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진로성숙도 검사 들어보셨나요?

일취월장7 2015. 4. 29. 10:55

 

진로성숙도 검사 들어보셨나요?

진학은 진로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진학에 앞서 아이의 진로에 대한 관점이 먼저 서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흥미·적성검사를 하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자녀들이 스스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조회수 : 628  |  김덕경 (대림중 교사·서울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고문)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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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7호] 승인 2015.04.29  00:43:48

“중1 때는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했고, 중2 때는 중2병으로 정신 못 차리고, 중3이 되어도 그 후유증에서 빠져나올까 말까 한데 벌써 진로를 결정하라니요.” 강의 말미, 한 학부모 수강생은 이렇게 한탄했다. 알면 알수록 더 혼란스러워지는 고교 입시제도. 여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느 고교에 진학할지에 앞서 먼저 자녀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큰 그림’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2주 연속 강단에 선 김덕경 교사는 강조했다. 4월7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네 번째 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지난주 강의(<시사IN> 제396호 ‘고교 이름만 보고 가면 길 잃기 딱 좋아요’ 기사 참조)에서 다양한 고교 유형을 소개해드렸는데, 머릿속이 좀 명쾌해지시던가? 반응을 보니 오히려 더 복잡해지신 것 같다(웃음).

오늘은 자녀의 진로 성숙을 위해 부모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부터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사실 중학교 단계에서 진로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중2, 중3 단계에서 적성이나 흥미 분야가 확실해 진로성숙도(진로 발달에 필요한 태도·능력·행동 등의 성숙 정도)가 높게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많다. 같은 또래여도 키 크는 시기가 다르듯 진로 성숙의 시기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윤무영</font></div>김덕경 교사(진로 교육 담당)는 “부모가 아이에게 진로 지도를 할 때 아이가 어디쯤에 있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시사IN 윤무영
김덕경 교사(진로 교육 담당)는 “부모가 아이에게 진로 지도를 할 때 아이가 어디쯤에 있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아이들의 진로 지도를 어디까지 도와주는 것이 좋을지, 부모로서 생각이 많으실 것이다. 부모가 많이 알수록 아이의 가능성도 넓어진다는 것이 진로 교육의 대전제다. 요즘은 모든 학교에 진로 담당 교사가 배치돼 있는 만큼 학교도 진로 지도에 힘쓰겠지만, 1차 교육기관은 가정이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진로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는 것은 물론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며 진로를 지도할 필요가 있다.

일단 자녀의 일생을 머릿속에 한번 그려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진로 지도란 아이가 죽을 때까지 자기 인생을 스스로 이끌어가며 행복한 사람으로서 삶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필요한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라고 정의된다. 요즘 백세 시대란 말을 많이 하는데, 100살을 평균수명으로 보면 아이들은 지금 그 초입에 서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꿈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위한 우선순위를 꼽아보라. 요즘은 상당수가 돈을 1위로 꼽는다. 그다음이 떳떳한 직업, 가족, 높은 지위, 건강 등이다. 이 중 아이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여기는지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자녀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인생이란 어떤 건지 함께 얘기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소를 비롯해 많은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이 ‘행복=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런 만큼 꿈 또한 가치와 결부시켜 물을 필요가 있다. 곧 “네 꿈이 뭐니?”라고 명사형 답변을 요구할 게 아니라 ‘누군가의/ 어떤 필요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형용사와 동사가 섞인 답변을 끌어내보자. “난 컴퓨터 사용자의/ 바이러스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바이러스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라는 식으로. 이럴 경우 아이의 사명에 어울리는 직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것이다.

아이가 무얼 할 때 특히 오랜 시간 집중하나요?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는 만큼 자녀를 잘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무얼 할 때 특히 오랜 시간 집중하는지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친구들도 살펴보시라. 비슷한 유형끼리 함께 다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부모나 친척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직업 가계도를 그려보고, 그 일터를 직접 방문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지난 강의에서 소개한 커리어넷(www.career.go.kr)에 접속하면 직업적성 검사·직업흥미 검사·직업가치관 검사·진로성숙도 검사 등 5가지 검사를 무료로 할 수 있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5가지를 전부 해보는 것이 좋다. 흥미·적성검사 결과가 평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보통은 아직 고민이 성숙되지 않았거나,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서다. 이를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진로성숙도 검사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 진로성숙도가 너무 낮게 나오면 적성·흥미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반대로 성숙도가 75점 이상으로 나오면 그 결과는 참조할 만하다. 1년에 한 번씩 이들 검사를 해보면서 아이의 진로성숙도를 꾸준히 체크해보시길 권한다. 단, 중2 수준은 돼야 검사 결과를 유의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너무 빨리 진로를 결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 전에는 참고 자료 정도로 활용하시면 될 것 같다. 초등학생은 커리어넷 하단에 있는 ‘아로플러스’ 검사가 도움이 될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중·고교생들이 ‘진로 박람회’에서 전공 체험을 하고 있다. 여러 사이트에서 적성검사를 할 수 있다.  
ⓒ연합뉴스
중·고교생들이 ‘진로 박람회’에서 전공 체험을 하고 있다. 여러 사이트에서 적성검사를 할 수 있다.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www.jinhak.or.kr)에서는 성격·적성·흥미 등 진로 관련 검사를 할 수 있는데, 이들 검사를 마치고 나면 추천 직업 리스트는 물론이고 해당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뭘 전공해야 하고, 어떤 자격증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지 등 진로 로드맵까지 제시해준다. 고용노동부가 운영 중인 워크넷의 직업·진로 페이지(www.work.go.kr/jobMain.do)에서 가장 정확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한다. 지금도 부모들은 의사·약사처럼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녀가 성장한 10~15년 뒤에도 이들 직업이 과연 유망할지 이곳 사이트에서 한번 가늠해보시라. 대한민국에 현재 교사가 몇 명이고, 의사는 몇 명인지, 직업 유망성이나 일자리 안정성은 어느 정도인지 다 나와 있다. 아이의 진로를 생각할 때는 미래 사회를 함께 전망할 필요가 있다. 3D 프린터가 보편화되는 것만으로도 지금 있는 직업의 30%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판이다. 삼성·현대·LG 등도 이미 학벌 아닌 역량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부모 세대의 낡은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아이들의 고민 유형에 따른 진학지도 방식을 알아보자. 일단은 “난 꿈이 없어요, 하고 싶은 일도 없어요”라고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로서는 속이 터질 일이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제가 뭘 잘하는지 몰라서 갑갑해요. 저도 꿈을 찾고 싶어요’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함께 꿈을 찾아보자”라며 격려할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에 안 가면 안 돼요?”라고 떼를 쓰는 아이도 뜻밖에 많다.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피곤해진다는 것을 아이들도 미리 안다. 이럴 때는 “중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고, 고등학교는 선택 과정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며 선을 그어주는 것이 좋다. 부모 때문에 고등학교를 ‘가준다’는 식이 되었다가는 나중에도 부모 탓을 하기 십상이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한 가지로 정할 수가 없다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직업 정보를 정확히 모를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직업 체험 등을 통해 ‘좋아 보이는 것’과 ‘진짜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특성화고와 인문계고 사이에서 망설이는 아이들의 경우는 양쪽 고교 유형을 자세히 설명해주자. 한 예로 요리사가 되고 싶은데 특성화고에 진학해 바로 취업을 할지, 아니면 인문계고에 진학해 대학을 졸업한 다음 요리사가 될지 고민하는 아이가 있다 치자. 이 아이 꿈이 정말 요리사가 되는 것이고, 집안 형편도 넉넉한 편이 아니라면 굳이 꿈을 유예할 필요가 없다. 중학교만 졸업해도 조리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기초적인 사실부터 알려주고, 중3 여름방학 때라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끔 독려할 필요가 있다. 요리사가 된다고 했다가, 법관이 된다고 했다가 수시로 꿈이 바뀌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즉흥적이고 경솔하게 진로에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좀 더 진지하게 직업을 탐색하고,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게끔 지도하는 것이 좋다.

꿈은 있는데 그 꿈을 이룰 만큼 성적이 안 되어 걱정하는 아이들도 있다. “꿈이 있다고? 그럼 공부하면 되겠네”라고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니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게 아이의 진짜 메시지다. 이런 아이는 작은 데서부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끔 잘하는 과목부터 공부 계획표를 짜보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외고나 특성화고에 합격해놓고 뒤늦게 안 가겠다는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때는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 아니다 싶으면 전학도 가능하다. 외고·특성화고 같은 전기고에 합격하면 후기고에 지원할 수 없지만, 고1 중간고사 이후에는 전학이 가능하게끔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단, 전학하려는 학교에 결원이 발생해야만 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고교 유형을 제대로 알고 선택해야 한다. 다종다양한 고교 유형이 있는 만큼 이들 고교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 학비, 취업 및 진학 실적, 선발 방법, 전형 유형, 준비 상황 등이 잘 나와 있으니 참조하시라. 주말에 주로 열리는 학교 설명회를 찾아가거나 학교를 탐방해보는 것도 좋다. 특목고 지망생은 불합격 시 전기고 중 정원이 미달된 학교에 지원이 가능하다는 조항 등 관련 법규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진로 포트폴리오란 바로 ‘자·동·봉·진’

자기소개서에 담을 진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진로 포트폴리오란 목표하는 진로를 위해 자신이 성취한 경험이나 능력을 기록·관리해 모아놓은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자·동·봉·진’ 네 글자를 기억하시라.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의 약자다. 대다수 학교가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이들 네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아이들이 가진 보물이다. 다만 포트폴리오에 기반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저는 밝고 착한 학생입니다”라는 식으로 뭉뚱그리면 안 된다. “우리 반에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는데, 저는 그 친구의 등하교를 30일 넘게 도와주었습니다”처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자신이 얼마나 끈기 있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인지 알려야 한다.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라고 지레 포기할 일도 아니다. 인터넷고 테크노경영학과를 지망했던 한 학생의 경우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그 고교에서 운영하는 여름 캠프에 지원했지만 서류 전형에서조차 탈락했다. 그 뒤 그 학생은 정말 독하게 공부했다. 여름방학 동안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과 대학생 멘토링으로 영어·수학을 배우더니 동네 학원에서도 영어·수학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같은 내용을 세 번씩 복습한 것이다. 그 결과 2학기 들어 이 친구 영어·수학 성적이 80~90점까지 올랐다. 그런가 하면 리더십을 길러 학교장 추천을 받아보겠다면서 야구부 주장도 자원하더라. 이 학생, 결국 원하던 학교에 합격했다.

아이가 특정 진로에 관심을 보이면 직업 탐방 등 다양한 직간접 체험을 하게 도와주시라. 학원 보내지 말고. 이게 진짜 살아 있는 교육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면 공부는 저절로 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고교를 함부로 결정하면 안 된다. 본인 입에서 “이런 일을 해보고 싶어요”라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 스스로 고교 유형을 알아보고 선택하게 하시라.

정리·김은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