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제정세 칼럼

검찰 출신 초선의원, 검찰 개혁을 말하다 - 5·18 진실 밝힌 푸른 눈의 감시자

일취월장7 2016. 6. 8. 10:04

검찰 출신 초선의원, 검찰 개혁을 말하다

전관예우·청와대 ‘청부 수사’ 등 검찰을 둘러싼 논란은 늘 되풀이된다. 개혁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그 방법론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두 초선 의원에게 검찰 개혁의 ‘방향’을 물었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455호] 승인 2016.06.07  18:43:13


20대 국회가 5월30일 문을 연다. 여소야대에다 원내교섭 3당 체제로 시작한다. 20대 의원 300명이 타협의 정치를 펼칠지, 대결의 의정활동을 반복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체 의원의 44%를 차지하는 초선 의원 132명은 주목 대상이다. 이들은 20대 국회의 활력소다. 새로운 눈으로 여의도를 바라보고 행동할 수 있는 이들을 통해 20대 국회를 미리 그려봤다. 검찰·국방·경제·노동 각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여야 초선 의원을 만나 20대 국회의 개혁 과제를 들어봤다. ‘초선 의원이 진단하는 20대 국회 개혁 시리즈’ 첫 순서는 ‘검찰 개혁’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 
ⓒ시사IN 이명익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약자인 피의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지침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는 것이다.” 퍼뜩 두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피의자가 약자라니? 변호사가 영업용으로 쓴 글인가?

반전은 여기 있다. 현직 검사가 언론에 기고한 글이다. 심지어 제목은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다. 법에 보장되어 있지만 대개 잘 모르는 피의자의 권리를 알려주는 것이 검찰과 국민 모두에게 좋은 길이라는 믿음으로 글을 썼다. 10회 연재를 기획하고 시작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되었다. 이 기고문으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서 총무부로 전보 조치됐다. 2007년 결국 사표를 썼다.

라디오·TV·출판 등으로 대중과 만나던 변호사 금태섭이 정치인 금태섭으로 변신한 때는 2012년 9월이었다. 금 변호사는 새누리당 정준길 당시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을 폭로했다. 이후 안철수 캠프 상황실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펴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안철수 대선 캠프의 소통 부재와 비선 문제 등을 비판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서울 강서갑에 출마해 ‘1여3야’ 구도를 뚫고 당선됐다. 국회 법사위를 지망하는 그는 “참여정부 시절 대검에서 3년 있으면서 사법 개혁 관련 업무를 해 관련 쟁점을 잘 다룰 수 있다”라며 검찰 개혁의 뜻을 밝혔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지난 총선에서 호남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 북구갑에 출마한 그는 70.8% 득표율로 최다 득표 전국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수 끝에 의원 배지를 달았다. 같은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18대 4.06%, 19대 29.11% 득표했다. 호남에서 거세게 불었던 국민의당 바람을 탔고, 지역 표밭을 다져온 것이 주효했다. 각종 종합편성채널 등에 출연하며 쌓은 인지도도 한몫했다. 야권 인사들이 종편 출연을 터부시할 때, 야권 쪽 목소리를 전달하는 노릇을 했다.  

2007년 사표를 쓰고 검찰을 나와 문국현 당시 대선 후보의 법률 특보를 했다. 정치권에서 제3당이 뿌리내리기 쉽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달은 시간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의 앞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의당이 마냥 예뻐서 호남에서 싹쓸이를 한 것이 아니다. 더민주를 심판한 결과였다. 국민의당도 의미 있는 정치세력이 되지 못하면 4년 후에 똑같이 심판받을 것이다.”

검찰 출신이지만 국회 상임위는 법사위를 지망하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검찰에 대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정서적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많아서 제대로 칼질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전혀 다른 외부의 시선이 들어와야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왼쪽에서 두 번째) 등 요직에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연합뉴스
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왼쪽에서 두 번째) 등 요직에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검찰이 위기다. 법 적용 잣대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심을 산다. 신뢰가 흔들리면서 권위도 떨어졌다. 최근 진보·보수 신문 가릴 것 없이 ‘검찰, 전관예우 수사 주저 말아야(<한겨레> 사설 5월22일)’ ‘大法은 몰래 변론 근절책 찾는데 검찰은 손 놓고 있나(<동아일보> 사설 5월26일)’ 따위 검찰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전관예우 의혹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제 식구에게 관대한 처분을 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다. 그만큼 믿음을 잃었다.

검찰은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판단을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참여정부 백종천 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1·2심 모두 무죄가 났다). 반면 회의록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유세장에서 읊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은 무혐의 판단을 했다. 2014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기소조차 하지 않고 마무리했다. 검찰 안팎에선 채동욱 검찰총장 낙마 이후 청와대가 검찰을 완벽하게 장악했다는 말이 돌았다. 결국 검찰 개혁은 외부, 즉 국회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대 국회에 입성한 검찰 출신은 16명이다. 물론 이들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데 이견이 있다. 보통 검찰 출신은 친정을 엄호하는 의정활동을 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8명(경대수·곽상도·권성동·김도읍·김재경·김진태·주광덕·최교일), 더불어민주당 4명(금태섭·백혜련·송기헌·조응천), 국민의당 4명(김경진·박주선·이용주·조배숙)이다(가나다순, 초선은 굵은 글씨). 이 가운데 평소 검찰 개혁 목소리를 냈던 더민주 금태섭 의원(49)과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50)이 5월23일 한자리에 앉았다. 새누리당 의원은 참석 요청을 거절했다. 예상대로 두 초선 의원은 친정을 향한 쓴소리를 던졌다. ‘대다수 검사는 훌륭하지만 일부가 문제다’와 같은 두루뭉술한 비판은 없었다.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방법론은 엇갈렸다.

 

‘정운호 게이트’에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연루됐다.  

김경진(김):의뢰인이 보통 검사나 판사와 변호사의 관계를 먼저 알고 찾아온다. 대개 고교 동창, 연수원 동기, 같은 부대 근무 등의 인연이 있지 않으냐며 찾아온다. ‘변론 과정에서 인연을 매개로 판·검사나 변호사가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한다. 법조계 전체가 이런 시그널에 갇혀 있다. 변호사부터 담당 판·검사가 친구면 안 맡겠다고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건을 맡는다.

금태섭(금):법조계는 학연·지연을 소중히 생각한다. 무시하면 ‘배신자’라거나 ‘의리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예를 들어 전관이 아니라도 고등학교 선배인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다면, 검사가 말 그대로 법대로만 하면 욕먹는다. 전관예우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옛날처럼 전관이 맡은 사건이라고 형을 깎아주는 경우가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전관이 영향을 끼쳤는지는 밖으로 잘 알려지지 않는다. 수사는 생물이라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결국 당사자 처지에서는 전관이 힘쓸 여지가 있다고 느낀다.

선임계 없이 변론하는 ‘몰래 변론’은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19대 국회에서 형사처벌하자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의 영역을 열어줘야 한다. 수사 과정에 적극 관여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 지금은 피의자 신문을 할 때 변호사가 뒤에 앉아만 있을 수 있다. 수사에 참여할 수 없다. 수사받을 때 옆에서 의논하는 변호사가 더 효용이 크다고 의뢰인이 느껴야 한다. 수사 참여를 투명하게 장려하면, 전관 변호사의 전화 변론이나 몰래 변론은 없어질 것이다. 피의자 신문 조사 때 변호인 역할을 적극 보장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1호 법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김수남 검찰총장(맨 왼쪽)과 일선 검찰청 특별수사 전담 부장검사들이 2월29일 열린 전국 특수부장 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수남 검찰총장(맨 왼쪽)과 일선 검찰청 특별수사 전담 부장검사들이 2월29일 열린 전국 특수부장 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퇴임 후 변호사를 못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법조계에서 전관 유효기간이 통상 6개월에서 3년이라고 한다. 3년 정도 개업을 못하게 하면 된다.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며 위헌 논란이 일 수 있지만 방법이 있다. 퇴직한 이에게 급여에 준하는 월급을 주고 대신 검찰·법원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면 된다. 또 전관예우 사례를 신고하게 만들고 지키지 않으면 형사처벌해야 한다. 신고를 의무화해서 ‘변호사 자격 1년 정지’ 이렇게 하면 어떨까. 결론은 전관예우에 대한 페널티가 더 세져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이 더 따갑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황교안 국무총리, 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등 요직에 검찰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검찰이 이들에 의해 완벽하게 장악됐다. 개기다 뺨 맞는 모양새까지 연출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봐라. 국정원 댓글 수사팀이었던 윤석열·박형철 같은 사람이 인사에서 배제되는 흐름을 겪으면서 검찰 자체가 완벽히 ‘청와대 예스맨’ 구조로 갔다. 거칠게 표현하면 영혼이 없다. 검찰은 지금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검찰을 완벽하게 움켜쥐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반대로 정치권이 검찰과 거리를 두고 통제하지 않아도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정부의 검찰 정책도 완전히 실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얘기하며 계속 (통제 밖으로) 밀어냈다. 최소한의 통제도 없는 이상한 집단이 됐다. 사실 검찰 처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이 더 쇼크였다. DJ는 검찰이 사형 구형을 내린 사람이다. 당선 뒤 검찰에선 이제 다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검사장들이 청와대에 갔더니 DJ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라는 휘호까지 내려주었다. 검찰이 감동했고 그러면서 DJ가 어느 정도 검찰을 장악했다. 이런 통제 방식이 밀어내기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는 등 권한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맞다. 검찰 권한이 너무 큰데, 사회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준 측면도 있다. ‘줄기세포가 진짜냐’ ‘미국산 소고기 문제를 보도하는 게 옳으냐’ ‘미국산 소고기가 광우병을 일으키느냐’ 이 모든 걸 검찰이 답을 낸다. 이러면 안 된다. 권한을 줄여야 한다.

:외국은 형사처벌 가치가 없는 가십성 사건 또는 정치적 공방 대상이 되는 팩트 파인딩(fact finding) 사건 같은 경우 국회나 해당 기관에서 처리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수사기관으로 가져간다. 여야 모두 정치 공방 과정에서 서로 검찰에 고소·고발한다. 진실 규명이 필요한 사건을 습관적으로 검찰에 가져간다. 검찰은 또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면 공소시효가 지났든,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든 일단 수사하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파기하며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 인사를 계속한다.

:대통령이 대놓고 탈법 행위를 한다. 무슨 방법이 있나. 언론이 열심히 비판 기사를 써야 한다(웃음).

:야당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똑같이 했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신뢰와 믿음에 기초하지 않는다. 불신과 견제를 기본 원리로 한다. 해법은 철저히 불신에 기초해야 한다. 사표를 쓰고 청와대에서 일하다 다시 검찰로 간다는 보장이 있으니, 검찰도 말을 잘 듣는다. 또 인사 때마다 좋은 자리에 보내주니, 서로 청와대에 들어가려고 충성을 한다. 결국 검찰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훌륭한 대통령이 와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너무 많은 권한을 검찰에 부여하고 있으니 당연히 청와대에서는 사용하기 좋은 칼로 여긴다. 그 권한을 줄여야 정치권에서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게 맞다.

:검찰의 힘을 빼야 한다는 금 의원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검찰 하나만 놓고 말하면 맞을 수 있지만, 검찰의 수사권을 제약하면 빈틈이 생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비리가 많다. 방위산업 부문만 봐도 요소요소 뻥뻥 뚫려 있다. 조세 회피처에 떠도는 돈만 800조원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에서 장난치는 게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된다. 관세청·국세청 조사로도 안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제어·통제를 위해서 아직 검찰의 수사권이 필요하다. 이것이 금 의원과 내 생각의 차이다. 검찰 수사는 법원에 의해 통제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검찰을 개혁해야 하나?

:경찰이 수사를 하고 검찰은 지휘만 해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다. 수사는 경찰이 하고 지휘만 검찰이 하면 형사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야권에서 검사가 ‘어사 박문수’ 같은 사람이 돼주기를 바라는데 왜 검사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나. 법률 전문가로서 역할을 한정해야 한다.

:여전히 검찰의 수사 기능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검찰 내부 비리, 정치색이 짙은 수사는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 수사는) 상설특검이 맡으면 된다. 나머지는 현재의 검찰 시스템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5·18 진실 밝힌 푸른 눈의 감시자

1996년 미국 기자 팀 셔록(사진)은 ‘체로키 파일’ 보도를 통해 5·18 당시 미국이 광주 학살을 방조·승인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광주의 진실에 매달렸던 그에게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김동인 기자  |  astoria@sisain.co.kr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455호] 승인 2016.06.07  18:40:21

1996년 3월 <시사저널>에 한 미국 기자가 3주에 걸쳐 커버스토리를 게재했다. “미국, 광주 학살 ‘방조·승인’했다.” 기자의 이름은 팀 셔록(64). 당시 미국 일간지 <저널 오브 커머스> 소속 기자로, 4년에 걸친 취재 끝에 이른바 ‘체로키 파일’을 공개했다.

‘체로키 파일’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후 주한 미국 대사관과 미국 정부가 주고받은 비밀 전문을 뜻한다. 미국은 1989년 국무부 백서(White Paper)를 통해 “5·18은 한국인이 한국인을 죽인 사건이다. 미국은 당시 사건에 대해 도덕적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팀 셔록 기자가 공개한 체로키 파일에서, 미국은 1980년 비상계엄에 찬성하고 신군부의 무력 동원을 묵인 내지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군부가 광주로 특전사(공수부대)를 이동 배치한 것도 미국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민완 기자 팀 셔록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미국의 민낯을 폭로한 지 20년이 지났다. 그사이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방인의 눈에도 뒷걸음질 쳤다. 본인이 경험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일, 그는 미국의 정치 주간지 <더 네이션> 인터넷판에 “한국에서 독재자의 딸이 노동자를 억압하고 있다(In South Korea, a Dictator’s Daughter Cracks Down on Labor)”라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가 나간 직후, 뉴욕 한국총영사관 쪽은 <더 네이션> 편집장에게 ‘코리안 스타일’로 수차례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 
ⓒ시사IN 조남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도 북한 연계설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부는 5·18 공식 기념·추모식장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올해도 불허했다. 게다가 전두환씨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광주와 나는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광주의 진실에 매달렸던 팀 셔록은 오늘의 광주와 한국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광주광역시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팀 셔록을 5월25일 만났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기 기념식에 참석했다.
1980년 5·18 당시 광주 현장을 취재했던 브래들리 마틴(당시 <더 볼티모어 선> 기자), 노먼 소프(당시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도널드 커크(당시 <시카고 트리뷴> 기자)와 함께 초청받았다. 기념식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이 쫓겨나는 장면도 직접 목격했다. 공식 행사보다 전야제가 더 기억난다. 광주시 금남로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여기서 참가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행진했다. 일부에서는 이 노래가 북한과 연계되어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전야제에서 시민들은 이 노래를 확신에 찬 모습으로 불렀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아는가?
가사를 쓴 사람(황석영 작가)이 북한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북한과 관계가 있다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국가보훈처 등 박근혜 정부에서 일하는 일부 사람들과 보수 우익 세력이 광주 정신을 폄훼하고 모독하기 위해서 그런 주장을 펼치는 것 같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5·18 당시 광주의 상황을 취재해 세계에 알린 외신 기자 팀 셔록, 브래들리 마틴, 노먼 소프, 도널드 커크(왼쪽부터)가 지난 5월16일 광주를 찾았다. 
ⓒ연합뉴스
5·18 당시 광주의 상황을 취재해 세계에 알린 외신 기자 팀 셔록, 브래들리 마틴, 노먼 소프, 도널드 커크(왼쪽부터)가 지난 5월16일 광주를 찾았다.

1996년에 공개한 ‘체로키 파일’은 어떤 계기로 취재를 시작했나?
어릴 때 서울에서 살았다. 이후에도 한국은 늘 내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가졌다. 1981년과 1985년 두 차례 광주를 찾아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취재를 했다. 1988년 한국 국회는 광주 청문회를 열어 1980년 당시 주한 미국 대사 윌리엄 글라이스틴과 전 한·미 연합군사령관 존 위컴의 증언을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증언을 거부했고, 대신 국무부가 5·18 백서를 제출했다. 이 백서의 내용에 의구심이 들었다. 백서에는 미국 정부가 5·18 당시 특전사(공수부대) 이동을 몰랐다는 등 신군부의 시민 학살과 미국은 무관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내가 확보한 내부 전문을 보면, 신군부의 움직임과 미국 정부는 무관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공수부대가 광주로 이동한 것에 대해 사전에 모두 알고 있었다.

실제 자료를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는 국무부 백서의 근거 자료를 추적했다. 1991년부터 국무부나 국가안보국 등 기관별로 문서를 일일이 따로 청구했다. 각각 문서의 기밀 해제 기간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관련 문서를 확보한 뒤에 정리하고 분석했다. 1995년 확보된 문서를 퍼즐 맞추듯이 종합 분석해보니, 전체 맥락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그 내용을 <저널 오브 커머스>에 실었다. 한국에서도 이 기사가 꼭 읽히길 바랐다.

 지난해 12월 <더 네이션> 인터넷판에 박근혜 정부 비판 기사가 올랐다. 
지난해 12월 <더 네이션> 인터넷판에 박근혜 정부 비판 기사가 올랐다.

당시 기사의 반향은 어땠나?
내 기사가 나가고 나서 중요한 책 두 권이 나왔다. 돈 오버도퍼가 쓴 <두 개의 한국(Two Koreas)>과 찰머스 존슨이 쓴 <블로우백(Blowback)>이라는 책이다. 돈 오버도퍼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관련 문서를 달라고 했고, 찰머스 존슨의 책에도 내가 공개한 내부 문건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이 보도가 역사학자나 전문가들이 당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시각을 달리하고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 시민들에게도 한·미 관계에 대한 기존 시각을 되돌아보게 하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한국 민주화와 민주주의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이 자랑스럽다.

미국 국무부는 왜 백서에 “광주민주화운동과 미국은 상관이 없다”라고 기술했을까?
백서 제1 저자인 존 메릴은 제주 4·3항쟁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한국 전문가다. 이런 전문가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나는 미국인으로서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특히 광주에 대해 미국의 책임이 가벼운 것처럼 얘기하거나 한국인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가 담긴 전문을 찾아내면서,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 정부의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민주화에도 기여했다. 실제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민주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장 중요한 것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냉전 시대에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렸다는 점이다. 미국이 지원한 군사정권이나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싸운 유일한 사례다. 위컴 전 한·미 연합군사령관이 “한국 사람들은 들쥐(lemming)와 같아서 누가 지도자가 되든지 간에 추종하기만 한다”라고 말했는데, 5·18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하는 미국 관리들이 많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미국인들의 이런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깨뜨렸다.
전두환씨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광주 발포와 나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했다.
거짓말이다. 1980년 당시 광주 현장을 취재한 브래들리 마틴과 이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마틴은 “전두환씨는 그냥 멍청한(idiot) 사람 같다. 아주 기회주의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나나 마틴이나 전두환 정권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더 네이션>에 박근혜 정부 비판 기사를 써서 뉴욕 한국총영사관에게 항의를 받았는데?
매우 놀랐다. 왜 미국 언론에 나온 기사에 대해 한국 외교 당국이 항의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네이션>은 151년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 있는 잡지다. 물론 나는 미국인이고 미국 언론인이기 때문에 무슨 해코지를 하겠냐만, 실제로 위협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기사에서 쓴 ‘독재자의 딸(Dictator’s daughter)’이라는 표현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화나게 한 것 같다. 그러나 이 표현은 엄연한 사실이다. (기사에서 다룬) 11월14일 민중총궐기는 노동 개악을 반대하기 위해 시민들이 항의하러 거리로 나온 것인데, 만약 노동법이 개악되고 쉬운 해고가 허용됐다면 한국의 노동운동은 상당히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다.

그 시위에 참여했다가 중태에 빠진 백남기씨도 면회했다던데?
직접 서울대 중환자실을 방문해 백남기씨를 면회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병상에 누워 있는 그를 보니 매우 슬펐다. 이 사건은 정부의 과잉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남용한 부분이 이해되지 않고, 박근혜 정부가 무엇이 두려워서 그런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10년 사이 70위로 떨어졌다.
한국 저널리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미국 상황만 살펴보자면, 최근 오바마 정부에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탄압이 급증해 저널리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도 3년 전 국가안보국(NSA) 고위급이었던 내부고발자를 취재원으로 만났는데, 이 내부고발자는 기소되었고, 지금은 쫓겨나 애플스토어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 언론 상황을 모르지만 그래도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사건이 있다. 얼마 전 한국의 한 언론에서 로렌스 펙이라는 미국인의 주장을 받아 ‘위민 크로스(Women Cross) DMZ’라는 단체가 뉴욕의 북한 외교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 기사는 엉터리다. 이 기사 이후 ‘위민 크로스 DMZ’를 조직한 크리스틴 안의 한국 방문이 취소됐다. 로렌스 펙은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모조리 공산주의자라고 몰아붙이는 인물이다. 어떤 팩트 체크도 없이, 심지어 크리스틴 안에게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이 기사를 싣는 것은 최악의 언론 오용이다.

미국 정보기관도 당신의 주요 취재 대상이다. 2008년에는 미국 정보기관의 민간 외주 용역을 다룬 <Spies For Hire>도 출간하기도 했다.
정보기관은 취재가 쉽지 않은 비밀스러운 기관이다. 과거에 저지른 불미스러운 과오도 많다. 1970년대 NSA에 대한 폭로 내용을 보자. 애초 NSA는 해외 정보만 다루게 되어 있지만 당시 마틴 루서 킹 목사 등 반체제 인사를 감시하고 감청했다. 이후 국내 정보는 다루지 못하게 법을 개정했는데, 9·11 이후 부시 행정부는 모든 견제장치를 다 폐기했다. 최근에는 정보기관이 인터넷 회사로부터 메타 데이터 등을 덩어리째 가져올 수 있다. 나는 어떠한 정보기관도 신뢰하지 않고, 의심하고 감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도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하기도 했다.
알고 있다. 2013년 7월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에 반대하는 시위를 목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NSA 같은 정보기관이 민간 정보회사에 외주를 주어 정보 분석이나 군사 정보 분석을 맡기고 있다. 국가와 민간 정보회사를 함께 봐야 한다. 이들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정보기관과 민간 정보회사 사이 커넥션을 의회가 감시·감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미국 의회는 얼마나 많은 민간 정보회사들이 국가 정보기관과 계약을 맺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책도 영향을 받는데?
힐러리 클린턴은 대북 강경파다. 오바마와 유사한 대북 노선을 지향한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다면 북·미 직접 협상은 없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전혀 예상이 안 된다. 대선 레이스는, 클린턴을 싫어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클린턴이 매우 뛰어난 토론자(Good Debater)라서 후보자 간 TV 토론이 펼쳐지면 트럼프를 압도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해 대다수 미국 저널리스트들이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듯, 두 후보가 본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가능성도 높다.

통역:정의당 박원석 의원실 조태근 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