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통일 문제

결코 써서는 안 될 ‘5차 핵실험’ 카드

일취월장7 2016. 3. 25. 17:12

결코 써서는 안 될 ‘5차 핵실험’ 카드

안보리 대북 결의 이후 북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1월6일 4차 핵실험과 2월7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또 한 차례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왜 다시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릴까.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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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승인 2016.03.23  17:09:3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과연 5차 핵실험을 강행할까? 지난 3월3일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 2270호 채택과 3월7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에 맞선 북한의 대응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안보리 대북 결의 발표가 있던 3월3일 김정은 제1비서가 신형방사포 시험발사장에서 “실전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도록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라고 큰소리친 이래 3월9일 핵탄두 소형화 주장, 3월15일 탄도미사일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모의실험 공개 등 핵·미사일 능력을 거듭 과시해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지난 1월6일의 4차 핵실험과 2월7일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또 한 차례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난무한다. 시기와 관련해서도 4월15일의 태양절 전후 또는 7차 당대회가 예정된 5월7일 직전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면 과장되어 보이는 북한의 주장과 선언 내용을 분석해보면 북한이 현재 어떤 대목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즉 3월3일의 핵탄두 준비 발언부터 핵 소형화 주장 및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능력 시험 공개 등에서 분명한 것은 한국이나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수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즉 소형화된 핵탄두의 장착 능력 및 대기권 재진입과 원하는 시간에 폭발시키는 기폭 능력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3월18일 발사한 사정거리 800㎞의 노동미사일이나 사정거리 3000㎞급의 무수단 미사일 등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준중거리 및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핵탄두를 장착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핵물질을 빼고 기폭장치만 갖춘 모의 핵탄두를 장착하고도 소형 핵탄두 장착 능력을 과시할 수는 있다고 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평양 조선중앙통신</font></div>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3월9일 핵탄두 소형화를 주장했다. 김 비서 앞쪽은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평양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3월9일 핵탄두 소형화를 주장했다. 김 비서 앞쪽은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

문제는 제5차 핵실험에 대한 유혹이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4차 핵실험이 지하 200m 이하에서 이뤄졌기 때문이긴 하지만 폭발 강도가 진도 5.2에 그친 것에 대해 북한 내부에 조급증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이나 국제사회로부터 수소폭탄으로 인정받으려면 진도 10 이상은 돼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즉 5차 핵실험을 통해 진도 10 이상의 폭발 강도를 보여줌으로써 수폭 능력 보유 여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비를 잠재우겠다는 조급증이 북한 내부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해버리면 현재의 ‘핵 블러핑(엄포)’을 통해 얻고자 하는 협상 이익이 사라질 뿐 아니라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5차 핵실험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조건부다. 북한의 핵 위협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이나 내용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북·중, 북·러 관계에 밝은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의 핵 위협에는 안보리 대북 결의 이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불만과 견제의 뜻이 함축돼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적당한 선에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미국에 협조하면서 북한에 과도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핵동결을 끌어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

안보리 결의 2270호의 핵심은 북한의 광물수출 규제다. 금이나 티타늄, 희토류 등은 전면 중단, 석탄과 철광석은 핵·미사일 개발용이 아니면 허용된다. 그런데 이 경우 칼자루를 쥐는 쪽은 중국이다. 무엇을 핵·미사일 개발용이라 할지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수량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하기 나름이다. 중국의 실제 대북 지원은 알려진 것처럼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중국이 단둥을 중심으로 한 북·중 국경 무역을 통제할 경우 북한 시장이 교란되어 북한 내부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북한도 이미 대외무역과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고 있어서 실질적 위협이 된다. 중국으로서는 1960년대 초 북·중 국경 협상 당시 합의한 이래 양국 간에 지켜온 ‘평화롭고 열려 있는 국경’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북한은 또한 러시아의 동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시리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 배경에 미국이 크림반도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측에 일정한 양보를 했다는 점, 궁극적으로는 대북 문제에서 러시아의 협조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점을 북한이 놓칠 리 없다. 구체적으로는 나진·선봉을 중심으로 한 북·러 협력 사업이나 철도 현대화 등의 기존 약속을 지키라는 압박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3월8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에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트럭들이 보인다. 
ⓒ연합뉴스
3월8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대교에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트럭들이 보인다.

그러나 더 직접적으로는 현재 북·중 간에 이뤄지고 있는 막후 협상과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핵동결 및 비확산’ 선언과 이에 상응하는 중국의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현재 북한과 중국 간에 막후교섭이 벌어지고 있는데, 중국은 3월 말까지를 협상 시한으로 정해놓고 어떻게 하든 북한의 결심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라서다. 북한이 이에 응할 경우에 대한 보상책 역시 나와 있고 서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해 힘겨루기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협상이 잘 이뤄져 5월로 예정된 북한의 7차 당대회 이전에 김정은 비서가 중국을 방문하고 7차 당대회에서 핵동결 선언을 하는 것이 중국이 원하는 시나리오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23일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설명한 중국 측 복안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북한의 핵동결 및 비확산 문제의 중요성이 그동안의 일반론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최근 급부상해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이란 핵문제가 해결된 직후 ‘이란이 핵개발을 중단해도 북한이 이란에 핵물질을 판매하면 도로아미타불’이라는 현실 인식이 몇몇 핵심 국가들 사이에 공유되면서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북한의 핵폐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에 그에 앞서 동결과 확산 방지, 이를 위한 6자회담 재개의 중요성이 새롭게 떠오르게 됐다.

현재 북한 핵동결을 끌어낼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협상은 미국이 하더라도 북한을 설득 내지 압박해 협상장에 끌고 나올 수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 등 서방 핫머니의 위안화 공격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에 시달리고 있어서 마음이 급하다. 북·중 관계의 오랜 역사나 미래를 생각해서는 ‘평화롭고 열려 있는 국경’이라는 양국 간의 오랜 합의를 어겨서는 안 되지만 북한이 계속 고집을 부리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5차 핵실험설은 북한 나름의 맞불 카드일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써서는 안 될 카드다.



중국이 압록강 건너면, 한반도는 지옥이다

[박홍서의 중미관계 돋보기] 중국은 제2의 항미 원조에 나설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은 다시 한 번 '항미 원조(抗美援朝)'에 나설 것인가?"

"중국과 북한은 떨어질 수 없는 동고동락의 관계다. 중국은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중시하며, 북한이 발전과 안보를 필요로 한다면 지지와 지원을 다할 것이다."

3월 16일 폐막한 중국의 양회(兩會) 기간 중 열린 기자회견의 한 대목이다. 관영 <환구시보> 기자가 한반도 분쟁 발발 시 중국의 대응 여부를 묻자 외교부장 왕이는 이와 같이 답변했다. 

신현실주의 이론가인 케네스 왈츠(Kenneth N. Waltz)는 한반도 분쟁 상황 시에 중국의 대응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중국의 경쟁 상대국이 한반도를 통해 대륙으로 북진해 오면 '어떠한 중국들(any Chinas)'이라도 압록강을 건널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전망은 역대 한반도 분쟁 상황 시 중국의 실제 대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으로 1592년 임진왜란 명의 개입과 1950년 한국전쟁 중화인민공화국의 개입 과정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358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전쟁 구호만 '항왜 원조'에서 '항미 원조'로 바뀌었을 뿐이다. 유교적 봉건 국가인 명이건 사회주의 신중국이건 한반도 군사 개입은 결국 현실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 분쟁 시 중국이 '반드시' 개입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그럴 능력이 없다면 당연히 한반도 군사 개입은 불가능하다. 1627년의 정묘호란과 1636년의 병자호란 때에 명은 조선을 '구원'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대내적으로 왕조가 쇠락하고 또 후금과의 세력 격차도 벌어질 대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1895년 청일 전쟁 때는 청이 군사 개입을 하긴 했지만, 외교를 총괄하던 이홍장은 전쟁 직전까지 일본과의 전쟁을 회피하려 했다. 그 역시 이미 청일 간의 세력 격차로 인해 일본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구 열강을 이용한 외교 중재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에야 '부득불' 일본과의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호란 떄나 청일 전쟁 때의 중국에 비해 2016년 중국의 세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한반도 유사시 개입할 현실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한반도 분쟁 상황이 발발해 한미 연합군이 북한 지역을 '독단적'으로 접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북중 동맹 조약에 근거해 압록강을 건널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2의 항미 원조인 것이다.

2014년 5월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 급변 사태 상황에 관한 중국의 '비상 계획'을 특종 보도했다. 중국은 북-중 접경 지역에 난민 캠프를 설치하고 북측 고위 인사들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비상 계획의 주요 내용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으나, 당시 이러한 보도에 근거해 중국이 북한 급변 사태 자체를 막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북한 급변 사태 시 엄청난 난민의 월경 및 혼란으로 동북 지역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은 당연히 그에 대한 준비 계획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위와 같이 미군의 한반도 북부 지역 점령을 용인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가치의 수호는 여전히 중국 안보의 '핵심 이익'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으로서도 이러한 시나리오를 모를 리 없기 때문에 중국을 배제한 채로 군사 행동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 전쟁 떄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다 패퇴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고, 현 국제 질서의 안정적 관리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로 대중국 관계를 파탄 낼 합리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미-중 간의 타협 가능성만이 남는다. 미-중 양국이 상호 간 무력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 뇌관일 수 있는 북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일 수밖에 없다. 사실, 1885년 청-일 간 천진 조약이나 1945년 미-소가 주도한 신탁 통치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미-중 간의 사전 협의는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실제로 미국 동아태 차관보였던 커트 캠벨은 2009년 중국 측과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해 "모든 측면(every aspects)"을 논의했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당연히 그러한 미국과의 논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자신의 동맹국인 북한의 급변 사태를 북한의 주적인 미국과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으로서는 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중국이 완전한 협조 체제를 가동시킬 수 있겠는가의 것이다. 중국은 "변죽만 울리고 전면적이고 궁극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캠벨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중국은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해 미국과의 논의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는 듯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조건 속에서 중국의 최선책은 북한 급변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한반도 안정'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한반도 현상 유지에 대한 희망이 담겨있다. 만약 이에 실패해 북한 급변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차선책으로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공동통치(condominium)'를 기도할 수도 있다.

중국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군이 중국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북진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중국은 또 한 번 압록강을 건널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미-중 양국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쟁터가 될 한반도에게 있어서도 최악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막아야한다. 한반도에서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언제나 통치 권력들의 잘못된 상황 판단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지 이 땅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 하등의 잘못이 없었다. 

당파 논리에 빠져 명-일 간의 쟁투를 읽지 못했던 선조, 집단 사고에 빠져 죽더라도 후금과 싸우겠다는 인조, 청-일 간의 경쟁 구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 강화에만 열중하던 고종, 미-소 권력을 등에 업고 '민족 해방'과 '북진 통일'을 외치던 한국 전쟁 때의 남북한 권력. 

이들의 무책임한 행태로 수백만 한반도 주민들이 죽임을 당했다. 물론 그 통치 권력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임금이시여,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고 어디로 가시나이까?"

1637년 1월 30일자 <인조 실록>에 기록된 장면이다.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환궁하는 길에는 광포한 청군에 의해 끌려가던 수만의 조선 백성들이 이렇게 울부짖었다. 인조와 사대부들은 서로 밀치며 한강변 배에 올라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2016년. 한반도 분쟁을 막는 차단목이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라는 사실은, 전쟁을 확실히 막아준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만 하다. 한반도 통치 권력들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북한 신형 방사포가 진짜 위협이다"
[인터뷰] 연세대 최종건 교수 "한미, 북한 핵 능력 검증부터 해야"
이재호
기자
| 2016.03.25 16:22:16
북한의 '수소탄' 시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과 한미 양국은 앞다퉈 각자의 군사 능력을 과시하며 상대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 기술 확보, 신형 방사포 등 연일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실제 북한이 이러한 기술을 획득했는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최종건 교수는 북한의 신형 대구경 방사포의 경우 "실존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더 큰 군사적 위협은 중장거리 미사일보다는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다. 따라서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을 굉장히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신형 방사포를 통해 남한에 대한 억제력을 보여줬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는 핵탄두와 ICBM의 재진입체 기술 공개를 통해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ICBM의 경우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이 아닌, 실제 ICBM 발사가 사실상 필수적인 요건이다.  

북한이 실제 ICBM을 발사하는 또 다른 군사 도발 행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 교수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계속 이런 식으로 대북 정책을 펼치면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북한의 비핵화와 군사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북한과 협상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니터 요원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예전에도 그랬듯, 북한이 자신들의 핵 시설을 열 수 있도록 일정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IAEA를 받아 준다면 우리는 에너지든 식량이든 지원을 해주겠다는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북핵을 정확히 검증한 후에 비핵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면서 "이런 분석 과정 없이 북한보고 그냥 무릎 꿇고 굴복하고 나오라고 하면 나오겠나?"라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만약 이런 검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무릎 꿇고 나왔는데, 뒤로는 핵 능력을 다 숨기고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공증이 필요한 것"이라며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인다면, 이것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다음부터는 협상의 영역으로 가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연세대학교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연세대학교 최종건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최근 북한이 잇따라 자신들의 군사적 능력을 선전하고 있다. 지난 9일 '핵탄'을 탄도 미사일에 맞게 '표준화·규격화'했다면서 모형을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5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또 22일에는 '신형 대구경 방사포'의 최종 시험 사격에 성공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중 북한의 신형 대구경 방사포는 수도권이 직접적인 타깃이 될 수 있고 당장 이를 요격할 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도 대응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의 방사포 개발은 실제 어디까지 진행됐을 것이라고 보나?  

최종건 : 나름대로 무기 개발의 진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보 관련 학자들의 취약점이 북한이 제시하는 무기체계를 확정지어서 말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직접 북한에 가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나. 그래서 결국 과거의 패턴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데, 북한이 지금까지 공개했던 무기 개발은 대체로 신빙성이 있었다.  

특히 지난 1월 6일 북한이 '수소탄' 시험을 했다는 발표는 소형화·경량화·다기화 라는 측면에서 보면 무기개발의 진화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런데 이 무기들을 공개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력을 노출시키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현명한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이 연일 공개 행보를 벌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최종건 :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대남 억제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을 가장 중요한 도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북한은 미사일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도 여전히 대남 억제력의 중요한 요소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더 큰 군사적 위협은 중장거리 미사일보다는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이기 때문에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을 굉장히 중요하게 봐야 한다. 재래식 포는 매우 실존적인 위협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우리 국방부는 장사정포에 대한 별다른 대비책이 없다. 국방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다며 꺼내 든 카드가 이른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KAMD'인데, 이게 적절한 방어 수단인지 의문이다.  

최종건 : 사실 킬 체인과 KAMD는 실효성을 떠나서 북한에 보내는 일종의 '시그널'이다. 너희들이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억제력을 증강시킨다는 메시지다. 일종의 교리와 군사 전략적인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런 무기 체계를 우리가 얼마나 자생적으로 구비할 수 있냐는 문제다. 무기체계, 특히 전략 무기체계는 일종의 생태계와 같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독트린'의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상당히 많은 비용이 요구되고,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심받게 될 것이다.  

사실 독트린이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간단한 건데, 북한이 공격하면 맞을 수밖에 없지만, 소위 '2차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했던 FX 사업이나 이지스함 체계, 지상군의 현대화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한미 동맹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자생적이고 실천적인 국방력과 자주권을 획득하겠다는 의미였다.

우리가 킬 체인과 KAMD를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구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스스로 통제하고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면 그 무기체계의 의미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킬 체인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이 있으면 우리가 선제적으로 먼저 때리겠다는 상당히 공세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방식의 적법성과 실효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를 실행하려면 북한의 동향을 탐지하기 위한 군사 위성이 있어야 하고, 선제적으로 공격하거나 북한의 반격에 대응할 수 있는 명령 권한이 대한민국 정부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둘 다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킬 체인이고 KAMD인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사적인 능력으로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군 전투력 체계가 가장 확실한 대응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지상군의 효율성을 높여 북한의 선제타격이 있더라도 우리가 보복할 수 있는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탐지 능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여전히 한국은 전시작전권이 없는 국가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전작권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고. 따라서 당장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면, 북한의 국지적인 도발에 대해 한국이 어디까지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전력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2년 전, 한국을 한창 떠들썩하게 했던 북한 무인기 에피소드만 보더라도 현실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당시만 해도 그 무인기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매우 중요한 안보 위협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 때 저는 저게 정말 북한의 무인기고 북한 무인기 수준이 저 정도라면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재래식 디지털카메라를 붙였기 때문에 사진을 바로 전송하지도 못하고, 기껏해야 3~4kg 정도 나가는 물건만 겨우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2년이 지난 2016년, 당시 북한 무인기는 조악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만약 당시 몇몇 사람들이 주장했던 대로 그 무인기에 폭탄이라도 실어서 떨어뜨릴 수 있다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핵무기도, 장사정포도 아닌 고려항공의 여객기들 아닌가? 거기에 뭘 실어서 떨어드릴지 아무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민간인이 탄 항공기를 폭파시킬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프레시안 : 북한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최종건 : 실험실에서 재진입체 기술을 시험해본 건데, 실험 자체는 성공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고 본다. ICBM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 중에 이런 방식으로 재진입 기술을 획득해서 자신들의 ICBM을 완성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 만약 북한이 정말 성공했다면, 북한은 정말 군사적으로 대단한 능력을 가진 국가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탄도로켓 전투부(미사일 탄두 부분) 첨두의 대기권 재진입환경 모의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프레시안 : ICBM 기술을 완성하려면 실제 발사해보는 테스트를 가져야 하는데, 만약 북한이 이를 위해 정말 ICBM을 쏘면 이건 너무 강력한 군사 도발 행위 아닌가?

최종건 : 그렇다. 그런데 ICBM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실제 쏴보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ICBM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 정도일 텐데, 이들의 핵 발전 역사를 보면 우주 개발사와 상당 부분 궤를 같이 한다. 그러한 경험적인 것들에 비춰봤을 때 북한의 ICBM 기술 개발은 현재 초기 단계임엔 틀림없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쏘면서 특정 물체를 우주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 경로로 가면 우주에 올려놓은 물체를 다시 대기권 안쪽으로 데려올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되겠지만, 어쨌든 이 과정에서 실제 발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술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실제 북한이 ICBM 완성체를 테스트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나?

최종건 :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계속 이런 식으로 대북 정책을 펼치면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게 된다.  

최근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6자회담이 실패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공정하지 못한 평가라고 본다. 6자회담이 진행됐던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상당히 정체됐다. 그리고 마지막 6자회담이 있었던 2008년 이후 8년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가속화됐다.  

이러한 역사적이고 경험적인 사실들로 미뤄봤을 때, 이대로 북한에 대한 강압·고립 정책으로만 일관한다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실체도 알지 못한다. 모니터를 할 수 있는 장치도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북핵, 어떤 상황인지 확인부터 해봐야  

프레시안 : 지금과 같은 제재와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최종건 : 우리가 북한을 비핵화시키려면 일단 북한이 얼마만큼 핵 기술을 진전시켰는지 그 현황을 평가해야 한다. 이건 그냥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북한과 협상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 요원이 들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예전에도 그랬듯이 북한이 자신들의 핵 시설을 열 수 있도록 일정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즉 북한이 IAEA를 받아 준다면 우리는 에너지든 식량이든 지원을 해주겠다는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북핵을 정확히 검증한 후에 비핵화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핵 능력은 사실 상당히 과학적인 영역이다. 이런 영역에 대한 경험적인 증거 없이 북한이 핵무기 국가일 것이라는 유추만을 가지고 접근하면, 북한이 스스로 나서서 아무리 비핵화 하겠다고 해도 우리는 늘 그들을 의심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다.

따라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북한의 핵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는 측면이다. 그러한 분석 없이 북한보고 그냥 무릎 꿇고 굴복하고 나오라고 하면 나오겠나? 만약 정말 이런 검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무릎 꿇고 나왔는데, 뒤로는 핵 능력을 다 숨기고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공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나 우리가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IAEA가 들어가서 사찰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아들인다면, 이것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나? 그다음부터는 협상의 영역으로 가는 것이다.

▲ 지난 2007년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부총장(가운데 붉은 넥타이)과 칼루바 치툼보 안전조치국장 등 4명으로 구성된 IAEA 실무대표단이 북한 핵시설 폐쇄를 위한 사전 협의를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모습. ⓒ연합뉴스


프레시안 : 결국 현 상황에서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데, 현재 박근혜 정부는 상황을 관리하는 안보를 별로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최종건 : 관계 개선이 필요한데, 박근혜정부가 끝날 때까지는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이야기했는데, 이러한 선언적인 정책이 상당히 많은 국민들에게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  

'통일 대박'은 국민들에게 '북한이 매우 불안정하다. 그리고 북한이 붕괴하면 우리는 통일한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근데 그러는 사이에 북한은 안정화의 길로 들어선 것 같아 보인다. 또 북한의 핵과 재래식 군사 능력은 나름대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사이에 우리는 동맹의 안락한 그늘로만 들어갔다. 전시작전권을 무기한 연기했고, 미국으로부터 과도한 전략자산 무기 체계를 구입하기만 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방은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특히 한국의 상황에서는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주무부서는 통일부가 돼야 한다. 화가 나 있는 국방부를 달래고, 미국 편향적으로 갈 수 있는 외교부를 설득해서 한반도 주변상황에 대한 위기 관리를 중국과 같이 하게끔 제안해야 하는 것이 통일부의 역할이다. 그리고 남북 교류의 끈은 '셧다운'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해야 하는 곳도 통일부다.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외교 안보의 중심이 청와대에 있고, 그 중심에 군이 있다. 이들이 안보 정책을 장악하다보니 국가 위기 관리 상황에서 군 시각에 입각한 해결책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민간 안보 문제에서는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만 해도 그렇다. 이러한 재난과 사고 앞에서 박근혜 정부는 제대로 대응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안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개념이라면, 사실 우리는 군사적인 측면보다 민간 안보라는 측면에서 훨씬 심각한 상흔을 입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한국 정부가 나설 생각이 별로 없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다소 미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월 23일(현지 시각) 미국 존 케리 국무장관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만난 이후 대북 제재 분위기에서 대화, 평화협정 등등의 이야기가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미국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을까? 아무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270호에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해도, 미국과 중국이 낮은 수준에서라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6자회담이나 평화협정 논의 등은 어려워 보이는데.

▲ 최종건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최종건 :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제 임기 말이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을까? 이미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 관계정상화했고 이란 핵 문제를 해결했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미국의 대선 국면이다. 미국 내에서 북한이 상당히 '악마화' 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협상한다? 그건 공화당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다. 미국도 나름의 정치 공학이 있는데, 왜 굳이 여기에 리스크를 감안하고 움직이겠나?

오바마가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것만 보더라도 북한과 대화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해 유튜브와 인터뷰에서 북한 붕괴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실제 지금 미국에서 마련된 북한에 대한 제재는 매우 가혹하지 않나?
 

미국에서는 북한과 협상하자고 누구도 함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지난 1월 6일 핵실험 전에도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소수였다.

그리고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는 북한이 핵 관련 시설을 모두 열어두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이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은 북한이 역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러한 생각이 계속 이어져온 것이다.
 

물론 북한은 이 때문에 '평화협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도는 사실상 '0'에 수렴하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리는 없다. 그래서 왕이 외교부장이 이를 공증해주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바마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적다. 당분간 이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