지 않겠다던 러시아와 나토 간 기본협정이 무력화됐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유럽이 신냉전에 접어들었다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7월8일 서울에서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나흘 뒤인 7월12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쐐기를 박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의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로 험악해진 미·중 갈등이 이 판결로 더욱 증폭되었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신냉전의 전선이 활활 타오르는 와중에 한국이 섶을 지고 그 한복판으로 뛰어든 형국이다. 사드 배치 선언을 계기로 최대 안보 현안이었던 북한 핵과 미사일은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대신 여태까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중국과 러시아의 핵공격 위협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덮쳐오고 있다.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굴과 사자굴 속으로 뛰어든 셈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록히드마틴</font></div>미국 록히드마틴 사가 개발한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록히드마틴
미국 록히드마틴 사가 개발한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유럽과 한국에서 거의 동시에 벌어진 사태들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다만 사드 배치 선언과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은 하나의 패키지로 엮여 있다.

사드 배치부터 짚어보자. 사드 배치 발표 전,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는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 인사 15명을 인권유린 혐의로 첫 제재 대상에 올렸다. 사드 배치가 군사적 의미를 넘어 일련의 대북 압박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사안의 성격상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충격요법의 의미도 동시에 띠었다. 북·중 대화 과정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사드 배치는 지난 6월 이래 양측으로부터 파상공격을 받아온 미국이 수세를 공세로 바꾸기 위한 ‘게임 체인저’로 꺼낸 카드라 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북·중 양국의 공세란, <시사IN>이 그동안 보도해온 6월 초 베이징 북·미 군사회담 무산과 관련이 있다(<시사IN> 제461호 ‘무수단 보고 놀란 가슴 사드 놓고 달래나’). 북·미 군사회담이 무산된 지 열흘 뒤인 6월17일, 중국 수호이30 전투기 두 대가 일본 측 방공식별구역(ADZ)과 겹치는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순찰 비행했다. 이 비행 전에도 중국 함선의 긴급 출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6월9일, 15일, 16일 세 차례에 걸쳐 중국 함선이 센카쿠 열도 근방의 일본 영해나 접속수역에 접근했다. 당시 일본 열도는 영문을 몰라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6월9일이면 미국이 북·미 군사회담을 최종 거부한 6월3일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 즉 베이징 미·중 전략경제대화(6월7~8일)를 한 다음 날부터 행동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북한대로 6월22일 무수단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해 미국에 충격을 주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7월8일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머스 벤달 미8군 사령관이 ‘사드 배치’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8일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토머스 벤달 미8군 사령관이 ‘사드 배치’ 발표를 하고 있다.

북·중 양국이 왜 그러는지 미국이 모를 리 없었다. 4월부터 두 달이나 끌어온 북·미 군사대화 제안을 막판에 틀어버린 데 대한 반발이었다. 정부 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북·미 군사회담을 무산시킨 미국으로서는 사과하고 다시 시도해보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강공책으로 치고 나가 협상의 공간을 노려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 강공책이 바로 사드였다. 수세 국면을 일거에 공세로 전환해 판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로서 사드 조기 배치 카드가 떠오른 것이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미국도 막상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 사드 배치야말로 북한과 중국 양쪽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였다”라고 밝혔다.


2014년 6월 스캐퍼로티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드 배치 문제를 공식 거론한 이래 미국은 배치와 관련한 실무 준비를 계속해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압박하는 협상용 카드로만 톡톡히 활용했다. 즉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 이들을 동참시키는 협상용으로 쓴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실제 배치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엄포용이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후 진행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제2270호에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 동참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요구대로 무작정 대북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만은 없었다. 북한이 반발해 사고를 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대신 민간 기업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는 ‘이중 플레이’를 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위한 6자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미국 처지에서는 어느 선 이상으로 대북 제재의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협상용 사드 카드로는 대중국 압박도 한계에 봉착했다.

미국은 사드 실전 배치라는 강공책을 현실화했는데, 그 뒤의 전개가 영 매끄럽지 않았다. 먼저 북한 반응부터 살펴보자. 미국은 사드 배치를 선언하면 북한이 강력 반발하며 시끄럽게 굴 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북·미 사이 티격태격하다 보면 의외의 접촉 공간이 열리고 협상의 여지도 생길 거라고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예상 밖의 행동을 취했다. 아예 미국과의 접촉 채널을 끊어버린 것이다. 바로 북·미 간 뉴욕 채널의 폐쇄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font></div>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다. 위는 6월25일 정상회담을 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다. 위는 6월25일 정상회담을 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북한과 미국은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 채널은 유지한다는 불문율을 지켰다. 베이징 채널과 뉴욕 채널을 통해서다. 특히 뉴욕 채널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가동됐고 6자회담 국면이나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 석방, 하다못해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사전 통보 채널로도 가동되어왔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대미 대화를 전담하는 팀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 6월 북·미 군사회담 무산으로 베이징 채널이 폐쇄된 데 이어 최근에 뉴욕 채널까지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북한이 아예 대미 대화 전담요원을 전부 철수시켰다는 말도 들린다.

이 같은 폐쇄는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15명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명단에 올린 데 대한 항의 표시로 보인다. 7월8일 북한 외무성은 성명에서 ‘미국의 조치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미국과 관계되는 모든 문제를 공화국의 전시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이미 북한의 제재 명단 철회 요구를 미국이 거부할 경우 ‘조·미 사이 모든 외교적 접촉 공간과 통로는 즉시 차단될 것’이라고 통고했다. 실제로 북한이 유엔 주재 상임대표부를 통해 미국 정부에 뉴욕 채널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한 시점은,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선언이 나온 뒤였다. 사드 배치 선언을 하면 의외의 대화 통로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미국으로서는 뜻밖의 일격을 당한 셈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는 북한?

그렇다면 북한은 왜 대화 채널 폐쇄로 응답했을까? 외교 소식통은 몇 가지 이유를 거론한다. 첫째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선언으로 북한이 불리할 게 없다는 점을 들었다. 당장 그 이후 전개된 상황을 보자. 사드 배치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분노의 표적이 되었다. 미국 역시 사드 배치라는 카드를 써버린 이상, 중국과 러시아를 통제할 지렛대가 사라졌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유엔의 북한 제재에 동참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드 배치 이후 조성될 한·미·일 관계 강화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고 북·중·러 간의 대응 체제 구축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드 배치에 따른 최대 수혜자가 북한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한 상황인 셈이다. 사실 약간의 셈법만 있다면 충분히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다. 또 사드 배치 선언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흥분해 있는데, 북한이 대화 채널을 유지하며 미국과 따로 만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었다. 북한이 매우 주도면밀하게 상황을 읽고 행동에 나섰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 카드를 실행에 옮긴 미국이 정작 아쉽게 됐다. 현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 두 명을 송환하게 할 뾰족한 수가 없다. 북한은 두 사람을 전시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으로서는 속이 탈 노릇이다. 그렇다고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사드 배치 이전이라면 모를까 일단 사드 카드를 써버린 이후 중국을 통한 북한 통제는 이제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무리 패권국이지만 모든 카드를 한꺼번에 쓰지는 않는다. 상황을 통제해가며 순차적으로 쓴다. 이런 점에서 사드 배치를 먼저 발표하고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을 연기시키는 것이 원래 구상이었다고 한다. 중국과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서다. 이미 지난달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를 통해 중국에 대화로 해결하자고 제안함으로써 협상 사인을 보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져, 재판이 연기되지 않고 중국의 영유권을 부정하는 판결이 곧바로 나온 것이다.

대북 제재에 협조하면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던 중국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로 잇달아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다. 판결은 물론 재판관들이 했지만 이번 재판 이면에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놓여 있다. 패소한 중국으로서는 분노가 끓어오를 상황이다. 사드 배치와 이번 판결로 당분간 미국은 동북아 상황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중국뿐 아니라 나토와 대치 전선을 벌이는 러시아도 극동에서 제2 전선이 형성되었다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러시아 처지에서 보면 이번 사드 배치를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비교해 ‘역지사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소련은 미국 턱밑인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를 구축했다. 이번에는 미국이 러시아의 턱밑인 한국에 사드를 들여놓은 것이다. 러시아 처지에서는 미국의 최전선 국가인 한국에 자신들의 극동 군사기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레이더가 세워진 것이다. 중국이 느끼는 위기감도 러시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양국의 대응 강도를 예상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 피하려다 십자포화 맞을라

중국·러시아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동북아 차원이나 글로벌 차원의 전략 환경에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국·러시아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이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역을 최우선으로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

남문희 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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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호] 승인 2016.07.25  19:54:28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위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우리 정부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사드의 X밴드 레이더를 중국 쪽이 아니라 북한 쪽으로 고정할 것이라고 국방부는 해명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 측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에 따르면, 백두산 너머에 중국이 매우 민감해하는 미사일 기지가 있다. 유사시 미국의 타이완 개입을 저지하기 위한 둥펑(東風·DF)-21D 미사일과 둥펑-26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이 미사일은 세계 최초 대함 탄도미사일(ASBM)로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다. 미국 해군연구소에 따르면, 이 미사일이 이론대로 작동한다면 사정거리 1500~2700㎞ 범위로 타이완에 접근하는 미국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미국에는 치명적인 무기다. 중국 동쪽 해안의 미사일 기지들은 미국의 위성망에 노출돼 있지만 이 기지는 백두산에 엄폐돼 발사 시점에 원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현재의 무기 체계로는 막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X밴드 레이더 기지가 한국에 배치되면 발사 원점을 파악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전쟁의 승패가 갈릴 수 있는 문제다.

또한 중국에서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지구가 곡면이기 때문에 알래스카에 있는 조기경계 레이더로는 조기 포착이 어렵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가능하다.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MIT 교수가 2015년 <한겨레>에 제공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중국 ICBM을 발사 단계에서 3000㎞ 상공에 도달할 때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게 가능했다. 이 실시간 정보를 알래스카 조기경계 레이더로 전송할 경우 요격 확률을 상당 수준 끌어올릴 수 있다. 미·중 간의 전략 균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AP Photo</font></div>지난해 9월3일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 행사에 ‘둥펑-21D’ 미사일 탑재 차량이 등장했다. 
ⓒAP Photo
지난해 9월3일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기념 행사에 ‘둥펑-21D’ 미사일 탑재 차량이 등장했다.

아산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대미 장거리 핵미사일 전력의 균형이 파괴되고 △전역 미사일 무력화 또는 제1 도련(오키나와-타이완-남중국해를 연결한 지역) 방어를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Anti-Access Area-Denial) 전력 무력화 △중국의 종심 감시 △한·미·일 군사 블록의 등장 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반발하는 까닭

러시아는 2012년 북극해의 석유 자원을 개발해 동남아까지 수송하기 위해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군사력을 대폭 신장해왔다.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로 그 동향을 탐지해 미·일 동맹에 전달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러시아 전략미사일아카데미 교수인 바실리 라타 중장에 따르면, 한국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는 ‘러시아로부터 날아오는 모든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동북아 차원이나 글로벌 차원의 전략 환경에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2015년 루마니아에 SM3 요격 미사일 기지를 도입해 남유럽 미사일방어(MD)를 구축한 미국이 2013년 4월 괌, 2014년 12월 교토를 거쳐 이제 한국에 사드를 도입해 동북아 MD까지 완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또 2018년까지 폴란드에 비슷한 체제를 도입해 동유럽 MD를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은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역을 최우선으로 겨냥할 것이다. 북한 미사일 막겠다고 사드를 배치했는데, 그보다 더 무서운 중국과 러시아의 핵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하게 생겼다.



한국의 변명이 안 통하는 이유

남문희 기자 


한·미 당국은 줄곧 북한 핵과 미사일로부터 한국 정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래서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 방어에 적합한 곳에 배치될 것이라고 점쳐졌다. 사드의 효용을 둘러싼 많은 논란 역시 바로 이 점, 수도권 방어 효과에서 비롯했다. 북한의 장사정포와 스커드 미사일 같은 단거리 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수도권 방어에 과연 사드가 효용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국방부의 초기 대응 논리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에 핵을 장착해 쏠 경우 기존 패트리엇 미사일은 요격고도가 낮아 수도권이 핵 낙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드 미사일은 요격고도가 높아 북한 영내에서 요격이 가능해 북한이 오히려 핵 피해를 당하게 된다며 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일본해상자위대 제공</font></div>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타고’급 이지스함. 
ⓒ일본해상자위대 제공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타고’급 이지스함.

이 논리는 스커드 미사일의 비행고도가 사드의 요격 범위인 40~150㎞ 이하라는 점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2014년 3월 북한의 노동 미사일 발사 실험이 사드 배치론자들의 논리에 힘을 보태줬다.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한 것이다. 노동 미사일을 정상으로 발사하면 사정거리가 1300㎞로 일본 열도와 오키나와 등의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 발사 각도를 높일 경우 사거리가 짧아져 수도권도 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장사정포처럼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는 다른 무기들이 얼마든지 있는 북한이, 일부러 노동 미사일을 높이 쏘아 올려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고각 발사 실험 자체가 사드 배치론자들에게는 구원의 손길이었다. 이때도 사드가 수도권 방어용이라는 대전제는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한·미 당국이 사드 배치 지역으로 삼은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는 수도권 방어와는 전혀 무관하다. ‘한·미 동맹과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한·미 양국이 발표문에서 밝힌 대목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이는 사드가 부산 일대의 후방 증원 기지뿐 아니라 괌과 주일 미군기지까지 방어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이 6월22일 발사에 성공한 무수단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3000~4000㎞이다. 유사시 한반도로 증파되는 괌의 미군기지도 사정권 안에 든다. 무수단 발사 성공이 사드 배치를 앞당기게 된 계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렇다면 성주에 배치될 사드의 주요 타깃이 분명해진다. 괌으로 날아가는 무수단을 직접 요격할 수는 없지만, 성주에 배치될 레이더로 사실상 발사 단계에서 포착이 가능하다. 성주에 탐지거리 600여㎞인 종말단계 요격용 레이더 모드(TM)를 운영하더라도, 해상의 이지스함과 우주 정찰위성 등과 함께 가동되면, 얼마든지 전방 전개 요격용 레이더(FBR) 구실을 할 수 있다. 실제 요격은 미국이나 일본의 이지스함에 통보함으로써 그쪽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한국에 배치될 사드의 실제 효용은 요격 미사일이 아니라 사드 무기의 최대 장점이라 할 X밴드 레이더의 배치에 있다. 이 경우 X밴드 레이더의 탐지 목표는 북한을 넘어 중국의 동북 지역과 러시아 극동까지 얼마든지 넘나들 개연성을 갖는다. 바로 한반도 차원을 넘어 동북아와 글로벌 차원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 '사드' 짊어지고 루비콘강 건넜다

2016.07.27 11:39:22


[한반도 브리핑 ] 내가 더는 글을 쓸 수 없는 이유

       
내가 <프레시안>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부터이다. 그때는 이명박 정부가 막 시작할 때이었고 나는 일본 어느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경남대학교로 자리를 옮기고 첫 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김대중 정부 때부터 기조로 삼아온 '햇볕정책'에서 탈피해 '실용'과 '실리'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펼칠 것을 천명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이 '실용'과 '실리' 외교의 핵심은 한미관계의 복원에 기초해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아래 대북정책을 세우고, 실천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한국에 오기 바로 직전 '한국과 같이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같은 나라들이 어떻게 강소국이 되었는가? 또 이것을 어떻게 한국에 적용해 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를 하고 '중립화 노선과 한반도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책을 쓰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자각 중 하나는 외교의 궁극적 목표가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증진시키는 것이라 할 때,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제외교에서 어느 한 쪽에 편입되어 그 입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해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천명한 외교정책이 한국의 국익에 반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하였고 이것을 알리기 위해 <프레시안>에 기고했다.  

이후 <프레시안>에서 나를 '한반도 브리핑'의 필자 진에 넣어주는 덕분에 8년 동안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글을 실을 수 있었다. 8년간 작지 않은 양의 글을 썼다. 그냥 의무적으로 순서가 다가와서 글을 쓴 적도 있지만,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세계질서에서 지정학적으로 그리고 지경학적으로도 중심에 있는 한반도가 세계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갖고 나의 글이 이것을 이루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록 한편에 원고지 30장 정도의 작은 글이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이제 이와 같은 글을 쓰기 어려울 것 같다. 필자의 얄팍한 지식과 식견이 고갈된 것도 현실적인 이유이지만, 한국 정부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인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더 이상 한국 외교에서 새로운 외교 전략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는 루비콘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동북아시아라는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지라는 방정식에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이기를 포기하고 상수, 그것도 종속 상수로 전락해 버렸다.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주한미군의 사드(THAAD)를 남한 내 배치하는 것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의 사드(THAAD) 한국 배치는 단순히 북한의 핵탄두를 막기 위해 추진 된 것이 아니다. THAAD의 한국 배치는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낼 수 있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이제 그동안 길러온 실력을 바탕으로 '제 할 일을 주동적으로 하자'라는 주동작위(主動作爲)로 바뀌고 있는 중국을 미국이 일본, 한국과 더불어 물리적으로 견제하여 중국으로의 세력전이(power transition)를 저지하겠다는 미국 전략의 실질적 그리고 핵심적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변수로서 한국이 자국의 이익에 바탕을 두고 외교를 하였더라면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도모하며 나아가 동북아에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중계하며 협력을 촉진하는 촉매적 역할을 담당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종속 상수로서 한국은 동맹국의 의지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견제의 전초기지로 그 역할과 임무가 결정지어 짐으로써 동북아 세력 각축장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혹자는 말한다.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무역국이지만 중국은 그들의 개혁개방에서 보여 주었듯이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여 다루기 때문에 한국에 THAAD가 배치되어도 경제적으로 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한 무지를 들어내고 몽매한 희망 사항일 뿐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면서 추진되지 않았다. 문화혁명 이후 중국지도부는 문화혁명을 비판 정리하고 다시 정통 맑스주의 시각에서 중국의 역사적 발전단계를 재정립하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중국은 사회주의 혁명을 이루었지만 역사발전 단계에서 자본주의 단계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력이 사회주의 단계에 이를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회주의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생산력 향상을 이루어야 하며 시장도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자신들이 당시 처한 시기를 '사회주의 초급단계'로 규정했다. 중국에서 생산력 제고, 즉 시장을 활용한 생산력 향상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표명되는 중국의 유일 정당인 공산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의 개혁개방은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철저하게 정치와 경제를 하나로 보는 맑스주의 시각에서 이루어 졌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각국이 자국의 이익에 기초하여 외교정책을 펴는 것이 주권국가의 기본적 행태이고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상식이라면 자국을 견제하고 견양하고 있는 THAAD가 배치되어 있는 한국에게 아무런 보복과 불이익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자의적이고 몰상식한 발상이다.

또 혹자는 말한다. "우리는 국가수립단계부터 미국과 동맹관계이고 미국 덕분에 북한의 침략도 막아내고 경제성장도 이루었으니 미국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하다". 유교적 전통을 갖고 있는 한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 역시 외교의 본질과 현실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고 국민을 호도하여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는 주장이다.  

미국이 한국을 가엾게 여기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되어 한국을 구하기 위해서 한국전쟁에 참여 하였고 한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국의 시장을 열었을까?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동맹도 적도 없다는 것은 현실이며 상식이다. 그리고 위의 명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바탕으로 타국과 관계를 맺고 행동한다는 것을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받아야 들여야 한다.  

'미국이 왜 한국전쟁에 참가했고 자국의 시장을 한국에게 열어주었을까?'에 대한 정답은 '왜 미국이 베트남전에 참가 하고 일본에게 자국의 시장을 열어 주었을까?' 를 따져보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아니 세계 대부분의 주권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극대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타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다.  

혹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미국편에 서는 것이 무엇이 문제야!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미국의 패권이 지속될 터인데!" 미국은 제2차 대전 이후 명실상부한 패권국으로 등극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프린스턴 대학의 저명한 정치학자 로버트 길핀의 패권안정론에 따르면 패권(hegemony)이 존재하는 시기동안 공공재(public goods)의 공급이 증가하여 자유무역 제도 등이 발전한다고 한다. 반면 패권의 쇠퇴시기에는 공공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보호무역적 특성 등을 보인다고 한다. 길핀의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미국의 패권은 분명히 쇠퇴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 현실과 바로 맞닿은 사례들에서 간단히 확인된다. 미국이 여전히 명실상부한 패권국이라면 왜 굳이 일본과 한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할까? 왜 중국이 배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을 일본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을까?  

또한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왜 노골적으로 미국이 맺은 모든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을 재검토하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협정은 폐기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을까? 이렇듯 모델스키의 패권 100년 주기(週期)론을 거론하지 않아도 미국의 패권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 THAAD의 한국배치에 대한 결정은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한국은 내년 12월 달에 대통령선거를 하는데 여기서 당선된 새로운 대통령이 THAAD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배치된 THAAD를 철폐할 수는 없을 것이다) THAAD 한국 배치를 지지하거나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입장에 대한 비판은 소용없는 일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가까운 미래에도 변화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한 어떠한 분석도, 또 여기에 대한 한국 외교에 관하여 글을 쓰기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한국은 동북아시아 국제관계에서 더 이상 변수가 아니며 그 정체와 가치가 확실히 들어난 종속 상수일 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누가 나의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해 주고 시원한 대안을 말해 주길 간절히 염원한다. 그동안 '한반도 브리핑'에 게재된 나의 졸필을 읽어 주신 분들께 이 지면을 빌어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가장 무서운 건 ‘중국의 뒤끝’ 작렬

중국이 보기에 한국 내 사드 배치는 주요 강대국 간 전략균형을 파괴하고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독단주의를 심화시키는 조치다. 향후 중국이 취할 대응은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조회수 : 5,831  |  변한수 (국제안보문제 전문가)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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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호] 승인 2016.07.27  17:15:28


한국 정부가 사드(THAAD) 배치를 공식화함에 따라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표명했고 사드 배치와 관련한 작업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중국의 이와 같은 격한 반대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자국의 대외 전략과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기인한다. 중국은 사드가 대륙간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설계돼 북한의 미사일 요격에는 실효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사드 배치는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빌미로 중국의 핵과 재래식 무기의 억지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본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회귀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차원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의 국가 싱크탱크인 국방과학기술정보센터 전문가들의 분석은 이렇다. 미국은 최근 자국 본토 및 동맹국에 지상·해상·공중·우주 등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해 통합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사드 시스템은 중간단계 요격 시스템인 지상발사형 중간단계 미사일방어체계(GMD), 종말단계의 패트리엇(PAC-3) 시스템과 함께 지상 미사일방어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이다.

중국은 사드 시스템의 미사일 요격 능력보다는 기술 정보 수집 능력을 더욱 우려한다. 중국 공군장비연구원 장원창(張文昌) 원장에 따르면, 사드 시스템의 AN/TPY-2 X밴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2000㎞에 달해, 한국 내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면 중국 내륙의 미사일 실험과 로켓 발사 활동이 미국의 감시에 전면적으로 노출된다. 이뿐만 아니라 AN/TPY-2 레이더는 미군 우주기지의 적외선 조기경보 시스템과 연동돼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이 가능하다. 이는 미국의 지상발사형 중간단계 미사일방어체계(GMD)의 요격 능력을 대폭 높여준다고 본다. 한편 ‘제1도련(오키나와-타이완-남중국해를 연결한 지역)’ 내 미국 해군기지의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서는, 사드는 이지스함 발사형의 SM3 요격미사일 및 패트리엇(PAC-3)과 연동돼 중간단계 저층, 종말단계 고층과 저층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 결과 중국은 미군기지와 미국 항공모함 전단에 대한 미사일 억지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Xinhua</font></div>7월8일 중국 해군의 구축함 윤청호가 하이난 도와 시사군도 사이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Xinhua
7월8일 중국 해군의 구축함 윤청호가 하이난 도와 시사군도 사이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결국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로 미국의 핵공격에 대응할 대미 핵 보복 능력이나 미래에 가능할 ‘대(對)타이완 통일전쟁’ 수행 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Area-Denial)’ 능력이 상당히 무력해지리라 본다. 동시에 중국은 자국의 항공우주 활동에 대한 미국의 일상적 감시로 이 분야 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보기에 한국 내 사드 배치는 글로벌과 지역 차원에서 주요 강대국 간 전략균형을 파괴하고,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독단주의를 한층 심화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그동안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 부장을 포함한 중국 지도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정부에 사드 배치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 노력에도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에 중국 정부와 민심은 큰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7월11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은 미국의 사드 배치에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스스로 이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파괴되는 비상 국면에 휘말려들어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뿐 아니라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사드 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는 의견을 공식 표명했다. 이에 더해 앞서 언급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인식, 최근 지역안보 이슈에서 보여준 중국의 행보를 종합해볼 때, 향후 중국이 취할 조치는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Xinhua</font></div>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Xinhua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에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정치·경제·사회 영역까지 뻗칠 중국의 ‘보복’

앞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조치들은 중국이 이미 밝힌 바와 같이 군사적 전략균형 유지에 초점을 둘 것이고,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전례 없는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천안함 사건 당시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이나 일본 순시선의 중국 어민 나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국의 조치는 관련 사건의 해결에 국한된 것이어서 국면 전환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반면 사드의 경우 배치 취소나 시스템 철수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데다 한국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조치는 일단은 ‘억지’와 외교적 담판을 통한 문제 해결을 포기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기존 지역 안보 이슈 해결 과정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외교나 국방 영역 외에도 정치·경제·사회 제반 영역에서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드 배치와 관련된 지역의 기관·기업·인물에 대한 직접적 제재, 한·중 간 경제교류와 협력에 대한 비협조, 한국 기업의 대중 투자 제약이나 주요 대중 수출품에 대한 비관세 장벽 설치, 주요 외교 일정의 취소나 중단, 북·중 고위급 교류의 활성화와 경제교류 강화, 중·러 연합군의 군사적 시위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이 밖에 사회교류 영역에서 반한(反韓) 분위기의 방관이나 조성을 통해 중국 관광객의 한국 여행이나 중국 내 한류 확산을 차단하려 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국제법과 기존 국제적 합의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형식은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내용은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큰 셈이다.

나아가 만일 중국이 외교적 협상을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거나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미국의 대중 압박을 정면 돌파하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택할 경우, 중국은 한·중 관계의 근본을 뒤흔드는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럴 때 중국은 군사적 전략 균형 유지 이상의 목적 달성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단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사드와 연관된 전략 목표물에 대한 직접 타격 준비가 기본적으로 포함될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서는 이이제이(以夷制夷) 관점에서 북한과의 군사협력 강화와 북한에 대한 군사지원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다. 결국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고, 경제 등 비전통 안보 위협까지 가져올 수도 있다. 게다가 군사 강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같은 더욱 심각한 안보 위협까지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