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벌어도 '빚더미' 4050, 이미 임금 깎이고 있었다! - "베테랑" 불로소득에 세금을..

일취월장7 2015. 10. 6. 10:42

벌어도 '빚더미' 4050, 이미 임금 깎이고 있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라! ③
 

노동 개혁.'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반기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내용이다. 8월 6일 대통령 담화문에도 맨 첫머리에 등장한다. 청년 고용 절벽을 해소하자! 좋다, 이 주장을 반대할 이가 과연 어디 있을까. 그런데 왜 그 방식이 취업 규칙·일반 해고 가이드라인 도입이어야 하는가? 게다가 그 근거로 사용되는 각종 수치와 논리도 매우 의심스럽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고 했던가.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는 디테일 속에 숨은 악마를 추적해 보기로 했다.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찾아라!

① '해고' 둘러싼 노사 간 다툼, 왜 늘었나?


지난 글에서 약속한 것처럼 이번에는 세대별 임금 상승률이 왜 이렇게 시기별로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시간이 좀 지난 관계로 <인사이드 경제>가 고용통계 자료로부터 추출한 세대별 임금상승률 표를 다시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글에서는 김동원 교수(고려대학교 경영대 학장)가 제시한 추세선에 따라 2001년 대비 2009년 임금상승률과 2009년 대비 2014년 임금상승률만을 표로 나타내 보았는데, 이번에는 2개의 시기를 모두 합친 2001년 대비 2014년 임금상승률을 추가해 보았다. (시기별로 임금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4개 구간은 붉은색으로 표현하였다.)


앞선 글에서 <인사이드 경제>가 주장한 것처럼 2001~2009년 시기와 2009~2014년 구간은 세대별 임금상승률이란 측면에서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구간이며, 학자라면 당연히 두 개의 구간에 나타나는 차이가 무엇인지를 추적함이 마땅하다. 더구나 두 개의 구간 중 가장 최근의 구간인 2009~2014년 시기를 빼먹는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2개 시기를 모두 합쳐놓으면 그 특성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됨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통계적으로 분명히 의미가 있는 2개의 시기는 별도로 분석될 필요가 있다. 김동원 교수가 하지 않았으니 <인사이드 경제>라도 시도해볼밖에.

분기점이 된 2009년 : 세계 경제 리셋(Reset)


2008년 9월 14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그 이전에도 서브 프라임 모기지 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다루던 금융 회사들이 무너진 적은 많았다. 하지만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규모는 천문학적이었다.


리먼이 파산하던 날,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금융거래와 실물경제가 일순간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멀쩡하던 컴퓨터가 갑자기 리셋(Reset) 모드로 들어가며 꺼진 것처럼.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갑자기 혈액순환이 막혀 심장이 멎은 것처럼.


물론 세계 경제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융 위기에 이어 중국의 실물경제 위기, 유럽의 재정 위기 등 곳곳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긴 했지만, 여하튼 지금 이 순간까지 그럭저럭 세계 경제는 굴러가고 있다.

하지만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많이 달랐다. 먹통이 된 컴퓨터가 다시 구동되더라도 사오정처럼 움직이듯이. 갑자기 심정지가 온 사람이 응급처치를 통해 심장 박동이 되돌아왔다 하더라도, 그의 이후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동시에 수많은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이 일거에 해고되었고, 수많은 정규직이 명예퇴직·권고사직으로 쫓겨났으며 쌍용차처럼 강제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2001~2009년 시기와 2009~2014년 시기가 질적인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기 전인가 후인가 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위기는 도대체 한국에 무슨 변화를 불러왔을까? (☞ 관련 기사 : 닥쳐올 세계 경제 공황…"산업 통제하는 노동자가 대안")

연평균 임금상승률을 잣대로

앞에서 제시한 세대별 임금상승률 표만 보면 2001~2009년에는 40~50대의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고, 2009~2014년에는 반대로 20~30대의 상승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2개의 구간은 시간의 길이에서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1~2009년까지는 8년의 세월이지만, 2009~2014년까지는 5년의 세월이다.


그래서 <인사이드 경제>는 위 구간을 정당하게 비교하기 위해 두 구간에서 연평균 임금상승률 수치가 얼마인지 계산해 보기로 했다. 연평균 상승률이라는 잣대를 사용하면 두 구간을 대등하게 비교 평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래 표로 나타내 보았다. 2001~2009년 구간은 8년 동안 연평균 상승률을, 2009~2014년 구간은 5년간 연평균 상승률을 의미한다.

 
위 표를 보면 다시 한 번 놀라운 반전이 벌어짐을 알 수 있다. 2001~2009년 구간에 가장 높은 임금상승률을 보인 40~50대의 연평균 상승률은 6%대를 기록한 반면, 2009~2014년 구간에 가장 높은 임금상승률을 보인 20대 안팎의 경우 19세 미만을 제외하면 모두 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2001~2009년 구간에 비해 2009~2014년 구간을 비교한 연평균 임금상승률의 증감을 보더라도, 19세 미만에서만 유일하게 1%포인트 높아졌을 뿐 나머지 구간에서는 모조리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 구간에서 가장 높은 임금상승률을 기록한 55~60세 구간의 경우 뒤 구간에서는 무려 3.56%포인트 하락하고 만다.

참고로 노파심에서 밝혀두는데, 매년 5%씩 임금이 인상될 경우 5년 뒤 임금상승률은 25%가 아니다. 올해 오른 5%의 임금인상분에 대해서도 내년에 5%만큼 인상되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에 흔히 '복리 계산법"이라는 이름으로 배운 셈법을 이용하면 약 27.63%가 나온다.


2001~2009년 구간에서 8년간 연평균 임금상승률을 계산하려면 거듭제곱근 계산법을 사용해야 한다. 즉, 19세 미만의 경우 2001년 대비 2009년에 39.65%가 올랐으므로 2001년 대비 1.3965배가 오른 셈이다. 이 수치의 8 제곱근을 계산하면 8년간 연평균 임금상승률(4.26%)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방법으로 2009~2014년의 경우에는 전체 임금상승률의 5 제곱근을 구하는 방식으로 계산하였다. (거듭제곱근은 컴퓨터가 제공하는 기본 계산기 기능만 활용해도 구할 수 있음.)


 

▲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층 임금이 높아진 게 아니라 장년·노년층 임금이 많이 삭감된 것

"2001~2009년에는 40~50대 임금상승률이 높은 반면, 2009년~2014년에는 왜 청년층 임금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은 이건 질문이 잘못된 것이다. 제대로 된 답을 얻으려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 "도대체 40~50대 임금상승률은 2001~2009년 구간에 비해 2009~2014년 구간에 왜 저렇게 많이 떨어진 걸까?"

 

즉, 두 개의 구간을 비교할 때 청년층 임금이 올라가고 장년·노년층 임금이 떨어진 게 아니다. 40~50대는 물론이고 20~30대와 60대 모두에서 임금상승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40~50대 임금상승률이 매우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다. 특히 김동원 교수가 2001~2009년 구간에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은 세대로 주목한 55~59세 층에서 하락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경제 현상에서 우리가 좀 더 주목해봐야 하는 구간은 '최근의 변화 양상', 즉 2009~2014년 구간이다.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몰고 왔는가를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여기 세대별 임금상승률이라는 기준을 놓고 따져보자. 어떤 변화가 보이는가? 그렇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삶이 팍팍해졌지만, 그중에서도 40~50대 노동자들의 삶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증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이 세대의 임금을 깎고 해고를 쉽게 만들어야만 청년층의 일자리와 저임금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그대들이 만들어놓은 통계 수치가 이미 진실을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40~50대 노동자들은 이미 6년 전부터 충분히 고통을 전담해오고 있음을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깎아야 한다고?


임금피크와 닮은 곡선, 피크 시점이 젊어지고 있다

김동원 교수가 제시한 세대별 임금 변화 그래프에서 <인사이드 경제>의 눈길을 끈 대목이 또 하나 있다. 지난 글에서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이 그래프는 기본적으로 임금 피크 곡선과 많이 닮아 있다. 즉, 우리 사회 세대별 임금수준을 보면 이미 임금 피크제가 실시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2001년 곡선과 2009년 곡선이 2014년 곡선과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지점이 하나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인사이드 경제>는 김동원 교수가 제시한 그래프에다가 40~44세, 그리고 45~49세 항목에 각각 보조선을 그어놓았다.



뭘 얘기하고 싶은지 눈에 보이는가? 그렇다. 2001년과 2009년 곡선에서는 임금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45~49세 층이었다. 하지만 2014년 곡선에서는 45~49세 구간이 미세하게 아래로 꺾이면서 임금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 40~44세 층으로 한층 젊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이 부분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임금상승률의 하락이 40대 후반과 50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쯤 되면 정부는 청년 대책만 얘기할 게 아니라 장년·노년 대책 마련에도 비상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오히려 장년·노년 고용과 임금을 불안하게 만들어 청년 대책을 마련하자니?

필자와 동시대를 살아온 세대 역시 위 그래프를 보며 "허걱~!" 하고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필자가 바로 40~44세와 45~49세 사이 꺾어지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도 힘에 겨운데 앞으로는 더 어려울 거라고? 게다가 필자의 연령대는 평균 결혼 시기도 늦춰진 편이라 2세들 대부분이 초등학생 또는 중학생들이다. 앞으로 돈이 훨씬 더 들어가는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커 나갈 텐데…. 코에서 피 냄새가 나도록 일해도 빚 청산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뜻밖의 예외 세대 : 19세 이하에선 어째서?

< 인사이드 경제>가 제시한 논거와 주장에 비추어볼 때, 유일한 예외 세대가 하나 있다. 바로 19세 이하 연령층인데, 2001~2009년 임금상승률에 비해 2009~2014년 상승률이 유일하게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임금상승률이 더 높아진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안타깝게도 <인사이드 경제>가 여기서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추론뿐이다. 아직은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섣불리 아는 체했다가 역으로 '데이터 마사지'라고 공격받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출발하는 게 매를 덜 맞는 법이리라.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추론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체 세대의 임금인상률 평균치보다 상회하는 수준이다. 젊은 층의 경우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에 걸려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은 청년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중년·노년층에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년·노년층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다양한 불법·편법 행위를 자본가들이 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년·노년층 비정규직의 일부는 비록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일지라도 일정 수준의 상여금과 수당을 가진 경우가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만큼 기본급은 올려주되 상여금과 수당을 삭감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면 기본급은 올라가지만 명목임금은 그대로가 되어 오히려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최근에는 신종 수법으로 근로계약서에 적시된 '근로시간'을 줄이는 불법·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멀쩡한 8시간 전일제 노동자에게 일은 똑같이 시키면서 근로시간은 7시간, 6시간으로 줄여서 적시하게 되면 1~2시간 임금을 합법적으로 강탈해갈 수 있게 된다.


이런 자본가들의 불법에 대해 정부가 과연 모르고 있을까? 최저임금을 다루고 있는 근로감독관이라면 이런 행태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대부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두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과 미만 노동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정부가 아예 감독할 의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층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 더 이상 강탈해갈 상여금이나 수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자체를 어길 생각이 아니라면, 불가피하게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기본급을 따박따박 올려줘야 한다. 물론 근로계약서를 고쳐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편법을 구사할 여지는 있지만, 이미 청년층 상당수가 시간제 일자리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 방법도 그리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물론 이 추론이 옳은가 하는 것은 좀 더 많은 공부와 실제 사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만일 이 추론이 옳다면, 최저임금 위반과 미만을 바로잡고 자본가들의 불법·편법행위만 근절해도 임금보전이 일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사이드 경제>가 언젠가, 기필코, 내공을 채워서 이 부분에도 도전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베테랑> 유아인에게 세금만 제대로 거둬도…

[함께 사는 돈 탐방기] 불로소득에 세금을, 청년에게 청년 배당을
불로소득에는 세금을, 청년에게는 청년 배당을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 배당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필자가 몸담고 있는 녹색당은 내년 총선에서 청년 배당을 포함한 기본 소득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청년 배당은 청년부터 우선적으로 기본 소득을 지급하자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소득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나 노동을 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가 지급하는 소득이다. 이것은 사회 구성원에 대한 배당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시민 배당'이라고도 한다. 기본 소득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청년 등 특정한 집단부터 우선적으로 지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것이 청년 배당인 것이다.

이재명 시장의 청년 배당 정책은 한국에서 기본 소득을 본격적으로 무대에 등장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스위스같은 나라에서는 기본 소득을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 내년에 국민 투표에 부칠 예정이고, 핀란드는 집권당이 기본 소득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한국에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청년 배당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청년들의 권리

그런데 벌써 청년 배당에 대한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식의 비판이 일부 언론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돈으로 청년들의 환심을 사는 건 책임있는 지자체장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청년 배당 또는 기본 소득의 취지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년 배당 또는 기본 소득은 권리로 보장되는 것이지, 정부로부터 시혜나 환심을 받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배당을 받는 것이다.

아마도 역사상 처음으로 청년 배당과 유사한 개념을 주장한 사람은 토머스 페인일 것이다. 미국 독립을 주장한 실천가이자 사상가였던 토머스 페인은 1797년에 쓴 <토지 정의(Agrarian Justice)>라는 책을 통해서 상속세로 걷은 돈으로 청년 배당을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만21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노동자 평균 임금의 3분의 2 정도에 해당하는 돈을 주자고 제안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기준으로 보면, 2650만 원(2015년 7월 기준 노동자 평균 월 임금 331만5000원을 기준으로 계산) 정도 되는 돈이다. 꽤 큰돈이다.

토머스 페인은 청년들이 이런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에 최소한의 '비빌 언덕' 내지 '종잣돈'을 마련해주는 것은 사회 공동체의 의무이고, 청년들은 그것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무슨 돈으로 청년들에게 배당을 주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토머스 페인의 계산은 아주 간단했다. 상속세만 제대로 걷어도 재원은 마련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토마스 페인은 계산을 통해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의 청년 배당 정책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정책이다. 성남시의 1년 예산은 2조4000억 원이 넘는다. 청년 배당을 실시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은 1년에 600~700억 원이면 된다(시범 사업을 하는 2016년에는 113억 원이면 된다). 쓸데없는 곳에 낭비되는 예산을 절감하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성남시 외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라북도 진안군의 경우에 인구가 3만 명이 안 된다. 그런데 진안군의 1년 예산은 3000억 원이 넘는다. 주민 1인당 예산액이 1000만 원을 넘는 것이다. 얼마 전 진안군에서 만난 농민들은 "쓸데없는 데 돈을 쓰지 말고,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농민 기본 소득으로 돈을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농민 배당(농민 기본 소득)같은 정책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용돈'이 안 되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편, 다른 측면에서 청년 배당을 비판하는 논리도 있다. 성남시가 추진 중인 청년 배당은 분기당 25만 원이니까, 1년에 1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용돈 수준'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것은 성남시의 탓이 아니다. 성남시는 성남시가 할 수 있는 몫만큼 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액수로 청년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계산해 보면,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만 제대로 하더라도 월 30~40만 원 정도의 청년 배당을 국가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

글의 분량에 제한이 있으므로, 아주 간단한 계산만 제시해 보겠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는 많이 있다.

만 15~29세까지의 대한민국 청년들 숫자를 뽑아보면, 979만9564명(2017년 인구 추계 기준)이다. 만15세부터로 잡은 이유는 의무 교육이 끝나는 시점이고, 이 시기부터 사회로 나오는 청소년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979만9564명에게 1인당 월 40만 원을 지급한다고 계산하면, 1년에 소요되는 예산액은 47조3800억 원 정도다. 엄청나게 많은 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조세 정책을 정상화하기만 해도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몇 가지 자료만 제시해 보겠다. 정말 이것은 보수적으로 잡은 계산이고, 최소한의 것만 제시하는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규모가 국세의 경우에만 11조8000억 원이 넘는다. 지방세까지 합치면 더 크지만, 일단 국세만 얘기해도 이 정도가 된다.

경실련이 2014년에 발표한 것에 따르면, 주택 임대 소득의 규모는 연간 44조 원에 달한다. 월세 385만 가구, 전세는 377만 가구, 합계 750만 가구에 대한 임대 소득을 추정한 것이다. 1가구 1주택을 보유하면서 전세를 사는 경우 등을 제외하더라도, 1가구 다주택 소유자의 숫자는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 임대 소득에 대해 평균 실효세율 15% 세율로 과세한다고 하면 6조6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서민들이야 이자‧배당 소득이 얼마 안 되지만, 고소득층의 이자‧배당 소득은 막대하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에 1년간 배당 소득만 해도 1758억 원에 달한다. 2014년의 경우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이자와 배당 소득은 56조 원에 달했다. 여기에 대한 과세만 강화해도 수조 원의 세금이 추가로 마련될 수 있다.

상속세 강화도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상속세는 '바보세'로 불린다. 전체 피상속인(사망자)의 2%남짓만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상속세 최고 세율(명목세율)은 50%로 되어 있지만, 실효세율은 매우 낮다. 상속세 평균 실효세율을 30%로만 하더라도 5조9000억 원가량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대한민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38%이고, 지방세를 포함해도 42.8%에 불과하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낮은 편이다. 소득세에서 40%, 45%, 50%의 최고세율만 설정하더라도 2.2조 원의 추가세수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와 있다.

법인세율도 낮은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계산에 따르면 법인세를 강화하면 2017년 기준으로 최소한 5조 원 이상의 추가 세수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토지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낮다. 민간 보유 토지 자산 규모가 3294조 원으로 추정되므로, 그에 대한 실효세율을 0.1%만 올리더라도 3조 원 이상의 추가세수가 확보된다.

우리나라의 지하 경제 규모가 크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탈세를 막아서 지금보다 5% 정도의 세수증대 효과만 거두더라도 최소 11조 원 이상이 확보 가능하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 중에서 숫자를 명시한 것만 합치더라도, 45.5조 원에 달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처럼 예산 낭비가 심한 나라에서 낭비되는 예산을 절감하면, 그로부터도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청년 배당을 국가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 이재명 성남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와 조세 정상화를 통해 재원 마련 가능

이런 정책이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상화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 부담률(GDP에서 '세금+의무적 사회보장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4.3% 수준이다. 이를 3%만 올려도 44.55조 원을 만들 수 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조세 부담률은 OECD 평균인 34.1%보다 한참 모자라는 수준이다.

대한민국에서 조세 저항이 심한 이유는 조세 부담이 불공평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소득층, 재벌 등에 대한 세 부담이 약하고 탈세가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불로소득에 대해 제대로 과세하고, 탈세를 막으며, 비과세‧감면을 줄이면 증세에 대한 국민동의를 얻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포퓰리즘 운운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나왔던 청년 일자리 정책 등이 왜 실패하고 있는지부터 평가해봐야 한다. 임시방편적인 정책으로는 답이 없다.

지금은 청년들의 '비빌 언덕'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황량한 들판에 아무것도 없이 청년들을 서게 하면서, '자립하라'고 말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처럼 제한된 일자리를 놓고 무한경쟁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청년 배당/기본 소득의 정신이다. 이런 정신에 동감한다면, 포퓰리즘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가능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과세하고, 비정상적인 조세정책을 정상화하기만 해도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불로소득에는 세금을, 청년들에게는 청년 배당을 지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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