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20대를 말하다

일취월장7 2015. 7. 11. 13:27

 

 

북경 상해 서울 20대의 가치관 비교

전재권 박정현 | 2015.07.06

중국 20대는 한국 20대에 비해 미래를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도전하는 삶에 대한 선호도 강했다. 도시별로는 상해가 북경보다 높았고, 서울이 가장 낮았다. 중국 20대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며, 세계화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집단주의 성향은 더 높으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한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다. 세계 거대 소비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20대가 가진 가치관은 현재의 중국뿐만 아니라 미래의 중국을 보는 창이다.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에게 이들은 함께 가야 할 구성원이기도 하다. 이들의 역량을 이끌어내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생각을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중국 20대는 ‘주링허우(九零後)’라고 불린다. 그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생활 습관으로 중국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79년부터 실시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인해, 그들은 외동으로서 소황제, 소공주 대우를 받으며 자랐다.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며 자라 소비지향적이고, 외국 문화에 개방적이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20대의 가치관을 살펴보기 위하여, 전세계 50여 회원국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글로벌 종합사회조사(GSS: General Social Survey) 중에서 특정 주제에 대해 국가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와 EASS(East Asia Social Survey)의 원자료(Raw data)를 분석하였다. 설문 항목 중 의미가 큰 설문을 개인, 가정, 대인관계, 사회, 세계 등 5개 영역으로 재구성하였다.


유사 집단과의 비교를 통한 이해를 위하여, 한국 20대와 중국 20대의 가치관을 비교하였으며, 중국 내에서도 전체 세대와 비교하여 20대에서 독특하게 드러나는 특징을 살펴보았다. 또한 주요 도시별로 결과를 세분하여 중국의 정치 중심지인 북경과 경제 중심지인 상해, 그리고 한국의 서울을 살펴보았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성공의 요인


● 상해 20대가 미래에 가장 낙관적


미래에 대한 기대와 도전하는 삶에 대한 선호는 중국 20대가 한국 20대보다 더 강했고 중국의 다른 세대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미래는 희망적이다’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중국의 20대(85%)가 중국의 전세대(이하 ‘중국 전체’)(72%)와 한국 20대(81%)에 비해 높았다. 도시별로 보면 상해(91%), 북경(84%), 서울(77%) 순으로 상해가 가장 높았다. ‘평범한 삶보다 도전과 기회로 가득 찬 삶이 바람직하다’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중국 20대(60%)가 중국 전체(53%), 한국 20대(51%)에 비해 높았다. 도시별로는 상해(77%), 북경(57%), 서울(50%) 순으로 나타났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양국의 20대는 공통적으로 개인의 ‘노력’(중국 97%, 한국 98%)과 ‘야망’(중국 97%, 한국 96%)이라고 응답했다. ‘부모의 재력’이라는 응답도 많았는데, 전세계 27개국 중 중국 20대가 1위(86%), 한국 20대가 3위(81%)를 기록했다. 양국 간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요인은 ‘부모의 학력’(중국 94%, 한국 65%)과 ‘정치적 인맥’(중국 83%, 한국 66%)이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재력과 같은 환경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은 양국이 공통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에 비해 경제 성장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20대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결혼·남여 성 역할·육아


● 결혼에 대해 북경이 긍정적, 상해가 부정적


양국 공통적으로 결혼을 하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사람이 더 행복하다’라는 문항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중국 20대(44%)가 한국 20대(45%)와 비슷했으나, 중국 전체(53%)에 비해서는 낮았다. 도시별 차이는 컸다. 상해(22%)가 북경(53%)과 서울(48%)에 비해 크게 낮았다. 중국 내에서도 결혼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혼에 대해 중국 20대와 한국 20대는 상당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부부 사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라는 문항에 중국 20대는 47%가 동의한 반면, 한국 20대는 24%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도시별로는 상해가 이혼에 가장 개방적이었고, 서울이 보수적이었다.


반면 동거에 대해서는 중국 20대가 한국 20대에 비해 보수적이었다. ‘결혼할 의도가 없이 함께 사는 것도 괜찮다’는 문항에 서울 56%, 북경 39%, 상해 33%로 특히 한국과 중국의 도시별 차이가 컸다.


●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북경이 가장 높고 상해와 서울이 비슷


경제가 성장하면 여성의 사회 참여가 증가하면서 성 역할도 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중국 20대는 중국의 기성 세대보다는 덜하지만 한국 20대보다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고, 가부장적인 문화를 존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역할은 돈을 버는 것이고 여성이 할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중은 중국 20대가 39%로 한국 20대의 16%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중국 전체는 45% 수준이었다. 중국 내에서도 상해(19%)보다 북경(35%)이 더 높았다. 서울 20대는 한국 20대 평균보다 낮은 10% 수준에 그쳤다.


집안일의 가치도 중국 20대가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집안일을 전업으로 하는 것도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것만큼 가치 있다’라는 문항에 한국 20대는 72%가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중국 20대는 52%에 그쳤고, 중국 전체(53%)와 유사했다. 도시별로는 상해가 35%로 가장 낮았고, 북경 41%, 서울 78% 순으로 높았다.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어느 정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가부장제에 대한 인식은 중국 20대가 약간 높기는 하지만 도시별로는 상당히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 중국 20대에게 육아는 삶의 큰 기쁨


중국 20대는 한국 20대보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은 덜 느끼는 반면, 이상적인 자녀 수에 대해서는 한국 20대가 평균 2.4명으로 중국 20대의 평균 1.8명보다 더 많았다.


‘육아가 삶의 가장 큰 기쁨’이라는 인식은 중국 20대가 96%로 매우 높고 중국 전체(97%)와 유사한 반면, 한국 20대는 65%에 그쳤다. 원인을 살펴보면, ‘자녀가 부모의 자유로운 생활을 제한한다’는 인식은 한국 54%, 중국 55%로 유사했지만, ‘경제적 부담’(한국 49%, 중국 37%)과 ‘경력 기회 상실’(한국 54%, 중국 34%)에 대한 부담을 한국 20대가 더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이상적인 자녀 수’를 보면, 중국 20대는 ‘2명’(76%)이 가장 많았다. 중국은 2014년부터 부부 가운데 한 명이 독자(獨子)이면 두 자녀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한 ‘제한적 두 자녀 정책’을 도입하였다. 설문 조사 시점인 2012년에는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책적인 제한을 넘어 최소 두 명은 낳고 싶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 20대는 ‘2명’(57%)이 가장 많았으나 ‘3명’(29%), ‘4명 이상’(10%)이라는 응답도 많았다. 응답 결과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2014년 합계출산율 1.25명, 조사 대상 224개국 중 219위)을 기록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에서 2005년 이후 10년째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20대는 향후 자녀를 많이 낳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육아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과 육아와 직업 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여건 등을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인관계


● 사람에 대한 신뢰는 상해가 가장 높고 서울이 가장 낮아


사람이 선천적으로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논쟁은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왔다. 사람에 대해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중국 20대가 72%로 중국 전체(76%)보다는 다소 낮았으나, 한국 20대(50%)보다는 높았다.


중국 20대는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사람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면 중국 20대 78%, 한국 20대 38%로 한국에 비해 크게 높았고, 도시별로도 상해와 북경이 높았다(상해 83%, 북경 76%, 서울 27%). 대상별로 보면, 중국 20대는 친척(96%), 친구(91%), 동료·이웃(74%) 순으로 신뢰 수준이 높았다. 한국 20대는 친구(98%), 친척(85%), 동료(60%), 이웃(51%) 순이었다. 중국 20대는 다른 대상에 비해 친척에 대한 신뢰가 가장 높았다.


중국 20대는 이웃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웃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인식은 중국 20대가 88%로 중국 전체(93%)에 비해서는 약간 낮은 수준이었으나 한국 20대(34%)에 비해서는 크게 높았다. 북경은 76%, 상해는 78%로 유사했고 서울은 43%에 불과했다. ‘이웃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응답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중국 20대가 80%로 중국 전체(89%)에 비해서는 낮았으나 한국 20대(42%) 보다 두 배 높았다. 도시별로는 차이가 다소 감소했는데, 북경이 61%, 상해가 62%로 중국 평균 대비 낮았고, 서울은 54%로 한국 평균 대비 높았다.


개인주의 및 사회 형평성에 대한 인식


● 상해가 집단주의 및 연고주의 성향 높아


전반적으로 중국 20대는 한국 20대보다 권위주의, 집단주의, 연고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북경보다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상해가 권위주의, 집단주의 성향도 높은 의외의 결과를 보였다.


‘능력 있는 지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편이 낫다’라는 권위주의 성향을 묻는 문항에 중국 20대는 65%가 동의하여 한국 20대(33%)보다는 두 배 높았다. 중국 내에서도 상해는 87%로 43%인 북경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았다.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면 안 된다’라는 집단주의 성향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중국 20대(68%)가 한국 20대(54%)보다 많았다. 도시별 결과는 상해가 53%로 가장 높았고, 북경과 서울은 48%로 같았다.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려면 그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중국 20대는 69%, 한국 20대는 51%로 중국이 높았다. 마찬가지로 상해가 64%로 가장 높았고 북경 57%, 서울 50%로 뒤를 이었다.


‘실력이 좋아도 모르는 사람보다 친척이나 친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는 연고주의 성향을 묻는 질문에 중국 20대는 53%가 동의한 반면 한국 20대는 18%에 불과했다. 북경과 상해의 격차가 컸는데, 북경은 29%만이 동의한 반면, 상해는 73%가 동의했다. ‘동향 사람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라는 문항에 대한 긍정 응답률은 중국 20대는 77%로 높았고 중국 전체(79%)와 유사한 반면, 한국 20대는 56%에 그쳤다. 북경과 상해는 중국 평균과 유사했으며, 서울은 44%로 한국 평균보다 낮았다.


성과에 따른 보상에 대한 인식은 양국에서 모두 높게 나타났다. ‘소득을 결정하는데, 일을 잘하는 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중국 20대는 92%, 한국 20대는 99%가 동의했다. 상해가 97%, 북경이 90%였고, 서울은 100%가 동의했다.


● 한국의 젊은이가 불평등, 집단 갈등에 대해 더 심각하게 인식


중국과 한국 20대 모두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회 계층 간에 소득 격차가 너무 크다’는 문항에 공통적으로 92%의 응답자들이 동의했다.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중국 20대 78%, 한국 20대 79%로 유사했다. 반면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중국 20대의 50%가 동의한 반면 한국 20대는 10%만이 동의했다. 북경은 30%, 상해는 80%로 중국 내에서도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인식의 차이가 컸다.


중국 20대는 사회 지도층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회 지도층이 되기 위해서는 부패할 수 밖에 없다’라는 문항에 한국 20대는 57%가 동의한 반면 중국 20대는 32%에 그쳤다. 특히, 북경과 서울은 차이가 큰데, 북경은 5%, 서울은 57%로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중국 20대는 교육 기회도 비교적 공정하게 주어진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대학 진학 기회가 사회적 배경에 관계 없이 공평하게 주어진다’라는 문항에 중국 20대는 75%가 동의했고, 한국 20대는 48%만이 동의했다. ‘대학 교육 비용 부담’에 대한 인식도 중국이 낮았다. 중국 20대 42%, 한국 20대 48% 수준이었고, 도시별로 보면 북경 29%, 상해 40%였고, 서울이 56%로 가장 높았다.


중국 20대는 집단 간 갈등도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갈등’의 경우 중국 20대 72%, 한국 20대 86%였고, 도시별로는 북경 53%, 상해 73%, 서울 87%였다. ‘노사 갈등’의 경우 중국 20대가 55%인 반면, 한국 20대는 95%가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도시별로는 서울(98%), 상해(63%), 북경(38%)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화와 외국인에 대한 수용도


● 세계화에 대한 긍정 인식은 북경이 가장 높고, 자국 이익 중심주의는 상해가 가장 강해


중국인들은 한국인보다 세계화에 긍정적이었다. ‘세계화에 따른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문항에 중국 20대는 88%, 중국 전체는 87%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한국 20대는 69%였다. 북경이 95%로 가장 높았고, 서울이 75%, 상해가 71%로 차이가 컸다. ‘세계화에 따른 사람과 자본의 이동이 근로자들의 취업 기회에 도움이 된다’는 질문에 중국 20대 76%, 중국 전체 78%, 한국 20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44%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북경 91%, 상해 54%, 서울 36%로 도시간 격차도 컸다.


중국 20대는 자국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는 인식도 높았다. ‘다른 나라와 갈등을 빚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는 문항에 중국 20대와 중국 전체는 84%가 긍정적으로 응답했으며 한국 20대는 52%에 머물렀다. 도시별로 보면, 상해 81%, 북경 72%, 서울 40%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 20대는 외국인에 대한 수용도가 더 낮았다. ‘동료로서 외국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결과를 살펴보면, 상해가 30%로 가장 낮았고, 북경이 60%, 서울이 82%로 가장 높았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20대는 대만인(67%), 한국인(54%), 유럽인(53%), 동남아인(50%), 북미인(46%), 일본인(38%) 순으로 대만인에 대한 수용도가 가장 높았다. 한국 20대의 경우, 유럽인(91%), 북미인(89%), 일본인(88%), 대만인(82%), 동남아인•중국인(77%) 순으로 유럽인에 대한 수용도가 가장 높았다. 중국 20대는 한국인에 대한 상대적인 수용도가 2위로 높았으나 한국 20대의 중국인에 대한 상대적인 수용도는 낮았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치는 한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수용도(77%)가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수용도(54%)보다 높았다.


중국 20대는 한국 20대에 비해 미래에 희망적이며, 도전하는 삶에 대한 선호도 높았다.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동시에 세계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꾸준하게 성장세를 이어온 경제 상황과 세계를 향한 개혁개방을 통해 실리를 추구해나가고 있는 중국의 모습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예상과 같이 중국 20대는 30대 이상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다고 해도 한국과 중국 20대의 가치관은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영토가 광대한 만큼 도시별 차이도 컸다. 중국이라는 한 나라 안에 여러 나라가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고방식과 사회문화적인 특성이 다름을 확인하였다. 상해는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태도와 도전적인 삶에 대한 선호가 강했으며, 양극화와 사회 계층 간 갈등도 크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양성 평등 의식이 높고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높지 않아 성 역할이나 결혼에 대해서는 북경에 비해 서구적인 경향을 보였으나, 권위주의와 연고주의 성향은 더 강하게 나타났다. 북경은 상해에 비해 권위주의와 집단주의 성향이 낮게 나타난 반면, 세계화에 개방적이며 외국인 수용도도 높았다.


인사 관리 측면에서도 중국 20대를 이해하는 일은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Y세대라는 신세대 직원이 인사의 주요 관심사인데, 중국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인과 한국인의 차이를 포함한 중국 신세대의 특성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20대는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며, 도전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동시에 집단주의적인 성향은 높게 나타나는 등 한국 20대와는 사뭇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끝>

 

 

[20대를 말하다]① 10명중 7명 "미래 불안하다"

  • 전재호 기자

     

  • 입력 : 2015.07.07 14:10

    취업난 20대 “스펙 갖추려 노력하지만 잘 하고 있는 건지 고민”
    고졸 이하 청년들 불안감 더 커…“10년 후 미래, 예상 못하겠다”

    대한민국의 20대는 약 6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8분 1 정도다. 절대적인 숫자가 많진 않지만 20대 청년들은 정치, 사회, 문화 곳곳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청년 실업, 세대 갈등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로부터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20대를 다각도로 파악하고 기성세대와의 가교를 놓기 위해 ‘20대를 말하다’란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이를 위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5월 7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국 20대 남녀 700명을 설문조사했다. 남성 366명, 여성 334명이 설문에 참여했고,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366명, 비수도권에서 334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 오차는 ± 3.7%포인트다.[편집자주]

    올 2월 지방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미희(24·여·가명)씨는 한 중견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 친구들 중 상당수는 졸업을 유보한 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김씨는 인턴부터라도 시작해 업무 경험을 쌓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인턴부터 시작할 지, 시간이 좀 걸려도 정규직으로 취직을 할지도 고민이고 돈 적게 주는 정규직을 지원할지 계약직으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며 “기본 스펙을 갖추기 위해 토익, 중국어, 한국사 등을 공부하고 있지만 잘 하고 있는건지에 대한 고민이 매 순간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인턴으로 근무하는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게 목표다. 이 직장의 첫 연봉은 2500만원 안팎. 많지 않은 급여지만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김씨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상황이 좋은 편이다. 그는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서울에서 취업을 하고 싶어하는데 막상 올라온 친구들은 방 값과 생활비가 버겁다며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20대를 말하다]① 10명중 7명 "미래 불안하다"
    ◆ “미래, 매우 불안” 17.3% vs “전혀 안 불안” 3%

    경기 둔화로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상당수 20대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비즈가 리서치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의 20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낀 비율은 73.9%에 달했다. 이 중 17.3%는 ‘매우 불안하다’고 답했고 56.6%가 ‘불안하다’고 대답했다. 미래가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3%에 그쳤다.

    20대가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2년에 20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59.9%가 ‘삶이 불안하다’고 느꼈고 불안을 느낀 이유는 취업불안이 5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주거불안이 16.6%였고 고용불안이 12.4%였다. 취업과 고용 등 일자리 관련 불안이 67.6%를 차지한 것이다.

    취업에 대한 불안은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20대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2007년에 대학에 입학한 이미정(28·여·가명)씨는 2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서를 낸 기업은 약 200개. 처음엔 대기업 위주로 원서를 냈지만 최근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고, 뭘 하는지도 자세히 찾아봐야 알 수 있는” 기업에도 원서를 내고 있다. 이씨의 친구들은 대부분 2012년 전후로 졸업했지만 이씨는 졸업을 늦춰 올 2월에야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이씨는 “졸업자는 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가기 어렵고 기업 공채에서도 졸업자를 안 뽑는 경우가 있어 졸업을 유예했다”며 “나이는 들어가는데 취직은 안 되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전산세무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밤에는 과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이씨는 “주변에서는 눈높이를 낮춰서 중소기업에라도 취직하라고 하는데 막상 그런 곳들은 당장 쓸 수 있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려고 한다”며 “처음엔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어디든 뽑아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20대를 대학 전공별로 보면 ‘상경 계열’이 20.9%로 가장 높았고 인문·교육계열(16.4%), 공학계열(14.5%), 자연·의약계열(13.3%), 예체능계열(13.2%)이 뒤를 이었다. 대학에서 상경계열을 전공한 20대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는 이유는 대학에 입학할 때 막연히 ‘취업이 잘 될 것’이란 이유로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은 “처음에 과를 선택할 때 포괄적으로 여러 분야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경영학부를 지원했는데 막상 졸업이 다가오니 특성화 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20대를 말하다]① 10명중 7명 "미래 불안하다"
    ◆ 고졸 20대 70% “10년 후 미래 예상하기 어렵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이혁진(27·남·가명)씨는 대구에서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고 있다. 이씨의 월급은 180만원 안팎. 이씨는 현재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가정생활을 꾸리고 싶지만 결혼자금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씨는 “결혼이야 어떻게든 한다고 해도 결혼 후에 월급이 갑자기 확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생활을 할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선비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씨처럼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20대 중 미래가 매우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32.1%로 대학원 재학 및 졸업(16.2%)보다 배가 넘었다. 또 100명 중 15명(15.1%)은 ‘10년 후 본인의 상황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나빠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는 전체 20대의 답변(5%)보다 높은 수치다. 10년 후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7.7%로 전체 평균(30.4%)보다 높았고 “좋아질 것이다”란 비중은 47.1%로 전체 평균(64.6%)보다 크게 낮았다.

    [20대를 말하다]① 10명중 7명 "미래 불안하다"
    고졸 이하 20대들은 제한된 일자리와 낮은 급여 때문에 미래를 잘 설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전주에 사는 이원기(52·남·가명)씨는 얼마 전 군대를 제대한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씨의 아들은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비정기적으로 배달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들이 한 달에 버는 돈은 평균 200만원 정도지만 수입이 불규칙하다. 배달이 많을 때는 하루에 10만원도 벌지만 수입이 없는 날도 있다. 이씨는 “월급은 다소 적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아야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을텐데 아들은 왜 힘들게 일하고 돈은 더 적게 버냐고 반문한다”며 “옛날 세대와 요즘 세대가 생각이 많이 다른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졸 이하 20대들은 ‘10년 후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10명 중 7명(69.8%)이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체 20대 중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45%)보다 높다. 10년 후에 ‘정규직 샐러리맨’이 돼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고졸 이하 20대는 9.4%로 전체 평균(38.7%)보다 크게 낮았고 ‘자영업’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1.3%로 전체 평균(7.7%)보다 높았다. 자영업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을 감안하면 학력에 따른 사회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20대를 말하다]① 10명중 7명 "미래 불안하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20대들은 현재의 삶도 불만족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비중은 30.6%로 불만족(19.1%)보다 높았다. 그러나 미래를 불안하다고 느끼는 20대만을 보면 만족(20.9%)보다 불만족(24.6%)의 비중이 높게 나왔다.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졸 인력이나 전문대학 인력은 국가와 기업들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산업현장 맞춤형으로 교육돼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종사 노동력의 숙련 수준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임금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대를 말하다]① 10명중 7명 "미래 불안하다"

    [20대를 말하다]② 너무 높은 취업 장벽…첫발부터 좌절

  • 연선옥 기자

     

  • 입력 : 2015.07.07 14:10

    남성보다 여성이, 고졸자보다 대졸자 이상이 ‘취업 어려워’
    “청년 눈높이 맞는 질 좋은 일자리 부족한 상황”

    지방 사립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영연(27·가명)씨는 대학 후배들 사이에서 ‘김느님(이름과 하느님의 합성어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추켜세우는 은어)’으로 통했다. 4.2점에 가까운 학점에 토익 최고 점수는 820점, 건축기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전국 단위 전공 관련 공모전에서 입상한 이력도 있다.

    하지만 김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점점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했다. 전공과 관련된 업체에 입사 원서를 넣고 있지만 번번이 낙방하고 고작 제안 받은 자리가 연봉 2000만원에 불과한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봉 2000만원이면 한 달 받는 급여가 150만원도 채 되지 않을텐데, 그동안 노력한 것에 비하면 너무 보잘것 없는 보상인데다 그나마도 불안한 비정규직이라는 조건이어서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더 한숨 나오는 일이 있었다. 취업이 너무 막막해 취업지원상담센터에 찾아가 상담을 받았는데 ‘다른 부분은 크게 부족하지 않은데 학벌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 같다’며 ‘조금 늦었지만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편입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조언을 들은 것이다. 김씨는 “어렵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취업 전선이 이렇게 치열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20대를 말하다]② 너무 높은 취업 장벽…첫발부터 좌절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상황을 벼랑 끝에 내몰린 것으로 묘사한 ‘청년 고용 절벽’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청년들의 구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조선비즈가 리서치 전문기업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취업이 어렵다고 한 응답은 80.9%였고, 보통이라고 한 비율은 13.6%였다. 취업이 어렵지 않다고 한 응답은 5.6%에 불과했다. 취업이 어렵다는 응답 중 매우 어렵다는 응답이 38.4%였고, 어렵다는 응답이 42.4%였다.

    20대가 느끼는 취업 체감도는 성별과 최종학력에 따라 달랐는데, 남성보다는 여성이, 최종학력이 고등학교인 고졸자보다는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의 취업 체감도가 더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남성 중 취업이 어럽다고 한 비율은 77.0%였지만, 취업이 어렵다고 한 여성 응답자는 85.0%로 남성보다 더 높았다.

    서울 D여대 중문과를 졸업한 최유림(25·가명)씨는 중국과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와 중국어와 영어가 능통하다. 여행사에 취업하고 싶은 최씨는 졸업 후 1년 동안 대형 여행사는 물론 중소형 여행사의 취업 문을 수 차례 두드렸지만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마냥 구직 활동에만 매달릴 수 없었던 최씨는 임시로 중국어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최씨는 “여대 출신 구직자들에게 취업문은 더 좁은 것 같은데 앞으로도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다”며 울먹였다.

    실제로 기업 인사담당자의 절반은 채용 시 남성을 여성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2013년 기업 인사담당자 3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다른 조건이 같다면 채용 시 선호하는 성별이 있다고 답했는데, ‘남성을 선호한다’고 한 응답자가 67.4%로 ‘여성을 선호한다’는 응답(32.6%)보다 훨씬 많았다.

    남성 채용을 선호한다고 한 인사담당자들은 “남성이 여성보다 야근 등 높은 근무 강도에 잘 적응하고, 여성보다 더 오랫동안 근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혼, 육아 등으로 여성 인력 활용도가 남성보다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응답자의 절반(50.3%)은 ‘채용 시 여성 지원자를 기피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20대를 말하다]② 너무 높은 취업 장벽…첫발부터 좌절
    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한 이은성(25)씨도 여성 취업자를 향해 높이 쌓인 취업 장벽을 실감하고 있다. 이씨는 “취업을 목표로 중소기업에도 입사할 계획이 있지만, 비(非)상경계인데다 여자인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종학력이 높은 20대일수록 취업에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자 중 취업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67.9%였지만, 대졸자는 80.4%, 대학원 이상은 89.6%로 최종학력이 높아질 수록 취업에서 느끼는 어려움도 커졌다.

    서울 유명 사립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최남기(29)씨는 가까운 친구들이 취업 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일찌감치 대학원행(行)을 선택했다. 학업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학력을 더 쌓으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최씨는 공학 지식을 더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석사 학위는 경제학으로 받았다. 특별한 스펙은 없었지만, 학점과 틈틈이 준비한 영어 실력이 나쁘지 않아 취업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씨는 지난해 취업 전형에 줄줄이 떨어진 뒤 현재 원치 않게 연구실 생활을 더 하고 있다. 지도교수 추천까지 받아 지원한 대기업 입사 전형에서 떨어지고 다른 기업에서도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최씨는 “설마 내가 이런 취업난을 겪을 줄은 몰랐다”며 “물론 눈높이를 낮추면 어디든 취업이 되겠지만, 그동안 생각해온 수준이 있어서 눈높이를 낮춘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허탈해 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학력이 높을수록 눈높이가 높아지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에 고학력자들에게 걸맞는 질 좋은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대를 말하다]③ "취업하는데 4269만원? 미친 나라죠!"

  • 김종일 기자

     

  • 입력 : 2015.07.07 14:10

    학생 및 구직자들로 북적이는 한 채용박람회의 모습./조선일보DB
    학생 및 구직자들로 북적이는 한 채용박람회의 모습./조선일보DB
    "미쳤죠. 진짜 미쳤죠.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 돈 모아서 장사나 했을 거 같아요. 진짜 미친 거 같지 않아요?"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화를 냈다. 대졸 취업자가 스펙을 쌓는데 등록금을 포함해 1인당 4269만원을 쓴다는 조사 결과(청년유니온 조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되돌아 온 반응이다. 조선비즈는 20대의 고단함을 내밀하게 취재하기 위해 20대 6명과 한 자리에서 만났다. 솔직하고 적나라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름은 가명으로 표기했다.

    ◆ "스터디원 중에 취업해서 나가는 사람 드물어"…10명 중 7명 미취업


    [20대를 말하다]③ "취업하는데 4269만원? 미친 나라죠!"

    수도권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우연(28·남)씨는 지금껏 입사원서를 90번 가량 냈다. 대기업은 물론 알짜 중견·중소기업에도 적성에 맞는 곳을 찾아 지원했지만 아직까지 합격통보를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떨어진 횟수를 셌는데 이제는 더 이상 세지 않는다고 했다.

    2차 술자리에서 이씨는 직업군인으로 군(軍)에 재입대를 해야겠다고 읊조렸다. "기자님 놀랐죠? 다시 군대 간다고 하니까. 저라고 다시 거길 가고 싶겠어요. 취업이 도저히 안 될 거 같으니까 가는거죠. 같이 스터디 하는 친구들 중 SKY(서울·고려·연세대) 나온 애들도 몇 년째 빌빌 거리는 모습을 보니 살 길 찾아야겠더라고요."

    박인숙(26·여)씨는 지난해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졸업을 유예한 지 2년만이었다. "합격통보를 받고 전화기를 붙잡고 펑펑 울었어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제 고생 끝이라고. 엄마 이제 야간 일 안해도 된다고."

    "취업을 하려면 서울에 있어야겠더라구요. 학교 도서관도 그렇지만 좋은 학원도 다 서울에 있으니깐요. 엄마가 돈 보내줄테니까 '알바' 생각말고 독하게 맘 먹고 공부만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거든요. 엄마가 대형마트에서 야간조로 일하면서 매달 80만원씩 보내주셨어요."

    대한민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돈이 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취업 스펙인 대학졸업장에 드는 비용은 4년간 최소한 수천만원에 달했다. 필수라는 어학연수를 포기하더라도 영어 점수를 위한 학원비로만 매달 20만원 이상이 필요했다. 영어점수는 토익 외에도 토익스피킹과 같은 점수가 별도로 필요했다. 그만큼의 돈이 또 들었다.

    조선비즈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전국 2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한 20대 중에 정규직 비율은 80.3%였다. 계약직과 임시직 비율은 각각 16.6%, 3.1%였다. 반면 미취업자 중 절대 다수(68.3%)는 대학에 재학 또는 휴학 중이었다. 학교졸업 후 취업 준비 중인 비율이 16.8%로 그 뒤를 이었다. 학업·진학을 준비하는 비율은 6.9%, 퇴직 후 재취업 준비 중 비율은 3.8%였다. 취업할 의사가 없는 이들도 3.6%나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평균 청년실업률(15~29세 기준)은 10.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및 구직자들./조선DB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평균 청년실업률(15~29세 기준)은 10.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및 구직자들./조선DB
    ◆ "취업 준비하는데 왜 빚이 늘까요"…10명 중 3명은 빚 있어

    김정아(25·여)씨의 꿈은 국어 선생님이다. 김씨는 늘 '공무원이 최고'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자랐다. 이제는 그 말에 100% 공감한다. 김씨는 다행히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잘해 서울의 한 사범대에 입학했다. 이제 선생님이라는 꿈이 '저만치' 다가온 줄 알았다. '저만치'라는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다. 김씨는 이제 '저만치'는 부모님의 재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솔직히 저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생각했어요. 4종 스펙(외국어·자격증·공모전·어학연수비)이라고 하는 걸 저는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만 저는 학자금 대출과 방값만으로도 벅찼어요. 노량진 학원은 딱 한 번 가봤어요."

    김씨는 방앗간을 운영하시는 부모님으로부터 한 달에 50만원의 용돈을 받는다. 꽤 많은 금액 같았지만 사정을 듣고 보니 그렇지 않았다. 지방 출신인 김씨의 방값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다. 나머지 20만원으로 각종 공과금과 한 달 밥값을 해결해야 한다.

    물론 김씨도 아르바이트를 한다. 명문 여대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과외라는 꿈만 같은 선물을 안겨줬다. 월 50만원을 받는다. 그 돈으로 김씨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학자금 대출을 갚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돈은 금방 다 떨어진다. 김씨는 과외를 하나 더 할 생각이다.

    설문조사 결과, 700명 중 262명(37.4%)은 현재 상환해야 할 대출금이 있었다. 1000만원 미만이 62.2%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1000만~3000만원 미만 27.9%, 3000만~5000만원 7.3%, 5000만~1억원 미만 1.9%, 1억~1억5000만원 0.8% 순이었다. 2명 중 1명(50.8%)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고 있었다. 이자만 상환하는 비율은 34.7%였다. 10명 중 1명(14.5%)은 이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 "중소기업도 토익 800~900점 원하더라"

    "어느 날 집에 들어갔는데 책상 위에 중소기업 채용 공고가 오려진 기사가 놓여져 있더라구요. 자존심이 상했지만 더 이상 취업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그 때부터 중견·중소기업에도 지원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쉽지가 않더라구요."

    김인수(29·남)씨는 결국 아버지의 도움으로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월급이나 비전 등을 고려해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 김씨는 "중소기업 면접을 볼 때 '왜 토익점수가 900점이 되지 않냐'는 질문에 당황했었다. 중소기업도 스펙으로 사람을 평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토익 900점을 넘겨 막상 중소기업에 입사하니 토익점수가 기간만료 되기 전에 이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설문조사 결과 임시직, 계약직으로 취업을 했거나 취업 준비 중인 경우 중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는 43.0%에 달했다. 연봉 등 조건만 맞으면 취업할 수 있다는 비율도 51.4%이나 됐다. 그만큼 요새 20대가 취업 그 자체에 목 말라 있다는 방증이다.

     

     

    [20대를 말하다]④ 모텔비, 식비에…"연애, 경제적으로 부담" 65%

    입력 : 2015.07.08 06:00 | 수정 : 2015.07.08 07:53

    남성이 여성보다 경제적 부담 더 느껴
    20대 15% “경제적 이유로 이별 경험”

    “학교 기숙사에 살던 여자친구가 밤을 같이 보내자고 한 적이 있어요. 실은 모텔비 걱정이 제일 컸죠. 부모님께 어떤 변명을 둘러댈까, 다음날 알바 고민은 두 번째고요. 금요일 저녁 모텔 숙박비는 6만~7만원이에요. 게다가 모텔 입실 시간이 밤 10시, 11시라 잠자는 시간이 대부분일 텐데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돈 받는 날이 가까워져서 통장 잔액도 별로 없었습니다. 결국 여자친구한테 오늘은 같이 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둘러대고 기숙사로 돌려보냈어요.” (여자친구와 2년째 연애 중인 26세 김호영씨(가명), 취업 준비 중)

    20대는 한창 연애를 할 시기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조선비즈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전국 2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5%가 ‘연애할 때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이별을 경험한 20대도 15%가 넘었다.

    [20대를 말하다]④ 모텔비, 식비에…"연애, 경제적으로 부담" 65%
    ◆ 하루 먹고, 놀고, 사랑하는 비용 10만원 이상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에 사는 이한명(24·가명)씨와 부평에 사는 여자친구 이영은(24·가명)씨는 부평역에서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했다. 각자 집에서 데이트 장소인 부평역까지 교통비로 이한명씨가 3500원, 이영은씨가 2100원을 썼다. 영화 관람 비용은 2만원. 점심으로 초밥(3만5000원)을 먹고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이한명씨가 아메리카노(5000원), 이영은씨가 녹차(4500원)를 마셨다. 점심으로 비싼 초밥을 먹은 만큼 저녁은 간소하게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세트(각 4700원)를 먹었다. 이날 하루 데이트 비용으로 쓴 돈은 총 7만9500원. 데이트 비용은 둘이 반반씩 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만난 이한명씨와 이영은씨는 연애 4년 차다. 이한명씨는 군 제대 후 재학 중이고 이영은씨는 직장인이 됐다. 이한명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고, 이영은씨는 직장 초년생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워 2주에 한 번 만난다. 이한명씨는 “데이트 비용에서 식비가 가장 부담된다”면서 “여자친구가 초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서로 지갑 사정을 알기 때문에 싼 음식을 먹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진규(27·가명)씨와 취업 준비 중인 여자친구 이수경(26·가명)씨는 3년 반째 만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일요일에 데이트를 즐긴다. 지난 5일 이 둘은 오전 10시 30분에 만나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인도 카레와 탄두리 세트를 먹는 데 2만8000원을 썼다. 카페에서 한 잔당 5100원인 커피를 마셨다. 저녁으로는 닭갈비(2만3000원)와 후식(4000원)을 먹고 4D 영화를 보는데 3만6000원을 썼다.

    영화를 본 후 이 둘은 간식으로 먹을 수박 한 통(9000원)을 사서 자취하는 남자의 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콘돔(3000원)도 샀다. 하루 데이트 비용으로 쓴 돈은 총 11만3200원이다. 이씨는 “모텔에 가지 않아도 같이 있을 공간이 있어서 그나마 데이트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밖에서 데이트를 하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보거나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다.

    지난 1일 신촌역 근처 모텔촌 모습. 신촌역 4번 출구 뒤에는 모텔 30여곳이 영업 중이다./사진=이신영
    지난 1일 신촌역 근처 모텔촌 모습. 신촌역 4번 출구 뒤에는 모텔 30여곳이 영업 중이다./사진=이신영

    ◆ 남자 71.9% vs 여자 57.5% “연애, 경제적으로 부담”

    연애 비용에 대한 부담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71.9%가 연애를 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느꼈고 여성은 57.5%가 부담을 느꼈다.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사귄 지 5개월 된 대학생 이종일(25·가명)씨는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절반씩 낸다고 하는데 실상은 아니다”며 “남자가 밥을 사면 여자가 커피를 사는 것을 두고 ‘더치페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비용을 따져보면 남자가 쓴 돈이 더 많다”고 말했다.

    3년 가까이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취업 준비생 김호영(26·가명)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여자친구와 모텔에 간다. 김씨와 여자친구 모두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서 모텔을 이용한다. 직장인인 여자친구가 밥값 등 데이트 비용을 곧잘 내지만 모텔비는 김씨가 낸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모텔 직원과 마주하는 걸 싫어하는 데다 모텔비는 남자가 내는 게 남자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모텔은 3~4시간 이용하는 ‘대실’비가 2만~3만원 정도다. 하룻밤을 묵는 ‘숙박’은 평일 4만~5만원, 손님이 가장 몰리는 금요일, 토요일과 공휴일 전날은 6만~7만원이다. 20대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모텔에 가는 20대 연인에게 모텔비는 ‘고정 지출’에 가깝다.

    20대 연인은 데이트 비용 문제로 종종 다투고 이별하기도 한다. 이종일씨는 당연하다는 듯 자신에게 식비 계산을 맡겨버리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경험이 있다. 당시 여자친구는 23살로 다른 대학교 학생이었다. 이씨는 용돈을 받는 처지라 밥값을 모두 계산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니까 계산해야지’라는 마음에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비상용으로 주신 신용카드를 밥값 계산에 썼다가 부모님께 혼나기도 했다.

    이씨는 고민 끝에 여자친구에게 사정을 말했다. 여자친구는 한동안 본인이 밥값을 반 정도 부담하다가 곧 남자친구에게 밥값 계산을 미뤘다. 이씨는 “또 말해보려고 했지만 구질구질해 보일 것 같았다”며 “결국 4개월 만에 그 친구와 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이별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남자가 17.9%, 여자가 1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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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놀자 앱 회원인증권을 모텔 프런트에서 보여주면 모텔비를 할인받거나 대실 시간을 1시간 더 받을 수 있다.

    폐쇄형 SNS 쓰고, 할인 앱 자주 활용

    20대 청년들은 연애를 할 때 단 둘만 쓸 수 있는 폐쇄형 메신저를 쓰거나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기호(28·가명)씨는 대학생인 여자친구(24)와 폐쇄형 SNS인 ‘비트윈’을 쓴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사진첩에 잘 정리하고 싶어서 ‘비트윈’을 쓰게 됐다. 비트윈은 기념일을 쉽게 알 수 있고 공연 티켓을 할인해주기도 한다.

    김씨는 모텔비를 아끼기 위해 ‘야놀자’와 ‘여기어때’와 같은 모텔 정보 앱을 자주 이용한다. 이 앱을 이용하면 주변 모텔의 가격, 이용 시간, 사용자 후기,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또 모텔 프런트에서 앱으로 회원 인증을 하면 대실 시간을 1시간 더 주거나 가격을 할인해 준다. 김씨는 “가격이 싸고 시설이 괜찮은 모텔을 미리 알아보니 여자친구도 만족한다”면서 “모텔에 가기 전에는 꼭 앱으로 알아본다”고 말했다.

    20대 연인을 위한 다양한 앱이 나오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성(性) 문제는 아직도 조심스럽다. 남자친구와 가끔씩 모텔을 이용하는 박정현(24·가명)씨는 “모텔 골목에 들어서면 지나가는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민망해진다”면서 “남자친구와 모텔에 가는 게 죄는 아니지만 아직 숨기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모텔 프런트에서 스마트폰을 직원에게 보여주며 앱 회원 인증을 하고 모텔비를 내는 짧은 순간이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

    20대에게 모텔은 여전히 떳떳하지 못한 공간이다. 박씨는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밤새 술 마시면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느니 차라리 모텔 파티룸을 빌려서 노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고 한 친구로부터 “너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야?”라는 얘기를 들었다. 박씨는 “성 문화가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모텔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라며 “남자친구와 모텔에 들어갈 때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대를 말하다]⑤ "결혼 적령기 30~33세, 비용은 5000만~1억원"

  • 박의래 기자

     

  • 입력 : 2015.07.08 06:00

    나이 들수록 본인이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 늦어져
    20대 61.9% “부모님 도움 안 받고 결혼 하겠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오현승(29·가명)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국내 대기업에 취직한 직장인 3년차다. 오씨는 현재 여자친구가 없지만 있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오씨는 “친구들 중에도 여자들은 결혼한 친구들이 있지만 남자들 중에서는 결혼한 친구가 거의 없다”며 “결혼은 2~3년 후에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로 경제적 준비를 꼽았다. 오씨는 “여자친구가 있어도 경제적으로 준비가 덜 돼 있어 당장 결혼은 힘들 것 같다”며 “집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프=박종규
    그래프=박종규
    조선비즈가 리서치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의 20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6.4%가 결혼 적령기를 30~33세라고 답했고 34.3%는 26~29세라고 응답했다. 이 중 남성 응답자는 30~33세라는 대답이 62.8%였고, 26~29세는 27.6%였다. 여성의 경우에도 30~33세라는 대답이 49.4%로 가장 많았고 26~29세라는 응답은 41.6%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초혼연령은 32.4세였고 여성은 29.8세였다.

    연령별로 봤을때 20~23세의 경우 결혼 적령기가 26~29세라는 대답이 42.4%나 됐지만 연령이 올라갈 수록 줄어들어 27~29세의 경우에는 22.5%만이 26~29세가 결혼 적령기라고 답했다.

    20대가 30세 이상을 결혼 적령기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결혼 비용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임선영(29·가명)씨는 3년의 연애 끝에 지난 6월 결혼을 했다. 친구들 중에는 빨리 결혼하는 편에 속한다. 33세인 남편이 결혼 적령기고, 어차피 결혼할 사람이면 더 늦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결혼을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려다 보니 결혼 비용이 너무 컸다. 서울에 17평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데만 2억2000만원이 들었다. 예단도 생략하고 예물도 결혼 반지만 하는 등 최소화 했지만 웨딩촬영에 드레스, 결혼식, 신혼여행에만 3000만원이 들었다. 임씨와 임씨 남편이 결혼 전 직장생활로 모은 돈은 5000만원이었고, 양가 부모님이 1억5000만원을 보태줬다. 그래도 모자라는 5000만원은 대출을 받았다.

    임씨는 “남들이 하는 걸 다 하지 않았는데도 생각보다 너무 큰 돈이 들었다”며 “부모님 도움이 없었다면 결혼을 몇년 더 미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대방을 제외하고 본인이 부담해야 할 결혼 비용으로 51.9%가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5000만원 이하라는 대답은 32.4%였다. 성별로는 남성은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이 56.8%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 미만은 20.8%, 1억원 이상~1억5000만원 미만은 18.3%였다. 반면 여성은 46.4%가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이었고 5000만원 미만은 45.2%, 1억원 이상~1억5000만원 미만은 6.9%여서 상대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올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최승미(29·가명)씨는 집 문제가 해결돼 비교적 순조롭게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최씨는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집은 지방이어서 서울에서 혼자 독립해 생활한다. 최씨는 3살 연상인 남자친구와 결혼하면 남편 직장이 있는 강원도로 갈 생각이다. 임씨와 달리 양가 모두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결혼 비용은 남편과 둘이 해결해야 한다.

    최씨는 결혼식 예산으로 1000만원을 생각하고 있다. 예단은 생략했고 예물도 예비 신랑과 연애할 때 나눴던 커플링으로 대신 하기로 했다. 드레스는 결혼식장과 연계된 곳에서 가장 싸게 할 생각이고, 웨딩촬영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야외 공원에서 할 생각이다.

    최씨는 “두 사람 힘 만으로 결혼비용과 살 집까지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남편 직장에서 사택이 나오면서 집 문제가 해결 돼 결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집 문제가 해결 안 됐다면 언제 결혼할 수 있을지 기약없는 연애만 계속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10명 6명(61.9%)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결혼식을 치를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체 20대의 11.4%는 ‘도움을 받고 싶지 않고 부모님도 여력이 없다’고 답했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가능하지 않다’는 대답은 10.3%, ‘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지만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대답은 10.3%였다.

     

     

    [20대를 말하다]⑥ “결혼 비용, 육아·가사는 남녀 공동 과제”

  • 연선옥 기자

     

  • 입력 : 2015.07.08 06:00

    결혼 비용 남녀 똑같이 부담 81%…육아·가사는 86%
    응답자 절반 이상 ‘결혼 후 자녀 2~3명 낳고 싶다’

    세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2년 동안 연애한 정지윤(28)씨는 올해 10월 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상견례를 앞두고 남자친구와 결혼식, 신혼여행은 물론 함께 살 집과 혼수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전세금을 포함해 총 2억1000만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계산을 했는데, 정씨는 이중 9000만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남자친구가 1억원 정도를 내고 나머지는 축의금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정씨는 “각자 경제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굳이 남자 쪽에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안길 이유가 없다”며 “연애할 때 데이트 비용도 되도록 절반씩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남자친구보다 연봉이 적다.

    기존 세대보다 남녀평등 의식이 높은 20대들은 결혼 비용과 육아 역할 분담에 있어서도 남녀 역할이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비즈가 리서치 전문기업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결혼에 지출되는 비용을 ‘남녀가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81.1%였고, 결혼 후 육아와 가사 역시 ‘남녀가 반반씩 분담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86.1%였다.

    [20대를 말하다]⑥ “결혼 비용, 육아·가사는 남녀 공동 과제”
    ◆ “결혼 비용과 육아·가사, 남녀 동등하게 부담해야”

    올해 2월 결혼해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김명성(34·가명)씨는 당초 집값이 좀 더 싼 서울 외곽 지역에 신혼집을 마련하려고 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에 대출금을 합쳐도 여의도에 있는 회사와 가까운 지역에는 전세를 구하기가 빠듯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사 3년차인 신부(28)가 적지 않은 돈을 보태 마포구에 작은 전셋집을 얻을 수 있었다.

    김씨는 “모든 결혼 비용을 엄밀히 따져보면 내가 더 부담했지만, 생각지도 않게 아내가 전셋값을 보탠다고 나서서 큰 힘이 됐다”며 “양가 경제적 능력을 따져보면 결혼하는 데 든 돈은 절반씩 부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김씨의 사례처럼 20대들은 남녀가 결혼 비용을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비슷한 수준에서 결혼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비용 부담을 놓고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남성은 10명 중 9명(89.9%)이 결혼 비용은 남녀가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10명 중 7명(71.6%)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학력에 따라서도 결혼 비용 부담에 대한 인식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최종학력이 고졸 이하인 20대 중 남녀가 결혼 비용을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86.8%였는데, 대졸자의 경우는 72.3%로 떨어졌다. 고학력자일수록 성평등 의식 수준이 높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 다소 차이가 있는 결과다. ‘결혼 비용은 남자가 더 부담해야 한다’고 응답한 대졸자 A씨는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난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어려움이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혼 후 육아와 가사 역할에 있어서도 20대의 남녀 평등 의식이 드러났는데, 이 부분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혼 후 육아와 가사는 남녀 모두 같이 분담해야 한다는 답변이 남성의 경우는 86.1%였고, 여성은 86.2%였다.

    [20대를 말하다]⑥ “결혼 비용, 육아·가사는 남녀 공동 과제”
    ◆ “자녀 2명 낳고 싶지만, 경제적 부담 가장 걱정”

    저출산 시대의 정점에 살고 있는 20대 중에는 2명 이상의 자녀를 갖고 싶어한 경우가 많았다. 요즘 20대를 흔히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로 지칭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2~3명의 자녀를 원하는 20대가 많다는 의미다.

    설문에 응답한 20대 700명 중 원하는 자녀 수가 ‘2명’이라고 답한 비율이 59.9%로 가장 많았고, ‘1명’을 낳고 싶다는 응답이 16.1%였다. ‘3명’이 12.0%, ‘4명 이상’도 1.9% 있었다. ‘자녀를 낳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10.1%로 ‘3명’의 자녀를 낳고 싶다고 한 응답보다 적었다.

    대학생 장소연(23)씨는 “아직 결혼 계획이 없지만, 결혼하면 3명의 자녀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것이다. 장씨는 “앞으로는 경제적으로도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이 더 나오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다만 인식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두 돌이 지난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지애(29)씨는 결혼 초기까지만 해도 자식은 2명 이상 가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재작년에 첫 아이를 낳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은행에 다니고 있는 김씨는 비교적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1년 동안 육아 휴직을 쓰고 무리 없이 업무에 복귀했지만, 육아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삶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아이를 보면 행복하긴 하지만, 모든 것을 모성애로 극복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며 “둘째는 가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비즈가 결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데 가장 걱정되는 것, 혹은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은 질문에 59.9%가 ‘경제적 부담’이라고 했고 33.1%가 ‘육아에 대한 걱정’이라고 답했다. 회사 경력 단절이라고 답한 응답은 5.6%였다.

     

     

     

    [20대를 말하다]⑦ 90%가 재테크 안하거나 예적금만 납입

  • 박의래 기자

     

  • 입력 : 2015.07.09 06:00 | 수정 : 2015.07.09 09:14

    20대 절반 이상이 한달 투자금액 30만원 미만
    “적은 돈부터 직접 투자하면서 관심 가져야”

    [20대를 말하다]⑦ 90%가 재테크 안하거나 예적금만 납입
    서울에서 여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한 중견기업의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한 오혜령(26·가명)씨는 매월 실수령액으로 130만원 정도를 받는다. 월급을 받으면 자동이체로 매월 30만원 정도가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위해 빠져 나간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1000만원 정도 학자금 대출이 있었는데 그동안은 이자만 갚다가 지난해부터 원금도 갚기 시작했다.

    학자금 상환을 하고 남은 돈 100만원 중 식비나 교통비, 통신비, 생활비 등으로 70만원 정도를 쓰고 남는 돈은 급여 통장에 쌓아 두고 있다. 집은 경기도, 회사는 서울이라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어 독립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빡빡한 월급에 주거비가 부담돼 포기했다. 오씨는 매달 남는 돈을 적금이나 펀드 등에 가입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적금은 금리도 얼마 안 되고 펀드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해서 망설여 진다”며 “휴가도 가야 하고 언제 돈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재테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반도체 기기 관련 중소기업에 취업한 박우현(28세)씨는 매월 2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수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서 주거비는 안 들지만 밥은 주로 밖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식비가 매달 30만원 정도 든다. 통신비나 생활비 등을 합한 비용은 월 90만원 정도. 박씨는 최근 자동차를 한 대 구입했다. 매월 할부비와 유류비, 보험금 등 자동차 유지비로 나가는 돈은 약 80만원이다.

    박 씨는 “결혼 준비 등을 생각하면 돈을 모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나를 위해 쓰려고 한다”며 “취직을 하면 꼭 차를 갖고 싶었는데 취업 1년 만에 차를 뽑아 지금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0대 10명 중 2명은 재테크 안 해…재테크 해도 예적금 위주

    [20대를 말하다]⑦ 90%가 재테크 안하거나 예적금만 납입
    조선비즈가 리서치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의 20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0.9%였다.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여성(16.2%)보다는 남성(25.1%)이 많았다. 용돈과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한다고 응답한 20대의 경우 재테크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9.6%에 불과했지만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20대의 경우에는 33.7%가 재테크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테크를 하는 20대들도 은행 예금이나 적금 등 가장 안전하고 수동적인 형태의 재테크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재테크를 하는 사람들 중 86.3%가 은행 예금이나 적금을 한다고 답했고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다는 대답은 10.2%에 불과했다. 관심 사안으로 재테크를 꼽은 사람들 중에서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다는 사람은 29.7%였고 예금이나 적금이 65.6%였다.

    20대가 재테크에 무관심한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다. 금융감독원의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금융이해력은 60.3점으로 65세 이상의 고령자(58.1점)보다 이해력이 높았을 뿐 30대나 40대, 50대 보다 낮았다.

    재테크를 하는 20대들의 한 달 평균 투자 금액은 10만원 미만이 31%로 가장 많았고, 10만~30만원 미만이 25.5%로 뒤를 이었다. 30만~50만원 미만은 16.6%였고 100만원 이상은 9%였다.

    ◆전문가 “학자금 대출 갚고, 적은 돈으로 직접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20대들도 직장을 갖고 수입이 생기면 반드시 일정 금액은 떼어내 자산을 늘리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자금 대출 등 빚이 있으면 빚부터 갚고 각종 절세 상품에도 관심으로 가지라고 조언했다.
    [20대를 말하다]⑦ 90%가 재테크 안하거나 예적금만 납입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팀장은 “연금보험이나 각종 비과세 상품처럼 세금을 내지 않고도 돈을 모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를 해 주는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납입금액에서 1년에 최대 400만원까지는 15%(연 소득 5000만원 이상은 12%) 세액공제를 해준다. 연금보험으로 400만원을 납입하면 매년 세금을 60만원 깎아 주는 것이다. 내년에 출시 될 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이 계좌 안에서 펀드나 예적금을 들면 수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또 투자를 할 때 보수적으로 예적금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따로 떼어내 직접 주식에 투자하거나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직접 상품에 가입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철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 센터장은 “막연히 저금만 하기 보다는 직접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도 받고 신문도 보며, 투자도 하면서 적은 돈이라도 직접 실행을 해봐야 관심도 생기고 공부도 된다”며 “지금은 작은 돈으로 투자를 하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면 30~40대가 됐을 때 더 큰 돈을 제대로 굴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신 팀장도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고, 커피 마실 돈, 친구들이랑 술 한 잔 할 돈으로도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다”며 “이렇게 투자를 하면서 어떻게 돈을 모으고 굴리고, 쓸지 로드맵을 그린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를 말하다]⑧ 극우 성향 '일베'에 "공감한다" 8.6%

  • 세종=이종현 기자

     

  • 입력 : 2015.07.09 06:00

    ‘일베’ 공감 8.6%...생각보다 많다 vs 극히 일부에 불과
    ‘오늘의 유머’는 공감비율 높지만 모르는 응답도 많아

    “10명 중 1명이면 생각보다 정말 많은데요? 대학교 강의실에 40명쯤 들어간다고 치면 한 강의실에서 4명은 일베를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조선비즈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전국 2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일간베스트(일베) 사이트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6%가 '일베에 올라오는 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많다면 많아 보이고, 적다면 적어 보이는 숫자. 설문 결과를 전해 들은 20대 반응도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일베는 여성과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극우 성향의 사이트다.

    서울 신사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27)는 “일베에 공감하는 사람이 8.6%나 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국회로 치면 교섭단체도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지난해부터 일베가 한국 사회를 뒤흔든 것에 비하면 실제로 공감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 부천의 대학생 정모씨(25)는 “일베가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생각도 했는데 공감한다는 의견이 8.6%에 그친다면 보수 진영 전체가 아니라 극히 일부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베에 공감한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6%였지만, 실제 일베에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단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일베에 올라오는 글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도 67%, ‘어떤 사이트인지 모르고 관심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24.4%나 된다.

    일베라는 용어 자체가 20대 또래 사이에서 터부시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한 20대 여대생은 “친구들과 평소 대화를 할 때 일베가 화제에 오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기사를 통해 일베라는 사이트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지만 워낙 부정적인 이미지이기 때문에 굳이 친구들과 대화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일베 교수 논란을 겪은 홍익대에 재학하는 윤모씨(26)는 “가끔 일베를 눈팅하기는 하지만 일베에 올라온 글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며 “일베하는 애로 친구들 사이에 찍히기 싫다"고 말했다.

    일베(일간베스트) 사이트에 대한 의견.
    일베(일간베스트) 사이트에 대한 의견.
    일베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20대 중에서도 여성에게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 가운데 일베에 공감한다고 밝힌 경우는 3%에 그쳤다. 남성의 경우는 일베에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13.6%로 여성에 비해 4배 이상 많았다. 이런 차이는 일베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일베를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남성 응답자는 16.9%로 여성(6.3%)에 비해 두배 이상 많았다.

    20대 여성이 남성보다 일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일베의 여성비하적인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일베에 여성비하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KBS 기자의 경우 “생리휴가는 사용 당일 착용한 생리대를 직장 여자상사 또는 생리휴가감사위원회(가칭)에 제출하고 사진자료를 남기면 된다”는 등의 글을 일베에 올렸었다.

    KBS 일베 기자 임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현장. /조선일보DB
    KBS 일베 기자 임용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현장. /조선일보DB
    이같은 일베의 여성비하 특성에 대해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베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다가서지 못하는 무력감을 여성 비하와 공격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경제력도 일베에 대한 입장을 나누는데 중요한 기준이었다. 한달 용돈 및 생활비가 3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계층에서 일베에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14.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1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계층이 8.9%로 많았다. 용돈 및 생활비를 기준으로 봤을 때 경제력의 양 극단에 있는 계층에서 일베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최종학력이 낮을수록 일베에 공감하는 특징도 나타났다. 일베에 공감한다고 답한 비율은 '고졸 이하'에서 11.3%로 가장 많았고, '대학교 재학 중'이 8.5%, '대졸' 7.4%, '대학원 재학 이상'이 6.3%였다. 다만 본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나 주거형태 등에서는 뚜렷한 특징이 확인되지 않았다.

    일베와 반대되는 정치성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오늘의유머(오유)는 존재감이 일베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유에 공감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8.5%로 일베보다 높았지만, '어떤 사이트인지 모르고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는 44.4%로 절반 가까이 된다. 세종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모씨는 “일이 바쁘다보니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데 일베는 뉴스에 자주 나와서 어떤 곳인지 대충은 알고 있다"며 “오유는 솔직히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유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일베처럼 현실 세계에 직접 뛰어들어 논란을 일으킨 경우가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게시글의 자극적인 정도도 오유가 일베보다 덜한 편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오유 게시물에 대해 시정요구가 이뤄진 경우는 67건으로 같은 기간 1934건의 시정요구가 내려진 일베에 비해 적다.


    오유(오늘의유머) 사이트에 대한 의견.
    오유(오늘의유머) 사이트에 대한 의견.
    오유의 경우 일베와 달리 공감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남성(26%)과 여성(31.1%)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경제력을 보여주는 '한달 용돈 및 생활비' 측면에서는 일베와 달리 '70만~100만원 미만' 계층에서 공감한다는 비율이 35.3%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 이상'에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자가 17.8%로 가장 적었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오유에 공감한다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20대를 말하다]⑨ 20대 여성 쇼핑, 백화점 지고 면세점이 뜬다

  • 박정엽 기자

     

  • 입력 : 2015.07.10 09:14 | 수정 : 2015.07.10 09:34

    면세점 쇼핑과 해외여행 열풍, 강남권 미용 병원의 인기. 이들은 모두 20대 후반 직장 여성들의 막강한 구매력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선비즈가 국내 최대 카드업체인 신한카드의 20대 카드 사용실적을 분석해 나온 결과다. 20대 여성들은 일본 대만 홍콩 등 가까운 나라로 해외여행을 많이 갔고,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면세점에서 쇼핑을 많이 했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 미용과 피부에 쓰는 비용도 상당했다.

    ◆ "면세점이 좋아서 해외에 나가요"

    20대 여성 직장인에게 면세점 열풍이 거세다. 직장생활 3년차 김슬기(28·여·가명)씨는 "면세점이 좋아서 해외에 나가는 친구들도 있다"라고 전한다.

    김 씨는 "여행갈 때는 가까운 데 가거나 저가항공을 타면서 면세점에서 돈 폭탄을 푼다"고 말했다. 또 "어떤 친구는 여행지에서는 돈을 많이 안 쓰는데 면세점에 가려고 카드한도를 늘리더라. 면세점이 자기에게 너무 큰 즐거움이라고도 한다"고 덧붙였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로고 / 사진=각사 공식 홈페이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로고 / 사진=각사 공식 홈페이지

    개인사업을 하는 한건우(27·남·가명) 씨도 "여자 친구들은 면세점에 정말 많이 간다. '이 친구들이 이렇게 돈이 많았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는 조선비즈가 신한카드에게 요청해 받은 서울 25개 자치구별 20대 대상 매출액 상위 10개 업종 현황(2014년 기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텔롯데, 호텔신라등 대형 면세점을 갖고 있는 중구 소재 '특급호텔' 업종은 2014년 2분기까지 전체 매출액 합계 4위였지만 4분기에는 1위로 뛰어올랐다.

    2014년 분기별 20대 대상 매출액 (단위:억원) / 자료=신한카드
    2014년 분기별 20대 대상 매출액 (단위:억원) / 자료=신한카드

    ◆ 면세점 포함된 중구의 '특급호텔' 매출, 통신-교통 업종도 제쳐

    서울 시내 카드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2014년 한 해 동안 20대 대상 매출액 합계 1위를 기록한 업종은 용산구의 '보훈매장'(3513억원)이다. 전국의 군인들 숫자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뒤를 이어 SK텔레콤, T머니 등이 위치한 중구의 '통신요금(이동·시내전화)'(3219억원)과 '교통(지하철, 버스)'(3095억원)이 각각 연간 매출액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중구의 '특급호텔' 업종(3113억원)은 4위였다.

    그러나 분기별로 들여다 보면 '특급호텔'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2분기까지 4위를 유지하던 중구 '특급호텔'은 3분기 들어 8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중구의 '통신요금', '교통'을 제치고 2위로 올라가더니 4분기에는 9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용산구 '보훈매장'마저 누르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물론 특급호텔 객실을 이용하는 20대가 늘어나긴 했다. 김슬기 씨는 "여자친구들끼리 우정여행을 위해 계를 들고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1년에 한두번 정도 특급호텔에 간다"며 "좋아하는 친구는 다녀와서 SNS에 사진을 자주 올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구에 소재한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20~30대 젊은 층의 숙식 패키지 이용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메가트렌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면세점의 매출 증대가 특급호텔 매출 증가의 핵심 요인이란 얘기다.

    ◆ 백화점 매출도 압도

    이같은 20대의 면세점 사랑은 백화점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하다. '백화점' 업종의 경우 서울 전역에서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출액은 답보하거나 감소하다가 4분기에야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구의 '특급호텔' 업종은 매 분기 100억원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중 주요 15개 자치구(강동구, 강북구, 강서구, 광진구, 구로구, 노원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서초구, 성북구, 송파구, 양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중구)의 백화점 매출을 다 합쳐도 중구 '특급호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백화점의 시대가 가고 면세점의 시대가 온 셈이다.

    2014년 분기별 20대 대상 매출액 (단위:억원) / 자료=신한카드
    2014년 분기별 20대 대상 매출액 (단위:억원) / 자료=신한카드

    면세점을 즐겨 찾는 김슬기 씨는 "면세점에서 틴트, 립스틱, 립글로즈, 팩트, 수분크림 같은 화장품을 주로 산다"며 "연예인이 쓴다거나 해서 어떤 제품이 뜨면 그걸 한 번씩은 써본다. 그런 것들을 그냥 사면 비싸지만 면세점은 싸니까 몇 개씩 사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어 "내 친구 아기 엄마들은 신발이나 모자 중에 예쁜 것이나 좋은 브랜드가 있으면 가족들 것을 다 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유수연(26·여·가명) 씨는 "직장인들은 면세점에 가서 가방같이 비싼 것도 사오지만 학생들은 돈이 없으니 사봤자 화장품"이라며 "여행 갔다오면 본인을 위해서는 20만~30만원, 친구들 선물로 10만원 정도 사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해외여행에서 보는 20대 남녀의 경제력 차이

    면세점 이용과 해외여행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3년차 직장인 김슬기 씨는 "친구들이 해외에 정말 자주 나간다. 연휴에 휴가 붙여서 가깝게 일본이나 대만, 홍콩으로 간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은 신한카드의 2014년 20대 대상 매출 자료에서 확인된다. 항공권 매출이 반영된 강서구의 '항공사' 업종은 20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총 326억원의 매출을 올려 강서구에서 매출 1위를 고수했다.

    그러나 면세점에 대한 남녀간 온도차이처럼 해외여행에 대한 남녀간 온도차도 있다. 한건우 씨(27, 남)는 "주변의 여자 친구들은 해외여행을 많이 가지만 남자들은 거의 안 가는 편"이라며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거나 유학가는 경우는 있어도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사회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것 같다"며 "아무래도 (병역 때문에) 늦어지니까, 친구들도 '올 연말에는 해외여행을 가겠다'라는 것이 목표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20대 직장인 중에서도 여성의 구매력이 남성에 비해 높다. 이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개인병원' 업종의 높은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 "미용은 강남 3호선 라인에서"

    강남구의 '개인병원' 업종은 지난 한 해 20대를 대상으로 5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초구의 개인병원들도 1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남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다른 자치구 병원 매출 중 가장 개인병원의 매출 규모가 큰 곳이 송파구다. 송파구 개인병원의 연간 매출은 41억원으로 강남구의 개인병원 매출의 10분의1도 안된다.

    2014년 분기별 20대 대상 매출액 (단위:억원) / 자료=신한카드
    2014년 분기별 20대 대상 매출액 (단위:억원) / 자료=신한카드


    이 병원들은 대부분 피부과 또는 비만클리닉으로 미용 목적의 시술 또는 수술을 하는 병원들이다. 이들 병원이 시술하는 윤곽 주사, 지방흡입, 카복시 주사 등의 키워드를 주요 포털에서 검색하면 강남구와 서초구에 주소지를 둔 병원들의 이름 수십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김슬기 씨는 "정기권을 끊고 주기적으로 맛사지나 피부관리를 받는 친구들이 많다"며 "압구정, 강남, 신사, 주로 3호선 라인에 (병원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성형보다는 시술이 많은 편이다. 코에 하는 필러, 운동의 감량 효과를 높여주는 카복시 등을 하는 친구도 많다. 지방분해주사는 10회 정도 한꺼번에 끊어서 다닌다"며 "100만원을 자신에게 투자하고 매달 갚는 셈이다. 대개는 카드로 결제하고 할부로 매달 갚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유수연 씨는 "턱을 갸름하게 해준다고 턱 근육에 보톡스를 넣기도 하고 5만~10만원 정도의 레이저 제모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지방분해하는 PPC는 주사 한 대가 10만~15만원 정도 하는데 5회 정도 맞는다"며 "다 했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건씩 치면 몰라도 합치면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고 전한다. 그러면서도 "못해도 한가지는 꼭 한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것이 아니니까 학생들도 좀 쉽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아르바이트)를 해서 주사 맞고 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도 했다.

    이에 비해 성형수술은 20대 초반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 씨는 "미용과 성형은 대학교에 입학할 때 제일 많이 한다. 쌍커풀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 많이 하고 들어온다"며 "23살 쯤, 대학 졸업 직전이나 취업준비할 때, 성형수술이나 아이라인 또는 눈썹 문신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20대를 말하다]⑩ 여가시간, 친구보단 연인과…혼자 '방콕'도 많아

  • 류호 기자
  • 입력 : 2015.07.10 11:40 | 수정 : 2015.07.10 15:27

    “여가시간이요? 요즘 20대는 여가시간이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서울 소재 대학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인 대학교 3학년 이정아(22, 가명)씨는 지난달 방학을 맞았지만 학기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되레 학기보다 줄었다. 무언가 계속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휴식은 꿈도 못 꾼다.

    이씨는 아침 8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일어나면 오전에 있을 각종 스터디(공부하는 모임) 준비를 한다. 스터디가 끝난 오후에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한다. 모두 취업을 위해서다. 공부 시간 외에는 학과 공부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팟캐스트(인터넷 방송)를 듣는다. 이씨는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 같다”며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해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채울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 20대들은 심리적인 여유를 느끼지 못한다. 제대로 된 여가시간은 ‘남의 일’이 되어 버렸다. 운동과 여행, 악기 등의 취미생활은 ‘배부른 소리’라는 게 20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시간이 생기면 인턴과 공모전 준비, 봉사활동 등 취업 스펙 쌓기에 투자하기 바쁘다. 이렇다 보니 주변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도 못한다. 또래 친구 대부분 자신과 처지가 같기에 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연락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서강대 3학년인 김석주(24)씨는 “대학 동기들보다 어린 후배들을 만나거나 혼자 있는 날이 많다”며 “또래 남자들은 한창 바쁠 때이고 여자들은 이미 일하는 친구들이 많아 연락하기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20대 대부분 혼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여가시간이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인터뷰에 응한 20대 대부분은 “여가시간이 있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게 요즘 분위기”라며 “시간이 비는 걸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남들에게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꺼려진다는 것이다. 김씨는 “뒤쳐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시간이 비면 생산적인 일을 고민한다”면서 “여가시간에 놀 궁리를 하는 건 죄를 짓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 20대의 여가시간, 혼자서 ‘방콕’…친구보다는 연인이 더 편해

    화학공학과에 다니는 대학교 3학년 박선주(21, 가명)씨에게 요즘 일과는 학교와 집이 전부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 있다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온다. 집에 오면 저녁을 먹을 때까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진다. 뉴스나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난다. 저녁을 먹고 나면 다시 방에 들어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밤 10시가 되면 TV를 틀어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박 씨는 “사람들을 만나면 늘 연구나 취업 준비를 하는 탓에 혼자서 쉴 시간이 없다”며 “짬이 나면 그냥 가만히 있는데 그 때 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자료: 마크로밀 엠브레인 제공, 그래픽=박종규
    /자료: 마크로밀 엠브레인 제공, 그래픽=박종규
    조선비즈가 여론조사회사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29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여가시간 활용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혼자서 시간을 보내거나 연인과 데이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혼자 혹은 연인과 보내는 시간보다 적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정지현(20)씨는 입학 초기만 해도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활동적이었다. 하지만 대학 생활 반년 만에 모임 분위기나 대화 내용은 완전히 바뀌었다. 끊임없는 스펙 쌓기와 아르바이트로 지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가 많다. 모두 자신이 바쁘다는 것을 알리느라 정신이 없다. 정씨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면 서로 ‘내가 너무 놀진 않구나, 난 최악은 아니구나’라고 위안을 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0대 초반(20~23세)의 경우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자는 34.4%로 연인(22.5%) 또는 친구들(27.5%)과 보낸다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20대 중반(24~26세)도 혼자서(27.8%), 연인과 데이트(36.4%)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응답자가 친구들과 어울린다(24.2%)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연인과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중후반은 초반과 달리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연인과 데이트 하는 시간이 많았다. 20대 후반(27~29세)의 경우 연인과 데이트를 하며 보낸다는 응답자가 41.5%로 가장 많았다.

    현재 남자친구와 사귄지 2년이 넘은 박윤지(25, 가명)씨는 “나이가 들수록 주위 친구들보다 남자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편하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한 대기업에 입사한 박씨 주위엔 아직 취업을 못한 친구들이 많다. 사회생활의 고충을 이야기하기엔 이 친구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박씨는 “회사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친구들한테 풀면 오히려 부러워 하는 시선이 느껴져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남자친구한테는 속 시원히 이야기할 수 있어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김현우(26)씨는 일주일에 3번 정도 여자친구를 만난다. 20대 초반만 해도 여자친구보다 주위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친구들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친구들을 만나면 늘 취직 걱정만 하게 돼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지만, 여자친구와는 사소한 것부터 깊은 대화까지 할 수 있다”며 “데이트를 위해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신선한 자극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 ‘SNS 왕따’도 등장…안 하면 손해보는 시대

    20대에겐 ‘여가시간=스마트폰’이란 공식이 성립된다.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김정수(28, 가명)씨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쇼핑, 게임, 뉴스, 정보 수집 등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SNS를 통한 만남을 선호한다. 친구의 일상이 궁금해지면 SNS를 훑어본다. 안부를 묻기 위해 글을 남기기보다 가볍게 ‘좋아요’를 누르거나 친구의 글을 퍼온다(리트윗). 박씨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밖에서 누군가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게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20대 초중후반 모두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 및 다른 사람의 SNS를 하루에 여러 번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며칠에 한 번씩 이용’, ‘다른 사람의 SNS를 이용’, ‘보기만 한다’ 등 이용 빈도가 적을수록 응답자 수도 적었다.

    같은 20대라고 해도 나이가 어릴수록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극적으로 이용한다고 답한 20대 초반 응답자의 비율은 35.8%로 중반(28.8%), 후반(25.5%)보다 높았다. ‘본인의 SNS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SNS를 보기만 한다’고 답한 20대 초반 응답자는 13.6%로 중후반(21.7%, 23.5%)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20대를 말하다]⑩ 여가시간, 친구보단 연인과…혼자 '방콕'도 많아
    반대로 SNS를 안 하면 손해를 보는 시대가 돼 버렸다. 서울여자간호대 4학년 함영건(23)씨에게 SNS는 장식에 불과하다. ‘눈팅’(게시글을 훑어보는 것)도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들어가는 횟수는 한 번 뿐이다.

    그렇다 보니 학기 초인 지난 3월엔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자신을 잘 따르던 1학년 후배가 어느 순간 달라진 것이다. 인사도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함씨를 험담하고 다녔다. 함씨는 나중에 그 이유를 알고 당혹스러웠다. 온지도 모른 친구신청을 수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후배는 페이스북에서 친구신청을 했는데 받아주지 않자 함씨가 이유없이 자신을 싫어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함씨는 그 일을 겪고난 뒤 일주일에 한 번은 친구신청 목록을 점검하게 됐다. 그는 “다른 사람들 탓에 관심도 없는 SNS에 접속한다”며 “나 같은 사람들에겐 피곤한 존재”라고 하소연했다.

    학교 혹은 직장 내 주요 공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SNS를 해야 한다. 정지현씨에게도 SNS는 ‘관계유지용’에 불과하다. 정씨는 고등학생 때 SNS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대학에 와서는 자주 접속하게 됐다. 이유는 학교가 취업과 관련된 공모전, 봉사활동 정보를 페이스북에 올리기 때문이다. 정씨는 “나 혼자 정보를 모른 채 지나칠까,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부담스러워 보게 된다”고 말했다.

    ◆ 술은 일주일에 한 번만…생활비 적을수록 술도 적게


    [20대를 말하다]⑩ 여가시간, 친구보단 연인과…혼자 '방콕'도 많아
    유학을 준비 중인 회사원 권재우(25)씨는 주량이 소주 2병이 넘을 정도로 술을 즐기는 애주가다. 하지만 갈수록 술을 즐기는 횟수가 줄고 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마실 뿐이다. 유학 자금을 모으느라 평일에는 술을 마실 엄두도 못낸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퇴근한 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술을 마쉴 수 있는 날은 주말 하루다. 권씨는 “평일은 워낙 바쁘다보니 주말에만 술을 마신다”며 “내가 바쁜 것도 있지만 주변 친구들과 시간을 맞출 수 있는 날이 주말 뿐인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20대들은 술을 즐기지 않는 편으로 조사됐다. ‘일주일에 몇 번 술을 마시냐’고 물은 결과, 20대 초중후반 모두 응답자의 40% 정도가 ‘주 1회’라고 답했다. 20대 초반은 38.4%가 주 1회라고 답했고, 중후반은 각각 45.5%, 44%가 일주일에 한 번만 술을 마신다고 답변했다. ‘주 3회’라고 답한 응답자는 11% 정도였다(초중반 11.6%, 후반 11%). 성별로 보면 주 1회 술을 마신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여성보다 남성이 높았다. 남성은 응답자의 42.6%가 주 1회라고 답해 여성 응답자(41.3%)보다 약간 높았다.

    한달 생활비가 적을수록 술을 마시는 빈도도 적었다. 한달 생활비가 ‘3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33%는 ‘전혀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고 42.6%는 주 1회만 마시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 3회 마신다고 응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한달 생활비가 많을수록 높게 조사됐다. 30만원 미만은 5.1%가 주 3일 술을 마신다고 답했지만, ‘50만~70만원 미만’은 14.8%, ‘100만원 이상’은 17.8%로 점점 높게 나타났다. 김석주씨는 주위 친구들을 예로 들며 “대학생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을 하는 친구들을 술값을 정말 부담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면 학생인 내가 술값을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20대를 말하다]⑩ 여가시간, 친구보단 연인과…혼자 '방콕'도 많아

    [20대를 말하다]⑪ 지지정당 없지만 반드시 투표

  • 이신영 기자
  • 입력 : 2015.07.10 11:43 | 수정 : 2015.07.10 13:17

    황지원(24·여·서울 노원구)씨는 지난달 29일 정의당 당원이 됐다. 정당 가입 사실을 SNS에도 알렸다. 황씨는 “편의점 계산대에 서서 시험공부를 하던,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온종일 서빙을 하고 허겁지겁 1교시 수업을 들으러 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싣던, 밀린 교통비에 어쩔 줄 모르던, 꼬박꼬박 학자금 대출을 받으며 언제 이 빚을 다 갚나 절망(황씨 페이스북 포스팅)”했다며 청년을 대변할 정당을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황씨는 “정당 활동까지 하는 20대가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경험상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내 삶이 바뀌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전국 2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13%만이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대부분(61.9%)이 ‘지지하는 정당은 없지만 총선과 대선 등 선거가 있으면 반드시 투표한다’고 밝혔다.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투표에는 참여하는 소극적인 모습부터 정당에 가입한 적극적인 모습까지 다양했다.


    [20대를 말하다]⑪ 지지정당 없지만 반드시 투표

    ◆ “정치는 재미없어”

    설문조사 결과 20대 대다수가 정치에 관심 없으면서도 투표에는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사립대에 다니는 홍지명(26·가명)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질렸다”고 말했다. 홍씨는 정치 기사를 꼼꼼히 챙겨보지는 않지만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걸린 정치 기사는 읽는 편이다. 홍씨는 “정치인이 무슨 발언 했다는 식의 기사를 보면 국회의원이 국민이 아닌 자기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홍씨는 총선, 대선 등 투표에는 참여한다. 서울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지만 주소는 고향인 광주로 돼 있어서 부재자 투표를 한다. 홍씨는 “광주 출신이라고 하면 2번을 열심히 찍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면서 “투표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에 드는 후보를 찍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현우(25·서울 동작구)씨는 “투표도 안 하고 정치 이야기 하지 말라는 비판이 싫어서” 지지하는 정당은 없어도 투표에 꼭 참여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들어가는 김씨는 익명 게시판에서 ‘투표 안 하는 20대는 사회 문제 언급할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수차례 접했다. 김씨는 “반값 등록금 문제가 커졌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동감했다”면서 “인터넷에서는 반값 등록금 필요하다고 하는 20대를 ‘자격 없다’고 말하는 걸 보고 투표는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20대를 말하다]⑪ 지지정당 없지만 반드시 투표
    한편 지지하는 정당도 없고 투표를 안 하는 20대도 12.9%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사 준비 중인 문혜선(25·경기도 수원)씨는 “정치는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정치 관련 뉴스를 몇 번 클릭했지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또 의견을 내봤자 큰 영향력이 없을 것 같아서 정치에 무관심하게 됐다. 사회복지사가 된다면 복지 정책에 관심을 두게 될 테지만 지금은 정치의 중요성이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딱히 투표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 문씨는 “대통령 선거처럼 크게 이슈되는 선거가 아니면 솔직히 선거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 “부모님과 정치 이야기는 금기”

    인터뷰에 응한 20대는 공통으로 부모님과 정치 이야기하는 것을 꺼렸다. 정치적 성향이 다를 때는 껄끄러워서 입을 다물고, 성향이 같더라도 부모님이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식이다.

    김현우씨는 부모님 이야기를 듣는 쪽이다. 김씨 가족의 저녁 식사 시간은 한 시간 정도. 반주를 즐기는 부모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지만 정치 이야기는 일부러 하지 않는다. 김씨의 아버지(54)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야기를 즐긴다. ‘그때 경제 발전이 엄청났지’ ‘자식이 굶어 죽겠는데 민주주의가 어딨겠어’ 이런 식이다. 어머니(52)는 고개만 끄덕거리는 정도다.

    김씨는 “아빠 이야기에 장단 맞춰 드릴뿐 깊게 토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김씨와 아버지 의견을 달랐다. 김씨는 “동성끼리 사랑한다면 인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꺼냈지만 아버지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천인공노할 짓”이라고 못 박았다.

    김씨는 부모님, 친구, 여자친구와 정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대화 주제가 되면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먼저 말을 꺼낸다. 김씨는 “정치는 설득이 안 되고 결론이 나지도 않는다”면서 “괜히 힘만 빠지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양호준(28·가명·서울 동작구)씨는 총학생회 활동 경력이 있다. 학생운동이라기보다 행정 업무에 가까웠다. 부모님한테는 알리지 않았다. 정당 가입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양씨는
    녹색당이 처음 생겼을 때 입당했다가 군에 입대하면서 멀어졌다. 지난해 초부터는 노동당 당원으로 활동 중이다.

    양씨는 부모님께 정치 활동 사실을 알리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외무고시를 공부하다 접은 상태다. 양씨는 국회 보좌관이 돼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싶다. 양씨는 “물론 나름대로 착실히 살고 있지만 부모님과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씨의 부모님은 대기업 취업은 아니더라도 양씨가 공무원이 되길 바란다. 양씨는 부모님과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가 “껄끄럽다”고 말했다.

    ◆ 20대 정당원…“정책에 끌려서” “특별한 경험 때문에”

    20대 설문조사 결과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선거에 반드시 투표하는 적극적인 정치 참여형은 17.1%로 나타났다. 20대 투표율이 가장 낮아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말이 정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정당에 가입해 활동 중인 정인선(26)씨는 “녹색당에 가입하고 보니 전체 당원 중 20대가 많았다”며 “정당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말로 우리 의견을 무시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정씨가 처음부터 정치에 관심 있던 것은 아니다.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정치학’과 현실 ‘정치’는 달랐다. 다른 동기들처럼 외무고시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외교에는 흥미가 안 생겼다. 그러다 유럽 정당과 노조를 탐방하고 온 시민단체 활동가의 강의를 듣고 ‘정치가 재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당에도 가입해보기로 했다. 녹색당이 정치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터라 부담 없이 가입했다. 한 달에 당비 5000원 정도를 낸 지 1년 반이 넘었다.

    정씨는 “‘우리나라 정치 완전히 썩었네’라고 말해버리는 순간 달라질 기회조차 없어진다”면서 “비판할 건 비판하면서도 정치 자체의 기능을 부정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구은효(23·가명·경기도 안산)씨는 정당 정책에 지난 2013년 새누리당에 가입했다. 한 달에 한 번 당비 2000원을 낸다. 지난 2002년 제2차 연평해전과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을 뉴스로 접하면서 강경한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친할아버지가 참전 용사였던 이유도 있었다. 당내 청년이 중심인 미래세대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다.

    행사 기획사를 운영하는 박진호(27·경기도 김포)씨는 새누리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포에서 나고 자란 박씨는 친구들이나 지인이 하나둘 서울로 떠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박씨는 여러 정당에 김포 지역을 살릴 방법을 물었다.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회가 적극적인 박씨의 모습을 눈여겨봤다. 박씨는 2012년 당원이 돼 대학생위원회에서 등록금, 대학생 주거 문제를 이야기하고 새누리당 청년국에 제안하고 있다.

    황지원(24)씨는 어릴 적 경험으로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됐다. 황씨가 9살 때 황씨의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됐다. 아버지 병 치료에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황씨는 “생활이 어려운 편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집이 풍비박산 났다”고 말했다. 황씨 머릿속에는 궁금증이 넘쳤다. 왜 힘든 상황에 있는 우리 가족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까, 왜 큰 병에 걸리면 아파트 한 채가 날아가는 걸까 고민했다. 중학생이 돼선 급식비를 안 냈다. 담임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집이 어렵다, 급식비를 내기 어렵다고 말해야 했다.

    20살이 되면 맘껏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곧장 주차장 안내, 호프집 서빙, 편의점 계산원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최저임금을 못 받기 일쑤였다. 새벽 3~5시 호프집 서빙을 하며 시급 5000원을 받았다. 당시 황씨는 최저 시급이 4000원인 줄 알았다. 야간에는 최저 시급이 1.5배를 받아야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는 2~3개월 수습 기간만 거치면 최저임금을 준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1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황씨는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정치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 많은 사람만 정치인, 국회의원이 돼 우리 생활을 하나도 모른다고 여겼다. 분노가 엄청났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분노만으로 해결되는 게 없다고 느꼈다. 내 목소리를 대변해줄 사람을 찾고 그런 정당에 가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황씨는 지난달 29일 정의당에 가입했다.

    황씨는 현재 서울시 청년혁신활동가로 중고등학생에게 정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황씨는 “중고등학생 대다수가 학교-학원-집만 전전하며 정치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차단됐는데 스무 살이 됐다고 정치에 활발히 참여하길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