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박? '평화의 기원'을 찾아라!
통일 대박? '평화의 기원'을 찾아라!
긴장으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남북 고위당국자 협상을 통해 극적 해결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뢰문제와 대북확성기, 포격 등으로 이어진 남북 간의 긴장 상태는 여전히 우리가 불안정한 평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긴장은 평화의 소중함을 상기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일부 극우보수주의자들의 전쟁불사론과 같은 주장들이나 북한의 호전적 반응과 태도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분단과 불안정한 평화라는 상태가 남북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지난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치 전쟁을 당장 해야하는 것처럼 소란 떠는 일부 언론의 모습은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 하여금 평화를 고민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문제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남북문제 혹은 민족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진보진영은 그동안 '분단의 기원'을 찾는데 집중해왔다. 그것은 한때 한국사회의 구조를 분석하는 틀로도 작동했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형성을 둘러싼 역사인식의 뿌리를 이루기도 했다. 한편 분단의 기원을 찾는 것은 곧 '전쟁의 기원'을 찾는 것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강대국의 개입, 우리 내부의 허약함과 분열, 이념적 대립, 음모 등 많은 설명과 원인이 제시되었다. 그것은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해 과거에 대한 해석에 기초하여 현재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와 대상을 설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진보가 극복해야 할 문제로 분단을 설정하고 그 원인을 찾아 규명하려 했다면 보수는 건국의 기원을 찾아서 이에 대응하려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평화가 보이지 않는다. 정작 공동체 구성원들이 느끼는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 등에 대한 위험과 불안이 부차적인 일이 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박근혜 정부에서조차 '통일대박' 등을 말하면서 통일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목표처럼 제시되지만 정작 '평화'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자리를 '단호한 대처', '응징' 등의 단어가 대체했다. 분단을 극복한다는 것의 의미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평화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보진영 역시 분단의 기원과 극복해야 할 대상을 설정하는 것에 비해 평화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과 해석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평화가 실종된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이 불안정한 현실의 '기원'이 어디인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판문점 체제의 기원>이라는 책을 쓴 김학재 박사는 민족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분단의 기원', '전쟁의 기원'을 찾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것은 '평화의 기원'을 찾는 것이다.
남북한의 분단과 건국, 그리고 이어진 전쟁과 수많은 갈등 및 대립, 대화의 과정에서 분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수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평화'를 향한 노력들 역시 함께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때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그 평화를 향한 노력들이 더 중요하고 절실한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전쟁위험과 불안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 불안정한 평화를 유지해 온 것은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과 당사자들의 인내와 고뇌 그리고 간절한 선택들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불안정한 평화는 어떻게 유지돼 온 것일까? ⓒ연합뉴스
우리에게는 부족하나마 평화를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 그것을 조금 거창하게 이름붙여 '평화의 역사'라 해도 좋다. 돌아보면 6.15공동선언은 통일을 지향해가는 이정표이기도 하지만 '평화의 선언'이기도 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들 역시 평화를 위한 고뇌의 산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번에 진행된 남북간 고위당국자 회담 역시 평화의 역사로 기록되어야 할런지도 모른다.
물론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군사적 상황 속에서 평화를 고민하는 것이, 힘의 세계인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간과하는 것이라는 비판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화에 대한 적극적 해석과 고민이야 말로 오히려 더 현실적인 국제정치 전략이어야 한다. 필자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서 오히려 분단의 이해관계보다 평화의 이해관계가 더 넒고 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화를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자. 분단의 역사를 덮기 위해 억지로 건국의 정통성을 가져오거나 극단적인 극복대상을 설정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공동체의 내부갈등을 격화시키는 결과만 낳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스스로 자랑할 수 있는 평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화약고인 한반도에서 불안하게나마 평화를 50년 넘게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인내와 고뇌의 순간들을 이제 조금은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평화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나아가 영구적으로 만들어가는 길에서 오히려 분단을 극복하는 길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해본다.
북한에서도 해외직구? 시장 안 가는 북한 상류층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6일 지난해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온 탈북자 146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2015 북한 사회변동과 주민의식 변화'에서 장용석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상대적 빈곤율이 남한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는 추산 결과를 내놓았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 내 중위소득 20만 원의 50%인 10만 원 미만 소득자가 전체 표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4%로 집계됐다"며 "이는 남한에서 중위소득 422만 원의 절반인 211만 원 미만 소득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4%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득 최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 5분위 배율에서도 북한이 남한보다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소득 5분위 배율은 무려 45에 달한다. 이는 2014년 기준 남한의 소득 5분위 배율이 5.4인 것과 비교해보면 약 8배나 높은 수치다.
소득 불균형이 커진 것과 관련해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 내에 사적 경제 부문이 커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북한의 소득 불평등이 우리 생각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소득 최상층은 최하층보다 (북한 내부의) 경제 체제 개혁 필요성을 크게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러한 소득 불균형이 주민들의 생활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일평화연구원 정은미 선임연구원은 "식생활의 질이 전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개선됐지만 계층 양극화도 뚜렷해졌다"면서 "본인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100%가 거의 입쌀만 먹었다고 답했지만, 본인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9% 만이 입쌀 식사를 했다고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쌀을 제외한 부식을 섭취하는 데에도 반영됐다. 정 선임연구원은 "특히 고기 섭취 측면에서 계층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고기를 섭취했다는 응답률이 상층에서는 84.8%에 달했지만, 하층에서는 6.8%에 그쳤다"고 전했다.
의류를 구매하는 것에도 이같은 계층 격차가 드러났다. 정 선임연구원은 "북한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남한산과 일본산 의류 소비가 전년과 비교해 증가했다"며 "특히 상층의 경우에는 북한산을 구입했다는 응답이 0%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의류를 구매하는 것에도 백화점이나 해외 직접 구입 비중이 늘어났는데, 상층의 경우 백화점이나 해외에서 직접 구매한다는 응답률이 높았다"며 "반면 하층일수록 시장의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소득 불균형은 남한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소득 수준이 올라갈수록 남한 문화를 많이 접하고, 남한이 협력 대상이라는 응답이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며 "소득이 올라갈수록 남한의 대북 무력 도발 가능성이 없다는 인식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 간에 소득 격차가 발생하고, 전반적으로 주민의 소득·생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대북 정책이나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진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은미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기존 남북 협상에서 주로 지렛대로 이용했던 인도적 지원이나 식량 및 비료지원보다는 경제개발 특구 또는 대규모의 산업 투자에 남한이 참여하는 것에 더 매력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북한 내 청년 층에서 남한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 선임연구원은 "35세 미만 연령대에서 자본주의를 지지한다는 비중이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낮다"며 "북한 주민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50% 이상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35세 미만 연령대에서는 절반 이상 찬성한 반면 55세 이상에서는 절반 이상이 반대했다"면서 향후 대북 정책을 세우는 데 있어 35세 미만 연령대의 보수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청년층에서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통일평화연구원 김병로 교수는 "현재 20, 30대는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지 않았던 세대"라면서 "아직 비판적 정치의식이 약할 뿐만 아니라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 내부 사회 통제가 회복됐기 때문에 보수적인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