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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성매매 리포트

일취월장7 2018. 4. 3. 12:47

남성 둘 중 한 명꼴 '성구매' 경험 있다.."안 잡으니 만연"

권지윤, 김학휘 기자 입력 2018.03.31.


'평생 한 번이라도 성구매 경험이 있으십니까?'

대한민국 남성 1,050명에게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답한 남성이 50.7%, 둘 중 한 명꼴입니다.

비디오머그와 마부작침은 지난 6년간 전국 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현황과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를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했습니다.

지금부터 주요 내용을 공개합니다.

<2018 성매매 리포트>

성구매자 1인당 연간 성매매 횟수 8.46회, 성매매 집결지의 성판매 여성 한 명이 상대하는 하루 평균 성구매자 5.2명.

여성가족부 '2016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입니다.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성매매가 범죄가 된 지 60년이 다 돼가지만 다른 범죄와 달리 성매매는 여전히 묵인과 방조, 자의적 단속 사이를 오갑니다.

저희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전국 271개 경찰서 연도별, 월별 성매매 단속 자료입니다.

2016년을 보면 2월에는 9백 명에 그쳤는데, 10월에는 약 열 배가 뛴 1만 명 가깝게 적발했습니다.

연도별로도 들쭉날쭉입니다. 2015년 1만 8천 명이던 성매매 입건이 다음 해에는 2배가 넘는 4만 1천여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2016년에 한국 남성들의 성구매 욕구가 갑자기 치솟기라도 한 걸까요.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그 해 처음으로 경찰이 채팅앱 성매매를 집중 단속한 겁니다.

이렇게 적발된 사람들이 1만 명가량. 그럼 나머지 1만 명 이상은 어떻게 된 걸까요?

결정적 요인은 엉뚱한 데 있었습니다. 경찰의 '특별승진'이 걸린 겁니다.

[경찰청 관계자 : 2016년 11월 성매매 단속 실적이 포함되는 생활질서확립 우수 유공 특진이 있었습니다. 2017년 인사제도 변경 직전 사실상 마지막 특진이 걸린 겁니다.]

이러니 성매매 단속은 '경찰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단속이 돼도, 초범이면 대부분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됩니다.

2016년 성매매 기소유예율은 무려 51.3%, 절반 이상이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처벌을 피했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묵인 분위기와 경찰의 자의적인 단속, 사법당국의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벌, 그 사이 해외 기관이 추산한 한국 성매매 시장은 세계 6위 규모, 국내 추산 한국 성매매 시장은 30조 원에서 37조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남 담양경찰서. 이 경찰서는 지난 6년 동안 성매매 단속이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전남 담양경찰서 관계자 : 성매매 업소가 있을만한 환경도 아니고, 성매매할 환경도 아니고. (담양 관내에서는 성매매 가능한 상황이 전혀 없는 건가요?) 네.]

담양군 내 한 유흥주점을 찾아갔습니다.

[전남 담양군 A 유흥주점 업주 : (가격은요?) 가격은 뭐… 도우미는 3만 5천 원이요. (2차도 가능해요?) 2차요? 그거는 그러면 현금으로 저 주셔야 해요.]

'2차' 또는 '애프터'로 불리는 성매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담양의 또 다른 유흥주점.

[전남 담양군 B 유흥주점 업주 : (2차 비는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해요?) 보통 이렇게 하는 것 같아. 20만 원씩.]

역시 지난 6년간 성매매 적발이 한 건도 없었던 전남 장성경찰서.

[전남 장성경찰서 관계자 : 여기 지역 특수성이 술 드시고 유흥업소 가려면 여기서 안 하고요. 광주 첨단(지구)으로 나가요 전부. 첨단 나가서 유흥하기 때문에. 10분이면 가거든요. 그래서 여기가 유흥이 발달 안 돼 있어요. 전혀. (장성 관내에서는 성매매하는 업소가…) 당연히 없죠.]

하지만 저희 취재력이 뛰어난 건지, 장성에 첫 출장 온 취재팀이 성매매 업소를 찾는 데는 10분 남짓밖에 안 걸렸습니다.

[전남 장성군 유흥주점 업주 : 내가 오늘 2차 하라고 했어. 지금 멋있는 애가 나와.]

지난 3년간 경찰의 성매매 단속이 단 한 건도 없었던 경기도 과천입니다.

이곳의 상황은 어떤지 또 살펴보겠습니다. 과천경찰서에서 불과 200m 정도 떨어진 한 유흥주점.

입구에 붙은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이 먼저 묘한 말을 꺼냅니다.

[경기 과천시 유흥주점 업주 : 제가 여기서 장사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맞춰서 내가 해 드릴게. 여기는 공무원들이 다 오니까. 20대 아가씨는 애프터, 2차 가는 거고.]

경찰이 단속을 나오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경기 과천시 유흥주점 업주 : 여기 뭐 검열 나오고 이런 건 한 개도 없어요. 1년 365일. 없어요. 단속 이런 거 없어요. 여기는 술 먹고 가는 사람들이 최하 교수, 변호사예요. 최하가. (2차는 어디로 나가요?) 호텔 10층.]

전국에서 지난 6년 연속으로 성매매 적발이 아예 없었던 경찰서는 6곳. 성매매 입건자가 한 명도 없는 경찰서는 해마다 서른 곳이 넘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성매매 여성 수와 유흥업소 수를 토대로 계산한 한국의 성매매 단속률은 4~5%, 100건의 성매매가 있으면 단속되는 건 네다섯 건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일부 경찰은 성매매가 없기 때문에 적발이 없거나 적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 설득력 있게 들리십니까?

※ 최초 성구매 연령과 동기, 성구매자의 직급, 소득 수준, 성매매 최다 적발 지역 등 더 다양한 분석이 담긴 '2018 성매매 리포트'는 SBS 뉴스 홈페이지 마부작침과 비디오머그를 통해서 오늘부터 차례로 공개합니다.

(기획 : MAX, 프로듀서 : MIKE, 취재 : 권지윤·김학휘·안혜민, 영상취재 : 정상보·이용한, 영상편집 : 김경연, 디자인 : 정순천·장지혜·옥지수·노지연)


[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① 세계 6위 성매매 시장.."한국 남성 절반 성매매 경험 有"

권지윤 기자 입력 2018.03.31.


1947년, 미군정청은 공창을 폐지했다. 공창이 불법화되자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청량리 588' 등 성매매 집결지(일명 '사창가')가 만들어졌다. 군사정부는 1961년, '사회악을 일소'하겠다며 성매매(賣買)자, 업소 운영자 모두를 처벌하는「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100여개 성매매 집결지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법은 사문화됐다. 1995년, 국가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전면 개정, 성매매(賣買)자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그래도 홍등(紅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성매매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를 막아야한다는 판단아래 2004년,「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성매매는 -비록 제대로 단속되지 못했으나- 국가의 형벌권이 작용하는 불법행위, 즉 '범죄'가 된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는 "오늘 좋은 데 가서 놀자"며 죄의식 없이 성구매를 제안하고 받아들인다. 번화가에는 성매매가 가능한 안마시술소, 유흥주점, 룸살롱 등이 많고, 성매매 광고나 전단지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거의 무풍지대다. 이따금씩 적발된 사람만 "나만 재수 없게 걸렸다"라고 생각한다. '느슨하고 자의적인' 국가의 형벌권 행사는 성매매를 범죄가 아닌 '들킨 죄'로 만들었다. 성매매 시장은 '거대한 암시장(暗市場)'으로 고착화하면서 또 다른 범죄를 조장한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대한민국 성매매 실태' 보도를 준비하게 된 배경이다.

보도 방향과 내용을 놓고 걱정했다. 성매매는 자세히 서술하는 자체가 선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에 시달리던 여학생이 성매매를 강요받았다는 기사가 낯설지 않게 된 현 세태를 보면서, 더 이상 취재와 보도를 미룰 수 없었다.

<마부작침>은 대한민국 성매매의 심각성·실태·역사 등을 실증할 자료 두 가지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하나는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경찰의 '전국 254개 경찰서별(지방청 포함 271개) 성매매 단속 현황'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동안 일부만 공개됐던 여성가족부의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다.

두 자료 외에도 다른 데이터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5회 연속 보도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성매매 유형, 전국 곳곳의 성매매 업소들의 위치, 오감을 자극하는 잠입 취재기를 기대했다면 접어두시는게 좋겠다. 도리어 많은 성인들이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싶었던, 털어놓고 싶지 않았던 어두운 실태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치로 보여줄 것이다.

● 한국 성매매 시장 최대 37조 원…세계 암시장 조사기관 "한국은 세계 6위"

한국 성매매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암시장(Black Market) 전문 조사업체인 미국 '하보스코프 닷컴(Havocscope)'이 2015년 발표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은 세계 6위 규모다. 훨씬 큰 국토와 인구를 가진 중국, 스페인, 일본, 독일, 미국 다음으로 크다. 시장 규모는 120억 달러, 12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세계 5위인 미국보다 3조 원 정도 적고, 7위인 인도보다 3조 원 정도 많다.

성매매는 업소 규모·이용 횟수 등 통계를 잡기가 어렵다. 따라서 해외기관의 조사는 대체로 그 수치가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한국 형사정책연구원(형정원)에서 발간한 '조직범죄 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운영실태(2015)' 보고서는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를 하보스코프 추산치의 3배 수준인 30조~37조 6천억 원이라고 추정한다.

형정원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판결문과 범죄 통계 등을 바탕으로 정부가 1년간 적발한 성매매 시장을 1조 5,070억 원 규모로 파악했다. 여기에 적발되지 않은 성매매 규모를 감안해 실제 성매매 시장을 추산했다. 형정원이 계산한 국가의 성매매 단속률은 통상 4~5%다. 100건의 성매매가 있으면 이 중 실제 단속되는 건 4~5건이라는 뜻이다. 이런 셈법으로 단속률이 4%일 때 성매매 시장은 37조 6,700억 원 규모, 단속률 5%일 땐 30조 1,400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지난 2002년 형정원이 추산한 국내 성매매 시장 규모는 24조 원으로, 성매매 암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 말할 수 없는 비밀? "한국 남성 10명 중 5명, 성매매 경험 있다"

"내 주위엔 없는데, 도대체 누가 성매매를 하는거야?"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보고서는 일부 내용만 공개될 뿐,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참고만하는 비공개 자료다. '성매매의 불법성과 은밀성'으로 통계적으로 대표성 있는 조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2007년부터 3년마다 작성되지만, 일부 내용만 알려지고 전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여가부가 의뢰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남성 1,050명 중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성구매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사람은 50.7%(532명)로 집계됐다. 3년 전 조사에 비해 6%p 감소한 수치다. 물론 해당 질문에 솔직한 답변이 이뤄졌는지는 모른다.



전국을 수도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제주 강원 등 5대 권역으로 나눴을 때 수도권이 54.3%로 가장 높았고, 영남권(47.5%)과 호남권(47.1%)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였다. 성구매 경험자 대부분은 20~24세에 최초 성구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최초 성구매 연령은 20~24세에 53.8%로 집중돼 있다. 다음이 25~29세에 27.6%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중은 낮아진다. 20세 미만도 3.9%로 분석됐다.



'최초 성구매 동기'는 다양했지만, 가장 많은 응답은 '호기심'(25.2%)이었다. 다음이 '군입대 등 특별한 일을 앞두고'(19.4%), '회식 등 술자리 후 모두 함께 가서'(18.3%), '성적 욕구 해소'(14.9%), '친구 동료 선배의 압력'(10.4%) 순으로 나타났다. 동기 부분에선 연령대별 특징이 존재했다. 40대는 '접대 관행'을 가장 높은 동기로 삼았고, 20세 미만에선 '호기심'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평생 동안'이 아닌 '보고서 작성 기준 1년 사이(2016년)' 성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은 270명으로, 전체 25.7%로 분석됐다. 남성 10명 중 2명 이상이 최근 1년 사이 성구매를 했다는 뜻이다. 2013년 조사 대비 1.5%p 감소한 수치다. 다만, 성구매 경험자 중 2회 이상 반복적 경험이 있는 사람도 85.4%로 2013년의 76.4% 보다 9.0%p 증가했다.

성구매 남성의 최근 1년간 1인당 평균 성매매 회수는 8.46건으로, 3년 전에 비해 1.47건 증가했다. 이는 새롭게 성구매자로 유입된 남성은 감소했지만, 기존 성구매자의 활발한 성구매가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성매매 비용도 증가했다. 2016년 성구매 평균 비용은 3년 전 보다 6만 5천 원 증가한 19만 2천 원으로 분석됐다.



● 직급 높을수록, 소득 높을수록 성구매 경험도 많다?!

<마부작침>은 보고서에서 성구매 경험 비율 외에도 눈에 띄는 결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직급과 소득수준 등에 따른 성구매 경향성을 조사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봉급생활자 중 56.5%는 "성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영업자 중에선 60.8%가 성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내 직급별로 특이점이 존재했다. 일반 사원 및 대리급 중 '성구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2.2%에 그쳤는데, 과장급에선 65.4%, 차장 부장급에선 63.9%, 임원급에선 71.4%로 직급이 높아질수록 성구매 경험 비중도 높아졌다.

소득수준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을 보였다. 연소득 3천만 원 미만에선 38.7%, 3~5천만 원 사이에선 51%, 5~7천만 원 사이엔 57.4%, 7천만 원 이상에선 56.3%가 "성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즉, 회사 내 직급과 소득수준이 오를수록 성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 비중이 높았다. 혼인 상태에 따라서도 성구매 경험에 차이를 보였다. 미혼자 중에선 34.6%가 "성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기혼자 중에선 59.9%가 성구매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줄지 않는 성매매…여전히 존재하는 성매매 집결지 42곳
 
보고서는 남성 10명 중 5명 이상이 성구매 경험이 있고, 10명 중 2명 이상이 최근 1년 사이에 성구매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수치일까, 적은 수치일까. 공공연하게 이뤄지면서도, 말하기 어려운 비밀인 성매매 특성상 정확한 현황은 알기 어렵다. 다만, 성매매는 여전히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 가능하다.

한국은 성매매가 일상화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대한 성매매 시장, 즉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곳곳에 존재하는데, 가장 고전적인 곳이 '성매매 집결지'다. 흔히 차별적 뜻이 포함된 사창가, 집창촌으로 불리는 곳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구매가 가장 활발히 이뤄진 곳은 유흥주점·안마시술소와 같은 '겸업형 업소'다. 조사대상자 1,050명을 상대로 확인된 성구매는 2,283회인데, 이 중 59.0%(1,346회)가 겸업형 업소, 16.4%(375회)가 성매매 집결지가 포함된 '전업형 업소', 15.4%는 휴게방 등 '변종형 업소'에서 이뤄졌다.



 
2004년 성매매처벌법 이후, 성매매만을 목적으로 하는 업소가 한 곳에 모인 '성매매 집결지'는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2016년 기준, 42곳에 이른다. 서울에만 5곳으로, 속칭 미아리 텍사스, 영등포역 휘파리 골목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 경기도 7곳, 대구 5곳, 부산 4곳 등 전국에 고루 분포해 있다.


성매매 집결지는 3년 전 조사에 비해 2곳이 줄어들었지만, 집결지 내 업소는 1,858개에서 1,869개로 소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집결지에서 근무하는 여성은 파악된 수만 4,402명. 여성 1인이 상대하는 1일 평균 성구매자는 5.2명이다. 2013년 5.3명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성매매 집결지는 줄어들었지만, 일부 규모가 늘어난 집결지도 있다. 서울 천호동,수원 역전,파주 용주골,원주 희매촌,여수 공화동, 포항 중앙대학,경주 적선지대 내 업소는 지속적으로 증가된 것으로 파악됐다.

성매매 집결지는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성매매 시장의 단편일 뿐이다. 성구매자 상당수가 성매매 집결지와 같은 '전업형 업소'보다 유흥주점 같은 '겸업형 업소'에서 더 많은 성구매를 했다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여가부의 조사 대상엔 겸업형 업소 등 다른 형태의 성매매 업소 현황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 불편한 동거…"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성매매 집결지는 육안으로만 봐도 성매매를 하는 곳으로 단번에 알 수 있다. 정부가 몰라서일까, 알고도 모른척하기 때문일까. '불편한 동거'라고 표현할 수 있다.

보고서에 나온 '성매매 집결지' 위치는 정부도, 경찰도, 해당 지자체도 알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자체에서 성매매 집결지에 내린 조치만 봐도 파악 가능하다.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곳에 대해선 조례를 통해 청소년 통행금지구역 또는 통행제한구역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다.



 
<마부작침> 취재 결과, 전국 42개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64.3%인 27개 지역이 청소년 통행금지 및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성매매 업소와 여성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4곳(수원역, 원주 희매촌, 포항 중앙대학, 경주 적선지대)도 포함돼 있다. 바꿔 말해 청소년 통행 제한만 시킬 뿐, 단속을 통한 처벌에는 소극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해당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조해서 통행금지구역에 대해 환경개선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성매매를 생업으로 삼는 여성들이 존재해 일괄적으로 탁 쳐내는 단속을 하기는 어렵다"며 현실적 한계를 토로했다.

성매매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묵인'에 가깝다. 성매매 집결지 42곳 가운데 10군데는 성병 검진이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정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성병 검진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조치다. 서울의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성병 7종(매독, 임질 등)을 예방하고자 성매개감염병 간이진료소 3곳을 운영하고 있다. 3곳 모두 성매매 집결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단속을 통한 성매매 처벌 보단, 성매매를 통한 2차 피해 즉, 성병 전염을 막기 위해서다.
 
● 편린에 불과한 성매매 집결지…핵심은 도심 속 신종 변종 업소
 
누구나 위치를 알고 있는 성매매 집결지, 이를 모르지 않는 정부. 정부가 범죄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진은 "소극적 단속이 상당수 남성들, 즉 성구매자들로 하여금 성매매를 비범죄로 여기게 만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집결지의 특수성은 감안해야 한다. 연구진은 "집결지는 그 역사가 100년이 된 곳이 있을 만큼 오래됐고, 이런 특성상 생계 해결의 공간이자, 거주의 공간이 된 측면이 있다"며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요인이 있다"고 밝혔다.

집결지는 성매매 역사의 상징적 공간이긴 하지만, 이젠 거대한 성매매 시장의 '편린'일 뿐이다. 다수의 성매매는 집결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나마 집결지는 위치와 규모라도 파악 가능하지만, 다른 형태의 업소는 규모를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경찰 내부 자료인 '업소 단속 현황'을 통해 상대적 규모만을 짐작할 수 있다.

전국 성매매 업소 단속 현황에 따르면, 성매매 집결지는 10곳 미만에 불과한 반면, 안마시술소·오피스텔 성매매는 매년 1,000건이 넘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연구진은 "신종·변종 업소를 지속적으로 단속해야 하는데, 집결지와 다른 은밀한 형태, 경찰 인력의 한계, 도심 속 성매매를 유희와 유흥의 일종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 탓에 단속을 하더라도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② 2배 급증한 성매매.. 2016년 도대체 무슨 일이?

권지윤 기자 입력 2018.03.31.





'한국의 성매매'는 한국 사회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대내외적으로 예의와 도덕성을 중시하는 문화를 앞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 수위권의 성매매 시장(2018 성매매 리포트① 기사 참고)이 형성돼 있다.

성매매 시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속과 처벌'도 그 중 하나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범죄'에 처벌이 수반되는 건 당연하다.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는 인간 본성이라며 '처벌' 대신 합법화를 주장하는 쪽도 있지만, 인류 탄생 이래로 절도, 강도 범죄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처벌법을 없애자고 말할 수 있을까.

불가분의 관계인 '범죄'와 '처벌',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선언한 헌법. 국가의 형벌권은 엄격하게 집행돼야 하고, 선택적 행사는 금지된다. 성매매에 대한 국가 형벌권은 어떻게 행사되고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성매매처벌법 단속 현황 자료를 확보했다. '전국 254개 경찰서(지방청 포함 271개)'에서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월별, 연도별 수치가 포함된 자료다. 이를 토대로 <2018 성매매 리포트 ①세계 6위 성매매 시장>기사에 이어 국가의 성매매 단속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성매매 처벌이 자의적이고 선택적이지는 않은지 살펴봤다.

● 들쭉날쭉한 단속…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난 2016년

대부분의 성매매 사건은 경찰이 먼저 수사한 뒤 검찰로 송치한다. 경찰이 관할 지역 성매매 업소를 단속해 현행범을 체포하거나, 업소에서 확보한 장부나 지불 내역 등을 토대로 성구매자, 판매자, 알선한 자를 입건한다. 이 중 절대 다수는 성구매자로, 전부 남성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성구매자로 입건된 여성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수는 2012년 1만 6,577명에 이르고, 이듬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다 2014년엔 전년도보다 6,000여명 늘어난 2만 2,532명이 입건됐다. 2015년도엔 1만 8,685명으로 2년 전과 비슷한 수치로 다시 낮아졌다. 4년간(2012년~2015년) 성매매 입건 수치만으론 의미있는 경향을 파악하기 힘들다. 들쭉날쭉한 입건 수는 2016년에 더욱 뚜렷했다.


2016년 성매매 혐의로 경찰이 입건한 사람은 무려 4만 1,798명. 전년도(1만 8천여명)에 비해 2만 3천여 명이 늘어난 2.2배, 4년 전에 비해선 2.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2017)엔 다시 2만 2,225명으로 2014년과 비슷한 수치로 낮아졌다. 즉, 2016년에만 돌연 급격하게 성매매 입건자가 대폭 늘어난 건데, 도대체 이유가 뭘까. 유독 2016년에 집단적으로 한국 남성의 성구매 욕구가 상승했을까.

● 2016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나?

<마부작침>은 최근 6년 중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한 '2016년 성매매 입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월별, 지역별 세부적인 내역부터 비교 분석했다.

월별 입건자를 비교해 보면, 2015년 1월과 2016년 1월에 전국 경찰서에서 성매매로 입건한 수는 각각 1,191명, 1,277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2016년 2월엔 980명으로 2015년 2월(684명)에 비해 소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4월엔 전년(2015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고, 10월에 극적인 차이를 보였다.


2016년 10월 한 달간 입건된 수는 9,116명. 이는 전년도인 2015년 10월(2,409명)에 비해 7천 여 명이 많은 약 3.8배, 2012년 10월(1,406명) 대비 6.5배 늘어난 수치다. 2016년 2월부터 점차 상승해 10월에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이런 격차는 11월부터 다시 줄어들었다. 2016년 11월 입건자는 2,609명으로, 2015년 11월(1,675명)에 비해 약 1,000명 정도 많은 수준이었고, 12월엔 전년 동기 대비 5백 명 안팎의 차이를 보였다.

● 부산, 경기 남부 등 대폭 증가…"2016년 10월 급증한 성매매 입건, 왜?"

2016년 성매매 입건은 전국 경찰서에서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다만, 지역별로 증가폭에서 차이가 있었고, 전국 17개 권역에서 특히 증가세를 보인 곳이 있다.


먼저 부산이다. 부산은 2015년 성매매 입건은 1,493명으로 집계됐고, 이듬해인 2016년 5,531명으로 4천 명 이상 증가했다. 2015년 전국에서 부산이 차지한 성매매 입건 비중은 8%에 그쳤는데, 이듬해엔 13.2%까지 증가한 셈이다. 또 경기 남부(경기 한강 이남)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엔 전년 대비 4천5백여명 증가한 7,596명이 입건됐다. 경남 역시 2015년 689명에 그쳤지만, 이듬해 3,039명까지 증가했다. 전북, 충남, 대전 등에서도 1천 명 이상 늘어났다.


경찰서별로도 증가폭에서 차이를 보였다. 서울지방청과 경기남부청 등 상급 단위 경찰서를 제외하고 지역별 경찰서 중 2015년 대비 성매매 입건 수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경찰서는 부산 남부서다. 2015년 85명에서 2016년에 10배 이상 증가해 900명을 입건했다. 다음으론 경남 진해서로 38명(2015년)에서 2016년 704명으로 증가했다. 상위 10개서 중 지방청 단위 상급 경찰서 3곳을 제외하면 부산 지역 경찰서가 4곳으로 가장 많았다.

● '채팅앱 집중단속'…결정적 트리거는 다름 아닌 '특진'

경찰과 성매매 시장에 있어 특별했던 한 해였던 2016년. <마부작침>이 법조계에 그 이유를 물어보자 헌법재판소 결정에 주목했다. 2016년 3월,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 결정 이후,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헌법기관의 결정이 수사 동기가 된 것이라면, 2017년에도 예년만큼 입건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입건자는 2016년의 절반 수준, 2015년보다 1천여 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 유독 2016년 하반기, 특히 10월에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경찰 일부에선 새로운 형태의 성매매 시장에 대한 첫 단속을 급증 원인으로 설명했다. 경찰은 2016년 처음으로 채팅앱 성매매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성매매 단속 시장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한 셈이다. 2016년 전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채팅앱 집중단속'을 벌여 전반기엔 8,500여명, 후반기엔 950여명을 입건했다.


2016년에 새로운 성매매 시장으로 단속 범위를 확장해 9,450여명을 추가로 적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증가폭 전체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2016년 성매매 입건(41,798명)은 2015년에 비해 2만3천 여 명이 증가했는데, 채팅앱은 이 중 9천 4백여 명에만 해당한다. 즉 나머지 1만 3천여 명에 대해선 여전히 미궁이었다.

핵심적인 이유는 전혀 예상 못한 곳에서 드러났다. 다름아닌 경찰의 달라진 인사제도였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2017년부터 특별승진, 즉 특진의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형태로 인사제도가 변경됐다"며 "특진 제도 변경 직전인 2016년에 단속 실적이 높아졌고, 제도 변경 뒤인 2017년 다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결정적 트리거도 작동했다. 2016년 11월 '생활질서확립 우수 유공 특진'이 있었다. 통상 성매매는 경찰서의 생활질서계에서 단속을 하는데, 인사제도 변경 직전 사실상 마지막 특진이 걸린 것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특진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0월말까지 단속 실적을 바탕으로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10월 성매매 입건이 전례 없이 급증했던 이유였다.

2016년 대표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던 부산의 한 경찰서 관계자도 비슷한 취지의 설명을 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부산 관내에서 꽤 큰 성매매 업체에서 장부를 발견했고, 2016년에 전년과 달리 장부를 증거삼아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성과를 내자는 분위기가 컸다"고 말했다.

● "성매매는 발생이 아닌 단속"…걸린 사람만 억울하다?

2016년 급증한 성매매 입건은 결국 '특진'이라는 인사제도, 채팅앱 단속, 두 요인이 주효했다. 그러나 <마부작침>이 취재 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인사제도나 단속 범위 확대가 아니다. 이런 요인이 쉽게 입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었던 구조다. 살인, 사기, 아동학대 같은 범죄는 경찰의 단속 의지만으로 처벌이 늘긴 어렵다.

그러나 성매매는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입건 수를 확 늘일 수 있다는 것이 <마부작침> 취재결과 드러났다. 박찬걸 대구 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를 "성매매는 발생이 아닌 단속"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요약했다. 쉽게 말해 절도·상해·폭력 같은 범죄는 사건이 일어나 신고가 들어가면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반면, 성매매는 경찰이 단속해야 처벌로 이어진다. 경찰의 재량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2016년처럼 경찰이 강력히 단속하면 처벌자가 확 늘어나고, 느슨하게 단속하면 처벌자가 훅 준다.

이런 식의 단속은 '자의적 형벌권 행사'가 이어지고, 결국 성매매를 일반적인 범죄가 아닌 '들킨 죄'로 여기는 분위기를 조장한다. 박찬걸 교수는 "연간 성매매 추정치는 수억 건, 경찰의 실제 단속은 극히 일부에 그치니까, 성구매자들은 '정부에서 처벌 의지가 없구나'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적발된 사람만 '재수없게 걸렸다'라고 자조한다"고 지적했다.

<마부작침>이 입수한 비공개 자료인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여성가족부)'에서도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성구매 남성을 상대로 실시한 심층면접 내용이다.
 

"(성매매를 한 번이라도 해본 남성은 몇%나 될 거 같아요?) 2000%. 전부 다. 남자면 전부 다. 성매매 하는 남자가 따로 정해진 게 아니거든. 특성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남자면 다 하는 거예요. 성매매 안 해봤다는 남자를 본 적이 없어" <성구매 남성 A씨/ 2016 성매매 실태조사 中>

"저도 경험을 하면서 이게 엄청나게 큰 죄다. 죄책감을 갖고 한 적은 별로 없는 거 같아요. 잘못한 건가?(웃음)...(중략) 지금은 뭐 좋기만 하죠. 맨 처음엔 처음이어서 좀 거부감이 들었는데, 두 번째는 거리낌이 없죠. 원래 범죄자들이 그런다면서요. 처음 훔치는 게 힘들지 나중엔 쉽다고" <성구매 남성 B, C씨/ 2016 성매매 실태조사 中>

"업소에서 2차(성매매) 나가니까. 2차 나가서 그런 일(단속)을 당했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저도 거의 그런 생각을 안 합니다. 그렇게 2차를 나간 사람 중에 단속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어요" <성구매 남성 D씨/ 2016 성매매 실태조사 中>

 

● 성구매 유경험자 32.8% "또 성구매할 의사 있다"

성매매를 해도 적발되지 않은 현실, 적발돼도 운이 나쁘다고 여기는 현실. 이런 현실 탓에 성매매 범죄는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2016 성매매실태보고서>에서 성구매 경험이 있는 남성(186명) 중 32.8%가 "향후에 성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널뛰기 단속은 자의적 처벌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성구매자의 죄의식은 물론, 처벌에 대한 두려움까지 희석한다. 남성을 상대로 한 '성매매에 따른 위험 인식 조사'를 보자. 남성(1,050명)이 가장 많이 꼽은 성매매 위험성은 '성병 감염(61%)'이고 다음이 '이혼 위험(57.5%)'이다. '처벌(55%)'은 그 다음에 그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성구매 유경험자 중 '처벌 위험'을 꼽은 이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은 43.5%에 불과했다.



[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③ 6년간 성매매 적발 '0명' 지역도..성매매 청정지역일까?

김학휘 기자 입력 2018.04.01.




138,323명.

지난 6년 간(2012~2017) 성매매로 경찰에 적발된 인원이다. 이 수치가 많은지 적은지 단정하긴 어렵다. <2018 성매매 리포트 ②2배 급증한 성매매> 기사에서 보도했듯 성매매 입건은 "발생이 아닌 단속에 좌지우지" 되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경찰 의지에 따라 달라지고, 나쁘게 말하면 경찰이 자의적으로 형벌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성매매 단속률을 통상 4~5%로 추정하는데, 이를 통해 성매매 규모를 짐작할 뿐이다.

성매매 입건 수가 요동치면서 연간 경향성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취재 과정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6년간 전국 254개 경찰서(지방청 포함 271개) 성매매 입건 현황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역별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한국 같이 거대한 성매매 암시장이 형성된 나라에서 어떤 특정 지역은 입건 건수가 '0'인 지역도 있었다. 얼핏 '성매매 청정지역'이려나 싶지만, 실상은 달랐다.

● 도시에 몰린 성매매…6년 연속 부동의 1위 서울, 부동의 2위 경기남부

성매매는 두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상반된 특성을 갖고 있다. '은밀'과 '만연'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매자와 판매자 단 두 사람의 은밀한 거래라는 특성상,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경찰은 못 찾는데, 경찰만 아니면 누구든지 성매매를 쉽게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누구나 불법을 저지르고 있어, 누구도 불법을 신고하거나 말하지 않는다"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어떤 지역에서 성매매 입건이 많았다고, 해당 지역에서 성매매가 성행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어느 정도의 경향을 짐작할 수 있다. 성매매는 도시에 집중돼 있다. 이는 <2018 성매매 리포트 ①세계 6위 성매매 시장> 기사에서 공개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내용으로, 이를 경찰의 적발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국을 17개 권역으로 나눠 지난 6년(2012~2017)간 성매매 입건수를 분석해 본 결과, 1위는 3만 6,861명(26.6%)을 입건한 서울이다. 2위는 경기 남부로 2만 4,992명(18.1%), 3위 부산은 1만 2,198명(8.8%)이다. 세 권역에서 단속한 인원만 합해도 전국 적발 건수의 53.5%를 차지했다.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성매매 입건 중 절반 이상이 서울, 경기남부, 부산에서 발생했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제주에선 지난 6년간 1,635명(1.2%)이 입건돼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남은 1,701명(1.2%)으로, 제주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각 연도별 적발 현황에서도 서울의 성매매는 두드러졌다. 서울은 6년간 부동의 1위를 기록했고, 경기 남부는 6년 연속 2위였다. 3위는 연도별로 달랐다. 2012년 경기 북부, 2013~2014년은 인천, 2015~ 2017년은 부산이 각각 3위로 집계됐다.

● 전국 성매매 단속 1위는 부천원미경찰서

권역 단위가 아닌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는 있었다. <마부작침>은 상급 단위인 지방청을 제외하고 일선 경찰서 254개를 기준으로 성매매 입건 현황을 분석했다. 한국의 행정구역은 2017년 기준 226개 시군구로 나눌 수 있는데, 일선 경찰서는 이 보다 더 많은 지역에 분포돼 있다.

흔히 성매매라고 하면, 성매매를 하는 유흥주점 등이 많아 '성매매 특구'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서울 강남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찰서 기준으로만 따지자면, 지난 6년간 일선 경찰서 기준으로 가장 많은 성매매 입건수를 기록한 건 바로 경기 남부 부천원미경찰서였다. 지난 6년간 2,719명을 입건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 전체 경찰서(지방청 포함) 성매매 단속 현황 ☞  http://bit.ly/2GodsYD


다음이 서울 강남서로 2,519명, 3위는 2,244명을 입건한 서울 수서서다. 서울 강남구는 인구수 등 치안 수요를 고려해 서울 강남서와 서울 수서서 2개 경찰서가 관할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서울 강남구에서 적발된 인원이 부천 원미구보다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6년간 적발 순위 상위 10곳엔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 경찰서가 각각 4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북부 1곳, 전북 1곳이 포함됐다.

성매매는 일선 경찰서뿐만 아니라, 상급 단위인 지방청에서도 단속을 실시한다. 지방청을 포함한 전국 271개 경찰서 중 지난 6년간 입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지방청이다. 부천원미서는 이 가운데서도 4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대구지방청(2,390명), 부산지방청(2,380명)보다 많은 수치였다. 부천원미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관내 성매매 업소가 많이 있다"며 "본청이나 지방청 차원에서 성매매 단속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면 적발 인원이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2018 성매매 리포트 ②>기사와 부천원미서 관계자 설명대로 성매매 입건은 경찰의 단속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인력의 한계 등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성매매 입건의 큰 변수는 경찰의 단속 의지 그 자체다. 이런 점은 연도별 입건 순위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지난 2015년 254개 경찰서(지방청 제외) 중 적발 1위는 경기 북부 일산동부서(504명), 이듬해인 2016년 1위는 부산 남부서(900명), 지난해 1위는 경기 남부 수원남부서(380명)였다.

서울은 성매매의 도시? 강남에 몰린 성매매

매년 전체 지역 경찰서별 입건 수치는 변동하지만, 불변하는 사실이 하나있다. 지난 6년 동안, 단 한번도 바뀌지 않은 채 입건수에서 1위를 기록한 서울이다. 한국의 거대한 성매매 암시장의 규모는 추정할 뿐이지만, 서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추정이 아닌 사실에 가깝다. 지난 6년 간 서울 지역 성매매 입건 수(36,861명)는 2위 지역(경기 남부)과 3위 지역(부산)의 합과 맞먹는 수치다. 다만, 이런 서울에서도 구(區)별 격차는 컸다.


서울 25개 구(區)는 31개 경찰서(지방청 제외)가 나눠 관할한다. 이 중 6년간 가장 많은 입건수를 기록한 건 강남경찰서(2,519명/9.9%)다. 2위는 수서경찰서로 2,244명(8.8%)을 입건했다. 강남서와 수서서는 서울 강남구를 테헤란로 기준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나눠 관할하고 있다. 두 경찰서에서만 지난 6년간 서울 전체 입건 규모의 18.7%가 적발됐다. 3위는 강서경찰서(1,683명/6.6%), 다음은 마포경찰서(1,599명/6.3%), 관악경찰서 (1,468명/5.8%) 순이다. 



강남서와 수서서는 매년 상위권에 포진했지만, 항상 1위를 차지한 건 아니다. 지난해 1위는 강서경찰서로 311명을 입건했고, 2위는 서울 구로서(239명), 3위는 서울 강남서(233명)였고, 수서서는 191명을 입건했다. 2016년엔 서울 수서서(406명)가 1위, 서울 금천서(364명)가 2위로 집계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서울 각 지역에서 고루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6년간 성매매 입건이 가장 낮은 경찰서는 방배서로 분석됐다. 99명(0.4%)을 입건했는데, 같은 기간 강남서의 25분의1 수준이다. 이어 성북서가 109명(0.4%), 은평서가 203명(0.8%)을 입건했다.

성매매 전담팀 구성하니 단속 11배 증가

일선 경찰서의 상급청인 지방경찰청 일부에선 성매매 전담수사팀이 꾸려져 있다. 현재 성매매 전담팀은 전국 17개 지방청 가운데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남부, 경기북부, 충북 등 10개 지방청에만 구성돼있다. <마부작침>은 지방경찰청의 성매매 단속 현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성매매 전담팀의 유무에 따라 적발 수가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먼저 해당 지역의 전체 성매매 단속 가운데 지방청 단속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 파악했다. 예를 들어 6년간 3만 6,861명이 입건된 서울의 경우 지방청에서 1만 1,356명을 입건해 서울 전체 성매매 단속의 31%를 차지했다. 이런 방식으로 성매매 전담팀이 있는 10곳과 전담팀이 없는 7곳을 비교했다. 전담팀이 있는 10곳에서는 해당 지역 전체 성매매 단속 가운데 지방청 단속이 25.2%를 차지했다. 반대로 전담팀이 없는 7곳은 6.7%에 불과했다. 전담팀이 있는 곳이 없는 곳보다 4배 정도 많았다.

전담팀 구성 전후의 성매매 입건수를 비교하면 전담팀의 위력은 더 명확해진다. 경기남부 지방청에 성매매 전담팀이 만들어진 건 2016년 1월. 전담팀이 없던 2015년 경기남부 지방청은 180명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그런데 전담팀이 구성된 2016년 성매매 적발 인원은 1,950명에 이른다. 전년 대비 11배 가까이 입건자 수가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성매매 전담팀이 없는 7개 지방경찰청에도 인력 상황을 고려하면서 전담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성매매 적발은 경찰의 단속 의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6년 연속 '성매매 적발 제로 경찰서'…성매매 청정지역일까?

서울, 경기 북부, 부산 등 특정 지역에 성매매 입건이 집중된 건, '다른 지역에 비해 유흥업소가 밀집돼 있는 점, 다른 지역에 비해 큰 상권이 형성돼 있는 점' 등의 요인이 작용해 상대적으로 성매매가 빈번히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100% 맞는 말이라고도 할 수 없다. 성매매 통계가 '발생' 자체를 셀 수 없어 '적발'을 통해 추정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성매매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느냐라기보다는, 성매매를 얼마나 많이 적발하느냐"가 성매매 통계 수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마부작침>은 이런 맥락에서 지역별 적발 현황에 주목했다. 지난해 지방청을 제외한 전국 254개 경찰서 가운데 입건 1위를 기록한 수원 남부서가 380명을 적발하는 동안, 경기 과천서, 강원 화천서, 경남 남해서 등 전국 34곳 경찰서의 성매매 입건은 '0'이었다. 이렇게 성매매 입건 '0'건인 경찰서는 매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45곳, 2013년 33곳, 2014년 31곳, 2015년 37곳, 2016년 36곳, 2017년 34곳 등 매년 평균 36곳(14.2%)이 '성매매 입건 제로 경찰서'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6년(2012~2017) 연속으로, 단 한 건의 성매매 입건도 없었던 경찰서도 존재했다. 전남 담양서, 전북 임실서, 경북 예천서 등 6곳이다. 수치만 놓고보면 말 그대로 '성매매 청정지역'이라고 추정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성매매 입건 제로'가 실제로 '성매매 제로', 즉 성매매 청정지역을 뜻하는 걸까. <마부작침>은 현장을 찾아갔다.

인구 4만 7,000여 명의 전남 담양, 인구 4만 6,000여 명의 전남 장성을 먼저 갔다. 지역 주민을 상대로 성매매 업소가 있는지 탐문했다. 과거와 달리 티켓다방 같은 고전적인 성매매 업소는 사라졌지만, "도심지와 똑같이 유흥주점에서는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말이 주민들로부터 돌아왔다. 취재진은 유흥업소를 하나씩 찾아가 성매매 영업을 하는지 확인했다. 모든 유흥업소의 대답은 비슷했다. "그렇다"는 것이었다.

※ 뉴스추적 보기   https://n.sbs.co.kr/2IjtDqx


어렵지 않게 담양과 장성에서 성매매 영업을 확인했다. 그런데 지난 6년 동안 경찰의 적발은 왜 한 건도 없었을까. 담양경찰서와 장성경찰서를 찾아 그 이유를 물었다. 두 곳 모두 첫 반응은 한결 같았다. "우리 지역엔 성매매 영업을 하는 업소가 없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광주광역시와 가까워서 성매매를 하고 싶으면 전부 광주로 가지 우리 지역에서 안 한다"며 "관할지 내 유흥업소에선 성매매는커녕, 술장사도 안 되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취재팀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업소를 직접 확인했다고 말하자, "그런 첩보를 처음 들었으니 알아 보겠다"는 답만 되돌아왔다. 취재진이 하루도 걸리지 않아서 알게 된 걸, 여태 몰랐다는 뜻일까. 잠시 뒤 "규모가 작은 지방 경찰서에선 한 사람이 성매매 단속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업무도 같이 담당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현실적 고충 토로가 이어졌다.

● 정부청사 있던 과천은 청정지역일까…업소 주인 "단속 없으니 안전하다"

'성매매 적발 제로 지역'은 서울, 경기 남부, 부산 등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집중돼 있다. 앞서 6년간 0건이었던 경찰서도 이들 지역 중 하나다. 그런데 <마부작침>은 서울 다음으로 적발 건수가 많은 경기 남부에서 '0'건 지역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경기 과천이다. 지난 6년(2012~2017)간 성매매 적발 건수는 고작 4건인 지역이다. 이 역시 2014년 1년간 4명이 적발됐고, 나머지 5개년은 모두 '0'건이었다. 과천은 한 때 정부종합청사가 있었고, 지금도 일부 정부 기관이 남아있다. 과천 청사에서 오래 근무한 A 모 공무원은 "오랜 기간 과천에서 근무했는데, 과천은 베드타운이라 업소가 없고, 늘 조심하는 공무원 성격상 성매매를 하고 싶어도 과천을 떠나서 하기 때문에 수요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공무원 말에 설득력이 있었지만, 이를 검증하기 위해 과천을 찾아갔다. 과천경찰서 주변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이발소 간판이었다. 원통형 회전간판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근처에 모여 있는 업소 3곳을 확인한 결과 모두 평범한 이발소는 아니었다. 유사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는 퇴폐업소였다.

유사 성매매 역시 당연히 경찰이 단속해야 하는 불법이다. 근처에서 또 다른 성매매업소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유흥주점은 "같은 건물에 있는 호텔로 이동해 성매매가 가능하다"고 대수롭지 않은 태도였다. 업소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손님으로 많이 오는데, 여기 오는 손님들 가운데 최하가 교수나 변호사들이다"며 "1년 365일 경찰이 단속 나오는 일 없으니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성매매는 경미한 일…잘못된 경찰의 시각

성매매를 비범죄시하는 분위기는, 경찰 내부에서도 엿 볼 수 있었다. 성매매 단속의 주체인 경찰이 성매매를 하다 징계를 받는 경우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마부작침>이 경찰 징계 현황을 입수해 분석해 본 결과, 최근 4년(2014~2017)간 확인된 경찰만 23명에 이른다. 지난해 성매매로 징계받은 경찰관 9명 중 5명은 채팅어플에서 만난 여성과 성매매를, 2명은 업소에서 성매매를, 2명은 모텔에서 성매매 한 사실이 적발됐다.

9명 모두 징계를 받았지만 차이가 있었다. 3명은 중징계인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나머지 6명은 견책, 감봉 1개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9명 중 6명은 여전히 현직에서 경찰로 복무하고 있다는 뜻이다. 성매매 업소에 단속 정보를 넘겨 기소된 경찰관 소식은 이제 익숙한 이야기가 됐고, 심지어 지난 3월 20일엔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혐의로 체포된 경찰관도 있었다.



[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④ 한국의 존(John)은 누구? 면죄부 된 존스쿨

권지윤 기자 입력 2018.04.02




#1 실내, 보호관찰소, 낮- 20XX년 3월
 
존스쿨 교육장에서 성범죄자들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화면 가득히 날아가는 솔개.

"40년 세월에 솔개의 부리는 굽었고 발톱은 닳았다.
남은 40년을 살기 위해 솔개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솔개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미래를 어떻게 좌우할까"
 
성구매자 중 초범만 기소유예 조건으로 갈 수 있다는 이른바 '존스쿨'에서 수업 시작 전, 시청하는 영상물이다. 처벌 대신 교육으로 재범을 막겠다는 존스쿨, 과연 효과가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공개된 적 없던 존스쿨 교육 자료를 단독 입수해 존스쿨의 실효성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 성매매에 관대한 검찰?…성매매 10건 중 2건만 기소

경찰이 성매매를 적발한다고 무조건 재판까지 가는 건 아니다. 검찰에 송치되면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한다. 절도, 사기, 횡령 등 여느 범죄와 마찬가지 절차다. 다만, 성매매 사건에서 유독 기소율은 낮고 기소유예율은 높다.

성매매처벌법 위반 피의자에는 알선업자, 성판매자도 포함돼 있지만, 대다수는 성구매자로 남성이다. 경찰은 "여태껏 성구매자로 적발된 여성은 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성구매자들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거의 대부분 검찰로 송치되는데, 검찰에서 다시 법원으로 넘어가는 수는 크게 준다. 기소율이 낮은 것이다.



지난 2006년 전체 범죄 기소율은 49.4%다. 검찰이 사건 100건 중 49건은 재판에 회부했다는 뜻이다. 같은 해 성매매 사건은 어떨까. 2006년 성매매 사건의 기소율은 19.1%로, 전체 평균보다 한참 아래였다. 성매매 사건의 기소율은 계속 20%안팎을 유지하다 2014년 40%까지 올라갔지만, 지난 2016년 26.9%로 다시 낮아졌다. 같은 해 전체 범죄 기소율은 38.8%였다. 개별사건과 비교해보면, 상해 사건 기소율은 45.5%, 강도는 67.5%, 음주운전은 94.6%에 달한다.

성매매 사건 기소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검찰의 처벌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데, 검찰은 성매매 사건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업소에서 결제 내역이 나와도, 피의자가 부인하면 성판매자가 해당 남성과의 관계를 인정해야 되는데, 성판매 여성의 특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는 은밀히 이뤄지므로 입증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매매 사건의 낮은 기소율의 원천적인 요인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기소유예다.

● '죄는 인정되지만…처벌은 안 한다'…현행범 체포에도 기소유예

기소유예는 '죄를 인정하면서, 공소 제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불기소 처분의 한 종류다. 때문에 범죄경력조회 즉 '전과'에 남지 않고,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은 없다. 말 그대로 검사가 선처를 베푼 건데, 성매매 사건에서 이런 '선처'가 유독 눈에 띈다. 바꿔 말해 성매매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돼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마부작침> 분석 결과, 지난 2006년 성매매 사건의 기소유예율은 67.8%에 달했다. 같은 해 전체 사건의 기소유예율(13.0%)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성매매 기소유예율은 2009년 70%를 넘었고, 한 때 40%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016년 51.3%로 상승했다. 성매매 사건의 절반 이상이 검찰의 선처로 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채 처벌을 피했다는 뜻이다. 같은 해 전체 범죄의 기소유예율은 18.0%, 폭행 8.2%, 강도 5.2%, 상해 29.3%였다.

"당신의 죄는 인정되지만, 처벌하진 않겠다"는 기소유예는 검찰 '기소편의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검사의 자의적 형벌권 행사, 재량권 남용 여지가 있어 문제로 지적받기도 하지만,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도 사연이 있듯'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즉, 적절한 기소유예는 정의구현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기소유예가 유독 성매매 사건에 집중된다는 점이고, '존스쿨'은 그 지렛대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성매매 기소유예의 절대 다수는 존스쿨에서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처리되고, 이런 처분은 검사의 자의가 아닌 내부 기준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존(John)' 10만 명 육박

존스쿨이 무엇이길래, 검찰은 존스쿨을 기소유예의 명분으로 삼을까. 존스쿨 제도는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성구매를 하다 체포된 남성 대부분이 실명을 숨기고 자신의 이름을 '존(John)'이라고 말하면서 존스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서도 존스쿨을 정식 명칭처럼 쓴다.



한국에서도 재범을 막기 위해선 처벌 보단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2005년 존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별도의 설치법 없이 대검찰청의 지침(성구매자 재범방지를 위한 교육 실시방안 및 성매매알선 등 처리지침)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존스쿨은 성구매자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성인을 상대로 한 성구매자 중 초범만 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한국엔 존스쿨 (John School) 출신의 '존(John)'이 급격히 늘어났다. <마부작침>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만 6,196명, 이듬해 3만 2,435명까지 늘어났고, 2017년엔 5,637명이 존스쿨을 다녀왔다. 이렇게 지난 10년간 누적된 '존'은 96,064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존스쿨은 기본적으로 "성구매는 경미한 범죄"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물론 살인, 강도에서 기소유예가 드물듯 죄질에 따라 처분은 달라질 수 있고, 처벌만이 정의 구현의 전부는 아니다. 문제는 제한적으로,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기소유예가 기계적으로 남발되는 것이고, 또 다른 문제는 존스쿨의 실제 효과 여부다.

● 16시간짜리 존스쿨 교육…성매매 피하는 법 '술에 취한 척해라'

법무부는 '남성 중심의 왜곡된 성인식을 교정하고, 성매매의 범죄성과 반인권성을 인식시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반대의 견해도 상당하다. <마부작침>은 존스쿨 교육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만든 존스쿨 교육 자료를 입수해 확인했다.

이 자료의 정식 명칭은 '성구매자 교육(존스쿨) 전문 프로그램 매뉴얼'이다. 현재 존스쿨은 2012년 개발된 매뉴얼로 교육시키고 있다. 이전엔 하루 8시간 교육으로 끝났는데, 현재는 이틀에 걸쳐 '6개 모듈, 15개 세션'으로 구성된 16시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묘사한 '솔개의 선택' 동영상으로 시작되는 교육은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론 교육(모듈2)은 물론,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성구매자 남성끼리 토론(모듈3)도 하고 'OX 퀴즈'도 진행한다. 성매매 여성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시청각 자료(모듈4)도 이용한다.



성구매 상황이나 유혹에 처했을 때를 대비하는 교육(모듈5)도 준비돼 있다. 이 과정에서 대처방법도 소개되는데, 제시된 방법은 '1. 그 자리에서 도망간다(36계)', '2. 술에 취한 척 한다', '3. 회식 등 술자리를 피한다'이다.

● "교육 시간 부족, 방법 부실…존스쿨 발상 자체 실효성 의문"

이런 방식의 교육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마부작침>은 전문가들에게 매뉴얼을 보내 평가를 부탁했다.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채순옥 단국대 대학생활상담센터 교수는 "성구매 남성들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법률, 성매매 여성의 현황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보단 성구매를 멈추기 위해 당사자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교육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존스쿨 자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있었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몇 시간 되지 않는 교육으로 성인 남성의 성의식을 변화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재 존스쿨에서 교육을 하는 전문가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순심 성매매근절을위한 한소리회 대표 역시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으로 존스쿨에 임하는 사람들이 많아 교육 효과는 크지 않다"며 "존스쿨 효과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의 존은 누구? '30대 고학력 사무직 남성'

존스쿨 효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존스쿨의 교육 대상자 , 즉 '존'이 누군지에 대해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마부작침>은 취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비공개 자료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에 포함된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입수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존스쿨 이수자의 48.2%는 30대였다. 40대가 24.6%, 20대 19.8%, 50대 6.0% 순이다. 존스쿨 이수자 10명 가운데 7명은 30~40대다. 대졸이 61.8%, 고졸은 27.3%, 대학원 이상이 6.5%였다. 월평균 소득은 '181만 원~240만 원 이하'가 37.3%으로 가장 많았는데, '301만 원~400만 원 이하'의 비율도 36.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401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도 13.9%나 됐다. 직업은 사무직이 28.4%로 가장 많았고, 전문직도 12.0%로 나타났다. 미혼이 53%, 기혼도 38.6%로 분석됐다.


요약하면, 한국의 존들 대부분은 비교적 소득이 높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 사무직 남성이다. 해외에선 '성구매 남성은 소득과 학력 수준이 낮고, 성중독 또는 약물중독의 특징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존스쿨 제도를 시행했는데, 이와는 차이가 크다. 이런 특성이 작용된 탓일까. 보고서에서는 존스쿨 제도를 평가하기 위해 검사, 보호관찰소 담당자, 존스쿨 강사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에서 이들은 앞서 전문가들과 비슷하게 존스쿨 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음주와 성구매, 스트레스와 성구매, 이런 것들이 강의내용에 들어간 것이 의아하다. 과연 스트레스, 술 때문에 이들이 성구매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존스쿨 강사/2016 성매매 실태조사中)

"우리가 도둑질하면 안 된다는 거 다 알잖아요. 술 먹었다고 도둑질 안 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성매매는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확신을 줘야한다." (검사/2016 성매매 실태조사中)

● "존스쿨엔 초범이 아닌 '존'들이 더 많다"…면죄부 된 존스쿨

존스쿨 교육 내용은 물론, 제도 자체에 대해 비판도 많지만, 존스쿨 교육 대상 즉 '존'이 잘못 선정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존스쿨의 취지와 목적을 위해 교육 대상을 '성구매 초범'으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초범이 아닌 '존'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2016년 성매매 실태보고서'를 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존스쿨 이수자 중 성구매 횟수가 1회라고 답한 이들은 37.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2회 이상, 특히 10회 이상이라는 응답한 이들도 17.2%나 됐다. 검찰 관계자는 "초범은 처음 적발된 것을 뜻하는 것"이라며 "수사 당시엔 이들의 현재 범죄만 다룰 뿐, 과거에 얼마나 성구매를 했는지는 알기 어렵고,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2018 성매매 리포트①, , >편 기사에서 보도했듯 성매매는 한국 사회에서 '들킨 죄'가 됐고, 검찰 입장에서 과거 성구매 사실까지 입증하긴 어렵다. 하지만, 장시간에 걸쳐 습관적으로 성구매를 한 '존'들의 성(性) 의식과 관념을 16시간의 짧은 교육으로 변화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존스쿨을 이수한 '존'들 중에서 또 다시 존스쿨에 가는 경우도 확인됐다. 존스쿨 재수생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존스쿨 재이수자로 확인된 '존'은 28명, 2015년에도 10건에 이르고 매회 반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초범 대상 재범 방지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존스쿨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존스쿨 관리의 부실함은 또 있다. 존스쿨 이수자 중 재범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존스쿨을 통해 성구매가 중단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를 어떤 곳에서도 생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존스쿨 도입 13년이 지났는데도, 효과를 점검할 구체적 자료조차 없다는 뜻이다.

존스쿨이 과연 한국 성매매 현실에 적합한 제도인지 섣불리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비현실적 교육, 부실한 관리로는 존스쿨의 목적이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이렇게 운영하면 성구매자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박찬걸 교수는 "16시간 교육으로 죄를 사해주는 기소유예는 국가 스스로 성매매 범죄의 가벌성이 경미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서 일명 '재수 없게' 걸린 성구매자들에게 일종의 혜택을 제공하고, 상습적 성매매에겐 전형적인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⑤ "포주는 정부였다"..수요 차단에 집중 '노르딕 모델'


권지윤 기자 입력 2018.04.03.


<2018 성매매 리포트 ①, , , >기사에서 보도했듯 한국에서 성매매 단속은 자의적이고, 국가의 처벌 의지는 낮으며, 방지 교육의 효과는 미미하다. 성매매에 대한 죄의식은 물론 처벌 두려움도 낮고, 비범죄시 분위기는 만연해 있다. 가장 큰 책임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취재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시리즈 마지막 편으로, 성매매를 둘러싼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집중 취재했다.
 
● 위안부 운영한 정부…"포주가 정부였다"
 
성매매에 관한한 한국 사회가 숨기고 싶은, 정부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바로 '정부가 포주'라는 사실이다. '기지촌(군부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흥시설)'이 이를 증명한다.
 
1945년 미군이 주둔하면서 성매매 집결지인 미군 위안소, 즉 기지촌이 조성됐다. 성매매 여성을 위안부라 칭하며 기지촌을 관리했던 것은 정부였다. 1957년 유엔군 사령부가 일본에서 서울로 이전할 때 정부는 UN과 함께 합의문을 작성했다. 내용은 ‘외국군을 상대하는 매춘 여성에 대한 성병 관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은 1957년 시행된 구 전염병예방법에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법 4조에 따르면 미군 상대 성매매 여성을 '위안부'로 칭하며 위안부는 1주 2회씩 성병 검진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군 상대 성매매 여성을 정부가 관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의 이런 행태는 성매매를 불법이라고 선언한 뒤에 도리어 노골화했다.
 
● 성매매 불법 선언 뒤에도, '성매매 집결지' 조성한 정부
 
정부는 1961년 성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제정했다. 이듬해엔 합의 여부에 상관없이 성매매를 금지하는 UN인신매매금지협약에 가입하고 이를 발효했다. 그리고 동시에 성매매를 허용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정부가 '적선지대(赤線地帶)' 104곳을 설치한 것이다. 빨간등을 내걸어 '홍등가'라고도 부르던 적선지대는 성매매집결지(일명 '사창가')를 말한다. 법무부, 내무부, 보건사회부는 공동지침을 통해 '성매매 단속을 하지 않은 지역' 즉, '적선지대(또는 특정지역)' 104곳을 지정해 성매매 영업을 가능토록 했다. 해당 지역엔 이태원, 동두촌, 의정부 등 32개 기지촌과 영등포역 용산역 근처 성매매 집결지가 포함됐다.
 
당시 정부는 “윤락녀의 집단화 유도로 포주로부터 착취 방어, 효율적 성병 관리”를 목적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달랐다. 위안부에게 매월 2~8회 성병 검진을 받은 뒤 '건강증'에 도장을 받도록 했다. 도장이 없으면 수용 시설로 보냈다. 성병 검진을 기피하는 여성을 상대로 미군과 함께 속칭 '토벌'(성병 단속)을 진행한 뒤, '낙검자수용소'에 강제수용했다. 특히 성병에 감염된 미군이 자신과 성매매를 한 여성이라고 지목만 하면 곧장 수용소로 보내기까지 했다.
 
정부가 성병 관리에 나선 것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위안부를 통한 '외화 획득, 동맹 강화' 목적이었다. <마부작침>이 이런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를 다수 입수했다. '1973년 서울시 시정개요' 문서를 보면 “관광자원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창출 한다”는 방안으로 '관광 종사원 교육 실적'을 소개하고 있다. 교육 명칭에 '기지촌 접객업소 여성교육'이 적시돼 있고, 대상 인원수까지 명시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기지촌 여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했다는 뜻이다.
 
● "무릎 세워 앉아라" 교육한 공무원, "안보 우려…최선의 서비스" 당부한 경찰
 
박정희 정권인 1960년 이후부터 정부의 성매매 시장 개입은 더욱 심해졌다. 공무원들이 위안부에게 “다리를 꼬고 무릎을 세워 앉아라”는 등 자세 교육을 시키기도 하고, '국내 안보 강화'를 위해 “최선의 서비스를 해 달라”고 당부도 했다. <마부작침>이 확보한 '1971년 6월 14일 용산경찰서장'이 기지촌 여성에게 보낸 공문에 이런 내용이 자세히 적혀있다.

 



성매매 여성을 안보는 물론, 돈벌이에 이용했던 정부는 위안부를 격려하며 노후보장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기지촌의 환경과 질을 개선하고자 정부 주요 부처 차관들이 모여 회의를 열기도 했고, 이런 사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명한 '1977년 기지촌 정화대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기지촌정화대책 전문보기 ☞  http://bit.ly/2IWA0Bk


이런 사실을 종합하면 정부는 방조, 묵인을 넘어 사실상 '포주'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월 8일 법원도 이런 사실을 인정했다. 기지촌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며 피해자 57명에게 5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기지촌 위안부에게 외국군이 안심하고 성매매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외국군의 사기를 진작해 군사동맹 유지에 기여하는 한편 외화 획득과 같은 경제적 목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했다”고 판단했다. 성매매 근절에 책임이 있는 정부가 도리어 성매매를 조장하며 정당화시킨 불법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것이다.
 
● 원죄의 정부, 성매매 근절에 적극 나설까?
 
돈벌이 수단으로 여성의 몸을 관리하며 서비스 교육까지 시켰던 국가 입장에선 씻을 수 없는 원죄가 남게 됐다. 국가가 자행한 반인권적 범죄에선 시효 완성을 주장한다고, 업보까지 사라질 수는 없다. 다만, 잘못을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문민정부 출범이후, 정부는 1995년 윤락방지법을 전면 개정해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데 이어, 2004년엔 별도의 성매매처벌법을 제정했다. '성매매를 불법이라고 명시한 법'과 '합법처럼 만연한 현실'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2018 성매매 리포트①, , , >기사에서 보도했듯 효과는 미미했고, 도리어 한국의 성매매 시장은 세계 6위(<2018 성매매 리포트①> 기사 참고)로 커져갔다.
 
성매매에 대한 낮은 처벌 의지, 자의적 단속, 성매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 왜곡된 성관념 등이 종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의 제도로는 성매매 근절이 어렵다”며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성매매 합법화가 대안?…불법 인신매매, 폭력 등 불법만 조장
 
성매매 피해를 막기 위해 국가마다 다양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성구매자와 성판매자 모두를 처벌하는 국가가 다수이고, 독일과 같은 일부 국가는 성매매를 합법화해 제도권에서 규제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합법화를 주장하는 쪽이 있다. 성구매자와 판매자를 모두 처벌하는 '근절주의' 대신, 합법화를 통한 '규제주의'를 도입해야 성착취 목적 인신매매 등 유해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합법화는 성판매자와 업소의 양성화, 즉 성판매자를 직업으로 인정해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폭력이나 강제 성매매 등 불법적 착취를 막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성매매 합법화 제도는 결과적으로 애초 목적과 반대로 성판매자의 인권을 후퇴시켰고, 도리어 성적 착취를 증가시켰다는 지적이 있다. 김지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본부장은 “합법화해도 성매매는 여전히 음성화되면서 여성 상대 착취는 심해졌고, 그 피해는 더 낮은 계층으로 옮겨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 정부가 5년 뒤 발간한 보고서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 성판매자의 1%정도만 업소와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 99%는 사회보장서비스를 받지 못하면서, 합법화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또, 성판매 여성 중 87%가 물리적 폭력, 59%가 성폭력 경험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합법화 이후에도 성판매자의 90% 이상은 여성이었고, 특히 이 중 65%는 이주여성이 차지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남성의 성구매가 크게 늘어 성매매 시장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는 평가가 있다.
 
또 다른 성매매 합법화 국가인 네덜란드에서도 부작용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UN인권이사회 보고서(2012)'는 네덜란드 성매매 여성의 60~70%가 범죄조직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합법화가 성판매자의 인권 보장이 아닌 성구매자, 즉 남성의 독점적 소비 권리, 포주의 이윤 회득, 여성의 상품화만 고착화시켰다는 지적이다.
 
● '성구매자만 처벌' 효과 증대…유럽의회 “수요 차단 노르딕 모델 권고”
 
성매매의 본질과 속성을 직시해야 성매매도 근절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성매매는 기본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불평등에 기인한 착취라는 사실이다. '성구매자, 판매자'를 모두 처벌하는 한국이나, 성매매를 합법화한 국가에서도 성매매 대상, 즉 성 상품이 된 건 항상 여성, 착취의 대상도 여성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이 최근 대안으로 떠올랐다. 1999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이 제도는 성구매자를 형사 처벌하는 반면, 성판매자는 처벌 대신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등도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들 국가 모두 성매매의 근본 원인을 수요에서 찾았고, 수요를 차단해야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웨덴은 성매매를 비롯한 성범죄의 본질과 현실을 인정했기에 이 법을 시행할 수 있었다. 스웨덴은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 대부분은 가정폭력과 경제적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 취약계층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 가난한 자에 대한 부자의 지배, 소수 집단에 대한 주류 집단의 지배 등 불평등에 기인한 폭력성을 가진다고 판단했다.
 
또 성매매에 한번 유입되면 벗어나기 힘들고, 처벌을 받게 되면 벗어나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도 놓치지 않았다. 때문에 스웨덴은 성판매자에게 처벌 대신, 주거·법률·교육·보육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데 방점을 둔 것이다. 법 시행 이후, 효과도 있었다. 제도 시행 전 13.6%였던 성구매 경험 응답 비율이 8%로 줄었고, 성판매자도 최대 75% 이상 감소했다. 게다가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노르딕 모델을 시행하는 국가가 최근 크게 늘어났다. 성에 자유롭고 관대하다던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기존에 성매매를 범죄로 간주하지 않았다. 노르딕 모델 도입을 두고 6년 간 논란을 벌인 프랑스는 지난 2016년 이 법을 시행했다. 성매매를 합법화했던 캐나다도 제도를 전면 수정해 지난 2014년 노르딕 모델로 전환했고, 아일랜드 역시 지난해인 2017년 3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매매 합법화 국가와 극명히 대비되는 효과가 드러나면서, 유럽의회와 유럽위원회는 지난 2014년 “각 국가들이 노르딕 모델을 채택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 시켰다.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노르딕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4월 헌법재판소가 현행 성매매처벌법에 대해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다.
 
당시 일부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성구매자 처벌에 동의하고 성 판매자 처벌에는 반대하며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재판관은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는 수단”이라며 “성판매자는 처벌이 아니라 보호와 선도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성판매자를 처벌하면 여성의 성이 착취되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오히려 성매매 시장을 음성화시킨다고 판단했다. 성판매자에겐 지원과 보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노르딕 모델을 제안한 것이다. 김지혜 본부장은 “성차별, 여성 차별의 가장 극단치에 있는 게 성매매”라며 “한국도 수요 차단에 방점을 둔 노르딕 모델을 적극 고민해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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