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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한 코로나19 진단검사의 모든 것

일취월장7 2020. 4. 8. 10:41


세계가 주목한 코로나19 진단검사의 모든 것
  • 김연희 기자
  • 승인 2020.04.06 15:41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코로나19에 맞설 유일한 무기이자 방패인 진단검사에 대한 A to Z를 준비했다. 검체 채취와 진단검사 과정부터 신속 진단키트의 문제점까지 자세히 짚었다.
ⓒ시사IN 신선영3월3일 서울 잠실주경기장 주차장에 마련된 차량이동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진단검사는 코로나19에 맞설 거의 유일한 무기다. 확진자가 발생한 대부분의 나라는 감염자를 재빨리 찾아내 격리하는 방식으로 방역 체계를 선회하며 백신도, 뾰족한 치료제도 없는 막막한 시절을 버티고 있다. 자연스레 유행 초기부터 대규모 검사 시스템을 구축한 한국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해외 각국의 진단키트 지원 요청이 쇄도했다. “미국이 지난 8일 동안 진행한 코로나 검사 숫자가 한국이 8주간 실시한 것보다 더 많았다(트럼프 미국 대통령)”라며 때아닌 견제를 받기도 했다. 시장은 과열 양상이다. 검색창에 ‘코로나 진단키트’를 치면 첫 번째로 뜨는 연관검색어는 ‘관련주’이다.

진단검사, 진단키트를 향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그 열기에 본질이 흐려지는 일들도 종종 벌어진다. 검사 정확도 논쟁이 정치 다툼으로 번지거나 섣부른 장밋빛 뉴스가 국민들을 ‘희망고문’하기도 한다. 진단검사는 분명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확산을 막고, 환자를 치료하는 감염병 대응 의료행위의 첫발을 이끄는 중대한 시작점인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우리에게 유일한 무기이자 방패인 진단검사에 대한 A to Z를 준비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3월25일 코로나19 진단키트 승인 기업 중 하나인 씨젠의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 면봉부터 리얼타임 PCR까지(〈그림 1〉)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돼 검사를 받기로 했다면 오만 가지 걱정이 들 것이다. 그 가운데 당장 각오해야 하는 것은 면봉의 침입이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검체는 상기도(코, 입)와 하기도(폐)에서 채취한다. 상기도 검체는 대개 콧물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호흡기의 상피세포이다. 15㎝ 길이의 검체 채취용 면봉을 코와 입 안쪽 벽까지 밀어 넣는다. “눈물이 핑 돌 만큼 아프다”라는 게 검사 유경험자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코와 입에서 채취한 상기도 검체는 면봉째로 검사 채취 용기에 넣는다. 하기도 검사에서는 의심환자가 뱉어낸 가래를 또 다른 용기에 받는다. 검체들은 3중 포장돼 검사기관으로 보내진다.



ⓒ시사IN 이정현

검체는 곧바로 검사장비에 들어가지 않는다. 검체에서 유전물질(핵산)을 먼저 뽑아내야 한다. 보호복을 착용한 임상병리사들이 음압장비가 갖춰진 방에서 핵산을 추출한다. 핵산 추출에는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코로나19 진단은 ‘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리얼타임 PCR)’라는 검사법으로 시행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진 특정 유전자를 수만 배로 증폭시켜 바이러스가 있는지(양성) 없는지(음성)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검사에 쓰이는 화합물인 진단시약을 흔히 ‘진단키트’라고 부른다. 진단키트는 보통 5~6개 정도의 약품 튜브로 구성돼 있다. 검체에서 추출한 핵산에 이 약품들을 조금씩 주입한다.

진단시약의 핵심은 ‘프라이머(primer)’ 라는 물질이다. 프라이머는 코로나19가 가진 특정 유전자에만 달라붙도록 만들어졌다. 프라이머가 결합해야 증폭 반응이 일어난다. 프라이머를 디자인하는 방식과 시약에 들어가는 화학물의 농도는 제조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업체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검사의 정확도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진단키트마다 검출하는 유전자도 다르다. 국내에서는 현재 5개 업체의 진단키트가 사용되는데 코젠바이오텍의 시약은 E 유전자와 RdRP 유전자를, 솔젠트(주)는 ORF1a 유전자와 N 유전자를 찾아내는 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2개 이상 유전자를 검출해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시사IN 이정현

한때 한국 검사법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가이드라인과 달라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오히려 미국 CDC가 개발한 진단키트를 이용한 검사에서 지난 2월 여러 차례 오류가 발견됐다. 미국 CDC의 리얼타임 PCR 검사법은 N 유전자만을 타깃으로 한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진단키트 개발 단계에서 미국 검사법을 검토했지만 N 유전자에 변이가 잘 발생한다고 판단해 E 유전자와 RdRp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으로 긴급승인을 받은 로슈 사의 진단키트도 N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들을 타깃으로 한다.

이제 검체를 장비에 넣을 차례다. 제조사마다 다르지만 리얼타임 PCR 장비로는 보통 한 번에 50여 명 검체를 검사할 수 있다. 장비를 돌리는 데는 약 2시간이 걸린다. 순수하게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핵산 추출과 장비 가동 시간을 합쳐 약 3시간이다. 검체 채취부터 판독 후 결과 보고까지, 전 과정을 거치는 데 6시간 정도 걸린다.

ⓒ시사IN 이정현

■ 위양성, 위음성, 미결정

완치돼 퇴원한 환자가 다시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진단검사 정확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검사 오류 외에도 여러 경우의 수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재감염 가능성이다. 가장 많은 임상 데이터를 보유한 중국에서 이미 코로나19 완치 환자들 가운데 항체가 생기지 않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두 번째로는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는 경우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희한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완전히 음전(음성으로 전환)되었다가 1~2주 후에 양성이 나오는 환자가 있어요. 해외에서도 보고되고 있고요.” 중국 정부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도 2주간 자가격리를 하고 2주, 4주 뒤에 다시 검사를 받도록 한다.

코로나19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들 가운데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검사 수치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바이러스 배출량이 들쭉날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양에 따라 특정 어느 수준에서는 양성 혹은 음성일 확률이 각각 50%인 구간이 존재해요. 이건 사람이 만든 검사의 한계예요(이혁민 교수).” 이 시기에는 양성이라도 감염력이 거의 없지만 진단검사 전문의의 판독을 거쳐 우선 ‘미결정’으로 결과를 낸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 뒤 재검사를 한다.

ⓒEPA3월31일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사망자 시신을 임시영안실로 사용되는 냉동트럭에 싣고 있다.

지난 3월18일 대구에서 폐렴으로 사망한 17세 환자의 검사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고열로 병원을 찾은 이 환자는 코로나19 검사를 12회 받았다.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사후 진행된 13번째 검사에서 ‘미결정’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내리려면 타깃 유전자 가운데 2개 이상에서 양성이 나와야 한다. 이 환자의 경우 유전자 하나에서만 미약하게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런 내용이 와전돼 일부 언론에서 “사후 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보도가 나갔다.

이후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영남대병원 검사실을 조사했다. 검사에 일부 오염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질본은 그 근거로, 3월18일 영남대병원의 13번째 검사 당시 음성 대조물 검체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온 점을 들었다. 원래 리얼타임 PCR 검사를 할 때는 환자 검체가 들어 있지 않은 대조물 검체(늘 음성으로 나와야 한다)도 함께 돌려 검사 오류나 오염 여부를 검토한다. 3월19일 서울대병원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해당 환자 검체를 다시 검사한 결과 음성이 나왔다.

■ 뜨거운 감자, 신속 진단키트(〈그림 4〉)

임신 테스트기처럼 간편하게 집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을까? 10분 만에 검사할 수 있는 신속 진단키트가 개발되었다는데 왜 사용하지 않을까? 현재 질본은 리얼타임 PCR 방식의 진단키트로만 긴급사용 승인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정확도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쓰는 리얼타임 PCR 검사는 유전자를 검출하는 분자진단법이다. 반면 신속 진단키트는 대부분 항원·항체 검사법을 기반으로 한다. ‘항원’은 바이러스 등 우리 몸에 들어온 침입자를 말하고 ‘항체’는 이 침입자를 물리치기 위해 면역체계가 만드는 물질이다. 항원 검사법은 말 그대로 검사자에게 항원이 있는지, 항체 검사법은 항체가 있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항원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항원 검사법) 진단키트에 항체를 넣는다. 반대로 항체 검사법은 진단키트에 항원이 들어가는 원리이다.

ⓒ시사IN 이정현

항원·항체 검사법의 정확도는 분자진단법에 비해 꽤 떨어진다. 진단검사에서 정확도를 가늠하기 위해 활용하는 지표가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이다. 민감도는 검사자 가운데 양성을 얼마나 잘 찾는지를 나타낸다. 10명 중 감염자가 8명인데 그중 5명만 찾아내면 민감도가 떨어지는 검사법이다. 한편 특이도는 음성 환자를 음성으로 잘 판정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검사자 10명 중 실제 감염자는 5명인데 8명을 양성으로 판단했다면 이 검사법은 특이도가 낮은 것이다. 즉 검사의 민감도가 낮다면 환자를 놓치게 되고, 특이도가 낮으면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사람이 입원하게 된다.

리얼타임 PCR 검사법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95% 이상이다. 반면 항원 검사법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50~70% 수준이다. 항체 검사법은 민감도를 95% 이상까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특이도는 확실하지 않다. 또 감염이 되어도 항체는 몸에 바로 생기지 않는다. 항체는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한 후 7~28일이 지나야 만들어진다. 감염 초기에는 항체 검사법 사용이 불가능하다.

ⓒ솔젠트 제공국내 기업 솔젠트가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홍기종 건국대학교 교수는 질본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일하던 시절 감염병 진단검사 분야를 맡아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진단키트와 장비를 검토했다.

홍 교수는 신속 진단키트를 지금 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신속 진단키트도 잘 만들어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게 아니라, (항원·항체 검사법과 같은) 래피드 타입(rapid type) 자체가 기술적으로 리얼타임 PCR의 정확도를 따라갈 수 없어요. 몇몇 지자체에서 사용을 검토한 걸로 아는데 잘못하면 방역 관리가 무너집니다.”

ⓒ시사IN 이정현

실제 도입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진단키트 제조업체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소위 ‘이건 되는 판’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국내에서 판매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수출 판로를 뚫었다, 혹은 뚫을 것 같다는 진단업체 기사가 앞다투어 쏟아졌다. 4월2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수출 허가를 받은 진단키트 제조업체는 18곳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기산업 종합정보시스템에서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회사에서 개발한 신속 진단키트 몇 종류가 미국 FDA 긴급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항원·항체 검사법이 1개, 분자진단법에 기반해 시간을 대폭 줄인 검사법이 2개이다(4월2일 기준). 세페이드(Cepheid) 사는 45분, 애보트(Abbote) 사는 13분, 항원·항체 검사인 셀렉스(Cellex) 사는 20분 만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홍보한다.

ⓒAFP PHOTO3월31일 독일의 드라이브인 테스트 센터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홍기종 교수는 국내 도입 필요성에 고개를 저었다. “검사장비를 돌리는 시간만 고려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는 리얼타임 PCR 장비도 속도를 내서 1시간30분 안에 끝낼 수 있어요. 선별진료소에서 검체가 출발해 결과 보고까지 전체 프로세스가 6시간이라는 거죠. 도출 시간을 단축했다 하더라도 애보트 사가 개발한 진단키트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집니다. 그러면 왜 미국에서는 허가를 했느냐? 거기는 지금 진단키트가 부족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